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0. 전략 회의 1
이제는 모두가 들어와 있는 단톡방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왔다.
방민아 : 다들 바빠요?
최재은 : ㅇ
방민아 : 오 동생 긴박함이 느껴지는 대답인데
방민아 : 뭘 하는 중이길래 그렇게 바빠?
최재은 : 엄청 멋진 사람 생각하느라
방민아 : 오 그게 누굴까?
최재은 : [링크 : 허니뱅님의 미튜브 채널]
방민아 : [방민아 님이 최재은에게 100, 000원을 입금했습니다]
최재은 : (성능 확실하다고 말하는 초록 공룡 이모티콘)
방민아 : (빨간 코 외계인이 큭큭거리는 이모티콘)
최재훈 : 아니 방 씨
최재훈 : 이게 뭐 하는 거야
최재훈 : 애 버릇 안 좋아지게
최재은 : (고양이가 하아악! 거리는 이모티콘)
최재훈 : 이 봐 이 봐
방민아 : 아 이거 이러면 내가 책임지는 수 밖에 없겠네
방민아 : 동생 우리 집으로 와
방민아 : 오빠 데리고
방민아 : 내가 둘다 키워줄게
최재훈 : 날 키운다고? ㅋ
최재훈 : 방씨 그래서 님구몇?
방민아 : 헐
최재은 : 방언니가 우리 오빠보다... 구독자가 낮다고...?
방민아 : 동생 왜 그래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잖아
최재은 : (고양이가 하아악! 거리는 이모티콘)
방민아 : 세상에
최재훈 : 세상에, 그래 세상에
최재훈 : 세상은 냉정한 법이오 방씨
최재훈 : (대모가 의자 팔걸이에 앉은 고양이 쓰다듬는 이모티콘)
최재은 : (고양이가 그르릉 거리는 이모티콘)
최재훈 : 그래서, 무슨 일인가?
방민아 : 대모님
방민아 : 아니 대부님
방민아 : 저희끼리 다들 모여서 대부님께 있는 경사 축하 파티를 여는 게 어떨까 제안드리려던 찰나였습니다
이린 : 좋은 생각이네요
권지현 : 오왕 좋아여
제나 : 그러던가
최재은 : 가보자 가보자
권지현 : 가보자~
이린 : 제가 저희 끼리 차분한 분위기에서 축하하기에 좋은 곳을 압니다
방민아 : 아니~ 차분한 분위기에서 뭔 축하를 해요~
방민아 : 축하는 시끄러워야지
최재은 : ㅇㅈ ㅋㅋ
방민아 : 제가 좋은 곳 아니까 저만 믿어요
제나 : 사람 많은 곳보단 적은 곳이 낫긴 하겠는데
권지현 : 저도 저희끼리만 하는 게 더좋을지도 ㅎㅎ;
방민아 : 하~이런
방민아 : 고독한 친구들을 봤나
최재은 : 방씨 아싸라는 말 목구멍에서 나오려는 거 겨우 참았네 ㅋㅋ
방민아 : ㅋㅋ
권지현 : ㅠㅠ;;
제나 : 당사자 의견 따르던가 그럼
이린 : 여기선 숨컷 님 의견을 따르는 게 맞겠네요
좋은 사람들과 한 자리에 모이는 건 당연히 좋다.
그런데-
'축하 모임?'
뭐 모여서 '오메데토-'같은 걸 하는 건가?
그런 건 해 본 적이 없어서 멋쩍었다.
그리고, 벌써부터 축하 파티라기엔.
우리 컷컷컷 크루가 올라야 할 언덕이 하나 더 있었다.
최재훈 : 축하 모임은 지금 말고
방민아 : 웨에에에에에엥
최재은 : 삐용삐용삐용삐용
최재훈 : 진정해요 아줌마들
최재훈 : 축하 모임 좋긴 한데
최재훈 : 고작 저 한 명 축하하자고 이렇게 귀하신 분들 누추한 자리에 모시기에 그렇잖아요
최재훈 : 학교 학예회에서 비틀즈 공연하는 수준이야
방민아 : 그 학예회가 우리 오빠 학교 학예회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권지현 : 맞아요! 전 괜찮아요!
권지현 : 아니 오히려 가고 싶어요! 학예회!
최재은 : 그러면 내년 우리 학교 학에회 오실?
권지현 : 헉 그래도 되나요
최재은 : 저랑 같이 듀엣 부르죠
권지현 : 제가 노래를 잘 못 해서...
제나 : 뭐라는 거야 쟤넨갑자기
이린 : 부담스러워 하실 필요 없습니다 강제하는 게 아니니까요
최재훈 : 제 말은
최재훈 : 기왕 축하하기 위해 모일 거면
최재훈 : 더 크고 확실하게 축하할 만한 일을 축하할 때 모이자는 거죠
제나 : 그게 뭔데
이린 : 혹시 멸망전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최재훈 : 바로 그거죠
최재훈 : 저희 멸망전 우승하면 그 때 제대로 모여서
최재훈 : 다 같이 서로 축하하는 걸로
최재훈 : 어때요?
제나 : 무슨 니가 당연히 우승할 것처럼 말한다?
최재훈 : 니라뇨
최재훈 : 우리죠
권지현 : 우왕
권지현 : 우리 ㅎㅎ 듣기 좋당
최재은 : ㄹㅇ ㅋㅋ '우리'지
최재훈 : 댁은 뭐야
최재은 : 본인 컷컷컷 크루 CEO이자 응원단장 ㅋ
최재훈 : 응원단장까진 인정해 줄게
최재은 : ㅇㅋ 딜
방민아 : 오빠 나는~?
최재은 : 어 그러고 보니
최재은 : 스파이가 한 명 끼어 있었네
최재은 : 멸망전 참가자로서 컷컷컷 크루 경쟁자인 허니뱅!
최재은 : 언제부터 침투해 있었던 거지!?
최재은 : (개가 크르릉 위협하는 이모티콘)
방민아 : 큭큭큭 이미 늦었다 이 아둔한 것들
최재은 님이 방민아 강퇴 투표를 제안했습니다.
사유 : 스파이 쳐내!
방민아 : 아니 동생
방민아 : 너무하네
최재은 : 우리 컷컷컷 크루에게 패배를 약속한다면 목숨만은 살려주지
최재은 : 자 어쩔 테냐
방민아 : 그, 그런!
최재훈 : 응원 단장님 괜찮습니다
최재훈 : 어차피 저희가 우승할 거니까요 ㅋ
최재은 : 아 쏘까 ㅋ
권지현 : 우리한텐 페이스 선수도 이긴 재훈 씨가 있잖아요!
방민아 : 크 ㄷㄷㄷ
방민아 : 아니 생각하니까 다시 또 소름 돋네
방민아 : 오빠 진짜 대박이었어
방민아 : 페이스랑 하이로드를 바르다니
권지현 : 그러니까요!
이런 : 이 기세라면 정말로 멸망전에서도 프로팀들 꺾고 우승하는 것도 노려볼 수 있겠는데요?
최재은 : ㄹㅇ ㅋㅋ
최재은 : 근데 대부님 ㅋㅋ
최재은 : 여기 혼자서 칭찬을 안 하는 반동분자가 있는데요? ㅋ
최재은 : 사상검증 함 가야 하지 않을까요? ㅋ
제나 : 아 뭐
제나 : 잘했어
제나 : 됐냐?
최재은 : 잘.했. 어
최재훈 : 고.마. 워
최재은 : (촐싹대면서 웃는 이모티콘)
최재은 : (촐싹대면서 웃는 이모티콘)
제나 : 이니 그래서 뭐 어쩌자고
제나 : 오늘 안 모이는 거 맞지?
권지현 : 그럼 축하 파티는 재훈 씨 말씀대로 멸망전 우승하면 하는 걸로 하고
방민아 : 뭐야 권찐 그거는 당연히 방민아 따윈 쳐 발라줄 거란 얘긴가?
권지현 : 헉
최재은 : 그렇다!
최재훈 : 그렇다!
권지현 : 그렇다!!
방민아 : 크윽
최재은 : 그래서 지현 언니 우승하는 걸로 하고 그 다음은 뭐요?
권지현 : 아
권지현 : 오늘은 그냥 모이는 걸로 어때요?
권지현 : 그...
권지현 : 아! 전략 회의라는 걸로!
방민아 : 올 ㅋㅋ 권찐 좀 치는데?
권지현 : ㅎㅎ
이린 : 그러면 어떻게
이린 : 장소를 잡을까요?
방민아 : 아니면 제가? ㅋ
최재훈 : 여기선 뭐 무난하게 다수결로 정합시다
방민아 : 아 이러면
투표 결과
이린 : 4 표
방민아 : 2표
방민아 : 이렇게 되잖아 --
최재은 : 이 아싸 크루 --
최재훈 : 어~ 눈 하나인 마을에 눈 두개인 사람 혼자 있으면 이제 걔가 아싸야~
권지현 : 이 아싸야
* * *
그렇게 최재훈 일행은 이린이 준비한 고급 레스토랑, 파인 다이닝 'NOCK NOCK'의 룸에 들어섰다.
"오… 평소 이린 언니가 데려가 주던 일식당이랑은 또 다른 '비쌈'이 느껴지는 분위길세."
룸에 들어선 최재은이 주위를 둘러보곤 감탄했다.
평소 이린이 데려다주던 일식당의 룸이 동양의 멋이라 한다면.
이곳은 서양의 멋이라 해야 할까?
어둡다기보다는 청결하다는 느낌을 주는 칠흑색 기조의 방은 바닥만이 나무 무늬로 되어 있었다.
식탁은 대리석, 좌석은 흰 가죽.
그 대조가 세련되면서도 아늑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오왕, 분위기 좋다."
"나쁘지 않네."
"재은아, 주눅들 거 없어. 니 오빠 예비 졸부니까 최대한 당당하게 행동해."
"여기 17년 산 돔 페리뇽 가져와!!!"
"그런 건 또 어디서 배운 거야. 17년 산은 또 뭐고. 그게 뭔지 알기는 해?"
"그냥 제일 비쌀 것 같은 년도 말해 봤어."
애초에 찬성파였던 아싸들은 물론이며.
"크~ 여기면 나도 좋지. 아니, 이거 또 말하는 것 같은데. 우리 편집자 님은 도대체 능력이 얼마나 좋길래, 여기 룸을 마음만 먹으면 바로 구할 수 있는 거래?"
반대파였던 방민아조차 아주 만족스러워하며 중얼거렸다.
"얼마나 좋긴. 이 숨컷의 마음을 훔쳐갈 만큼 능력이 좋지."
그에 최재훈이 언제나처럼 아무런 생각 없이 능청스럽게,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말을 내뱉었다.
하지만.
여자들은 더 이상 당황하지 않는다.
최재훈의 저러한 언동에 일일이 당황하기엔, 그에 대해서 너무 많이 알아 버렸다.
최재훈의 저 발언은 단순히-
'자신이 파트너로서 전적으로 믿고 의지할 만큼 능력이 좋다' 그런 의미였으리라.
걱정할 필요가 있는 그러한 의미심장한 발언이 아니라 말이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이린의 입장에선 조금 오기가 든다.
여자들이 당연한 듯-
'에이~ 쟤가 최재훈이랑? 당연히 그럴 리가 없지' 그렇게 받아들이는 기색을 느꼈기에.
이린이 도발하듯, 평소의 무표정에서 양쪽 입꼬리를 약간 끌어올리며 말했다.
"그렇죠. 숨컷 님의 마음을 훔쳤다는 사실에 항상 크나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오~~~ 그런가? 나 숨컷, 우리 편집자 님한테도 자부심을 느끼게 할 정도가 돼 버린 건가? 크~"
둔감한 최재훈은 그저 자신의 농담을 농담으로 받아쳤을 뿐이라 생각하고 능청을 떨었으나.
여자들은?
움찔.
그 발언이 귀를 넘어가다 턱-하고 걸린 듯했다.
감히.
그런 식으로 나오시겠다?
방민아가 붙임성 좋은, 그러나 어딘가 가시가 돋쳐 있는 미소를 지었다.
"오~ 그러면 뭐야. 우리 편집자 님. 편집자 님이 아니라, 도둑님이라 불러야겠네~? '줄 사람은 생각도 없는데 멋대로 훔쳐가 버렸으니까?'"
"도둑이라니~ 안심해. 보니까, 사실상 훔친 것도 없어 보이는구만."
제나가 특유의 비소를 지으며 비아냥댐으로써 거들었다.
"그런가요?"
이린이 싱긋 웃었다.
그렇게 표면상은 웃고 있는 세 여자의 시선이 중간에서 충돌했다.
"아~ 뜨겁다 뜨거워~ 이 방, 난방이 좀 센가~? 불나겠어 아주 그냥~"
최재은이 강 건너 불구경을 하며 중얼거렸다.
"앗, 재은 학생 그렇게 더워요? 여기, 물 드세요!"
"아이고~ 우리 지현 언니는 도대체 어떡할꼬~"
"네… 넹? 앗, 여기선 물이 아니라 음료였구나! 잠깐만요, 제가 금방 주문- 앗. 그런데 여기서도 그, 음료수를 파려…나요?"
그리고 오빠마냥 둔감하기 그지없어서, 저 맹수들 사이에 낑겨 있는 것도 눈치 채지 못한 이 가련한 강아지를 보니.
절로 동정과 걱정이 담긴 '쯧쯧'소리가 나왔다.
"어쨌든, 난 여기!"
최재은이 좌측 자리의 끝자락에 앉았다.
"그러면 난 여기."
그렇게 자연스레 최재훈이 그 옆에 앉고.
"…."
"…."
"…."
눈치 싸움이 시작된다.
최선의 선택지인, 최재훈의 바로 옆 자리.
그리고 차선의 선택지인 최재훈의 반대편 자리를 두고 말이다.
"그럼 난 오빠 옆에 앉아야징~"
선공권은 친화력으로 무장해 거리낌이 없는 인싸, 방민아에게 있었다.
그녀가 들으란 듯 선언, 돌격했다.
오판이었다.
"허니뱅 님께선 이 식당에 기대하는 바가 커 보이시던데. 여기에 앉으시죠. 서버 분의 음식 설명이 잘 들리도록 말이죠."
"오~ 그러네. 제일 좋은 자리긴 한데, 당연히 제일 기대한 사람이 앉아야지. 응."
튀어 버린 탓에 표적이 되어, 두 명에게 집중 공격을 당한다.
"크~ 두 분 친절하신 거 봐. 민아 씨, 잘 됐네요."
거기에 둔감한 최재훈의 마무리.
방민아가 격추됐다.
"그러, 게? 이렇게 친절하실 수가. 그므워요?"
방민아가 이를 악물고 웃으며 감사를 표했다.
두 여자가 여유로운 미소를 돌려줬다.
그렇게, 표범이 탈락하고.
남은 건 늑대와 재규어.
늑대와 재규어가 대치하려던 찰나.
"지현 언니, 이리로 오세여!"
"앗, 그럴까요?"
여동생이 맹수 사이에 낑겨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던 강아지에게 뼈다귀를 챙겨준다.
그렇게, 최재훈의 옆에 앉혔다.
"헤헤헤."
"…."
"…."
오빠에게 총애를 받는 여동생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이는 없었다.
두 맹수는 불만에도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었다.
"…댁 앉아."
"그러죠."
그렇게 낯을 특히나 가리는 제나가 이린에게 방민아의 옆자리, 그러니까 최재훈의 맞은편을 양보하게 됨으로써 자리 배치가 끝났다.
식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