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자가 게임을 잘함-273화 (273/361)

273. 라멘 1

'데드라이트'

일명 데라.

그녀의 등장에, 채팅창에 한 가지 단어가 도배되기 시작했다.

[라멘]

[ㄻ]

[그저 ㄻ]

[ㄻ]혹은 [라멘]

데라의 이름과, 아멘이 합쳐진 단어다.

그래.

아멘.

레오레 계 안에서 데드라이트의 입지는 그 정도였다.

전설은 넘어서 가히 종교적인 존재.

그런 존재의 깜짝 등장에, 채팅창은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저 사람이 그렇게 대단함?]

[일단 라멘이긴 한데 솔직히 잘 모르겠던데]

허나, 일부는 그런 반응을 보인다.

데라에게 이토록 열광하는 게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을.

삐딱하다면 삐딱한 반응이었지만.

그렇다고 또 아주 납득이 안 되는 반응은 아니었다.

데드라이트의 활동 시기는 한국에 레오레가 막 런칭되고, LKL가 출범되었을 시기다.

한국 레오레의 역사는 짧지 않다.

세대가 한 번 교체될 정도의 세월.

즉, 레오레에서 신세대들에게 있어 데드라이트라는 플레이어는-

[틀]

[화석이네 ㅋㅋ]

다른 의미로 '전설'.

구시대의 플레이어였던 것이다.

그 시대를 직접 겪어보지 않아 공감하기가 힘들다.

[솔직히 마파두부가 더 위 아님? ㅋ]

[ㄹㅇ 이렇게 빨아주는 거 이해 안 됨]

반면에, 마파두부는 현역선수로 그녀의 시대는 현재 진행형이었다.

공감하기가 쉽다.

그렇기에, 그녀를 더욱 높게 친다.

이는 역대 최고 서포터, 역체폿은 누구인가에 대한 논쟁으로 이어진다.

구시대의 데라와, 신세대의 마파두부.

그 논쟁이 채팅창에서 재현되기 시작되자, 최재훈이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아, 이, 이, 핏덩이 쉑들. 응? 자기들 모르는 얘기 나왔다고 이 악물고 '틀' 거리는 거 봐. 아주 그냥, 자기가 모르는 거 얘기하면 다 씹덕이고 틀이지?"

[네다틀 ㅋㅋ]

[네다씹 ㅋㅋ]

[데라가 뭔데 씹덕아 ㅋㅋ]

"자, 여러분."

최재훈이 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말을 이었다.

"제가 이 자리에서 확실하게 해 드리겠습니다. 세최폿은 누구인가. 여러분, 제가 누구죠?"

[ㅂ... ㅄ?]

"벼…병신? 너. 나…나가."

[ㅋ... ㅋㅋㅋㅋ]

[저... 정답인데 왜 그러죠?]

[아 ㅋㅋ 정답 맞춰서 방송 내보내 주는 거잖아 방송 그만 보고 더 나은 인생을 살라고]

[조컷 방송 못 보면 그게 정말로 더 나은 인생일까...?]

[ㄹㅇ; 조컷 방송 없는 인생은 초장 없는 순대지]

[??? 초장? 순대? 뭐하는 새끼고?]

[ㄹㅇ ㅋㅋ 초장에는 설탕이지]

[넌 또 뭐야 시발]

[조컷 방송 못 보고 취직하기 VS 조컷 방송 보고 백수하기]

[닥후지 ㅋㅋ]

"아니, 닥후는 또 뭐야. 저거, 저거. 일 안 하는 거 내 방송 탓으로 돌리려고? 어?"

[그럼 누구 탓인데 ^^ㅣ발아]

"아니, 너무 당당하니까 좀 당황스럽네. 적어도 제 탓은 아니지 않을까요?"

[니 탓이 아니긴 ^^ㅣ발아 니 방송이 너무 파멸적으로 알차서 내가 니 방송 말곤 다른걸 생각할 수가 없는데]

"오."

[제발 내 머릿속에서 나가 숨컷!!!!!! 그만 좀 재밌어!!! 술마약담배는 끊어도 넌 못끊겠다고!!!!]

최재훈이 감동에 받쳐 박수를 쳤다.

"10점… 10점이요."

[아주 그냥 ㅈㄹ들 났네 ㅋㅋㅋ]

[10알... 10알이요]

[변화구 보소]

[아 ㅋㅋ 억빠 역하고 ㅋㅋ]

[사실 억빠가 아니라 헤이터 아닐까? 숨컷 똥고 주름 없애버려서 변비 걸리게 하려고 ㄷㄷ]

[듣자 하니 아직 취직을 못하셨다는데 숨컷 님 비데로 고용해 드리면 되지 않을까요?]

[ㅗㅜㅑ 업계포상]

[그런데 얘 지금 뭔 얘기 중이였냐]

"그러게, 제가 지금 뭔 얘기 중이였죠?"

최재훈이 데라에게 물었다.

[아니 ㅋㅋ]

[선생님 외람되지만 방송이 개조스로 보이십니까]

[그걸 왜 그분한테 물어봐요 ㅋㅋ]

[저세상 진행 ㄷ]

[무슨 얘기 중이였냐면...]

[선생님이 저희한테 자기가 누구냐고 물어서 저희가 ㅄ이라 답해드렸더니 10점, 10점이요라고 하셨어요]

"하… 쓸모없는 것들…."

[뭐 ^^ㅣ발아?]

[쓸 모 없는 것들이라고요? 사용할 머리카락이 없다고 탈모들을 비꼬신 건가요?]

[넌 또 뭐야 ^^ㅣ발아 니는 안 걸릴것 같아?]

[아 ㅋㅋ 인중에 108단컴버 마렵네]

[숨컷님~ 저 숨컷님 드리려고 고급차 뽑았는데~ 이거 드리려고 하는데 주소좀 말씀해 주세요~]

"아유~ 고급 차라니. 괜찮습니다! 다시 환불하세요! 환불하시고, 후원으로 주십쇼. 제가 알아서 살 테니까. 그 뭐시냐~ 선물 많이 안 해 보셨나 보네. 요즘 선물 트랜드는 현물보다 현금인 거 몰라요?"

[현금말고 현피는 어떠신가요?]

[숨씨 내가 현피는 낭낭하게 챙겨줄 수 있는데]

[얼마 후원해야 현피 깔 수 있나요?]

"아~ 이, 이, 또. 응? 어떻게든 존경하고, 사랑하고, 아끼는 숨컷. 실물로 한 번 보려고 개수작들을 아주. 이-"

최재훈이 싱긋 웃으며 캠에 다가가 손가락을 흔들며, 그 리듬에 맞춰 말했다.

"욕.심.쟁.이.들."

[으악 ^^ㅣ발!!!!!!!!!!!!!!!!!!!]

[욕심쟁이가 아니라 살인미수자들이야 숨씨]

[아 ㅋㅋ 살인 욕심나네 ㄹㅇ ㅋㅋ]

[숨통을 컷해버리고 싶네]

[그래서 닉이 숨컷이었누 ㄷㄷ]

[제발 팬미팅한번만더제발 팬미팅한번만더제발 팬미팅한번만더제발 팬미팅한번만더제발 팬미팅한번만더제발 팬미팅한번만더제발 팬미팅한번만더제발 팬미팅한번만더]

"큭큭. 자 어쨌든, 원래 이야기로 돌아와서. 지현 씨, 제가 누구죠?"

"어…."

권지현이 격렬한 고민에 빠졌다.

그녀 안에서 그를 정의하는 말이 너무나도 많았다.

"잠시만요…!"

그녀가 그 중에서, 가장 최재훈의 멋짐을 잘 담아낼 만한 것들을 선별해 나간다.

"…!"

그러나, 이모티콘 [>_<]같이 쥐어 짜내는 표정으로 한참을 기다려도 자판기에서 물건이 나오지 않자.

"삼피 씨는요?"

"너? 뭐, 방송인? 겜창?"

"이열~ 삼피 씨 답게 재미 코딱지가 발톱만큼도 없는 답변~"

중지를 치켜드는 삼피, 그리고 아직도 [>_<…!]그런 얼굴로 쥐어짜내는 권지현을 뒤로하고.

최재훈이 데라에게 물었다.

"어, 랭킹 1위?"

그녀가 기계적으로 답했다.

"맞습니다! 역시, 데라갓! 바로 정답을 어? 끌고 와 버리시네요."

[라멘]

[와~ 데라 그랩 아시는구나!]

"앗! 제가 그거 말하려 했었는데…!"

뒤늦게 [>_<]를 끝낸 권지현이 답했다.

"아, 데라갓보다 한 발짝 늦었지만, 그래도 역시 지현 씨! 대단하십니다!"

"헤헤."

최재훈이 박수를 치자, 권지현도 따라서 물개박수를 쳤다.

[ㅋㅋ 권찐쉑 왜이러누]

[남자 앞이라서 찐 농도 올라가는 거 보소 ㅋ]

[무슨 개가 따로 없누]

[지현 씨 정말 개 같으세요~]

[그래서 랭킹 1위가 뭐요]

[자기자랑 타임 ON]

"그러니까, 랭킹 1위인 제가. 확실하게 해 드리겠다는 거죠. 세체폿이 누구인지. 만약 이의 제기하고 싶다? 나보다 점수 높아야 됨. 자, 그래서 세체폿이 누구냐!"

최재훈이 시상식에서 들을 법한 '그 두구두구 BGM'을 틀어두고 뜸을 들였다.

[가불기 미쳤누 ㅋㅋ]

[이것이 절대 권력...]

[아 ㅋㅋ 틀딱쉑 또 또 데라 편 들어 주려고 ㅋㅋ]

[에혀 ㅋㅋ 이렇게 또 틀딱 기성세대에 의해 진실이 왜곡당하는구나]

[마파두부 선수 ㅠㅠ 잊지 않겟읍니다]

[거기에선 행복하십쇼...]

[왜 죽이냐고]

그리고 '그 챙!' 소리에 맞춰 말한다.

"마파두부 선수입니다."

[???]

[아니 이걸?]

모두의 예상을 깨는 선택에, 채팅창이 당황했다.

"수, 숨컷 씨…?"

"아니, 야-"

권지현과 제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본인의 의견을 말하는 게 자유라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옆에 당사자를 두고?

그녀들이 걱정스럽게 데라의 반응을 살폈다.

"예, 뭐. 제 생각도 같습니다. 제가 봐도, 그분이 저보다 잘하시죠."

다행히, 데라는 덤덤했다.

하지만.

역시 그래도 그렇지.

굳이 당사자 앞에서?

최재훈에게 의문이 향해지는 가운데, 그가.

"왜냐!"

그렇게 말을 이었다.

"데라 선수는, 세체폿을 넘어선. 서포터,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우욱]

[어우 이 집ㅋㅋ 좀 잘 빠네 ㅋㅋ]

[어허 빤다뇨]

[빨래 잘 한다고요 ㅋㅋ]

[아 ㅋㅋ]

[뇌절 ㅋㅋ]

그런 반응이 나오는 한편.

[아니 뇌절은 ㅄ들아 ㅋㅋ]

[맞는데 ㅋㅋ]

[하 ㅋㅋ 뉴비쉑들 또 또 ㅈ도 모르면서]

그런 반응이 나오자.

최재훈은 다시 또 선글라스를 쓰며 말을 잇는다.

"이거 또, 어? BTS가 우리 레오레 뉴비들한테 강의 한 번 해 줘야겠구만. 이 이야기를 설명하기 위해서, 시즌 2로 되돌아 가 볼까요?"

[와~ 할아버지 옛날 얘기 해 주세요~]

[그 시즌 ㅋㅋ]

[어유 ㅋ 쉰내]

[틀딱들 흥분해서 고혈압으로 뒤져나가는 소리 들리네요]

"여러분. 그거 아시나요? 레오레 초창기 때는, 게임 서칭에서 포지션 선택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걸."

[?? ㄹㅇ?]

[그럼 뭐 포지션을 어떻게 골랐음?]

"그렇다면 포지션을 어떻게 골랐느냐? 당시 솔랭은, 지금보다 훨씬 더 양육강식의 세계. 점수 절대 주의의 세계였습니다. 바로, 점수에 따라서 골랐죠."

[아니 ㅋㅋ 그게 머야]

[점수 높으니 포지션 내놔라~ 하면 그냥 주는 거임?]

"달라고 말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왜냐? 1픽에서 5픽까지. 점수에 따라 차례대로 배치됐거든요. 자, 그러면 여러분. 1픽부터 5픽까지, 점수에 따라서 포지션을 고를 수가 있다면. 5픽은 보통, 무슨 포지션에 가게 될까요?"

[ㅋㅋㅋ]

[서폿이지 ㅋㅋ]

"그렇습니다! 여러분, 뭔 의미인지는 모르지만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5픽이면 서폿. 이게, 바로 여기서 나온 겁니다. 그러니까, 당시 서포터는 진짜 포지션이 아니라. '점수가 낮은 죄로 받아야 할 형벌'수준이었던 겁니다. 도구라 불리면서 무시당하는 지금보다도, 취급이 나빴었어요. 심지어! 아이엇에서는, 이 서포터를 없애려고까지 하고 있었습니다."

[???]

[아니 그걸 왜 없앰?]

"여러분, 아시나요? 사실 지금의 탑, 미드, 정글, 원딜, 서포터. 이렇게 분담되는 역할군은, 사실 레오레가 의도해서 만들어진 게 아니라. 유저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거라는 사실을요. 다들, 이름 한 번쯤 들어 보셨을 겁니다."

최재훈이 메모장에 'FNATICA라는 이름을 적어 두었다.

"프나티카. 유럽 서버의 근본. 렐드컵의 1대 우승자. 지금 우리가 플레이하는 레오레의 스타일은, 이 프나티카에 의해서 만들어진 겁니다. 지금은 모르시는 분들이 많겠지만, 일명-"

메모장에 'EU 스타일'이 기입됐다.

"시즌1 극 초창기 당시. 레오레는 무법지대였습니다. 명확하게 역할을 정해서 수행하는 지금이랑 달리. 세 명이서 라인을 서고 두 명이서 돌아다니던가. 아니면, 다섯 명 다 모여서 미드로 가는가 하는 식의. 지금이라면 '트롤'소리 들을 법한 전략들이 사용되던 때였죠. 그런 때에!"

최재훈이 모니터 속, 메모장에 적어둔 프나티카를 두드렸다.

"이 프나티카가 EU스타일을 고안함으로써 1대 렐드컵에서 우승하고. 그 EU스타일이, 전세계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하더니 고착되기 시작한 겁니다."

[오 ㅋㅋ]

[재밌네 ㅋㅋ]

[아니 얘는 도대체 레오레를 언제 시작했길래 이때 얘기를 알아 ㅋㅋ]

"그런데, 여러분. 여기서, 아이엇이 '그 대사'를 시전 합니다. 현재 게임이 자신들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쌉같은 대사를 말이죠. 그래서 어떻게 했느냐?"

최재훈이 메모장에서 'EU 스타일'을 'EU'만 남겨두고 지웠다.

"이, EU스타일을 없애려고 했습니다. 본래 이 EU스타일은, 게임에서 가장 캐리력이 좋지만 초반이 약한 AD캐리를 안정적으로 키우기 위해 만들어진 거였죠. 즉,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천대받는 서포터가, 이 EU스타일의 핵심이었던 거죠. 그래서! 아이엇은 시즌2에 들어서 이 '서포터'라는 포지션을 없애고자! 다양한 시도를 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EU스타일은 점점 약해지고, 서포터라는 포지션은 그대로 사장되는 듯 했습니다. 그러던 그때!"

최재훈이 흥분해서 합장을 한 뒤 말했다.

"라멘!"

[아 라멘 땡긴다]

"뭐, 이 토착왜구 새끼야!? 신성한 기도 시간에 감히! 캍!"

ㄴ채팅 금지 12시간.

[와 ㄷㄷ 광신도가 따로 없누]

[눈치 없는 새끼들아 뭐라 해야 하는지 모르곘으면 그냥 ㄻㅋㅋ나 치라고 아 ㅋㅋ]

[ㄻ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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