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3. 에임 랭커 1
아버지도 솔직히 이건 인정해 줄 거라며, 학우들과 함께 도서관 대신 PC방으로 향한 불속성 효녀 김 모 양.
동네에서 레오필의 가동되는 사양의 설비를 구비 중인 몇 안 되는 PC방 중 한 곳인 'ZIZON PC'은-
"아니, 벌써 자리가 꽉 찼네!"
"하, 씨 망했다 여기가 마지막인데!"
이미 그녀와 같은 부류의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이미 자리를 잡고 안도감과 우월감 따위를 느끼는 이들.
그리고 선 채로 그들에게 질투와 선망 따위의 감정이 담긴 시선을 보내는 이들.
그녀는 전자였다.
"크,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아먹는 법이지~"
2년차 고시생인 그녀가 지금과 같은 그 상황에서 그 대사를 내뱉는 건 과연 어떨까 싶었으나.
어찌됐건 그녀는 지금 행복했다.
우월감에 잡기며, 레오필이 오픈될 때까지 뭐로 시간을 보내야 하던 고민하던 찰나.
"오, 숨컷 배로그 하네?"
숨컷.
최근 그녀가 한창 빠져 있는 방송인이었다.
이 또한 과연 2년차 고시생으로서 어떨까 싶지만, 어쨌든.
그녀는 숨컷이 레오필이 오픈하기까지 배로그로 시간을 보낸단 소식을 접하곤.
따라서 배로그에 접속했다.
만에 하나 저격하여, 그와 같이 게임하는 상황을 누릴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그녀의 배로그 티어는 무려 마스터.
일반인 기준으로는 최상위로 분류되는 실력자였다.
반면에 숨컷은 막 게임을 시작한 뉴비이며, 그 듀오인 권지현은 플래티넘 티어.
마스터와 플래티넘이 같은 게임에 서칭될 확률은 전무하다.
다행히, 그녀에겐 플래티넘 티어의 즐겜용 부캐가 있었다.
그렇게-
"오! 야, 야, 야! 나 저격 성공했다!"
저격에 성공해 만면이 화색으로 물든 그녀가 곧바로 옆자리의 친구들에게 자랑을 했다.
"아직 겜 시작도 안 했구만 뭔 저격 병신아."
"아니, 그 저격 말고 병신아! 숨컷 저격 성공했다고!"
"아니, 미친?"
"레알?"
그 말에, 주변에 있던 그녀의 친구들이 일제히 그녀의 뒷자리로 몰려들어, 핸드폰에 켜둔 방송과 대조해 보더니-
"와, 시발 진짜네?"
"이런 미친 스토커 새끼."
"아~ 열폭~ 너무 달콤해~"
"와, 아니 근데 이걸 성공하네. 야, 야, 채팅 좀 쳐 봐."
"뭐라고 해?"
"재훈아 누나가 한 수 가르쳐 줄게?"
"이런 미친 새끼."
"와 이런 성차별자새낄 봤나."
"아, 뭐! 숨컷 이름이 재훈이잖아!"
"그렇긴 해, 큭큭."
그렇게 입력되는 채팅.
- : 재훈아 이번이 처음이지?
- : 누나가 제대로 가르쳐 줄게
- : 긴장하지 마
"아니 이거 완전 미친 새끼 아니야!"
"니 같은 새끼들 때문에 한국 여자들이 싸잡아서 욕먹는 거 아니야!"
"이 여혐 제조기 새끼야!"
"아, 뭐라는 거야, 배로그 얘긴데. 이상한 건 니들 뇌고~"
"지랄."
표면적으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그들은 흥미진진하면서도 짓궂은 얼굴로, 방송 화면 속 숨컷을 응시한다.
혹여, 그가 저 채팅에 반응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그에-
-아, 한 수 알려주시겠다. 여러분, 저놈 아이디 기억하셨죠?
[첫경험 ㅗㅜㅑ]
[ㅗㅜㅑ는 ㅄ아 ㅋㅋ]
[어휴 ㅋ 배로그 유저들 수준]
[나 배로그 유전데 이번 건 ㄹㅇ 배로그가 미안하다]
"오오오오~"
무리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숨컷에게 관심 한 번 받아보자던 그들의 바람이 훌륭히 이루어진 것이다.
그들의 표정이 한층 더 고조됐다.
"와, 씨. 이 새끼 숨컷한테 '기억'당했네."
[마스터, 친추테러 갈까요?]
[마스터, 명령을]
[숨스터콜 조질까요?]
"부럽긴 한데, 이 계정 이제 못 쓰겠네."
"큭큭, 시발 친추 오는 소리 봐."
"아니, 갑자기 라톡 존나 오는 거 뭔데."
"와 이 새끼 한 번에 유명인 됐네."
"부럽냐?"
"부럽긴 병신아, 닌 9시 뉴스에 유명 방송인 성희롱범으로 나왔다고 부러워하냐?"
"아니, 뭔 성희롱이야~"
그때 숨컷이 말을 이어간다.
-아, 친추 테러는 무슨.
그가 특유의 능청스러운, 여성이 보기엔 도발적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친절하게 게임 알려주신다는데.
"와!!!!"
그에, 취한 아줌마처럼 주책없는 웃음을 터뜨리는 여자들.
한층 더 고조된 분위기 속에서, 그녀가 의욕을 불태웠다.
반드시 숨컷에게 한 번 더 주목받으리라!
어떻게?
"뒤졌다 숨컷."
"야, 근데 가능은 하겠냐? 숨컷 게임 존나 잘하잖아."
"아 그럼 뭐해~ 배로그는 첨인데."
"그런데 그때 레오필에서 레이지 잡았었잖아."
"아, 븅신아. 그건 딱 봐도 뽀록이잖아."
"그리고 레오필 그거는 새꺄, 레오레 섞여서 가능한 거고."
"그런가?"
"그렇지."
"그니까 이 새낀 숨컷 못 잡으면 겜 접어야 돼."
"논리 보소."
"아, 이거. 숨컷이랑 겜해서 같이 오래 끌고 싶었는데, 안 되겠구만?"
"야, 야, 하강 시작한다."
"야, 숨컷 어디로 떨어졌냐?"
"B 캠프."
"B캠프? 와 씨, 딱 뉴비 다운 발상이네. 귀여운 거 봐."
"와, 주변에 낙하산 존나 많은 거 보소, 무슨 인천 상륙 작전이야?"
"야, 야, 뺏기기 싫으면 빨리 따라가 병신아."
"아, 심해 새끼들이 훈수 두고 있네. 닥치고 보기나 해."
착지와 동시에 곧장 시야를 확보한다.
그리고, 안전지대로 이동하는 동시에 아이템 파밍.
이 모든 과정을 하나의 선이 그려지듯 능수능란하게 끝낸 그녀는 다른 이들에 비해 한 발 앞서 있었고.
그만큼 위력적이었다.
두 번의 접촉.
<2KILL!>
그리고 너무나도 간단한 두 번의 승리.
"오~~~"
"이야, 잘하긴 해~?"
과연 일반인 기준에서는 최상위권에 드는 실력자답다고 해야 하나.
그 일련의 과정은 그녀의 짓궂은 친구들의 입에서 감탄이 나오게 할 정도였다.
그에 어깨의 높이가 상승한 그녀가 자신감 넘치는 우쭐거리는 얼굴로-
"숨컷아 누나가 간다~"
그녀 외에도 저격은 많았지만.
그 중 가장 티어가 높은 그녀가, 가장 빨리, 그리고 확실하게 숨컷을 찾아 나섰다.
"오, 야 거기로 쭉 가."
머지않아, 숨컷이 위치한, 건물이 미로처럼 밀집돼 있는 B캠프에 도착한 그녀.
-쓰, 저기 누구 보이는 것 같은데?
-앗, 숨컷 씨! 제가 지켜드릴게요, 제 옆으로 오세- 끄앙!
-아, 착각이구나. 앗, 지현 씨! 제가 다른 곳 보고 있는 사이에!
-헝….
-절 위해서 몸으로 직접 적의 위치를 찾아 주시다니!
-옹…?
-지현 씨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을게요! 적 위치, 인지!
-이, 인지! 숨컷 씨 화이팅!
[찐따야...]
[아니 이 새기 플래라며 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 참! 오랜만에 해서 그래!
[ㄹㅇ ㅋㅋ 오랜만에 하는 거면 ㅇㅈ이지 ㅋㅋ]
[그니까 ㅋㅋ 오랜만에 하면 첨 하는 것보다 힘들잖아]
[권(버러)지현!!! 권(버러)지현!!! 권(버러)지현!!!]
-헝….
"권지현 컷!"
중간에 마주친 경쟁자들, 그리고 권지현을 제압하고-
숨컷에게 당도한다.
숨컷과 그녀는 건물을 끼고 서로 다른 방향에서 모퉁이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서로 마주치기 직전.
"야, 거기 그쪽 가면 마주친다."
그녀의 친구가 방송을 보고 귀띔했다.
"오케이."
FPS에서 적을 처치하는 데에 소요되는 시간은 그야말로 '순간'이다.
마우스를 클릭하는 즉시 총알은 표적에 당도하며.
플레이어를 사살하는 데엔 한 발로 충분한 경우도 있으니.
고로.
FPS의 승패는 그 반응속도와 에임(조준)에 의해 갈린다.
얼마나 빨리 반응하여, 얼마나 정확히 사격하느냐!
곧 있을 조우에서 그녀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이유였다.
그녀는 모퉁이에서 나가기 직전 위치에 멈춰 서고, 조준의 위치를 약간 위로 향했다.
숨컷의 '머리'가 위치하게 될 위치로 말이다
일명 '대기'라 불리는 전략.
이 상태라면, 곧 있어 모퉁이에서 나올 숨컷은 그녀의 발소리도 듣지 못한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기습당하게 된다.
그녀가 숨컷을 사살하기까지 드는 과정은 '발견-발사'인 반면.
숨컷은 '인지-발견-조준-발사'.
최소 두 배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다.
거기에, 급습당한 여파로 당황하여 조준의 정밀도가 떨어지는 것까지 감안한다면.
숨컷의 패배는 당연한 수순이라 볼 수 있었다.
"오-"
"왔다."
"들린다, 발소리."
터벅-
터벅-
모퉁이 너머에서 점점 가까워지는 발소리.
"숨컷-"
자신이 숨컷에게서 승리하지 못할 확률은 전무!
그러한 판단을 한 끝낸 그녀는 가련한 사슴을 조준하는, 유유자적한 사냥꾼의 얼굴로 말을 늘어트렸다.
눈과 마우스 좌측 버튼 위에 올려진 검지에 온 신경이 집중된다.
저벅-
저벅-
저벅.
그리고 마침내 숨컷의 캐릭터가 나타나는 순간!
"-컷!"
그녀가 크라우칭 자세에서 출발하는 육상 선수처럼, 집중력을 폭발시켰다.
탕!
울려 퍼진 총성은 단 한 발.
이렇다 할 반항도 못 해 보고 일격에 사망한 것이다.
[사망했습니다]
"…."
그녀가 말이다.
"어?"
화면이 티비가 꺼지듯 암전되자 그녀가 뒤늦게 반응했다.
"아니, 시발 뭐야."
그녀는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니 뭐냐?"
"뭐 어떻게 된 거야?"
"뭐여?"
혹여 그녀가 숨컷을 깔끔하게 제압하지 못할 경우를 기대하고, 그녀를 놀릴 준비를 하고 있던 친구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온 신경을 집중하여 화면을 지켜보고 있던 그들 전부, 무슨 상황이 일어났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분명하게 알 수 있는 사실 하나.
"아, 시발. 뒤치기 당했나 보네."
그녀가 숨컷이 아닌 다른 이에게 처치 당했을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대기를 당한 숨컷이, 대기를 하고 있던 그녀보다 빠르게 반응하여 그녀를 처치한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기에.
그때, 그녀의 암전된 화면에 다시 빛이 돌아온다.
보여주는 것이다.
그녀가 어떻게 죽었는지 처치한 이의 시점에서.
"에휴, 병신 거의 다 왔는데 그걸 뒤지네~"
"아~ 닥쳐. 아, 도대체 어떤 새끼야.
그렇게 재생되는 화면 구석에 표시되는, 처치자의 닉네임.
-치킨킹닉누가먹음
"…어?"
숨컷이었다.
"아니, 시발 말이 되나?"
안 된다.
대기를 당한 이가, 대기를 하고 있던 이가 반응도 못할 속도로 처치하는 건 말이다.
그렇게 이르게 되는 결론-
"들켰나본데?"
숨컷이 '대기'를 눈치 채고 대비했다.
그게,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전제였다.
그렇기에 그들은 그걸 맞다 생각했다.
"아니, 씨, 어떻게 알았지?"
"발소리 났나보지 새꺄."
"에휴, 그걸 들키네."
"아니, 들켰다고 해도 그렇지. 그걸 지냐?"
"그니까, 배로그 첨하는 애한테."
"이걸로, 이 새끼가 대리 받았다는 가설이 입증됐네요."
"큭큭, 거품 새끼."
"아 닥쳐, 뽀록이니까."
"하긴, 뽀록 아니면 말이 안 되긴 해."
그런데-
"어?"
대기를 눈치 챘다면 벽 너머에 있을 그녀를 경계하며, 조준을 미리 그녀의 몸통 혹은 머리가 위치할 곳을 예측해서 겨냥했어야 할 텐데.
정작 숨컷의 화면과 조준을 이리 저리 이동, 사주경계를 하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코너에 들어서는 순간.
화면 구석에 그녀의 얼굴 일부가 보이고-
탕!
화면이 촬영 중인 카메라를 떨어트린 듯 급격하게 돌아가더니, 어느새 그녀는 쓰러져 있었다.
"…시발?"
그래.
시발.
한국인의 알쏭달쏭한 심경일 때, 그 심경을 완벽하게 표현해 주는 한국인의 친구.
지금 그녀의 심경을 나타내 줄 말은 그 말 밖에 없었다.
도대체가.
저게-
사주경계를 하던 상황에서 대기를 하고 있던 이를 발견하곤.
대기보다 빠르게 반응, 그것도 정확히 머리를 겨냥하여 일격에 처치하는 게-
<아쉽다! 하지만 뭐, 그럴 수도 있지!>
<4KILL>
<랭킹 86위>
"말이 돼?"
안 된다.
그렇기에-
"거봐, 뽀록 맞다니까?"
그녀의 뽀록, 즉 우연이라는 발언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게?"
"아니, 큭큭큭. 와 이 새끼도 진짜 운 드럽게 없네."
"그러니까, 놀라서 막 갈긴 눈 먼 총알에 맞아 뒤지냐."
"운도 실력이니까, 이 새끼가 존나 못하는 걸로."
"인정."
대체로 채팅창 또한 같은 반응이었다.
-어, 저 아이디? 여러분 저 아이디 기억하시죠? 아까 저한테 배로그 알려주신다 했던 애. 근데, 뭘까요 저건. 왜 누워 있지? 무엇을 암시하는 것이지? 도대체 배로그의 어떤 부분에 대해서 알려주려고 하는 걸까요?
[레오레건 배로그건 입 터는 새기는 ㅄ이다?]
[어느 겜이든 운빨ㅈ망겜인 건 똑같다?]
[ㄹㅇ ㅋㅋㅋ 아니 저새기도 참 기구하네]
[기껏 대기했더니 숨컷 놀라서 갈긴 거에 딱 헤드샷 맞아서 뒤지네]
[개념 만큼 운도 지지리 없는 새기]
[아니 ㄹㅇ 숨컷 방송 천재냐?]
[그니까 ㅋㅋㅋ 저걸 운으로 죽이네 ㅋㅋㅋ]
방금 전 상황을 당연히 숨컷의 실력이 아닌 '운'에 의해 만들어진 상황이라 여긴다.
그에-
-응?
최재훈이 고갤 갸웃거렸다.
"웬 운?"
[또또 ㅋㅋㅋ]
[방금 그걸 자기 실력이라고 하고 싶은 거면 양심이 너무 터졌는데요 선생님]
[ㄹㅇ; 양심이 옐수 인생보다 화끈하게 터져 버린 거지]
"아, 오케이. 이해했어."
자신의 실력이 부정당했음에도 그는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내 실력이 여러분들한테는 뭐. '불가능한 수준' '천재지변' '운으로 밖에 불가능한 경지' 그렇게 보이는 거구만? 크, 아니 이런 극찬을! 하지만, 감사하단 말은 안 하겠습니다."
그가 카메라를 보며 특유의 거만한 미소를 지었다.
"당연한 거니까."
[아니 ㅋㅋㅋ]
[패고싶은 거니까]
[이 새기 표정 봐 ㅋㅋ]
[아니 ㅋㅋ 이걸 기어코 지 실력이라 여기려 하네 ㅋㅋ]
[독하다 독해~]
[아, 예 ㅋ;]
[니 실력 하세요 ㅋㅋ]
[조컷아... 어차피 곧 까발려질 건데 실컷 허세부려라]
그런 그를 향한 시청자들의 조롱은-
오래가지 못했다.
-탕!
[오 ㅋㅋ]
[아니 이 새기 ㄹㅇ 운 머임?]
[혹시 마우스가 인공지능인가요?]
-탕!
[아니 이 수준이면 뭐 방송의 신 접신이누 ㄷㄷ]
-탕!
-탕!
-탕!
-탕!
[???]
[아니 ㅅㅂ 뭐지?]
대기 중이던 그녀를 역으로 처치했을 때만큼은 아니어도, 초심자라곤 볼 수 없는 플레이가 누차 거듭됐기 때문이다.
<구역이 제한됩니다!>
B구역이 정리되기까진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탕!
<우승!>
<나는 치킨 먹을 자격이 있을지도?>
<1위>
핵심 구역인 B캠프를 홀로 점령한 숨컷이 우승을 하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그의 우승에 경악한 나머지, 5만 명이 넘게 시청하고 있는 그의 채팅창이 얼어 있었다.
배로그에서 초심자가 우승하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23KILL>
그런 엄청난 성적으로는 더더욱.
참고로, 배로그에서 1위의 킬 스코어는 많아봐야 10명 안팎이었다.
"아니."
언젠가부터 넋이 나가 있었던 제나가 다시 그 대사를 내뱉었다.
"썅, 니 처음이라며?"
이전에 비해 더욱 당황스러운 만큼, 더욱 격하게.
그가 방금 전 게임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는-
"우와, 우승!!! 역시 숨컷 씨!"
짜자자자작.
권지현이 호들갑 담긴 물개박수로도 다 표현하기에 부족한 수준이었다.
특히, 일련의 과정으로 운이 아닌 실력이라 밝혀진 첫 킬.
바로, '대기'를 오히려 역관광시켰던 그 플레이는-
FPS계에서 피지컬, 그러니까 '에임'으로만 따지면 손가락 안에 들 정도인 제나조차도 깜짝 놀랄 수준이었다.
최재훈이 반쯤 넋이 나간 제나를 보며 만족스럽게 미소 지었다.
"사실, 그 날 이후로 계속 특훈했거든요."
"와 특훈!!! 심장이 특훈특훈 거리는 말이네요!!! 헤헤헤, 이 드립 좋았다 그쵸?"
짜자자자작.
"아, 좀! 조용히 해 봐! 정신없어 죽겠네."
"헝…."
배로그에서 실력의 요소 중 가장 대표적인 두 가지.
바로 반응 속도와 에임이었다.
최재훈이 '미니 멸망전'당시 보여줬었던 에임은 처참-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절대로 좋다고 봐줄 수 없는 수준이었다.
당시 그의 캐릭터였던 '텔론'에게는 장거리 공격 수단으로 수리검이 있었는데.
첫 라운드 당시, 포그와의 전면전에서 패배했던 이유도.
그가 네 번 수리검을 투척하여 한 번 적중시킬 동안.
포그는 네 번의 공격을 모두 적중시켰던 탓이다.
최재훈이 언급한 '그날' 역시 '미니 멸망전'일 것이다.
그날부터 오늘까지, 그 기한은 며칠이 채 되지 않는다.
그 며칠 동안, 저 정도의 실력 발전을 거뒀다고?
특훈으로?
"아니 도대체 뭔 년의 특훈을 했길래 실력이 백지 상태에서 그 모양이 돼?"
제나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도저히 모르겠다는.
그러한 생각이 뒤섞여 한껏 찌푸려진 얼굴로 그를 응시했다.
그에-
"아."
최재훈이 피식 웃으며 답했다.
"백지 상태는 아니더라고요. 자, 봐요."
최재훈이 웹브라우저를 켜더니, 특정 사이트로 향했다.
거기는-
"에임랭커?"
"아, 역시 아시네요."
"에임랭커가 뭔데영?"
"그, 에임 훈련하는 사이트 있어요."
"아. 아! 그때, 그, 잠깐 유행했던 거구나!"
에임 랭커.
FPS유저라면 모두가 아는 게임의 홈페이지로서.
에임 능력을 시험 혹은 훈련하는 게임이었다.
"그러니까, 니 말은. 지난 며칠 동안 이 에임 랭커만 죽어라 했더니 실력이 그렇게 됐다. 이거지?"
최재훈이 지난 며칠 동안 하루 종일 에임랭커만 한다면-역시 불가능하다.
"뭐 정신과 시간의 방이라도 들어갔다 나왔어?"
그의 하루가 한 2400시간쯤 되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