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자가 게임을 잘함-359화 (358/361)

359. 외전 역전의 제나 24

방송 닉네임 'ISK'은 In Sider Kwon Ji Hyun의 약어지만.

표면상은 In Sider Kirl의 약어로서, 인싸녀이라는 의미를 가졌다.

즉, 닉네임에 따르면 그녀는 인싸였다.

-아 ㅈㄹㄴ

물론 누구도 믿어주지 않았다.

"아니, 진짜라니까요? 왜 안 믿지?"

-K야...

-이스게이야...

-아싸인싸게이야..

그녀의 방송에 시청자가 입장하면 화면 우측 하단의 'ISK'그녀가 반겨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똘망똘망한 붉은 눈동자는 루비 같이 총명하며 붉다.

오밀조밀한 이목구비는 너무 오밀조밀한 나머지, 눈과 입 외엔 존재가 사라질 정도.

화룡점정으로 아기자기한 3등신 체형이 그 귀여운 인상에 정점을 찍어준다.

그래.

3등신.

방송에서 보여지는 ISK의 분신은 웹캠으로 비춰지는 실제 모습이 아닌, 데포르메 된 2D 캐릭터 일러스트였다.

ISK는 간혹 '듀라한'이라는 멸칭으로서 분류되는 부류의 방송인이었다.

평균 시청자는 100명 안팎.

주요 컨텐츠는 종합 게임.

그리고 시청자들이 느끼길 닉네임과 정반대되는-

-아싸

였다.

"아싸 아니래도!"

-그냥 기분 좋아서 그런 건데요 아싸~ 좋구나~

-그러게요; 왜 과민반응 하시지

-혹시 찔리셔서 그런 건가요?

어떤 시청자가 닉네임의 뜻을 물으면 ISK가 답한다.

그렇게, 인싸 아싸 논쟁이 일어난다.

그녀의 방송에선 툭하면 일어나는 상황으로서, 이제는 ISK 방송의 메인 컨텐츠 중 하나라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이는 그녀가 실제 모습이 아닌 2D 일러스트를 자신의 분신으로서 내세우는 것과는 무관했으며 어디까지나. '인싸녀'를 표방하면서 '아싸' 냄새를 풀풀 풍기는 그녀의 타격감 오지는 모순적인 이미지 때문이었다.

-아싸란 소리에 찔리는 ISK님 보니까 미국인이 김치가 너무 매워서 '오 스파이씨~'라고 했더니 갑자기 김정금 만세 외치면서 미국인 죽이려하던 탈북인이 떠오르네요-그 드립 내 눈 앞에서 쳤으면 나도 김정금 만세 외치면서 님 죽이고 월북했을듯 -이래도 발언의 자유입니까? 이래도 민주주의입니까?

-우리반에 민주라는 여자일찐 있는데 무섭긴 해

-어쩌라고 ㅄ아

-너무하네

-채팅창 또 곱창났네

-(손 들고 질문하는 이모티콘) 인싸걸님 질문 있습니당 저 이번에 감주 처음 가 보려고 하는데 팁 있나요?

"아, 네! 감주요? 엥? 감주에 처음 간다고요? 어… 감주…? 그거 그, 식혜같이 달달한 술 아닌가요? 그런 것만 파는 술집에 가시는 건가?"

-ㅋㅋ

-ㅋㅋ~

-올~ ㅋㅋ

-아 그렇지 ㅋㅋ 감주가 그거긴 하지 ㅋㅋ

"아니 뭔데요 갑자기 또."

-(손 들고 질문하는 이모티콘) 인싸걸님 그러면 헌포는 뭔지 아시나요?

"헌포? 헌포? 음… 헌터…?"

-오 ㅋㅋ

"아! 응! 헌터! 그래, 몬스터 헌터 포…!? 맞나!?"

-이열 ㅋㅋ

-제법인디 ㅋㅋ

-인싸 맞나보네~

-누가 봐도 인싸네 ㅋㅋ

"아니~ 맞다니까요~ 그런데, 이것들이 도대체 인싸인 거랑 무슨 상관이에요?"

-인싸인데 그걸 몰라요?

"허, 참나. 됐어. 내가 무슨 말만 하면."

-(손 들고 질문하는 이모티콘) 인싸 이스게이님 질문 있어용

"앗, 넵! 뭔가용. 아, 그리고 이스게이가 아니라 이스케이입니다! 발음에 주의해 주세요!"

-갑자기 클럽곡이 땡겨서 그런데 요즘 클럽에서 유행하는 곡이 뭔가용?

"네!? 아, 잠시만용… 어디 보자…."

-??? 키보드 두들기는 소리 들리는데 설마 검색해보시는거 아니죠?

"아, 아닌데요? 아, 참고로 엠 피 붐이라는 노래가 인기가 많습니당~ 참고하세요~"

-에미 붐이요?

-지금 패드립 하신 건가요?

"뭔 소리야! 엠피 붐이요! 엠피 붐! 마나하는 엠피 할때 엠피! 붐!"

-아~ ㅋㅋ

-난 또 ㅋㅋ

-아싸라 놀려서 갑자기 급발진 한 줄~ ㅋㅋ

"아니, 이 사람들 큰일 날 소리 하시네! 제가 그런, 못된 말 할 사람으로 보여요!?"

-뭐 인싸들끼린 패드립 정도야 농담처럼 하지 않나요?

-ㄹㅇ ㅋㅋ

-맨날 '엄'거리는 애들 있잖아요 ㅋㅋ 그게 인싸들 전용 패드립임

"헐, 진짜요? 저, 그거 모르고 막 따라하고 그랬는데. 사람 이름이라면서요!"

-생각해 보셈 사람 성씨가 어떻게 '엄'임ㅋㅋ

"그, 그렇긴 한데…."

-크 역시 인싸 ㄷㄷ

-시청자들한테 무차별로 패드립을 박아 버리네 ㄷㄷ

-두렵다 인싸!

"아, 아니에요! 모르거 한 거예요! 미안해요!"

-그렇지 ㅋㅋ패드립 해놓고 미안하면 끝나지 ㅋㅋ

-??? : 아 ㅅㅂ 체육복 좀 더러워질 수도 있지 미안하다, 됐냐?

-??? : 아 맞다 니 게임기 잃어버렸다 미안~

-인싸 맞네 ㄷㄷ

-인싸 고증 오지네요

"헝…."

-근데 이스게이님 방금 추천해 주신 노래 검색해 보니까 단풍 이야기 클럽 맵 OST라는데요?

"엥!?"

-그리고 '요즘 클럽에서 유행하는 곡' 검색하니까 가장 위에 저 곡 나오는데요?

"아, 아니! 그런 우연이…~"

-찰랑!

"인싸게이야... 님이 천, 원을 후원했습니다."

"이 새기, 요즘 클럽에서 유행하는 곡 뭐냐는 질문 받고 바로 '요즘 클럽에서 유행하는 곡이 뭔가요'검색해서 알려준 거였네 쿸쿠~ 뭐 이런 얼빠진 아싸 새기가 다 있어~"

-찰랑!

"인싸게이야... 님이 천, 원을 후원했습니다."

"라고 할 뻔~"

-아~ ㅋㅋ 라고 할뻔~

-아 휴 ㅋㅋ 난 또~

-진짜 그렇게 말하는 줄 알고 식겁했네 ㅋㅋ

-와 그런데 진짜 기가 막힌 우연이네요~ ㅋㅋ

-ㄹㅇ ㅋㅋ

-기막히는 우연일 뿐이니까 인싸게이님 음해하지 말아주세요~-1/12312412412312312확률 못 믿고 인싸게이님 음해하는 새끼들 다 쳐내!

-다나가!!!

"헝…."

머지않아 채팅창이 진정되고, 그녀가 오늘의 컨텐츠를 선정하려 하던 순간이었다.

-찰랑!

"인싸게이VS아웃비싸레즈 님이 10,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그런데 언니 제가 일본에서 사온 선물 도착하면 언박싱 해주신다면서요 아직도 도착 안 함?"

그녀의 열혈 팬 중 한 명인 시청자가 그렇게 운을 뗐다.

-ㄷㄷ 듀라한의 언박싱 ㄷㄷㄷㄷ

-캠없는 언박싱 컨텐츠

-언박싱 ASMR ㄷㄷ

"아 맞다!"

박수 소리와 함께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 도착한다 하긴 했는데, 잠깐만요~"

핸드폰 문자를 확인한 그녀가 "어?" 당황을 내비쳤다.

"이상하네? 도착, 했다는데요?"

-(소름주의)

-일본에서 사온 선물이 아무고토 인가보네요 ㄷㄷ

-혹시 택배 담당자 이름이 박정후 인가요?

-ㄷㄷㄷㄷ 택배 꿉 당했네

-인싸게이VS아웃비싸레즈 : 아니 그럴 리가 없는데?

-인싸게이VS아웃비싸레즈 : ㄱㄷ 확인해 봄

-인싸게이VS아웃비싸레즈 : 아 ㅋㅋ

-인싸게이VS아웃비싸레즈 : 언니 미안 ㅋㅋ

-인싸게이VS아웃비싸레즈 : 주소 잘못 적었엉

-인싸게이VS아웃비싸레즈 : 밑집에 갔다네 ㅋㅋ

"뭐, 뭐라고!?"

ISK의 난처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채팅창에선 축제가 벌어졌다.

-엌ㅋㅋㅋㅋㅋㅋ

-아싸게이 팬이 아니라 밑집게이 팬이었누...

-와 ㄷㄷ 아씨게이님 밑집게이님 윗집에 사셨나요

-대박 ㄷㄷㄷㄷㄷ

"어, 어? 밑집게이라는 분이 진짜 계세요?"

-개세 요?

-권지현 曰 : 밑집 게이 분이 진짜 개새~더라~

-? 왜 그렇게 놀라시죠? 님 밑집에 게이가 사는게 그렇게 놀라운 일인가요?

-요즘같은 다양성의 시대에 이웃에 게이좀 산다고 너무 호들갑 떠네 ㄷㄷ;

-트리위키/논란/아싸게이/동성애혐오

-아싸게이님 그렇게 안 봤는데 실망입니다..

-찰랑!

"인싸게이야... 님이 10,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이 분 길거리에 혼자 돌아다니는 흑인 보면 바로 분실물 센터에 전화걸 듯 드드드."

-어허 ㅋㅋ

-미친놈 아니야 저거 ㅋㅋ

-찰랑!

"인싸게이야... 님이 10,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라고 할 뻔~"

-아~ ㅋㅋ

-라고 할 뻔 ㅋㅋ

"아앗! 안 돼요 이번 건! 너무 못된 말! 후원해주셨는데 죄송하지만, 일주일 채팅 금지 드릴게요! 반성하세요! 웃은 분들도 같이!"

-ㄹㅇ ㅋㅋ 미친놈들 많네 ㅋㅋ

-분실물센터 ㅇㅈㄹ ㅋㅋ

그렇게 한바탕 난리가 있었기 때문일까.

혹은, 앞일을 생각했기 때문일까.

"후…."

ISK는 특히나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근데 이 찐따쉑 ㅋㅋ 남의집에 잘못 배달간 택배 받아올 수는 있냐?

-ㄹㅇ ㅋㅋ 게임에서 눈 마주쳐도 말 저는 찐따 새긴데

"아니, 저기요! 찐따라니요!"

-아 아싸를 잘못 말헀습니다 죄송합니다

"알겠습니다, 사과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부턴 주의해 주세요."

-네~

-아싸라는데 좋다누ㅄ ㅋㅋ

"아! 아싸라고도 하지 마세요!"

-싫은데? ㅋㅋ

-무슨무슨죄로 고소해 보던가~

-사실적시 명예훼손 ㅋㅋ~

"헝…."

-아니 그래서 아싸게이야... 어떡할 거누

"어떡…하긴요… 제가 가서 받아와야…겠죠?"

-그걸 왜 우리한테 물어봐 ㅋㅋ

-정 못하겠으면 경비실에 전화해서 대신 보내달라 하죠 ㅇㅇ;

-트리위키/ISK/논란/경비원갑질논란

"아니! 이분들, 아까부터 무슨 소리 하시는 거야. 저, 문제 없거든요!? 무슨 사람을, 대인 기피증이라도 앓고 있는 것처럼!"

-앗 지금 대인 기피증 있는 사람들 비하하시는 건가요?

-ㄹㅇ; 저도 키180CM이상인 사람 혐오하는 대인 기피증 환자인데 좀 불쾌하네요-저는 소인 기피증 환자인데 님이 좀 불쾌하네요

-시발아

-전... 중국인 기피증 환자입니다

-전 일본인 기피증 환자예요

-뭔 놈의 방송이 죄다 환자밖에 없누

-시청자들이 다 환자인데 환자 비하 레전즈 ㄷㄷ

"아, 아니에요! 그런 의도로 한 말! 혹시 정말로 기분 나쁘셨던 분들 있다면 죄송합니당… 어쨌거나,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문제없다는 거예요! 이웃집 분한테 잘못 간 택배 받아오는 것 정도야! 그거 뭐, 그냥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하면 되는 거잖아요! 이사 떡 돌리듯이! 이사 떡을 돌려 본 적은 없지만, 마침 그런 걸 한 번 해 보고 싶었거든요!"

-뭐라누

-K-소리 ON

-말하는 거 보니 벌써부터 당황한 게 보이는데요 ㅇㅇ;

-그렇게 자신있으시면 당연히 방송하시겠네요?

-ㄹㅇ ㅋㅋ

-이거 방송 안 하면 선 넘는 거지

-방송인이 이런 이벤트 중계 안 한다? ㅋㅋ 닭으로 태어났는데 치킨 안 되려고 발버둥치는 격이지 -닭들아 십간이 미안해 -그러면 결정됐네 방송하는 걸로 ㄹㅇ;;

-나 판사인데 ㅇㅈ한다

"어, 어…? 아, 아니. 저기요 여러분… 그런 거 봐서 뭐가 재밌다고 방송을 해요…."

-입닥쳐 재밌는지 재미없는지는 시청자인 우리가 판단하니까 -ㄹㅇ 선넘지 말라고 방송인주제-우리가 방송 봐 주니까 죠스로 보여?

"헝…."

정신을 차려 보니 채팅창엔 이미 방송을 하지 않을수가 없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다.

ISK는 그들이 실망할까봐 차마 하지 못하겠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뭐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잖아…?'

다른 관점에서 보면 방송을 살릴 기회이기도 했고.

팬이 실수로 밑집에 보내 버린 선물을 회수해 온다!

꽤 유쾌한 이벤트가 아니던가.

그 규모가 평균 시청자 100명 안팎에, 미튜브 구독자는 겨우 1만을 넘는 수준으로 아주 작다곤 하나.

그녀는 어엿한 방송인이었고, 그에 대한 자부심과 욕심도 갖고 있었다.

"…알았어요. 할게요!"

그녀는 그렇게 결심을 굳힌 뒤에야 문득 궁금해졌다.

"아, 그러고 보니. 아웃비싸야. 그 선물이라는 게 뭐야?"

-아싸게이VS아웃비싸레즈 : 제가 좋아하는 동인지요

-동인지 그거 야한 만화 아님?

"에에엑!?"

-아싸게이VS아웃비싸레즈 : ㄴㄴ 오해임 동인지 야한만화라는 뜻 아님

"아… 휴, 깜짝이야."

-아싸게이VS아웃비싸레즈 : 근데 야한만화는 맞긴 해 제가 그때 말했던 BL물임

"야!"

-으아악

-아싸게이라고 진짜 게이물 보내줬네 ㅅㅂ

-아싸게이야... 너 그런 거 보니...?

-닉값 ㄷㄷ

-아싸게이게이야...

-아니 근데 이러면 ㅈ댄거 아님? ㅋㅋ

-ㄹㅇ ㅋㅋ 그냥 망가도 아니고 BL 망가를 다른집으로 보내 버렸누 ㅋㅋ-망가는 일본어로 그냥 만화라는 뜻인데요?

-한국어로는 야한 만화라는 뜻이니까 그려려니 해 이 자이니치새기야 -ㄹㅇ ㅋㅋ-와 근데 이거 이러면 난이도 확 높아지긴 하는데? ㅋㅋ-ㄹㅇ ㅋㅋ 이웃집한테 BL망가 내놓으라고 하는 건 인싸도 힘들텐데 ㄷㄷ-아싸게이 ㅈ댔누

"…아, 아니! 택배 개봉 안 하면, 그런 물건인지 모르잖아요!"

-안 개봉하면 그렇겠지 ㅋㅋ

"아니, 잘못 온 택배인데. 운송장 확인도 안 하고 그걸 열겠어요!?"

-난 보통 집에 택배오면 운송장 확인 안 하고 일단 열어보는데? ㅋㅋ-ㄹㅇㅋㅋ 나도

"아니야! 안 여셨을 거야! 여러분이 이상한 거예요! 에베베베, 안 들려 안 보여!!!"

그렇게 ISK, 권지현은 애써 현실은 부정하면서도 쫓기듯 다급히 행동에 나섰다.

화장실에 가서 용모를 간단히 확인한다.

"…."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한 권지현의 표정이 쭈구러졌다.

그녀가 초등학교 5학년이던 시절, 곧잘 어울리던 무리의 우두머리였던 여자 아이가.

자신이 좋아하던 남자 아이가 그녀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그녀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그 괴롭힘은 초등학교에 걸쳐 중학교까지 이어졌고.

결과, 권지현의 인격에 두 가지 속성이 부여되었다.

'소심함'과 '낮은 자존감'이었다.

때문에, 고등학교를 나와 명문 대학교에 진학해도 그녀의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녀를 무시했고.

무시하지 않는 사람들은 그녀를 경멸하거나 괴롭혔다.

게임은 그녀가 우울한 일상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도피처였다.

게임에선 그녀를 무시하는 사람도, 괴롭히는 사람도 없었다.

오히려, 그녀의 잘 꾸며지고 성장된 캐릭터에게 호감을 갖고 무한한 호감과 존중을 표했다.

언젠가부터 권지현에게 '자기 관리'란 게임 캐릭터를, 가상의 분신을 꾸미고 성장시키는 일이 되었다.

공부 역시, 부모에게 그걸 허락받기 위한 방편에 불과했다.

현실의 권지현은 방치됐다.

지금 거울에 그 결과가 있었다.

관리되지 않은 피부.

아무렇게나 길러 대충 머리띠로 넘기고, 뒤로 묶은 머리카락.

구부정한 자세.

화장하는 방법도 모른다.

지금 이 비루한 모습이, 자신의 가장 잘 꾸며진 모습이었다.

'….'

그녀는 문득 누군가가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그분도 원래는 관리 안 했다고 하셨었지….'

최근 그녀가 완전히 빠져 버린 방송인이었다.

그녀가 알기로, 그는 방송을 하기 전까진 외모 관리를 안 했었다.

외모 관리를 안 하는 그는 수수하고 평범한 학생이었다.

하지만 방송과 함께 외모 관리를 시작한 이후, 그는 빛나기 시작했다.

단순히 외모에 한정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권지현에게 있어 외모는 부차적인 요소였다.

권지현은 나날이 눈에 띄게 찬란해지는 그의 자신감과 자존감이 너무나도 멋지다고 생각했다.

부럽다고 생각했다.

'나도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잠깐 동안 그런 생각을 하던 권지현은 쓰게 자조했다.

'그럴 리가.'

그녀는 찬물로 세수를 한 뒤 여러 의미로 정신을 차렸다.

본론으로 돌아온다.

'어차피 한 번 보고 말 사람이야… 그 사람은 나한테 아무것도 못해… 중요한 건 시청자들이야… 시청자들한테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돼….'

ISK는 그녀의 가장 중요한 분신 중 하나였다.

'권지현'따위 보다 훨씬 중요하다.

그러니, 권지현이 어떻게 되든.

ISK로서 시청자들에게 인정받는 게 더 중요했다.

그녀가 자신의 볼을 짝짝 두드린 뒤, 컴퓨터 앞으로 돌아가 시청자들에게 말했다.

아주 씩씩하게.

"자, 그러면 여러분! 가 볼게요!"

* * *

"헝… 왜 대답이 없으시징…."

밑집의 문 앞.

권지현은 걱정되고 또 긴장됐다.

문에서 나온 누군가가 자신을 무시하고 경멸할까봐?

아니.

그럼으로써, ISK가 현실에서 얼마나 볼품없는 놈인가 시청자들에게 들킬까봐.

만약에 자신의 외모를 비롯한 신상정보를 언급하는 순간을 대비해, 그녀는 언제든지 방송을 종료할 수 있도록 핸드폰을 쥔 손을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그녀가 방송 현황을 확인했다.

[163명]

최근들어서 가장 높은 시청자.

최근들어서 가장 뜨거운 반응.

경직되었던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찰랑!

"응?"

그때 들려오는 언제 들어도 기분 좋은 영롱한 소리.

시청자들이 자신을 좋아해주고 있다는 증거.

"... 님이 천, 원을 후원했습니다."

"문 두드리면서 '내 BL망가 내놔!!!'하면 10만원."

10만 원.

부유한 집안의 귀한 딸로서, 20대 초반에 이미 경제적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그녀에겐 아무래도 좋을 액수였다.

그러나 그 10만 원이 갖는 의미.

시작한지 어언 2년이 다 되어가는 그녀의 방송 규모는 몹시 한미했다.

평균 시청자 100명 안팎에.

구독자가 겨우 만 명을 넘는 미튜브.

그런 한미한 방송에서, 10만 원 후원은 엄청난 대사건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니만큼 자신의 방송은, ISK는 더더욱 인정받게 될 터다.

-와 10만원 ㄷㄷㄷㄷㄷㄷ

-치킨 다섯마리 ㄷㄷㄷㄷㄷㄷ

-나 시켜줘 ^^ㅣ발!!!!!!

-ㄹㅇ;; 10만원 나한테 주면 문 부술 수도 있다

-나는 문 부수고 나오는 사람까지 부술 수 있음

-그럼난 ^^ㅣ발 나 잡으러 오는 경찰들도 다 부술 수 있음-그쯤되면 그냥 뭔가를 부수고싶은게 아니누?

-미션 나한테 양보하면 5천원

실제로, 이미 후끈 달아오른 방송의 분위기.

"…."

권지현은 각오를 다진 뒤,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쾅!

쾅!

"내 BL 망가 내놔!!!"

-엌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걸 진짜 하네 ㅋㅋㅋㅋㅋ

-오늘 방송 레전즈 ㄷㄷㄷㄷㄷㄷ

-이런 상여자 ISK를 아싸게이라 음해하던 새끼들 누구야!!!

-오늘 방송 못 본 사람들 인생 몇퍼 손해냐 ㄷㄷ

- '100퍼'.

곧장 채팅을 확인한 그녀는 마치 주인에게 칭찬을 받은 골든리트리버처럼 환하게 웃었다.

-♪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 낯선 사람과 대면하게 됨을 도어락이 작동하는 소리가 알려주자 그녀의 표정이 몸과 함께 위축된다.

그녀가 당장 도망치고 싶은 불편함을 느끼며 사람을 기다렸다.

"…."

그렇게 문에서 가장 먼저 나온 사람을 보고-

"아…."

권지현은 저도 모르게 안심했다.

젊은 여성이지만, 그 분위기는 어딘가 음침했다.

적어도 권지현이 꺼리는 부류는 아니었던 것이다.

'아.'

멍하게 안심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그녀는 바닥에 머리를 박을 기세로 격렬하게 고개를 숙였다.

"죄, 죄송합니다! 그, 바, 바, 바, 방송 중이라! 아, 그, 화면 없이 소리만 나가는 거니까 걱정 안 하셔도 돼요! 방송 끄라면 바로 끌게요! 불쾌하셨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두근.

두근.

불안과 공포가 그녀의 심장을 강하게 두드렸다.

머지않아, 사무적이면서도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괜찮습니다. 그, 혹시 모르니 방송 송출은 정지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지극히 정중한 태도에, 권지현은 감동마저 받으며 안도했다.

두근….

두근….

곧바로 진정되는 심장 박동을 느끼며 그녀는 즉시 요청을 따랐다.

"아, 넵! 잠시만요! 여, 여러분. 들으셨죠!? 그, 그렇게 됐으니까. 잠시 뒤 봬요…!?"

폭발적인 반응.

후원이 쇄도한다.

'대박…!'

시청자를 확인한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201명]

기록 갱신.

처음으로 마의 200을 돌파한 것이다!

-와 ㅋㅋㅋㅋㅋ 집 주인 천사네 ㅋㅋ

'그러니까요…!'

천사 같은 집주인 덕분에 모든 게 원만하게 해결됐다.

그녀는 천사를 따라서 하늘로 날아갈 것만 같은 기분으로, 방송을 종료했다.

저도 모르게 특유의 골든리트리버 같은 미소를 지은 그녀가 고개를 들어, 집주인과 마주했다.

"아, 그… 다시 한번 양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로요! 고맙습니다! 죄송해요!"

한 단어가 끝날 때마다 고개를 숙이길 반복했다.

그에 집주인은 대답으로서 차분하며 인자하게 미소를 지어 주었다.

'와….'

그 모습에 권지현은 참 멋진 사람이라며, 세상 사람들이 다 저러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며 내심 감탄했다.

"아, 그, 그러면- 그… 물건…."

뒤늦게 수치심이 엄습한 그녀가 붉어진 얼굴을 숨기고 싶은 충동을 가까스로 참으며 말을 이었다.

"바로… 받아가려고 하는데… 아, 맡아 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폐 끼쳐서 죄송합니다…."

"아, 괜찮으니까 아무쪼록 괘념치 마시길. 물건은, 갖다 드릴까요? 아니면-"

"아, 예! 네! 제가, 가져갈게요! 번거롭게 해 드릴 순 없으니까! 아! 그, 제가 잠깐 집 안에 들어가도 괜찮으면요!!! 그쪽 분께서 편하신 대로."

그러자 집주인이 문을 열어주며 정중히 손짓했다.

'내, 내가 방송인이라고 해서 친절하게 대해주시는 건가…?'

'혹시, 나랑 친해지고 싶으신 걸까…?'

'그런데 내 방송 규모 작은 거 알고 실망하시면 어떡하지….'

'친해지고 싶다….'

'게임 같은 거 좋아하실까….'

권지현은 집주인의 호의적인 태도에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그녀의 집으로 들어섰다.

"…어?"

그렇게, 현관에 서 있던 다른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고-

'히익…!'

곧바로 시선을 내리깐다.

딱 봐도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장신의 미남 미녀가 나란히 서 있었다.

권지현이 생각하길 자신과 전혀 다른 세계를 사는 사람들이었고, 그녀가 가장 꺼리는 부류이기도 했다.

특히, 머리를 샛노랗게 물들인 불량한 인상의 여자.

자신을 보며 비웃고 있었다.

익숙한데도 익숙해지지 않는 부류가 향해오는 무시와 멸시.

권지현의 심장이 다시금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어?'

그리고, 위화감을 느꼈다.

방금 그 여자의 얼굴이 익숙했다.

'설마…?'

그녀가 주저 끝에 고개를 다시 들어 올려 머리를 샛노랗게 물들인 여자를 쳐다봤다.

"헉…."

눈과 입이 한계까지 벌어졌다.

"사, 사, 사, 사, 사, 사 삼피 님…!?"

할리우드 스타를 실제로 만나면 이런 기분일까?

요즘 인터넷 방송계에서 가장 파급력 있는 방송인과, 가장 큰 성공을 거둘 방송인을 뽑으라면 이견의 여지가 없이 첫 번째로 꼽힐 역대급 유망주를 이런 곳에서 만나다니.

그녀는 자신의 눈으로 보면서도 믿지 못했다.

"헤이."

다시 보니, 그 비웃음에 담겨 있는 감정은 멸시와 무시가 아니었다.

호의.

반가움.

삼피가 자신의 인사를 받아줬다.

그것도 반갑게.

"아… 그… 저…."

권지현은 도무지 어떻게 반응해야 할 지 알 수가 없어 그저,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삼피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렇게, 처음으로 남자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고.

그녀는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최재훈.

아니, 숨컷.

최근 그녀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은 방송인, 우상이 거기에 서 있었다.

"헤이…?"

그런 그가 삼피를 따라 어설프고 능청스럽게 인사를 건넸다.

"아, 아 안녕하세용…."

감격에 복받쳐 더욱 호흡이 거세진 권지현은 거의 흐느끼다시피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아이고. 왜, 무슨 문제라도… 괜찮으세요…?"

최재훈이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다가가 묻자, 레드리트리버가 된 권지현이 양손으로 얼굴을 숨기며 말했다.

"여, 여, 영광…이에요… 숨컷 님…."

"넹…?"

"패, 팬이에요… 엄청…."

"아이고. 이거 또, 감사합니다. 그러면 지금… 어… 별다른 문제 없으신 거죠?"

권지현은 조심스럽게 손가락을 벌려 그녀의 얼굴을 훔쳐봤다.

그 숨컷이, 걱정 가득 담긴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거기엔 조금의 무시나, 멸시도 느껴지지 않았다.

"감사합니당…."

"네…? 뭐가…용?"

그러곤 다시 손가락을 붙여서 문을 닫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걱정해 주셔서요…."

"아."

최재훈이 피식 웃는 소리에 그녀의 심장이 크게 뛰었다.

"재밌는 분이시네."

그리고 이어지는 부드러운 목소리에 심장이 터질듯 뛰기 시작했다.

손바닥에 숨은 레드리트리버가 방실방실 웃고 있었다.

"그러게, 캐릭터가 왜 이렇게 골때리냐. 그나저나, 헤이."

"네, 넹!?"

권지현이 고개를 제나에게 향했다.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린 그대로 말이다.

"뭐, 아까 이야기 하는 거 들어 보니까, 여기서도 방송한다고?"

"아, 어, 으… 네. 일단 하긴 하는데… 두 분에 비하면…."

"아 됐고, 방송 닉네임이 뭔지나 말해 봐."

"그… ISK… 입니당…."

"뭐? IS GAY?"

"케, 케이요! 케이…!"

"아, 난 또. 방금 BL 망가 내놓으라는 거 때문에 착각했지."

"헝… 그, 그게 사실… 그게 제 께 아니라 사실… 팬 분께서 선물로 보내 주신 건데 주소를 잘못 적으셔서…."

"하."

제나가 실소를 터뜨렸다.

권지현과 만나게 된 전말뿐만이 아니라.

그녀를 비롯하여, '그 여자들' 죄다 약속이라도 한 듯 최재훈한테 정신을 못 차리는 것도 그렇고.

이쯤 되면 운명이라는 웃기지도 않은 개념을 믿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었다.

'하긴 뭐….'

자신이 겪은 일에 비하면, 그렇게 신기할 일도 아니긴 했다.

"아, 그, 그게… 거짓말이 아니라 정말로…."

"아, 알겠으니까 좀 진정해."

"넹…."

"어디 보자…."

제나가 미튜브에 ISK를 검색하곤 고개를 가로저었다.

검색 결과에 웬 정체 불명의 영어권 국가의 영상들만 잔뜩.

그녀의 방송 채널은 스크롤을 한참 내렸더니 그제서야 보였다.

"에게. 구독자 겨우 1만? 아, 시작한지 별로 안됐- 엥? 영상을 2년 전부터 업로드했는데? 푸핫! 뭐야, 너 듀라한이냐!? 시청자는 또 100명밖에 안 되네?"

"…."

삼피가 자신을 비웃는 거라 생각한 권지현.

그녀는 얼굴을 가리고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게 아니었으면 필시, 지금 한심하기 그지 없을 자신의 얼굴을 숨컷에게 보여지고 말았을 테니까.

방금 전까지 좋았던 기분은 온데간데 없었다.

그저 굴욕스러웠고, 한시라도 빨리 이 자리를 떠나고 싶었다.

"하, 얘 상태가 왜 이렇게 안 좋아졌냐. 안되겠다."

그때, 삼피가 드디어 조롱을 멈추고-

"일단, 얘 사람으로 만든 뒤에 뭘 하던가 해야지. 헤이."

영문 모를 소리와 함께 권지현을 불렀다.

"네, 네!?"

"그거 방송, 진지하게 하고 있는 거 맞지?"

의도를 알 수 없는 질문.

'그럼 장난으로 하고 있는 것 같아!?'

'그래, 그쪽한테는 장난으로 보이겠지!'

'그래도… 너무한 거 아니야!?'

내면의 외침이 조금이지만 겉으로 새어나왔다.

권지현이 오기가 묻어나오는 목소리로 답했다.

"다, 당연하죠…!"

"그래, 방금 보니까 그래 보이더라. 아주 열심히 하대. 그런데, 2년 동안 구독자는 겨우 1만."

"…."

"시청자도 평균 100명."

"…."

"쯧쯧, 처참하네."

"…."

"혹시나 싶어서 묻는데, 그쪽은 지금 상황에 만족해? 그럴 리가. 그러면 그렇게 방송을 열심히 할 리가 없지. 그렇지?"

"왜… 그런 소릴 하시는 거예요?"

참다 못한 권지현이 마침내 얼굴을 드러냈다.

울먹이는 것 같기도 하며, 화를 내는 것 같기도 한 얼굴로 삼피를 노려봤다.

ISK라는 캐릭터를 키우기 시작한 이후로, 그러니까-

방송인이 된 이후로.

권지현의 현실과 도피처인 가상세계의 경계는 모호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녀는 더 이상 '권지현'이라는 존재를 마냥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언젠가부터 방치되어 있었던 자신의 캐릭터.

다른 캐릭터들과 달리 볼품없다.

한심하다.

그래서 싫다.

그래서 불쌍하다.

그래서 슬프다.

권지현은 이미 알고 있었다.

사실, 자신이 가장 키우고 싶은 캐릭터는 그 어떤 분신도 아닌 자기 자신이었음을.

하지만 불가능했다.

어린 시절부터 지속 되어 온 타인의, 주변의 이유 모를 멸시는 스스로에게 자신감과 애착을 가질 수 없도록 만들었다.

항상 지금보다 더욱 나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렇게, 다른 사람들 앞에서 당당히 빛나는 사람이 되고싶었다.

숨컷, 그 사람처럼 변하고 싶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정체된 방송의 성장은 그런 바람을 비웃는 것처럼 느껴졌다.

너는 결국 그것뿐인 보잘것 없는 인간이라며.

그래서 사람들이 너를 싫어하는 거라며.

그래서일까, 삼피의 말이 더욱 아프게 다가왔다.

그래서 권지현은 참지 못했다.

"왜긴."

그런 그녀에게-

삼피가 손을 내밀었다.

"그쪽만 원하면, 내가 도와주려고 그러지."

"…네?"

예상도 못한 흐름에 권지현이 멍하니 답했다.

그녀는 멀뚱멀뚱 그 손과 삼피를 번갈아 쳐다보다가, 홀린 듯 그 손을 맞잡았다.

제나가 아직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넋이 나가 있는 권지현에게 특유의 비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제나 웨스트, 앞으로 잘 부탁해. 찌질아?"

이상한 일이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몸서리를 칠만큼 야속하고 불쾌하게 느껴졌던 그녀의 태도와 표정이 조금도 불쾌하지 않았다.

초면에 무례하기 짝이 없는 호칭이 조금도 불쾌하지 않았다.

"권지현…이에요…. 잘 부탁드려요…."

신기한 일이었다.

권지현은 자신과 손을 잡고 있는 이 여자가 마치 오랜 친구처럼 친근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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