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7. 시즌 종료 3
"…뭐?"
"제나 씨, 제가 입원 둘째 날에 상태가 어땠었죠?"
"…니 뭐, 지금은 식중독 다 나았으니 걔네 바를 수 있다. 뭐 이딴 소리라도 하려는 거야?"
최재훈이 역동적으로 손가락을 튕겼다.
"역시, 제나 씨. 날 너무 잘 아신다니까."
"아니-"
하고 싶은 말은 많았으나.
그 자신감과 여유 넘치는 미소를 보고 있자니-
모든 근심 걱정이.
할 말이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김이 새는 지경.
"…그렇게 자신 있냐?"
"오늘 제나 씨가 응원해주면, 더 자신 있을 듯?"
"…."
능글거리는 최재훈을 응시하던 제나가 시선을 피했다.
머리를 신경질적으로 긁더니.
자리에서 일어난다.
의자 하나를 들어, 방의 구석에 짱박혀.
핸드폰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아니, 제나 씨 어디 가요~"
"뭐. 응원해 달라며. 화이팅. 힘내."
"에이~ 멀어서 안 들리는데~"
"안 들리는데~"
최 남매가 능글거리며 침대 옆 자리를 툭툭 두드렸다.
"…."
제나가 오만상을 찡그리며, 중지를 날렸다.
이윽고 시간이 흘러.
"자, 그러면."
시간이 되었다.
"빵댕이 한 번 흔들어 볼까."
* * *
제목 : 야 시간 됐다 가즈아
내용 : 근데 조컷 이 새긴 결국 마지막까지 못 오네
식중독이 그렇게 심한가 ㄷㄷㄷㄷ 걱정되네
ㄴ : 이거 딱 봐도 페이스랑 하이로드한테 쫄아서 빤스런 한 거잖어 ㅋㅋ
ㄴ : ㄹㅇㅋㅋ
ㄴ : 저 사이에 어떻게 끼냐고 ㅋㅋ
ㄴ : '애송이'한텐 아직 이른 무대긴 해 ㅋ
ㄴ : CSN도 빤스런했잖아 ㅋㅋ
ㄴ : ?? CSN는 열심히 랭 돌리는 중인데?
ㄴ : 지금 1위가1930점으로 숨컷이고 2위가 페이스 3위가 하이로드 그리고 4위가 CSN임
ㄴ : 머?
ㄴ : 근데 왜 그 날 이후로 한 번도 못 봤지?
최재훈이 의도적으로 둘과의 만남을 피했기 때문이다.
둘이 서로에게.
사람들이 그 둘에게 온전히 심취할 수 있도록.
CSN와 자신은 철저히 관심 밖이 되도록.
극적인 연출을 위해서 말이다.
제목 : 야 이거 뭐냐?
내용 : 미튜브 이거 방송 찐 CSN냐?
[링크]
ㄴ : 찐이겠냐
ㄴ 글쓴이 : 지금 로그인 한 거 보니까 맞는데?
ㄴ : ??????
하이로드와 페이스의 이야기로 양분되어 있던 커뮤니티.
완벽하게 매몰되었던 CSN가 다시금 거론되기 시작했다.
제목 : 랭킹 1위하고 공개하다 정체
그 자극적인 방송 이름에 말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해석하면 정체 공개 안 하겠다는 거 아님? ㅋㅋ]
[ㄹㅇ ㅋㅋ 페이스랑 하이로드 어케 이길 건데]
모두가 그걸 허황된다고 느끼고, 금방 관심을 거둔다.
그렇게 이내, 페이스와 하이로드가 방송을 켜고.
모든 시청자는 그들의 방으로 향한다.
시청자 각 십 수만 명.
현재, 레오레의 모든 시청자들이 그 방송을 시청한다 봐도 무방했다.
방송인들조차 방송을 끄고, 그 방송을 시청하고 있었다.
모두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시즌이- 마무리되려 하고 있었다.
모두가 주인공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숨컷의 부재 속에서 말이다.
"어, 그러게. 끝까지 안 오네."
하이로드가 채팅을 보곤 중얼거렸다.
숨컷.
깜빡 잊고 있었다.
CSN 또한 마찬가지.
하이로드의 폐관 수련은 그 둘을 상대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선 아무래도 좋았다.
페이스가 있으니까.
<게임을 수락하시겠습니까?>
오늘 페이스를 이기고, 자신은 완전해질 테니까.
지난 며칠간, 얼굴에 물이 든 나른함을 완전히 털어내고.
그 얼굴을 의욕과 혈기로 가득 채운 하이로드가 주저 없이 수락했다.
상대팀에 페이스가 있길 고대하며.
-찰랑!
-wodms18 님이 100,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어 적팀에 CSN 잡혔다 ㅋㅋ 방송 키고 있던데
그렇기에 김이 새 버리고 만다.
지금 와서 CSN라니.
"하."
그녀가 김이 새는 것을 표현하기라도 하듯 허탈한 웃음을 터뜨렸다.
-찰랑!
-wodms18 님이 100,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아니 최소후원 10만 개에바네 -- 어쨌거나 CSN 방송으로 이번에 1위하면 정체 공개한다는데 그거 아심?
"오~ 정체를~"
그 특유의 말투에는 흥미는 조금도 담겨 있지 않았다.
솔직히 지금 와서 CSN의 정체 따윈 아무래도 좋았다.
그 CSN는.
숨컷과 유사한 플레이 스타일을 가진 CSN는 첫 날, 숨컷을 모방하는 페이스에게 무참히도 패배했다.
그로부터 꾸준히 성장하여 지금 자신과 호각을 다투고 있는 페이스와 말이다.
지금 페이스를 상대하는 자신에게 있어선.
상대할 가치도 없는 완벽한 하위호환인 것이다.
숨컷도 그렇다.
그들은 더 이상 아무런 가치도 없었다.
게임에 임하는 CSN의 태도는 여유로운 걸 넘어서, 따분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때.
[전체] [KCC CSN] : 이봐 친구
[전체] [KCC CSN] : 보다 오랜만에
[전체] [KCC CSN] : 나 상대로 충분한 연습?
피식.
하이로드가 타자를 두들겼다.
-연습 많이 했지
-너한테는 조금 과할 거야
-전 1위 이후 지금까지?
-그래
그러자.
-ㅋ
-그거로는 모잘랄걸?
"…뭐?"
-나랑 어떤 '놈'은 5년 동안 그 짓 했거든
하이로드는 CSN가 하는 말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
"…뭐야."
* * *
"그러게요, 아쉽네요."
페이스가 채팅을 보곤 중얼거렸다.
숨컷.
깜빡 잊고 있었다.
이번 시즌 참가는 그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지금에 와선 아무래도 좋았다.
하이로드가 있으니까.
<게임을 수락하시겠습니까?>
오늘 하이로드를 이기고, 새로운 자신의 '가짜'가 완전해짐으로써 '진짜', 혹은 그 이상이 될 테니까.
평소 무미건조한 표정에 어딘가 생기가 도는 페이스가 주저 없이 게임을 수락했다.
상대팀에 하이로드가 있길 고대하며.
없었고.
그 다음판 또한-
없었다.
-찰랑!
-wodms18님이 100,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어 상대팀에 CSN있네? 하이로드 개발랐던데 ㅋㅋ
"CSN?"
누구더라.
어디선가 들어봤는데.
잘 모르겠다.
잘 모르겠는 걸 보니, 딱히 기억할 가치도 없는 플레이어겠지.
[전체][KCC CSN] : 페이스 님
페이스는 답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아랑곳 않고 말을 이어간다.
[전체][KCC CSN] : 이 구역의 미친놈은 납니다
페이스는 CSN가 하는 말에 조금도 관심을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잠시 뒤.
"…어?"
더 이상 관심을 갖지 않으래야 않을 수가 없게 되었다.
지난 며칠간.
페이스와 하이로드는 서로 끊임없이 부딪혔다.
그럴 때마다, 서로는 더욱 완전에 가까워졌다.
'잘못된 부분이 부서지고', 그 부분을 새로이 채워 넣음으로써 말이다.
그렇게 지금에 이르러.
그들은 자신이 '완전함'에 이르렀다 여기고 있었다.
여기서 더욱 완전해질 수는 없다고.
이 '형태'로는, 이게 최대라고.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렇게 서로와 부딪히기 전에-
CSN와 먼저 부딪혔다.
그런데 아무런 가치도 없을 줄 알았던 그와의 승부는, 예상외로 '발전'을 가져다주었다.
그러니까.
잘못된 부분이 부서진 것이다.
<패배>
<패배>
그렇게, 완전히 산산조각이 났다.
모든 게 잘못됐느냐?
아니.
'근간'이 잘못되었던 것이다.
때문에, 처음부터 다시 만들 필요가 있었다.
그게 하이로드와 숨컷이 수년에 걸쳐 서로를 발전시키다가 끝끝내 얻은 깨달음이었다.
95%까지 도달했다가, 다시 0%으로 돌아가.
결국에는 최초로 솔랭의 100%까지 도달한.
두 솔랭의 정점이 말이다.
차라리.
어중간한 서로를 보며, 어중간하게 발전하지만 않았어도.
그렇게 숨컷의 전철을 밟지만 않았어도.
이렇게 산산조각나진 않았을 것이다.
숨컷은 지금의 그들에게 지기엔, 그들을 너무 잘 알았다.
그 사실을 알 턱이 없는 하이로드는, 몇 번의 승부 끝에.
"…."
완전히 전의를 상실했다.
그리고 페이스.
역시 마찬가지.
"큭큭큭큭."
페이스는 웃고 있었다.
깨달은 것이다.
CSN의 정체를.
그리고, 이번 '가짜'는 '진짜'를 넘어설 수 없음을.
그리고.
'진짜'를 접하고 느낀 바.
페이스는 '광기'를 느꼈다.
저기에 도달하기 까지, 도대체 얼마나 많은-
"…."
페이스는 '모방'을 그만두고 자신으로 돌아와 숨컷에게 다시 도전해 보았다.
하지만, 방금 전 '근간'이 깨져 버린 건 단순히 '숨컷의 플레이 스타일'에 대한 근간이 아니었다.
'숨컷의 플레이 스타일'은 곧, 솔랭의 정수였다.
결국 결론을 내린다.
솔랭에서는 이 사람을 따라가되, 그 이상이 될 수 없음을.
마지막 게임이 끝나고, 시즌이 종료됐다.
시즌 종료 최종 성적.
CSN에게 가로막힌 페이스와 하이로드가 결국 차례대로 34위를 기록했고.
그렇게, '숨컷'은 1위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CSN의 페이스, 하이로드 압살.
그 충격에서 아직 다 헤어 나오지 못한 누군가가 말했다.
[아니 그래서 CSN 결국 누구임?]
[1위 숨컷이니까 결국 정체 공개 안 하는 거 아님?]
[아니 ㅅㅂ 에바지]
사실, 원래 같았으면 모두가 CSN의 정체에 대해서 눈치 챘어야 했다.
하지만, 그 페이스가 'CSN는 숨컷이 아니다'라고 단언한 탓에.
지금 그들은 반쯤-
아니지.
완전히 돌아버려서 미칠 지경이었다.
1위할 경우 정체를 공개한다던 CSN가, 결국 2위로 끝나 버렸으니.
그들은 억지로라도 CSN의 정체를 폭로시키기 위해 폭동이라도 일으킬 기세로 그의 방송으로 향했다.
미튜브라고 했었지?
"응? 아."
사태를 파악한 페이스가 미소 지었다.
페이스가 웃는다.
평소 같았으면 과장 조금 보태 9시 뉴스에 나올 일이었지만, 지금 그들은 안중에도 없었다.
"여러분, 걱정 마세요. 저분, 약속대로 정체 공개할 테니까."
페이스가 시원섭섭한 얼굴로 타자를 두들겼다.
-졌습니다
-잘하시네요 숨컷 님
'CSN'밖에 남아 있지 않은 게임 대기실에서 말이다.
[?]
CSN의 방송에 도착한 폭도들.
국가라도 전복시킬 기세였던 그들은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핵 미사일라도 본 듯, 넋이 나가서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숨컷이 특유의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미소 짓고 있는 화면을 말이다.
"모두 즐거우셨나요?"
그리고.
CSN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곧장 달려간 이가 한 명 더.
"아니, 이게 도대체 뭔… 미친…."
하이로드가 넋이 나가 중얼거렸다.
"숨태용의 트릭쇼, 여기서 마칩니다."
핵 미사일이 순조롭게 폭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