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1. 제나 선생님 1
<레전드 오브 필드 오픈!>
마침내 그날이 찾아왔다.
전세계가 게이머들이 고대하던 그날이.
제목 : 후... 오늘부터 레오필 달리려고 XX했다... 랭커 딱대
내용 : 여기서 XX에 들어갈 단어는 무엇일까요?
ㄴ : 중성화수술?
ㄴ 글쓴이 : 두 글자입니다
ㄴ : 거세?
ㄴ 글쓴이 : 뽀삐냐? 언니한테 복수하려는 거야? 왜 그렇게 내 성 기능 제거에 집착하는 거냐?
ㄴ : 뽀삐야 괜찮아! 너희 언니 있어도 못 쓸 거야!
ㄴ : ㄹㅇ ㅋㅋ 그러게 어차피 써 본 적도 없고 앞으로도 써보지도 못할 거에 왜 그리 집착하냐?
ㄴ 글쓴이 : 사람 일은 모르는 거잖아...
ㄴ : 그래서 XX가 뭔가요
ㄴ : 힌트라도 주던가 우리가 그걸 어케 알아 ㅄ아
ㄴ : 사실 모든 정답을 아우를 마스터 피스가 있긴 해ㄴ : '불효'
ㄴ : 아 ㅋ
ㄴ : 또 인생의 어떤 부분을 희생했느냐...
ㄴ : 정답 밝혀 주세요!
ㄴ 글쓴이 : 됐어 기분다운됐엉 나 갈래
제목 : 숙성 결과 핑까좀
내용 : [컴퓨터 위에 에너지 드링크와 과자가 쌓여 있는 사진]
오늘을 위해 묵혀둔 1년산 연차 봉인 풀었다
ㄴ : 요즘 한창 바쁠 땐데 우케했누 ㅋㅋ
ㄴ : 팀장 눈깔 뒤집어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데요
ㄴ 글쓴이 : 어 팀장이고 뭐고 조까~ 지금은 회장님이 와도 못말려~
ㄴ : ㄹㅇ ㅋㅋ 부처예수 와도 못 말리지
ㄴ : 겜창쉑 인생 걸었누 ㅋ
ㄴ : 회사생활 어케 하려고 그래 ㄷㄷ
ㄴ 글쓴이 : 어~ 자르면 돼~ 회사는 언제든지 다닐 수 있지만 레오필 오픈 첫날은 인생에 단 한 번 뿐이야~
ㄴ : 크윽 개소린 걸 알지만 반박을 못하겠다
ㄴ : 이게 낭만의 힘...
ㄴ : 부처예수 말고 니 아빠를 생각해 봐...
ㄴ 글쓴이 : 나 아빠 없어!
ㄴ : 그럼 엄마를 생각해 봐...
ㄴ 글쓴이 : 엄마도 없는데 ㅎ;
ㄴ : 그럼 어케 태어났어 ^^ㅣ발아
ㄴ : 미친년아
전세계의 게이머들이 그날을 중심으로 두고 스케쥴을 계획했고.
뒷일을 생각하지 않고 회사에 연차를 낸다거나.
전략적 목적으로 수능을 1년 연기한다던가.
가게 영업을 쉰다던가.
그런 상황에 처하는 이들이 속출했다.
거기에.
레오필이 화제가 된 건 비단 세계 최고 게임인 레오레의 정신적 계승작이어서 만은 아니었다.
제목 : 와 ㅅㅂ 레오필 진짜
내용 :다시 봐도 그래픽이랑 물리엔진 말 안 되냐
저게 ㅅㅂ 정녕 사람이 만든 거냐?
ㄴ : 보니까 51구역에 아이엇 건물 하나 생겼다는데
ㄴ : 외계인 갈아 넣었을 줄 알았다 ㄷㄷ
ㄴ : 아니 ㅅㅂ 근데 아직도 납득이 안 되네 저런 게임이 패키지 게이도 아니고 온라인게임이라고?
ㄴ : 패키지 게이는 뭐고
ㄴ : 뭔지 몰라도 좋아보이네요
ㄴ : 저게 진짜 온라인게임으로 돌아감?
ㄴ : 서버가 감당이 되나?
ㄴ : 지금 서버고 나발이고 우리 컴퓨터부터 걱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선생님
ㄴ : 최적화 ㅈㄴ 잘돼있다곤 하던데
ㄴ : 최적화 ㅈㄴ 잘 돼서 [사진] 이 정도 사양임
ㄴ : 아니 ㅅㅂ 이게 뭐야
ㄴ : 금수저 겜이네 ㅅㅂ
ㄴ : 하 ㅅㅂ 컴퓨터 바꿔야 되나
ㄴ : 피방 사장님들 허리 휘겠누 ㅋㅋㅋㅋㅋ
설명이 필요 없다.
레오레는 아이엇의 자랑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흑역사이기도 했다.
아이엇은 레오레와 함께 성장한 스타트업 회사였다.
지금은 창대하나, 그 시작은 초라했다.
그렇기에 레오레라는 게임을 이루는 근간, 시스템 기반 또한 비루했다.
당시 스타트업 회사였던 레오레에겐 예산이 부족했고.
그렇기에, 레오레는 과거였던 당시 시기를 고려해 봐도 처참한 기술력을 시스템의 기반으로 삼게 되었다.
레오레가 성공을 하여 더 이상 예산이 부족하지 않게 되어 아낌없는 투자가 가능해졌다 해도.
기반 자체가 부실한 탓에, '변기에 금칠하기'라는 소리만 들을 뿐이었다.
때문에, 레오레는 훌륭한 게임성에 걸맞지 않은 처참한 기술력으로.
'인디 좆망겜'이라는 조롱을 들어야 했다.
그렇기에, 아이엇은 이번에야 말로 칼을 갈았다.
그들은 그간 쌓아온 욕구를 한 번에 토해내기라도 하듯, 레오필에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했고.
그 결과, 비용 문제로 아직 상용화 단계가 아니라는 평가를 받던 최첨단 기술들이 적극 반영될 수 있었다.
그렇게 완성된 레오필의 세계는-
'완벽'이라 부를 만했다.
모래의 건조함을.
바위의 단단함을.
풀의 감촉을.
강의 촉촉함을.
그 모든 걸 눈으로 접할 뿐으로 느낄 수 있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게임을 하고 있노라면, 이게 게임을 하고 있는 건지 영화를 보고 있는 건지 분간이 안 될 세계.
하지만 영화와 달리, 직접 조종하고 체험할 수 있는 세계.
그런 세계를 체험하기 위해서는 당연히도, 엄청난 사양의 기기가 필요했다.
최첨단 기술로 플레이어 개개인에게 주어지는 부담이 최소화됐다곤 하나, 그럼에도 현존하는 일반적인 부품 안에서 하이엔드급의 스펙이.
[제목 : 컴퓨터 부품 업계, 레오필 덕분에 때 아닌 호황!]
[제목 : 노스닥 BMD, INTER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치솟는 주가!]
[제목 : '레오필' 출시에 등골 휘는 PC방 업계!]
제목 : 피시방 정보 사이트 피셜 현재 레오필 돌아가는 사양 컴터 구비한 PC방 목록. JPG
그렇듯, 레오필이 미치는 영향은 비단 게임계에만.
온라인 세계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사람들.
그리고 사회.
현상!
그야말로 전세계적인 센세이션을 일으킨 것이다.
최재훈은 그러한 센세이션의 중심에 있다고 할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숨컷 님. 게이밍 기어 업체인 MAZER 한국 지부 마케팅 담당자-"
'게이밍 기어'라는 개념 혹은 상술을 가장 먼저 적립했다고 볼 수 있는.
선구자적 존재로서 전세계 게이밍 기어 1순위 업체인 MAZER.
"저희, 대한민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시스터컴-"
"안녕하세요, 시성 컴퓨터 마케팅 담당자입니다."
다음은 국내 최대 규모 컴퓨터 부품 유통 업체인 시스터컴.
그리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이라 할 수 있는 시성.
뿐만이 아니다.
방송과 관련된 용품은 물론이며.
"저의 이레아에서 이번에, 컴퓨터 책상 쪽에도 새로운 제품을 하나-"
컴퓨터 책상과 의자 따위의 가구.
"이번에 저희 나이스에서 이번 하반기에서부터 내년 상반기를 공략하고자 내놓은-"
심지어는 의류까지.
각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대기업들로부터, 숨컷의 '덕'을 보기 위해.
그에게 협찬 광고 제의라는 이름의 러브콜을 보냈다.
그들뿐만이 아니다.
제목 : 안녕하세요, SLSL입니다.
내용 : 이번에 오는 레전드 오브 필드 오픈일자.
본 MCN의 대한민국 대표 크리에이터인 함수아 님께서 게임 방송인 분들과 함께 진행하게 될 레오필 체험, 소개 컨텐츠에 숨컷 님을 정식으로 섭외할 수 있을까 하여 이렇게 문의 드립니다.
본 컨텐츠는 아이엇으로부터 정식으로 인가 받은-…
SLSL.
국내 최대 규모 MCN이었다.
그러니까, '게임'이라는 분야에 한정되지 않은.
함수아는 그런 MCN의 대표 방송인이자.
미튜버 국내 통합 랭킹 5위 안에 드는 종합 컨텐츠 크리에이터였다.
게임으로 따지자면 페이스보다도 한참이나 낮은 곳에 있지만.
오직 미튜브와 인터넷 방송계에 한정하면, 그 페이스보다도 위에 있는 거물.
함수아를 비롯한 그런 거물들조차도.
지금 숨컷의 '덕'을 보고자, 그에게 정중하게 러브콜을 보냈다.
풍문으로 그 소식을 전해들은 방송인들은-
이제 새삼 놀랄 것도 없었다.
숨컷은 이제 새삼 경악하거나 시기하기에 너무나도 높은 곳에 가 버렸기에.
그저, 감탄할 뿐이었다.
그리고, 궁금해 할 뿐이었다.
그 엄청난 행운의 주인공이 누가 될 것인가에 대해서 말이다.
그리고 그 엄청난 행운이란.
'함수아'와 합방을 진행할 수 있는 행운이 아닌.
레오필 오픈 첫날 숨컷과 합방을 진행할 수 있는 행운을 뜻했다.
함수아?
아니면 다른 거물 방송인들?
오픈날 당일, 숨컷의 방송국에 그 행운의 주인공이 밝혀졌다.
공지사항-
-레오필 오픈 첫 날, FPS거스인 삼피 님에게 실전압축 강의를 주입받기 위해 삼피 님의 스튜디오에서 합동 방송 진행할 예정이니까 많은 시청과 후원 바랍니다.
피이쓰.
삼피.
어느새 100만 구독자를 넘어서 '대형 미튜버'의 반열에 올라섰으나.
후보로 거론되던 여타 방송인들에 비하면 잔챙이가 돼 버리는 그녀가, 바로 행운의 주인공이었다.
그 소식을 전해들은 방송인들의 반응.
제목 : 와 진짜 권지현도 그렇고 얘도 그렇고 ㅋㅋ
내용 : 줄 한 번 제대로 서서 진짜 인생 제대로 피는구나
미치고 팔짝 뛰는 것이었다.
부러워서 말이다.
700만 미튜버조차 얻어내지 못한 기회를, 단지 동료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저렇게 거저 얻다니!
ㄴ : 그니까 ㅋㅋ
ㄴ : 지금까지 개인 활동 했던 대기업들 이번에 숨컷 크루에 지원 넣어 봤다던에 한 명도 통과 안 됐다면서
ㄴ : 그 중에 복어도 있다더만
ㄴ : 복어? 걔 구독자만 150만 넘지 않음? 걔가 퇴짜맞았다고라
ㄴ : 와 ㅅㅂ ㅋㅋㅋ 줄 한 번 ㅈㄴ 미끄럽네
ㄴ : 아니 저거 권지현 쟤는 원래 구독자 10만따리 아니였냐?
ㄴ : 권지현 지금 몇 명이냐?
ㄴ : 걔도 지금 100만 앞두고 있음
ㄴ : 2년동안 10만따리다가 숨컷 만난지 반년도 안 돼서 100만 따리 시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 : 하 ^^ㅣ발 방송 열심히 해서 뭐 하냐
ㄴ : 결국 이 업계도 인맥이구나
ㄴ : 근데 인맥이라기엔 권지현 걔는 숨컷 방송 안 할 때부터 알았다며
ㄴ : 권지현이 컨텐츠 진행하다가 우연히 밑집에 있던 숨컷이랑 만난 거잖아
ㄴ : 아니 ^^ㅣ발 그게 도대체 몇억짜리 만남이냐?
ㄴ : 전생에 나라라도 구했나
ㄴ : 삼피도 100만 넘겼는데도 계속 오르고 있고
ㄴ : 근데 권지현은 몰라도 삼피 그 새낀 도대체 왜 크루에 껴준 거임?
ㄴ : 그니까 삼피 그 재수없는년을 도대체 왜
ㄴ : 삼피 걔도 같이 합방했던 게 계기 아님?
ㄴ :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ㅣ발 나도 그거 합방 신청 넣었었는데
ㄴ : 나도 ㅅㅂ
ㄴ : 아니 그때 내가 삼피 걔보다 잘나갔을 건데?
ㄴ : 부족했던 것이다... 운이...
ㄴ : 방송도 ^^ㅣ발 운빨 좆망겜이네
ㄴ : 아 모르겠다 걍 ^^ㅣ발 너무 부러워서 숨이 안 쉬어지네
그렇게 삼피는 숨컷과의 합방으로.
한 때 자신의 위에 있었던 방송인들의 부러움과 시기를 한 몸에 받고 있었지만.
"후…."
정작 당사자는, 숨컷의 합방은 안중에도 없었다.
이제 최재훈과의 합방 따윈 새삼스럽지도 않아서?
같은 동료로서 당연한 권리라고 여겨서?
아니.
지금 그보다 훨씬 신경 쓰이는 일이 있었기에.
최재훈이 제나의 스튜디오.
그러니까, 그녀의 집에 도착하기로 한 시각.
레오필의 오픈 시간인 오후 4시로부터 4시간 전인 12시였다.
즉, 본격적으로 합방을 진행하기 전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있고.
그 시간 동안, 최재훈과 단 둘이서 보내게 되는 것이다.
최재훈과 보내게 될 그 시간이.
숨컷과의 합방보다도 중요했다.
포그의 등장과 깽판으로 심경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제나에게 있어선 말이다.
때문에, 평소보다 더욱 긴장한 제나는 아까 전부터 현관문과 가까운 의자 쪽에 앉아 연거푸 시간을 확인했다.
현재 시각 오전 11시 50분.
곧 그가 도착한다.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해-
"…."
거울 속 자신을 쳐다봤다.
특유의 인상은 표정이 긴장으로 딱딱하게 굳어지자-
"드럽게 띠껍게 생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