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자가 게임을 잘함-331화 (330/361)

331. 새로운 시대

무대를 지켜보는 좌석을 채우고 있는 이들.

개중, 방송인들은 미튜브 구독자만 최소 100만이었으며.

개중, 프로들은 최소 1군의 주전이었다.

세계 E스포츠계의 중심인, 한국 E스포츠계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플레이어들.

원래라면 한 명 한 명이, 장소의 중심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는 거물인 그들이.

이렇게 한 자리에 모이는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리고.

수만 명의 관중.

옐로 티비에서 지켜 보고 있는 수십 만명의 시청자.

아이엇의 공식 채널에서 지켜보고 있는 수백 만명의 시청자.

고작 '이벤트 경기' 이런 엄청난 관심이 쏠리는 일 또한 마찬가지로, 이례적이기 그지없다.

그런 이례의 연속이 일어날 수 있었던 이유.

'그들'이.

레오필이 E스포츠와 게임게의 미래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곳 '멸망전'에서, 그 레오필의 중심이 될 차세대 '스타 플레이어'가 탄생할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플레이어들이 무대에서 차례대로 소개된다.

팬들은 그들에게 차별 없이 최대한의 찬사와 환호를 보냈다.

물론, 팬들은 차별 없이 대할 생각이라곤 하나.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무의식적으로, 힘이 더욱 들어가는 플레이어들이 있기 마련이었다.

대표적으로-

"으아아아악!!!!!!!!!!"

"김희은 누나!!!!!!!!!!!!"

"팀 베이! 팀 베이! 팀 베이! 팀 베이! 마이클 베이! 팀 베이!"

대한민국에서 두 번째로 유명한 프로 게임 명가, TEAM BAY.

"포그!!!!!!!!!!!!!!!"

"포그야 오빠 쪽 한 번만 봐 줘!!!!!!!!"

"사랑해 포그!!!!!!!!!!"

E스포츠 강국이나, FPS만은 약소국이었던 대한민국을.

FPS에서도 강국의 반열에 올려 놓은, WCK.

그리고-

경기장이 진동했다.

역사상 가장 위대했으며, 이례가 없다면 앞으로도 그렇게 기록될 팀과 선수.

TC1.

그리고 페이스.

막 행사가 시작되어 어수선했던 스타디움 내부의 분위기가 단번에 정돈된다.

무대 위에 선 전설들이 팬들의 몸과 마음을 하나로 만듦으로써 말이다.

TC1의 등장은 마지막에서 두 번째였다.

"하."

"크, 진짜. 저 사람들은…."

"말이 안 되네 진짜."

"미쳤어."

그 전까지, 서로가 등장했을 때의 반응을 비교하며 우월감이나 열등감 따위를 느끼던 플레이어들이 허탈함에 헛웃음을 터뜨렸다.

'진짜'를 앞에 두니 그러한 행동이 무의미하고 한심하게 느껴진 것이다.

'뭐, 그래도.'

하지만 이내 방송인들은-

'그래도 난 프로가 아니라 방송인이니까. 저 사람이랑 비교할 필요는 없겠지.'

그런 생각으로 그들을 경쟁 상대에서 제외하곤, 다시 또 경쟁과 비교를 이어나간다.

프로들과 자신들을 비교하면, 프로들이 더욱 유리할 수밖에 없으니.

애초에 불공평한 싸움이다.

그러니, 동일한 조건 안에서 경쟁한다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와중이었다.

"자, 그럼 마지막 팀!"

보통 이런 행사에선 가장 화제성 있는 인물을 마지막에 등장시켜 분위기를 이어가는 게 정석이다.

그런데-

'TC1이 마지막이 아니라고?'

그들은 그제서야 비어 있는 좌석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곤 고개를 갸웃거렸다.

'실순가?'

TC1보다 영향력 있는 팀이 있을 리가 없잖은가.

"자, 그럼 입장해 주세요!"

"아."

단상 위에 오른 마지막 팀을 보고, 방송인들이 그런 소릴 흘렸다.

그리고-

TC1의 등장.

사람들은 반응이 이 이상 뜨거울 순 없을 거라 확신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TC1의 등장 때보다 더욱 강하게 진동하는 E스타디움.

모든 소리를 묻어 버릴 폭발음과도 같은 함성 속에서-

"큭큭큭."

방송인들이 저도 모르게, 그 누구도 듣지 못할 웃음을 흘렸다.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그들은 TC1.

페이스 때보다 더욱 현실적이며 무자비한 패배감을, 좌절감을 맛보았다.

그런 열등감은 아주 잠시에 불과하다.

감히 열등감을 느끼기엔 '그'는 너무나도 높은 곳에 있었기에.

그들은 그저 인정할 따름이었다.

페이스 때처럼.

'저 사람은, 나랑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이니까.'

그들은 그 어느 때보다 순수한 마음으로 박수와 환호를 보낼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마음은 마냥 가볍지 않았다.

그를 보고 있노라니, 자연스럽게 그 양옆에 서 있는 그의 동료들 또한 시선에 들어와서 말이다.

만약.

자신이 저 둘보다, 저 사람을 먼저 만났으면.

지금 자신은 어디에 있었을까.

경쟁자-

아니지.

한 때는 경쟁자였었던 그들의 마음을 다양한 의미로 심란하게 만드는 숨컷이 무대에서 내려와, 비어 있는 좌석에 앉았다.

마치, 이미 채워져 있는 자리가 그의 자리를 특별해 보이도록 빛내기 위해 존재하는 듯했다.

"오빡!"

자리에 앉는 순간, 뒤편에서 들려오는 소리.

최재훈이 뒤를 돌아보자, 거기엔 멸망전 참가 방송인팀 대표 중 한 명인 방민아가 앉아 있었다.

특유의 호피 무늬로 옷차림에 포인트를 준 그녀가 입가를 힐쭉 찢으며 웃었다.

그 모습에, 주변에 있던 이들이 놀란다.

저 인간, 저런 표정도 지을 수 있었나?

마치, 사람을 따르는 호랑이를 보는 듯한 얼굴이 된다.

'아, 맞다.'

그러고보니, 방민아.

아니 허니뱅.

저 사람이 비정상적인 속도로 성장하기 시작한 것도 숨컷, 저 사람과 엮인 이후부터였지.

"하."

좌석 군데군데에서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숨컷의 종적을, 말도 안 되는 종적을 돌이켜본 이들이었다.

그렇게 찬란한 빛을 발하며 징조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는데도.

왜 그가 감히 넘볼 수 없는 존재가 돼 버리기 전에 접근하지 않았던 걸까.

주변 사람들을 꼬리에 고리를 무는 상념에 빠트리는 그들은 정작 아무런 생각 없이, 마냥 기뻐 보였다.

"오빠 인기 대박이더라? 역시~ 나, 방민아가 키운 남자인가?"

"그렇지. 역시, 숨컷이 키운 방민아가 키운 남자지."

"하하하~ 뭐래~ 아~ 이 남자 진짜 많이 컸네? 내 방송에서 좋다고 하꼬 방송 홍보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두려운가?"

"그래, 두렵다! 이러다 너무 크면 나 아는 척 안 해 주는 거 아니야?"

"음, 일리 있는 이야기야."

"일리가 있다고? 어이가 없네~?"

"아 꼬우면 안 까먹게 우리 크루 들어오던가~"

"하하, 어림도 없이. 나 방민아, 다른 사람 밑에 있을 성격 아닌 거 알잖아~"

주변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은근슬쩍 엿듣던 이들이 숨컷의 제안에 한 번, 방민아의 대답에 다시 한번 놀랐다.

세상에, 저걸 그냥 제안한다고?

그리고 그걸 또 그냥 거절한다고?

그럴 거면 차라리 날…!

몇몇 이들이 입이 근질거리는 걸 참느라 고역이었다.

"자기, 뭔 얘기를 그렇게 해~"

그러던 와중, 제나를 사이에 두고 숨컷의 옆에 앉은 TC1팀의 누군가가 대화에 끼어든다.

차현하였다.

"어이."

차현하가 숨컷을 향해 몸을 기울이자, 제나의 앞에 그녀의 상반신이 왔다.

"어, 삼피 씨도 반가워요~?"

"아니, 반갑고 자시고. 좀… 치우지?"

"하하핫! 이거 실례, 우리 자기가 너무 반가워서!"

"하, 이놈의 인기. 어? 여자들이 아주 그냥 정신을 못 차리는구만?"

"와, 역시 재훈 씨. 대단하시당."

짜자자자작.

"그러게, 진짜 정신 못 차리는 애 하나 있긴 하네."

"하하, 삼피 씨 들었죠? 내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우리 자기 때문에 정신을 못 차려서 그런 거예요. 나 말고 우리 자길 욕해~"

"크흠."

그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헛기침 소리.

"그, 숨컷 씨. 안녕하세요. 이렇게 만나네요."

여지껏 활기 가득한 얼굴로 팀원들과 수다를 떨다가도, 최재훈이 등장하자 '흥'소리가 절로 들리는 새침한 얼굴이 된 김희은이었다.

"아, 희은 씨도 안녕하세요."

"아니, 얘는 갑자기 왜 이래? 왜 갑자기 무게를 잡아?"

"아~ 왜 그러나 했더니. 숨컷 씨 나타나니까 긴장해서 그런 거였어?"

그때, TEAM BAY의 선수들이 능글거리는 얼굴로 김희은에게 '알라깔라'를 시전하며 대화에 꼈다.

"무, 무슨 소리심까! 아님다!"

"아닌 게 아닌 것 같은데~?"

"아니라고 하기엔 너무 아닌 것 같지가 않은데~?"

"아, 현하 하위~"

"어, 오랜만이구만~"

"이리 씨도, 안녕하신가~?"

그때, 차현하 옆에 앉아 있던 페이스가 인사에 반응하여 그들을 쳐다본다.

페이스가 대답 대신 정중 하게 목례를 한 뒤, 다시 정면을 인사했다.

"하하~ 이거 참. 우리 이리가 좀 샤이 해 가지고, 여러분 양해 좀 부탁드립니다~"

"아이고, 별말씀을. 센빠이가 아는 척 해 주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죠~"

"암요~"

"와… 재훈 씨, 저 지금 다시 떨리기 시작했어요."

"켰냐?"

"아, 제나 씨 좀!!!"

"그러게요, 저도 좀 도키도키하기 시작하네요. 이런 위대한 선수 분들 사이에 껴 있다니."

"오!?"

"지금 숨컷 씨 저희보고 위대한 선수라고!?"

"저희 때문에 떨린다고?"

"크~ 프로 되길 잘했다. 아빠, 나 출세했어요!"

그때.

"숨컷 씨."

페이스가 숨컷 쪽을 쳐다보더니 말했다.

"오늘, 잘 부탁드릴게요."

숨컷이 피식 웃으며 답했다.

"예, 한 수 부탁드립니다."

그러자 페이스 또한 피식 웃으며, 다시 시선을 정면으로 향했다.

그 과정을 지켜본 컷컷컷, TC1, TEAM BAY의 일원들이 무지개를 흩뿌리며 하늘을 날아다니는 거대 고양이라도 본 듯 눈을 커다랗게 떴다.

페이스가 먼저 다른 사람에게 아는 척 인사를 해오다니?

심지어, 웃다니?

'세상에.'

그리고 또.

그런 광경을 보던 주변 사람들이 또 다른 의미로 경악했다.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TC1, TEAM BAY.

두 거물 사이에서 그들과 자연스래 어울리는 컷컷컷 크루의 모습에 말이다.

지금 그들의 눈에 컷컷컷 크루는 그야말로 '중심'처럼 보였다.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의 중심.

'주인공' 말이다.

"자 그럼, 다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첫 번째 경기, 이벤트 경기 지금 시작합니다!"

당초 멸망전의 유일한 경기이자 메인 행사였던 '경기'가 과정 축소를 거쳐 '이벤트 경기'라는 이름으로 명명된다.

다른 '메인 행사'를 위한 '예열용 이벤트'로 격하된다.

팬들이 현 레오필 랭크 게임 랭커가 대거 포함된 멸망전에 이벤트성 경기가 아닌, 진지한 경기를 기대하게 됐기에.

'KR메타'를 창시해 그 기대감을 유발해 버린 '주인공'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벤트 경기를 향한 팬들의 기대가 전문한 건 아니다.

다름 아닌 한국의 E스포츠를 대표하는 플레이어들이 참가하는 이벤트 경기가 아니던가.

분위기는 순조롭게 고조된다.

팬들이 이벤트 경기에 기대하는 바.

'멸망전'이 아니라면 한 자리에 모을 수 없는 그들이 서로 간에 상호작용을 이루어, 최대한 다채로운 무대를 구경하는 것이었다.

그 기대는 충분히 충족되었다.

기대와는 달리, 단 한 명의 플레이어가 무대를 독점하다시피 했음에도 말이다.

바로 숨컷이다.

본격적인 이벤트 경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한 번의 사전경기가 존재한다.

프로팀들을 제외하고, 방송인 팀들끼리 진행하는 사전경기는.

프로팀에서 자신의 팀원이 되어 줄 두 명의 프로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걸려 있다.

등수에 따라, 선택권이 주어지는 형식인 그 경기에서-

"아 숨컷 선수!!! 뭔가요 이건!!!"

"아무리 그래도, 너무, 너무한 거 아닌가요!? 그 말 밖에는 할 말이 없습니다!"

"다른 플레이어들이 너무, 너무하게 너무한 짓을 당하고 있어요!"

"마치 치트키를 사용하기라도 한 듯 압도적인 격차입니다!"

숨컷이 이끄는 컷컷컷 크루는 당연한 듯 1위를 거두었고.

"자 그럼 숨컷 선수. 1위 특권에 따라, 가장 먼저 팀에 영입할 프로 선수 두 명을 지목할 수 있습니다."

"센빠이!!!!! 컴온!!!!"

"아, 참고로 팀의 주장은 지목이 불가능하니 그 점 참고해 주세요!"

"센빠이!!! 빠이빠이!!!"

"자 그렇다면, 숨컷 선수. 누구를 지목하시겠습니까?"

진행자가 멘트를 마친 순간 프로 팀들 사이에서 손이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숨컷 씨 저요!!!!!!!!"

"충성을 바칠게요!!!!!!!!"

"저 얘네들 약점 다 알아요!!!!!!!"

"성대모사 잘해요!!!"

그들 모두가 대한민국 최고의 플레이어들이었다.

무수히 많은 선택지!

하지만 정답은 정해져 있었다.

"자기야~~~"

"사이트 선수는 특기로 뭐가 있나요?"

"음… 자기를 위한 세레나데 열창?"

"오, 발성 능력이 뛰어나시다 이거군요. 그렇다면 성대모사도 뛰어나시겠군요."

"우리 자기가 원한다면, 뭐든 잘 할 수 있지."

"좋습니다. 그렇다면, 사이트 선수 지목하겠습니다. 사이트 선수? 지금부터 바위의 성대모사를 해 주세요."

"바위 성대모사? 어떻게 하지? 바위처럼~ 단단하게~?"

"바위는 말이 없습니다. 그걸 흉내내 주세요."

"오."

사이트, 차현하와.

"그리고, 머그컵 선수 지목하겠습니다."

"예이~~!… 흥!"

"희은아 진짜 뭐 하냐."

"아수라 백작이야 무슨?"

머그컵, 김희은이었다.

'주장'을 제외하면 팬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플레이어인 동시에.

'레오필'에서도 '국체정'과 '3대 원딜러'라는 이름에 걸맞는 걸출한 활약을 보이고 있는 그녀들이었다.

컷컷컷 크루에 사이트 머그컵 조합이라니.

[독과점 보소 ㅋㅋㅋㅋㅋㅋ]

[조컷쉑 이 악물고 하네 ㅋㅋㅋㅋㅋㅋㅋ]

[이거 사실상 겜 끝난 거 아님?]

누군가의 말마따나, 본 경기가 시작하기도 전에 '주인공'이 정해졌고.

예상은 빗나가질 않았다.

이벤트 경기에는 방송인들에게 프로팀에서 두 명의 선수를 뺏어올 수 있는 어드밴티지와.

프로팀들이 팀에 최소 한 명의 남성 방송인과, 일반 방송인을 포함해야 한다는 핸디캡이 존재했다.

이는, 프로팀과 방송인 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소위 '밸런스 패치'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방송인 팀 중 하나인 '컷컷컷' 크루의 전력은, 프로팀을 방불케했다.

마치 일심 동체에 가까운 숨컷과의 호흡으로, 숨컷과 함께할 경우 한정 'SSS급(꼬봉)'이라는 평가를 받는 권지현.

피지컬만으로 따지면 국내에서는 프로들조차도 견줄 이가 많지 않은 피지컬 괴물 삼피.

그들만으로도, 충분히 프로팀과 막상막하를 이룰 만한데.

거기에 말 할 필요가 없는 숨컷까지.

그런 컷컷컷 크루가 균형을 위해 준비된 핸디캡과 어드밴티지의 수혜까지 잔뜩 보자, 도리어 균형이 다른 방식으로 깨져 버린다.

방송인 팀인 그들이, 프로 팀들을 학살하다시피 한 것이다.

놀라운 이변!

이라기엔, 모두가 어렴풋이 예상하고 있던 결과였다.

한마디로, 뻔하다고도 할 수 있는 결과.

하지만-

"와아아아악!!!"

"컷컷컷!!!!!!!!!!"

"옵빠 나 죽어!!!!!!!!!!!!"

[삼컷! 삼컷! 삼컷!]

[숨컷 ㅄ아]

[아니 컷컷컷 크루 말하는 거잖아 ㅋㅋ]

[컷컷컷 크루 = 삼컷]

[오 ㅋㅋ]

[아니 ㅋㅋ 프로들 상대로 양학을 하네]

[구멍 두 명 씩 있다고 해도 ㄹㅇ;; 오지긴 한다]

[아아악 ^^ㅣ발 ㅈㄴ재밌어!!!!!!!!!!]

팬들은 열렬한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뻔하디 뻔한 결과에 활약이라 해도 괜찮다.

지금 그들에게 있어 컷컷컷 크루는.

숨컷은.

주인공이었으니까.

이어서-

"자 그러면, 드디어!"

모두가 고대하던 본경기가 시작된다.

'KR메타'의 주인공이 왕좌를 지켜낼 것인가.

아니면, 'KR메타'를 파훼할.

혹은 그 이상을 보여줄 새로운 챔피언이 탄생할 것인가.

새로운 시대의 주인공이 본 경기에서 탄생할 예정이었다.

"자, 그러면 조 추첨을 시작하겠습니다!"

본 경기는 팀전이 아닌 개인전으로 진행되며, 참가자들은 두 그룹으로 나뉘어 경기를 진행하게 된다.

각 그룹에서 상위권을 확보한 플레이어들끼리 본선을 치러, 최후의 생존자.

우승자를 선출하는 방식이다.

"아!!!"

"안 돼!!!"

숨컷과 페이스, 포그.

그들이 한 팀에 밀집되지 않고 갈라지자 사방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페이스가 도사리고 있는 A그룹.

그리고 숨컷과 포그가 도사리고 있는 B그룹.

플레이어들은 어느 그룹에 걸리든 한숨을 내쉬었는데, B그룹에 걸린 이들의 한숨이 특히나 짙었다.

단 한 명, 한숨을 내쉬지 않는 플레이어가 있었다.

"오빠."

포그.

그녀가 경기 시작 전 숨컷에게 말을 붙였다.

"네?"

또 무슨 얘기를 꺼내려고.

그는 약간의 불안함을 느끼며 꼬꼬마의 말을 기다렸다.

하애민은 그날, 숨컷에게 벽을 느낀 이후.

그를 넘어서기 위해 자신의 결점을 보강하고자 혼신의 힘을 바쳐 노력했다.

결점을 보강하고자 가장 참고가 될 만한, 가장 뛰어난 플레이를 찾아 나선 그녀가 결과적으로 도달한 곳은-숨컷이었다.

그녀는 지난 며칠간 숨컷을 면밀히 관찰하고 분석했다.

그렇게 알게 됐다.

그녀로선 숨컷을, 'KR메타'의 선구자인 그를 넘어설 방도가 없었다.

"그…."

그녀가 조심스럽게.

정중하게.

입을 열었다.

"이번에 잘 부탁드릴게요."

예우를 담아서 말이다.

페이스조차도 자신의 위에 두지 않았던 그녀가 말이다.

"…하."

긴장하고 있던 숨컷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이내, 그가 말한다."

"뭐야, 저 벌써 포기한 거예요?"

"예…?"

"저랑 사귀고 싶다면서요."

특유의 능청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나, 숨컷을 쟁취하려면 그 정도 패기론 어림도 없을 텐데?"

그에, 경직되어 있던 그녀의 실눈이 부드럽게 휜다.

나이에 걸맞은 자연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가 말했다.

"저기요 오빠."

"네?"

"제가 이기면 진짜, 사겨 주는 거예요?"

최재훈은 헛웃음으로 답을 대신했다.

그에-

"오빠, 그러면요…."

그녀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만약 제가 못 이기면요-"

"응?"

"못 이기면, 오빠랑 못 사귀는 거예요?"

그 풋풋하기 그지없는 모습에-

"하. 화이팅."

최재훈은 저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터뜨리며, 그녀의 머리를 톡톡 두드려주었다.

그리곤 자리로 돌아가는 그의 모습을 하애민은 멍하니 바라보다가-

"바, 발릴 준비해요!"

부끄러움에.

그리고, 의욕에 언성을 높였다.

훈훈한 광경이었다.

하지만, 경기의 내용은 냉정하기 그지없었다.

지난 며칠간, 하애민이 숨컷의 플레이를 분석하면서 뼈저리게 깨달은 사실.

도무지 답이 안 보인다는 것이었다.

그의 유일한 약점이었던 전투 능력은 한계를 모르고 발전했고.

흡수하고자 했던 그의 전술, 전략 능력은 끽해 봐야 겉핥기식으로 습득하는 게 고작이었다.

누군가가 그에 대해 표현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는, 남들보다 몇 년은 먼저 레오필을 시작한 듯했다.

그렇게, 이미 모든 준비를 끝마쳐 둔 듯했다.

"B그룹의 경기가 종료되었습니다, 최종 생존자는 숨컷 선수입니다. 아 그리고 지금, 이어서 A그룹의 경기가 종료되었는데요. 최종 생존자는-"

페이스가, 숨컷을 쳐다봤다.

사람들은 누군가가 숨컷의 'KR메타'를 파훼하거나 발전시켜주길 기대하고 있었다.

페이스의 목적 또한 그와 일치했다.

전투 능력에서 공략이 불가능한 숨컷을, 전술로서 압도하는 것.

그러기 위해, 'KR메타'이상의 완성도를 가진 '공식'을 강구했다.

그렇게 내놓은 결과.

현재로선-

아니지.

한동안은 불가능하단 사실이었다.

"최종 우승자가 결정됐습니다!!! 다들, 박수로 맞이해 주시길 바랍니다!!!"

한동안은-

그의 시대가 이어지리란 사실이었다.

* * *

"숨컷!!!!!"

크리에이터가 거머쥘 수 있는 최고의 영광인 '미튜브 어워드 종합 부문 대상'의 수상자로서 그 이름이 언급되자 열렬한 박수갈채가 현재, 미튜브 어워드가 진행되고 있는 오디토리움 안을 가득 채웠다.

축하를 받으며 무대 위로 올라선 그에게, 진행자가 소감을 묻는다.

"소감…."

최재훈이 선망의 시선으로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는 크리에이터들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아주 우연스러운 인연으로 시작하게 된 방송.

참 많은 일과 만남이 있었다.

지난날을 돌이켜 보자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저,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그가 카메라가 위치한 정면을 바라보며 말했다.

마치 그 너머에 있는 '누군가'를 향해 말하는 듯했다.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바로-"

만감이 교차하던 얼굴로 말을 이어가던 그가 피식, 특유의 미소를 지었다.

"제, 덕분이죠."

객석에서 듣기 좋은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농담이고요."

반은 진담이었다.

그는 일찍이 크나큰 실패를 경험하고, 좌절했다.

그럼에도, 쓰러지지 않았다.

길을 잃었음에도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그 덕분에,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이다.

최재훈은 마음 같아선-

'나 같은 놈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더니, 결국엔 뭔가가 되더라.'

그런 소감을 말하고 싶었다.

그는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괴로워하는 옛날의 자신 같은 이들이, 지금의 자신처럼 되길 원했다.

하지만, 주제넘은 이야기였다.

그들은 이미 저마다 자신의 노력을 하고 있을 테니까.

그저, 그들의 노력도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조용히 기도할 뿐이다.

그러니, 대신에 다른 소감을 말한다.

그가 카메라가 위치한 정면을 쳐다본다.

'그 너머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하기 시작한다.

"지금 제가 여기에 있을 수 있는 건, 전적으로 그동안 저를 지켜봐 주신 여러분들 덕분입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사랑합니다."

그가 꾸벅 고개를 숙였다.

식상하다면 식상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진실 되게끔 느껴지는 간결한 소감.

다시 한번 박수갈채가 장소를 가득 채웠다.

잠시 뒤, 진행자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숨컷 씨?"

"예?"

"앞으로, 그 감사한 분들에게. 또 뭘 보여 드릴 예정이신가요?"

"아. 사실, 제가 옛날에 희망이 보이질 않아 포기했었던 게 있는데. 그걸, 다시 도전해 볼까 하네요."

"아, 꿈! 어떤 꿈을 말씀하시는 건지, 팬 분들께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최재훈, 그가 카메라를 향해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말 안 해도 아실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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