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자가 게임을 잘함-325화 (324/361)

325. 개화 1

AOS류 게임에서 전략, 전술을 포괄하는 뇌지컬과.

스킬샷, 무빙 등을 포괄하는 피지컬.

둘의 비중을 따지자면 5:5정도 될 것이다.

그렇다면 FPS게임은 어떨까.

마찬가지로 전략, 전술을 포괄하는 뇌지컬.

그리고, '에임'을 담당하는 피지컬.

FPS게임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카운터 샷'의 전설인 'MEOW'는 말한다.

-사람들은 곧잘 내게 '어떻게 하면 카운터 샷을 그렇게 잘할 수 있나요?'라고 묻곤 한다.

-나는 항상 똑같이 대답한다.

-'상대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사격하면 된다'.

-질문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게 뭐냐며 불만스러운 얼굴을 했지만, 어쩌겠는가.

-그게 사실인데.

-카운터 샷은- 아니지.

-FPS는 애당초 그런 게임이다.

-1초에 열다섯 발이 나가는 총으로 머리를 두 방 맞추면 이기는 게임.

-총알이 적중하기까지 0.1초도 안 걸리는 저격총으로 머리를 한 방 맞추면 이기는 게임.

-FPS에서는 에임과 반사 신경이 전부며, 다른 모든 것은 그걸 보조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AOS에서는 피지컬과 뇌지컬을 모두 동등하게 재능으로 여기지만.

FPS에서는 피지컬만이 재능으로 여겨졌다.

그런 FPS계에서 피지컬이, 에임이.

실력의 요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0%에서 최대 90%까지도 수렴했다.

에임 랭커가 에임의 완벽한 척도가 되는 건 아니다.

게임과는 다르게 '환경'이나 '탄도학'이나 총기에 따른 탄환 속도의 차등이 적용되지 않으니.

그럼에도, 가장 보편적인 척도라 볼 수 있었다.

에임 랭커에서 높은 성적을 보유하고 있다고 FPS장르의 모든 게임에 능통한 건 아니지만.

FPS게임의 랭커들은 모두 에임 랭커에서 높은 성적을 보유하고 있었다.

'단체 생활 때문에 프로 생활할 생각 추호도 없고', '요즘 FPS류 게임 질리기 시작했다'며.

세계 각지 명문팀에서 오는 프로 제의를 거절하는 언더워치, 배로그 동시 랭킹 10IN을 유지하던 삼피는 FPS에서 상당한 유명 인사였고.

그런 그녀의 에임 랭커 세계 랭킹은 7위.

국내 한정으론 3위에 해당했다.

제나가 근, 중거리 사격에만 특화되어.

FPS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장거리 저격전에서 약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과.

2할을 차지하는 뇌지컬에서 약한 모습을 보인다는 걸 감안하면.

에임 랭커의 성적은 꽤나 정확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런 에임 랭커에서, 최재훈은 18위의 성적을 기록했다.

국내 한정으론 무려 5위에 해당하는 성적이었다.

그는 스스로를 FPS 초심자라 일컬었다.

에임 랭커 또한 레오레의 스킬샷 단련을 위해 곁가지로 해 본 거라 했고.

즉, 그에겐 아직도 발전의 여지가 다분하게 남아 있는 것이다.

게다가, 그의 뇌지컬 적인 면은 이미 유명하지 않던가?

즉.

그는 현재 막연하게 주어진 국내 5위라는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 수 있을 뿐만이 아니라.

그 이상의 경지를 이룩해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유하고 있다 볼 수 있었다.

'세계 최고급'의 경지를 말이다.

"우와…."

권지현이 반짝이는 눈으로 최재훈을 바라봤다.

"역시, 재훈 씨. 대단하시당…."

짜자자자작.

그녀의 보이지 않는 귀가 쫑긋 선 듯했다.

눈 안에 담긴 감정은 순수한 선망.

감탄.

호감.

'재훈 씨라면 뭘 잘해도 이상하지 않아!'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

그가 어떤 놀라운 모습을 보여줘도 어렵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는 권지현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최재훈이 보여준 일면을 곧바로 받아들이고 그에 찬사를 보낼 수 있는 건 말이다.

숨컷.

그는 이미 레오레에서 그 재능을 입증했다.

한정적이라곤 하나 분명 의심할 여지가 없는 '세계 최고급'의 재능.

보통 사람 같았다면, 한 분야 안에서 평생을 바쳐도 도달하지 못할 경지였다.

그런데, 또 다른 분야에서 그런 경지에 도달할 가능성을 보이다니?

올림픽으로 비유하자면, 육상에서 200M 400M 메달을 획득한 게 아니라.

육상에서 메달 하나, 사격에서 메달 하나를 획득한 격이었다.

그런 천부적인 재능 앞에서, 권지현처럼 순수하게 감탄하는 것은 부자연스러운 반응이라 할 수 있었다.

"…."

제나와 시청자들처럼 경악하여 입은 벌어졌지만 정작 말문은 막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갈피조차 못 잡는 게 일반적인 반응이다.

천부적인 재능이라니.

일찍의 재능의 벽을 느끼고 꿈을 포기했었던 최재훈이 들었다면 콧방귀를 넘어 콧똥을 쌌을 표현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의 주관적인 견해.

객관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그는 분명 재능을 타고났다 볼 수 있었다.

단지 '레오레 프로'에 적합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리고.

그가 지금까지 바쳐온 노력, 열정, 희생.

그는 그러한 재능을 누릴 충분한 자격이 있었다.

최재훈은 타인들이 보는 것처럼, 아주 자신감이 높은 남자였다.

방송에 비춰지는 그는 무한한 자신감을 갖고 있을 것만 같다.

이는 반만 맞다.

그는 분명 높은 자신감을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그 자신감은 일찍이 맞이했던 좌절로 인해 '한계'가 분명했다.

자신을 분명 '최고'라 여길 수 있지만서도.

마음속 깊숙한 곳에서 은연중에-

'결국엔 우물 안 개구리일 뿐'이라는 자각을 갖고 있다.

그런 자각에.

언젠가부터 서서히 금이 가고 있었고.

지금 이 순간, 무너지기 시작한다.

최재훈은 그 사실을 당장은 인지하지 못했다.

'왠진 모르겠지만, 기분이 더 깔쌈한데.'

그러나 분명한 건, 지금 몹시 기분이 좋다는 것.

최재훈은 그 이유를-

'힘숨찐 짓해서 그런가?'

사람들이 자신의 18위를 보고 놀라고 있는데, 사실은 그 보다도 더욱 엄청난 3위의 기록 보유자라서라고 여겼다.

어느 정도는 맞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에 대해 기대하고 있는 와중, 그 기대에 부응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드는 건 아주 고무적인 일이었으니.

"크~ 여러분. 어? 무언의 극찬 감사합니다. 감사한데! 걱정이 되네. 나 우리 시청자 여러분들, 심장이 괜찮을까 걱정이 돼. 지금 나라는 남자의 능력이라는 빙산의 일각만 봤을 분인데 이 정도로 놀라면, 나중 가서는 어떡하려고!? 어!? 심장마비 오는 거 아냐? 치킨보다 심혈관에 좋지 못한 남자가 돼 버리는 건가?"

그의 능청에-

[대단해하지 말라고!!!!!!!]

[아 ㅋㅋ 저 표정 드니까 정신이 확 드네]

[ㄹㅇ ㅋㅋ]

[칭찬하고싶은 마음이 싹 사라지누? ㅋ]

[심혈관에 안 좋은 건사실이네요 ㄹㅇ; 사람 빡돌게해서 심혈관에 무리가 오게 해]

[정말대단하시네요상으로표창장을드리겠습니다표창이다죽어라]

비로소 정상화되기 시작하는 방송의 분위기.

"참나 뭔, 칭찬을 못 해 주겠네. 아 어쨌거나, 이러면-"

그녀가 잠깐 동안 고민하더니, 허탈하다는 듯 '하'헛웃음을 터뜨렸다.

"뭐, 내가 딱히 알려줄 게 있나?"

FPS 숙련자인 제나가 같은 크루원인 숨컷과 권지현에게 강의를 해 주는 게 오늘 방송의 주요 컨텐츠였고.

제나는 대체로 에임과 관련된 강의를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숨컷은 아무리 봐도 강의를 필요로 하는 레벨이 아니었다.

"그, 에임 말고 다른 걸 가르쳐주시면 되잖아요."

"이 게임은 에임이 전분데?"

"아니, 뭐. 배틀 로얄 게임에서 운영 방식이라던가. 그런 게 있을 거 아니에요. 뭐, 지형을 파악해서 사람이 안 올 법한 자리를 점하고 뭐시고 쌸라쌸라."

"아니 뭐, 운영 방식 별 거 있어? 그냥 보이는 놈들 다 쳐 죽이면 되는 거지."

그리고, 제나는 에임 외에 별달리 가르쳐줄 게 없었다.

그녀는 복잡하게 생각하며 게임을 플레이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오롯이 육감과 직감에만 의지하여 게임을 풀어나가는 스타일이었으니.

그런 플레이는 레오레에선 '뇌없페'라는 존경 섞인 조롱을 듣게 했지만.

배로그에선 '에임만 좋으면'아무래도 상관 없을 일이었다.

게다가-

"그리고, 그런 뇌지컬적인 부분은. 오히려, 니가 더 잘 아니까. 그러니까 내가 보기엔. 딱히 강의 받을 것도 없이, 게임 몇 판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익히게 될 것 같은데?"

"그거, 해석하자면. 삼피 씨조차도 감히 저를 가르칠 수 없다는 얘긴가요?"

"입 닥치고 게임이나 쳐 하라는 얘기야."

[ㅋㅋㅋ 또 또 자강두천찍누]

[겜 잘하는 새기들은 하나같이 저모냥이고 ㅋㅋ]

"아."

그때 제나가 뭔가 생각났다는 듯 운을 뗐다.

"야, 그러면 니 뭐 한 번 챌린저 수준에서 게임이라도 해 볼래?"

"챌린저 수준에서요?"

"어. 니 정도 기본기면 챌린저 수준에서도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을 거고. 기왕 직접 겪으면서 배울 거면, 더 높은 점수대가 좋을 거 아냐."

"제나 씨답지 않게 옳은 말씀이긴 한데."

"뭐 임마?"

"제나 씨답게 허술한 계획이네요. 이제 막 배치 끝나고 골드 배정 받은 제가 챌린저 게임에 어떻게 가요?"

"하, 어떻게 가긴. 플래 갔듯이 가면 되지."

"플래 갔듯?"

플래티넘인 권지현과 듀오를 하여 플래티넘 점수대 게임에 배치됐던 방금 전 게임을 말하는 것이었다.

"배로그는 듀오하면, 점수 높은 애 수준에 맞춰서 게임 배정되거든."

"아하, 플래티넘인 지현 씨랑 듀오하면 플래티넘 게임에 배정되고. 챌린저인 삼피 씨랑 듀오하면 챌린저 게임에 배정된다? 제 점수랑은 상관없이?"

끄덕.

"아니, 그런데 챌린저인 제나 씨랑 골딱이인 저랑 듀오라니. 그게 돼요?"

"돼. 배로그엔 티어 제한 없어."

"시스템적으론 가능하다 치고. 골딱이인 저랑 챌린저인 제나 씨랑 듀오하면, 민폐니 뭐니 말 나오지 않을까요?"

"배로그는 그런 거에 그만큼 안 빡빡해. 레오레 같은 팀 게임이 아니라 개인전이니까. 점수 낮은 놈이 게임 수준 못 따라와서 져 봐야 피해보는 건 걔랑 듀오하거나 파티 맺은 당사자들뿐이니까."

"오호~ 그러면, 만약에 이기면요?"

"이기면 뭐."

"이기면 또 뭐, 버스 타니 뭐니~ 그런 소리 나와서 망신당하지 않을까요?"

"뭐, 니가 아무 것도 하는 거 없이 뒤지고. 혼자 남은 내가 캐리하면 그런 소리가 나오긴 하겠는데-"

제나가 도발적으로 웃었다.

"벌써부터 그런 걱정 하는 거 보니, 어지간히도 자신 없나 보네?"

그에 최재훈 또한 도발적인 미소를 돌려준다.

"아니, 제 얘기 하는 게 아니라 제나 씨 얘기 하는 건데요? 제나 씨 죽었는데 버스 받아서 점수 오르면 체면이 말이 아니잖아요."

"하, 같잖네. 뭐 그럼 내기라도 해?"

"오~ 배로그 네임드 랭커께서 뉴비인 골딱이와 진심으로 내기를 하시겠다~?"

"어지간히도 겁나나 보네? 뉴비니 골딱이니 방패 내세우기 바쁜 거 보면?"

"지현 씨 도와주세요."

"앗! 아, 그! 삼피 씨!"

"뭐."

째릿.

"…숨컷 씨 화이팅!"

"사실, 삼피 님. 제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 지현 씨 얘길 하는 거였습니다. 이 사람이 글쎄, 삼피 씨를 발라서 망신을 주려고 아주 벼르고 있더라고요."

"오호."

"잉!? 아닌데용!?"

"맞는데용?"

"그러니까, 권지현 말은. 우리 3인 파티로 돌려서. 둘이 팀 먹고 킬수 나한테 밀리면, 권지현이 벌칙 받는 걸로 하자, 이거지?"

"아닌데용!?"

"맞는데용?"

"숨컷 씨!?"

"지현 씨 화이팅!"

"앗, 넵! 화이팅!"

"각오해라 삼피!"

"각오해라 삼피!!"

"뒤졌다 찐따색."

"헝…."

그렇게, 권지현과 최재훈의 챌린저 탐방이 시작됐다.

"아참. 지금, 챌린저 최상위권 중에 레오필 기다리는 겜창이 우리만 있진 않을 건데. 이 방송 보고 있으면, 방송 켜고 저격이라도 해서 발리는 거 중계라도 해 보던가."

[오 ㅋㅋ]

[캬 ㅋㅋㅋㅋㅋㅋ]

[황피께서 하꼬들에게 은총을 배푸시니 ㄷㄷ]

[노블리스 오블리주]

[하꼬들 목욕하다 말고 거품으로 빤스브라 만들어 입은 뒤 허겁지겁 컴터 앞에 앉겠누 ㅋㅋ]

멸망전의 참가팀이자, '숨컷'보유 팀으로서 레오필이라는 거대한 흐름의 최중심에 있다 할 수 있는 컷컷컷 크루의 방송.

그런 방송에 저격으로써 출연하여 마음껏 자신을 어필해라.

컨텐츠의 판을 키우기 위한 제나의 제안- 아니, 은혜는.

배로그는 물론이며 레오필에서도 이름을 떨치고자 하는, 배로그 상위권 방송인들에게 있어서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오 ㅋㅋ 저게 누구야]

[은하달팽이 있누 ㅋㅋ]

[박레드 ㄷㄷㄷㄷㄷ]

[프사 있네 ㄷㄷ]

[아니 쟤는 프로 아니냐?]

[챌린저 최상위권 네임드들 정모하누 ㅋㅋ]

[와 라인업 ㄷㄷㄷㄷㄷ]

[이 라인업을 즉석으로 ㄷㄷ]

그렇게 배로그에서 내로라하는 거물 방송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호화로운 라인업 속에서, 최재훈의 체험 학습이 시작된다.

"총알!!!!! 재훈 씨, 피해욧!!! 구석으로!!!!"

<권Z현 님이 죽었습니다>

"앗, 지현 씨!!!"

아무리 비범한 가능성을 지닌 최재훈이라곤 하나, 그 상대는 현역 '랭커'들.

당연하게도 호락호락하지 않은 극한의 환경이 펼쳐졌다.

정말 초심자가 이런 정글에서 성장이 가능할까?

"에휴, NOOBS."

<3P 님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가능했다.

제나라는 최고의 길잡이가 편의를 봐줬고.

"아, 이게 되려나… 어? 되네?"

<치킨킹닉누가먹음 님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최재훈은 충분히 정글에서 살아 남을 능력을 갖고 있었다.

아무리 챌린저 랭커여도, 더 빠르게 포착해 헤드샷을 꽂아 넣으면 꼼짝 못한다.

그들은 분명 배로그의 랭커들이었으나, 그 중에서 최재훈보다 에임 랭커 랭킹이 높은 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승리.

"아 쓰, 이게 이렇게 되는구만."

그리고 패배.

경험을 쌓아감에 따라, 에임이라는 뼈대가 단단히 잡혀 있는 숨컷의 재능에 빠른 속도로 살이 붙어 나가기 시작한다.

그 성장 속도는-

-아니, 숨컷 님 여길 노리신다고?

-와~ 나이스 트라이~

-크, 진짜 금방금방 배우시네?

눈으로 확인이 가능할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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