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3. 반복 1
KKC CSN.
숨컷보다 먼저 하이로드와 대치하고, 압도하는 활약을 보이며.
하이로드에게 극찬을 받음으로써 한 때는 숨컷 이상의 임팩트를 보여주었던.
혜성처럼 등장한 의문의 중국인 고수.
몰아치는 듯한 숨컷의 활약으로 인해 묻혀 있었던 CSN에 대한 관심이 다시금 살아나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시즌 마무리 기간 돌입.
페이스의 시즌 마무리 참전.
숨컷이 하늘전 인터뷰 자리에서 밝힌 포부.
하이로드의 폐관수련 종료에 따른 복귀 선언.
이 모든 게 동시에 일어나, '시즌 1위'에 대한 관심이 다시금 재점화되면서 말이다.
말이 필요 없는 페이스.
그런 페이스의 솔랭 버전이라는 극찬을 받는 솔랭계의 절대 강자, 하이로드.
레오레라는 업계를 양분한다 할 수 있는 두 거성.
그리고.
현재 하늘전 MVP에 선정되어 일시적이나마 둘을 넘어서는 영향력을 구가하고 있는 숨컷.
그리고, CSN.
이 '슈퍼맨VS손오공'과도 같은 4파전 구도가 성립되면서 사람들은 가장 먼저.
다시금 CSN의 정체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다른 셋에 비해 CSN의 정체만 유독 베일에 가려져 있었던 탓이다.
제목 : 지금 CSN 알려진 정보 이 정도지?
내용 :
1. 중국인임 (추정)
2. 플레이 스타일 암살자에 치중 돼 있음
3. 하이로드 피셜, 숨컷보다 잘하며 이번 시즌 본인이 1위를 못한다면 얘가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ㅈㄴ 잘함
4. 숨컷 피셜, 이 사람 있으면 자기가 1위 힘들어지지 않을까 얘기함
5. 현재 ㅈㄴ 말도 안 되는 승률로 천상계 유저들 바르면서 랭킹 30IN 돌입
ㄴ : ㅇㅇ
ㄴ : 하이로드랑 숨컷 평가 ㅈㄴ 좋네 ㅋㅋ
ㄴ : 아니 그래서 ㅅㅂ 얘 도대체 누구냐고
CSN정도 되는 플레이어면 당연히 그 실력으로서 이미 유명세를 알리고 있던 프로 혹은 네임드 플레이어의 부캐일 것이며.
그에 대한 하이로드와 숨컷.
탈 솔랭 급이라며 프로들에게조차 존경과 존중을 받는 하이로드와 숨컷의 평가를 고려해 보자면.
CSN는-
제목 : CSN 최소한 LKL 프로일 듯?
내용 : 최소 1군 급 ㅇㅇ
ㄴ : ㄹㅇ
ㄴ : 숨컷은 몰라도 하이로드는 진짜 평가 ㅈㄴ 박하니까 ㅇㅇ
제목 : 야 혹시 CSN
내용 : 중국 3대 미드 중 한 명 아닐까?
중국 3대 미드.
저번 시즌 렐드컵 결승 팀의 미드로서, 페이스를 제외하면 미드의 최강이라 평가 받았던 'SONG'.
그런 SONG을, 이번 LCL리그에서 무찌르고 우승을 차지한 'LIGHTNIHGT'.
한때는 페이스에게 고배를 겪게 함으로써, '페이스 담당 일찐'이라는 엄청난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던 'ZOONIM'.
그들을 칭하는 말이었다.
CSN의 정체가 그 중국 3대 미드 중 한 명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되자.
그에 대한 관심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게 된다.
레오레에 대한 이슈 전반을 다루는 방송인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무협판타지'.
일명 무판지.
업계 1인자답게, 누구보다도 빨리 조회수 냄새를 맡고 행동에 개시한다.
"자, 여러분 여길 보시면 일단 흥미로운 부분이-"
현재, 무튜브에선.
한창 무판지가 CSN의 리플레이 영상을 분석하며, 그 정체에 대해 추측하는 라이브 방송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그 시청자가 무려 2만 명에 달했다.
평소라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엄청난 시청자 수!
CSN 옆에서 입을 벌리고 흘러넘치는 관심만 받아먹어도 이 정도라니!
현재 CSN에게 향해지는 관심이 얼마나 막대한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이번 거, 진짜 대박이다.'
무판지는 CSN의 화제성에 경외감마저 방송을 진행했다.
"자 그러면 여러분. 이쯤에서, 확실하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무판지의 안목은 전문가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최대한 말을 아껴야 하는 전문가들의 입장 상.
현재, CSN의 정체를 가장 정확하게 추측해 줄 수 있는 이는 무판지라 봐도 무방했다.
"중국 서버에서 CSN라고 추정할 만한 플레이어는-"
그런 그녀의 의견에 시청자들이 귀 기울였다.
도대체, 누구의 이름이 거론될 것인가.
정말로, 3대 미드 중 한 명이 거론될까!?
"현재로선 없습니다."
[???]
[아니 왜 없어]
"현재 중국에서는, CSN정도로 암살자를 다룰 수 있다고 알려진 플레이어가 없습니다."
[아니 3대 미드는 공안에 잡혀갔냐?]
[공안이 누구임?]
[중국판 이년아줌마라고 보면 됩니다]
[공산당 욕하면 이년~아줌마가 잡아간다 이년!]
[뭐임 그러니까 니 말은 CSN가 3대 미드보다 잘한다는 거임?]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중국의 3대 미드- 아니지, 대부분의 프로들은 그 플레이 스타일이 '메이지'에 치중되어 있습니다. 이게 어쩔 수가 없는 게, 짜임새가 세밀한 프로 게임에서는 암살자를 다루기가 상당히 난해하거든요. 그래서인지, 프로들은 암살자들을 거의 안 다루다시피해서. 프로들의 암살자 표본이 너무 부족합니다."
[그러면 솔랭 쪽 애들은?]
[ㅇㅇ 중국에도 암살자하는 애들 많을 거 아님 우리나라 세일론처럼]
"그렇다고 또 솔랭 쪽으로 가 버리면 문제가-"
무판지가 피식 웃더니 말했다.
"거기는 표본이 아니라, 실력이 부족해요."
[실력?]
"암살자를 다루는 사람은 많은데, 또, CSN만큼 다룰 수 있는 사람은 없는 거죠. 결국, 이렇게 되네요."
CSN의 실력을 고려해 보면 솔랭에서는 가능성이 전무하다시피 하며.
상위권 프로 몇몇 만이 '가능성'을 보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면 3대 미드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거네?]
[솔직히 메이지도 프로급으로 잘하면서 암살자도 저 수준으로 다루는 거면 3대 미드가 가장 유력한 거 아님?]
"맞습니다. 3대 미드가 가장 유력하다고 볼 수 있죠. 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플레이에서 엿보이는 마치, 미드 라인뿐만이 아니라 레오레라는 게임 그 자체에 대해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는 듯한 말도 안 되는 게임 이해도! 이것만 따지고 보면, 짚이는 플레이어가 있기 때문이죠."
판무지가 안경을 추켜올리며 말했다.
"저는 파티메이커를 지목합니다."
파티메이커.
역시, 3대 미드라 불리우는 플레이어였다.
LKL의 3대 미드 말이다.
[아니 ^^ㅣ발 니가 뭔데 파티메이커를 중국인으로 만들어?]
[화이트워싱이 아니라 차이니즈워싱 ㅋㅋㅋㅋㅋㅋ]
[현짓 판사입니다 파티메이커가 무판지 총으로 쏴도 무죄 드리겠습니다]
[파티메이커가 뭘 잘못했다고 대뜸 그렇게 심한 욕을 ㅠㅠ]
"아니, 중국인이라는 점만 제외하면요. 아니면, 파티메이커 선수가 중국어를 잘 할 수도 있는 거고요."
[아니 그렇게 따지면-]
CSN가 중국의 어떤 유저일지 많은 이들이 아무리 생각해 봐도 답은 나오지 않자.
결국 이야기는 또 돌고 돌아서-
[숨컷이 가장 유력한 거 아님?]
[ㄹㅇ ㅋㅋ]
[중국인 아니란거 보면 아무리 봐도 숨컷이잖아 챔피언 폭도 그렇고 플레이 스타일도 그렇고]
[숨컷 세연대생이니까 외국어 한 두 개 쯤 잘해도 전혀 이상할 거 없고]
[그러게?]
숨컷으로 되돌아온다.
[우연인지 몰라도 스케쥴 단 한 번도 안 겹치고]
[ㅇㅇ 보니까 둘이 같은 시간에 게임 진행한 적이 한 번도 없더라]
사실 무판지도 똑같은 생각이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CSN는 숨컷이라 보는 게 가장 타당했다.
하지만.
그녀는 기겁을 하며 손을 설래설래 저었다.
"아, 아니! 여러분 무슨 소리를! 숨컷 님에 대해서 함부로 지레짐작 하는 거 멈춰 주세요! 경고예요! 숨컷 팬 여러분들, 저는 저 발언이랑 일절 상관없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판들짝]
[조컷쉑 볼드모트 다 됐누]
판무지는-
아니지.
판무지뿐만이 아니다.
현재 하늘전 MVP에 선정되어, 일시적이나마 하이로드와 페이스 그 이상의 영향력을 구가하고 있는 숨컷.
그는 구독자 100만 미튜버조차도 함부로 언급할 수 없는 존재가 돼 버린 것이다.
그런 그와 관련된 발언을 함부로 내뱉을 수 있는 이는 현재로서는 페이스와 하이로드.
그 정도뿐이었다.
그렇게.
현재 CSN와 만난 페이스의 방송에서 필연적으로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
-찰랑!
-…님이 100,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페이스 님 지금 숨컷 = CSN이라는 이야기가 도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후원 메시지를 확인한 페이스.
그녀의 얼어붙은 듯 고요한 호수 같은 표정에 아주 자그마한 파동이 일었다.
"저분이, 그분이라고요?"
흥미였다.
데뷔 이후, 단 한 번도 솔랭에 관심을 보인 적이 없던 페이스가.
이번 시즌 막바지에 갑자기 흥미를 보인 이유.
다양한 추측이 돌았지만 결국 그 명확한 이유를 아는 이는 당사자인 페이스 한 명뿐이었고.
페이스 혼자만 아는 그 이유는 바로-
숨컷이었다.
페이스는 일찍이 자신이 숨컷에게 패배를 경험했다 여겼다.
그렇게 그에게 흥미를 느끼고.
그를 인정하고.
'그를 이기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번 시즌 참가는 그걸 위한 것이었다.
숨컷과 정면 대결을 통해 승부의 결착을 보기 위해.
그런데,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숨컷이 입원하여 이번 시즌 막바지 참가가 불투명해졌다는 소식.
때문에 불안해 하던 찰나였는데-
지금 맞닥뜨린 상대가 그 숨컷이라니?
"그런데 그분, 지금 입원 중이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ㅁㅊ]
[페이스가 관심을 갖네 ㄷㄷㄷㄷㄷㄷㄷ]
[와 역시 조컷 ㄷㄷ]
-찰랑!
-맞긴 한데 솔직히 조컷은 입원 중에 겜 해도 조금도 이상할 게 없는 사람이라 ㅋㅋ
[ㄹㅇㅋㅋ]
"아, 그래요?"
페이스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찰랑!
-그래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거는, 이 게임 해 봐야 알 것 같네요."
-찰랑!
-와 ㅋㅋ 페이스 님은 게임 같이 한 번 해 보면 부캐여도 그 사람이 누군지 아나요?
페이스의 발언을 과대 해석하여 짓궂게 놀리는 말.
그에, 페이스는 언제나처럼 무미건조하게.
재미없게.
단호하게 답했다.
"네."
게임 한 판 할 뿐으로, 상대방의 정체를 파악한다.
허황되기 그지없었다.
여타 인터넷 방송 같았다면 말도 안 되는 허세다 뭐다 하며 조롱으로 채팅창이 가득 찼을 터다.
하지만, 현재 페이스의 방송을 시청 중인 약 십만 명에 가까운 시청자 중에서.
방금 전 페이스의 발언을 조롱하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아무리 허황되기 그지없는 일일지라도-
페이스라면 정말로 가능할 것 같았기에.
게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클래식'.
며칠 전, 페이스가 방송에서 최초로 공개한 새로운 부계정이었다.
그 계정이 공개됐을 때, 사람들은 경악을 금할 수가 없었다.
그 말도 안 되는 승률과 KDA란.
그리고, 방송으로써 그런 말도 안 되는 승률과 KDA가 어떻게 나올 수 있었는지 직접 확인하자.
사람들은 이제는 경악과 함께 동정을 금할 수가 없게 되었다.
페이스의 따분하고 무미건조한 성격은, 게임을 대하는 태도로도 드러났다.
그녀는 모든 게임을 조금의 장난기도 없는 '전력'으로 임했다.
그러니까.
렐드컵 결승 경기에 임하듯-
솔랭 게임에 임한 것이다.
그건 가히 학살의 현장이었다.
페이스의 적으로 만난 상대들.
그 중에서도, 맞 라인으로 만난 미드라이너는.
정말 더는 없을 정도로 처참히도 짓밟혔다.
[그쯤 하시죠 ㄷㄷㄷ 애 접겠어요 ㄷㄷㄷㄷㄷㄷ]
[너무 잔인해 ㅠㅠㅠㅠㅠㅠㅠㅠ]
[이거 방송에 19금 나이 제한 걸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걸 보고 비위가 강해졌습니다]
그런 소리가 나올 정도로.
예외는 없었다.
플래티넘에서부터 시작된 페이스의 학살은.
그녀가 랭킹 50IN에 들어선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감탄을 자아냈다.
[오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뭐야 ㅋㅋ]
[드디어 좀 라인전 다운 라인전이 나오네]
역시.
[역시 CSN인가?]
그런 소리가 절로 나왔다.
페이스의 학살이 비로소 멈추었다.
최초로 '라인전'이라 할 만한 구도가 성립되었다.
CSN는 페이스를 상대로 무참히 짓밟히지 않을 뿐만이 아니라.
대등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심지어는-
[오 ㅅㅂ]
[방금 뭐야]
[와 ㅈ될 뻔했네]
가끔이지만 압도하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그 페이스를 상대로 말이다.
그 엄청난 수준의 공방에 사람들은 CSN의 정체에 대한 관심은 까맣게 잊고.
게임 그 자체에 순수하게 집중한다.
얼마나 집중했는지, 채팅 수가 확연히 줄어들 정도.
그리고 비로소 게임이 끝나자.
[와 ㅅㅂ ㅋㅋㅋㅋ]
[명경기였다 ㄹㅇ;]
[와 CSN 클라스가 오지긴 하네 역시]
영화 상영이 끝나고 난 뒤 분위기 같이.
긴장감이 사라지고 왁자지껄해진다.
명작이라 부를 만한 영화의 상영이 끝났을 때의 그 분위기.
잔뜩 흥분한 사람들은 이미 반쯤-
[아니 이건 ㄹㅇ 숨컷이네 ㅋㅋ]
[ㄹㅇ ㅋㅋ]
[솔직히 숨컷 아니면 누가 페이스 상대로 이 정도로 하냐고 ㅋㅋ]
CSN가 숨컷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숨컷이 유일하다.
페이스를 상대로 이런 게임을 보여줄 수 있는 건 말이다!
그렇게 사람들은 페이스의 답을 기다렸고.
그녀는 말했다.
"이 사람, 그분 아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