제8화
8. 이런 PT는 원하지 않아!(2)
“으으…….”
얕은 신음을 내며 침대에서 눈을 뜬다.
어제 있었던 훈련 때문에 온몸이 쑤신다. 어찌나 아픈지 일어나지도 못할 지경이다.
“재생력이 있어도 근육통은 생기네.”
재생력이 뛰어나다고 한들 후유증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인벤토리에서 곧바로 최고급 물약을 꺼내어 원샷해 버린다.
“크으! 그와 중에 맛도 있네.”
처음 받았던 물약과는 다르게 맛도 있었다.
정확히 1,400개가 인벤토리 안에 들어 있으니 물약이 모자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거다.
방금 먹었던 맛은 포도 맛.
입 안에서 달콤함을 느끼고 있던 도중.
띠링!
띠링!
“음?”
무수히 울리는 알람음.
허공에 떠오르는 메시지를 확인한 강수호가 미소 지었다.
-모든 스탯이 2 증가하였습니다.
처음 먹어봐서 그런지 무려 2 스탯이나 증가됐다.
곧바로 상태창을 열어 스탯을 확인했다.
[강수호]
레벨 : Lv. 4
체력 – 52 민첩 – 52 힘 – 52 마나 – 52 감각 – 52
스탯 포인트 : 0
재능 : 차원 이동(SSS급)
스킬 : [트롤의 재생력(S급) : Lv. 1]
5대 스탯 모두 2씩 올라가 있었다.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생겼다.
그와 동시에 근육통이 조금씩 사라지면서…….
절그럭.
“진짜 더럽게 무겁네.”
다시 한번 근육통이 시작되었다.
10,000%의 재생력과 물약 덕분에 일어서 걷고 있을 수 있었지만, 그마저도 근육통 때문에 오래 걷기는 힘들었다.
“이런 걸 가지고 훈련하다니. 스승님들도 정말 미치셨지.”
재생력과 물약이 없었더라면 쉽게 따라 하지 못할 훈련 방법이다. 잘못 훈련하다가는 뼈 하나 부서지는 건 일도 아니니까.
“일단 3학년 첫날이니까 빨리 교실로 들어가야겠네. 지각하면 안 되니까.”
담임 선생님과의 내기에서 이긴 후, 아카데미에 다시 다니도록 결정 난 상황. 누구도 그 결정에 반박할 사람은 없었다.
띠링!
[헌터 상점 주인 : 저, 손님. 이번에 경매에 들어갈 물건이 많이 비싸서 직접 나서야 할 것 같습니다! 실례가 안 된다면…….]
그때 마침 울리는 알람.
헌터 상점 주인이 보낸 메시지였다. 당황스러운 모습이 여기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아이템 중에 천만 단위가 넘어간다면 물품 주인이 와야 하는 법.
‘이건 피할 수 없겠네.’
방문 날짜는 주말로 정해 놓았다.
아카데미는 다녀야 하기에 주말에 시간을 비우고 가면 될 일.
대형 길드가 모두 모이는 자리이기에 위험한 건 당연하지만…….
‘스승님들이 있으니까 뭐…….’
괴물 같은 힘을 보여주던 사람들.
“이제 가 볼까!”
시간은 대략 오전 7시.
이제 아카데미에 등교할 시간이다.
간단히 가방을 챙긴 강수호가 어머니에게 ‘아프지 마세요.’라는 메시지 한 통을 보낸 뒤 기숙사를 나섰다.
* * *
아카데미 수업은 평범하게 지나갔다.
문제는 지금 몸에 차고 있는 팔찌와 발찌.
“이 부분은 이곳에서 가장 중요…….”
콰직.
선생님이 설명하던 도중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 뒤돌아 확인해 보았다.
“…….”
“책상이 왜 부서지는 거죠?”
“그러게요. 왜 부서지는 걸까요.”
처참히 부서진 책상.
제대로 된 수업을 할 수가 없었다.
의자도 몇 번 왔다 갔다 하니…….
콰직!
“…….”
“도대체 그 팔찌하고 발찌는 뭐길래 계속 차고 있는 겁니까?”
뛰어난 마법 선생님, 한혜나.
무려 마도사의 재능을 가지고 교사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옛날 헌터 생활할 때는 꽤나 잘 나가던 B급 상위 헌터.
‘도대체 저게 뭐길래?’
너무나도 궁금했다.
갑자기 재능을 각성한 강수호.
그런 학생의 재능이 너무 궁금한 탓에 근처로 다가가 아무도 모르게 탐색 마법을 캐스팅했다.
‘5서클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닌 이상, 내 탐지 마법을 막는 건 불가능…….’
파지직!
말이 다 끝나기 무섭게 눈에서 파란 스파크가 튀었다. 어찌나 반발력이 심한지 눈이 통제로 익을 뻔했다.
‘뭐지?’
잔뜩 찌푸린 인상이 점점 펴지며 놀라운 표정으로 바뀌었다.
겨우 1초 동안 탐색 마법을 사용했을 뿐인데, 스파크가 튀었다.
그 뜻은 최소 대마도사 이상의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
‘하지만 그건 이론상으로 불가능해. 그러면 도대체…….’
대마도사 이상의 마나를 가진 각성자는 연약한 몸을 가지고 있다. 이론상으로 불가능한 일.
뛰어난 재생력과 몸으로는 그런 재능을 가지는 게 불가능에 가까웠으니까.
몸을 둘러보며 확인하고 있을 때.
‘설마 저기에서…….’
검고 둥근 형태의 팔찌와 발찌.
그곳에서 충만한 마나가 느껴진다.
‘뭐지 저 기운은…….’
궁금함에 다가가려다.
파지직!
“크윽!”
다시 한번 스파크가 튀겼다.
마치 너 따위가 건들 존재가 아니라는 것처럼.
누구도 풀지 못할 것 같은 특수한 마법이 팔찌와 발찌에 새겨져 있었다.
“이거 다시 바꿔와야겠네. 팔찌랑 발찌도 나한테만 무게 나가게 바꿔야겠고. 음? 쌤, 어디 다치셨어요?”
“흠흠. 별거 아닙니다. 수업마저 진행하겠습니다.”
눈가에 묻은 까만 먼지를 지운 그녀가 다시 칠판 앞으로 향해 수업을 시작했다.
현 전교 1등인 조시현이 강수호를 빤히 쳐다보았다.
‘도대체 뭐지…….’
공부뿐만 아니라, 재능 또한 뛰어난 학생. 거기에 집안까지 유명한 대형 길드 마스터 아버지를 두어 매일 전교 1등을 차지하는 괴물 같은 학생.
그 학생의 눈이 수업이 아닌 강수호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분명히 뭔가 느꼈는데.’
강대한 기운. S급 헌터보다 강한 그 기운을 강수호에게서 느끼고 있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팔찌와 발찌에서.
‘별거 아니겠지.’
선생님도 무시했으니, 별거 아니라 생각했다. 그저 무거운 몇 kg짜리 평범한 운동 기구라 생각했다.
‘집중. 이번에도 전교 1등이다.’
그는 연필을 꽉 쥐고 다시 수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 * *
“이게 왜 이렇게 어렵지? 그러니까 마법을 캐스팅하려면 입으로 뭐라 말해야 한다는 소리잖아? 굳이?”
오늘 수업 내용에서 나왔던 내용을 모조리 기억했지만, 의문만 들었다.
예비 스승님들은 바로바로 마법이 나왔으니까.
“그쪽 사람들은 아무 말도 없이 속박 마법 같은 거 잘도 쓰더니만. 굳이 말까지 해 가며 마법을 사용해야 하나?”
마법이란 개념이 나타난 지 고작 1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지구의 마법이 얼마나 나약한지 깨달을 수 있었다.
“흠. 그런데 그것보다…….”
수업 내용은 뒷전이었다. 지금 그것보다 중요한 내용이 허공에 떠 오르고 있었으니까.
-체력 스탯 1 상승하였습니다.
-힘 스탯 1 상승하였습니다.
-민첩 스탯 1 상승하였습니다.
미친 듯이 상승하는 힘 스탯과 체력 스탯.
이 팔찌와 발찌를 착용하고 나서부터 일어나는 일들이었다.
“근육통도 어느 정도 줄어든 것 같고.”
험난한 노력 끝에 큰 힘이 주어졌다.
곧바로 상태창을 열어 상태를 확인했다.
[강수호]
레벨 : Lv. 4
체력 – 55 민첩 – 56 힘 – 55 마나 – 53 감각 – 55
스탯 포인트 : 0
재능 : 차원 이동(SSS급)
스킬 : [트롤의 재생력(S급) : Lv. 1]
-체력 스탯 2 상승하였습니다.
-민첩 스탯 3 상승하였습니다.
-힘 스탯 2 상승하였습니다.
-감각 스탯 2 상승하였습니다.
“홀리…….”
외국 욕이 튀어나올 만큼 놀랄 만한 상태창의 5대 스탯.
한 달에 1 스탯도 올리기 힘들다는 것이 바로 스탯이다. 그럼에도 하루 만에 9 스탯이나 상승한 상태다.
이게 모두 스승님의 훈련법 덕분. 힘들지만, 효과는 확실하다.
“힘든 훈련이지만, 도움은 많이 되네.”
그뿐만이 아니었다. 최상급 물약을 한 번 더 먹은 덕분에 스탯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한 상태다.
그 이상은 안 되었지만, F급 각성자라 생각할 수 없는 스탯.
“그래도 아직 무겁긴 하네.”
그럼에도 800kg 무게는 아직 견디기 힘들었다.
수업이 끝났기에 바꾼 의자를 안으로 집어넣고 가려던 그때였다.
“어이, 강수호.”
“음?”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부른다.
분명히 학생들이 없는 걸 모두 확인했는데, 누가 온 듯하다.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네가 왜 오냐?”
“하하하! 역시, 그 표정은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다니까.”
“나는 너 그만 좀 봤으면 좋겠는데.”
정말이지 매일 지겹게 봤던 이다.
전교 10등 아래는 사람도 아니면서 학생 모두를 깔봤던 쓰레기 같은 놈. 특히 자신을 지독히 괴롭혀 왔던 놈이었다.
티 나지 않고 악독하게 말이다.
“양유혁, 네가 무슨 일이냐?”
“무슨 일이긴? 친구 보러 왔지.”
“뻔뻔한 새끼.”
세상에서 이놈보다 뻔뻔한 놈은 없을 거다.
F급 각성자인 자신의 자존심을 심해까지 처넣은 장본인.
“꺼져라. 오늘 바쁘니까.”
“그 팔찌하고 발찌는 뭐냐?”
이 자식은 이번에도 곱게 보내 줄 생각이 없는 듯하다.
지금 당장 주먹을 휘두르고 싶었지만.
“내가 지금 더럽게 힘든 훈련 중이라 널 상대하기 조금 벅차거든? 그러니까 다음에 좀 와라. 올 거면 노크 좀 하고 오고.”
헬창들과의 PT는 원하지 않았지만, 강해지는 건 지금껏 살면서 가장 얻고 싶은 거였으니까.
강해지기 위해서는 하루하루가 바쁘다.
“어디 가려고?”
“어디 가긴, 당연히 기숙사 가지. 오늘 할 일도 많아서 그러는데 좀 비키지? 이렇게 부탁하는데.”
오늘따라 끈질기다. 보통 이 정도가 된다면, 조용히 비켜주는데 말이다.
하지만 양유혁의 입꼬리는 뭔가 기대한 듯 진득하게 올라가 있었다.
마치 ‘이건 거절하지 못할걸?’ 같은 메시지를 보내는 것 같았다.
‘설마, 이 미친놈이 그렇진 않겠지? 이제 좀 편히 누워서 쉬다가 훈련하나 했는데…….’
“야.”
“뭐?”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입을 열었다.
잔뜩 짜증 난 투로 말하자 조금 놀랐는지, 당황하며 말을 잇는다.
“우리 동아리 모임으로 들어올래?”
“갑자기 뭐라는 거야?”
더욱 인상이 찌푸려진다.
애걸복걸할 때는 구경조차 시켜 주지 않던 동아리 모임. 그곳에 그가 직접 스카우트 제의를 하고 있었다.
‘정말 미친 새끼구나…….’
물론 저딴 동아리 모임에 들 생각 따위 없었다.
“우리 동아리 모임에 오면 뛰어난 실력을 갖춘 헌터가 직접 가르쳐 준다고. 널 보니까 꽤나 뛰어난 물리계 각성자인 것 같은데?”
“…….”
헬창 스승님들이 가르치는 게 100배는 나았다.
말이 없자 넘어왔다는 걸 예상했는지 그가 말을 이으려던 그때.
“너나 가.”
“…….”
가볍게 무시하고 기숙사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