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자가 게임을 잘함-296화 (296/361)

296. 3차 스크림의 여파 2

선수들이 김이리의 개인실 쪽을 쳐다보며 피식 웃었다.

"쟤 진짜 이번에 칼 갈았네?"

"숨컷도 진짜 대단하다, 쟤한테 삘을 받고 '그걸' 하게 만드네."

"그러니까."

"야, 그런데 숨컷 진짜 어떡하냐? 데뷔 첫 시즌이라, 엄청 의미가 클 텐데. 저 자식이 저러면-"

팀원들이 서로 눈치를 보더니, 차현하에게 묻는다.

"어떻게, 자칭 숨컷 여자친구분. 이번에 이거, 어떻게 될 것 같나요. 숨컷이 '그거'에 발동 건 이리 상대로 1위 사수할 수 있을까요?"

"난 우리 자기 믿어."

그에 차현하는 특유의 상쾌한 미소를 지으며 일말의 주저도 없이 답했다.

"이리한테 '그거'당해서 이번에 벽 느끼고 져도, 잘 버텨낼 거라고."

김이리에겐.

페이스에겐.

업계 사람들 모두가 인정하는 악취미가 있었다.

그녀가, 자신이 인정한 플레이어에게만 하는 '그거'에 당한 이후의 플레이어는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벽'을 느끼고 슬럼프를 맞닥뜨리는가.

혹은, 버텨내고 그 가치를 입증하던가.

차현하는 숨컷이 후자일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솔직히.

후자를 넘어서, 그라면 또 자신의 예상을 뛰어넘은 무언가를 보여주지 않을까도 기대했으나-

"…아~"

역시 안 되겠네.

그녀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었다.

그녀의 예상을.

상상력을.

페이스라는 벽이 가로막아 버렸다.

"어? 야!"

"응?"

"큭큭큭, 와 진짜 이 사람 지금 진짜 잘나가긴 하나보다. 야, 검색어 순위 확인해봐."

"순위?"

"와, 미친."

포털 사이트의 검색어 순위.

'숨컷 세연대'라는 단어가 당당하게 그 사이를 차지하고 있었다.

10위로 시작한 그 순위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결국 1위마저 달성해 버린다.

그렇게.

숨컷을 이미 아는 이들은 물론이며.

아직, 그를 모르는 이들에게 또한.

숨컷의 이름이 전해진다.

[아니 ㅅㅂ ㅋㅋ 남자가 이 얼굴에 겜 실력에 성격에 학벌까지 가졌다고?]

[세상 조깠네]

[아 거 누군지 몰라도 밸런스패치 조까치하네~]

다소 비현실적인.

그래서 관심이 생길 수밖에 없는 방송인의 존재가 말이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은 이가 있었다.

"어!?"

숨컷이 참가했었던 코스프레 대회에서, 아이엇 사의 담당자였던 타니아 리였다.

그녀가 숨컷에 대한 소식을.

그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를 접하고는-

"이거면…?"

잠깐의 고민 뒤, 기대감 담긴 미소를 그렸다.

그녀는 숨컷의 텔론 코스프레에서 엄청난 영감을 받고, 그 영감에서 비롯된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하지만.

기존에 예정되어 있었던 규모를 훨씬 상회하는 그 프로젝트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현재 숨컷의 이미지가, 그녀가 제안한 프로젝트를 설득하기엔 부족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새로이 추가된 숨컷의 이미지.

'강한 남성', 그리고 '엘리트'.

이 두 가지면-

'가능해.'

그녀가 기대에 부풀며, 새로운 보고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그런 타니아 리 말고도, 기회를 놓치지 않는 이가 한 명 더 있었다.

편집자 이린이었다.

숨튜브에 새로운 물이 대거 유입되는 지금, 때맞춰 새로운 영상이 업로드 된다.

유입 키워드인 '세연대'를 당연하게도 포함하는 하늘전과 관련된 영상이.

그렇게-

이제는 익숙하기까지 한 일이었다.

실시간 인기 급상승 게임 채널 1위.

그리고, 실시간 인기 급상승 게임 영상 순위에 숨튜브 그 세 글자가 도배되었다.

숨튜브의 구독자 수치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그렇게-

[숨튜브]

[구독자 : 1, 350, 103명]

구독자 120만을 돌파한지 얼마나 됐다고.

그 두 번째 자릿수를 갱신하는데 성공한다.

그럼으로써-

국내 게임 채널 17위에 해당했었던 순위는, 13위까지 상승하고.

멸망전 참가자 중 또 한 명을 제치고.

멸망전 참가자 중 7 번째로 구독자가 높은 방송인이 되었다.

최재훈은 모두가 말하길, 거품이라고 말했던 그 말도 안되는 기세를 이어가며 정상에 한걸음씩 다가가고 있었다.

그렇게, 3차 스크림은 엄청난 관심을 끌어모았고.

제목 : 야 그래서 숨컷 학생 대표 되고 용병 자리 빈 거지?

내용 : 숨컷 누구 데려오려나?

ㄴ : 지금 숨컷 클라스면 누굴 데려와도 안 이상할듯

ㄴ : 세연대 이번 스크림도 개발렸다던데 솔직히 그 트롤 원딜 나가고 새로운 용병 들어오면 가능성 있지 않냐?

ㄴ : ㅇㅇ 있지

ㄴ : 이번에 세연대 ㄹㅇ 보여주나 ㄷㄷㄷㄷㄷㄷㄷ

ㄴ : 숨컷 약해연대 우승시키나 ㄷㄷㄷ

하늘전 최약팀인 동시에, 최고 기대팀인 세연대의 새로운 용병에 대해 크나큰 관심이 쏠린다.

빈 자리는 원딜러.

가장 먼저 언급된 용병은-

[역시 장혜환 아님?]

[ㅇㅇ 숨컷이랑 같은 플랫폼이니까]

장혜환.

숨컷이 소속된 옐로TV의 플랫폼에서 3대장이라 불리는, 대표 방송인이었다.

장혜환의 포지션은 원딜러였고.

게임이 불리한 상황에서 말없이 묵묵하게 압도적 퍼포먼스를 보이며, 아군을 승리로 이끈 뒤.

카메라를 향해 윙크를 날리며-

"캐뤼."

라고 외치는 그 시그니쳐는 레오레 유저 모두가 알 정도다.

장혜환은 솔랭 원딜 포지션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최상급 실력자였다.

방송인으로서나, 플레이어로서나 엄청난 인재.

그런 장혜환을 아무리 하늘전일지라도 '땜빵'으로 섭외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으나.

[숨컷이라면 가능하겠지 ㅋㅋ]

지금의 숨컷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그 장혜환이 땜빵일지언정 흔쾌히 응하지 않을까 기대했다.

[솔직히 장혜환 아니여도 ㅋㅋ]

그리고, 장혜환이 아니여도.

지금의 숨컷이라면, 장혜환에 준하는 엄청난 거물을 데려오리라.

그럼으로써 세연대에-

하늘전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내리라.

엄청난 관심이 쏠렸다.

그런데-

"헤헤, 안녕하세요. 리치- 아니, 아니, 아니! 옐로TV! 옐로TV에서 방송하는 권지현이라고 합니다! 옐로TV요!"

짜잔!

"오옹?"

"에엥?"

"이잉?"

[???]

[오잉?]

[뭐여?]

아주 의외의 인물의 등장에 사람들이 표정으로 [잉?]이라는 글자를 그렸다.

[상상도 못한 정체 ㄴㅇㄱ]

[아니 갑자기 웬 권찐따?]

[아니 하늘전에 나오기엔 권지현 급이 좀 ㅋㅋ]

[아니지 요즘 권지현이면 ㅇㅈ이지 ㅇㅇ]

[ㅇㅇ 솔직히 급이 문제가 아니라 ㅋ;;]

컷컷컷 크루의 일원이자.

이전 있었던 '서포터 인식 개선 프로젝트'의 주인공인 권지현은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되는 인기와 영향력을 구가하고 있었다.

하늘전에 참가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

그럼에도 문제가 되는 것은-

[얘 ㅅㅂ 미드잖아]

[ㄴㄴ 지금은 서폿]

[미드건 서폿이건 남은 자리는 원딜이잖아]

[게다가 얘 그마딱 아님?]

방송인이 아닌, 용병으로서의 가치 때문이었다.

'원딜러 용병 자리'에 권지현은 너무나도 부적합하며 또 미달되었던 것이다.

그런 권지현은 컷컷컷 크루의 일원.

그러니까, 숨컷의 동료였다.

그렇기에-

[아니 이거 설마 권지현 같은 크루원이랍시고 하늘전에 참가시켜줘서 밀어주려는 거임? ㅋㅋ]

[에반데]

[선 넘네]

[걍 하늘전이고 뭐고 이익 챙길 생각 뿐이네]

[실망이 큰데;]

[ㄹㅇ;]

마땅히 그런 이야기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았다.

숨컷에게 하늘전은 뒷전이고, 이익을 챙길 생각 밖에 없다고.

하지만.

[의심하지마!!!!!!!!!]

[나는 숨컷 믿어 숨컷 믿는 나를 믿어]

[숨명의 계략이다! 당황하지 마라!!!]

[저거 보고 기대하는 흑우 업제?]

일련의 사건으로 숨컷이 하늘전에서 다진 입지가 입지인 탓에.

그 누구도, 권지현의 용병 참가에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다.

단지 궁금해 할 뿐이다.

숨컷이 또 무슨 일을 벌일지 말이다.

"아, 네 알겠습니다. 세연대 팀의 새로운 용병은, 방송인이신 권지현 님으로 결정되었습니다. 그러면, 바로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팀원 경매.

결과.

[아~~~ 휴~ ㅋㅋ 권지현 겨우 지켜냈네~]

[다행이다!]

[부럽다!]

[아 ㅋㅋ 이거이거 아쉽게 됐구만~]

[ㄹㅇ ㅋㅋ 꼭.데.려.오.고.싶.었.는. 데]

"헝…."

세연대는 방어에 성공했고.

권지현의 낙찰가 총액은-

약 130만 원으로.

하늘전 역사상 최저액수였다.

너무나도 너무한 액수에 권지현이-

"오! 휴, 다행이다. 백만 원 넘겼당."

안도했다.

자신 같은 하꼬가 하늘전 참가라니.

최저선인 백만원 대조차 넘기지 못하는 건 아닐까, 소박한 걱정을 하고 있던 그녀였기에.

소박한 액수에도 만족하는 것이다.

너무하게 너무한 액수에 순수하게 기뻐하는 그녀의 모습에, 최재훈은 저도 모르게 축하를 보냈다.

"지현 씨~ 축하해요~ 역시 지현 씨~"

"찐따야… 그래, 너가 기쁘면 된 거야…."

"아, 그… 대단하심다!"

[오메데토-]

[축하해]

[바로 그거야]

[멋있었어]

[경사났네~]

짝짝짝.

주변에서 박수가 터져 나오자-

권지현이 진심으로 미소 지으며-

"고마워요!"

꾸벅 고개를 숙였다.

"뭐여, 이게."

누군가 내뱉은 그 말은 박수 소리에 묻혀서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머지않아 팀원 경매가 끝나고.

진행자가

"자, 그러면. 마지막 스크림-"

의 시작을 알리려던 찰나였다.

"아, 잠깐만요."

모두의 예상대로라고 해야 할까, 숨컷이 그걸 제지했다.

또 무언가를 하기 위해.

그가 말한다.

"저희 세연대 팀. 선수 교체하려고 합니다."

최재훈.

그리고 김수환.

서로 눈을 마주친 그들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김수환 선수를, 배차연 선수로 교체하겠습니다."

그 결정에, 모든 팀이 경악했다.

"아니-"

"이제 와서?"

팀 게임에서는 개인의 기량도 기량이지만, 팀원 간의 합이 가장 중요하다.

그걸 위해, 지난 몇 주간 세 팀은 부단히도 연습해오지 않았던가.

그렇기에.

인세대와, 고구려대는 세연대의 변화를 아주 위협적이라 느끼진 않았다.

갑작스러운 선수의 교체로 선수 개인의 전력은 상승할지언정.

그간 쌓아온 팀원간의 합이 크게 감소한다고 볼 수 있었으니.

그런데.

그걸로도 모자라서, 한 명 더 교체해 버린다고?

[권지현 써먹으려면 서포터가 맞는 것 같긴 한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스크림은 이번이 마지막이다.

이틀 뒤.

하늘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 이틀 동안.

새로운 팀원 두 명과 합을 맞추겠다고?

그걸로.

지금까지 합을 맞춰 온 팀들을 상대하겠다고?

"하."

누군가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 만큼, 세연대의 시도는 무모했다.

그렇게 시작된 마지막 연습경기.

그 결과는.

모두의 예상 대로-

되지 않았다.

인세대와 고구려대는 1차 스크림 이후로 줄곧.

서포터를 차출해 와서 '숨컵'듀오를 상대로 수적 우세를 토대로 우위를 점하는 전략을 채택해 왔다.

그 전략을 타파하기 위해서-

세연대 팀은 바텀의 전력 보강이 필요했다.

전력 보강을 통해 채택할 수 있는 대응책으로는 두 가지가 있다.

일단은, 숨컵 듀오가 2:3으로 버티는 사이.

2:1로 수적 우위를 점하게 된 세연대 팀의 바텀이, 상대 바텀을 압도함으로써 이득을 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계책이 효율적으로 작용하려면 숨컷 팀의 '원딜'이 팀 내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해야했다.

'숨컵'듀오가 '원딜'을 위해 시간을 벌어주는 게 되니까.

하지만.

세연대 팀이 새로 데려온 원딜은, 서수나보다 티어가 낮은 다이아3이었다.

그렇게, 세연대가 채택해야 하는 계책은 두 번째가 된다.

바로, 세연대의 서포터 역시 숨컵에게 힘을 실어줘 3:3를 구도를 이루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서포터에게 높은 실력이 요구됐다.

고구려대의 서포터는 챌린저였고, 인세대의 서포터는 그랜드 마스터였으니.

그런 점에서 권지현은, 약간 아쉽다고 할 수 있었다.

세간에 알려진 그녀의 티어는 그랜드마스터였으니.

설상가상으로, 그뿐만이 아니었다.

고구려대와 인세대의 서포터는, 지금까지 쭉 미드정글과 합을 맞춰 왔다.

하지만.

권지현은 끽해봐야 오늘, 혹은 며칠 전 서수나가 방출되었을 때 막 합류했을 뿐이다.

때문에.

그 팀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합'에서, 두 팀에 비해 절망적으로 부족했다.

고구려대와 인세대는 이번 마지막 스크림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예상했다.

막 결성되어 그 이음새가 부실하기 그지없는 '숨컵현' 트리오를.

무참히 짓밟는 그림을 예상했다.

그러나.

"아니, 저게 가능한가…."

'숨컵현'트리오는 전혀 무참히 짓밟히지 않았다.

선방했다.

그것도 엄청나게.

마지막 스크림의 결과.

세연대 2승 0패였다.

그 원동력은 다름아닌, 권지현이었다.

그녀와 숨컵 듀오의 합은-

지금까지 쭉 합을 맞춰온 세연대와 고구려대를 상회했다.

"말도 안 돼…."

말도 안 되는 그게 어떻게 가능하냐.

바로, '최재훈의 권지현 서포터 적응 서포팅'덕분이었다.

권지현은 서포터 개선 프로젝트 이후, 꾸준히 서포터를 연습해왔다.

숨컷에게 지도를 받으며-

그러니까.

'그의 의견을 전적으로 따르며'

'그와 합을 맞추며' 말이다.

둘의 공동 작업은 첫 스크림이 시작되기도 훨씬 전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그렇게.

권지현은 세연대 팀의 오더를 담당하는 최재훈의 생각을, 판단 기준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고.

신속하고 확실하게 수행할 수 있었다.

김희은은 권지현의 그런 플레이를 평가하길-

-와, 지현 씨. 무슨, 숨컷 씨가 하나 더 조종하는 것 같슴다!

"아, 권지현 선수! 오늘 마지막 스크림에서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셨는데요. 모두가 가장 놀란 부분은 역시, 그랜드 마스터 티어인 권지현 선수가 챌린저 티어인 고구려대의 서포터를 상대로 라인전에서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신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에, 권지현이 눈을 깜빡이더니 답했다.

"어… 저…."

"예, 말씀하세요."

"저도… 챌린전데요…?"

묘기를 부린 뒤 가족의 반응을 기다리는 골든리트리버처럼.

어딘가 자랑스러운 듯, 우쭐거리는 듯한 얼굴에 반짝이는 눈으로 말이다.

그녀가 "헤헤헤." 멋쩍게 웃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