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4. CCC
"네? 저희랑요?"
"그게 뭔 소리야?"
제나와 권지현이 최재훈의 말을 듣고 동시에 고갤 갸웃거렸다.
프로에 도전해 보고 싶다.
가능하면 크루원들과 함께.
라니.
"말 그대로의 소리죠."
"그러니까, 니 말은. 뭐, 우리들한테도 프로 제의 들어왔으니까. 뭐, 우리 셋한테 모두 제의 넣은 팀으로 맞춰서 들어가자. 이거야?"
"어… 그게 될까요?"
[어... 그게 안 될걸요?]
[에바지]
세 명의 방송인이 동시에 입단한다.
보통이라면 불가능한 이야기다.
하지만 그 세 명 중 두 명의 방송인이-
[근데 지금 삼피쉑 랭킹 어지간한 프로들보다 높잖아]
[SSS급 매물이라는 소리 들렸는데]
[권지현도 나름 눈여겨 보는 팀 많다고 들었고]
[ㅇㅇ 얘가 조컷한테 과외받아서 그런지 지금 서포터는 거의 원탑 수준임]
현재 어지간한 프로들을 상회하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평가 받는 최소 A급 이상의 매물이라면?
거기에, 나머지 한 명.
[그리고 뭣보다 조컷쉑 딸려오잖아 ㅋ]
[ㄹㅇ ㅋㅋ]
[아 조컷쉑 데려가고 싶으면 그 정도 정성은 보여야지]
[솔직히 조컷에 권지현+삼피까지 딸려오는 거면 팀 입장에서 ㅆㅆㅆㅆㅆㅆㅆㅆㅆㅆㅆㅆㅆㅆㅆㅆㅆㅆㅆㅆㅆㅆㅆㅆㅆㅆㅆㅆㅆㅆㅆㅆㅆㅆㅆㅆㅆㅅㅌㅊ지]
그 방송인이 현재 레오필의 메타인 KR메타를 만들고, 선두해 나가고 있는.
현존 최강의 플레이어로서 모든 프로팀이 데려오기 위해선 무슨 대가든 치를 수 있는 숨컷이라면?
[킹능성 있지 않나]
[그니까]
하지만-
[지금 프로 팀 중에 3자리나 빈 곳이 있나?]
[3자리 빈 곳 있다 쳐도 이미 있던 두 명이랑 포지션 겹치면 어떡함?]
[세 명 세트로 넣을 거면 애초에 처음부터 셋 중심으로 팀 짜는 수 밖에 없음]
어디까지나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소리지.
많은 문제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그러면 이미 입주해 있던 애들 방 빼야 되는 거임?]
[뺴야지 ㅋㅋ 얘네 셋 온다는데 빼기 싫다 해도 구단에서 빼라 할 듯]
[그게 되나? ㅋㅋ]
[되겠누 ㅋㅋ]
[지금 인재 경쟁 ㅈㄴ 빡쎄서 당연히 계약부터 먼저 했을 건데]
[그럼 뭐 위약금 물어주면 되지 ㅋ]
[ㄹㅇ ㅋㅋ 조컷 오는데 그 정도도 못해?]
[어? 나 세체 조컷인데 그 정도도 못 해 줘? ㅋ]
[바로 삔또 상해 버리지]
[솔직히 조컷만 데려올 수 있으면 어느 팀이든 바로 입주민 내쫓을 듯]
그러나, 그러한 문제 역시.
숨컷이라는 선수만 얻을 수 있다면 구단들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 가능한 것이다!
[근데 그러면 안 좋은 이야기 나오지 않으려나?]
[당연히 나오지 ㅇ]
[쟤네 셋 데려오려고 이미 계약한 선수들 내쫓으면 성적은 잘 나올지 몰라도;]
[아니 조컷 콘크리트만 몇 명인데 ㅋ]
[ㄹㅇ ㅋㅋ 조컷 있는데 인기가 없을 수가 없지]
[아니 인기는 별개로 이미지 얘기하는 거지 ㅇㅇ]
[하긴 ㅋ 사실상 숨컷이 자기 크루원들이랑 같이 하려고 다른 애들 내쫓는 거나 다름없으니까]
[갑질이네 그냥 ㅇㅇ;]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이론적으론 가능하다는 것은 곧 가능성은 존재하나 현실적으론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기도 했다.
그들 세 명이 통째로 같은 팀에 입단한다.
그들이 원하기만 한다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그 이후가 문제다.
가시밭길이 될 게 분명하다.
현재, 조그만한 흠집도 없이 완벽한 숨컷과 컷컷컷 크루의 이미지에 선명한 흠집이 남게 되겠지.
그들이 입단하게 될 팀에도.
솔직히, 그녀들은 마음만 같아선 상관없었다.
최재훈, 그와 함께할 수만 있다면 자신의 이미지에 흠집이 나던 말던 말이다.
지금 그녀들의 머릿속은 단 한 가지로 가득 차 있었다.
방금 최재훈이 했던 그 말.
자신들과 쭉 같이 가고 싶다는 그 말로.
그 말은 즉슨.
그도, 자신처럼 지금의 관계가 유지되길 원하는 거겠지?
불안해하던 그녀들의 마음을 대번에 안심시켜주고.
또 만족시켜준다.
고민할 거 있나?
그녀들은 즉각 그의 제안에 응하고 싶었다.
마음만 같았다면 말이다.
문제가 하나 있다.
흠집이 나는 건 자신의 이미지뿐만이 아니라, 그의 이미지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아마도 그가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되겠지.
그래서 또 사양하자니-
'….'
'….'
입이 도통 열릴 생각을 안 한다.
만약 사양하면 그는 혼자서라도 데뷔를 하여 지금의 관계는 끝나버리고 말 테니.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간단하다.
그저 응하면 된다.
그의 제안에.
그의 호의에.
그것만으로도 간단히 지금의 관계를 지킬 수 있다.
그래.
그러자.
애당초, 최재훈이 먼저 제안하지 않았던가?
자신은 그저 응할 뿐이다.
그래, 그의 부탁을 들어줄 뿐이다.
그 역시 자신의 제안이 동반하는 위험에 대해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는 똑똑한 남자니.
그럼에도 제안한 것이다.
어째서?
간단하다.
그녀들의 사고가 바쁘게 무언가를 행하였다.
그것은 '합리화'였다.
자신이 뜻한 바를 이룰 수 있도록 등 뒤에서 미뤄주는 행위.
"뭐, 나쁘지 않은 생각이네."
"저는 좋아요…!"
그녀들이 말했다.
언젠가부터 무의식적으로 최재훈에게서 돌리고 있던 시선을 다시 그에게 향하며.
그렇게, 그의 얼굴이 세상 안에 들어온다.
오롯이 순수한 기대와 호의만이 담긴 그의 얼굴이.
"그 뭐냐, 나쁘진 않은 생각 같긴 한데…."
"숨컷 씨 권해 주셔서 정말로 감사해요…."
그녀들이 즉시 말을 덧붙였다.
통렬한 자괴감을 느끼고.
지금 자신의 행동이 최재훈의 호의를 받아들이는 게 아닌, 이용하는 거라는 사실을 깨닫고.
그가 어떤 생각으로 제안을 해 준 건지 자신은 모르지 않는가?
하지만 어찌 됐건 간에 정말로 그를 위한다면-
"…하, 씨. 야. 안 되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닌 것 같아."
"정말로 감사하지만…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아요."
거절해야했다.
그가 상처받는다 해도.
지금의 관계가 어긋난다 해도.
그를 바른 길로 인도해 줘야 했다.
최재훈은 그녀들의 자랑스러운 동료였다.
자랑스러운 동료는 지금보다 훨씬 높은 곳으로 날아갈 자격이 있었다.
설령 그곳엔 자신이 없다 하더라도 말이다.
'욕심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되려 후련한 기분이 든다.
그를 보내줄 때였다.
"솔직히, 머리가 있으면 생각을 해 봐 임마. 구단에서 생각이 있으면 우리 셋 받자고 이미 계약한 선수들 위약금 줘 가면서 내쫓겠어? 그렇게 되면 개 박살이 나는 팀 이미지는? 스폰서들이 존나게 좋아하면서 퍽이나 허락해 주겠다, 그치?"
"에이, 삼피 씨. 숨컷 씨께서 당연히 그냥, 한 번 해 보신 소리죠. 저희 체면 살려 주시려고. 그, 그쵸?"
하필이면 십수만 명이 지켜보고 있는 우줌마와의 합방 자리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일이 커지기 전에 자연스럽게 무마시켜야한다.
권지현과 제나가 최재훈에게 의미심장한 시선을 보냈다.
정신 차리고, 말 들으라고.
"그냥 해 본 소리 아닌데요?"
하지만 최재훈은 눈치 없이 그렇게 말한다.
"프로 구단 사정 신경 쓸 이유도 없고요."
"…네?"
"그게 뭔 소리야?"
"프로 팀 중에 저희 세 사람을 같이 받아 줄 팀이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최재훈이 턱을 괴고 고민하는 시늉을 하더니 떠올랐다는 듯 말했다.
"간단하네요. 만듭시다."
그 모습을 본, 그 말을 들은 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벙쪄서는.
그가 했던 말을 되풀이했다.
"만든…다고?"
되풀이하며, 되물었다.
"예."
특유의 능청스러운 미소를 지은 그에게.
"아니, 만들자니… 뭘?"
"뭐겠어요. 당연히 팀이죠."
"진심…이세요?"
"그럼 농담으로 이런 소릴 하겠어요?"
이는 단순히 크루원들에 대한 애착에서만 비롯된 것은 아니다.
최재훈이 처음 방송계에 들어섰을 때.
그에게 있어 방송이란 그저 수단에 불과했다.
먹고 살 수단.
프로씬에서 해내지 못한 능력 입증을 해낼 수단.
하지만 그 수단은 그에게 좋은 기회를 주었다.
좋은 인연을 주었다.
언젠가부터 그에게 있어서 방송은 아주 중요한 의미가 되어 있었다.
지금의 그는 방송에게.
방송인인 자신에게.
자신이 방송인으로서 속해 있는 집단에.
크나큰 감사와 자부심을 느낀다.
어쩌면, 프로게이머인 자신에게보다 더욱.
그걸 포기하고 싶진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프로를 향한 도전을 포기하고 싶지도 않았다.
팀 창단은 그런 어리광에 가까운 생각을 이룰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고.
그는 자신 있었다.
이들과 함께라면 밑바닥에서부터 꼭대기까지 갈 수 있다는 자신이.
그도 그럴게-
이미 한 번 이뤄내지 않았던가.
최재훈이 진지하게 말을 이어갔다.
"저도 알아요. 미련하고 또 비효율적인 일이죠. 그냥 프로 팀에 입단하면 바로 출발선 위에 설 수 있는데, 이건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니까요. 편한 길 놔두고, 어려운 길로 가는 꼴이죠. 그런데-"
그가 피식 웃었다.
"이상하게도, 저는 그 어려운 길이 땡기더라고요."
최재훈이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여러분들 생각은 어떠세요?"
최재훈의 말대로.
현재 시드를 배정 받은 1군 팀에 원한다면 언제든지 입단할 수 있는 그녀들에게 있어서, 비효율적이고 미련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구태여 자기들만의 팀을 만들어 밑바닥에서부터 차근차근 올라가다니.
"하. 거 참 병신 같은 아이디어구만."
실소를 터뜨린 제나가 비웃듯 중얼거리더니 말했다.
"난 콜."
"콜, 콜! 저도 콜이요! 완전, 재밌을 것 같아요! 낭만도 있고!!!"
일말의 고민도 없이 즉각 응한다.
티끌 하나 없는 아주 깔끔한 미소로.
최재훈의 표정 역시 그렇게 됐다.
"결정됐네요. 자 그러면, 팀 이름은 뭐로 할까요?"
CCC.
전세계 게이머들의 뇌리에 새겨질 그 이니셜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 * *
제목 : 아니 ㅋㅋ 이게 도대체 머선129
내용 : 조컷쉑 TC1 정문 박차고 들어가서 구단주 의자랑 발닦개 대신 쓸 수 있는 거 아니였냐? ㅋㅋ근데 웬 갑자기 팀 창단?
ㄴ : 모든 팀이 자신을 간절히 원하니까 그 어떤 팀도 선택하지 않는다... 궁극의 평등 ㄷㄷㄷ 이게 솔로몬이지
ㄴ : 솔로몬이 진화하면 커플몬인가요
ㄴ : 고독사몬입니다
ㄴ : 너무한데
ㄴ : 아니 근데 나 그때 방송 못 봐서 그런데 뭐 도대체 어떻게 해야 어느 팀 들어갈까 > 아몰랑 창단해~ 가 되는 거임?
ㄴ : 프로에 도전해 보고 싶은데 그러면 자기 크루랑 방송 활동을 못하니까 둘다 병행할 수 있도록 ㅇㅇ
ㄴ : 와 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ㄴ : 근본 보소 ㄷㄷㄷㄷㄷㄷ
ㄴ : 방송인 근본 지키려고 백지수표를 쳐낸다고?
ㄴ : 이게 방송인...?
ㄴ : 여태까지 내가 봐 왔던 방송인들은 도대체...?
ㄴ : 야 근데 세 명다 의리 오지긴 한다 ㄹㅇ;
ㄴ : 그니까 ㅋㅋ 권지현이랑 삼피 걔네들도 1군급 팀에서 오퍼 온 걸로 아는데
ㄴ : ㄹㅇ; 이게 크루고 이게 동료지
ㄴ : 좋은 의미로 끼리끼리 만났누 ㅋ
제목 : 야 근데 CCC 얘네들
내용 : 컷컷컷 크루 이미지 때문에 먼가 만만해 보였는데 얘네 다시 보니 멤버 오지는데?
숨컷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건가?
ㄴ : 숨컷 덕분에 그런 것도 있는데 솔직히 숨컷 없어도 오지는 거 맞음 ㅇㅇ
ㄴ : 숨컷 없어도 오지는데 숨컷도 있어서 쌉오지는 거
ㄴ : 지금 솔직히 얘네보다 멤버 좋은 팀 몇 없음
ㄴ : 성적 내는 순간 스폰서들 눈 돌아가서 달려들 듯ㄷㄷ
제목 : 그런데 CCC얘네
내용 : 남은 팀원 두 명은 어케 구하냐?
ㄴ : 공개 모집 한다던데? 솔직히 어중간한 애들 밖에 신청 안 할 듯
ㄴ : 그렇긴 하지 ㅇㅇ;
ㄴ : 능력 되는 놈이면 대기업들이 서로 경쟁하면서 구인하고 있는 와중에 스타트업 들어갈 이유가 없긴 해 ㅋ
ㄴ : 근데 그 스타트업 사장이 조컷이라면?
제목 : 야 뭐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용 : 사이트 얘 올해 계약 끝나는 거였냐? ㅋㅋ
아니 근데 그건 그거고 ㅋㅋㅋ
얘 뭔데 CCC에 입단 신청 넣었냐? ㅋㅋㅋㅋㅋㅋㅋㅋ
ㄴ : ㅁㅊ? 오피셜임?
ㄴ : 오피셜이고 자시고 이 새기가 SNS에서 지 입으로 동네방네 소문내고 있음 ㅋㅋㄴ : [영상]
-아무튼, 그렇게 됐습니다. 이야~ 이거 드디어 우리 자기랑 같이 공동작업 할 수 있게 되겠구만. 하하하!!!
ㄴ : 아니 사이트 쟤 ^^ㅣ발 지금 랭킹 10위권 아님?
ㄴ : 사이트면 바로 레오필로 갈아타서 TC1 재계약 쌉가능 아닌가?
ㄴ : 진짜 얼빠진 련이네 ㅋㅋㅋㅋㅋㅋ
ㄴ : 와 ㅅㅂ 그러면 지금 숨, 권, 삼, 사 인 거임?
ㄴ : 아직 통과 안 한 거 아님?
ㄴ : 사이트가 떨어질 리는 없잖아
ㄴ : 글킨 해 ㅋ
ㄴ : 와;; 라인업 정신 나갔는데
ㄴ : 이 새기들 진짜 이러다가 일 내겠네;;;
컷컷컷 크루에서, 팀CCC로.
방송의 중심에서, 프로씬의 중심으로.
CCC는 팬들과 업계의 기대를 한 몸을 받으며 존재를 구축해 나갔다.
모든 게 순풍에 돛을 펼친 듯 원만하게 흘러가고 있던 그때였다.
-찰랑!
=조컷 님이랑 권지현 님 [링크] 이거 사실인가요?
기상 이변이 일어났다.
아직 리그가 시작되지 않았는데도 벌써 구독자 100만을 바라보고 있는 팀 CCC의 공식 채널에 불이 들어왔다.
팀CCC의 현황을 보고하는 동시에, 팬들과 소통을 나누기 위한 생방송.
너무나도 당연하게 모여 버리는 수십만이라는 엄청난 수의 시청자들과 팀CCC.
그들이 질문과 답을 주고받고 있던 와중 접수된 새로운 질문.
"응? 뭔데요?"
숨컷을 비롯한 팀 CCC의 일원이 링크에 접속하여 '이거'를 확인하더니-
"오잉?"
"엥?"
"뭐?"
"오호라~"
각기 다른 반응으로 같은 감정을 표했다.
'당황'이었다.
'이거'는.
지난 며칠 동안 커뮤니티 곳곳에서 드문드문 이야기가 나오다가 지금, CCC의 생방송으로 불이 붙어 막 커뮤니티 전체를 뜨겁게 달구기 시작한-
숨컷과 권지현의 열애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