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7. 설득 3
"얘-"
라고, 부모 앞인데 평소처럼 부를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재훈 씨에겐, 항상 신세 많이 지고 있습니다."
제나가 얼굴을 사과처럼 붉히며, 그 호칭을 입에 담았다.
최영은은 사실-
아니.
아들 바보는 당연하게도, 이미 아들의 크루원들에 대해 개인적으로 조사를 마친 바였다.
그렇게 알게 된 크루원 삼피, 제나 웨스트의 이미지는- 최악이었다.
세간에 알려진 삼피는 타인을 대등하게 대하지 않는, 아주 오만하고 무례한 인간이었다.
아들 바보는 걱정이 됐다.
저런 인간이 자신의 아들 옆에 붙어 있다니.
최재훈 일행을 보고 특히나 심기가 불편했던 건, 전적으로 제나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녀의 모습을 보니, 생각이 달라진다.
제나는 단순히, 사람을 대하는 게 아주 많이 서투를 뿐인 것 같다.
그러면서, 자신의 아들에겐 최대한 잘하고자 노력한다.
좋은 동료인지는 애매하나.
분명한 건, 나쁜 동료는 아닌 듯했다.
"저희 아들이야 말로, 항상 신세 많이 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좀,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최영은이 권지현에게 했던 것처럼, 격렬하게 손을 위아래로 흔들었다.
그 의미를 깨달은 제나의 얼굴에 기쁨과 안도가 담겼다.
그렇게, 훨씬 자연스러운 미소가 나왔다.
"그리고, 지현 씨도 그렇고, 제나 씨도 그렇지만. 특히나, 저 같은 사람한테 과분한 우리 이린 씨."
"아닙니다. 저야 말로, 숨컷 님 같은 분이랑 일할 수 있어서 과분한 행운인걸요. 이린이라고 합니다."
"최영은입니다. 이린 씨도 그렇고, 다른 분들도 그렇고. 정말, 재차 감사합니다. 앞으로, 저희 재훈이 좀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린과 인사를 마친 최영은이, 그녀들을 향해 푹, 고개를 숙였다.
이후-
"와, 진짜… 이 치킨, 제가 태어나서 먹어본 것 중에 제일 맛있어요!"
"원래, 배달해 먹는 것 보다 막 튀겨서 매장에서 먹는 게 맛있는 법이죠. 맛은 모르겠지만, 그래도. 저희 재은이랑, 재훈이한테 먹일 수 있을 정도로 부끄럽지 않게 장사하고 있습니다."
"우리 제나 씨는 어디 나라 사람이야?"
"아, 그. 어릴 때 이 나라에 와 가지고…."
"아~ 한국 사람이었구나! 어쩐지, 한국말이 엄청 능숙하더라니~"
"이린 언니는 술 안 드세여?"
"저는 운전을 해야 해서."
"제가 해 드림."
"정중하게 사양하겠습니다."
어떻게 해야 최재훈의 가족에게 잘 보일까 치밀하게 세워 놓았던 계획은 더 이상 아무런 필요도 없었다.
세 여자는, 아주 편한 분위기 속에서 아무런 고민도 없이 순수하게 최재훈 가족과의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마치, 그들의 가족이 된 듯.
-앗, 재훈 씨 잘생긴 얼굴이 어디서 왔나 했더니! 반가워요, 두 분!
영상 통화로 방민아를 소개시켜 주는 둥.
이런 저런 이야기가 오가며 분위기가 무르익자, 최재훈은 다시 본론을 꺼낸다.
"그래서 말인데요, 엄니, 아부지. 다시 제대로 말씀드리는데. 저, 지금 일에 집중하려고, 대학교 자퇴하려고 해요. 이렇게 좋은 분들이랑 같이 일하고 있으니, 걱정 하지 마시고. 응원해 주시면 좋겠어요."
"물론. 엄마는 네가 뭘 하든, 전적으로 응원해 줄 거다."
아들바보의 입에선 흔쾌히 허락이 나왔다.
"정말, 후회하지 않겠니?"
부친의 입에선 걱정이 나왔다.
허나, 거기에 담는 감정은 모친과 같다.
"네,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요."
최재훈이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답하자,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고갤 끄덕여줬다.
"확실히, 지금 네가 하고 있는 일이 너에게도 좋아 보이긴 해. 그래. 응원할게. 우리 자랑스러운 아들."
그렇게.
최재훈은 이번에도 가족들의 지지를 한 몸에 받으며,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을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자퇴는 언제 할 생각이고? 엄마가 뭐 도와줄 거 있어?"
"아뇨, 도와주실 거 없어요. 그리고 자퇴는, 이번에 하늘전 끝나면 자퇴서 내려고요. 아 맞다. 여러분, 저 이번에 하늘전 나가요."
최재훈이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은 엄청난 소식에, 장소가 술렁였다.
"와, 하늘전에요? 역시, 재훈 씨! 역시! 대단하세요!"
"니 정도면 뭐, 거기서 모셔갈 만 하긴 해."
"응? 하늘전?"
"매년마다 세연대, 인세대, 고구려대. 세 학교가 모여서 벌이는 대항전, 일종의 축제로서. 이쪽 업계에서 가장 큰 이벤트 중 하나입니다."
"오… 그러면 우리 아들은, 세연대 대표로 나가는 거겠네?"
"세연대 대표로 나간다기보단, 방송인으로 섭외 받아서 나가는 쪽에 가까워요. 뭐, 그게 그거긴 하네."
"그게 그거긴~ 오히려 그게 더 대단한 거지!"
"물론! 뽑아 오느냐, 모셔 오느냐의 차이니까."
평소, 그렇게 우쭐대는 최재훈도, 부모가 다른 사람 앞에서 하는 무호흡 주책 칭찬에는 정신을 못 차리는 기색이었다.
그가 멋쩍어하며 화제를 전환했다.
"두 분, 요즘 일 하시는 건 어떠세요?"
"네 덕분에, 너무 좋아졌다. 이게, 여유가 생기니까 숨통이 확 트이는 기분이더라고."
"그나저나, 재훈아. 그렇게, 우리한테 돈 다 보내 줘도 괜찮은 거고?"
"아이. 걱정 마세요."
그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지금부터, 더 잘 벌게 될 거니까. 그러니까, 일 더 쉬엄쉬엄 하세요."
부모는 과할 정도로 기특한 아들의 효도에 마음이 편치 못하다.
부모가 못나서 해준 것도 없고 고생만 잔뜩 시켰는데 이렇게 받는 게 염치가 불구하고 과분하다 느껴서다.
하지만, 옛날부터 그 사실을 말해 봤자 아들을 불편하게 할 뿐이었다.
아들은 그저 부모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길 바랐다.
그렇기에, 부모는 순수한 기쁨이 담긴 웃음을 보여줄 뿐이었다.
"마음만으로도 고맙다."
"엄마랑 아빠는 지금도 충분해. 쉴 시간에 쉬고. 직원도 두고. 이것만 해도 어디니?"
"직원이요?"
-짤랑!
"어, 마침 돌아왔네."
직원.
배달부이며 20대 초반으로 추정되는 그녀는, 돌아오니 대뜸 벌여져 있는 잔치판에 한 번 놀라고.
"어!"
숨컷을 보고 또 한 번 놀랐다.
"숨컷! 아니 뭐야, 권지현에 삼피까지 있네! 대박!"
그녀는 세대가 세대인 만큼, 셋을 다 알아보고 세 배로 놀랐다.
"혜정 씨. 오늘은 여기까지만 일하고, 와서 같이 들어요."
"새로 하나 만들어 드릴까?"
"아, 아뇨! 괜찮습니다, 사장님!"
그녀가 대박, 대박 거리며.
최재훈 일행을 구경하면서 치킨을 집어 들곤 근처 자리에 앉았다.
"와, 숨컷- 아니, 숨컷 님. 대박. 저 진짜 팬이에요. 사장님한테 전도 제대로 당해 가지고. 맨날 사장님이 아들이라고 자랑하시는 거, 솔직히 그러려니 했는데. 이렇게 진짜로 보니까, 완전 신기하네요."
전도.
그 말에, 지금 가게의 풍경을 다시 자각한 최재훈은 다시 귀가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아, 예. 감사합니다. 저희 어머니가 너무 귀찮게 하진 않으셨죠?"
"미튜브 영상 내용으로 퀴즈 내셔서 맞추면, 저녁 사 주시고 그러긴 했어요. 막, 숨컷 님 주 캐릭터가 뭔지 아느냐. 주 포지션이 뭔지 아느냐. 사장님. 지금 와서 말하는데. 사장님이 내시는 문제, 거의 공짜 문제 급으로 쉬운 거예요."
"아니, 그래?"
"그리고 또 악플 다는 애들이랑 같이 싸워 달라 부탁하시고."
"아, 세상에…."
결국, 최재훈은 다시 또 터질 듯 붉어진 얼굴을 턱을 괴듯 손바닥으로 가렸다.
사람들은, 뻔뻔하기 그지없는 최재훈의 극도로 희소한 수치스러워 하는 모습을 히죽대며 구경했다.
최재훈이 다급히 화제를 전환했다.
"그런데 엄니, 가게 엄청 빨리 닫으시네요? 저희 와서 그런 거예요?"
"아, 꼭 그런 것만은 아니고. 원래, 장사가 잘 되는 날도 있고 안 되는 날도 있는데. 요즘은, 안 되는 날은 그냥 빨리 문 닫고 있어."
"원래는 그래도 하염없이 기다리곤 했는데, 아들 덕분에."
아들이, 가게의 매출은 큰 상관이 없을 정도로 큰 지원을 해주기 시작했지만.
어쨌거나 이 가게는 두 사람의 직장이고 직업이자 커리어였다.
지난 몇 년간, 둘의 인생은 이 가게였다.
금전적인 이유와는 별개로, 둘은 가게가 번창하길 원했다.
같은 이유로, 최재훈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는 짐짓 씩씩하게 웃지만 어딘가 힘이 없어 보이는 부모의 모습을 보며 생각에 잠긴다.
뭔가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이린 씨."
"네?"
"혹시 제가, 부모님 가게 방송이나 미튜브로 홍보해 드리면 문제가 되려나요?"
"아. 가게와의 관계를 정확히 밝히면 문제없을 겁니다."
"아들?"
"재훈 씨?"
"뭐 하게?"
최재훈이 핸드폰을 들며 피식 웃었다.
"두 분 아들이 누구야?"
"응?"
"나는 몰랐는데, 우리 기자 님이 말씀하시길. 내가 인플루언서라네? 인플루언서 마케팅. 그거 한 번 해 보자고요."
그가 이린과 잠깐 동안 준비한 뒤, 방송을 켰다.
* * *
-♪
"어, 뭐야?"
여자가 핸드폰을 확인하곤 깜짝 놀란다.
오늘 분명 휴방이었을 터인데, 숨컷 방송이 개시되었다는 알람이 온 것이다.
"개꿀."
그녀가 즉시 방송에 입장했다.
제목 : [앞광고] 치킨킹이 인정한 치킨
* * *
[숨하]
[머선 129~]
[오늘 휴방이라며 ^^ㅣ발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휴방인데 키면 좋은 거지 왜 욕을 하세요 ㄷㄷ]
[기뻐서 ^^ㅣ발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슬프면 ㅅㅂ 무슨 난리가 날지 상상도 안되누]
[우리 안 동물에게 함부로 기쁨을 주지 마세요]
[막 짖습니다]
[아니 근데 어디냐? 야방이네?]
[제목 무슨 의미임?]
[앞광고?]
[치킨 광고 들어옴?]
"그렇습니다. 여러분. 제가 진짜, 대한민국 최고의 치킨집을 여러분께 소개시켜 드리려고 합니다."
[옼ㅋㅋㅋㅋㅋㅋㅋㅋ]
[조컷쉑 광고 받았누? ㅋㅋㅋ]
[캬 월클 ㄷㄷ]
[먹어보고 대한민국 최고가 아니면 고소해도 되나요?]
"니가 대한민국 최고가 맞는지, 아는지 어떻게 아는데?"
[그럼 넌 어떻게 아시는데요]
"그래서 님 티어가?"
[환장하겠네]
[여기서 그님티를 시전하네 ㄷㄷ]
[랭킹 1위가 그렇다면 그런 줄 알라고 아 ㅋㅋ]
그가 큭 웃으며 말을 이었다.
"농담이고요. 이게, 광고는 맞는데 광고는 아닙니다. 대한민국 최고 치킨이라는 건, 어디까지나 제 주관이고요. 여기-"
최재훈이 전단지에서 가게에 대한 정보가 기재된 부분을 비췄다.
[어 ㅋㅋ 저기 ㅋㅋㅋ]
[뭔데?]
[씨ㅃ덕들 또 지들만 아는 얘기 하네]
[아니 그거 전단지 볼 때마다 궁금했는데 거기랑 무슨 관계임 도대체?]
최재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바로, 우리 부모님께서 운영하시는 가겝니다."
[오 ㅋㅋㅋㅋ]
[숨컷을 만든 사람들이 만든 치킨을 파는 가게 ㄷㄷ]
[표현 정신나갈것같네]
[부모님 가게 홍보해드리는거임? ㅋ]
"네 맞습니다. 이 지역권에 사시는 분들, 저희 가게 많이 좀 애용해 주세요."
[거 ㅋㅋ 장점 함 설명해 보거라]
"무려 이, 숨컷을 키운 분들이 만드신 치킨인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해?"
[네]
[필요할 것 같은데요]
[그 말 들으니까 갑자기 치킨 먹으면 위장에 암생기고 그럴 것 같은데요]
[ㄹㅇ ㅋㅋ 먹는순간 입부터 소화기관에서 배설기관까지 명칭이 각각 뿌, 다, 닷으로 바뀔 것 같은데요]
"아, 여러분. 그건 진짜 음해야. 어? 우리 가게 가장 큰 자랑이 뭔지 알아요?"
그가 이동하며, 가게 내부를 화면에 담았다.
바로, 주방이었다.
"보이세요? 여러분들. 이거, 깨끗한 거."
어떤 3스타 요리사가 말하길-
-요리가 맛있지 않는 식당은 형편없는 식당이지만, 위생이 청결하지 않은 식당은 식당이 아니다.
그만큼, 음식점에 있어서 위생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소였다.
그런 의미에서, 최재훈이 지금 방송으로 송출하는 주방의 가게는 아주 훌륭한 가게에 속했다.
[와 머야 ㅋㅋ 개 깔금하네]
[ㄹㅇ 아니 우리집 주방보다 깨끗한데?]
[먼 치킨집인데 기름때 하나가 안 보이냐 ㄷㄷ]
그 말 대로, 가게의 주방은 어지간한 가정집보다 청결했다.
[ㅋㅋ 홍보하려고 미리 청소해 둔 거 아님?]
[ㄹㅇ ㅋㅋ]
[조컷아 이건 좀 티났다]
그런데도 몇몇 이들이 트집을 잡는다.
하지만 최재훈은 오히려 기다렸다는 듯 씨익 웃었다.
"내가 그럴 줄 알았지 이 억까쉑들. 자, 여기 보세요."
최재훈은 어떤 사이트에 접속했다.
홍보 일환으로 제작된 가게의 블로그였다.
해당 블로그에는-
[XX년X월X일 X시, X분 장사 개시. 안심하고 드셔도 됩니다!]
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매일마다 갱신되고 있었다.
가게 주인이, 매일마다 장사를 개시하기 전 주방의 청결 상태를 사진과 영상으로 촬영해 게재한 것이었다.
[와 ㅁㅊ]
[아니 이게 뭐야 ㅋㅋㅋㅋㅋㅋ]
거기엔 주방의 청결 상태뿐만이 아니라.
철저한 재료 관리까지 기록되어 있었다.
[여기 진짜 맛있긴 해 ㅋ]
[ㅇㅇ 나 장 ㅈㄴ 민감해서 위생이 안 좋은 건지 다른 치킨집 치킨 먹으면 맨날 배탈나고 그러는데 여기만 멀쩡해서 여기에서만 시켜먹는중]
[나만의 작은 맛집이었누 ㄷㄷ]
없던 생각도 들게 만드는 위생 관리.
그리고, 증언.
마지막으로-
[야 ㅋㅋ 지금 전화하면 조컷이 받냐?]
숨컷의 부모가 운영한 가게라는 점까지.
-♪
가게에 있는 모든 전화기가 동시다발적으로 울린다.
최재훈이 피식 웃으며, 그 중 한 개를 받아들었다.
"여보세요?"
-오? 오!!! 대박!!!
[와 ㅋㅋ 이걸 조컷이 받네]
[나도 지금 바로 주문한다 딱 대]
"아, 여러분. 혹시나 해서 말해 두는데. 장난전화 하면 진짜 뒤집니다. 구라 아니고, 무슨무슨 죄로 고소할 거니까 그렇게 알아."
-저 장난전화 아니에요!
"오케이, 당연히 그러셔야지. 주문 받아 드리겠습니다~ 잠깐만요. 어머니~ 지금 가게에서 제일 안 나가는 메뉴가 뭐예요?"
"지금 제일 안 나가는 게, 삼 색 치킨이었지 아마."
"삼 색 치킨은 또 뭐예요?"
일명 신호등 치킨이라 불리는 그 치킨의 실체를 확인한 최재훈이 경악했다.
"아니, 어… 응… 맛있겠다!"
[맛.있.겠. 다]
[아니 ㅋㅋ 그 신호등치킨 파는 브랜드가 여기였구나]
[본사 새끼들 ㄹㅇ; 도대체 왜 저딴걸 만드는 거냐]
[프랜차이즈 사장님들 충성도 확인 ㄷㄷ]
[부모니뮤ㅠㅠㅠ]
"어쨌거나, 고객님. 그 뭐시냐, 오늘 숨컷의 추천 메뉴 신호등- 아니, 삼색 치킨인데. 어떠신가요?"
-삼색 말고, 이색으로 주세요. 후라이드 반 양념 반으로.
"삼색 치킨 어떠신가요~?"
-이색.
"삼색."
-이색.
[자강두천 ㄷㄷ]
[이딸라]
[아 ㅋㅋ 아무리 불쌍해도 신호등 치킨은 선 넘었지]
[아니 자중해 ㅋㅋ 그건 삼색 치킨이 아니라 십색 치킨이야]
[ㄹㅇ 십팔색치킨이지]
"하, 그러면 여러분. 이렇게 합시다…."
그가 잠깐 동안 고민하더니-
"이거, 삼색 치킨 시키시는 분 추첨을 통해-"
엄지로 가리키며 말했다.
"내가 배달해 드릴게."
-삼색 치킨 두 마리 주세요. 아니, 세 마리. 구 색 치킨 시킬 테니까, 조컷 님. 제발 저희 집 와 주세요.
"세 마리! 오케이, 알았습니다~"
[아니 ㅅㅂ 미쳤네]
[와]
[숨컷님 여기 부산인데 30색치킨 배달하면 와주시나요]
[아니 ㅋㅋ 숨세권 새끼들 개부럽네]
그렇게 머지않아 치킨이 완성되고.
똑똑똑.
-어, 왔다! 왔다!
"누구세요! 와 미친, 대박!"
"안녕하십니까~ 구색 치킨 왔습니다~ 혹시, 얼굴 나가도 되나요?"
"네! 네!!! 아빠!! 나 숨컷 방송 탔어!!!"
[ㅋㅋㅋㅋㅋ 개유쾌하네]
[아 숨컷 방송 타는 거면 인생 업적 ㅇㅈ이지;]
[좀 부럽네 ㄹㅇ;]
[아 ㅋㅋ 갑자기 빡치네 ㅋㅋ 우리 부모님은 왜 저기가 아니라 강남 같은 데서 살아가지고]
[시발아]
[금수(저)새끼 쳐내!]
"자 그러면, 한 번 맛보시고 소감 좀 말씀해 주시겠어요?"
"어… 무슨 색으로 먹어 볼까요."
"제일 맛있어 보이는 초록색으로 가시죠~"
[우욱]
[저게 도대체 무슨 비쥬얼이야 ㅅㅂ ㅋㅋ]
[시청자 고문 방송 ㄷㄷ]
[녹차 치킨? 녹차와 치킨? 앗... 갑자기 왜 눈물이...]
[속보) 호드와 얼라이언스 드디어 대통합]
"어떠세요?"
"음…."
"전 괜찮으니까, 솔직하게 말씀하셔도 됩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솔직하게, 아주 솔직하게. 오케이?"
"…와! 이런 맛이! 정말 놀랍다!"
"오, 어떻게 놀랍나요?"
"맛.있.다."
"굿."
[살.려. 줘]
[굿 ㅇㅈㄹ ㅋㅋ]
[선생님들... 표정에 다 보입니다...]
[저건 말론 브란드 데려와도 맛있다는 연기 못할듯]
"아, 어쨌거나. 시켜주셔서 감사하고요. 저는 이만, 다른 곳 또 배달하러 가보겠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넹."
제목 : 아니 뭐냐 이거 ㅋㅋ
내용 : ㅅㅂ ㅋㅋ 숨컷 기대하고 시켰더니 삼피쉑이 배달옴 ㅋㅋㅋㅋㅋㅋ얘네 지금 회식 중이었나봄
[사진]
ㄴ : ㅋㅋㅋㅋㅋㅋ표정 봐
ㄴ : 우리 집엔 권지현 옴 ㅋㅋㅋㅋㅋ
제목 : 숨컷 치킨 리뷰
내용 : 이게 위생 ㅈㄴ ㅆㅆㅌㅊ인걸 확인해서 그런 건지 몰라도 내가 먹어본 치킨 중에 제일 깔끔하고 좋았다 ㅇㅇ
앞으론 여기서만 시켜 먹을 듯
ㄴ : 아니 ㅅㅂ ㅋㅋ ㅈㄴ 궁금하네
ㄴ : 지금 차 타고 가면 숨컷이 튀겨주는 치킨 먹을 수 있냐?
ㄴ : 근데 니 삼색 치킨 시킨 거 아님?
ㄴ 글쓴이 : 후라이드반 양념반이랑 같이 시켰음 삼색 치킨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 : 도대체 무슨 맛이길래
ㄴ : 이러면 오히려 궁금해지누
이린, 권지현, 삼피까지도 동참해 준 덕분에, 아주 성공적이었다.
시청자 참여 컨텐츠도 그렇고.
가게 홍보도 그렇고.
그날.
모친의 치킨집은 이례적인 매출과 함께, 고객 확보를 기록했다.
삼색 치킨이 유행을 타고.
모친의 치킨집이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치킨집이 되고.
숨컷이, 해당 브랜드의 모델이 되는 건.
멀지 않은 훗날의 이야기였다.
* * *
"아들, 오늘 즐거웠어~"
"조심해서 들어가고, 무리하지 말고. 항상 응원하마."
"재은아, 왜 따라 오냐."
"비커즈, 암 요 시스따."
"아부지~ 얘 데려가세요."
…
"아부지?"
"동생을 부탁한다!"
"아부지!!!"
"포레버…투게더…."
"끼아아아악!!!"
그렇게 부모와-
"제나 씨, 오늘 어울려 줘서 고마웠어요."
"아니, 뭐. 나도 재밌었어. 너희 부모님… 좋은 분이시더라."
"오옹~?"
"아, 뭐. 꺼져."
제나와-
"이런 뜻깊은 자리에 초대해 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정말, 좋은 만남이었어요."
"에이, 제가 이린 씨 만난 것 만할까요. 새삼스럽지만, 항상 정말 감사하고 있어요.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헿."
"네?"
"예, 숨컷 님도요."
"…예? 아, 넵."
이린과 헤어지고.
권지현과-
"지현 씨, 오늘 정말로 즐거웠어요."
"헤헤, 저도요!"
헤어지려던 찰나였다.
"아, 재훈 씨! 잠시만요!"
권지현이 최재훈을 배웅하러 그의 문 앞에 섰을 때였다.
오늘, 그의 문 앞에선 목적이 지금에서야 떠올랐다.
"네?"
"재훈 씨 그, 드릴 말씀이 있는데…."
그녀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내일, 시간 좀 내주실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