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9. 권지현 사람 만들기 프로젝트 2
'권지현 사람 만들기 프로젝트'는 선풍적인 관심을 끌었다.
신도 사건이 해결되고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권지현이, 마찬가지로 엄청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숨컷의 크루원이기까지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현재, 국내에서 컷컷컷 크루의 주가는 단언컨대 최고를 달리고 있었다.
때문에, 아주 지대한 관심이 권지현에게 쏠린다.
현재, 대한민국 서버에서 숨컷 다음으로 뜨겁다 해도 무방한 플레이어인 삼피와 방민아.
그들도 가르치는데 실패한 권지현을 가르치는데 성공한다?
대 권지현 시대가 막을 올렸다.
한국 서버에서 명예를 얻고자 하는 유명인들이 권지현을 가르치고자 교편을 잡았다.
며칠간-
-지현 씨, 거기서는 좀만 더- 앗….
"앗…."
-아쉽…네요….
"죄송합니다…."
참으로 많은 도전자들이-
-혹시 지현 씨, 암살 챔들은 할 줄 모르시나요?
"아무래도… 메이지 캐릭터들을 좀 더 잘 다뤄 가지고…."
-한 번 시도해 보기라도 하죠.
…
-아….
"아…."
권지현을 거쳐갔다.
그렇게.
챌린저 상위권에서 내로라하는 네임드.
장인.
심지어는, 프로까지.
권지현을 챌린저로 만들고자 했던 도전은-
실패로 끝났다.
[에혀 ㅉㅉ 한심한 쉑]
"흑흑…."
하지만 이는, 권지현이 지도를 흡수하지 못해서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또, 그 지도들이 부족했냐 하면 그것 또한 아니었다.
챌린저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노력의 공백은, 노력이나 교육으로 메울 수 있는 게 아니었기에.
챌린저는 재능의 영역이었다.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플레이어들조차 해내지 못했다.
권지현의 챌린저 도달은 불가능하다.
이는 반쯤 기정사실로 굳어진 상태였다.
그렇다면, 챌린저에 도달할 때까지 후원 수익 전액을 기부하기로 한 권지현은 어떻게 되는가?
제목 : 권지현 평생 동안 기부할 후원 수익 계산해 봤다
내용 : [사진]
권지현이 앞으로 10년 정도 더 방송한다 가정했을 때 이 정도 액수가 나왔다
ㄴ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 : 이정도면 기부 천사가 아니라 기부 대천사 수준인데 ㄷㄷ
ㄴ : 저렇게 기부하다보면 오히려 삐뚤어져서 루시퍼 될 듯 ㄷㄷ
ㄴ : 본인 지금 당장 불우이웃돼서 자선단체 하나 설립해고 지현 코인 탄다 ㅋㅋ
ㄴ : 속보) 그린피스 국내에 지부 세우려고 허겁지겁 한국 야생동물을 남획 중
그와 관련해서, 커뮤니티에서 이야기가 커진다.
ㄴ : 아니 근데 지현이 이미 충분히 많이 기부했는데 저정도면 듀오 봐 줘도 되는 거 아님?
ㄴ : 아 ㅈㄹ ㄴ
ㄴ : ㄹㅇ ㅋㅋ 미션으로 어그로 다 끌어 놓고, 이제 어그로 다 끌었으니까 어기겠다?
ㄴ : 인생 날로 먹네 ㅋㅋ 내 인생도 누가 듀오해줬으면 좋겠다~
ㄴ : 이미 님 부모님 등골이랑 듀오중이시잖아요
ㄴ : ㄹㅇ ㅋㅋ 부모 등골 스폰지 될 때 까지 사골 우려서 빨아먹어놓고 욕심도 많누
이쯤 되면 봐 줘야 한다.
아니다, 약속은 약속이니 끝까지 이행해야 한다.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사실, 후자는 의견이라기 보단 트집에 가까웠다.
이미 권지현은 엄청난 후원금을 성금으로 기부하여 그녀의 말실수를 웃으며 넘겨줄 법도 한데, 끝까지 붙잡고 늘어지는-
악의.
지금 권지현에겐 적잖은 악의가 향해지고 있었다.
시기와 질투라는 악의가.
드디어 날개를 펼칠 환경이 되자 비로소 비행을 시작할 수 있었던 권지현이었으나.
그런 그녀의 고공행진은 사정을 잘 모르는 3자 입장에서 보기에, 혹은 단순히 그렇게 여기고 싶다 생각하는 사람들이 보기엔.
별 능력도 없으면서 그저 숨컷이라는 줄을 잘 탄 덕을 성공하는, 일종의 낙하산으로 보였던 탓이다.
그 중 대표적인 이.
바로, 리치TV의 블루텅이였다.
멸망전에 참가하는 대형 방송인인 넥슬라이스의 크루원인 그녀는, 구독자 약 50만 명에 평균 시청자 7천을 보유한 대기업 방송인이었으나.
최근에 있었던 대규모 엑소더스로 인해, 현재는 5천까지 줄어 버렸다.
때문에라고 할까, 블루텅은 애당초 컷컷컷 크루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그중에서 특히, 기억하기로 자신보다 한참 밑에 있었는데.
최근 들어 한창 치고 올라오다가 결국-
<시청자 16, 356명>
시청자는 추월하고.
<구독자 450, 633명>
미튜브도 추월하기 직전까지 온 권지현이, 가장 아니꼬웠다.
불만이 큰 만큼, 목소리도 컸다.
"그 사람, 보기 좀 그렇더라. 감당도 안 되는 미션 내걸어서 어그로 끌고, 단물 다 빨아 먹으니까 슬슬 뱉으려고 하는 거. 좀, 아니지 않나? 방송인이 됐으면, 시청자들 앞에서 한 번 내뱉은 말은 지켜야지."
그녀가 시청자들이 보는 앞에서 말을 이었다.
"내가 장담하는데, 그 사람 절대로 절대로 챌린저 못 찍어. 미션은 뭐, 이 정도 했으면 됐느니 마느니 하면서 핑계 대고 흐지부지할 거 뻔하고."
국내 게임 방송계를 대표하는 넥슬라이스의 크루 안에서 어느 정도 영향력 있는 블루텅이었다.
그녀의 발언은, 입김은.
게임 커뮤니티 내에서 아주 크게 불었다.
안 그래도, 권지현의 챌린저 도달 불가능을 반쯤 기정사실로 보고 있었던 커뮤니티.
거기에 블루텅의 발언이 더해지자 커뮤니티에서 일부에서 권지현은 어느새-
제목 : 권지현 좀 비호감이긴 하네 ㅇㅇ;
내용 : 순진한 척 하면서 하는 짓은 ㅈㄴ 계산적인 게
ㄴ : ㄹㅇ ㅋㅋ
ㄴ : 이번 미션보고 ㄹㅇ 확 느낌
ㄴ : 멍청한 척 순진한 척 시청자들 낚아 먹고~
ㄴ : 숨컷도 낚아 먹고
ㄴ : 권지현이 아니라 그냥 권태공이었누
순진한 척 하지만 사실은 비열한 계산적인 쓰레기라는 이미지가 형성되어, 퍼져 나가고 있었다.
오늘, 권지현이 크루와 함께 시간을 보낼 때 일어난 일이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아직 그에 대해 몰랐다.
만약 알았다면, 이러한 부탁을 하진 못했을 것이다.
숨컷, 그를 안 좋은 일에 끌어들일까봐 말이다.
"그래서 말인데, 재훈 씨만 괜찮으시면 내일 저한테 레오레 좀 가르쳐 주실 수… 있으실까요?"
지난 며칠간의 실패로, 권지현의 자신감은 바닥을 치고 있었다.
하지만, 최재훈에 대한 믿음은 여전했다.
그녀는 이 사람이라면, 다시 한번 모두의 예상을 깨고 엄청난 일을 해낼 수 있지도 않을까-
아니지.
반드시 다시 한번 모두의 예상을 깨고 엄청난 일을 해낼 거라 믿었다.
그녀가 믿음이 가득 담겨 반짝이는 눈으로, 최재훈에게 부탁했다.
"물론, 재훈 씨만 괜찮으시다면요. 귀찮고, 번거롭고, 답답하실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거절하셔도 돼요. 당연히요! 아니, 거절하시길 권장 드려요… 하지만 들어주신다면 정말로 감사하고 또… 나중에 재훈 씨가 하시는 부탁이라면 뭐든지… 아, 물론! 이 부탁을 안 들어주시더라고 재훈 씨가 하시는 부탁이라면 뭐든지 들어 드리겠지만요!"
하지만 곧바로 주눅 들어 덧붙인다.
만화적 표현으로, 머리에서 땀이 삐질삐질 새어나오는 것 같은 모습으로 횡설수설한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웃으며 지켜본 최재훈은 고민할 것도 없이 답했다.
"그럼, 우리 지현 씨랑 오랜만에 합방하겠네요? 옛날 생각나네."
첫 만남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안 그래도, 그때를 생각하며 이번 합방을 기대하고 있던 권지현이었다.
송구함, 죄송스러움, 긴장 따위의 다양한 감정으로 울상이었던 권지현의 표정이 단번에 밝아져-
"그러게요!"
'산책 갈래?' 말을 들은 골든리트리버처럼.
신나서 격렬하게 고갤 끄덕였다.
* * *
다음날.
"안녕하세요 여러분!"
[?? 평소랑 배경이 다른데]
[어디임?]
최재훈과 권지현은-
"아니, 왜 내 집에서…."
제나의 집으로 향했다.
오늘, 최재훈의 '권지현 사람 만들기 프로젝트' 컨텐츠는 제나의 스튜디오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다.
바로 윗집인 권지현의 집에서 단 둘이 방송을 진행할 경우 불필요한 이야기가 나오는 걸 방지하기 위함이다.
이린이 적극적으로 제안했으면- 제나도 말은 저렇게 하지만, 곧바로 받아들인 이야기였다.
권지현의 집에서 그녀와 최재훈이 단 둘이 있는 상황을 주기 싫었다.
[어 ㅋㅋ 그러고 보니 여기 삼피쉑 집이네]
[ㅈ피쉑 집 뺐겼누 ㅋㅋ]
"히히, 어쩌다 보니 우리 삼피 씨 스튜디오에서 오늘 컨텐츠를 진행하게 됐습니다. 여러분, 장소 제공자인 우리 삼피 씨에게-"
"아, 꺼져. 닥쳐. 필요 없으니까, 진행이나 해."
"앗, 넵. 그러면 여러분, 우리 삼피 씨 말고 오늘, 저와 여러분들을 만나기 위해 귀한 시간 내 주신 우리, 숨컷 님 친절하게 맞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최재훈이 카메라 앵글 안으로 들어오며 씨익 웃었다.
"숨하. 오랜만이에요? 지현 씨네 시청자 여러분."
[오빠아아악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
[조하! (조컷 하이란 뜻 ㅎ)]
[울오빠 개오랜만이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ㄹㅇ 숨컷 왔네 권지현 섭외력 뭐고]
[같은 크루잖아 ㅋㅋ]
[전생에 나라라도 구했나 ㄷㄷ]
숨컷의 합방 소식이 알려졌기에.
권지현 방송은 평소보다 훨씬 붐볐다.
그만큼 뜨거운 분위기에 최재훈이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들은 가벼운 토크로 분위기를 어느 정도 달군 뒤, 본격적으로 컨텐츠를 시작하기로 했다.
"자 그러면 지현 씨. 준비 되셨어요?"
"넵! 오늘,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예~ 저도 잘 부탁드려요~"
둘이 서로를 향해 꾸벅 숙였다.
그리고 동시에 고갤 올려서 얼굴이 마주치더니, 배시시 웃는다.
[뭐고 ㅋㅋ 이 분위기]
[기엽네 둘이 걍 ㅋ]
[ㄹㅇ 강아지랑 주인 보는 것 같네]
[뒤에 ㅈ피쉑 표정 보소]
["지랄하고 자빠졌네"음성지원 절로 되는 표정 ㄷ]
[와 근데 ㄹㅇ 이거 기대되긴 하네]
[그러게]
[그러고 보니 이 얼빠진 쉑 지금 랭킹 1위였지 ㄷㄷ]
[아니 ㄹㅇ 권지현쉑 진짜 인복 개 돌았네]
[숨컷 지금 거의 하이로드급 아니냐? 하이로드한테 과외 받으려면 얼마 줘야 되냐? ㅋ]
[하이로드 시급이 몇백만원 하니까 ㅋ 천만원정돈 줘야 될듯]
[시급 천 만원짜리 과외 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조컷 선생님의 비밀 과외 ㄷㄷㄷ]
[지금 2만 명 넘게 보고 있는데 뭔 비밀 과외여]
[비밀 없는 비밀 과외 ㄷㄷ]
[아 빨랑 가즈아ㅏㅏㅏㅏㅏ]
엄청난 기대 속에서, '권지현 사람 만들기 프로젝트'의 최종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자 그러면, 일단 솔랭 한 번 돌려 보실래요?"
"넵!"
금방 시작되는 게임.
[지현쉑 표정 봐 ㅋㅋ]
[누가 보면 렐드컵 결승이라도 되는 줄 알겠네]
[폭탄 목걸이 차고 왔누 ㄷㄷ]
최재훈이 옆에서 지켜보고 있기 때문일까, 권지현은 한계까지 집중하는 동시에 긴장해서 게임에 임했다.
그녀가 조마조마한 기분으로 최재훈의 평가를 기다렸다.
그런데-
"…."
게임이 시작하고 적잖은 시간이 흘렀는데도, 최재훈은 아직까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얼마나 플레이가 끔찍하면.
얼마나 지적할 데가 많으면.
어쩌면, 지적할 가치조차 없으면.
최재훈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권지현의 머릿속은 불안한 생각으로 가득 찬다.
그녀는 감히 최재훈에게 왜 말이 없느냐 감히 물어보지 못하고.
끝까지 묵묵하게 게임을 진행했다.
오디오가 텅 비어 버린 방송.
하지만, 시청자들은 흥미진진하게 시청했다.
게임이 끝난 뒤, 최재훈이 한꺼번에 기염을 토해낼 비평들을 기대하며.
그렇게.
<패배!>
"헝…."
게임이 끝난다.
권지현의 탓은 아니었다.
그녀는 이번 게임, 부진하지 않았다.
하지만 뛰어나지도 못 했다.
300점대 게임에서 말이다.
1700점 대까지 게임을 가지고 놀다시피 한 최재훈이 보기엔 형편없다 못해 끔찍한 수준이겠지.
권지현이 각오를 다지고-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불안에 떨며 최재훈에게 말했다.
"어, 어떠셨나요?"
고개는 화면을 향해 있으나, 언젠가부터 우측 상단을 향하고 있던 최재훈의 시선.
그게 정면으로 돌아오자, 그가 비로소 입을 열었다.
"지현 씨."
"아, 넵!"
"사실, 제가 여기 오기 전에 이미 지현 씨 게임하시는 영상들을 분석하고. 어느 정도 결론을 내린 상태였어요."
"앗…."
"그 결론이, 이번 게임을 보고 확실해졌습니다."
"무, 무슨 결론인가요?"
[어 ㅋㅋ]
[설마? ㅋㅋ]
[시작하자마자? ㅋㅋㅋ]
[속보) 1화만에 주인공 사망]
[속보) 권지현 랭킹 1위 공인 가망 없어]
클라이막스 직전, 긴장감이 극한에 달한 공포 영화를 지켜보기라도 하는 듯한 얼굴로 묻는 권지현.
그런 그녀에게 최재훈은 말했다.
"권지현."
"네!?"
"너는 미드보다 서포터가 어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