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화
7. 이런 PT는 원하지 않아!(1)
곧장 차원 이동을 사용하려 했다.
‘차원 이동’이라 말만 하면 곧장 도망갈 수 있었지만.
“잡았다!!”
“히익! 살려주세요!!”
S급을 뛰어넘은 힘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도망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말을 잇기도 전에 손목을 낚아챘다.
“가져온 팔찌 채워! 이번 주 뉴비 스승은 바로 우리다!!”
“흐흐흐. 근육을 모두 파괴해 주지. 그리고 다시 재생시키는 거야!!”
“…….”
근육에 미친 두 명의 스승. 흔히 말해 헬창들이었다.
이런 사람들이 첫날부터 스승이 되다니.
“아쉽네. 그래도 첫날이 헬창 놈들이라 다행이야. 기본기는 탄탄해질 거 아니야? 몸 상태도 촌장님 덕분에 좋아졌으니까.”
“뭐, 스승이 되지 못한 건 아쉽지만, 기회는 언제든지 있으니까.”
“그런데 촌장님한테 아내가 있었나?”
“아니.”
“그렇지?”
“그거 다 핑계잖아. 죽은 사람이 결혼해서 뭐 하게.”
“…….”
어느새 도착한 97명의 예비 스승님들. 규칙이 정해져 있었는지 빠르게 사라진다.
예비 스승님들의 이야기를 듣자 입이 저절로 벌려졌다.
‘결혼 안 했다고?’
부인에 대한 말은 모두 거짓이었다.
멍하니 한참을 생각하고 있는데, 원인 모를 팔찌가 채워진다.
“이건 또 뭐…….”
쾅!!
“아악!”
말이 끝나기 무섭게 팔이 아래로 내려가면서 땅이 파인다.
F급 각성자는 100kg 정도 무게를 들 수 있다.
“커헉!”
“워워, 이리 약골이어서야 되겠어? 아직 200kg밖에 안 된다고!! 일단 우리부터 소개하지, 나는 할튼.”
“나는 샬런이라고 해.”
“네? 200kg이라고요?”
100kg 무게의 2배.
F급 각성자 중에서 어느 정도 힘을 가진 이들만이 들 수 있는 무게.
지금 이름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스승이라지만, 이건 정말 너무 과…….
“발찌도 차야지!”
“아직 안 끝났다고!”
“그것까지는 무리…….”
말하기 무섭게 발찌도 채워진다.
털끝 하나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
“자, 오늘 훈련은 무게에 적응하는 거다. 레벨업에는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기본기가 탄탄해야 해.”
“한마디로 말해서 모든 힘, 민첩, 체력 스탯을 훈련을 통해서 끌어 올린다는 거지.”
지구에서는 단 한 번도 듣지 못했던 말이었다.
노력은 필요 없고, 오직 재능만이 헌터로서의 전부라 생각했다.
“노력만으로 강해질 수 있다고요?”
“그럼, 당연한 말을.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은 촌장이 전부야. 우리 중에서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은 한 명도 없어. 다 노력으로 이루어진 결과지.”
“일단 예를 들어보자면…….”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예를 볼 수 있었다.
점점 커지는 할튼의 몸집. 190cm에 거대한 키에서 3m는 돼 보이는 괴물이 되어간다.
“어때? 이게 내 재능이야. 고작 C급 재능이지. 그저 그런 보통 사람의 재능이 이 정도야.”
“와…….”
놀람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거대해진 만큼 힘도 몇 배는 강해졌다.
“시범으로 사용할 곳이…….”
한참 주변을 둘러보던 그가.
“여기 있네!”
처음 왔을 때 마주쳤던 오리하르콘과 미스릴 동굴로 향한다.
동굴 바로 근처에 있는 광물들.
“자, 일단 변신 안 한 힘부터 보여줄게.”
힘자랑하러 온 것이 아닌, 엄연히 스승이 제자에게 보여주는 과정.
원래대로 변한 그가 오리하르콘을 한 손으로 감싸 쥐었다.
“엥? 그게 부서질 리가…….”
오리하르콘 광물은 모든 곡괭이로 부술 수 있다.
약한 곡괭일수록 느릴 뿐이지.
오리하르콘 곡괭이로 오리하르콘을 캐는 데는 최소 5분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오늘의 스승이 될 사람들은…….
쩌적!
“와. 이게 되네요? 정말 되네요…….”
1초면 충분했다.
악력으로 인해 조각조각 부서지는 오리하르콘.
두 손으로 힘을 준 것도 아니었다. 고작 한 손에서 쥐고 힘을 주자 일어난 일.
“요즘 운동 안 했냐? 왜 이리 깨는 게 느려?”
“하하. 너무 오랜만에 본 뉴비라서 긴장했나 봐.”
“…….”
물론 이곳에서 몇만 년간 사는 사람에게는 일상과 같았다.
운동 얘기만 하던 그들은 강수호가 멍하게 있는 걸 알았는지 빠르게 예시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내 재능은 고작 C급, 크기 조절이라는 재능이거든?”
할튼이 자신을 가리키며 말한다.
헌터 업계에서는 고작 C급 재능이라 말했겠지만, 여기에서만큼은 아니었다.
“이제부터 내 재능을 보여줄게.”
범상치 않은 크기로 변하기 시작했다.
3m를 넘어, 10m를 넘어, 100m를 한참 넘더니…….
“어때~? 잘 보이니~?”
“네?”
“뭐라고~? 잘 안 들려~!”
이제는 몇 미터인지도 모르겠다. 아니, 최소 km를 넘어갈 거다.
그는 점점 더 커져 구름이 그의 모습을 가릴 정도가 되었다.
누운 상태에서 고개를 끄덕이니, 준비한 걸 보여주기 시작했다.
“잘 봐~”
크게 호흡을 하더니 숨을 참고 무릎을 굽힌다.
거대한 얼굴이 지상에 도착했을 때는 숨이 머리끝까지 차 있었고…….
“후우~!!”
참았던 숨을 내뱉었다.
시원하게 뿜어내는 차가운 바람.
처음에는 그저 그런 시원한 바람이라 생각했지만.
“한동안 고생 좀 하겠구만. 그래도 뉴비를 위해서 사용한 거니 뭐라 안 하겠지.”
“네? 도대체 뭐가…….”
콰콰쾅!!
“…….”
시원한 바람이 점점 폭풍으로 변해간다.
굉음을 내며 바람이 지나가던 곳을 모두 파괴했고…….
“어때? 이 정도면 노력으로도 충분히 갈 수 있을 것 같지?”
“하하하하.”
산 전체가 반으로 깎여 버렸다.
사람이 했다고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힘.
“후우. 이게 바로 노력의 힘. 재능만이 전부라고 생각하면 안 돼.”
“아, 그렇군요. 정말이지 대단하네요.”
어느새 정상적인 크기로 돌아온 할튼이 미소 지었다.
마블링에서 나온 앤토맨도 아니고, 줄였다 늘였다 하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하지만 놀람은 그게 다가 아니었다.
“내 재능은 바로 신체 강화. 고작 D급밖에 안 되는 재능이야.”
“네? D급이요?”
D급 재능이 그리 낮은 건 아니지만, 보통 헌터보다 한참이나 낮은 재능에 속한다. 특히 각성자는 신체가 발달해서 그런지 몸쪽 재능으로는 큰 쓸모가 없었으니까.
‘그래도 저 스승님보다는 강하지 않…….’
신체 강화 스승님에게는 미안하지만, 별 볼 일 없는 재능이다. 아까 봤던 괴물 같은 재능과 다르게 평범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끝이에요?”
“그럼.”
역시 대충 예상은 했다.
그는 신체 강화를 사용하고 할튼을 불렀다.
“할튼!”
“음?”
“높게 던져줘.”
“알겠어.”
“네? 갑자기 던진다니요?”
“재능 확인.”
그 말의 끝으로, 다시 한번 할튼의 몸이 커지기 시작했다. 비상식적으로 커진 몸은 샬런을 들어 올리더니.
“이제~ 떨어진다~!!”
뭐라 말할 새도 없이.
“후!!”
샬런이 빠른 속도로 급하강하기 시작했다.
대충 예상하기로 떨어진 높이는 1km 이상.
사람은 10m에서 떨어져도 잘못하면 죽는다. 하지만 그는 아니었다.
“비~켜~~”
“으아악!”
쾅!!
억지로 힘을 주어 아슬아슬하게 피해 냈다.
피한 자리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 자국.
“얼마나 깊게 들어간 거예요?”
다치지 않았나 확인해 보니, 오히려 땅이 불쌍할 정도로 깊고 넓게 파였다.
피하지 않았더라면 죽을 뻔했다.
“이게 나의 힘이야~ 어때~?”
“하나도 안 다치셨네요?”
메아리처럼 들려오는 목소리. 그의 목소리에는 단 하나의 아픔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땅이 아픈 듯 흔들리고 있었다.
“왜 저를 뉴비라고 하는지 알 것 같네요.”
“괜찮아. 너도 이렇게 될 수 있어!”
“그럼! 우리 따라서 100년만 쇠질 하면 될 거야!”
“…….”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한다면, 백 년이 몇백 년으로 더 늘어날 것 같았으니까.
대충 실력을 확인했으니 제일 중요한 건 훈련이었다.
“이제부터 훈련을 시작해 볼까!”
“원래 기초가 탄탄해야 다른 것도 할 수 있는 법이지. 일단 천천히 시작해야겠지?”
“아, 네!!”
드디어 훈련의 시작이다.
별 볼 일 없는 재능임에도 능력을 보니 입이 저절로 벌어져 능력을 보여 준 목적을 까먹고 있었다.
“오늘 훈련은 뭐죠?”
흥분한 듯 물었다.
노력만 한다면 강해질 수 있다는 말. 그 말이 얼마나 달콤했는지 모를 거다.
‘노력!! 내가 가장 잘하는 거지!’
별 볼 일 없는 재능. 노력으로는 재능을 이기지 못할 거라 생각했으니까.
그만큼, 재능의 벽은 노력만으로 뚫기 힘들었다.
‘드디어 뚫을 수 있게 됐어!’
오랜 시간이 걸려도 뚫을 수 있다면 됐다.
지금껏 자신을 욕한 사람들에게 복수할 기회가 생겼다.
“모든 하겠습니다! 평생을 노력해 왔습니다. 아무리 힘든 훈련을 내주시더라도 묵묵히 훈련하겠습니다!”
“의욕이 좋군!!”
스승님들은 강수호의 활활 타오르는 눈동자가 마음에 들었는지 해맑게 웃었다. 그리고 곧이어 입을 열었다.
“일단 일어나.”
“네?”
“일어나라고. 오늘 안에.”
정말이지 간단한 훈련이었다.
오늘 안에 일어나는 것이 훈련이라니. 그런 것은 몇천 번이든지…….
“흡!!”
몇천 번이든지…….
“…….”
“으랏차차!!”
해야 하는데.
“오늘은 안 되겠는데?”
일어날 수조차 없었다.
딱 한 번이라도 일어설 수 있다면, 걸음마를 뗀 아기처럼 기뻐할 수 있을 거다.
“하하하하. 설마 이거 매일 차고 있으라는 건…….”
“맞는데.”
“…….”
순간 스승님들이 괴물로 보였다.
800kg의 무게를 매일 차고 있으라니?
“아무리 그래도 매일 착용하라는 건…….”
“원래 노력으로 강해지는 건 힘든 법이야. 너도 잘 알잖아? 재능으로 덤비는 애들을 노력만으로 이기고 싶지 않아?”
“…….”
미치도록 이기고 싶다. 지금까지 재능만 믿고 살아온 이들에게 복수해 주고 싶었다.
“그러면 매일 차고 있어. 중요한 일 없으면 꼭 차고 있어. 힘과 체력을 골고루 길러 주거든.”
“넵!!”
다짐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강해지는 것. 지금까지의 굴욕들을 떨쳐낼 기회.
“아, 맞다. 그리고 SSS급 물약은 보따리 채로 가져가. 그거 마시면서 운동하다 보면, 어느샌가 800kg은 자연스럽게 지니고 다닐 수 있을 거야.”
“…….”
“지금 먹어도 되고.”
재능이란 벽을 넘기 위해서는 평범한 노력으로는 불가능하다.
“네! 알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으아아아!”
“오케이! 좋아! 일어날 수 있어!!”
이런 식의 훈련이 좋았다.
강해질 수 있다는 확신으로 시작한 훈련.
* * *
약 3시간 정도의 훈련을 마치고.
“자, 받아라. 아마 물약이 그렇게 많이는 필요는 없을 거다. 황금 사과 100개를 먹으면 생기는 스킬과 재생력이 있으니까.”
그가 던진 최상급 물약 한 보따리와 각각 200kg의 무게를 가진 팔찌와 발찌를 차고.
“가겠습니다…….”
슈아아악!
차원 이동을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