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5. 설득 1
제나는 지금 이 상황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혹은 따분하다거나 관심이 없다는 듯.
이린의 옆자리인 조수석에 삐딱하게 앉아 고개를 숙인 채 핸드폰을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사실은 긴장이 되어 입술이 다 마를 지경이었고.
핸드폰은 셀프 카메라 기능이 켜져 있어, 그걸로 용모 상태를 검사 중이었다.
지금부터 최재훈의 부모와 대면하러 간다.
제나의 인상은 기본적으로 오만하고 시니컬하다.
척 봐도, 썩 성격이 좋아 보이진 않는다.
제나 스스로도 그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바였다.
그런 자신이, 최재훈의 부모에게 어떻게 비추어질까.
분명한 건, 저 둘에 비해 첫 인상이 나쁠 확률이 높을 거란 사실이었다.
'씁….'
그녀가 밖을 구경하는 척 하며, 창문을, 거기에 비춘 자신의 모습을 쳐다봤다.
노려 봤다.
좀 처 웃지 그래?
그렇게, 씨익.
안면 근육이 아직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영역 개척을 시도한다.
스마일.
"…."
자신의 스마일을 쳐다보는 제나의 표정이 굳어 들어간다.
그녀는 안면 근육의, 살면서 단 한 번도 사용해 본 적 없는 부분을 열심히 움직여 이런 저런 미소를 지어 보았다.
26년 만에 돌아가는 기계가 작동하며 내는 소음보다도 부자연스러운 미소였다.
아니.
저걸 정말로 미소라 할 수 있을가.
제나의 표현에 따르면 그녀가 지금 보고 있는 창문에 비추어진 누군가는, '함부로 자신의 입에 손가락을 넣고 억지로 미소 짓게 하는 누군가를 줘패기 일보 직전'인 표정을 하고 있었다.
제나가 더 이상 못 봐주겠다는 듯, 신경질적으로 자신의 모습에서 눈을 돌렸다.
"갑자기 너희 부모님 가게는 왜?"
때문일까, 그녀의 목소리는 화풀이라도 하는 듯 신경질적이었다.
최재훈이 오늘 부모의 가게에 향하는 이유.
일단은, 오랜만에 보고 싶어서였다.
최재훈은 이전에 봤던 부모의 얼굴을 기억한다.
딱 봐도 힘겨워 보이지만, 자식 앞에서 내색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부모의 얼굴을.
그 이후, 최재훈은 방송 수익이 나는 족족 본가에 부쳤다.
그렇게 가게 운영으로는 몇 달을 벌어야 할 거액을 지원해줬다.
그로 인해, 부모의 얼굴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오랜만에 부모님 얼굴 한 번 보려고요."
최재훈이 절로 흐뭇하고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는 김에, 여러분 저녁으로다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치킨 좀 대접해 드리고."
"최 선생,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세상에서 제일은 아닌 것 같애."
"그러면 최 선생 의견은 어떠신지."
"대한민국 제일, 정도로 하지. 우리는 아직 세계로 나가본 적이 없으니까."
"그렇게 따지면 최 선생은 아직 우리 지역 밖으로도 나가본 적 없지 않아?"
"그렇다면 지역 제일로 하지."
"생각해 보니, 최 선생. 최 선생은 나랑 치킨에 대해 논하기에 너무 견문이 좁은 것 같아. 그러니 짜져 있어."
"분하군."
물론, 최재훈이 그녀들에게 합류를 제안한 이유는 부모의 치킨이 얼마나 맛있나 자랑하기 위서만은 아니다.
"그리고 뭣보다. 기회만 된다면 여러분 소개해 드리고 싶었거든요."
부모에게 소개.
그 말에 여러분의 가슴이 한 번 더 크게 뛴다.
그런 의미가 아니란 걸 알면서도.
"제가 이렇게 좋은 분들이랑 일하고 있다고. 그러니까, 걱정 안 하셔도 된다고."
그의 부모와 대면할 생각에 각기 다른 모습으로 긴장하고 있던 그녀들의 얼굴에, 다시 멋쩍음이 돈다.
"사실, 오늘 제가 부모님이랑 중요한 이야기를 나누려 하거든요."
"중요한 이야기요?"
최재훈이 그녀들의 귀가 쫑긋 향해오는 걸 느끼곤, 고민 끝에 입을 열었다.
"대학교 자퇴하고 일에 집중해볼까, 해서요."
"네!?"
권지현이 놀라서 이모티콘 [ㅇ_ㅇ!]같이 땡그래진 눈으로 최재훈을 쳐다봤다.
운전하고 있던 이린도, 관심 없다는 척 하는 제나 역시 반사적으로 뒤돌아볼 정도였다.
"재훈 씨, 대, 대학생이셨어요?"
"뭐지, 이 반응은? 그렇군. 지현 씨한테는 내가 고학력자인 게, 구독자 100만을 찍은 것보다 놀라운 일이군."
"예!"
"어쭈."
"아, 아니. 그런 의미가 아니라요!"
"변명의 기회를 주지."
"뭔가, 뭔가 재훈씨는…."
권지현이 이번에는 이모티콘 [>_<]같은 표정으로 생각을 짜냈다.
최재훈은 지현 씨가 정말로 감정 표현이 풍부하시구나 생각하면서, 그래도 여기엔 [ㅇㅅㅇ]하는 사람은 없어서 다행이네요라고 안심했다.
권지현이 생각을 짜내길 잠깐.
"그렇게 게임을 잘하시면서 공부까지. 대단하시당."
헤헤헤 웃으며 얼렁뚱땅 넘어가려 했다.
최재훈은 그 헤실 거리는 볼땡이를 저도 모르게 집게손가락으로 붙잡고 이리 저리 쭉쭉 쫙쫙 댕겨 보았다.
"우리 오빠가 게임밖에 못하는 겜창 찌질이 똥꼬 코딱지 똥오줌 발발이라니, 어떻게 그렇게 심한 말을! 죽어라 이 악마! 뚜시! 뚜시!"
"재은아, 지현 씨 그런 말 안 했는데."
"오빠, 정신 차려! 오빠는 지금 속고 있는 거야! 내가 지금 악마를 무찌르고 오빠를 구해줄게!"
"지현 씨가 악마고 너가 천사면, 오빠는 오늘부터 사탄을 믿을래."
권지현이 최 남매에게 샌드위치 다구리를 당하여 잡아당겨진 볼로 겨우 말했다.
"으아아, 데성헤여! 그게 아니라, 에임도 자라시고 공부도 자라신다는 게 대다나다고 마라려던 걸!"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걈샤합니다!"
쭉쭉쫙쫙.
"용혀해 주신 거 아니엿나여?"
"아니, 뭔가 재밌어서."
"헝…."
그렇게 정체된 대화를 제나가 "그래서."라고 말하며 이끌었다.
"너, 어디 대학생인데."
공짜로 얻은 학위를 자랑할 수 있는 기회!
최재훈은 놓치지 않았다.
"뭐, 대단한 곳은 아니고…."
그가 자신 없다는 듯 수줍게, 그리고 쓸쓸하게 웃으며 학생증을 내밀었다.
허나 그의 손에 들린 것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보고 휘광마저 느낄, 세연대의 학생증!
그걸 보는 권지현과 제나의 얼굴엔 당연히 감탄과 동경이-
"…."
서려 있지 않았다.
학생증을 꺼내 든 최재훈이 자신 없다는 표정을 표방하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이 새어나오는 우쭐거림으로 인해.
너무나도 재수 없는 얼굴이 되어 있었기에.
권지현조차도 저 얼굴을 하고 있는 최재훈에게 감히 칭찬을 할 자신이 없었다.
경멸의 침묵.
"…."
최재훈이 주섬주섬 다시 학생증을 집어넣으며 말했다.
"힝."
그에게 충분한 참교육이 되었을 만한 시간이 흐른 뒤에야, 권지현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런데, 정말로 괜찮으시겠어요? 자퇴라니… 조금 더 신중하게 생각해 보시는 게."
"그러니까. 니가 세연대 붙은 거면 진짜 로또 당첨 급 천운인데."
둘은 저가 다 아쉽다는 듯, 적극적으로 최재훈을 설득했다.
하지만 최재훈의 결심은 이미 확고했다.
"지금 제가 하고 싶은 일에 확실하게 집중하고 싶어서요."
그 결심이.
방송과 게임을 대하는 그의 순수한 진심이 느껴지는 대답에.
셋이 각기 다른 표정을 지으며 그의 선택에 대한 존중과 존경을 표했다.
그리고 이내, 또 다른 표정을 지으며.
걱정을 표했다.
게임과 인터넷 방송을 위해 세연대를 자퇴한다.
엄청난 결정이다.
해당 업계에 대해 종사하며, 잘 파악하고 있는 셋조차도 우려 끝에 간신히 이해할 정도로.
그러니 그의 부모는 오죽할까.
부모로서의 입장.
세대 차이.
그로 인한 갈등
셋은 아주 다양한 의미로 최재훈 부모와의 대면이 긴장되어 미칠 것 같았다.
"도착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 만남이 더욱 빨리 다가온 것처럼 느껴진다.
도시 외곽 지역 허름한 주택 단지에 들어서는 협소한 거리의 조그마한 1층 상가.
그 한 켠을 차지하고 있는, 비주류 브랜드 치킨 가게로 들어갔다.
분위기 때문인지 낡고 허름해 보이는 외관과 달리, 안은 매우 청결해 보였다.
신경을 안 쓸 법한 곳까지도 먼지의 질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가게 곳곳에 비위생의 증거 대신, 정성의 손길이 느껴졌다.
최재훈의 부모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가게에서 나온 치킨을 자식들에게 먹일 수 있었다.
내 자식에게 먹이는 음식이라 생각하고 만든다.
그 슬로건을 내세우는 식당은 많지만, 실제로 지키는 식당은 많지 않다.
최재훈의 부모가 운영하는 치킨집은, 그 몇 안 되는 식당 중 하나였다.
"아이고, 어서들 오세요!"
카운터를 보고 있던 중년 남성이 단체 손님인 줄 알고 격하게 환영했다.
"응?"
그러나 이내 단체 손님이 아니란 걸 깨닫고는-
"아이고!!! 이게 누구야!"
더욱 격하게 환영했다.
그가 곧장 카운터에서 나와 최재훈에게 다가왔다.
"아들, 딸! 웬 일이야? 말도 없이!"
"말이 왜 없긴! 써프라이즈니까 그렇지."
최재훈이 양손에 든 선물 다발을 들어 올리며 미소지었다.
아주 흡족하게.
부친의 얼굴을 보고서다.
부친의 얼굴에선 더 이상, 힘들어서 당장에라도 쓰러질 것 같지만 자식이 보는 앞이니 아무런 내색하지 않는.
자식 되는 입장에서 가슴이 찢어지는 그 노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부친의 안색은 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좋아져 있었다.
"요즘 좀, 쉬엄쉬엄 하고 계세요?"
"아유, 우리 아들 덕분에!"
피로에 절어 있지도 않았고.
"어째, 장사는 좀 잘 되고요?"
"에이~ 안 되면 뭐 어때!"
조급해 보이지도 않았다.
여유가 넘친다.
아직 근무 중인데, 편해 보이기까지 한다.
이 모든 게.
아들이 지원해 준 돈과.
아들이, 그런 거액을 지원해 줄 만큼 성공한 덕이었다.
그는 자신을 믿어준 가족들의 든든한 기둥이 되어주는 데 성공했다.
이번에도 말이다.
* * *
그를 바라보는 부친의 시선에는 대견함, 기특함, 자랑스러움.
아주 복합적으로 긍정적인 감정이 담겨 있었다.
'이 맛에 돈 벌지.'
최재훈은 근래 들어 가장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어, 그런데 그…."
그제야 부친의 시선이 뒤에 있던 아들의 동료들에게 향한다.
"아! 안녕하세요! 재훈 씨와 같이 일하는 권 지현이라고 합니다!"
먼저, 권지현이 꾸벅 고개를 숙이며 싹싹하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마찬가지로 일 동료인 제나 웨스트입니다."
놀라운 광경이었다.
제나가 타인에게 고개를 숙이며 '예의'를 표했다.
"숨컷 님의 매니저를 담당하고 있는 이 린이라고 합니다."
"숨컷?"
"아, 최재훈 님의 활동명입니다."
"아아~ 맞다. 아니, 그나저나. 매니저라니! 우리 아들이 성공을 하긴 했나 봐!? 이렇게 능력 좋아 보이는 분들이랑 같이 일하다니!"
최 남사가 호들갑스럽게 아들의 팔뚝을 짝, 두드린 뒤.
"아이고, 다들 우리 모자란 재훈이 잘 보살펴 주셔서 감사합니다."
동료들을 향해 꾸벅 고개를 숙였다.
그에 셋은 당황해서, 부친보다 더욱 깊이.
오래 고개를 숙여 인사를 돌려줬다.
최 남매의 성격이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있는 매우 정중하고도 유들한 부친의 성격에, 세 여자는 안심이 되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최재훈의 자퇴 이야기가 원만하게 진행될 것이라 기대해도 되리라.
그런 기대는-
"여보, 뭐 해요! 얼른 안 나오고. 애들이랑, 재훈이 동료 분들 왔는데!"
"…."
"…."
"…."
주방에서 나온 최 여사의 얼굴을 보고는, 말끔히 사라졌다.
과묵함이 느껴지는 묵직한 분위기는, 날카롭게 곤두서 있었다.
잔뜩 힘이 들어간 눈매에서는 위압감마저 느껴진다.
주방에서 나온 모친의 위세에, 세 여자는 저도 모르게 차렷 자세를 취했다.
곧이어.
최재훈이 저, 딱 봐도 엄격하고 고지식해 보이는 모친에게.
게임과 인터넷 방송이라는, 부모님 세대라면 이해하기 힘든 일에 전념하기 위해.
부모들이 자식에게 바라는 이상이라 해도 무방한 최고 명문대학교의 학위를 포기한다 할 예정이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엄청난 상황이 될 것이다.
그 상황 속에서, 자신들은 최재훈을 지탱해 줘야 한다.
아마도 모친이 향해올 '니들이 애 꼬드긴 거냐?'라는 적대적인 시선을 버텨가면서.
그녀들은 벌써부터 속이 쓰리기 시작했다.
~위이잉~
어디선가 들려오는 파리 소리도 듣지 못할 정도로 긴장해서, 모친의 일거수일투족에 눈치를 본다.
"아, 엄니. 여기, 제 동료 분들이에요."
그런 그녀들의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최재훈은 살갑게 모친에게 말했다.
모친의 시선이 그녀들에게 향했다.
그러자, 그녀들은 바싹 잡힌 군기로 곧장 허리를 접었다.
그에 대한 최재훈 모친의 반응.
"아들이 신세 많이 지고 있습니다."
정중하게 고개를 꾸벅 숙이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정도로 그녀들의 긴장은 풀리지 않았다.
"엄니, 아부지. 이거랑, 이거랑, 이거 받으시고."
최 남매는 가장 먼저 부모에게 선물을 전달했다.
"아유, 뭐 이런 걸 다~ 아들도 사고 싶은 거 많을 텐데~"
"에이, 제가 설마 전 재산 털어서 사기라도 했겠어요. 부담 갖지 말고 편히 받으세요."
"알겠어, 고마워 아들. 잘 쓸게~"
"고맙다 재훈아. 잘 쓰마."
"아니 그런데, 엄니. 오늘 안 좋은 일이라도 있으세요?"
안 좋은 일이라도 있냐니.
그건 아들이 보기에도 지금의 모친은 어딘가 언짢아 보인다는 소리였는데.
그 언짢을 이유로 뭐가 있겠는가.
"안 좋은 일이라기보다는, 지금 가게에-"
모친이 아주 언짢다는 듯 말했다.
"-벌레가 들어와서."
식은땀이 세 여자의 등골을 타고 흘러내렸다.
모친의 눈동자가 이리 저리 바쁘게 움직였다.
그녀들은 혹여 시선이 마주치는 일이 있을까봐, 시선을 열성적으로 내리깔았다.
"아~ 어쩐지. 어쨌거나, 사장님들. 저희, 주문 좀 해도 될까요?"
"아이고~ 동료 분들도 계신데. 시내 좋은데 가지 않고~"
부친의 말에, 그녀들이 화들짝 놀랐다.
"아, 아니에요! 저희가 재훈 씨한테 부탁드린 걸요!"
권지현의 말에, 격렬하게 고갤 끄덕인다.
그에 부친이 아주 흐뭇하게 웃었다.
"그래요? 여보, 들었죠?"
모친이 고갤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서려던 찰나였다.
"아, 잠깐만요 엄니. 가시기 전에, 먼저 드릴 말씀 있어요."
그에, 모친이 다시 앉자.
부모와 마주앉은 최재훈이 말을 이었다.
"저, 대학교 자퇴하고 일에 집중하려고 해요."
그녀들이 경악했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그녀들은 가장 먼저 모친의 눈치를 봤다.
모친은-
~위이잉~
"…."
더는 없을 정도로 언짢은 얼굴이었다.
최재훈과 눈을 마주치지 않고,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다른 데에 정신이 팔린 듯.
그래, 마치 이야기가 듣기도 싫다는 것처럼.
저 시선이 자신들에게 향해올 거라 생각하니, 그녀들은 곧장 자리에서 도망치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런 그녀들의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최재훈은 자신이 자퇴하는 이유와, 향후 계획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런 어여쁜 아들의 노력에도, 모친은 아들을 봐 주지 않았다.
머지않아.
"그래서, 두 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최재훈이 설명을 끝내고, 의견을 물었을 때였다.
쾅!
모친이 책상을 있는 힘껏 내려쳤다.
그녀들은 심장이 떨어질 것 같으면서도.
곧바로 끼어들었다.
최재훈을 지원한다.
"어르신, 재훈 씨가-"
권지현은 최재훈이 얼마나 엄청난 가능성을 보유하고 있는지.
"제가-"
제나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해당 업계에서 성공을 거둔 이가 얼마나 풍족한 인생을 사는지.
"지금-"
이린은, 라이브 스트리밍 시장이 얼마나 호황기에 있는지.
최재훈보다도 열성적으로 설명하며.
모친을 설득했다.
그에 대한 모친의 반응은-
"쉿."
그렇게, 세 여자를 침묵시키며-
쾅!
한 번 더 책상을 내려치는 것이었다.
이상하리만치 부정적인 반응에 세 여자가 전전긍긍했다.
그러면서도 생각한다.
어쩌지?
이대로라면, 상황이 심각해져 최재훈이 크게 난처해질 수도 있다.
어떻게 그를 도와야할까.
일단, 지금 이 상황.
자신들을 벌레처럼 여길 정도로 껄끄러워하는 모친을 설득하는 상황에서. 자신들은 없으니만 못한 듯했다.
그에 세 여자가 자리를 비켜 주려던 찰나였다.
모친이 책상을 내리쳤던 손바닥을 들어 올리곤, 그 안을 확인했다.
그러자-
"하, 드디어."
밝아진 표정으로 말을 잇는다.
"아이고, 미안합니다, 여러분. 깜짝 놀라셨죠."
"예…?"
당황한 세 여자에게, 모친이 여전히 과묵하고 고지식해 보이지만.
훨씬 부드러워진 얼굴로 쓰게 웃으며 말했다.
"벌레를 좀 잡느라."
그녀가 손바닥을 내리쳤던 지점에는, 벌레가 한 마리 죽어 있었다.
"저희 가게가 워낙 이런 거에 민감해서."
"응, 응. 위생 청결. 우리 가게 자랑이지."
"리얼루다가. 우리 가게 주방이, 내 방보다 깨끗하잖아."
"그 비유는 잘못됐다, 재은아."
"앗, 그랭?"
"니 방보다 깨끗하다는 말은 전혀 칭찬이 아니야. 변기보다 깨끗하다는 말이 칭찬이 아니듯."
"헐."
모친의 말에 자연스럽게 추임새를 넣는 최 남매.
"얘네도 참, 손님들 앞에서 뭐 하는 거래니."
그리고 부친.
그녀들은 상황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뭐?
벌레?
위생?
도대체 뭐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지?
이내, 모친이 말한다.
"그래서 재훈아, 뭐라고? 미안하다. 벌레 신경 쓰느라 못 들었다."
"아녜요, 엄니. 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고 싶어서. 대학교 자퇴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아, 그래? 음. 그래. 알았다. 네 결정이 그렇다면. 응원하마. 일단, 동료 분들 기다리시니까. 엄마는 치킨부터 튀겨 오마. 나머지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꾸나."
"넹."
그렇게 모친은 주방으로 향했다.
"…."
걱정한 사람들은 머저리 멍청이로 만들어 버리는 상황.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원만하게 일단락 된 이야기에 세 여자가 멍청한 얼굴이 되었다.
제나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이게 도대체 뭔…."
최 남매의 성격과 사고관은, 부친에게만 영향을 받은 게 아니었다.
"하…."
세 여자가 긴장이 풀려서 한숨을 내쉬었다.
걱정한 사람이 바보가 되는 상황이었지만, 그래서 좋았다.
상황이 심각해지는 것보다, 당연히 자신들이 바보가 되고 이야기가 잘 풀리는 게 나았으니까.
게다가.
모친이 자신들에게 받은 첫 인상은, 나쁘지 않은 것 같았-
"…."
는데.
주방에 들어가는 모친의 시선이 잠깐 그녀들에게 들렸다.
방금 전과 비교하면 훨씬 부드러워졌으나.
그럼에도, 여전히 까끌까끌한 게 돋아 있는 시선이.
최재훈의 모친은, 아들 바보였다.
아들 바보의 아들이 데려온 세 외간여자가 다시금 긴장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