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7. 개막 그리고 1
"네? 제, 제, 제, 제, 제가 하, 하늘전에요!?"
3차 연습경기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온 최재훈은, 곧장 윗집에 찾아가 권지현에게 권했다.
"네. 지, 지, 지, 지, 지, 지현씨가 하, 하늘전에 저희 팀으로 참가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서요."
"저기요 아저씨. 그때 아저씨가 나 보고 놀리지 말라면서."
"헝…."
"난 놀리는 거 아닌데?"
"내로남불 오지는 거 봐. 그래, 어디 한 번 지껄여 보시지. 그게 놀리는 게 아니면 무엇이지?"
"지현 씨가 내 제안 받아주실까 떨려가지고 긴장한 건데?"
"뭐지? 국립국어원 녀석들, 내가 모르는 사이에 또 무슨 짓을 한 거지? 떨리다와, 긴장되다라는 단어의 의미를. 신나고 짜릿하다고 바꿔 버린 건가?"
"소식이 느리군, 애송이."
"크윽, 이 틀딱보다 유행에 뒤쳐지다니!"
"유행을… 지배하고 싶나, 젊은 친구?"
"…그렇다면?"
"큭큭, 좋은 게 있지."
"꿀꺽."
최재훈이 최재은의 귓가에다 대고 속삭였다.
"숨튜브를 보게."
그에 최재은이 진심으로 짜증난다는 경멸의 표정을 지었다.
"힝."
"그러니까, 지현 언니가 오빠랑 놀기 싫어하는 거야."
"아, 그, 저! 저는 일단! 저는 당연히! 재훈 씨가 원하신다면 뭐든지…!"
"오~"
"이열~"
"헤헤헤."
권지현이 최 남매의 박수를 받으며 멋쩍게 웃었다.
"근데 언니 저는요!?"
"앗! 재은 학생도 물론이죠!"
"그러면 저 만 원만 주세여."
"앗! 네, 여기요."
권지현이 지갑을 열어 빳빳한 배춧잎 한 장을 꺼내 그걸 건넸다.
그 과정은.
평생을 대장장이로 살아온 장인의 무수히 반복한 망치질처럼 섬세하며 숨 쉬듯 자연스러웠다.
한두 번 삥을 뜯은 게 아닌 솜씨!
"와! 감사합니다 언니! 근데, 요즘 치킨이 얼마였죠?"
"앗! 네 여기-"
베테랑답게 척하면 척.
말하지 않아도, 곧바로 반응이 나온다.
"요놈 자슥이!"
물론, 두 번째 만원이 건네지기 전에 오빠가 제지에 나선다.
오빠가 손님의 머리를 헹궈주는 미용사처럼, 양손을 여동생의 머릿속에 집어넣고 빢빢 빨았다.
"으아아악! 뭐 해!!!"
여동생이 처음엔 기겁을 하다가도-
"아힝흥헹…."
능숙한 손길에 넋이 나가 그런 소릴 했다.
"지현 씨! 지금이에요!"
"앗! 괜찮은데!"
"그러면 애 버릇 안 좋아져요!"
"앗, 네!"
이때를 놓칠 세라.
권지현이 최재훈의 지시에 따라-
이전처럼, 최재은의 겨드랑이를 콕.
콕.
"아아악!! 힝흥헹!!! 아 하지 마루요!!! 여기, 여깄으니까! 아, 오빠는 계속 하셈."
그렇게-
"어~~~"
빡빡빡.
돈을 되찾은 권지현이 여동생의 머리를 빨래질하는 오빠와 대화를 이어나갔다.
"아, 그런데 걱정이 되는 게- 아, 아! 일단 감사해요! 아, 아니! 미안해요! 권해주신 거 감사하다고 먼저 말씀 못 드려서! 예! 그 다음이 감사해요!"
"아이고, 무슨 뫼비우스의 띠도 아니고. 감사만, 받을게요. 사과는 필요 없음."
"예? 아! 헤, 헤헤… 감사합니당."
"그래서, 우리 지현 씨. 뭐가 그리 걱정되실까?"
"아. 그, 말씀 들어 보니까. 이번에 재훈 씨께서 세연대 팀 섭외를 담당하게 된 거잖아요?"
"넵."
"그러면 그, 그 권한으로 저를 섭외해 주시는 거고요?"
"넵."
"아, 그… 일단, 너무 감사해요. 저한테 너무 과분할 정도로 감사한 기회를 주셔서. 그런데… 감사하게도 절 챙겨주신다고, 저 같은 걸 하늘전에 섭외해 버리시면… 그거 가지고 재훈 씨한테 안 좋은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 돼서… 죄송해서… 그래서…."
권지현이 잠깐 동안 머뭇거린 뒤, 결심으로 굳은 얼굴로 말했다.
"마음만 감사히 받을게요. 아, 그! 죄송해요… 그래도, 이게 맞다고 생각해요… 권해주셔서 정말로 감사해요."
그 진지한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던 둘은.
"그렇다면, 이번 대화에서 언니가 말한 감사하다와 미안하다가 총 몇 회인지 말하시오."
"앗!? 그, 잠시만요…."
"아니, 잠깐만요 지현 씨."
"한 번, 두 번… 아? 네!?"
"이야~ 우리 지현 씨. 자신감이 엄청나시네?"
"넹…?"
"지현 씨 말씀은 이거 아니에요. 제가 지현 씨, 아무런 쓸모도 없는데. 그저, 같은 크루라서. 밀어주려고! 우리 지현 씨 키워주려고! 이 모든 손해와, 위험 부담을 감수해 가며 하늘전 권유 드린 거라고. 아니에요?"
"어, 어…? 그…."
"이런 발상이 가능하려면, 응?"
최재훈이 짓궂게 피식 웃었다.
"도대체 제가 우리 지현 씨를 얼마나 좋아한다고 생각해야 되는 거예요?"
"예!? 어, 예!?"
"올~~~ 알라리 깔라리~"
생각해 보니, 이야기가 그렇게 되긴 한다.
텁-
하고.
권지현의 말문이 틀어 막혔다.
그리고 기도마저 틀어 막힌 듯-
"아, 그, 어, 그…!"
그 세 음절 밖에 내뱉지 못하며.
숨이 막히듯, 착실히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러다가 저러다 정말로 터지는 게 아닐까 싶은 수준까지 달아올랐을 때.
"농담이고요."
실실거리며 그녀를 짓궂은 시선으로 바라보던 최재훈이 큭, 웃음을 터뜨리며 미소 지었다.
"지현 씨."
"아, 그, 아, 예!? 네! 넹!"
그는 여전히 웃음기 머금은 얼굴로 진지하게-
"제가 지현 씨한테 하늘전 권유를 드린 건. 지현 씨가 불쌍하다고 생각해서 적선해 주듯 챙겨 드리려고 그런 게 아니라요."
그러나 너무 무거워지지는 않도록 나긋하게 말했다.
“지금 저희 팀에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 지현 씨라서 그래요.”
그에, 권지현이 눈을 반짝이며 그의 말을 경청했다.
"지금 저희 팀에 당면한 문제를 개선시킬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용병이 지현 씨라서 권유 드리는 거예요. 그러니까, 뭐. 빚 졌다고 안 느끼셔도 돼요. 오히려, 제가 지현 씨한테 빚을 지는 거니까. 그러니까, 다시 말씀드릴게요. 아니, 부탁드릴게요. 저희 팀에 들어와 주실래요?"
권지현의 표정은 어느새, 입을 헤 벌리고 미소 짓고 있는 골든리트리버처럼 돼 있었다.
그녀가 반짝이는 눈으로, 일말의 주저도 없이 고개를 격하게 흔들었다.
"네!"
그러더니, 싱글벙글 거리며.
"아! 그런데 재훈 씨!"
"넵?"
"그, 제가 왜 지금 재훈 씨한테- 아니, 아니! 아니! 세연대에! 가장 필요한 인잰가요? 제 어떤 부분이!?"
장난감을 들이대는 골든리트리버처럼, 기대에 가득 찬 얼굴로.
적극적으로, 물어온다.
그에, 최재훈은 지금 세연대 팀의 상태를 설명했다.
승리를 위해 팀의 대대적 개편이 필요하며.
팀의 이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뛰어난 원딜보다는.
뛰어난 서포터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뛰어난 서포터 후보는 많지만, 정작 시간이 부족해.
서포터를 구해와도, 기한 내로 충분한 합을 맞추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렇게.
첫 스크림 이전부터 공동으로 연습해옴으로써 자연스럽게 합이 맞춰진-
"지현 씨가, 현재 제한된 조건 내에서 구할 수 있는 가장 뛰어난 선수가 된 거죠."
"우왕!"
입 발린 말이 아닌, 타당하고 객관적인 이유.
최재훈이 정말로 자신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의 증거가 되어주는 그 이유에, 권지현의 표정이 더욱 밝아졌다.
"그리고-"
"네!?"
또 있나!?
그녀가 냅다 대답했다.
최재훈이 피식 웃었다.
"솔직히, 실력으로만 놓고 봐도. 저는 지현 씨가 엄청난 가능성을 갖고 계시다고 보거든요."
"정말요!?"
최재훈이 끄덕였다.
최근 며칠 동안 권지현을 지도해주며 느낀 부분이다.
서포터에 대한 권지현의 재능은 기대 이상이었다.
라인전 난이도만 따지면 최상에 속하는 미드에서, 팀원들을 보조해주는 방향으로 발달된- '형태'.
그 형태는 미드에 끼우면 맞질 않아 덜그럭 거렸던 반면에.
서포터에 끼우면 완벽하게 적합했던 것이다.
그녀는 스펀지처럼 지식과 경험을 빨아들이며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었고.
그런 엄청난 발전 속도에도, 그 한계는 여전히 멀었다.
아직 미드였던 권지현을 보고 최소한 챌린저 상위권 급의 재능을 갖고 있다 말했던 데라.
지금의 권지현을 본다면 그렇게 말할 것이다.
'나이가 좀만 더 어렸어도….'
한 번 키워 봤을 거라고.
서포터는 인재가 귀하다.
그런 서포터에서 권지현은-
최소한 프로 수준을 노려 볼 재능을 갖고 있었다.
적성을 찾은 것이다.
최근, 권지현의 자존감은 상당히 낮아진 상태였다.
분명, 그녀는 최재훈이 보기에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있었으나.
스스로는 그걸 실감하기에 어려웠던 탓이다.
경험치는 쌓일지언정, 레벨은 오르지 않았기에.
그녀의 점수는 지난 며칠간 제자리였다.
최재훈에게 그렇게 지도를 받았음에도.
엄청난 도움을 받았음에도 말이다.
방금 권지현이 최재훈에게 그런 말을 꺼냈던 이유다.
그녀는 자신이 최재훈에게 짐이 되는 건 아닐까 생각하고 있었다.
너무나도 착한 최재훈이, 자신을 의무감이나 동정심으로 대하는 건 아닐까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 스스로는 아무래도 좋다.
그가 같은 크루원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의무적으로 자신과 어울려주는 것이든.
동등한 대상이 아닌, 챙겨줘야 할 번거로운 대상으로 여기고 있든.
그가 자신을 어떻게 대하든, 자신은 그저 그와 함께할 수 있다면 기쁘다.
하지만.
그로 인해서 그가 피해를 입게 된다면-
권지현은 그걸 원치 않았다.
때문에 최근 그녀의 마음은 아주 뒤숭숭했다.
그런데 지금.
최재훈이 보여준 진심.
거기에선 의무심이나 동정 따위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동등한 동료로서 권지현을 대하고 있었고.
존중하고 있었고.
지금, 진심으로 그녀를 필요로 해 주고 있었다.
권지현은 신이 났다.
"저, 이번에는 꼭! 재훈 씨가 기대 실망시키지 않을게요!"
그에 최재훈이 피식 웃었다.
"이번에는 이라뇨."
"예?"
"이번에도죠."
"어? 아! 헤헤헤헤헤."
홱!
홱!
며칠 동안 축 쳐져 있었던 그녀의 보이지 않는 꼬리가 세차게 흔들리고 있었다.
이후.
권지현에게 있어 최재훈의 지도는 더 이상 부담스럽지 않았다.
그녀의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지도 않았다.
순수하게 즐거워졌다.
서포터 포지션을 향한 그녀의 열정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권지현의 성장 속도에.
경험치가 쌓이는 속도에 가속이 붙었고-
이내.
레벨업- 이라고 해야 할까.
결실을 맺고, 결과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서포터로서의 권지현이 완성되었다.
여태껏 쭉 300점대에 머물러 있었던 그녀의 점수가-
기존의 그녀에게 있어서 '불가능'한 속도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마지막 스크림날 당일.
세연대에 출발하기 직전 숨컷의 지도 시간-
<승리>
그녀의 기나긴 '기부 활동'이 막을 내렸다.
그녀가 승리 창을 보며 여운에 잠겼다.
지난날들을 되돌아보았다.
첫 챌린저.
그녀에겐 아주 의미가 깊었다.
얼굴이 점점 밝아지더니-
"됐다!!!!!!!!! 으아아앍앙!!!!!!!!!!!!"
골든리트리버가 울부짖어따.
그 위풍당당한 모습도 잠시.
"앗, 재, 숨컷 씨 미안해요!"
곧바로, 최재훈의 집이며 그가 옆에 있었다는 걸 기억해내곤.
곧바로 쭈그러들어 그에게 사과한다.
그러자 최재훈은 피식 웃으며-
"권지현! 권지현! 권지현!"
카메라를 향해 호응을 유도한다.
[축)권지현 광복]
[대한민국 기부 협회는 당신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지현독립만세!]
[권지현! 권지현! 권지현! 권지현! 권지현! 권지현! 권지현! 권지현! 권지현! 권지현! 권지현!]
[찐따의 자랑 권지현! 찐따의 자랑 권지현! 찐따의 자랑 권지현! 찐따의 자랑 권지현! 찐따의 자랑 권지현! 찐따의 자랑 권지현! 찐따의 자랑 권지현! 찐따의 자랑 권지현!]
[기부협회의 자랑 권지현! 기부협회의 자랑 권지현! 기부협회의 자랑 권지현!]
[학창시절때부터 삥을 뜯기며 빡세게 쌓아온 지현이의 기부 커리어가 이렇게 마침표를 찍는구나...]
[찐따 최고 아웃풋 ㄷㄷㄷㄷㄷㄷㄷㄷㄷ]
권지현이 감격에 젖은 얼굴이 되었다.
"다들, 감사해요.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그렇게 일장연설을 시작한다.
[아니 아카데미 수상이라도 했누]
[수상소감 거창한 거 보소 ㄷㄷ]
[와근데 진짜 권지현 서포터로 챌 가능하다는 거 입증했네 ㅋㅋ]
[ㄹㅇ;]
모두가 의심했던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는데 성공했다.
기뻤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기쁜 건.
그 능력을 입증함으로써, 최재훈의 말을 증명했다는 사실이었다.
그가 자신에게 보내준 그 기대에.
그 믿음에.
부응했다는 사실이었다.
"아, 제가 알기로 권지현 선수는 그랜드 마스터인 걸로 아는데. 언제, 챌린저를!?"
진행자의 말에, 권지현이 당당하게 답했다.
"오늘 아침에 찍었습니다!"
"오호, 그러니까. 오늘, 용병으로 합류하기 이전에 말씀이시죠?"
"넵!"
너무나도 자랑스러워하는 그 표정에, 진행자는 저도 모르게-
"이야~ 여태껏 한 번도 도달해보지 못한 챌린저 티어를, 하늘전에 참가하는 지금! 권지현 선수의 하늘전에 임하는 각오가 느껴지는 부분이네요! 정말 대단합니다!"
뼈다귀를 던져 주었다.
"헤헤, 제가 좀."
[저거 저거 표정 봐]
[조컷한테 좋은 거 배웠누 ㅋㅋ]
[유유상종 ㄷㄷ]
[근데 지현이 원래 저러긴 했어 ㅋㅋ]
[ㄹㅇ ㅋㅋ 조컷만나기 전까진 방송에서 개깝쳤는데 ㅋㅋ]
[서열정리당하고 중성화당함 ㅠㅠ]
[근데 ㄹㅇ 대단하긴 하네 진짜 서폿으로 챌찍은 거 보면]
"그러니까- 다른 학교 여러분들은 좀 긴장하셔야 될 겁니다! 저희 팀은 계속 강해질 거거든요!"
기세를 탄 권지현이-
찐따가!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오호라~"
그러자 곧바로 등판하는 담당 일찐, 방민아.
"그거 궁금하네. 긴장 안 하면 어쩔 건데?"
그녀가 짓궂게도 정색을 하고 권지현에게 물었다.
"앗…."
그러자 곧바로 기세가 수그러드는 권지현.
"아, 그… 딱히 어떻게 하겠다는 건 아니고… 그게… 어… 최고로 좋은 경기를 하자는 의미로…."
[ㅋㅋㅋㅋㅋㅋ바로 찌그러지는 거 봐]
[담당일찐 성능 확실하구만]
[이게... 방민아...?]
[찐따쉑 ㅋㅋ 지갑 꺼내고 싶어서 안절부절 못하누]
[방민아를 보고 제 지갑이 자동문이 됐습니다]
[권지현을 보고 제 지갑이 두둑해졌습니다]
방민아가 잠깐 동안 권지현의 반응을 즐긴 뒤-
피식.
그녀에게 다가가 어깨를 두드렸다.
"농담이고. 너무 좋아하진 마, 찐따야. 우리가 진 건, 우리가 당황해서 그런 것도 있으니까."
사실이었다.
인세대와 고구려대는 바텀이 취약한 세연대에 익숙해져 있었고.
권지현을 과소평가했다.
그렇기에, 이전까지의 전략을 고수했다.
권지현이라는 변수를 고려하지 않은 전략을 말이다.
그렇게 패배했고, 해당 전략은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단지 그뿐이었다.
그저 그 전략에 권지현을 포함시키면 될 일이다.
그 변화가 간단하진 않고.
그렇게 변화를 이뤄낸다 해도, 이전처럼 세연대를 간단하게 압도할 순 없을 테지만-
분명 그 또한 발전하리라.
하지만, 그건 세연대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 역시 시간이 남아 있었고, 그동안 더 발전할 여지가 남아 있었다.
"아참, 그리고 여러분!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제가- 아니지. 저희 컷컷컷 크루가 몇 주 전부터 오늘 아침까지 모금을 진행해 왔거든요?"
[모금을 진행해 오다 =X 삥을 뜯겨 오다 = O]
[기부(물리, 반강제)]
[아 ㅋㅋ 그게 기부면 너가 일찐들한테 했던 것도 기부냐고 ㅋㅋ]
"헝… 아, 아무튼! 많은 분들의 성원 덕분에, 꽤 적잖은 성금이 모였거든요?"
권지현이 그 금액을 공개하자-
[ㅁㅊ]
[아니 머임?]
[권찐따 혼자서 머 저렇게 많이 범?]
[그때 서폿프로젝트 권지현 방송에서 했었잖아]
[아 ㄷㄷ]
채팅창의 술렁인다.
그만큼 큰 액수였다.
"이 성금을, 컷컷컷 크루의 이름으로. 이번, 하늘전 모금에 보태려고 합니다. 제가… 130만 원 밖에 못 모아서…."
[아 ㅋㅋㅋㅋㅋ]
[내가 소식 들었는데 기부 단체에서 권지현 고소 준비중이였다던데 ㅋㅋ]
[아 ㅋㅋ 3억 > 130만 원은 오바긴 해 ㅋㅋ]
[이건 아낌없이 주는 나무도 못참지 ㅋㅋ]
[근데 저거면 ㅇㅈ이네 ㅇㅇ]
[ㄹㅇ ㅋㅋ]
[속보) 기부 단체 고소 취하]
[기부 단체 日 : 권지현의 합류를 축하합니다]
"아! 권지현 선수의 통큰 기부- 아니면, 자진 납세라고 해야 할까요? 아무튼! 여러분, 권지현 선수의. 컷컷컷 크루의 뜻깊은 기부에, 박수 부탁드립니다."
"히히힛."
그녀가 만족에 겨운 표정으로 최재훈을 쳐다봤다.
그러자-
그가 씨익 웃어줬다.
그 웃음이, 권지현의 표정을 완성시켜주었다.
권지현이 헤벌레 웃었다.
그렇게 권지현은 환영 속에서 하늘전에 합류하고, 인정받을 수 있었고.
막이 내린다.
마지막 스크림.
그것은 하늘전이 당도했다는 걸 증명하기라도 하듯.
가까운 하늘전의 모습을 미리 비추어 보여주었다.
마지막 스크림 경기를 확인한 이들에게-
하늘전의 미래가.
결과가 그려졌다.
그렇게, 긴장감은 덜하지만.
기대는 어느 때보다도 더욱 큰 하늘전 당일이-
마침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