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4. 전환 2
그에, 당황의 침묵이 흐르길 잠깐.
사방에서.
풉.
큭.
웃음이 터지는 소리가 새어나오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숨컷에게 심취되어 있었던.
달리 말하면-
[얼빠진련아니야 ㅋㅋㅋㅋㅋㅋㅋ]
[숨컷 투표가 숨컷에게 표창을 던진다는 말인가요? 그렇다면 동의합니다]
[미친련... 미친련...]
어색하게 굳어 있었던 현장의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풀리기 시작했다.
숨컷은 방금의 분위기를 이용해 상황을 유리하게 이끌어 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는다.
이는, 그가 딱히 형평성과 공평성에 관하여 엄격한 철학을 갖고 있어서는 아니다.
그는 그저 신중을 기하여, 여지를 없앴을 뿐이었다.
만약 숨컷이 방금 분위기를 이용해 상황을 유리하게 이끌어갔다면.
추후에, 그런 이야기가 나올 여지가 있었다.
'숨컷이 규정의 허점을 악용했다.'
이러한 이야기가, 숨컷의 승리와 겹쳐지게 된다면.
상당히 귀찮은 구설수에 오를 게 분명하다.
하늘전 승리로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아지겠지.
그렇기에, 확실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었다.
이렇게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하늘전의 주인인 학생들과 논의하여 공정한 방식을 통해 결정할 필요가 있었다.
물론, 여기에서 자신에게 찬성해 줘 봐야 세연대에게만 좋은 일이니.
인세대와 고구려대는 필연적으로 반대표를 던질 확률이 높다.
그리 하여, 용병 전환이 부결될 확률이 높다.
그런데 왜일까.
최재훈은 왜인지 느낌이 왔다.
"자 그러면, 숨컷 님의 학생 대표 전환 허용 여부에 관한 투표를 진행하겠습니다. 숨컷 님의 학생 대표 전환을 허용해야 한다면, 투표 기능에서 1번을 투표해 주시고. 허용하지 않아야 한다면, 2번을 투표해 주세요. 투표는 각 학교당 최대 만 명이 참여 가능하며. 정원이 찰 때까지 진행됩니다."
근거는 없지만, 가결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이.
"자, 그러면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어… 아주, 의외의 결과가 나왔는데요? 먼저, 세연대. 만 표 중, 다섯 표가 반대입니다."
"엥?"
"아니-"
[아니 어떤 새끼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반대가 도대체 왜 나오는데 ㅋㅋㅋㅋㅋㅋㅋ]
[이런 ^^ㅣ발 쁘락치 새끼들]
[축출해!!]
[아 ㅅㅂ 남들이 예라고 할 때 아니오라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미친련아니야 ㅋㅋㅋㅋㅋㅋ]
[일단 니가 사람새기냐고 묻는다면 사람들은 다 아니오라고 답 할 거예요]
[저새끼 저거 축출해!!! 어디 과야!]
[나머지 넷은 뭔데 ㅅㅂ]
[ㅈㅅ; 저는 레오레 하다 급하게 하느라 실수함]
[아 ㅋㅋ 레오레면 ㅇㅈ이지]
[ㅈㅅ; 저는 단풍 이야기 레이드 도는 중이라]
[-단- 또 너야!?]
[저 새낀 매달아!]
[ㅋㅋ 세연대 ㅄ들 ㅋㅋㅋㅋㅋㅋ개웃기네]
[단합 안 되는 거 실화냐]
"그리고, 다음은 인세대입니다."
투표 결과를 확인한 진행자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의외의 결과네요. 인세대, 만 표 중 302 표가-"
반대였다.
[??????]
[아니 뭐야]
[잘못 말한 거 아님?]
[찬성이 302표 맞죠?]
[아닌데? 반대가 302표 맞는데?]
[아니 ㅅㅂ 뭐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네 뭐야 미친련들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우리 학교는 쁘락치가 9천700명이네]
[쁘락치 아카데미야 ^^ㅣ발?]
[아 ㅋㅋ 인세대 세연대 멀티였냐고ㅋㅋㅋㅋㅋ]
[아니 반응 보면 찬성이 아무리 봐도 찬성이 302푠데 ㅋㅋ 설마 오류임? ㅋㅋ]
[사실 나도 찬성하긴 햇음 ㅋ;]
[야너도?]
[야나두]
[짜식들(코쓱)]
고구려대 또한 마찬가지였다.
만 표 중, 단 오백 표가 반대.
"아니, 오빠! 어떻게 한 거야?"
"별 거 아니다… 간단하게 '미라클'을 일으켰을 뿐."
"하하하, 뭐래~ 아, 개 웃기네 상황? 아, 하긴~"
너무나도 의외의 결과에 사람들은 당황하는 한 편, 납득했다.
숨컷에게 완전히 심취되어 있던 분위기가 완화되었다고 해서.
그들이 숨컷에게 받은 인상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방금 숨컷의 행동으로, 그들이 숨컷에게 느낀 인상은 더더욱 강해졌다.
[솔직히 학교보단 숨컷이지 ㅋㅋ]
[ㄹㅇ ㅋㅋ]
[총장님도 이건 못 참지 ㅋㅋ]
그렇게, 숨컷에게 아주 강렬한 모종의 인상은 받은 그들은-
[숨컷 팀원 똥에 파묻혀서 허우적대는 거 솔직히 좀 안쓰럽긴 했어]
[그니까 ㅋ]
[ㄹㅇ ㅋㅋ 1위 가오가 있지]
[솔직히 이번 하늘전에서 숨컷이 뭔가 보여줘야 재밌지 ㅇㅇ;]
[내가 기대한 그림도 그렇긴 해 ㅋ]
[숨컷, 가라. 다음은 없다]
[만전 상태인 널 부수지 않으면 의미가 없으니까...]
하늘전이라는 승부를 초월해서.
숨컷에게, 자신의 팀에게 느끼는 것만큼의.
혹은, 그 이상의 기대를 보내고 있었다.
그가 이번 하늘전에서 활약하기를.
그럼으로써, 또 무언가를 보여주기를.
그에 대한 팬심이 다른 감정들을 앞서 버린 것이다.
"아, 일단 결과가 그렇게 나왔는데요. 인세대 학생 대표. 정말로 괜찮으실까요?"
"아, 예. 괜찮습니다. 사실, 시작부터 잘못된 거잖아요? 학생인 숨컷 님이 용병으로 섭외되다니. 아마도, 저 인- 아니, 전 세연대 팀 대표가 섭외 과정에서 '실수'를 했을 수도 있으니. 전 세연대 팀 대표가 사임한 지금이라도 그걸 바로잡아야죠."
그렇기에.
"아, 고구려대 학생 대표께서는요?"
"저희 고구려대도, 세연대가 지금과 같이 불안정한 상태가 아닌 만전의 상태로 경기에 임할 수 있길 기원합니다."
"아, 어째서죠!?"
"세연대가 뭘 해도 이길 자신이 있고, 나중 가서 이런 저런 핑계대면서 변명 못하게요."
"와!!!!!!"
"우!!!! ~~~"
피아 구별할 것 없이 모두가 나서서 숨컷을 두둔해주는 진풍경이 일어난다.
"자, 그러면 지금부터-"
그렇게.
현 상황에 대한 규정이 새로이 추가됨으로써.
숨컷의 대표 선수 전환이 공정한 과정을 통해 합당히 이루어졌다.
추후, 숨컷의 대표 선수 전환을 문제로 삼는 의견이 개입할 여지가 완전히 차단되었다.
"아~ 어차피 이렇게 될 거, 응? 번거롭게 이러지 말고 그냥 제 말대로 숨컷 투표하지 그랬어요들~"
"잠깐! 이의 제기합니다!"
"이의 졸라 많습니다!"
"어~ 이미 규정 만들어졌어~"
"젠장!"
[아 킹받네 ㅋㅋ]
[ㅅㅂ ㅋㅋ 저러고 지기만 해봐 ㅋ]
[ㄹㅇ ㅋㅋ 뒤졌다 조컷]
그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던 넥슬이 쓰게 웃었다.
그녀 또한 어렴풋이 예상하고 있었다.
이렇게 되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하늘전이 시작되기도 전에, 학교 대통합을 이루어냈다.
넥슬은 생각해 보았다.
자신에게도,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이런 비슷한 일이라도 말이다.
'아니….'
안 된다.
즉, 사실상 이미 숨컷에게 패배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
데뷔한 지 2개월도 안 된 풋내기가 자신을 앞질렀다.
그 현실은, 넥슬을 더 이상 분하게 만들지 않았다.
그녀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지도 않았다.
그녀가 숨컷에게 다가갔다.
"숨컷 씨."
"응?"
최재훈은 느꼈다.
넥슬의 분위기가 처음과는 달라졌음을.
"일, 잘 해결돼서 다행이네요. 앞으로 잘 해 봐요."
앞으로 잘 해 봐요.
다양한 의미가 담긴-
악수를 건넨다.
최재훈은 그걸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예, 잘 해 봅시다."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받아주었다.
그렇게.
넥슬의.
게임 방송계 터줏대감의 인정을.
사과를 받아주었다.
그제서야 넥슬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아 근데 이러면 숨컷팀 용병 누가 들어오지?]
[그러게]
[원딜 빠지고 용병 자리 생겼으니까 설마 사이트?]
[오 맞다 숨컷 사이트랑 친하잖아]
[친하다기보단 사이트가 일방적으로 들이대는 거긴 한데 어쨌든 ㅋㅋ]
[와 사이트면 ㅅㅂ 승산 있지]
[아 근데 일반 용병 자리잖아]
[아 맞다]
[아마추어 원딜러 중에 쓸만한 애 누구 있지?]
[장혜환?]
[아 ㅋㅋㅋㅋㅋㅋ 그 코가 여기서 나오네]
[그러게 ㅋㅋ 숨컷 부탁하면 장혜환 나오긴 할 듯]
그렇게 숨컷의 학생 대표 전환이 성공적으로 일단락되자.
다음 주제에 관심이 향해진다.
바로, 그의 전환으로 공석이 되어 버린 세연대의 용병 자리를 누가 채울까다.
현재 숨컷의 영향력으로 미루어 보아 누구를 데려와도 이상하지 않았기에-
[아 ㅋㅋ 이번 하늘전 개꿀잼이네]
[ㄹㅇ ㅋㅋ]
숨컷이 참가한 하늘전에 대한 관심과 기대는 갈수록 커져만 갔다.
그에 대한 평가를 갈수록 커져만 갔다.
"아, 그러고 보니 오빡!"
"네?"
"용병, 누구로 데려올지 이미 정했어? 혹시 아직 안 정했으면-"
"오, 설마 방민아. 설마!? 팀원들 앞에서 설마 그 말을 씨부려 버리는 것인가!?"
"응! 나 데려갈래!?"
"세상에. 니가 짱이오. 인세대 여러분, 이 인간 말하는 거 들으셨나요?"
"아, 네 들었어요!"
"뭐야, 저 인간들 왜 좋아해."
"아! 좋아하다뇨! 얼마나 유감인데요. 하, 정들었던 민아 언니와 이렇게 헤어지게 되다니. 그래도, 숨컷 씨니까. 믿고 보낼 수 있을 것 같네요. 저희 민아 언니 잘 부탁드려요."
"아니, 또 왜 기정사실이 된 거고. 방민아. 도대체 팀에서 무슨 짓을 한 것이지? 무슨 짓을 했길래, 저 사람들이 당신의 탈퇴에 공중제비를 도는 것이지?"
"하~ 그러게? 아무래도, 내가 팀의 지휘관으로서 부족함이 많았나봐. 이거, 의욕이 불타오르는데? 오케이! 오늘 3차 스크림 피드백은 빡쎄게 간다!"
"수, 숨컷 씨!!! 제발!!!!!"
"제발 데려가 주세요 이 사람!!!!!!"
"하, 친구들아. 아니, 동지들아. 내가 우리 팀들을 버리고 어디 가겠니? 응? 걱정 안 해도 돼. 우린-"
끝.까.지.같.이.간.다.
방민아가 비장하게 속삭이자, 인세대 팀원들의 표정이 압도적인 공포로 물들었다.
심지어는 EGGE선수까지.
"아니, 진짜 뭘 했길래."
최재훈이 피식 웃자며 물 건너 불 구경을 하고 있자니, 진행자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
"자, 그러면. 숨컷 님?"
"아, 넵?"
"슬슬, 3차 스크림을 마무리 지을까 하는데. 혹시, 지금 새로운 용병 분이 미리 대기하고 계신 중인가요? 경매까지는 무리여도, 용병 분을 소개하는 것까진 일정을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아. 사실, 이미 팀원들끼리 상의를 마치고 용병 섭외를 끝내 둔 상태긴 합니다."
"오?"
숨컷 팀의 새로운 용병 섭외가 이미 이루어졌다.
그 소식에, 모두가 호기심으로 귀를 쫑긋거리자.
"하지만, 아직 준비가 완전히 되진 않았기에. 새로운 용병은, 재정비를 마치고 만전의 상태가 된 세연대 팀의 형태로 다음 스크림- 아니, 마지막 스크림에 소개드리는 걸로 하겠습니다."
최재훈이 총 모양 손가락으로 카메라를 가리키는 동시에, 특유의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에이디오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대회 개막 이틀 전인, 마지막 스크림 날.
"자, 그럼. 우리 세연대 팀의 새로운 용병을 소개하겠습니다. 용병께서는 문을 열고 정체를 공개해 주세요!"
최재훈의 안내에 따라, 새로운 용병이 카메라 앞에 섰다.
긴장한 그녀는 카메라를 향해 뻑뻑하게 인사를 한 뒤.
특유의 멋쩍은, 실없는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
"헤헤, 안녕하세요. 리치- 아니, 아니, 아니! 옐로TV! 옐로TV에서 방송하는 권지현이라고 합니다! 옐로TV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