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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게임을 잘함-333화 (332/361)

333. 선택 2

"자 그럼 먼저, 재료 손질을 해 봅시다."

짝!

우줌마가 손뼉을 치며 분위기를 환기시킴으로써 요리의 시작을 알린다.

"…거기부터?"

'자취하는 여자'인 제나에게 있어 재료 손질이라 함은 끽 해 봐야 계란을 까거나, 쌀을 씻거나 하는 정도였다.

가끔 갑자기 김치찌개가 땡기면, 냉장고에서 김치를 집게손가락으로 집어 끝부분에서부터 가위로 자른 뒤.

그 가위를 햄 통조림에 넣어 난도질하기도 하는데.

그게, 그녀가 요리를 하면서 감수할 수 있는 최대 등급의 '귀찮음'이었다.

"네? 삼피 씨가 직접 김치찌개를 끓여 먹는다고요?"

권지현이 깜짝 놀라서 물었다.

"뭐, 임마. 꼽냐?"

"그게 아니라…."

권지현이 '그쵸?'라는 말이 들리는 듯한 시선을 최재훈에게 보내며 동의를 구했다.

'확실히….'

최재훈이 생각해도.

금발, 벽안, 백옥 같은 피부를 가져 백인의 스테레오 타입이라 할 수 있는 제나가 김치를 집게손가락으로 집어서 가위로 냄비에 잘라 넣는 광경은 상당한 진풍경이었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특이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좋은 의미로 말이다.

그러나 최재훈은 당황해서 동그래진 눈으로 눈치를 보는 권지현을 보니 짓궂은 생각이 들어-

"응? 삼피 씨가 김치찌개 끓여 먹는 게 어때서요. 설마 지현 씨! 엄연히 대한민국 사람인 삼피 씨가 단지 눈이 파랗고 머리가 노랗다고 '코쟁이 주제 우리나라의 5천년 역사와 한이 담긴 소울푸드인 김치찌개를 넘봐? 어이가 없군. 원주민들 땅 뺐고 정착한 녀석들 다워' 뭐, 그런 말씀을 하고 싶으신 건가요!?"

"하… 서럽다 서러워. 군대까지 다녀왔는데 동료한테 외국인 취급이나 받고."

제나가 짐짓 미간을 짚으며 서글프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삼피 씨!!! 괜찮아요!?"

최재훈은 그런 제나를 보며 짐짓 오열한다.

"하, 뭐 어쩌겠어. 평생을 한국에서 살았지만 본질은 코쟁이에 불과한 내가 감히 김치찌개를 넘본 게 잘못이지. 오늘부턴 주제를 알고 뭐, 피클 찌개나 쳐먹어야겠구만."

"아이고!!! 이제 K-치맥도 못 드시겠네!!!"

"뭐야, 치킨이랑 맥주도 한국이 기원이야?"

"아뇨, 둘을 같이 먹는 걸 한국이 개발했대요!"

"와~ 대단해~"

[와 권지현 ㄷㄷ 이걸 삼피쉑을 보내 버리네]

[권선대원군 ㄷㄷㄷ]

[쇄국정책이 아니라 김치국정책 ㄷㄷ]

[크 동료에게도 가차없는 애국심]

[낄낄 가차없죠]

삼인성호.

모두가 한마음 한 뜻이 되어 권지현의 발언을 곡해하고 그녀를 놀리는 짓궂은 분위기가 형성된다.

"헝… 미안해용… 그런 뜻이 아니라…."

쭈구리가 된 권지현은 제나가 정말로 상처받은 건 아닌가 싶어, 울상이 되어 그녀에게 사과를 건넸다.

놀리는 재미가 있다가도 없는 그녀였다.

제나는 씨알이 참으로도 실한 식재료들을 보며 미간을 구겼다.

양파, 가지, 토마토, 애호박.

딱 봐도 가위로는 안 될 성 싶었고, 참으로 많기도 했다.

제나가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권지현의 등을 툭 쳤다.

"미안하면, 내 재료는 니가 손질하던가."

"앗, 넵! 알겠습니다!"

"안됩니다~"

우줌마가 빠르게 블로킹을 시전했다.

"앗, 안 된대요! 어떡하죠!?"

"아니, 왜 안 돼요."

"왜긴요! 그러면 재미 없으니까!"

[ㄹㅇ ㅋㅋ]

[10년 전부터 니 오늘 요리하다 손가락 잘라먹는 것만을 기대했단 말이야]

"10년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지금 욕하신 건가요? 십년 같은 소리라고?]

[손가락 자르면 하나에 100만원]

[채식주의자는 못 먹는 라따뚜이 ON]

"에이~ 여러분 그러면 못 씁니다. 어? 우리 삼피 씨 손이 얼마나 귀중한 손인데!"

"그럼, 그럼. 그러니까, 어? 나 손가락 잘라 먹기 전에 좀."

"그런 손을 먹다니! 당연히 잘 보관해 둬서 장식해야죠!"

"미친 아줌마 아니야."

"참고로, 라따뚜이에는 토마토소스가 들어가는데. 오늘은 이걸 직접 만들어 보기 까지 할 겁니다!"

"…그냥 내가 재료 손질하고 있는 동안 마트 가서 사올게요."

"그렇습니다! 역시, 사서 먹는 게 제일 편하죠! 그러니까, 시청자 여러분들은 저희가 고생하시는 거 보고 꼭 사서 드세요!"

[아 ㅋㅋ 글쎄요 ㅋㅋ]

[아직 왜 사먹어야 하는지 모르겠는데 ㅋㅋ]

[ㄹㅇ ㅋㅋ 삼피쉑 고생하는 것 좀 봐야 와닿겠는데요 ㅋㅋ루삥뽕삥]

[기왕 모조리 다 수제로 할 거면 칼이랑 도마도 삼피한테 직접 만들게 시키면 안 되나요 ㅋㅋ]

[야채들도 씨앗부터 직접 기르게 하죠]

[부엌도 직접 만들고 ㄷㄷ]

[화성 보내죠]

[로켓도 직접 만들어서 가야댐]

[속보) 삼피 NASA]

제나가 질색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미친년들…."

그러며 노골적인 욕설을 내뱉었는데, 시청자들은 그저 [ㅋ]를 연호하며 좋아 죽을 따름이었다.

그게 옛날, '얼빠'인 남성 팬들을 제외하곤 팬들조차도 비호감의 상징쯤으로 여겼었던 제나의 현재 이미지였다.

이는 컷컷컷 크루에 소속되어 이미지 좋기론 둘째 가라면 서러운 최재훈, 권지현과 어울리며 어느 정도 이미지 세탁의 효과를 본 덕도 있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단순히 그녀의 분위기 자체가 변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스스로를 변화시켜 나가고 있었다.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잘 보이기 위해.

그들에게 혹여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

그러니까, '컷컷컷' 크루에 녹아들기 위해.

그녀에겐 난생 처음 있는 일이었다.

여지껏 그녀에게 있어서 타인이란, 집단이랑.

귀찮고 불편하며 같잖을 뿐이었으니.

권지현.

과하게 남의 눈치를 보는 소극적인 여자.

보고 있노라면 저가 다 답답해질 정도.

이린.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는 여자.

보고 있노라면 권지현과는 다른 의미로 답답해진다.

그렇게, 그들에 대해 떠올리자면 부정적인 생각부터 떠오르지만.

막상 함께 있으면 그 기분은-

'…그렇게 끔찍하진 않지.'

그렇게 말하면서도, 제나는 내심 '좋다'고 느끼고 있었다.

도대체 어느 구석이 좋은 건지 알 수가 없는 그녀들이지만, 그녀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예외적으로 혼자 있는 시간보다 즐겁다.

되도록이면 같이 보내고 싶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그 모든 건-

"응? 제나 씨 왜요?"

이 남자 덕분이다.

제나 뿐만이 아니다.

권지현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에선 여포지만, 현실에서 다른 사람에게 노출되면 극도로 소극적이고 내향적인 성격이 되는 그녀에게 있어.

선인장처럼 자기주장이 강하다 못해 날카로운 삼피와 이린은, 솔직히 말해 편한 상대는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타인과 벽을 두는 이린에게 있어, 지금과 같은 밀접한 관계는 썩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런데.

그녀들 역시, 되도록이면 이들과 함께 있고 싶다는 기분이 든다.

마찬가지로 최재훈, 그 덕분에.

서로 도저히 섞일 수 없을 것만 같은 세 사람이, 그를 구심점으로 이렇게 묶여 있었다.

그녀들은 지금의 관계가 썩 마음에 들었다.

가능하면 이대로 쭉 계속되길 바랄만큼.

그렇기에 그녀들은 주저하고 있었다.

가까스로 억누르고 있었다.

최재훈, 그와 좀 더 가까워지고 싶다는 바람을.

그 바람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혹여 무언가 잘못되어 지금 이 모든 게 무너져 버릴까 봐.

-그동안 귀찮게 굴어서 죄송했어요, 오빠. 아니, 숨컷 씨.

최재훈에게 겪은 일방적 패배가 심경에 어떤 영향을 준 건지.

'최재훈을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들게 만들었던 포그의 노골적인 접근이 중단된 현 시점에서 더더욱.

그녀들이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대하는 태도는 조심스러워질 따름이었다.

그러던 와중 시사되는 최재훈의 프로 전향 가능성은 그녀들의 새로운 불안이 되었다.

그가 프로로 전향하여 프로 팀에 입단하게 된다면.

'방송인 숨컷'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 지금의 관계가 무너진 공산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녀들은 최재훈이 프로가 되지 않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걸 내색할 수는 없다.

만약 자신들로 인해 최재훈의 선택에 영향이가서 그가 불행해지거나 후회한다면, 그보다 최악일 수는 없을 테니까.

그러니, 그녀들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전전긍긍하며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그의 선택을,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며.

"아니 뭐야, 숨컷 씨! 요리 못 하신다면서요! 칼질 왜 이렇게 능숙해!?"

"사실 전…."

최재훈이 소매를 걷어 올려 손목을 드러냈다.

거기엔 어떤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특급 요리사입니다."

특정 만화에서 주인공이 요리 실력을 숨기고, 다른 요리사들을 상대로 힘숨찐 행위를 할 수 있게 해 주는 특수 신분인 '특급 요리사'를 증명해 주는 증표였다.

일종의 코스프레라고 볼 수 있었다.

"우와…!"

우줌마가 최재훈의 퍼포먼스에 진심으로 감탄했다.

"지금 이거 하시려고, 미리 계획하고 준비하신 거예요?"

아주 여러 의미로 말이다.

끄덕.

최재훈이 한 치의 부끄러움도 없는 근엄한 표정으로 고갤 끄덕였다.

[힘숨찐에 미친 새기...]

[아니 CSN로 그 ㅈㄹ을 하고도 모자랐누 ㅋㅋㅋㅋ]

[이 쯤 되면 힘 말고도 정신병도 숨기고 있는 게 아닐까 싶네요]

[근데 특급 요리사가 뭐임?]

[요리왕 비령 ㅄ아]

[그게 뭔데]

[아니 비령을 몰라?]

[우욱 검색해 보니 90년대 만화네 틀딱새기들 실화냐? ㅋㅋㅋㅋㅋㅋ]

[(이게 무슨 냄새냐며 코를 틀어막는 이모티콘)]

[교양 없는 급식충 쉑들 ㅋㅋ 이게 어? 고전 문학이라는 거구만]

[ㄹㅇ ㅋㅋ]

[그렇게 따지면 드볼은 80년대 만화고, -원-은 90년대 만환데 십... 헐롬들아...! 그것도 , 틀딱이냐...!?]

[틀딱쉑들 흥분해서 양손으로 틀딱 들고 캐스터네츠 치는 거 보소 ㅋㅋ]

[틀딱따리 틀딱따]

[아니 근데 조컷쉑 ㄹㅇ ㅋㅋ ㅈㄴ 골때리네]

[그니까 ㅋㅋ 사람이 이렇게 추할 수가 있을까요?]

그렇게 숨컷의 광적인 힘숨찐 사랑에 기가 차길 잠깐.

[아니 근데 그건 그거고 ]

[이 새기 뭔데 요리 잘하냐 ㅋㅋ?]

[아니 또 막상 잘하긴 하는 게 어이가 털리네 ㅋㅋㅋ]

그의 의외의 모습에 반응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속출하기 시작했다.

"아이고, 제나 씨. 이러다 진짜 다칠라. 이리 줘 봐요."

최재훈이 제나의 위태로운 칼질을 보더니, 그녀를 대신해 주려다가-

"아앗, 숨컷 씨! 그거, 대신 해 주시는 거 국룰 위반이에요!"

우줌마에게 제지 당한다.

"아, 나 알아서 할 수 있으니까 신경 꺼."

제나도 그렇게 말했으나, 도무지 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최재훈은-

"그러면, 이건요?"

자세를 교정해 주기 위해 그녀를 얼싸안듯 뒤에 섰다.

[ㅗㅜㅑ]

[삼피쉑 개 부럽누 ㄷㄷㄷㄷㄷㄷ]

[괜찮다잖아 조컷 ^^ㅣ발 떨어져!!!!!!!!!!!!!!!!!]

[니는 ^^ㅣ발 절벽에서 떨어져 뒤져 삼피!!!!!!!!]

[그만해!!!!!!!!!!]

[조피쉑 디져!!!!!!!!!!!!!!!!!!!!!!]

[아빠그사람누구야엄마아냐응애아빠그사람누구야엄마아냐응애아빠그사람누구야엄마아냐응애아빠그사람누구야엄마아냐응애아빠그사람누구야엄마아냐응애]

평소와 같이 둔감하고 또 무의식적인 그 행동의 파괴력은 역시나 엄청났다.

제나의 얼굴이 그녀와 쥐고 있는 토마토와 자웅을 겨뤄도 될 만큼 붉어졌다.

"무, 무, 무슨… 야, 야! 뭐, 뭐해! 아, 안 꺼져!?"

"아, 진정하시고. 하라는 대로 하기나 해 봐요. 상반신 세우고. 칼 잡은 손에 힘 빼고. 재료는 이렇게 손가락을 세워서 벽을 치듯이, 옳치."

"…."

바로 귓가에서 울리는 최재훈의 목소리에, 제나의 경계가 속절없이 무너진다.

그녀가 최면에 걸린 듯 저도 모르게 최재훈의 지시를 따랐다.

"자 그리고, 칼 내릴 때는 이렇게, 뒤꿈치 올리면서 그 힘을 그대로 손목에 실어서 짧게 위 아래로 핫 둘! 오케이. 잘 한다. 한 번만 더, 옳치. 좋아요. 잘했어요."

만족스럽게 제나의 어깨를 토닥 두드린 최재훈이 그제서야 제나에게서 떨어졌다.

엉성하게 삐뚤빼뚤하게 슬라이스됐던 제나의 토마토 상태가 최재훈이 개입한 이후 호전된 게 확연히 보였다.

제나의 얼굴이 붉어진 것 또한 말이다.

하지만, 채팅창 중에 그런 제나를 놀리는 시청자는 한 명도 없었다.

평소, 한 시라도 방송인을 놀리지 못하면 입에 가시가 돋는 그들이 말이다.

지금 저 특유의 미소를 짓고 있는 '남자'에게 '여자'로서 저런 일을 당한- 아니, 받는다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아, 오늘따라 왜 이렇게 칼질이… 힘들지!? 누가 좀 안 도와 주려나…!?"

[아지매 주접 떨지 마쇼]

[남편과 딸이 보고 있습니다...]

[걱정 마세요 아지매 주접 보고 지금 남편 분께서 스튜디오로 달려가고 있을 거니까]

[오늘 메뉴 라따뚜이에서 우줌마 두루치기로 변경됐습니다]

"어떻게, 지현 씨도 도와드릴까요?"

"아, 그, 그, 그, 그, 그, 저는 괜찮습니다…!"

근질거리는 분위기가 겨우 다스려지고-

"와 그런데, 숨컷 씨. 요리 진짜 잘하시네요? 아니 이거, 비쥬얼 봐! 여러분! 잘 만든 라따뚜이는 이렇게 꽃 모양이 되거든요? 근데 숨컷 씨께 내 거보다 더 꽃 같네? 내 거 보다 잘 만든 것 같은데!?"

[뭐, 뭐 같다고요?]

[와 근데 잘 만들긴 했네 ㄹㅇ;]

[권지현이랑 삼피쉑 거랑 비교하니 확 체감 되누]

[ㄹㅇ ㅋㅋ 얘네 둘 거는 꽃 같은 게 아니라 꼬ㅊ 같네]

[어허 미친년아]

[맛은 어떰?]

"아 그, 숨컷 씨.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제가 한 번 맛을 봐도?"

끄덕.

최재훈이 근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물우물.

그렇게 그의 음식을 음미하던 우줌마가 이내 조용히-

척.

엄지를 치켜들었다.

"여러분, 라따뚜이는 집에서 해 드셔도 될 것 같습니다."

[이제 권지현이랑 삼피 거 먹어 보죠]

우물우물.

"앗, 아닌가."

그렇게, 숨컷의 반전 매력을 한 가지 더 알 수 있었던 시간이 끝나고.

컨텐츠의 2부라 할 수 있는 식사시간.

"그래서, 숨컷 님의 부모님께서도 요식 업계에 종사하신다고요?"

"예, 치킨을 아주 그냥 기가 맥히고 코가 맥히고 혈관이 맥히도록 튀기십니다."

"아, 그때 그!!! 삼색 치킨! 저 그 방송 봤어요! 저 그거 보고 삼색 치킨 리뷰랑 만드는 컨텐츠도 했는데."

"올~~~"

"그 방송 이후, 인터넷에서 삼색 치킨이 유행 타 가지고 매출 엄청 올랐을 건데. 숨컷 씨한테 뭐, 인센티브라도 안 준대요?"

"그, 이걸 말해도 될려나 모르겠는데- 아, 된다고요? 아. 그, 아, 인센티브라고 해야 하나. 광고 문의가 들어오긴 했어요."

"오! 그 브랜드에서요!?"

"네, 네."

"이야~ 부모님께서 엄청 기뻐하시겠는데요?"

"하하, 예 뭐."

"아, 그리고 지현 씨는-"

네 명이 식탁에 앉아 오순도순 서로의 음식을 나눠 먹으며, 토크를 이어나간다.

그렇게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쯤, 나오는 질문.

찰랑!

-숨컷 선생님, 그래서 프로 팀 어디로 가실 건가요?

후원음에 이어서 들려오는 질문에 세 여자가 몸을 흠칫 떨었다.

듣기 싫다.

[아, 거기... 거기! 어 시원하다]

[ㄹㅇ 효녀손 질문이네]

"아, 안 그래도 저도 그게 엄청 궁금했는데! 숨컷 씨, 만약 실례가 안 된다면 살짝 언질을…."

하지만, 모두가 그 답을 듣고 싶어 한다 내색한다.

반면에 그들은 듣고 싶지 않다고 내색할 수 없다.

"아 그, 얘 아직 결정 안 한 걸로 아는데…."

"네! 그, 삼피 씨 말씀이 맞아요!"

할 수 있는 건 그저, 은근슬쩍 말을 돌리고자 시도해 보는 것뿐.

허나-

"아, 그거요."

그때 최재훈이 피식 웃으며 말한다.

"안 그래도, 방금 전에 결정했어요."

그 말에, 세 여자의 심장이 내려앉는 듯했다.

그런 그녀들의 속도 모르고 최재훈은 태평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지현 씨, 삼피 씨."

"어, 어?"

"네?"

"두 분한테도, 프로 제의 왔었죠?"

"어, 어…."

"네, 오긴 했는데…."

[?? ㄹㅇ?]

[삼피는 몰라도 권찐한테까지?]

[설거지 할 사람이 필요한가?]

[아니 너무하네 ㅋㅋ]

[권지현쉑 그래도 나름 100IN랭컨데]

[ㅁㅊ ㄹㅇ? 언제 그렇게 또 올렸누]

[권찐쉑 숨컷이랑 같이 하는 거 보고 싶긴 해]

최재훈뿐만이 아니라 제나, 권지현 역시 레오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고.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프로 제의를 받은 상황이었다.

"두 분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하지만, 둘은 프로가 될 생각이 없었다.

프로가 되면, 지금의 환경은 변하고 말 테니.

그런데 저걸 왜 묻는 걸까.

내가 프로가 될 생각이 없다 하면, 저 남자는 뭐라고 답할까.

그녀들이 사심과 기대를 담아 진실을 말하려던 찰나-

"전 일단, 한 번 도전해 보려 하긴 하는데."

"아."

그가 선수를 침에 따라 말문이 막혔다.

뭐라 말해야 할 지 알 수가 없었다.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 지도.

그러던 그때, 그가 말을 잇는다.

"가능만 하다면, 우리 크루 여러분이랑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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