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자가 게임을 잘함-270화 (270/361)

270. BTS

"서, 서포터요?"

너는 미드보단 서포터가 어울린다는 최재훈의 말에 되묻는 권지현의 표정은 이미 반쯤 울상이었다.

그도 그럴게.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서폿 ㅋㅋㅋㅋㅋ]

레오레에는 각 포지션이 갖는 이미지가 있다.

그 이미지는 보통, 포지션의 역할을 따라간다.

역할상 게임 내내 독자적인 행동하는 일이 잦은 탑은 활약할 경우 우직한 대장군.

부진할 경우, 고집만 드럽게 쎄서 팀원과의 소통을 안 한 다는 의미로 탑신병자.

게임 초중반 게임을 누비며 라인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글이 활약할 경우, 타잔.

부진할 경우엔 뒤늦게 라이너들 뒷수습, 종노릇이나 한다는 의미에서 백정.

초반엔 약하나, 극후반을 캐리하는 원딜의 경우엔 그 뒤늦게 활약하는 의미를 따서 공주님.

부진할 경우엔, 독자적으로 행동하기 힘들어 팀원에게 의지하며 이것저것 떠먹여 달라 한다는 의미에서, '숟가락'

그리고 마지막으로 미드와 서포터.

미드의 경우엔 보통, 게임 초반부터 중반 내내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이며 게임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이라는 의미에서, '황제'라 불린다.

'황족 미드'

그게 바로 미드의 이미지였다.

반면에 서포터.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도구 ㅋㅋㅋㅋㅋㅋ]

[재훈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드싸개 ㅋㅋ]

도구의 경우에는, 원딜의 '소모품'이라는 의미였고.

재훈이는, 주로 남자들이 하는 포지션이라 '쉬운 포지션'이라는 의미였고.

와드 싸개는, 말 그대로 하는 역할 전부가 와드를 설치하는 것이라는 의미.

하나같이 멸시적인 의미가 강하다.

즉.

미드는 레오레에서 가장 존귀하고, 또 실력이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었고.

서포터는 정반대로, 레오레에서 가장 천하며 실력이 나쁜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미드인데 서포터가 어울린다는 소리를 듣는다?

그것도 현 솔랭 최강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랭킹 1위 미드 라이너에게?

단언컨대, 솔랭 미드 라이너가 들을 수 있는 최악의 혹평이라 할 수 있었다.

마침내 권지현의 얼굴이 완전 울상이, 뼈다귀로 두들겨 맞은 강아지 같은 얼굴이 됐다.

"제, 제, 제가… 그, 그렇게 못했어여…?"

오랜만의 최재훈과의 합방.

시종일관 평소처럼 쿨한 모습(본인은 그런 줄 안다.) 으로 있으려던 권지현의 계획이 실패했다.

[어 ㅋ]

[솔랭 1위 피셜 ) ㅈ지현 그렇개 못한다]

[속보) 권지현 이름 권재훈으로 개명]

[같은 권ㅈㅎ 돌림이네 ㄷㄷ]

[복선 ㄷㄷㄷㄷㄷㄷㄷㄷㄷ]

[소름돋네;]

[원래 이름이 권재훈이었는데 발음이 구려서 지현으로 들렸었다는 게 학계 정설]

[황족에서 도구로 ㄷㄷ]

[파멸적인 개떡락 ㄷㄷㄷㄷㄷㄷㄷㄷ]

[와 ㅋㅋ 욕 안 쓰고 할 수 있는 가장 심한 욕이네 ㄹㅇ]

[숨든 램쥐의 헬스 레오레 ㄷㄷ]

[wodms18 : 니 플레이는 ㅅㅂ 너무 형편없어서 형이 속상해서 목매달 정도다]

[저건 또 뭔 드립이야]

[wodms18 : 형편 그러니까 '형'의 편이 너무 없어서 '형'이 속상할 거란 거임 엌ㅋㅋㅋㅋ]

ㄴ채팅 금지 30분.

[저 ^^ㅣ발 겨우 30분?]

[영구강퇴 때려!!!!!!!]

채팅창이 [ㅋ]로 도배됐다.

"큭큭큭."

제나 또한 비죽, 웃음을 터뜨리며-

짝.

짝.

짝.

크게 세 번 손뼉을 쳤다.

"이야, 다른 떨거지 년들 머리 맞대도 단체 변비 걸린 것처럼 끙끙거리던 문제를, 이렇게 간단하게 해결해 버리네. 역시, 랭킹 1위는 1위인가?"

그리곤 한 손으론 최재훈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고, 반대쪽 손으론 권지현의 포니테일을 붕붕 돌리며 말을 이었다.

"찐따야, 도구 감 주제에 감히 미드에 있었다는 게 문제란다. 드디어, 니 문제가 뭔지 알았네? 축하해. 이제 빨리 문제 해결하고 챌린저 가자?"

"숨, 숨컷 씨. 하, 한 번만 더 기회를…."

"바꿔라, 권 스크림. 와드를 템창에 넣어라."

"헝헝헝."

산책하자며 물어다 준 목줄을 가족이 서랍에 집어넣는 걸 지켜본 강아지 같은 얼굴이 된 권지현.

최재훈은 그녀를 보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

"농담이고요, 지현 씨."

"앗, 네!"

사람들은 최재훈의 말을, '니 실력에 무슨, 서포터나 가라' 그런 의미의 혹평으로 받아들였지만.

이는 최재훈의 의도가 아니었다.

그의 발언은 곡해됐다.

그런데, 사실 그건 크게 중요치 않았다.

최재훈은 진지하게 권지현에게 서포터 포지션 변경을 권유해 볼 생각이었는데.

방금 전 발언이 의도 그대로 '지현 씨의 플레이 스타일은 서포터 쪽에 좀 더 적합해 보인다'로 전달되었어도-

[단두대에 매달리기 vs 미드에서 서포터로 포지션 변경해서 몰락귀족 되기]

[??? : 먹을 cs가 없다고? 그럼 와드를 먹으면 되잖아]

[권지현 vs 튤립 떡락폭 누가 더 크냐?]

[이차함수급 난제네]

[수학 7대 난제 얘기하려고 했던 것 같은데 이차함수는 쉬워 ㅄ아 ㅋㅋ]

[나한텐 아냐]

[아]

[뭔데 저 말을 저렇게 멋있게 하냐]

[누가 보면 '니까짓게 수학 7대 난제를 푼다고? ㅋㅋ 그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아?'에 대답한 줄 알겠누]

시청자들의 서포터 포지션 변경에 대한 인식이 이런 식이면.

서포터에 대한 인식이 이런 식이면.

권지현이 최재훈의 조언을 받아들여 챌린저에 도달한다 해도-

[근데 미드로 캐리할 실력 안 되면 서포터 가서 버스 받는 게 맞긴 해 ㅋ]

[ㄹㅇ ㅋㅋ]

[지현이 성격도 남자 같은데 이참에 포지션 변경 가자]

[버스형 챌린저 ㄷㄷ]

[근데 서포터로 챌린저도 챌린저로 쳐 주나? ㅋㅋ]

[ㄹㅇ ㅋㅋ 티어 하나 빼야하는 거 아니냐고]

그런 불명예스러운 오명이 달라붙어 존중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고로.

발전을 위해서 권지현을 서포터 포지션 변경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으며.

그녀의 성공적인 포지션 변경을 위해선 먼저-

"그리고 여러분? 우리 일단 선입견부터-"

없애야 할 필요가 있었다.

"선입견?"

시큰둥하게 되묻는 제나에게 답해준다.

"서포터에 대한 선입견이요."

그가 품에서 꺼낸 안경을 착용했다.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을 선입견에서 건져 올려서, 바른 길로 인도해 드리겠습니다."

"뭐야 갑자기."

"지금부터 사람들 가르칠 건데. 보통, 선생님 역할 할 때 보면 안경 쓰고 그러잖아. 그거임."

그런 최재훈을, 제나는 식은 눈으로 쳐다봤다.

그가 선생 코스프레를 하겠답시고 쓴 안경이, 그냥 안경이 아닌 해안경이었기 때문이다.

선글라스.

그것도, 그냥 선글라스가 아닌 방민아가 선택한 아주 날렵한 선의 개 깔쌈한 선글라스.

"…니 가르친 선생님들은 그런 걸 쓰디? 니가 그렇게 된 이유를 알겠네."

"응, 뭐? 나도 너처럼 멋진 선생님을 만나면, 핫하면서도 쿨한 여름날 아이스크림처럼 될 수 있겠냐고?"

"아니 뭔 개-"

"물론! 사실, 여러분들에겐 슬픈 소식이지만. 제 멋짐은, 타고난 거라. 교육받는다고 해서 저와 같은 경지에 오르는 건 힘듭니다."

"아~~~"

"아니, 저딴 거에 반응 해 주지 좀 마 등신아. 니 때문에-"

"BUT!"

최재훈이 검지를 들어 삼피의 입을 틀어 막았다.

"…!"

그렇게 부적이 붙여진 강시처럼 굳은 제나를 뒤로하고 말을 잇는다.

"너무 슬퍼하진 마시길. 적어도, 여러분은 최고의 스승인 저-"

그가 캠을 향해 미소지으며 말했다.

"베스트 티처 숨컷, BTS를 만났으니까."

"와!!! BTS!"

짜자자자작.

[BTS Teaching me 이열~]

[와 ㄷㄷ 이름부터 쌉월클]

[쌉컷! 쌉컷!]

[ㅋㅋㅋㅋ 텐션 뭔디]

[선생님한테 교육받으면 피땀눈물 흘리면서 후회할 것 같은데요]

[성적이 DYNAMITE할듯]

[선생님 수업 들으면 멀쩡한 사람도 개 돼서 으르렁 거릴 것 같은데요]

[그건 개네 곡 아냐 ㅄ아]

뒤늦게 제나가 신경질적으로 뒤로 물러서 입을 틀어막은 손가락으로부터 멀어졌다.

제나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은 그녀가 화가 잔뜩 나서 붉어지고 구겨진 얼굴로, 더러운 걸 닦듯 입술을 어루만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생선님 서포터에 대한 무슨 선입견을 없애주시겠다는 건가요?]

[권지현 서폿 간다니까 억지로 포장시켜주려는 것 같은데 ㅋ]

[서폿한테 없앨 선입견이 어딨어 ㅋㅋ]

"아~ 다들 학구열이 넘치는 것 같아 보기 좋네요."

최재훈이 저 멀리에서 칠판을 끌고- 오는 대신 메모장을 켰다.

"먼저, 여러분. 보통 RPG 게임. 그러니까, 역할 분담 게임에서 힐러나 버퍼 같은 지원군 역할, 그러니까 서포터 류들이 어떤 취급을 받죠?"

최재훈이 그렇게 이야기의 운을 뗐다.

'그냥 랭킹 1위가 그렇다면 그런 줄 알라 하면 되는 거 아니냐?'

혹자는 그렇게 말하며 최재훈의 행동을 비효율적이라 할지 모르지만.

권위로 찍어 누른다면, 권위가 사라지는 순간 즉각 반동으로 다시 튀어오를 것이다.

최재훈이 없는 자리에서, 권지현은 존중받지 못할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의 생각을 뿌리부터 바로잡아서 진정으로 납득시킬 필요가 있었다.

"저요!"

"예, 지현 학생. 말해 보세요."

"귀족입니다!"

"아~ 맞습니다. 다들, 우리 정답을 맞춘 지현 학생에게 박수~"

"헤헤헤."

"자, 그럼. 지현 학생?"

"넵!?"

"RPG 게임에서 서포터류들은 왜, 귀족 취급을 받을까요?"

"어… 파티를 짜는데 반드시 필요해서 아닐까요?"

"흠…?"

"트, 틀렸나여…?"

"제나 학생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앗, 아…."

"파티 짜는데 반드시 필요한 건 딜러나 탱커도 똑같잖아."

"그렇죠."

"아, 그러넹…."

"그러면 제나 학생, 서포터류가 왜 귀족 취급을 받을까요?"

"수가 제일 적어서 그렇겠지."

"그렇다면, 수가 왜 제일 적을까요?"

"왜긴. 재미 대가리가 쳐 없어서지. 어떤 호구 자식이 게임에서까지 남 따까리 짓이나 하고 싶겠어."

"바로 그겁니다! 자, 여러분!"

최재훈이 기세를 타고 말을 이어갔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어떠한 과정이 생략되자, 제나는 그를 불만스럽게 쳐다봤다.

'왜 난 칭찬 안 해 주지?'라는 의문을 담아.

* * *

"얼추 정리가 됐네요. 역할 분담 게임에서 서포터류가 귀족 취급을 받는 건, 게임에서까지 남의 수발을 드는 재미없는 역할을 맡고 싶어 하는 유저가 많지 않아서다."

"어?"

[어라]

"그렇죠. 어? 이 쯤 되면 여러분들도 지현 씨처럼 뭔가 이상한 걸 느꼈을 겁니다. 뭐가 이상하느냐, 레오레도 마찬가지거든요. 제나 씨? 레오레를 할 때 포지션이 꼬여서 서포터가 걸리면 어떠신가요?"

"빡치지."

방금 전 일로 정말 빡친 제나가 감정을 담아 답했다.

"왜 빡치실까요?"

"노잼이니까."

"그렇죠! 여러분, 다들 한 번쯤은 보셨을 겁니다. 게임이 서칭 됐는데, 그 게임에 서포터가 잡히지 않아 포지션이 꼬여서'아, 왜 내가 서폿이야 짱나네' 하면서 팀모나 이상한 즐겜 챔프 골라서, 자기 역할 따윈 조까라며 자기 재미부터 챙기는 쌉쌉새끼들."

[ㄹㅇ ㅋㅋ]

[애즈, 마파이트 서폿 ㅅㅂ]

"유독, 서포터에서만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나는데. 기분 탓이 아닙니다. 통계상으로도, 서포터는 모든 포지션을 통틀어 가장 역할군 선호 비율이 낮고, 그만큼 유저 수도 적거든요. 즉, 레오레 서포터도 다른 게임의 서포터들이랑 똑같이. 재미 대가리 없고, 인기 대가리도 없어서, 유저 없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왜 유독, 레오레에서만 서포터가 유독 무시당할까요? 이거 맞추시는 분, 치킨 기프티콘 하나 드립니다."

[오]

[ㅁㅊ]

'숨컷'이 주는 치킨이 상품으로 내걸리자, 채팅창이 폭발하고 무수히 많은 답이 올라온다.

그중.

단 하나만이 최재훈의 눈에 띄었다.

"자, 여러분! 정숙! kace0030님. 저한테 귓말 주세요!"

-kace0030 님의 귓속말 : 와 ㅁㅊ 대박 저 당첨인가여?

"자, 자. 진정하시고. 아까 했던 말, 시청자 분들 보시는 앞에서 다시 한번만 해 주실래요?"

-kace0030 님의 귓속말 : 다른 게임에 비해 레오레가 유독 실력 계급화가 심한데 서포터는 실력 딸리는 애들이 가는 포지션이라는 인식이 있어서요?

"이그제클리! 바로 그겁니다."

-kace0030 님의 귓속말 : 와~~~~~ 치킨 개꿀띠

[예언) 곧 중고나라에 '숨컷이 준 치킨'으로 기프티콘 매물 올라올 예정]

[5만원까진 살 의향 있긴 해 ㅋ]

[하 ㅅㅂ 개부럽네]

"당첨 축하드립니다. 귓속말로 이메일 남겨 주시면, 삼색 치킨 기프티콘 보내 드리겠습니다~"

-kace0030 님의 귓속말 : ^^ㅣ발아

[하 ㅅㅂ 안부럽네]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개색치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당첨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ㄹㅇ; 살면서 누군가의 행운을 이렇게 진심으로 축하해 본 적이 있었나 싶네]

[행운이요?]

[공짜 삼색치킨이면 행운이긴 하지 ㅋ 보통 같았으면 절대로 사 먹을 일 없어서 느끼지 못했을 보통 치킨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잔아]

[아 ㅋㅋ]

"자, 어쨌든. 여러분. 솔직히 레오레 말고, 게임 하면서 잘 안 풀리면 팀원들 부모님부터 잡고 보는 게임 본 적 있습니까?"

[ㅋㅋㅋㅋㅋㅋ]

[그럴 리가요]

"그렇죠. 아시다시피, 레오레에서 볼 수 있는 수준의 과몰입 현상은, 이 레오레에서 밖에 못 봅니다. 아주 그냥, 가상현실이 필요 없어. 아트소드 온라인? 걔넨 뭐 게임 못 해 봐야 당사자 죽고 그만인데, 우리는?"

[부모님이랑 일가족 다 죽음 ㅋㅋ]

[ㄹㅇ ㅋㅋ]

"그러니까. 레오레 유저들한테 이 게임은 이미, 게임 이상의 무언가예요. 그런 만큼, 이 게임에서 유일한 재산, 혹은 계급이라 할 수 있는 점수랑 실력에 아주 존~나 민감하고. 또, 사람들 특성이 뭐예요? 급을 못 나눠서 안달인 거."

"특히, 자기 밑에 누구 못 둬서 안달인 거. 레오레에서 밑에 두기에 딱 적격인 사람들이 누가 있어?"

[도구요~]

"어허, 지금부터 제 방에서 도구라 부르지 마세요!"

[그럼 재훈이요]

ㄴ채팅 금지 12시간.

"안되겠다, 넌 나가라. 3천만 재훈이의 원한을 받아. 아무튼, 맞습니다. 서포터. 그렇다면, 왜 유독 서포터가 만만해 보일까요?"

[쉬우니까 ㅋ]

[겜에서 중요도가 낮으니까 ㅇ]

[영향력도 그렇고 ㅇㅇ]

최재훈은 많은 의견 중, 그 세 가지 의견을 언급하여 강조했다.

"의견을 종합해 보면. 포지션 난이도가 쉽고, 게임에서 중요도가 낮고, 영향력이 낮으니까. 그런 결론이 나오네요. 이의 있는 분 있나요?"

[ㄴㄴ]

[솔직히 저게 맞지 ㅇㅇ]

[레오레 하는 사람들 다 저렇게 생각할걸 ㅋ]

그렇게.

최재훈의 물 흐르는 듯 자연스러운 진행, 탄탄한 설계로 인해 지금.

시청자들 안에서 서포터에 대한 편견의 구성요소가 저 세 가지로 굳혀졌다.

저 세 가지를 부정하면, 저들 안에서 서포터를 향한 부정적인 편견은 사라지는 것이다.

그의 의도대로.

계획대로.

그는, 진행한다.

"그래서 제가 준비해 뒀습니다."

서포터의 난이도, 중요도, 영향력.

그 세 가지 전부를 한 번에 입증할 수 있는 방법.

그리하여, 서포터에 대한 편견을 없앨 수 있는 방법.

"여러분, 준비 되셨나요?

최재훈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여러분을 불렀다.

그는 어느새 음성 채팅 프로그램의 이미 개설되어 있는 특정 방에 입장한 상태였다.

-네~

-준비 됐어요~

-숨하 숨하~

그 방에서 대기하고 있던 다수의 선객들이 답했다.

[뭐임?]

[누구임?]

최재훈은 이번엔 레오레의 특정 '사용자 설정 게임'에 입장했다.

거기엔, 채팅방에 있던 열 명의 선객이 대기하고 있었다.

"아, 이 분들로 말하자면."

[와 ㅁㅊ]

[이게 머선129?]

[와 무슨 올스타즈임?]

[얘네 다 여기서 머함?]

[저거 야쏘 아님?]

[식물듀오 ㅋㅋㅋ]

[와 블루데이 ㄷㄷ]

그 한 명 한 명이 대기업 방송인이자, 챌린저 상위권 네임드인.

한국 서버 솔랭을 대표하는 플레이어들이었다

누군가의 말대로, 한국서버 솔랭 올스타즈라고 할 수 있는 구성.

보통 방송이라면, 한 명 섭외하기도 힘든 그들을.

어떻게-

[이거 엄청 오래 준비한 컨텐츠였음?]

[아니 ㅋㅋ 얘네를 도대체 어떻게 다 섭외한 거임?]

당일 직전에, 5:5 게임을 할 수 있을 만큼이나 섭외할 수 있었는가.

"도대체 어떻게긴."

최재훈이 씨익 웃었다.

어제 저녁.

권지현과 헤어진 뒤, 최재훈은 꽤 늦은 시각 그들의 비즈니스 용 연락처로 문의를 넣었다.

-아, 숨컷 님!!! 웬 일이세요!?

그러자 곧바로 연락이 왔다.

-아, 다름이 아니라. 혹시, 내일. 스케쥴 되시나 해서요.

그들은 아주 공사가 다망하다.

그 만큼, 까다롭기도 하다.

보통 그들을 섭외하려면 최소 보름 이전에는 연락해 두어야 했고.

스케쥴의 성격에 따라서는, 기간 요건을 충족해도 불발되는 경우가 잦았다.

-내일이요? 물론이죠! 무슨 일이신데요?

그런 그들인데도.

당일 직전 스케쥴에 대한 문의를, 무슨 스케쥴인지 듣기도 전에 수락부터 하고 본다.

현재, 레오레 업계뿐만이 아니라.

게임 방송 업계에서 숨컷의 존재는, 가히 센세이션이라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 그에게 연락 받았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그들은 우월감을 느꼈다.

자신쯤 되니까 숨컷에게 먼저 연락받는 거라며 말이다.

실제로, 숨컷과 함께 작업하고 싶어도 답장을 받지 못한 대기업 방송인들이 한 무더기였다.

급이 맞지 않아 먼저 제의를 하지 못하는 이들을 고려해 보면, 그와 함께하고 싶은데도 함께하지 못하는 이들은 훨씬 많을 것이다.

-예, 당연히 가능합니다!

그렇기에 그들은, 숨컷의 이야기를 듣는 동시에 기다렸다는 듯 그의 제안에 응했다.

내일 이미 스케쥴이 있었던 이들 또한 말이다.

그렇게 성사된, 솔랭 올스타전에 대한 소식은.

단번에 커뮤니티에 퍼져 나간다.

삽시간에 시청자들이 몰리기 시작한다.

권지현 방송의 시청자 수가, 미지의 영역을 향해 가고 있었다.

<시청자 61, 301명>

<시청자 62, 931명>

다시 한번, 숨컷의 영향력이 입증되는 순간이었다.

"어쨌거나, 여러분. 지금 중요한 건 이겁니다. 지금, 이미 몇몇 분들은 눈치 채셨겠지만."

[어]

[그러게]

열 명의 네임드들은 각기 포지션과, 플레이 스타일이 5:5로 대칭을 이루도록 구성, 섭외되었다.

그런데, 각 팀마다 하나씩 옥에 티가 끼어 있었다.

[쟤가 왜 저깄어?]

[우욱 그마딱 냄새 ㅋㅋ]

블루 팀의 경우에는, 원딜러였다.

챌린저 천 점대 사이에, 300점 대의 초라한 그랜드 마스터가 덩그러니 하나 끼어 있었다.

그리고, 퍼플 팀의 경우에는, 서포터였다.

챌린저 천 점대 사이에, 300점 대의 초라한 서포터가 덩그러니 하나 끼어 있었다.

서포터가 정말로 아무런 영향력이나, 중요도도 없이 버스나 받는 포지션인가.

그걸 분명하게 부각시킬 수 있는 구성.

첫 번째 게임이었다.

"자, 여러분. 지금부터, 직접 확인해 보도록 합시다. 정말로 서포터가, 여러분이 생각하는 포지션인지."

계속해서 유입되는 시청자.

안 그래도, 1위 도전이니.

하늘전이니.

멸망전이니.

레오레 커뮤니티의 관심을 독차지하고 있던 그다.

그런 그가 기획한 솔랭 올스타전, 이라는 이름의 '서포터 인식 개선 프로젝트'는.

단번에 레오레 커뮤니티의, 유저들의 이목을 끌어모은다.

그렇게.

레오레판의 모든 관심을 독차지하게 된다.

그럼으로써, 레오레 전반적으로 퍼져 있는 서포터에 대한 인식에.

레오레의 역사에 한 획을 긋게 될 수 있게 된-

<게임이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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