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자가 게임을 잘함-278화 (278/361)

278. 컷컷컷 VS TC1 2

현재, 레오레 판에서 가장 핫한 크루인 컷컷컷 크루와.

세계 최강의 팀인 TC1의 이벤트 매치업.

그 그림을 보고 가장 먼저 느낄 감상이었다.

[아니 무슨 체급 차이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슨 개미 VS 공룡 급이네 ㅋㅋㅋㅋ]

그리고, 어쨌거나 결과적으로 느끼게 될 감상이었다.

[와 ㅅㅂ ㅋㅋ 여러의미로 역대급 매치업이네 ㅋㅋ]

[이건 ㅅㅂ 볼 수 밖에 없지 ㅋㅋㅋㅋㅋㅋㅋㅋ]

[ㄹㅇ ㅋㅋ 부모님 응급실 실려가도 못 놓치지ㅋㅋㅋㅋㅋ]

[그 말 듣고 응급실 실려갈 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즈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후로 앵콜이 나오지 않을.

완벽한 만족감을 성사해 줄 무대가 시작된다.

[근데 경기 어케 진행되는 거? 3:3 미드빵인 거임?]

"일단, 경기는 예정대로 1:1 미드빵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양 팀의 세 선수가 각 한 번씩 출전해서, 세 번의 경기를 치루고. 더 많은 승리를 거둔 팀이 이기는 방식으로요."

[대진은 어케 정함?]

"여기선 공명정대하고 깔끔하고 깜쌈하게. 사다리로 가겠습니다."

그 결과.

[ㅋㅋㅋㅋㅋㅋㅋㅋ 권찐 ㅈ댔누]

[어차피 권지현은 누구 만나도 이기기 힘드니 이게 오히려 좋을지도 모름 ㅋㅋ]

[ㄹㅇ ㅋㅋ]

[폭탄 제거반 ㄷㄷ]

"아, 데라님! 잘 부탁드릴게요!"

"예, 잘 부탁드립니다.

첫 번째 경기는 권지현 VS 데라.

[오 이거면 해 볼 만하지 않냐?]

[그러게]

"삼피 씨, 어떻게. 이길 수 있겠어요?"

"하, 서포터는 나한테 안 되지."

-오호~

두 번째 경기는 삼피 VS 모와이.

그리고 대망의 마지막 경기.

[크 ㅋㅋㅋㅋㅋ사다리가 방송을 아네 ㅋㅋㅋ]

[이거짘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찰랑!

=자기, 역시 우린 운명인가봐.

숨컷 VS 사이트였다.

"그러게요."

최재훈이 도발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차 선수는, 나한테 얻어맞을 운명인가보네."

-찰랑!

=아 좋지~ 해본 적은 없지만 그런 취미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벌써부터 고조되기 시작한 분위기 속에서, 첫 번째 경기가 지체 없이 진행된다.

권지현 VS 데라.

최재훈이 해당 컨텐츠가 이상적이라 느낀 또 하나의 이유.

바로, 엄청난 이목이 집중된 상황에서 권지현의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었다.

서포터의 인식을 개선시키는 데 성공하여, 권지현이 서포터로 포지션을 변경하여 챌린저를 달성한다 해도. 그녀의 업적이 부정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권지현쉑 서폿으로 도망가기 전 마지막 미드 라인전이 되겠누]

[사실상 처형식이네 ㅋㅋㅋㅋ]

[서폿 귀신이 잡아가려 온 거임 ㅋㅋㅋㅋㅋㅋㅋ]

[엌ㅋㅋㅋㅋㅋㅋㅋㅋ]

'미드에서 서포터로 도망갔다'는 식의 조롱을 피하진 못할 것이다.

레오레에서 '미드'와 '서포터'가 갖는 이미지가 이미지인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포지션을 변경하기 이전에 확실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실력으로써.

도망가는 게 아니라, 더 적합한 포지션으로 가는 것뿐이라고.

최재훈이 권지현이 미드보다 서폿에 어울린다 생각한 이유는 전적으로 그녀의 플레이 성향 때문이었다.

'미드'포지션이 레오레의 '주인공'이라 불리는 이유.

첫 번째는, 지리적으로 중심적인 위치에 있어 게임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여 존재감을 드러내기 유리한 입장이기 때문이었는데.

그것만 놓고 보자면, 정글 또한 마찬가지다.

오히려, 라인에 구애 받지 않는 정글은 미드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게임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그런 정글의 이미지는 '백정'이다.

반면에, 미드는 주인공이자 '황족'이다.

그 차이는 바로, 성장력에 있다.

레오레에서 정글은, 라이너들에 비해 성장을 하기 어려운 환경에 있다.

반면에, 미드는 솔로 라인으로서 게임에서 탑과 함께 가장 성장하기 좋은 환경에 있었다.

미드는 기본적으로 게임에서 가장 높은 레벨과 골드를 보유하고 있는 포지션이었다.

성장력.

그것이 바로 '황족 미드'의 강점이자 아이덴티티였다.

그녀는 성격이 플레이 성향에 반영된 건지.

지극히 이타적인 플레이 성향을 보유하고 있었다.

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각'을 보는 능력이 뛰어나고.

그 '각'을 발견할 경우, 그 '각'을 실행하는 걸 최우선 순위로 삼는다.

자신의 이익을 뒤로하고 말이다.

결국, '성장력'면에서 상대 미드보다 뒤쳐지게 되고.

미드로서의 강점을 잃게 된다.

그것이 바로, 권지현이 미드보다 서포터에 어울리는 이유였다.

그러한 이타적인 플레이는 서포터 포지션에 있을 때 가장 큰 빛을 발휘한다.

반면에 미드에 있을 땐, 독으로 작용한다.

그녀는 본인의 실력이 성향에 발목을 잡히는 타입이었다.

그것만 아니라면, 그녀는 상당한 잠재력을.

다방면에서 아주 뛰어난 능력치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 뛰어난 능력치 안엔, 라인전 능력도 포함되어 있었다.

권지현과 데라의 경기가 막 시작했을때.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그걸 못 맞추냐 지현아 ㅋㅋㅋ]

[3렙 컷 예상해 봅니다 ㅋㅋ]

시청자들은 이미지라는 색안경을 끼고 권지현의 일거수일투족을 우습게보고 조롱했다.

그 권지현대, 그 데라다.

당연히 권지현이 우스울 정도로 처참하게 두들겨 맞기만 하다 끝날 거라 예상했기에.

하지만, 게임이 진행됨에 따라-

[오? ㅋㅋㅋ]

[아니 뭐야 ㅋㅋㅋㅋ]

그 예상에서 멀어져간다.

권지현이 데라를 상대로 아주 의외로 잘 버티는 게 아닌가.

심지어는-

[와 ^^ㅣ발 ㅋㅋㅋㅋㅋㅋ]

[뭐야 권지현 보여주나????]

버티는 걸 넘어서, 공격을 시도하기까지.

[아 ㅋㅋ 역시]

[그럼 그렇지 ㅋㅋ]

물론 그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하지만, 시도에 성공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었기에.

<선취점!>

"아으…!"

패배한 권지현에게 향해진 건 짓궂은 조롱이 아닌-

[아 개까비 ㅋㅋㅋㅋㅋㅋ]

[나이스 트라이였다 지현아]

[와 이새기 ㅋㅋ 생각보다 좀 치네 ㅋㅋㅋㅋㅋ]

[(전)황족미드 출신 답네 ㅋ]

감탄과 격려였다.

이 기회를 놓칠세라.

최재훈이 잽싸게 파고 들어갔다.

"데라 선생님. 서포터 그 자체로서. 서포터 지망생인 지현 씨를 어떻게 보셨나요?"

"미드빵으로 서포터의 자질을 판단할 수는 없고. 일단, 피지컬이나 라인전 능력 같은 것만 놓고 보자면. 서포터 중에서도 최상위권이라 볼 수 있겠네요."

"오왕! 대박! 삼피 씨! 저 데라 선생님한테 칭찬 받았어요!"

"아닌데? 존나 못하던데? 자, 이제 나한테 욕먹어서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야."

"헝…."

[아니 ㅈ피쉑 심술 부리는 거 봐 ㅋㅋㅋㅋㅋㅋ]

[질투하누 ㅋㅋㅋㅋㅋㅋ]

[아니 근데 데라가 저렇게 말하니까 ㄹㅇ;; 갑자기 궁금해지네]

[그러게]

[지현쉑 서폿가면 몇점까지 올리려나]

권지현은 스스로의 능력을 입증했고,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는다.

그녀의 서포터 변경은 이제 조롱과 무시가 아닌-

기대를 받게 되었다.

승자만 두 명인 첫 번째 경기가 끝나고.

다음 두 번째 경기가 속행된다.

삼피 VS 모와이.

채팅창의 분위기가 한 순간에 돌변한다.

다소 무거워진 분위기 속에서 다른 종류의 기대감이 흐르기 시작한다.

권지현의 경기가, '죄수 VS 사자'의 경기를.

처형식을 보는 감각이었다면.

이번 경기는 말 그대로 경기를 보는 감각이었다.

'선수 VS 선수'.

누가 이길지 도통 예상할 수가 없었다.

레오레에서 '뇌없페'소리를 듣는 플레이어의 수는 상당하다.

하지만, 그 중에서 '조롱'이 아닌 '인정'의 의미로 '뇌없페', '뇌가 없는 페이스'소리를 듣는 플레이어는 제나가 유일했다.

그리고 그 상대는, 페이스와 같은 팀인.

세계 최강의 팀인 TC1의 서포터로서.

국내, 국제 경기에서 숫한 활약을 보였으며.

국체원인 SIGHT와 호각을 이루는 경기를 보여준 모와이였다.

그야말로 빅매치.

빅매치라는 이름에 걸맞은 분위기에서 시작된 경기는.

빅매치라는 이름에 걸맞은 수준을 보여주었다.

제나의 퍼포먼스는 정밀함의 면에선 사이트보다 부족했다.

하지만, 감각적인 면에선? 사이트보다 뛰어났다.

그만큼, 현란했다.

그만큼, 명승부였다.

<선취점!>

그 경기에 대한 시청자들의 소감.

[아니 ㅋㅋ 이 정도였어?]

혹시 모른다고 생각은 했으나, 실제로 일어나니.

그 충격은 상상 이상이었다.

"하, 역시라고 해야 하나. 서포터 주제 좀 치네."

TC1의 패배라니.

사람들은 당연히, 막연하게 TC1이 승리할 거라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제나의 승리로 스코어가 1:1이 돼 버리자, 어떠한 가능성을 인지하게 된다.

아무리 이벤트전이라곤 하나, TC1이 패배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아무리 이벤트전이라곤 하나, 컷컷컷 크루가 TC1에게서 승리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그 가능성이.

안 그래도 기대되는 경기였던 숨컷 VS 사이트전에 걸렸다.

[옐로TV의 자랑 조컷! 옐로TV의 자랑 조컷! 옐로TV의 자랑 조컷! 옐로TV의 자랑 조컷! 옐로TV의 자랑 조컷! 옐로TV의 자랑 조컷! 옐로TV의 자랑 조컷! 옐로TV의 자랑 조컷!]

[아니 ㅅㅂ TC1의 자존심이 사이트한테 걸려 버리네]

[재앙이고 ㄹㅇ;]

[하나 둘 셋 TC1 화이팅! 하나 둘 셋 TC1 화이팅! 하나 둘 셋 TC1 화이팅! 하나 둘 셋 TC1 화이팅! 하나 둘 셋 TC1 화이팅! 하나 둘 셋 TC1 화이팅! 하나 둘 셋 TC1 화이팅!]

더는 없을 정도의 열기 속에서 경기가 시작되려 하고 있을 때.

"차 선수, 나 고민이 있는데 어떡하지?"

-찰랑!

=우리 천사님한테 고민이라고? 이거 큰일인데? 나한테 말해줄래?

최재훈이 푹,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내가 지금부터 차 선수 두들겨 팰 예정이잖아? 그런데, 여기서 112를 불러야 할지, 119를 불러야 할지 모르겠어. 어떻게, 차 선수. 나한테 두드려 맞고 안 죽을 자신 있지? 나 믿고 112가 아니라 119 부른다?"

그리곤, 도발적으로 피식 웃었다.

* * *

"하하핫!"

차현하가 화면 너머의 숨컷을 보고 호쾌하게 웃더니, 자판을 두들긴다.

찰랑!

=119가 맞을 것 같아

찰랑!

=지금 자기 때문에 내 심장에 불이 나 버렸거든

우욱!

화면 너머에서.

그리고, 주변에서 동시에 그 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차현하 시발!!! 적당히 좀 해!!!"

"미칠 것 같애!!!"

"도대체 숨컷은 왜 얘를 고소 안 하는 거지?"

"나를 교도소가 아니라 자기 마음속에 가두고 싶은 거지~"

"아아악!!! 정신 나갈 것 같애!!!!!"

"주, 주, 죽여도 돼냐? 얘들아, 나 얘 죽여도 되냐?"

"참아, 잔다르칸."

TC1 숙소.

TC1의 선수들이 컴퓨터 앞에 앉은 차현하를 둘러싸고 상황을 구경 중이었다.

"아니 그런데, 현지야. 그걸 지면 어떡하냐."

"아~ 뭐~ 백정 자식아. 니는 나보다 더 추하게 질걸?"

"하, 어이가 없네."

"그 정도야?"

"와… 이거 이러다 진짜 우리가 지는 거 아냐?"

"하, 우리팀의 명예가 이 체스마스터 새끼한테 걸리다니… 통탄스럽다 진짜."

"현하야. 어떨 것 같냐. 당연히 자신 있지?"

솔직히 말해서, 차현하는 숨컷에게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는, 숨컷을 얕봐서는 물론 아니고.

스스로가 갖고 있는 자신감 때문이다.

그리고, 일전에 지켜본, 그와 페이스가 맞붙었던 경기 때문이었다.

텔론 VS 진드라전.

그 경기에서.

숨컷은 페이스에게 라인전을 정말 무참히도 패배했었다.

라인전 자체가 성립이 안 될 정도로 말이다.

"이리야."

"응?"

그녀들이 주변에서 책을 보고 있던 김이리를 부르고 말했다.

"숨컷, 라인전 수준 어떻디?"

그에.

김이리가 잠깐의 고민 뒤, 무감정한 어조로 말했다.

"솔직히 라인전은 별로?"

'별로?'

그게 숨컷의 라인전 실력을 향한 페이스의 평가였다.

그리고-

'좋은데.'

그게, 차현하의 실력을 향한 페이스의 평가였다.

"하, 그래? 어쩌지? 이거, 우리 자기를 상처 입혀버리겠는걸? 어쩌지? 교묘하게 져 줘야 되나?"

"그래. 그래라. 아주 우리 팀 이름도 TC가 아니라 SC으로 바꾸고."

"오, 그거 나쁘지 않은데?"

"하…."

"농담이고."

차현하가 쓰게 웃었다.

"미리 사과할게, 미안해 자기."

아직 숨컷을 게임에서 직접 만나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레오레의 실력은 상대적이다.

직접 상대해 보기 전까진, 그 실력을 정확히 가늠하기란 힘들다.

차현하과 숨컷을 직접 상대해 본 페이스의 평가.

그보다 정확할 순 없었다.

채팅 수가 확연하게 줄어들 정도로 긴장감이 격화된 채팅창과 달리.

TC1 숙소의 분위기는 지긋하리만치 여유로웠다.

그렇게 경기가 시작되고.

관심이 동한 페이스도 다가와서 경기를 지켜본다.

"…."

그런데 경기가 진행될수록.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먼저 입을 연 건.

가장 과묵한 김이리였다.

그녀가 여전히 무감정하나, 어딘가 얼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어. 아닌가?"

<선취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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