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4. 소매 넣기 당했습니다(1)
“오늘은 여기서 자야겠네.”
허름한 모텔.
오늘 잠자리는 하루 숙박 3만 원 정도 하는 모텔이었다.
“많이 허름하지만, 여기가 주변에서 제일 싸니까.”
다행히도 지구로 돌아오니 사라진 상자가 손에 들려 있었다.
강수호는 짐을 들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거지처럼 아무 곳에나 잘 수는 없다.
몸을 씻은 뒤에 상태창을 열어 놓고 머릿속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강수호]
레벨 : Lv. 4
체력 – 19 민첩 – 17 힘 – 20 마나 – 16 감각 – 14
스탯 포인트 : 0
재능 : 차원 이동(SSS급)
스킬 : 없음.
“차원 이동……. 다른 차원으로 넘어갈 수 있는 재능이란 거지?”
말을 늘어놓으며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머리가 어느 정도 정리되자 곧장 인벤토리를 열었다.
“아, 맞다…….”
아쉽게도 이번에는 체력 회복 물약만 들고 와 버렸다.
이런 멍청한 놈.
지금 당장 가서 다른 걸 더 들고 오고 싶었지만…….
“피곤해.”
SSS급 최고급 물약을 온 것이기에 더 이상의 욕심은 사치라 생각했다.
기회는 넘쳐나니까.
“이 정도로 만족해야…….”
인벤토리를 닫으며 한숨을 내쉬던 그때.
와르르륵!
“으아악!”
갑작스레 쏟아지는 둥근 무언가.
자세히 확인해 보니.
“황금 사과?”
황금 사과가 거대한 보따리에 가득 들어 있었다. 그것도 100개나 넘게.
“이건 또 언제 들어 있었던 거야?”
SSS급 최상급 물약이 전부인 줄 알았다. 그것만 해도 충분하다 생각했는데, 인벤토리 안에는 100개가 넘어가는 황금 사과가 버젓이 들어 있었다.
메모지 하나가 붙어 있는 채로.
[소매 넣기 성공. ^.^]
“……소매 넣기 성공?”
몰래 넣었나 보다.
한두 개가 아니라, 한가득.
“그러면 일단은…….”
오늘 밤잠은 이미 다 잤다.
“천천히 음미하면서 먹어 볼까. 넘쳐나니까.”
황금 사과의 맛이 너무나도 궁금했다.
흐르는 침을 꿀꺽 삼켜내며 황금 사과에 손을 가져다 댄다. 강하게 움켜잡고 입에 가져다 대자마자…….
아삭!
탐스럽게 황금 사과를 베어 물었다.
먹방의 시작을 알리는 기분 좋은 소리가 울렸다.
* * *
“다 먹었다.”
황금 사과는 평범한 사과와 다르게 씨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꿀을 넣은 것처럼 달콤한 맛만 느껴질 뿐.
“백 개를 다 먹어서 그런지 배불러 죽을 것 같네.”
배를 통통 두드리며 만족한 듯 웃었다.
너무 맛있는 탓에 밤을 새우며 100개를 한 번에 다 먹었다.
한참을 소화시키자 시간은 벌써 새벽 6시.
“아카데미 갈 준비해야겠네.”
헌터로서의 재능이 생겼으니 눈치 볼 거 없었다.
빠트린 것이 없는지 한참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띠링!
“음?”
울리는 알람 소리.
허공에 떠오르는 메시지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강수호]
레벨 : Lv. 4
체력 – 19 민첩 – 17 힘 – 20 마나 – 16 감각 – 14
스탯 포인트 : 0
재능 : 차원 이동(SSS급)
스킬 : [트롤의 재생력(S급) : Lv. 1]
-황금 사과(S급)를 섭취했습니다.
-황금 사과(S급)를 섭취했습니다.
-황금 사과(S급)를 섭취했습니다.
-황금 사과(S급)를 섭취했습니다.
…
…
무수히 떠오르는 메시지.
어제 먹은 황금 사과들이 이제야 소화가 되어 떠오르는 듯싶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말도 안 되는 업적을 세웠습니다.
-스킬, 트롤의 재생력(S급)을 획득했습니다.
-체력 재생력이 영구적으로 10,000% 상승했습니다.
“…….”
스킬 한 개를 획득할 수 있었다.
평범한 스킬도 아닌, 무려 S급 스킬을.
“하하하하…….”
S급 헌터들 중에서도 소수만 가질 수 있는 S급 스킬.
“일단은 돈이 없으니까 물약은 헌터 상점가서 팔아야겠다.”
스킬은 나중에 천천히 확인하기로 했다. 언제든지 실험해 볼 수 있을 테니까.
“퇴실이요!”
강수호는 모텔을 빠져나가 유명한 헌터 상점으로 향했다.
* * *
“하암~ 오늘 들어올 물품은…….”
잘 팔고 수수료도 적게 받기로 소문난 헌터 상점의 주인, 신재현.
오늘 들어온 물품들을 확인하기 위해서 물품 장부를 펼쳤다. 정리된 장부를 확인하며 오늘 가져와야 할 물품을 살펴보고 있던 그때.
딸랑!
“음? 이 시간에 도대체 누가…….”
새벽부터 손님이 찾아왔다.
카운터를 벗어나 입구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보이는 한 남자. 검은 후드를 짓게 눌러 쓴 채로 걸어오는 손님을 볼 수 있었다.
달콤한 향기가 가득 퍼지는 손님.
‘이 향은?’
냄새를 맡자 헌터 상점 주인의 눈이 커지기 시작했다.
쉽게 맡아보지 못한 향. A급 이상의 황금 사과에서만 나는 특유의 향이 코를 달갑게 찌르고 있었다.
유명인들만 보다 보니 상점에 들어온 손님이 거물인지 아닌지 쉽게 눈치챌 수 있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이런 이른 시간에…….”
주변을 한참 두리번거리더니, 안에서 빨간 병 열 개를 꺼냈다.
“경매에 내보내려고 왔습니다. 물약 종류입니다.”
굵직한 남성의 목소리.
남성이 꺼낸 걸 확인해 보니, 평범하기 짝이 없는 체력 물약이었다.
‘물약?’
겉모습만 보면 평범한 물약이다. 던전을 클리어할 때 들고 오는 체력 회복 물약.
고작 체력 물약 열 개밖에 안 됐지만, 손님은 손님. 탐색 돋보기로 물건을 확인했다.
“자, 그러면 이 S급 돋보기를 통해서…….”
모든 아이템을 측정할 수 있다는 S급 돋보기. 그것을 사용해 보았다.
띠링!
알람이 울리는 것과 동시에 허공에 떠오르는 상태창.
[최고?(확인 불가능) 물약]
상태 : 최?(확인 불가능.)
등급 : SS?급(확인 불가능.)
효과 : 엘릭서보다 한 단계 낮은 물약이다. 하지만 뛰어난 연금술사가 만들어 낸 물약은 체력뿐만 아니라, 모든 상태 이상을 치료해 준다.
“…….”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두 눈은 검은 후드티 남자에게로 향해 있었다.
“하하하하.”
“하하하하.”
동시에 헛웃음을 지었다.
남자는 자신을 무시한 것에 대해서 매우 화가 나 있을 터. 연금술사들은 자존심이 매우 높기 때문에 이런 것에 예민하다.
“죄송합니다! 제가 귀인을 못 알아봤습니다.”
“흠흠, 됐습니다. 이걸 경매장에 올릴 것인데, 어떻게 생각합니까?”
“당연히 좋죠! 이런 물품을 열 개나 팔 수 있다니! 수수료는 1%만 받도록 하겠습니다.”
체력 물약같이 ‘체력’만 회복하는 물약이 아니었다.
모든 상태 이상을 치료할 수 있는 최고급 물약.
‘저번 물약보다 질이 훨씬 좋잖아?’
저번에 나왔던 S급 물약보다 질이 좋았다.
탁한 색이 존재하지 않는 깔끔한 물약.
꿀꺽.
저절로 마른침이 삼켜졌다.
물약 하나에 무려 1억을 받은 괴물 같은 물약.
그것을 마신 헌터가 증명해 본 결과.
‘모든 상태 이상과 상처가 낫는다고 했지? 랭커가 되면 얻기 힘들다는 스탯 또한 하나씩 얻었고.’
이번 작품은 어떤 효과가 있을지 기대됐다.
그때 나온 S급 물약도 아니고, 지구상에서 존재하지 않은 SSS급 물약.
“손님께서 원하신다면 지금 당장 계약서를 작성할 수 있습니다. 그리하시겠습니까? 수수료는 방금 말씀하신 대로 주시면 가능합니다.”
“알겠습니다. 1시간 안에 가능하겠습니까? 시간이 그리 많지는 않아서요.”
“아, 네! 그럼요. 금방 해 드리겠습니다.”
활짝 웃는 헌터 상점 주인. 그 뒤를 따라가는 검은 후드티의 남자의 입꼬리 또한 하늘로 승천해 있었다.
* * *
계약은 꽤나 빠르게 진행되었다.
낮은 등급의 아이템이면 몰라도, 높은 등급의 아이템. 특히 초레어 아이템은 상인 누구나 팔고 싶어 하니까.
“나중에 경매가 시작되면 제가 직접 연금술사님에게 문자 하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조만간 보지요. 여기 제 전화번호입니다. 되도록 유출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아, 넵! 당연하죠!”
전화번호를 전달하고 상점을 나왔다.
깊숙한 골목에 들어간 남자는 입고 있던 후드티를 벗었다.
앳돼 보이는 한 소년의 얼굴이 서서히 드러났다.
“안 들켰네.”
소년은 당연히 강수호.
열 개의 물약을 다 팔았지만, 그럼에도 물약은 넘쳤다.
“최소 10억.”
저번에 나왔던 최상급 물약은 최고 경매가로 1억에 팔렸다. 그것도 하나에.
대강 계산하면 열 개니까 10억.
“일단 아카데미부터 가야겠지.”
검은 후드티를 벗어 던지자 입고 있었던 교복이 보인다.
오늘은 특히 중요한 날이기에 단단히 옷매를 다잡는다. 그리고 곧바로 아카데미로 향했다.
* * *
“씁……. 후~”
하얀 연기가 뿜어져 나온다.
3학년 담임을 맡은 김형석. 그가 창문에 걸터앉아 담배를 피웠다.
“멍청한 놈. 드디어 갔겠지? 속이 다 시원하군.”
직접 강수호를 퇴학시킨 장본인.
그는 특히 강수호를 싫어했다.
길드에서 아카데미 학생들을 보러 오는 비스름한 이벤트가 있었다.
선택받은 학생들이 있어야지만 월급이 상승하니. 그에게 강수호는 방해꾼일 뿐이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라는 말은 다 옛말이란다. 세상에 노력만 해서 다 되는 거면 다 잘해 먹고 잘살고 있겠지. 풉. 흐하하하!”
어젯밤도 이 생각 때문에 잠을 설쳤다.
2년 동안 고구마를 먹다가 드디어 사이다를 쭉 들이켰으니까.
“아침에 피우는 담배가 제일이지.”
헌터를 그만두고 선생이 되고 나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 시원하면서도 칼칼한 담배를 끊을 수도 없었다.
“이제 시간도 됐으니 얘들 만나러 가야지. 오늘도 즐거운 하루를……!!”
창문을 닫으려 손을 뻗었다. 아직 날이 추운 터라 빠르게 창문을 닫으려던 그때.
“음?”
두 눈에 보이는 익숙한 학생.
대부분의 학생은 기숙사 생활을 한다. 등교하는 학생은 부잣집이거나, 길드에 다니는 헌터.
‘전혀 아닌데…….’
하지만 지금 본 학생은 그런 쪽에 속한 부류가 아니었다. 오히려 완전히 반대에 속한 부류지.
“설마…….”
얼굴을 보니 머릿속에 바로 떠오르는 학생. 어제 나가라고 했던 그 학생의 얼굴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에이, 설마. 아니겠지. 그 정도로 눈치 없을 리가…….”
그럴 리 없다 생각했다.
뇌가 장식이지 않은 이상에야 이곳에 와서는 안 됐는데.
“…….”
다시 한번 창문을 열어 얼굴을 확인했다.
발부터 머리까지 차근차근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정확히 얼굴에서 멈췄다.
“젠장. 저 멍청한 놈. 그렇게 오지 말라고 했을 텐데.”
어제 쫓겨낸 강수호가 보란 듯이 운동장을 걷고 있었다. 정말이지 한심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다.
‘어차피 다시 내쫓을 건데.’
당당하게 걷는 그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내린 결정이 아니었다. F급 헌터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음을 인지한 길드들과 협회가 내린 결정.
“한마디하고 와야겠군.”
그는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강수호에게로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