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에게 절대자들의 선물함이 도착했다-5화 (5/225)

제5화

5. 소매 넣기 당했습니다(2)

“역시 아침 공기는 다르네.”

어느새 도착한 서울 아카데미.

“일단 기숙사에 짐부터 놓고…….”

들어가는 건 전혀 문제 되지 않았다. 절차상 퇴학이라지만, 아직 학생증을 반납하지 않았으니까.

띡.

-3학년 강수호 학생. 문이 열립니다.

“역시.”

그럴 줄 알았다.

기숙사 입구에 출입증 카드를 찍자 자동으로 문이 열린다. 고작 하루밖에 지나지 않은 탓에 퇴학 처리가 되지 않았나 보다.

“1인 1실이니까 들킬 염려도 없겠고. 그러면 일단…….”

방에 도착하자마자 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고작 하루 사용하지 않았을 뿐인데, 방 안에는 먼지가 가득했다.

‘일단 청소부터 해야겠네.’

약 10분 정도 시간이 흐르자 방 청소를 마쳤고.

“교실로 가야지.”

곧바로 교실로 향했다.

기숙사를 나가는 도중에도 머릿속에는 선생님이 했던 말이 지워지지 않았다.

“사고를 치는 놈들은 강하거나, 공부도 잘한다고 했지?”

그 말.

곧 있으면 후회하게 될 거다. 아니, 지금 당장 후회하게 될 거다.

“강수호!!”

“쌤! 오셨어요?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마에 핏발이 잔뜩 선 채 자신에게 달려오는 선생님.

운동장에서부터 계속해서 시선이 느껴졌으니, 올 거라 생각했다.

“아카데미에는 왜 온 거야? 분명히 내가 퇴학시킨 게 아니고, 헌터를 사용하는 곳 모두가 내린 결정이라고 말하지 않았나! 그런데 왜…….”

“그런데요?”

“하! 그런데요?!”

강수호가 별거 아닌 것처럼 대꾸하자 이마의 핏줄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얼마나 화가 났는지 꽉 깨문 입술에 피가 새어 나온다.

“네가 지금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알기나 해? 부정 입학한 거라고!”

“선생님이 그랬잖아요. 원래 사고 치는 놈들은 강하고, 공부 잘해서 사고 쳐도 다 용서된다고.”

김형석은 점점 열이 뻗치기 시작했다.

돈, 명예, 힘. 아무것도 없는 강수호. 그런 그가 사고를 치면 오히려 자신에게만 불이익이 생겼으니까.

“네가 가진 게 뭐야? 돈이 많아? 재능이 있어?! 아무것도 없잖아!!”

“그건 아니지만…….”

홀로 어머니를 둔 아들. 자신은 가난한 처지이지만 이제부터는 아닐 거다.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긴 하죠. 조만간 갑부도 될 거고.”

“뭐?! 하하하하!!”

박장대소하며 웃기 시작했다. 강수호가 한 말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걸 눈치챈 탓이다.

“네가 뭐, 소설 속 주인공이라도 되는 줄 알아? 하루아침에 능력이 생기게?”

“그럴 수도 있죠. 원래 진짜 주인공은 아무도 모르는 법이니까요.”

“……진짜 돌았냐? 내가 지금까지 이딴 놈을 가르쳤다니.”

강수호는 당당한 눈빛으로 선생님을 응시했다. 어떤 시험을 내줘도 충분히 클리어할 수 있다는 그런 표정.

당당한 표정이 그를 더욱 짜증 나게 만들었다.

“그래, 좋다. 만약 내가 내준 시험을 클리어한다면, 곧바로 내 권한으로 너를 다시 반으로 돌려보내겠다. 하지만 클리어하지 못한다면…….”

잠시 말을 끊었다. 뭐라 해야 할지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너는 학생들 앞에서 두 번 허리를 숙이고 나에게 사죄해야 할 것이야. 그리고 곧장 퇴학 처리지.”

“저야 좋죠.”

두 번의 사죄.

패배한다면 다시는 헌터를 도전하지 못하게 하려는 속셈이었다.

하지만 그건 강수호도 마찬가지.

“그러면 저도 조건을 걸죠.”

“음? 무슨 조건?”

펴진 인상이 다시 찌푸려졌다. 고작 네까짓 것이 조건을 건다는 그런 눈빛이었다.

강수호는 담임의 경멸에 찬 눈빛을 철저히 무시한 채 말을 이었다.

“만약 제가 통과한다면 학생들 앞에서 저에게 3번 허리 숙여 사과하세요. 그러면 저도 봐 드릴게요.”

“하! 그래, 좋다!”

그와 비슷한 내기를 건 강수호.

두 사람의 입꼬리는 하늘에 승천할 만큼 높게 솟아 있었다.

* * *

“그 새끼, 퇴학한 거 아니었음? 안 그래도 바빠 죽겠는데, 이 새끼 때문에 시간이나 잡아먹고 있다니.”

“그러니까 말이다. 오늘 할 일도 많아서 바빠 죽겠는데.”

오늘따라 소란스러운 교실.

퇴학이 정해진 강수호가 아카데미에 다시 다니게 해 달라는 것으로 선생님과 내기를 했기 때문이다.

“흠, 개꿀이네.”

강수호는 의자에 앉아 내기의 내용을 살펴보고 있었다.

그래도 선생은 선생인지 클리어할 경기의 내용은 전달해 준 상황.

경기 내용은 입가에 미소가 걸릴 정도로 강수호에게 유리했다.

“인공지능 마법사 공격에 살아남기. 나를 아예 아카데미 밖으로 내쫓을 생각이었구나.”

엘리트 학생들도 통과하기 힘들다는 ‘인공지능 마법사에게서 살아남기’. 어느 정도 재능이 있어야지만, 통과 가능한 시험이다.

‘버티는 게 장땡이겠지.’

하지만 재능이 없다고 해서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강수호에게는 말도 안 될 정도로 뛰어난 재생력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이미 화장실에서 얻은 재생력을 확인한 후였다.

‘트롤 저리 가라 할 정도의 재생력이었지.’

커터칼로 손가락을 긋자 0.1초도 지나지 않아 새살이 돋는 재생력. + 10,000%의 체력 재생력은 웬만한 마법으로는 상처가 생기기도 전에 새살이 돋아날 것이다.

“강수호! 선생님이 부른다!”

“응. 금방 갈게.”

얼마 지나지 않아 한 학생이 강수호를 불렀다.

모든 준비를 마친 그가 강당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제가 이길 겁니다.”

저번과 다르게 눈빛이 활활 타오르는 채로.

* * *

‘1분도 버티기 힘들다는 인공지능 마법사를 네가 버틸 수 있을 거라 생각하냐?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강당 무대에 서 있는 김형석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해맑았다.

엘리트 학생들도 힘들어한다는 인공지능 마법사에게서 5분간 버티기. 보통 재능이 뛰어나지 않은 학생들은 1분 이상 버틸 수 없는 시험이다.

‘절대로 클리어하지 못할 거다!’

이길 확률은 존재하지 않는다.

강당은 어느새 학생들로 북적였고, 강수호도 곧이어 강당에 도착했다.

‘저건가.’

무대에 있는 거대한 결계와 기계 하나. 저것이 바로 이번에 상대할 AI 마법사다.

“최첨단이네. 얼마나 나를 보내고 싶었으면.”

싫어하는 담임 선생님의 마음이 여기까지 전해진다. 죽기 전에 구해 줄지도 궁금한 상황.

“드디어 오는군요! 이번 시험의 주인공인 강수호 학생입니다!!”

강당 무대로 향하던 도중 들리는 목소리. 마이크를 잡고 있던 김형석 선생님의 목소리였다.

‘차라리 물리 계열 쪽 말고, 얍삽한 암살 쪽이 더 잘 어울린 것 같은데.’

선생님만 아니었다면 얄미운 얼굴에 주먹을 꽂아 버리고 싶었다.

거대한 강당과 옹기종기 모인 학생들.

보통 학생은 이런 곳이 떨리기 마련이었으나.

“아, 네. F급 인생 강수호입니다만.”

“하하하하.”

강수호는 오히려 당당했다. 많은 학생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지만, 촌장과 이야기를 나눌 때보다 100배는 나았으니까.

당당함에 당황하는 선생님.

무시하고 결계 안으로 들어간다.

‘옛날이었으면 단 1초도 못 버텼겠지만…….’

1학년 때도 이 시험을 본 적이 있었다. 전에는 매직 미사일 하나 맞고 단 1초도 버티지 못하고 나가떨어졌지만.

“시작하죠.”

“…….”

이번에는 도망치지 않을 거다.

정말 죽을지도 모르기에 소모성 쉴드 아티펙트를 손목에 걸어 잠갔다.

마이크를 잡은 선생님이 당황한 듯 바라본다.

‘정말 한다고?’

정말 한다고는 상상도 하지 못한 까닭이다. 그때처럼 매직 미사일이나 맞고 도망칠 게 뻔하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강수호의 눈빛은 살아 있다 못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꿀꺽.

마른침이 저절로 삼켜진다.

저런 눈을 한 강수호의 모습은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새로운 힘을 얻었다는 말이 사실일까?’

이쯤 되니 긴장되기도 했다. 그 말이 진실이라면 내기의 패배는 바로 자신이 될 테니까.

5분이 지나고 난 후에는 그가 직접 고개를 세 번 숙여야 한다.

‘그리고 말하겠지. 미안하다고.’

이야기가 모두 상상이 되는 순간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 5분 이상 버티는 게 가능하다면, 뛰어난 인재를 놓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진 학생이라도 불가능에 가까운 시험.

‘아니야. 그럴 일 없어.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진 학생이라도 학생은 학생이야. 저 결계 안에서 5분은 버틸 수 없어. 아니, 불가능에 가깝지.’

차라리 E급 던전을 혼자 클리어하는 게 더 쉬울 정도였다.

고작 5분이라지만, 마법을 피하는 건 말도 안 된다.

“선생 새끼도 저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그러게 말이다. 그냥 약 올리려고 하는 거겠지. 저 선생 잘 알잖아. 눈에 띄는 놈 한 명 있으면 반쯤 갈아 마시는 놈.”

학생들도 전부 고개를 저었다.

명문 아카데미 엘리트 학생들도 버티기 힘들다는 시험.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애초에 결계 안에서 5분 이상 버티면 헌터 자격을 얻어야 한다. F급 각성자인 저놈에게는 불가능에 가깝지.”

“그렇겠지.”

“결과는 뻔하다.”

현 전교 1등, 조시현도 불가능하다 말했다.

강수호는 가진 게 아무것도 없다. 그런 그가 자신들 앞에서 쪽팔리게 사과하리라 예언했다.

‘별 볼 일도 없는 놈이…….’

열심히 노력한다 해서 뛰어난 헌터가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 세상에서 선택받는 S급 재능을 가진 헌터만 있을 뿐.

그렇기에 그는 불가능하다 생각했다.

“자, 자. 그러면 지금 당장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시험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학생들의 말과 상관없이 드디어 시험이 시작되었다.

이번 시험은 담임 선생님으로 인해 시작된 개인의 시험. 누구도 이 시험을 방해하고 막을 권한은 없었다. 다른 선생님들에게도 이미 허락 맡은 상태.

그것을 알기에 학생들도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그저 강수호가 결계 안으로 들어가는 걸 지켜볼 뿐.

“후우…….”

심호흡하며 결계 안을 바라봤다.

지금껏 피하기만 했던 시험.

“그렇게 무서우면 나가도 된단다. 허리 숙이고 사과 두 번만 하면 모든 게 해결되니까.”

“…….”

조용히 다가와 말했다.

걱정하는 투가 아니라, 명백히 무시하고 있는 말투.

“괜찮습니다. 5분은 버틸 테니까요.”

“어디서 그런 뻔한 거짓…….”

선생님의 말은 가볍게 무시했다.

들어 줄 가치조차 없는 말.

‘모두 다 보라색 괴물이다. 모두 다 보라색 괴물이다. 모두 다 보라색 괴물이다. 더럽게 무섭게 생겼다.’

마법 주문처럼 보라색 촌장의 모습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공포 탈출 게임 속에서만 보던 보라색 괴물. 그런 촌장이 자신을 계속 쳐다본다고 생각하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 생각했다.

“너, 죽을 수도 있…….”

“시작합니다!”

“뭐?! 아니, 잠시…….”

그의 말이 끝나지도 않았다.

문손잡이를 잡은 강수호가.

덜컥.

-시험이 시작됩니다.

힘차게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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