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자가 게임을 잘함-324화 (323/361)

324. 에임 랭커 2

"아, 특훈은 지난 며칠 동안 배그한 거 얘기한 거고요. 이 에임랭커를 갑자기 왜 보여드렸냐면-"

최재훈이 피식 웃더니.

"제가 백지가 아니라는 걸 설명하려고요. 배로그 같은 게임에서 에임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크잖아요? 근데, 제가 옛날에 한동안 이 에임 랭커에 빠져 살았던 적이 있었거든요. 오랜만에 에임 랭커 다시 해 보고, 배로그 몇 판 해 보니까. 금방 다시 감이 되살아나더라고요."

"아니, 니 뭐 FPS게임 해 본 적 없다며. 근데, 에임 랭커에 빠졌던 건 또 뭐야?"

그에, 최재훈의 시선이 과거를 돌이켜보듯 먼 곳을 바라봤다.

하.

그가 의미심장한 헛웃음을 흘리더니 말했다.

"제가 한 때, 레오레 실력 발전시켜보겠답시고 별의별 짓 다 해 봤었거든요."

"하, 그러니까. 니 레오레 실력 발전시키려고 에임 랭커 잠깐 해 봤었던 게, 지금 그 수준이라고?"

제나는 설명을 듣고도 도무지 납득할 수 없어서-

"어디 한 번 보기나 해 보자."

눈으로 확인하고자 했다.

정확히, 어느 수준인지 말이다.

"야, 권찐."

"넹?"

"니부터 해 봐."

"아, 이거 또. 제가 또 한 에임 랭커 하는데 어떻게 알아보시고."

에헴.

기고만장한 그녀에게 제나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다들 잘 봐 둬. 얘가 딱 일반인 수준이니까. 아니, 일반인보단 약간 못하는 수준? 모르겠다. 방금 게임에서 총 쏘는 걸 보기도 전에 뒤져서."

"헝…."

권지현이 꼬리를 늘어트리며 에임 랭커를 실행했다.

에임 랭커의 방식은 간단하다.

통상 FPS게임과 같은 시점, 시스템으로 플레이하게 되는 플레이어는 방 안에 갇히고.

방 안에는 무작위 위치로 표적이 생성된다.

표적은 피격 당거나, 시간이 지나면 자연 소멸되는데.

자연 소멸될 경우, 플레이어의 HP가 소모된다.

표적을 빗맞혀 빈 공간을 맞힐 경우에도 HP가 소모된다.

표적의 생성, 소멸 주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빨라진다.

즉, 얼마나 길게 생존하느냐가 에임 랭커의 관건이자 판단 기준이었다.

"아, 으…아…아!!!!! 악!!!"

<사망>

부릅뜬 눈으로 집중하던 권지현이 사망과 동시에 축 늘어졌다.

[ㅋㅋ권찐쉑 다 빗나가누]

[권지현~기증나게 못해~]

[아니 저건 도대체 왜 ㅅㅂ 사망이라 하는 거야]

[ㄹㅇ ㅋㅋ 저거때문에 빡쳐서 괜히 더 도전하게 됨]

"이야, 진짜 어떻게 딱 한 치도 기대에서 벗어나질 않냐? 내가 말했었지? 얘가 평균 수준이라고."

에임 랭커 일반인 기록 평균을 30초.

권지현의 기록은 36초였다.

"으으으…! 삼피 씨, 저 한 번만 더 도전해 볼래요!"

"그러던가."

권지현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으로, 다시금 집중에 임한다.

"그게 그거구만."

"한 번 더!"

"한 번 더!!!"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수차례 거듭한 끝에.

[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권지현 ㅋㅋㅋㅋㅋㅋㅋㅋ]

[뭐야 이거 삼피가 대리해 주는 거 아님? ㅋㅋ]

[실력 팍팍 느네 ㅋㅋ]

[오랜만이라더니 슬슬 감 잡는 거냐?]

[와 ㅅㅂ 난 40초를 못 넘기겠던데]

그렇게 갱신된 기록.

"후… 후…."

2분 20초였다.

"오~ 꽤 하는데?"

제나가 진심으로 감탄했다.

일반인 기록 평균은 30초이며.

1분을 넘길 경우 잘하는 측에 속한다.

2분 20초 정도면-

"아니, 이 정도면 에임만 따졌을 때 그랜드 마스터도 가능하겠구만. 왜 플딱이야?"

"오, 숨컷 씨! 저 삼피 씨한테 칭찬 받았어요!"

"아니 그 삼피 씨한테 칭찬을 받다니. 지금 당장 프로 데뷔하러 갑시다."

"헤헤헤."

"지금 나 무시하냐?'

"아, 그, 그게 아니라! 그, 제가 왜 플래냐면. 그때 그, 하다 말고 레오레 하러 가 가지고. 휴면 강등 당했던 걸로 기억해요."

"원래는 어디였는데?"

"그, 마스터에서 그랜드 마스터 도달하기 지적으로 기억해요."

"아, 그러냐?"

"네!"

권지현이 다시금 칭찬을 기대하며 반짝이는 눈으로 동료를 쳐다봤다.

"재미없네. 어중간하게 잘 할 바에, 그냥 대놓고 못해야 방송이 재밌는데. 그래야 쟤랑 대조도 되고."

[ㄹㅇㅋㅋㅋ]

"헝…."

"아무튼, 야. 이제 니 차례다. 한 번 해 봐."

"숨컷 씨 화이팅!"

"화이팅! 삼피 씨는요?"

"하, 힘내든가 말든가."

그렇게 권지현 대신 자리에 앉은 최재훈.

[과연 ㄷㄷ]

[도대체 몇 분 나오려나]

[방금 폼 보면 통곡의 벽도 넘기기 가능할 것 같은데?

[에이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통곡의 벽이 뭐임?]

에임 랭커는 3분부터 [아니 ^^ㅣ발 이걸 깨라고 만든 거야?]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난이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한다.

그렇게 일컬어지길, 통곡의 벽.

혹은 챌린저의 벽.

FPS 챌린저 유저들은 대부분이 그 통곡의 벽인 3분을 넘어 4분대에 도달하기에 붙여진 이름이었다.

[오 ㅋㅋ]

[ㅈㄴ 무난하네]

[권지현은 눈에 핏발 서고 콧물이랑 침 질질 흘리면서 겨우 넘기던데 ㅋㅋ]

"뭐래!? 너 나가!"

[싫어 ㅋ]

[너가 나가 권지현!!!]

[우리 채팅창이야!!!]

[ㄹㅇ ㅋㅋ 니 방송이냐고]

[삼피님 권찐이 방송 주도권 뺏으려고 하는데요? ㅋㅋ]

"헝…."

최재훈은 무난하게 2분의 벽을 돌파했다.

여기까진 예상한 바였기에, 그 반응 역시 무난했다.

그렇게, 드디어 도달한 통곡의 벽.

[와 ㅅㅂ ㅋㅋ]

[눈돌아가네]

[이... 이기 뭐고?]

[아니 ^^ㅣ발 이걸 깨라고 만든 건가 ㅋㅋ]

화면이 표적으로 난리가 나기 시작했고.

[아니 ㅁㅊ ㅋㅋㅋ]

[와 진짜 정신 나갔네]

[얘 뭐냐 ? FPS도 잘하는 거임?]

"…."

진지한 얼굴로 그 표적을 놓침 없이 소거해 나가는 숨컷의 모습에, 채팅창도 난리가 나기 시작한다.

그렇게-

[와 ㅁㅊ]

[통곡의벽 넘겼어]

통곡의 벽인 3분대를 넘어서, 4분대에 도달했다.

그의 에임 능력이 챌린저급임이 입증되는 순간이었다.

[와 개쩌네 ㄹㅇ]

[아니 조컷쉑 진짜 못하는 게 뭐냐? ㅋㅋ]

[아 그런 말 하지마 ㅄ아]

[아 ㅈ됐네 그런말 하면 조컷 또 ㅋㅋ]

시청자들이 그의 능력에 순수하게 감탄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 아니 근데 얘 왜 안 끝나냐?]

[어디까지 가는 거임?]

이미 충분히 감탄할 만큼의 능력을 보여줬음에도, 그의 전진은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감탄은-

[아니 ㅅㅂ 뭐야 이게]

[말이 되냐?]

경악이 된다.

<6:03>

6분대에 돌입하는 이들 대부분이 프로라 '프로의 벽'이라 불리는 '5분'을 돌파한 것이다.

[아니 뭔 아직도 만피임?]

그런데도 여전히 여유롭다.

어느 순간부터 6만 명이나 상주하고 있는 채팅창에서는 갈고리조차 나오지 않게 되었다.

경악을 넘어선 무언가.

모두가 말문이 막혀서 숨컷의 기행을 묵도하고 있었다.

"미친…."

제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입이 떡하고 벌어진 그녀.

그가 페이스를 이겼을 때도 이만큼 놀라지는 않았다.

그 만큼, 숨컷이 갑작스럽게 보여준 의외의 능력은 궤를 벗어난 수준이었다.

표적이 단시간에 폭죽 터지듯 무수히, 끊임없이 생성되었다 소멸하기를 반복해서일까.

시간이 특히나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았다.

그렇게, 보는 사람이 다 숨 막히는 시간이-

드디어 끝났다.

"…하."

장소에, 채팅창에 흐르고 있던 침묵을 제나의 헛웃음 소리가 깨트렸다.

<8분 13.28초>

"미친…."

8분이라니.

최고 기록이 9분46초인 제나가 '세계 에임 랭킹'이라고도 볼 수 있는 에임 랭커의 랭킹이 7위인 걸 고려한다면.

실로 엄청난 기록이었다.

'8분 13초 정도면 최소 100위 안에 들겠는데?'

최재훈은 지금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필시, 특유의 표정으로 능글우쭐 거리고 있을 테지.

칭찬해 주고 싶어도 욕이 먼저 나오는 그 얼굴.

하지만, 이번에는 순수이 칭찬을 해 줄 수 없을 듯싶다.

"야, 니 진짜-어?"

그렇게 응시한 최재훈은- 이게 웬걸.

겸손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니.

겸손한 표정이 아니었다.

그건-

그래.

아쉽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저 엄청난 기록을 달성해 놓고?

"아."

제나는 곧바로 깨닫는다.

그 역시, 최재훈 나름대로 우쭐거리는 방식이라고.

"하."

너무 얄미워서 헛웃음이 절로 나올 정도.

하지만, 이번만큼은 솔직히 칭찬해 주기로 했다.

"하, 짜식. 좀 친다?"

그걸 신호로, 채팅창이 들끓기 시작했다.

[아니 ㅁㅊ새끼아니야 이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실화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에임 랭커의 자랑 조컷! 에임 랭커의 자랑 조컷! 에임 랭커의 자랑 조컷! 에임 랭커의 자랑 조컷! 에임 랭커의 자랑 조컷! 에임 랭커의 자랑 조컷! 에임 랭커의 자랑 조컷!]

[아니 ^^ㅣ발 조컷 못하는 게 도대체 뭐야!!! 적당히 해 진짜 ^^ㅣ발 무서우니까!!!!!]

그에 대한 환호로 광란의 도가니가 된다.

"와, 재훈 씨 역시!!! 대박. 이 정도면 순위권 아니에요?"

"그럴걸. 야, 비켜 봐."

제나가 숨컷의 자리에 앉아, 에임 랭커의 랭킹 페이지에 들어갔다.

1위 - FOG 10분 15.13초

2위 - FRO.G 10분 13.95초

... - 9분 58.54초

...

...

...

7위 - 3P 9분 45.33초

8위 - ...

9위 - ...

10위 - ...

"와, 삼피 씨! 대박!"

"하, 이 정도야."

한 번에 열 명씩 표시되는 페이지.

제나가 계속해서 뒤로 넘겼다.

9페이지가 되었을 때쯤.

8분 초반 대 기록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91위 - 8분 18초

92위 - 8분 17초

93위 - 8분 14.13초

"이쯤이겠네."

94위 - 8분 12초

"…어?"

"엥?"

[???]

[뭐야]

[8분 13초 어디갔음???]

[치킨킹치킹 어디갔어]

93위가 14초고, 94위가 12초인데.

13초인 숨컷의 기록이 온데 간데 보이지 않는다.

[92.5위야 뭐야]

[??? : 버근가?]

"그러게 오류인가? 아직 갱신 안 됐나보네. 이상하다, 보통 재깍재깍 갱신되는데. 뭐 아무튼. 누구 말 대로, 92.5위인 걸로."

그렇게 제나가 상황을 마무리하려던 그때.

"삼피 씨."

"어?"

"3페이지로 가 봅시다."

"뭐? 갑자기 왜?"

그렇게 반문한 제나가-

'…설마?'

황급히 랭킹 3페이지로 향한다.

거기엔-

18위 - 치킨킹치킹 9분 3.48초

"…아니 이게 뭔…."

버그도 오류도 아니었다.

단지, 더 높은 기록이 존재하여 갱신되지 않았을 뿐.

바로, 최재훈이 어제 달성한 기록이었다.

최재훈은 무언가에 빠지면, 끝을 보기 전까진 헤어 나오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옛날, 레오레의 스킬샷과 반응속도 따위를 단련하기 위해 에임 랭커에 빠졌던 최재훈은.

정말이지, 광적으로 에임 랭커에 파고들었다.

공식 연습을 제외한 모든 여가시간을, 고스란히 에임랭커에.

몇 달 내리 꼬박 투자했다.

-아니, 쟤는 저 재미 대가리 없는 걸 하루 종일 몇 달 동안 하고 있는 거야?

-쟤 저러다 정신병 오는 거 아니냐?

-이미 와서 저러고 있는 거 아냐?

-진짜 미친 놈… 저 시간에 차라리 레오레 연습을- 하라곤 못하겠네.

-할 수 있는 건 다 해 본 것 같으니까."

-반응속도 늘리겠답시고 복싱 시작할 때보단 그나마, 생산적이라고 해야 하나. 덜 창의적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 근데, 저놈 뭐에 빠질 때마다 진짜… 뭐라고 해야 하나.

-착잡하지, 시발. 내가 아는 1군중에서도 저렇게 목숨 거는 놈은 없는데.

-그리고 자괴감 들잖아. 쟤는 저렇게 하는데 나는 뭐 하고 있는 건가 싶어서.

-쟤를 기준으로 삼으면 안 되지.

-일반인이 쟤 일과 따라하면 농담 아니고, 진짜 한 달이면 정신병 오는 수가 있어.

-큭큭큭, 시발 내 말이.

팀원들 사이에서 그런 이야기가 오갈 정도로.

역사상, FPS게임을 하면 했지.

에임 랭커에만 그 정도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사람은 없을 정도로.

사실, 그가 그 정도로 빠져든 데에는 다른 한 가지 이유가 더 있었다.

바로, 세계에서 최고 수준의 플레이어들만 넘긴다는 '10분의 벽'.

그 '최고'라는 이름에 매료된 것이다.

마침 '레오레 실력 단련을 위한'훈련이라는 명분도 있겠다.

그는 몇 달 동안 모든 여가시간을 에임 랭커에 투자했고.

뜻한 바를 이루어냈었다.

3위 - 레오레유저 10분 0.39초

이 세계에서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이 새끼 도대체 누구야' 사건.

또는-

'아니, 야. 이참에 그냥 FPS프로로 전향이나 해보지 그러냐?'

사건이었다.

"아니, 이게 도대체 뭔…? 아니…."

18위를 보며 넋이 나간 사람들을 보며 입이 근질거려서 혼난 최재훈이었다.

옛날의 최재훈은 세상이 그저 야속했다.

아무리 노력하고 또 노력해도, 자신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았던 세상이.

그런데.

그 노력이 이제서야 결실을 맺고 있었다.

그는 재차 확신했다.

이번 멸망전에서 TC1팀과 포그의 팀인 KWC를 제치고 우승하는 것.

'쌉가능.'

미니 멸망전에서 숨컷은 FPS를 처음 경험했음에도 엄청난 활약을 보였다.

차현하와 김희은은 BAY MUGCUP과 TC1 SIGHT라는 이름에 걸맞은 게임 재능을 보여줬다.

하지만 포그는 그런 그들을 무참히도 압살했다.

그에 따라 미튜브 어워드 투표 현황에 자그마한 변동이 일어났다.

기존.

숨컷이 24%로 1위.

포그가 18%로 2위로 꽤 컸었던 격차가-

1. 숨컷 22%

2. FOG 20%

까지, 좁혀진 것이다.

레오레의 정상급 선수들을 레오필에서 압살한 포그가, 향후 보여줄 활약에 대한 기대감으로 말이다.

이러한 양상은 오늘 숨컷이 강의 방송을 켜기 전까지만 해도 유지되고 있었다.

그런데, 강의 방송이 진행되는 와중 어느 시점을 기하여.

다시 또 투표 현황에 변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1. 숨컷 - 23%

2. FOG - 19%

격차가 다시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FPS에도 엄청난 재능을 가진 게 밝혀진 숨컷이 향후 보여줄 활약에 대한 기대감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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