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2. 나 빼고 다 고인 물(2)
SSS급 재능.
지금까지의 실습 성적 모두를 만회할 재능이다.
사소한 문제가 있다면 이동한 곳이 도대체 어디냐는 거다.
“산 같은데…….”
-재능, 차원 이동(SSS급)을 사용했습니다.
-차원 이동은 당신이 원할 때면 언제든지 사용 가능합니다.
허공에 떠오르는 시스템의 메시지.
뭐가 뭔지 알 수 없었다.
“차원 이동? 뭐 이런 재능이 다 있어? 마법 계열 재능도 아니고, 그렇다고 물리계 재능도 아니네.”
차원 이동이란 재능은 또 처음 들어본다. 마나가 없으면 사용 불가능한 재능은 들어 봤어도.
“돌겠네. 시간은 넘쳐나니까 여기가 어딘지부터 살펴봐야겠지.”
시간은 넘쳐난다.
과학으로도 증명되지 않는 뛰어난 시스템이 이곳에 언제든지 있어도 된다고 했으니까.
“일단…….”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 손에 들고 있던 상자는 없어진 지 오래.
“음? 저건 뭐야?”
하염없이 걷고 있던 그때, 발견한 빛나는 돌. 겉으로 봐서는 뭔지 모르겠다.
“이런 게 왜 동굴 안도 아니고, 밖에 박혀 있는 거지?”
철 이상의 가치는 되어 보였다.
비싸 보이는 돌.
“상태창.”
뭔지 확인해 보기 위해 시스템을 활용했다.
F급 각성자.
F, E급의 아이템이라면 상태창을 보여 줄 것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스템은 빛나는 광석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 주었다.
[미스릴]
상태 : 최상
등급 : SSS급
효과 : 힘이 좋은 광부도 이 광물을 쉽게 캐거나, 제련하지 못한다. 하지만 만약 이 광석을 캐서 제련한 뒤에 방어구를 만든다면 용의 비늘만큼이나 단단함, 살과 맞닿을 시 찰과상을 입을 반사성, 입지 않은 것처럼 가벼운 방어구가 만들어진다.
“……SSS급?!”
보이지 않아야 할 상태창이 떠오르자 저절로 입이 벌어졌다.
모두가 얻고 싶어 하는 미스릴. 거기에 상태도 최상인 광물이 1,000m 깊은 동굴에 있는 것도 아니고, 뻔히 보이는 바깥에 있었다.
“이건 또 뭐야?”
하지만 놀람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반짝이는 미스릴과 다르게 무지갯빛을 뿜어대고 있는 돌.
“상태창?”
곧바로 상태창을 열어 무엇인지 확인했다.
[오리하르콘]
상태 : 최상
등급 : SSS급
효과 : 미스릴과는 차원이 안 되는 단단함을 가지고 있다. 미스릴처럼 방어구에 사용하긴 하나, 무기에 더욱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미스릴과 마찬가지로 광부는 캐기 힘들 정도의 단단함을 가지고 있다.
“…….”
F급 각성자는 보통 F, E급 아이템만이 확인 가능했다.
탐색 스킬 같은 게 있지 않은 이상 높은 등급은 확인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한 이야기. 하지만 시스템은 미스릴, 오리하르콘의 상태창을 버젓이 보여주고 있었다.
“왜 SSS급이지? 원래 S급 아닌가?”
더군다나 알던 것과 다른 등급.
실습실에서 미스릴과 오리하르콘을 본 적 있는 강수호. 그것들이 무슨 등급인지 아주 정확히 알고 있었다.
‘실습 시간 때 탐색 돋보기로 본 건 분명히 S급이었는데. 이번에 힘들게 얻은 비싼 오리하르콘이라고.’
상태는 지금과 같은 최상.
신기한 건 오리하르콘이란 비싼 광물이 왜 여기에 있냐는 거다.
“신기한 세계네.”
차원 이동이라는 재능.
상태창을 확인한 결과, 오직 하나의 차원만 마음대로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그런 재능이었다.
“그러면 여기서 광물을 얻고 돌아가면 되는 건가?”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오리하르콘, 미스릴은 특히 귀해서 국가가 관리하는 매우 희귀하고 비싼 광물이다.
“SSS급이라는 새로운 등급이니까 비싸게 팔리겠지.”
손이 근질근질하다.
지금 당장 오리하르콘, 미스릴을 캐서 비싼 값에 팔고 싶었으니까.
“인벤토리.”
실습실에서 사용하는 나무 곡괭이를 꺼냈다.
인벤토리까지 간섭하지 않았는지, 넣어 두었던 그대로 저장되어 있었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곡괭이를 내리찍었다.
깡!!
‘몇십억을 얻는데, 힘든 게 대수냐!’
평범한 곡괭이로는 최소 몇천 번은 두드려야 채집 가능한 오리하르콘.
몸이 좀 힘들지만,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몇십억을 버는데 조금 힘들면 될 거라는 생각과 함께 다시 한번 곡괭이를 내리찍었다.
깡!!
띠링!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떠오르는 메시지.
-오리하르콘-(광석ver)- (999,999,999,998/999,999,999,999)
-나무 곡괭이의 충격으로 인해 오리하르콘(광석ver)의 내구도가 1 깎였습니다.
“…….”
들어 올리려던 곡괭이를 멈췄다.
숫자가 얼마나 많으면, 잠시 멈춰 셀 정도였다.
“구천구백구십구억?”
몇 년을 내려쳐도 절대 캐지 못할 채집량. S급과 SSS급이 다르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아놔…….”
인벤토리에 다시 나무 곡괭이를 넣었다.
오리하르콘을 채집할 시간에 뭔가를 더 찾아보는 게 좋을 듯하다.
“마을이라도 있나?”
나무가 가득한 숲.
숲이 있으니, 근처에 마을도 있을 거다.
강을 찾아 그 흐름을 따라갔고.
“진짜 마을이 있네. 평범한 중세 시대 마을인 것 같은데…….”
강가를 따라가자 마을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내려가 보자.”
빠른 속도로 숲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곳이 중세 시대라면, 어떤 시대의 사람들이 살고 있을지 궁금했으니까.
‘검이나 마법 같은 걸 사용하겠지?’
판타지에서나 나올 법한 중세 시대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두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생각에 흥분하며 숲을 빠져나가 마을로 향했다.
* * *
“구식 마을은 아니네.”
마을에 도착했을 때, 상상 속에만 있던 중세 시대 마을은 머릿속에서 지워졌다.
작은 소규모 마을이었지만, 갖출 건 다 갖추어진 마을.
신기한 점이 있다면.
“황금 사과 하나에 10 브론즈! 싸다, 싸!!”
“용의 숨결 하나에 50 브론즈! 정력에 좋아서 남자들한테 특히 좋습니다! 파격 할인해서 반밖에 안 받아요!”
미스릴, 오리하르콘보다 귀한 아이템들을 거의 공짜로 뿌려대고 있다는 거다.
주변 말을 들어보니 브론즈가 제일 낮은 화폐. 그다음이 실버와 골드, 이렇게 나누어져 있었다.
‘체력 재생력을 100% 영구적으로 올려 주는 황금 사과(A급)가 고작 10 브론즈? 그리고 용의 숨결(S급)이라면 모든 저항력을 30% 올려 준다는 그 사기성 소모 아이템이?’
입을 쩍 벌리며 상점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처음 보는 아이템도 있어서 쉽게 눈을 뗄 수 없었다.
“넌 누구지? 못 보던 놈인데?”
“네?”
한참 주변을 둘러보고 있을 때, 말을 거는 중년 남성.
지나다니던 모든 사람이 귀족처럼 빛나는 갑옷을 입고 있었다. 그중에서 강수호에게 말을 건 중년 남성은 주변 사람보다 더욱 빛나고 있었다.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강수호를 쳐다본다.
“그러게? 여기서 못 보던 친구네?”
“저 그게…….”
옆에 있던 상점 주인도 궁금한 듯이 쳐다본다.
강수호가 당황한 듯 말을 더듬는다.
“누구야?”
“저 사람, 처음 들어온 사람이라는데?”
“에이, 그게 말이 되나? 여기에 사람 안 들어온 지가 언젠데.”
상점 주인의 말에 순간 모든 관심이 강수호 쪽에 쏠린다.
외부인이 환영받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건 좀…….’
경계가 너무 심하다.
지금 당장에라도 죽여 버릴 것 같은 기세가 흘러나온다.
“하하하하.”
살벌한 기세가 울대에서 정확히 느껴졌다.
털끝 하나하나가 솟아오르는 소름 돋는 느낌.
스르릉-
검을 꺼낸 중년 남성.
얼마나 날카로운지, 쇳소리가 귀에 울리자 온몸에 닭살이 돋았다.
“너는 누구지?”
“…….”
살벌한 눈으로 잔뜩 경계한다.
목에 검을 대고 더욱 깊숙이 안으로 들어온다.
S급 헌터를 직접 만나 본 적 있어서 알 수 있었다. 이 기세가 S급 헌터를 가뿐히 뛰어넘고 있다는 걸.
‘도대체 어디에 온 거지?!’
앉아서 시원한 무언가를 마시던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곁으로 다가온다.
“제대로 말하지 않는다면, 지금 여기서 내 검이 더 안쪽으로 파고들 것이다. 당장 말해라! 어떻게 여길 들어왔지?”
“…….”
오줌이 지리도록 무서웠다.
산적을 닮은 사람이 검날을 천으로 닦아내면서 날카로운 눈빛을 빛냈다.
지금 당장 죽일 것만 같은 모습.
“차원 이동해서……요?”
“…….”
“하하하하.”
강수호의 말에 사람들의 표정이 점차 썩어가고 있었다.
“좋다. 외부인이라고 했으니 문제를 하나 내도록 하지.”
“네.”
“좋다.”
검을 거둔 중년 남성이 질문 하나를 던져주었다.
누가 들어도 정말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할 수 있는 질문.
“지나가다 근처 동굴에서 오리하르콘을 봤나?”
“아, 네. SSS급 오리하르콘 말하는 거죠?”
“그래.”
숲에서 발견한 동굴 바로 옆에 있던 오리하르콘.
곡괭이가 먼저 부러질 것 같아서 한 번 휘두르고 건드리지도 않았다.
‘건드리면 안 되는 건가?’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질문이 이어졌다.
“그 오리하르콘을 몇 개나 캐 봤지?”
“……네? 몇 개나 캐 봤냐고요?”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오리하르콘을 몇 개나 캐 봤냐니?
질문 자체가 이상했다.
“하나도 못 캤는데요? 원래 못 캐는 거 아닌가요? 말도 안 될 정도로 내구도가 높던데.”
“흠. 그러니까 캘 수 있는 오리하르콘이……. 아니, 뭐로 캤지?”
그는 잠시 망설이더니 질문을 바꿔 말했다.
오리하르콘은 평범한 나무 곡괭이로도 캘 수 있다.
강수호는 인벤토리에서 나무 곡괭이를 꺼내며 말했다.
“나무 곡괭이로 캤는데요?”
“…….”
순간 주변에 침묵이 맴돌았다.
평범하기 짝이 없는 나무 곡괭이를 내민 강수호.
“지금 나랑 장난하나?!”
“네? 정말인데요?”
나무 곡괭이를 내밀자 사람들이 더욱 화낸다.
중년의 남성은 강수호의 멱살을 잡으며 소리친다.
원인을 알 수 없는 그들의 행동에 놀라는 것도 잠시.
“네가 뉴비도 아니고, 고작 이런 나무 곡괭이를 사용한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우리 마을 사람 중에 누구도 그런 쓰레기 같은 나무 곡괭이를 사용하는 사람은 없어!!”
“……네?!”
나무 곡괭이를 사용하지 않는다니?
보통 희귀 광물을 캘 때 나무 곡괭이를 사용한다.
오래 캐야 하지만, 많은 양을 온전히 얻을 수 있다는 이유로.
“너는 누구지? 너의 등급을 말해?! 정체를 밝히란 말이다!”
“등급이요?”
그때 또 다른 질문이 들렸다.
그에 날카로운 기세가 몸 전체를 덮쳐 오기 전에 빠르게 답했다.
“F급이요! 저 F급이라고요!”
“…….”
“이건 정말이라고요! 거짓말 아니에요! 그러니까 살려 주세요!”
다시 한번 침묵이 이어졌다. 뭔가 잘못되었음을 인지하고 있을 때, 누군가 큰 소리로 외친다.
“시, 싱싱한 뉴비다! 싱싱한 뉴비가 왔어!!”
“……?”
“뉴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