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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게임을 잘함-337화 (336/361)

337. 외전 역전의 제나 2

침대에서 떨어져 정신이 든 제나는, 여러 의미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어제 분명 내 방에서 잠들었을 텐데?'

'아니, 그보다 여긴 도대체 뭐지?'

'분명 처음 보는 장손데 왜-'

'왜, 낯설지가 않지…?'

"썅, 도대체 뭔…."

이질감과 익숙함.

공존할 수 없는 두 개념이 어우러져 자아내는 위화감에 제나는 침대 옆에 주저앉아 일어서지 못하고 있었다.

똑똑.

그때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노크소리.

-제나야~ 일어났니~?

"!!!"

제나는 소름이 돋아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문을 마주하고 뒷걸음질을 쳤다.

처음 듣는 '여자'의 목소리.

그런데, 그 목소리는 마치 애교 많은 '남자'를 연상시키듯 나긋하고 부드러웠다.

그것만으로도 같은 '여자'로서 거부감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을 진데.

심지어 그 목소리의 주인은 자신을 너무나도 살갑게 대한다.

마치-

그래.

딸 대하듯.

낯선 장소에서 깨어나 보니 문 밖에서 그런 목소리가 들려온다.

제나는 식은땀이 등골을 타고 흐르는 걸 느꼈다.

간혹 보던 싸이코 스릴러물에서나 나올 법한 전개가 떠올랐다.

자고있는 사이 싸이코 동성애자에게 납치, 감금당했다.

그런 가당찮은 가정이, 지금 상황에서 가장 합당한 가정이었다.

-제나야~? 얘 아직도 자나-

그렇게 생각하니 저 목소리가 더욱 소름끼치게 다가온다.

문 너머를 경계하던 제나가 기겁하며 문으로 달려갔다.

-철컥

문을 닫는 걸 깜빡한 것이다.

십중팔구 열쇠를 가지고 있을 테지만, 그래도 안 잠그는 것보단 낫겠지.

이어서, 제나는 등을 문에 기댄 채 발을 한 쪽 발을 세워 벽에 걸쳤다.

그러더니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소리.

-응? 제나? 제나야?

덜컥!

덜컥!

문고리를 움직이는 서늘한 소리가 소름끼친다.

-뭐지, 제나야? 일어난 거 맞아? 문은 왜 또 잠근 거야?

거기에 다정한 목소리가 합쳐지자 더더욱 소름끼치게 느껴진다.

제나는-

'이 또라이 새끼! 너 뭐하는 년이야!'

라는 말이 목 끝까지 올라왔지만서도-

'괜히 자극했다간….'

이런 상황일수록 감정적으로 대처해선 안 된다.

그녀는 감정을 토해내는 대신 방 안을 둘러보기로 한다.

뭔가 이 상황을 타개하기에 도움이 될 만한 물건이 없나.

납치범이 그런 물건을 방 안에 놔뒀을 리는 없을 것 같지만, 혹시 모른다.

그런데-

"…아니, 씨 도대체 뭔…."

하얀색 가구가 조화를 이루는 연붕홍색 벽지.

침대 머리맡에 있는 커다란 인형.

옷장에 걸려 있는 치마.

벽에 붙어져 있는 포스터를 비롯한 남자 아이돌들의 굿즈.

방 안을 자세히 살펴보니 그 위화감은 더더욱 심해진다.

자신과는 절대로 연관이 없을 것 같은 요소들로 가득 찬 이 방이, 마치 자신의 방처럼 친근하게 느껴지는 그 위화감이 말이다.

제나는 눈을 감고 심호흡을 했다.

정신 차리자.

이런 상황에서 괜한 감상에 마음을 뺏겨선 안된다.

철저하게 이성만을 믿어야 한다.

그때 눈에 들어오는 핸드폰.

당연히 자신의 핸드폰이 아닌 그 핸드폰은 낡아 빠졌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옛날 기종이었다.

-하~ 얘가 도대체 왜 이러지. 아무튼, 아침 다 됐으니까. 빨리 준비하고 나와서 먹어~

알 수 없는 말을 지껄이곤 멀어지는 싸이코.

제나는 곧장 핸드폰을 집어서 열어 보았다.

"…썅, 그럼 그렇지."

아니나 다를까 비밀번호가 걸려 있다.

약이라도 올릴 생각으로 놔둔 걸까?

"또라이 같은 년-"

신경질적으로 핸드폰을 집어던지려던 찰나였다.

"…?"

제나가 비밀번호 창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러자 홀린 듯, 무의식적으로 액정 위에 향하는 손가락.

그 손가락이 자연스럽게 숫자들 사이를 건너다니더니-

비밀번호가 풀렸다.

"아니-"

그렇게 지금의 상황을 일사천리로 호전시킬 수 있는 만능 아이템을 손에 얻었다.

하지만 제나가 느낀 감정은 기쁨이 아닌 이전보다 강렬한 위화감과 혼란스러움.

자신은 왜 비밀번호를 알고 있는 것이며-

이 배경화면의 사진은 도대체 뭘까.

한 쌍의 서양인 남녀.

'여자'가 묘하게 '남성'스러운 분위기를 띄고.

'남자'는 묘하게 '여성'스러운 분위기를 띈다는 건 차치하고.

젊어 보이는 두 남녀는 각기 왼손 약지에 반지를 끼고 있다.

아무래도 부부라 보는 게 자연스럽겠지.

그런 부부 사이에 누군가가 껴서 총 세 명.

'화목한 가정'이라는 표현 연상시키는 모습.

그런 모습을 보고, 제나가 가장 먼저 떠올린 표현은-

'우리 가족'.

"…!?"

핸드폰을 떨어트린 제나의 손이 머리를 짚는다.

방금 전을 기점으로, 머릿속 한 켠에 갇혔던 무언가가 풀려나는 느낌이다.

물감통에 검은색 물감이 한 방울 떨어진 듯, 빠르게 섞여간다.

그건-

제나의 기억이었다.

아니, '제나'의 기억.

이 세계의, 또 하나의 자신.

한 사람의 인생이, 기억이 송두리째 이식된다.

그 막대한 질량. 정보량.

누군가가 두개골을 열고는 또 다른 뇌 하나를 쑤셔넣는 느낌이었다.

"하아… 하아…."

제나가 흐리멍덩한 눈으로 가쁘게 호흡을 이어나갔다.

이내, 코에서 피가 흐르는 것과 동시에 극심한 현기증을 느낀다.

세계가 한 바퀴 돌아가더니 갑작스럽게 조명을 내린다.

제나가 바닥이 기울어진 듯 앞으로 속절없이 고꾸라졌다.

다행히 침대 위였다.

침대에 안면을 박고 정신을 잃기 전 그녀가 생각했다.

'아 썅… 핏자국 빨래하기 염병하게 귀찮은데….'

* * *

-똑똑똑!

끈질긴 노크에 제나는 다시 정신이 들었다.

그녀가 정신을 잃은 동안에도, 그녀의 뇌는 바쁘게 움직이며 새로운 정보를 수용하고 정리했다.

덕분에, 제나는 아직도 머릿속에 복잡했지만 적어도 극심한 혼란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녀는 긴가민가한 얼굴로 다시 한번 방 안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제나야~ 제나야~?~ 일어나야지~ 이러다 늦겠어~

"…."

자신을 납치한 싸이코라 여겼던 여자의 목소리를 되새겼다.

제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 사람이 내… 어머니라고…?'

제나의 모친, 그리고 부친은 이미 타계했다.

그녀가 스스로 어떤 아이었는지조차 기억 못 할 정도로 옛날에 말이다.

하지만, 자신의 새로운 기억은 문 밖의 여자를 자신의 모친이라 말하고 있다.

제나는 홀린 듯 문을 열었다.

그 앞에는 제나를 쏙 빼 닮은 여성이 서 있었다.

찬연한 황금빛 머리.

여름 하늘을 연상시키는 하늘색 눈동자.

긴 팔과 다리.

차이점이 있다면, 활동성을 위해 단발머리를 고집하는 제나와 달리 그 금발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살리는 긴 생머리라는 점과.

인상에 당장이라도 욕을 내뱉을 듯 만성적인 시큰둥함을 담고 있는 제나와 정반대되는 부드러움을 담고 있다는 점이었다.

노라 웨스트, 제나의 모친이었다.

그녀가 문을 열고 모습을 드러낸 딸을 보곤 놀라더니 잠깐.

안개꽃처럼 유한 인상을 구겼다.

"얘도 참! 어제 밤늦게까지 뭘 했길래 지금 일어나니?"

나름대로 딸을 다그치고자 자신이 언짢음을 어필하고자 함이었는데, 제나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운 말을 하는 것만큼 부자연스러웠다.

노라는 그렇듯 근본적으로 부정적인 감정과는 거리가 먼 부류의 사람이었다.

"어?"

그때, 노라가 제나의 코에서부터 턱까지 이어지는 핏자국을 뒤늦게 발견했다.

"아, 아가! 어디 상태 안 좋니!?"

사색이 되 얼굴을 갖다 대 제나의 안색을 살피려는 노라.

"코 파다, 그랬어요."

제나가 한 발짝 뒤로 몸을 빼며 저지했다.

"코 파다? 아. 아! 얘도 참."

노라가 제나의 팔뚝을 톡, 하고 친 오른손을 그대로 가져가 입가를 틀어막더니, 콧소리로 흠흠흠 웃음을 흘린다.

"…?"

제나는 그런 모친의 고아하면서도 어딘가 '여성'스러운 분위기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에단~ 여기 와서 제나 좀 보세요~"

"응? 무슨 일인데?"

거실쪽에서 목소리와 함께 다가오는 남자.

마찬가지로 금발에 푸른 눈, 그리고 선이 굵은 이목구비에 각진 턱.

다부지다는 인상을 주는 외양이었지만, 부인과 딸을 볼 때의 실실거리는 얼굴은 실로 칠칠칠 못하다.

제나의 부친, 에단 웨스트였다.

노라는 제나의 핏자국을 보고 깜짝 놀란 에단에게 말했다.

"코를 파다 이렇게 됐다지 뭐예요?"

"뭐라고?"

에단이 다시 한번 제나를 쳐다보더니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우리 아가씨, 살살해요. 그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조그만한 콧구멍 팠다가 큰일날라."

제나는 이번엔 부친의 어딘가 '남성'스러운 분위기에 또 다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이내 헛웃음을 웃으며 위화감을 떨쳐낸다.

애초에, 그녀가 부모를 마지막으로 만난 건 자신이 어떤 아이었는지조차 기억하기 힘든 옛날이다.

그렇기에, 부모에 대한 기억은 아주 희미하다.

단편적인 인상만이 남아 있을 뿐.

그리고 그 단편적인 인상이라 함은-

두 사람과 같이 있을 때 다른 사람들에게서 느끼지 못하는 편안함을 느꼈었다는 사실이었다.

마치 그 사람과 같이 있을 때처럼.

아니, 반대겠지.

그 사람과 같이 있을 때, 이 두 분과 함께했을 때의 편안함을 느꼈던 거겠지.

자신은 지금도 그 편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니, 이 둘은 의심할 여지가 없이 분명 자신의 부모가 맞으리라.

이상한 일이었다.

정신을 차려 보니 갑작스럽게 변해 버린 환경.

그리고 자신.

그런 상황에서 마주한, 아주 어릴 적에 타계하여 기억도, 사진도, 비디오도 남지 않아 얼굴과 목소리조차 기억하기 힘든 부모와의 재회.

혼란에 가중을 불러올 법한 만남이, 오히려 제나를 진정시켰다.

제나에게 있어 부모는 그런 존재였다.

"그런데 제나야, 이러면 너무 늦은 거 아니니?"

"음? 아직 시간 보니 널널한데?"

"이 사람은. 우리 제나, 평소에 얼마나 자기관리에 신경 쓰는지 알면서. 게다가, 오늘은 전학 첫 날이잖아요. 준비하는데 최소 한 시간을 필요할 텐데."

"에이, 괜찮아. 필요 없어. 우리 아가씨는 안 꾸몄을 때가 더 이뻐."

"으이구, 여자들이 남한테 보여주려고 꾸미는지 알아요?"

"우리 남자들은 여자들한테 보여주려고 꾸미거든."

"여자'들'이요?"

"앗, 벌써 시간이 이렇게!"

"널널하다면서요?"

"…."

그렇게 아직 다 정신을 차리지 못한 제나는 아침부터화기애애한 기운이 넘치는 부모에게 휩쓸려 아침을 먹고, 대충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전학 수속을 밟기 위해.

"…엥? 전학?"

급류처럼 분주한 아침 시간.

혼란스러운 제나에게 정신을 추스릴 여유 따윈 주어지지 않았다.

* * *

제나는 짐 옮겨지듯 모친의 차에 이끌려 '고등학교'에 도착했다.

"제나야, 정말 괜찮겠니?"

"…예?"

"그 상태로 가도 괜찮겟어? 화장은 물론이며 고데기도 못했는데…."

"아, 어, 예. 상관 없어요."

어차피 원래 세계에서도 하느니 마느니 하던 것들이었다.

"으이구! 그러게 누가 전학 첫 날에 늦잠 자래니!? 아무튼, 제나야."

운전석에서 나온 노라가 제나에게 다가와 양쪽 어깨를 붙잡으며 얼굴을 가까이 갖다 댔다.

그 특유의 부드러운 인상을 더욱 누그러뜨리며 말한다.

"다 잘 될 거니까, 긴장하지 말고. 알았지?"

제나가 어색하게 눈을 피하며 고갤 끄덕였다.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지, 노라는 미소를 지으며 다시 운전석에 앉았다.

차가 점점 멀어지고 그렇게-

제나는 학교의 정문에 홀로 남겨졌다.

-쟤 뭐야?

-외국인?

-머리 저거 자연 금발이야? 대박.

-미친, 비율 봐.

-우리 학교 교복 입고 있는데?

-우리 학교에 저런 애가 있었나?

-있으면 진즉에 소문 났겠지.

-전학 온 건가?

-와 씨, 개이쁘네.

-야, 야. 한 번 가 봐.

-아 뭐래.

워낙 튀는 외양 때문인지 등교하는 학생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

제나에게 있어서 대수로울 것도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상황이 상황이고 또-

"아니, 도대체 뭔 교복이…."

익숙하지 않은 차림 때문인지, 제나는 사람들의 시선이 묘하게 신경 쓰였다.

지금 그녀는 교복 차림이었는데, 그녀의 관점에선 아주 특이하게도 하의가 치마였다.

교복으로 치마를 채택하는 학교라니.

그것도 하필이면 여자만.

'교장이 도대체 뭐하는 변태 새끼길래….'

세상 참 말세였다.

'아니 잠깐-'

생각해 보니, 지금 문제는 교복 따위가 아니었다.

어쩌다 보니 전학 첫 날이라는 이벤트에 휩쓸려 버렸는데-

'전학이라니?'

그녀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건 10년이 다 되어가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따지면-'

부모님이 타계한 건 20년도 더 된 일이기도 하다.

문제점을 짚기 시작하면 밑도 끝도 없어지는 상황.

고로, 현재 그녀의 올바른 처신 자세는 의문을 갖는 게 아닌 일단 납득하고 보는 거였다.

그에 따라 그녀는-

'내가 지금 돌아가신 어머니 차를 타고 전학온 고등학교로 첫 등교하는 게 말이 되나?' 라고 의문을 제기하는 대신, '내가 지금 돌아가신 어머니 차를 타고 전학온 고등학교로 첫 등교하는 걸 보니, 어머니가 살아 있는 과거로 와 버렸구나~'라고 납득하기로 했다.

'여자들 교복만 치마로 지정하는 변태 새끼가 있구나~'는 덤.

"하, 참나."

다시 생각해도 헛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는 얼토당토않은 상황.

'어쨌거나.'

현재, 자신이 부모님이 살아 있는 세계선- 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조금은 '다른'세계의 과거로 회귀, 혹은 전이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말도 안 되는 현상의 원인을 규명하고 해결책을 찾겠답시며 설치는 건 아인슈타인이라도 되는 게 아닌 이상 헛수고 개지랄로 끝날 게 분명하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불가사의에 대처하는 가장 적합한 자세는, 역시나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것.

고로, 현상황에서의 최선은 '노라와 에단의 딸이자, 낭랑 18세 전학생인 제나 웨스트'라는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는 것.

그게 제나가 내린 결론이었다.

"하…."

'그 거지 발싸개 같은 학창시절을 다시 보내야 한다니….'

학창시절을 안 좋은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는 제나는 생각만으로도 벌써부터 어지러웠지만-

'뭐, 그래도.'

옛날보단 확연히 나으리라.

지금의 자신은 그때의 자신과 다르니까.

당시 자신은 정신적으로 불안정했던 반면에 지금의 자신은 성숙-

'…해졌겠지?'

생각보다 자신이라는 사람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제나는 자신이 이 10대 꼬꼬마들로 가득 찬 사회에 적응하지 못할까봐 걱정하는 자신을 마주하곤 고뇌에 빠졌다.

자신이 20대 사회인이라고 해 봐야, 형성한 인간관계라곤 그 사람을 중심으로 한 집단이 전부-

"아."

제나가 발을 멈추고 아연한 얼굴이 됐다.

그녀를 구경하며 따라가던 이들의 발 또한 덩달아 멈췄다.

제나는 아랑곳 않고 상념에 잠겼다.

그러고 보니.

그 사람은 어떻게 됐을까.

'설마….'

이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던가?

최악의 경우를 상정한 제나의 얼굴이 새하얘졌다.

사색이 된 그녀는 곧바로 핸드폰을 들어 외우고 있는 몇 안 되는 번호 중 하나를 입력했다.

"…."

수신음이 울리자, 그녀가 저도 모르게 호흡을 멈췄다.

모든 동작을 멈추곤 귀에 온 신경을 집중한다.

수신음 울리고 멎을 때마다 심장이 멈췄다 뛰길 반복하는 느낌.

끔찍하게도 긴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수신음이 멎었다.

-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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