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자가 게임을 잘함-328화 (327/361)

328. 역지사지 2

독보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다는 이유로 만난 건 두 플래티넘뿐만이 아니었다.

[와 ㅅㅂ 겜수준 확 높아진 거 실화냐?]

[박레드 ㅋㅋ 은하달팽이 ㅋㅋㅋㅋ]

[점마 저거 세일론 아니야?]

[아니 페카쉑 왜 저깄어 ㅋㅋ 방송 키고 돌려 쌉련아!!!!!!!!!!!]

현재, 숨컷과 포그가 참여한 게임의 구성인원은 둘을 제외하곤 모두가 골드였는데.

그들 대다수가 랭킹 100위 안에 속해 있었다.

레오레와 배로그의 최고 실력자들이라 할 수 있는 랭킹50IN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고 볼 수 있는 구성인 것이다.

[와 ㅅㅂ ㅋㅋㅋ 세일론 바로 컽 당하누]

하지만, 그보다 한 단계 높은 곳에 있는 포그에게 너무나도 덧없이 짓밟혀 버린다.

플래티넘이, 골드들을 난도질하며 그 몸집을 불려나갔다.

[와 ㅋㅋ 잘 큰 거 봐]

[ㄹㅇ ㅋㅋ 나 이렇게 잘 큰 거 처음 본 것 같은데]

[이렇게 잘 클 수도 있냐? ㄷㄷ]

그렇게 압도적으로 거대해진 플래티넘은-

[있네 ㄷㄷ]

[아 ㅋㅋ 글고 보니 전판 조컷쉑이 더 잘 컸던 것 같기도]

다른 백금을 마주한 순간 초라해지고 만다.

포그는 납득할 수가 없었다.

'최선의 수'만을 거듭했다.

그런데, 그와 레벨 격차는 두 단계가 나고.

코어 아이템은 한 개 하고도 반 개가 차이난다.

'도대체 뭐지?'

레오레를 하다 보면 간혹 느낄 수 있는-

[아니 ㅅㅂ 핵인가? 아니면 뭐 현질이라도 했나? 저 템이랑 레벨이 도대체 어떻게 튀어나오는 거지?]

그런 불가해한 현상을, 이곳 레오필에서 겪는다.

그 원인은, 압도적인 실력차다.

상대방이 '최선'이라 생각한 수를 아득하게 상회하는 판단의 연속이 그러한 결과를 만드는 것이다.

그렇듯 포그는 만나는 즉시 참패했다.

하지만 괜찮다.

아직 기회가 남아 있으니.

전투.

숨컷의 전투 능력은 형편없다.

자신이 기억하기론 분명 그렇다.

그녀는 의심하지 않고 곧장 전투에 돌입한다.

코어 아이템 1.5개와, 2레벨 격차.

배로그로 따지면 급소를 상대방에 비해 네 번은 더 타격해야 하는 격차에도 말이다.

'거리를 주면 안 돼.'

현재 숨컷의 캐릭터는 '자락'.

근거리에선 와이어를 무기로 사용하며, 원거리 무기는 '수리검'.

탄환의 속도가 느려, 거리에 따라 적중 난이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며 위력은 감소된다.

원거리가 아닌 근, 중거리 전투.

그리고, 난전과 복잡한 지형의 전투에 최적화된 챔피언이었다.

반면에 그녀의 캐릭터는 '저격수'는 장거리 전투에 특화되어 있다.

게다가 지금 이곳, 구역 제한으로 취후에 남겨진 전장은 허리까지 오는 수풀이 무성한 공터였다.

그들의 그 공터의 양쪽 끝자락에 진입하며 만났다.

현재, 그들은 서로가 점으로 보일 정도의 거리에서 대치하고 있었다.

자락의 핵심 스킬인 와이어를 지형물에 걸어 이동하는 '이동 와이어'

지금 이곳엔 그 이동 와이어를 걸 곳이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딱 하나 있다.

'캐릭터'.

자락이 손에 감고 있던 와이어를 늘어뜨린 뒤, 팔을 휘두른다.

그러자 살상용에 비해 다소 굵은 '이동 와이어'가 저격수에게 쇄도한다.

'이동 와이어'는 헤드샷으로 적중해야, 해당 캐릭터에게 '이동'과 '끌고 오기'의 기반이 되는 상태이상을 걸 수 있다.

이동 와이어는 수리검과 마찬가지로 장거리에서 적중시키기 까다로운 투사체.

포그가 아는 숨컷은 이 거리에서 이동 와이어를 정확히 헤드샷으로 적중시킬 능력이 없다.

하지만.

그녀는 불길한 예감을 느끼고, 그에 몸을 맡겼다.

저격수가 품에서 권총을 꺼내 허공을 사격했다.

스킬 '러브샷'.

일 회에 한하여, 상대방의 투사체를 무효화 시킨다.

재사용 대기시간이 길어 한 번 사용하면 한동안은 사용하지 못하는 핵심 스킬을 시작부터 곧바로 사용해 버렸다.

하지만 괜찮다.

그 이동 와이어가 분명, 사선으로 전력질주하고 있는 자신의 머리를 향해 날아오는 걸 봤으니.

이제 그에겐 거리를 좁힐 수단이 완전히 사라졌다.

-탕!!!

스킬이 아닌 '패줌'이라 불리는 기술.

달리다가 멈춰 선 저격수가 '조준'과정을 생략하고 저격총을 어깨에 견착하는 동시에 사격했다.

'쯧, 배로그였으면 잡은 건데.'

헤드샷 적중.

하지만, 자락은 죽지 않고 피를 흘리며 거리를 좁혀온다.

저격수가 사선으로 달리며 저격을 재준비한다.

그러는 와중 들려오는 바람을 가르는 소리.

그리고, 가죽이 찢어지는 소리.

수리검이 날아와 몸통에 정확히 적중했다.

하나.

둘.

그리고 한 발.

두 발.

세 발.

'젠장….'

수리검과 탄환이 교차하며 치열하게 공방- 아니, 공공이 오간다.

아직 승부가 결정되지 않았는데도 그녀의 불안은 현실이 된다.

이전 게임은.

숨컷의 전투 실력은.

우연이 아니었다.

자신에 비해 낮은 적중률이라곤 하나 분명 거듭하여 몸에 박히고 있는 수리검이 그 증거.

그날로부터 채 며칠이 지나지 않은 지금, FPS류 게임을 처음 한다 했던 그는 최고의 반열에 올라 있었다.

'말이 되나…?'

비현실적인 재능의 존재가 경악으로써 그녀의 집중에 제동을 걸려한다.

'안 돼.'

집중.

현재, 저격수와 자락 모두 장전을 위해 수풀에 엎드려 있는 상황이었다.

장전을 마치는 순간 곧장 일어나서 응수해야한다.

가까워질수록 그의 수리검이 빗나갈 확률은 낮아지고, 헤드샷으로 적중할 확률은 늘어날 테니.

'체력이….'

빠르게 계산을 마친다.

앞으로 두 발.

두 번만 더 헤드샷을 적중시키면 자락은 사망한다.

반면에 저격수는-

사망까지 헤드샷 두 발.

'어이가 없네.'

모든 공격을 헤드샷으로 적중시켰는데, 빗맞힌 데다가 헤드샷 비율도 적은 상대방과 겨우 종이 한 장 차이라니.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런 게임인데.

레오레에서 파밍에 뒤쳐지고 '아이템 똑같았으면 이겼는데!'라 불만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었다.

만약 저격수가 자락만큼 잘 성장했다면, 자락은 이미 저격수와의 장거리 전투를 버티지 못하고 사망했을 것이다.

-철컥.

장전과 함께 상념은 끝이 나고.

그녀가 일어나려던 찰나-

-사사사사삭!

정면에서 풀이 몸을 스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장전이 상대적으로 빠른 자락이 한 발 앞서 과정을 마치고 거리를 좁혀오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자신의 위치를 기억하고, 기상하는 순간을 노리고 있겠지.

기상하는 순간, 승부는 끝이 난다.

'할 수 있어.'

수리검은 저격 소총보다 연사 속도가 빠르다.

하지만, 숨컷의 적중률을 고려해 보자면.

두 번 연속으로 헤드샷을 적중시킬 확률은 매우 낮다.

헤드샷으로 적중할 경우 데미지는 두 배로 적용 된다.

즉, 그가 헤드샷을 실패할 때마다 투척해야 하는 수리검의 수가 하나씩 늘어난다.

저격 소총의 연사 속도가 수리검에 비해 아무리 느리다 할지라도.

두 번 연사하는 속도가, 수리검 세 번 투척하는 속도보다 느리진 않다.

즉.

자락이 헤드샷을 한 번만 빗맞혀도 자신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

그녀는 전발 헤드샷으로 적중시킬 자신이 있었으니.

'….'

포그가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가동시키며 때를 가늠한 다음-

-부스럭.

머릿속에 그려진 그림을 그대로 실행한다.

옆으로 소폭 이동하여 숨컷에게 혼선을 준 뒤 기상.

그리고 한 발.

-탕!

헤드샷 적중.

'좋아.'

그리고 나머지 또 한 발.

-쾅!

<진정한 전설이 되기까지 단 한 발자국이었는데…! 아쉽다!>

<2위>

격발이 그 창에 의해 막히자, 그녀가 저도 홧김에 책상을 내리쳐 버린 소리였다.

'말도 안 돼….'

그 거리에서 수리검으로 두 발을 모두 헤드샷으로 적중시켰다고?

숨컷이 그런 수준의 전투 능력까지 보유하고 있다고?

숨컷을 내려다보고 있던 포그.

그녀의 눈앞에 거대한 무언가가 솟아오르며 둘 사이를 갈라놓는다.

"…."

포그는 지금 '벽'을 보고 있었다.

무수히 많은 벽 중에서도 단 하나 존재하는, 절대로 넘어설 수 없는 벽.

'재능의 벽'을 말이다.

숨컷은 그 위에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지금껏, 그녀는 쭉 내려다보는 쪽이었다.

그렇기에 처음 겪는 상황이었다.

재능의 벽 위에 선 누군가에게 내려다보이는 건.

일반인들은 언제든지 그러한 상황을 겪을 준비가 돼 있다.

자신의 재능이 특별하지 않음을 알고 있기에.

하지만 특별한 재능을 타고 난 이들은 아니다.

그녀와 같이 압도적으로 특별한 재능을 타고 난 이들은 더더욱.

마치 재능에서 '최고'라는 타이틀만을 빼앗겼을 뿐인데, 재능을 통째로 빼앗긴 듯한 박탈감이.

좌절감이.

절망감이 엄습한다.

[어?]

[ㅁㅊ ㅋㅋ]

[아니]

[애민아 우니?]

팔로 머리를 감싼 채 책상에 머리를 박고 있는 그녀의 눈시울은 붉어져 있었다.

상체가 특유의 호흡으로 들썩거린다.

시작부터 최고였고 그걸 당연하게 여기고 있던 어린 천재는.

그 당연함을 부정하는, 그 이상의 재능을 맞닥뜨렸을 때 느끼는 감정을 어떻게 이겨내야 할 지 몰랐다.

그녀는 누군가의 말대로 울음을 터뜨리기, 무너지기 직전이었다.

그 직전에서-

"…크흥. 우, 울긴 누가 울어!"

버텨낸다.

실눈이라서 정말로 다행인 일이다.

그녀의 붉어진 눈시울이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았으니.

"안 울어. 내가 왜 울어."

스스로를 설득하듯 중얼거렸다.

속으로도 마찬가지였다.

방금 전 숨컷의 전투 능력.

아무리 생각해 봐도 말도 안 된다.

그 거리에서 두 번 연속 헤드샷으로 적중 시킬 전투 능력을 갖고 있다면, 애당초 전투는 거기까지 가기도 전에 끝났을 것이다.

처음과 비교해서 확연히 다른 전투 능력.

단시간 안에 성장을 성취해낼 가능성?

말도 안 된다.

그러니, 그녀는 이번에도 그러한 결론에 이른다.

'이번엔 진짜 뽀록이야….'

그렇게, 숨컷의 벽을 낮춘다.

이전처럼 자신의 밑으로?

아니.

시도는 해봤으나, 그 정도로 내려가지지 않는다.

그녀는 더 이상 숨컷을 자신의 밑이라 여기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었다.

마지막 그 두 발이 '우연'이라고 쳐도.

그의 전투 능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하여 자신을 위협할 정도가, 최고 수준이 됐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이제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능력을.

그의 재능을.

시스템은 정확했다.

현재, 그는 분명 자신의 위에 있었다.

재능의 벽 위에 서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래도.

그 '두 발'이 우연이라면-

아니.

필시 우연일 것이다.

전투 도중에 그런 급격한 성장을 거둘 수 있을 리가 없잖은가.

그러니-

'따라잡을 수 있어….'

자신의 결점인 레오레 부분을 조금 만 더 보강한다면 충분히.

그게 어린 천재가 '진상'을 모르기에 도달할 수 있는 결론이었다.

그녀의 생각대로, 전투 도중 그 정도로 급격한 성장을 거두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단지 '감'을 되찾을 뿐이라면?

최재훈은 과거 수 개월의 광적인 몰두 끝에'10분의 벽'을 돌파했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기억에 각인된 감각은 그 무엇보다도 선명하다.

오랫동안 방치되어 먼지가 쌓일지언정 녹슬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자극에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방금 전, 하애민과의 전투는 그에게 있어 아주 큰 자극이 되었다.

그렇게, 그는 방치되었던 감 대부분을 되찾고.

아주 빠른 속도로 성장해 나가고 있었다.

이미 '최고'에게 벽을 느끼게 하는 위치에 있으면서, 더더욱 높은 곳을 향해 가고 있었다.

그런 절망적인 사실을 아직은 모르는 포그.

"좋아…."

그녀가 다짐했다.

"여러분, 오늘 방송 여기까지만 할게요."

[??????]

[아니 벌써????????]

[아니 ㅅㅂ 이거 직무유기 아니냐고]

[이유라도 알려줘]

"오빠 이기려고요."

[??]

"집중이 필요한 순간인 것 같아서요. 오빠- 아니, 숨컷 님 이기면 그때 돌아올게요. 그럼."

<방송이 종료 됐습니다>

지금 이 순간, 어린 천재에게 있어서 유일한 목적은 '잃어버린 정상을 되찾는 것'이 되었다.

더 이상 '미튜브 어워드'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아니 ㅅㅂ 뭐야 이게 ㅋㅋㅋ]

[갑자기 폐관수련 선언하네]

[조컷한테 벽 느껴 버렸누 ㄷㄷ]

[아니 근데 숨컷 왜 저렇게 잘함?? 말이 됨?]

[ㄹㅇ ㅋㅋ 삼피쉑이랑 합방 중이라던데 대리 받고 있는 거 아니야?]

[미니 멸망전에서 그랬던 조컷이 며칠 사이에 이렇게 된다? 말 안 되거든요]

포그의 방송을 선택했다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돼 버린 시청자들.

[??? 니들 그거 모름?]

[조컷쉑 에임랭커 18위 찍었잖아]

[?????? 개솔 ㄴ]

[가서 확인해 보던가 ㅋㅋ]

[아니 ㅋㅋ 숨컷 닉 따라한 다른 애겠지]

[방금 라이브 방송으로 9분대 뚫었었는데?]

[?????? ㄹㅇ???]

그들이 자연스럽게 숨컷에게 흡수되기 시작한다.

그렇게, 레오필에게 장악된 상태로 양분되어 있었던 인터넷 방송계가 하나로 합쳐졌다.

'숨컷'으로 말이다.

1. 숨컷 27%

2. 포그 18%

1. 숨컷 29%

2. 포그 17%

1. 숨컷 32%

2. 포그 13%

미튜브 어워드 게임부문에 거대한 변화가 일어난다.

동시에.

'미튜브 어워드 종합 부문'에 새로운 이름이 등장한다.

'5위'에 해당하는 그 자리에 갑작스럽게 난입한 그 이름.

다름 아닌 숨컷이었다.

* * *

레오필이 오픈하고 다사다난한 날이 이어졌다.

정신을 차려 보니 어느새, 그 날은 코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멸망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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