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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게임을 잘함-311화 (311/361)

311. 전략 회의 2

"여기 웰컴 디시 첫 번째인 비프 타르타르는 한 입에 드시면 되고요. 다음 여기는-"

"오오오… 이름 봐, 죄다 무슨 스킬 이름 같네. 그런데, 이거 타르타르는 그냥 육회 아닌가!?"

"아~ 타르타르~"

"오? 오빠 뭔지 알아!?"

"동생아. 이런 데에선 그냥 다 아는 척 고개나 끄덕이면 반은 갈 수 있어."

"이열~ 예비 졸부다운 허세력~"

"와, 그렇구낭."

"하, 하하… 궁금하신 게 있다면 언제든지 여쭤봐 주세요."

"오옹!? 이거 개맛있다! 오빠, 이거 타루타루 개맛있어!"

"그래? 오빠 거 먹을래?"

"숨컷 님. 코스가 끝난 뒤, 앵콜이 가능하니까. 일단은 한 번씩 먹어보는 걸 권해드립니다. 재은 학생도요."

"오예~"

이전의 상황과는 상관없이 분위기는 무르익어가며-

"크~ 아, 이거. 와인 땡기네~? 어떻게. 여러분, 한 잔 할까요?"

점점 부드러워져갔다.

음식의 맛에 취한 방민아가 운을 뗐다.

"저는 운전을 해야 해서…."

"아 괜찮아, 괜찮아. 응? 대리 부르면 되지!"

"나는 오케이!"

"재은 동생은 대리가 아니라 흑기사를 부르고~"

"아 왜요! 나도 술 마실 수 있어! 나 어린애 아니야! 술 잘 마실 수 있어!"

"재은아, 니가 어린애가 아니면. 더 이상 오빠한테 용돈을 받을 수 없어."

"응애, 나 애기 재은. 술 시러. 써서 마덥더."

"옳지."

"권찐은?"

"어, 저는…."

권지현이 눈치를 보며, 제나에게 대답을 돌렸다.

제나는 또 시선으로 최재훈의 의사를 묻는다.

그렇게, 최재훈이 답한다.

"아, 이렇게 좋은 날에 술이 빠지면 섭하긴 한데-"

"그렇죠!? 어차피 우리, 내일 할 일도 딱히 없잖아! 레오필 오픈 베타까지 아직 기간 좀 남았으니까. 오늘 다 같이 죽어 보자고, 응~?"

"아, 그거 말인데요. 사실, 내일 제가 아이엇에 출두해야 돼서."

"엥? 아이엇에는? 왜요?"

"그때 저 SGF에서 코스프레 대회 우승한 거 있잖아요. 그거랑 관련된 일인 것 같은데, 자세한 건 대외비로 해 달라더라고요."

"오호~?"

"크, 아이엇 아이엇 이자식들. 응? 우리 오빠 월클됐다고 벌써부터 줄 서려고 그냥~"

"아이엇의 자랑 숨컷!"

권지현이 짜자자자작 물개박수를 친다.

그에 최재훈이 한껏 우쭐거린다.

"하, 아이엇 이놈들. 또 사람 보는 눈은 있어 가지고. 그렇지. 이 숨컷 님이 아이엇을 새로 이끌어나간 월클스타이긴 하지."

"참나."

제나가 미소-에 가까운 비소를 터뜨렸다.

"아니, 들어 봐요. 이게 아주 틀린 말이 아닌 게. 레오필이랑 관련된 일 같더라고요."

"레오필?"

"코스프레 대회 우승과 레오필의 교집합에 있는 일이라…."

"이린 씨 뭐 집히는 거 있으세여?"

"지금으로선 딱히 없군요."

"아, 그러고 보니."

제나가 끼어들었다.

"니들, 레오필 같은 게임. 그러니까, 배틀 로얄 류 게임에 대해서 어느 정도로 알아? 일단, 해 본 적은 있지?"

권지현이 약하게 고갤 끄덕였다.

"그 유행할 때 잠깐 해 보긴 했었어요."

방민아 또한 마찬가지.

"저도, 유행할 때 많이 했었죠?"

그리고 최재훈.

유일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에, 여자들이 동시에 놀란다.

"아니, 니 같은 겜창이? 말이 안 되는데?"

"무례한 걸."

"아니, 오빠 진짜로. 그거 한창 유행했을 때 못 해 봤을 수가 없는데?"

"인싸여, 우리 고고한 아싸들은 유행 따위에 굴복하지 않는다."

"않는다!"

짜자자자작!

"아, 시끄러 저런 거에 호응 넣지 마."

"헝…."

"아니 그럼 그때 뭐 했어. 그때 내가 알기로, 레오레 헬퍼 터져서 개판 났었던 걸로 아는데. 설마, 그때도 레오레 하고 있었던 건가? 이 렐창은?"

배틀 로얄 류 게임의 시초라 할 수 있는 '배틀로얄필드'.

당시 그 게임이 흥행했던 것은, 당시 게임의 왕좌를 차지하고 있던 레오레가 '헬퍼'라 불리는 '비인가 외부 프로그램'으로 몸살을 앓았던 덕이 컸다.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헬퍼를 사용하면 누구나, 모든 스킬을 피하고 맞출 수 있었기에.

레오레의 주력 컨텐츠인 솔랭에는 유례 없는 암흑기가 찾아왔다.

"레오레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헬퍼 사냥에 일조했소."

"헬퍼 사냥은 또 뭐야?"

"헬퍼 쓰는 놈들을 발라서, 놈들이 자괴감을 느끼고 한강으로 가도록 인도했소."

"미친. 그니까 오빠가 당시 헬퍼를 이기고 다녔었다고? 페이스 괜히 이긴 게 아니네."

"우와… 역시 재훈 씨…."

짜자자자작.

"아니, 그건 그거고-"

"칭찬, 안 해줄 거야…?"

"아, 대단하다 대단해! 어? 됐냐?"

"굿."

"하, 씨. 어쨌든. 니 그럼 어떻게 할 거야?"

"뭐를요?"

"멸망전 금방 시작될 건데, 참가자 중에서 배틀 로얄 류 게임 안 해 본 렐창은 내가 보장하는데 니밖에 없을 걸? 그 불리함 어떻게 메꿀 거냐고. 게임 룰은 알고?"

"아, 그 정돈 알죠."

평균적으로 100명에 해당하는 플레이어가 제한된 구역 안에 갇히고.

플레이어들은 그 제한된 구역 안에서 제한된 자원을 쟁취하여 전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맞닥뜨린 적들과 싸움을 벌인다.

제한된 구역은 점점 축소되며 싸움을 촉구하고, 그렇게 최후까지 살아남는 이가.

혹은 그 최후의 생존자가 포함된 팀이 승리한다.

배틀 로얄 게임의 기본적인 골자였다.

"그나마 듣던 중 다행이긴 한데, 그 정도로…."

"에이, 제나 씨."

얼굴에 근심이 가득 배어 얼핏 짜증난 듯 보이는 제나에게, 최재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저 못 믿어요?"

"응."

"힝."

"헝… 재훈 씨 힘내요."

"괜찮습니다, 저에겐 지현 씨와, 제나 씨가 있으니까! 내가 모르면, 어!? 두 분이 알려주시면 되지. 안 그래요!?"

"맞아요! 그리고 제나 씨는, 총 게임 잘하기로 소문나신 분이잖아요! 그러고 보니, 제나 씨. 이번에 언더워치 랭킹 1위 마감하셨다면서요! 대박! 축하드려요!"

"이열~"

"그러고 보니, 이 사람. 배틀 로얄 필드에서도 1위 밥먹듯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크, 역시 컷컷컷 크루. 인재들로 가득하구만."

제나의 야수적인 감각은 전술 전략의 비중이 높은 레오레보다.

언더워치를 비롯하여 흔히 '총 게임'이라 불리는 FPS류 게임에서 더욱 빛을 발휘했다.

언더워치뿐만이 아니라, 배틀 로얄 필드에서도 삼피라는 이름은 명성이 자자했다.

"하, 참나."

성장하며 겪은 일들로 인해 사람들의 칭찬을 오히려 불쾌하게 여기는 제나였다.

하지만, 여기에 있는 동료들의 칭찬만큼은 예외였다.

특유의 비소를 터뜨리는 그녀의 얼굴은 분명 기분 좋아 보였다.

"그러면 저희, 아무런 문제 없는 거죠?"

"음~ 문제없는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좋지. 우리 오빠가 구멍이라, 이거 아주 좋은 정보를 얻어가는구만?"

"앗! 저 스파이 자식이! 지현 언니, 가서 물어요!"

"미, 민아야! 그라믄 안 대!"

"아, 여러분. 괜찮습니다. 숨컷이 팀의 구멍이라는 저 정보는 잘못된 정보가 될 거니까요. 저 정보를 사용할 때쯤이면 숨컷은."

최재훈이 자신만만하게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말햇다.

"팀의 구멍이 아니라 기둥이 되어 있을 겁니다."

"…."

"…."

정말 순수한 의도로 의미 그대로의 말을 내뱉은 최재훈은 최재은과 권지현을 제외한 여성들이 왜 얼굴을 빨갛게 붉히며 시선을 피하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크흠, 그리고."

이린이 헛기침을 하며 분위기를 환기 시켰다.

"숨컷 님께서도 이미 아시겠지만, 미튜브 어워드 투표가 시작됐습니다."

"아, 네, 알고말고요."

레오레 게이머로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영예가 렐드컵 우승이었다면.

게임 방송인으로서 얻을 수 있는 가잔 큰 영예는 미튜브 어워드 수상이었다.

그에 따라, 최고를 노리는 최재훈의 목표는 인터뷰에서 밝혔듯 미튜브 어워드 수상.

"방금 막, 그 후보가 선정된 것도 아시나요?"

"오."

"제발…."

최재훈보다 다른 이들이 더욱 긴장하기 시작했다.

미튜브 어워드의 수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인 투표는 크게 두 과정으로 진행된다.

후보선정, 그리고 투표.

그 중 후보 선정은 미튜브에서 내부 기준에 의해 정해지는데.

그 기준에 대해서 알려진 바가 정확하지 않다.

그래서인지, 숨컷의 후보 선정 또한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는 최근 들어 말도 안 되는 성장세를 올리고 있었으나, 데뷔한 지는 3달이 채 되지 않은 신입이었으니.

선정 기준에 활동 기간 3달 이상 따위가 있으면, 말짱 도루묵인 것이다.

그 때문인지.

최근 검색 사이트와, 미튜브 문의에는-

제목 : 미튜브 어워두 후보 선정 기준에 활동 기간도 있나요?

따위의, 팬들의 염려 혹은 헤이터의 기대 담긴 글들이 넘쳐났다.

"제발, 제발, 제발, 제발…."

눈을 감고 간절히 기도하기 시작하는 권지현.

최재훈도 덩달아 긴장되어서 말했다.

"어떻게 됐나요?"

이린이 패드를 조작한 뒤, 최재훈에게 보여줬다.

<미튜브 어워드 게임 부문 후보>

항상 페이스가 첫 번째를 차지했었던 그 목록에.

1. 숨컷

그가 우뚝 서 있었다.

"그렇지!"

방 안에서 동시에 환호가 터져 나왔고.

"어?"

그렇게 자축의 시간을 보낸 최재훈이 다시 목록을 확인하곤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 사람은 누구래요?"

저 사람.

보통, 미튜브 어워드 게임 부문 후보는 일반적으로.

첫 번째가 페이스요, 두 번째가 하이로드였다.

그렇게, 최재훈의 밑으로 두 사람이 나열되어 있어야 했는데-

2. FOG

낯선 이름이 위치해 있었다.

"아, 포그 걔. 올해 초 막 뜨기 시작한 년인데."

어, 뭐라고 해야 되나.

제나가 잠깐 동안 말을 고른 뒤 말했다.

"FPS계의 페이스?"

* * *

축하 모임-

아니.

전략 회의가 끝난 다음날 아침.

"그럼 재은아, 오빠 다녀올게. 지현 씨, 재은이 좀 잘 부탁드려요."

"앗, 넹! 걱정 마세요!"

"…재은아, 지현 씨 좀 잘 부탁한다."

"라져뎃."

"헝…."

"라져뎃…? 뎃라져… 져라뎃…? 앗, 왜 눈물이…."

"이린 씨, 오늘도 이렇게 감사합니다."

"항상 말씀드리지만, 일일히 감사해 하실 필요 없습니다. 오히려, 제가 더 감사합니다. 이렇게 아침 식사까지 권해 주시고."

이른 아침, 아이엇 본사에 출석하기로 된 최재훈.

이린은 어김없이 그를 바래다주기로 했고.

어쩌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침 식사를 같이 하게 되었다.

이린은 당연한 듯 식탁에 먼저 앉아 기다리고 있던 권지현의 모습을 상기하곤-

'맨날 저렇게 와서 드시는 건가…?'

떠올려 보았다.

'나도 이 근처로 이사 오면…?'

항상 최재훈과 아침을 함께 하는 미래를.

그 미래엔 왜인지, 권지현과 최재은이 없었고.

오직 최재훈과 이린 둘뿐이었다.

잠에서 깨어난 이린, 거실로 나가자-

주방에 있던 최재훈이 뒤돌아본다.

-앗, 일어났어요?

순백색 앞치마를 두른 그가 싱긋 웃으며 맞이해준다.

-자기.

"느에헿…."

"자, 이린 씨. 갑시다! 렛츠 무브무브!"

"예? 아, 네! 가시죠."

고개를 거세게 가로저으며 황급히 망상에서 깨어난 이린은 생각했다.

이 인근의 부동산 전망에 대하여.

'음….'

아주 좋았다.

투자 가치가 충분했다.

그렇게, 부동산 투자를 결정했다.

'순수하게 비지니스적인 이유로 말이지 음….'

"안전벨트 메셨나요?"

"예압."

이내, 출발하는 세단.

"어떻게, 오늘도 제가 곡 선정 좀 해 드릴까요?"

이린은 최재훈과 있을 때, 업무와 관련된 주제가 아니면 딱히 할 이야기가 없었다.

그렇기에 필연적으로 침묵이 찾아오기 마련이었다.

불편하지 않고 편안한 침묵.

그럼에도 침묵은 침묵인지라 최재훈은 어색함을 느꼈다.

그렇게, 라디오도 음악도 틀어 놓지 않는 이린에게 음악을 권하곤 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예,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스피커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하는 노래.

"이 노래는 아세요?"

"이것도, 모르겠네요."

최재훈과 이린의 음악적 취향은 아주 상이했다.

열 곡을 틀어도, 이린이 아는 곡이 없을 정도로.

"아, 그런가요?"

"그렇지만…."

"이것도 좋다고요?"

"…예."

그가 좋아하는 곡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이린은 그가 틀어주는 모든 곡이 마음에 들었다.

이린은, 이 시간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도착하기까지, 둘 사이에 별다른 말은 오가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 분위기는 아주 편했고.

둘의 입가엔 자연스러운 미소가 번져 있었다.

* * *

"그러면, 저는 근처에서 대기하겠습니다. 잘 다녀오시길."

"네~ 이따 봬요~"

오늘 최재훈이 참여하는 프로젝트는 대외비였던 탓에 일행이 허락되지 않았다.

차에서 내린 최재훈이 조금 더 걷자-

"오…."

아이엇 코리아 본사가 모습을 드러냈고.

"앗, 숨컷 님!"

저 멀리에서, 누군가가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동서양의 혼혈로 추정되는, 검은 머리와 눈에 이국적인 외모.

어딘가 익숙한 얼굴.

코스프레 심사 위원이자, 이번 프로젝트를 담당한 아이엇 캐릭터 디자이너-

"아, 타니아 리 씨.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그녀가 최재훈을 바라보는 시선은, 이전보다 더욱 반짝이고 있었다.

뮤즈를 바라보는 눈이랄까.

"안녕하세요, 숨컷 님! 자, 추울 텐데. 어서 가시죠!"

최재훈이 그녀를 따라 아이엇 건물에 들어서며 말했다.

"그래서, 오늘 제가 할 일이…."

최재훈이 그 단어를 언급했다.

'연기'

"-라고 했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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