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3. 끝나지 않는 축제
최재훈은.
'최재훈'은.
잘생긴 외모 때문인지, 아니면 내성적인 성격 때문인지.
혹은 둘 다인지.
옛날부터 인간관계로 구질구질한 일을 많이 겪었다.
이에 '최재훈'은 결론을 내렸다.
사람이랑은 엮이지 않을수록 좋다.
'세연대생 최재훈'은 항상 청바지에 후드티를 입고 다녔다.
그의 후드는 항상 컸고, 칙칙했으며, 후드가 머리를 푹 덮고 있어 위장복이라 부를 만했다.
거기에, 긴 앞머리로 얼굴을 한 번 더 가린다.
자세는 구겨지듯 구부정하고, 목소리는 개미 기어가는 듯하다.
'세연대생 최재훈'은 유령이었다.
세연대생 절대다수는 그 유령이 숨컷이라 알아보기는커녕.
그런 유령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후배들 잘 챙겨 주는 친절한 선배'를 표방하는 서수나가 유일했다.
그 유령의 실체를 알고, 기억하고 있는 세연대생은 말이다.
휴학생이었던 서수나는 당시 최재훈과 많은 수업을 공유했고.
'후배들 잘 챙겨 주는 친절한 선배'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최재훈을 곧잘 챙겨주곤 했다.
그렇게 어느날.
서수나는, 다른 사람과 마주할 때 고개를 절대로 드는 일이 없어서.
아무도 본 적이 없는 유령의 실체를, 최재훈의 얼굴을 목격하는 기회를 얻었다.
-오?
유령은 이미지와는 다르게, 아주 수려한 외모의 보유자였다.
이후 서수나는 별도의 목적을 갖고, 최재훈 한정으로 더욱 열심히 '착한 선배'를 표방했다.
저런 성격에 얼굴이라.
좀만 수고하면 쉽게 재미볼 수 있겠는데?
그런 생각으로.
서수나의 노력에 최재훈은 점점 그녀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속도가, 생각보다 너무 느렸다.
머지않아, 최재훈은 돌연 종적을 감추었다.
유령이 사라진 걸 아는 유일한 사람이었던 서수나는, 그에 아무런 관심도 두지 않았다.
유령 최재훈은 잘생기긴 했지만 그렇게 매력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 주제 쓸데없이 비싸게 굴고.
안 그래도 따분함을 느끼고, 흥미가 떨어지고 있던 차였다.
그러던 어느날.
-선배님 얘 아세요?
-응?
-진짜 비쥬얼, 와… 겜방하는 앤데 개오져요.
방송인 숨컷을 접하게 된다.
서수나는 처음엔 '오' 감탄했고.
이내, '응?'고개를 갸웃거렸다.
오늘 저 숨컷을 처음 알았는데, 어디서 본 듯한 착각을 느낀 것이다.
이내 깨닫는다.
-어!
말도 안 돼.
저게 그, 유령이라고?
서수나는 안에서 거의 지웠던 유령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 보았다.
돌이켜 보니.
저 유령은, 자신을 아주 좋아했었다.
유일하게 자신을 좋아해 주는 자신에게 마음을 열고.
친하게 개인적으로 연락도 나눴었다.
하지만, 자신이 흥미를 잃고 연락을 끊자.
아쉽게도 자신에 대한 마음을 접었다.
어쩔 수 없이.
그러니, 그는 자신을 좋아할 터다.
자기애가 강한 서수나는 기꺼이 그렇게 생각했다.
이는 단순히 그녀의 착각만은 아니었다.
'최재훈', 그는 분명 오해의 여지를 주었다.
유일하게 그녀에게만 살갑게 군 것이다.
하지만 그건, 딱히 그녀에게 별다른 감정이 있어선 아니었다.
무리의 중심에 있는 여자를 너무 대놓고 거절하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 전례로 아주 확실하게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즉.
서수나가 최재훈이 본인에게 각별한 감정을 갖고 있다 생각하고 있는 것과 달리.
최재훈은 그녀를 처세술의 개념으로 적당히 상대해주고 있던 것이다.
그걸 모르는 서수나는, 화면 속 숨컷을 보며 미소지었다.
"우리 숨컷, 아니 재훈이. 잘 컸네."
그와의 재회가 아주 기대됐다.
* * *
"아, 약한 팀 우승시키는 게 가장 그림이 좋다! 이야~ 패기 넘치는 이유, 아니 각오라고 해야 할까요? 다이아 버튼과, 미튜브 시상식 게임 부문 수상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위한 두 번째 계획! 잘 들었습니다. 혹시, 세 번째도 준비 되어 있으신가요?"
"예, 마지막으로 하나 남았습니다."
"아, 그렇다면! 그 대망의 마지막 계획으로 인터뷰의 대미를 장식하기로 하고. 마지막에 들어가기에 앞서, 한 가지 질문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이번 기부에 관해서인데요! 이번에 게임 방송 역사상 최고 기록을 갱신하여, 엄청난 액수의 성금을 모금하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그 성금을, 어디에 기부하실 계획이신지요?"
최재훈의 모금이 마무리된 시점에서, 그의 기부 활동을 향한 대중들의 관심 역시 마무리되었다.
[적당한 곳에 기부하겠지 ㅇㅇ 자선 단체는 어차피 다 거기서 거기니까]
[어차피 다 거기서 거기면 걍 나한테 기부해 줘라 ㅇㅇ 나 요즘 좀 불우한 것 같으니까]
[불효한 것 같다는 걸 잘못 말씀하신 거 아닌가요]
[차라리 북한 미사일 연구소에 기부를 하고 말지]
[그건 아니지 간첩새기야]
[걔네 미사일은 미사일이 아니라 폭죽이잖아ㅋㅋ]
[하늘을 보시라우 지금 동무들의 쌀이 터지고 있슴메!!!]
[펑퍼버펑펑 (북한사람들 속 터지는 소리)]
[펑퍼버펑펑 (북한 사람들 꼬르륵 거리는 소리)]
그의 기부가 이목을 끈 건, 어디까지나 그 이례적인 액수 때문이었으니까.
그 액수를 어디에다 기부할지는, 관심 밖인 것이다.
고로, 해당 주제는 대중들에게 그렇게 흥미롭지 못하다.
기자 쪽에서는 굳이 다룰 필요 없다.
헌데도, 최서윤은 굳이 다룬다.
그게 숨컷에게 도움이 될 것이기에.
그에 대해 다루는 해당 인터뷰에서, 그의 선행을 거듭 강조한다면.
그의 긍정적 이미지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리라.
이번 기사 전체적에는 그러한, 최 기자의 배려 담긴 손길이 듬뿍 담길 터다.
최재훈은 열성팬- 아니지, 추종자 기자를 둔 덕을 톡톡히 볼 예정이었다.
"안 그래도 남아 있던 뇌세포 다 짜내서 고민해 봤습니다. 펜분들께서 후원해 주신 소중한 성금을, 어디에 써야 잘 썼다고 소문이 날까 하고요."
최재훈의 모금에 도움을 준 이들은 대다수가 게이머이거나, 게임 팬들이었다.
키워드는 게임이었다.
"그 과정에서 저명한 임상 심리학자가, 검증된 자선 단체와 협력하여 진행하는 자선 사업 대해 알게 접했습니다."
그들은 자폐증이 있는 아동의 교육을 돕는 게임의 개발을 계획하고 있었고.
그를 위한 모금을 진행 중에 있었다.
"딱 짚어서 그곳에 기부하기로 결정한 이유가 따로 있나요?"
"저도 그렇고. 제게 후원해 주신 기부자 여러분 대부분은 게이머거나, 게임 팬입니다. 우리들은 알고 있죠. 사회에서 우리들을 바라보는 시선엔 아직 부정적인 편견이 담겨 있다는 걸요. 그걸 조금이라도 개선시키고 싶었습니다. 우리들은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을 뿐만이 아니라,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서요."
게이머와 게임 팬들이 모은 성금으로, 사회를 좀 더 아름답게 만들 게임을 개발한다.
"그림 좋잖아요?"
그가 흐뭇하게 웃으며 말한 그대로, 아주 좋은 그림이었다.
그의 기부 계획도 그렇고.
[와 ㄷㄷㄷ]
[ㄹㅇ 그림 좋긴 하네;]
[옐로TV의 자랑 숨컷! 옐로TV의 자랑 숨컷! 옐로TV의 자랑 숨컷!]
[아니; 조컷쉑 낯서네]
[왜 안 어울리게 멋있는 짓 하는데 ㄷㄷㄷ]
[생각이 내 눈동자처럼 DEEP하긴 하네 ㅇㅇ;]
[빛컷 ㄷㄷ]
지금, 그의 모습도 그렇고.
숨컷이 보여준 본인의 팬과 시청자들을 향한.
게임과 게이머들을 향한 깊은 생각.
지금 이 영상을 시청하여 그걸 접한 이들 사이에서 숨컷의 긍정적 이미지가 한 층 더 선명해졌다.
이후로 이 영상을, 기사를 접하게 될 이들 또한 그렇게 되리라.
그들은 이제 '훌륭한 게임 방송인'
혹은 '호감 게임 방송인'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숨컷을 떠올릴 것이다.
최재훈.
그는 이번 인터뷰로, 그의 목표에 아주 가까이 다가갔다.
"아주 인상적인 대답이었습니다. 자 그러면, 어느새 이 인터뷰의 마지막이 다가왔네요. 숨컷 님께서 목표를 이루시기 위한 계획 그 마지막. 뭐죠?"
"역시, 그게 아닐까 싶네요. 진 1위 달성이요."
"아! 역시. 지금 많은 레오레 팬 분들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MK를 꺾은 숨컷이, 정말로 하이로드까지 꺾고 이번 시즌 최후의 주인이, 주인공이 될 것인가! 숨컷 님께선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당연히, 그렇게 될 겁니다."
"크~ 자신감 넘치는 모습! 그렇다면, 숨컷 님께선 이번 시즌 본인을 위협할 만한 경쟁 상대가 없다 단언하시나요?"
"하이로드 님이 아주 약간 신경 쓰이긴 하지만, 예. 자신 있습니다."
"오호, 그런데 말이죠 숨컷 님?"
"넵."
"혹시 숨컷 님 말고 또 다른 신흥 강자에 대해서 알고 계시는지요?"
"신흥 강자요?"
"바로, 중국에서 온 또 다른 무림 고수. CSN입니다."
"…아, 들어 보긴 했습니다."
"그분께서 아주 흥미로운 발언을 하셨는데, 그에 대해서 알고 계시는지요?"
"무슨 발언이죠?"
최재훈이 시치미를 떼자, 최서윤은 아주 흥미진진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이미 한 번 붙어본 바, 숨컷은 나한테 안 된다. 라는, 뉘앙스의 발언을 했는데요."
"이미 한 번 붙어봤다고요?"
"숨컷 님께선 이에 대해 짚이는 바가 있으신가요? CSN의 정체에 대해서라던가."
"중국 유저… 나랑 이미 한 번 붙어봤는데 안 된다…."
최재훈이 골몰히 고민하더니, 아 하는 소리를 흘렸다.
"설마 그 사람인가?"
"네? 그 사람이라뇨? 짚이는 게 있으신가요?"
"이거, 이러면 모르겠는데요."
"예?"
최재훈이 쓰게 웃으며 말한다.
"이번 1위, 제가 못 할 수도 있겠어요."
* * *
MK.
그녀는 호화로운 주택, 고급 차, 사업체.
모든 걸 다 가졌다.
그런 그녀에게 있어 페이스에게 인정받는 것은 유일하다고 할 수 있는 목표였다.
그런데 이번에 숨컷에게 벽을 느끼고 사실상 한국 진 1위 쟁탈이 실패가 확정됨으로써 그 목표를 달성할 길이 사라졌다.
그 이후로 그녀는 실로 무기력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한창 아침의 활기로 북적거렸어야 할 MK의 방은, 아직도 밤이었다.
커텐이 쳐져 있었고.
MK는 침대에 엎어져 있었다.
마치 의욕이라는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그녀는 자기 관리가 투철하기로 유명했다.
담배는 커녕, 술조차도 입에 대지 않았다.
'이번 기회에 술이나 한 번 시작해 볼까.'
그녀가 어두운 방 안에서 씻지도 않고, 대충 차려 입고 시내로.
술집으로 향하려던 찰나였다.
-♪
"…."
지난 며칠간 꺼 두었던 핸드폰.
술집을 찾으려고 킨 순간, 때 맞춰 울린다.
그녀의 몇 안 되는 친구 중 한 명이었다.
그녀는 끊어 버릴까 싶다가도, 그보다 더 좋은 생각이 나서 전화를 받고 말한다.
-야, 한 잔 하러 갈래?
-뭐? 이 새끼 대뜸 뭐라는 거야, 니 술 못 하잖아.
-못 하긴, 시발. 안 하던 거지.
-설마, 너 지금 술 마신 거야? 이 시간에?
-시발, 싫으면 말고. 꺼져.
-이봐, 잠깐!
-뭐.
-좋아, 니 일에 참견 안 할 테니까. 지금 내가 보내는 거 한 번 보기나 해 봐.
그렇게 통화는 끊기고.
문자가 하나 도착했다.
MK는 문자에 담긴 링크를 타고, 어떤 동영상에 당도했다.
"…."
숨컷의 영상이었다.
정확히는 그의 인터뷰 영상.
"시발."
갑자기 왜 이딴 걸.
그녀가 욕지거릴 내뱉으며 핸드폰을 집어던지려던 찰나였다.
-………MK……….
"어."
핸드폰에서 흘러나오는 낯선 언어 사이에서, 자신의 이름을 듣곤.
다시 영상을 시선에 담는다.
자막을 켠다.
그러자, 기자로 추정되는 이가 하는 말이 눈으로 들린다.
-이번에 북미의 강호인 MK와 경쟁을 해 보셨는데요. MK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에 숨컷이 짓궂게 웃으며 답한다.
-불쌍하죠.
"…."
빠드득.
이를 악문 그녀가 이번에야말로 핸드폰을 집어던지려던 찰나였다.
-하필이면 절 만나 가지고.
"…뭐?"
-사람들이 MK가 저한테 졌다고, 그 사람이 별거 아니다 뭐다 욕하고 그러던데.
그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러지들 마세요, 어쩌겠어. 상대가 나잖아.
"…."
그 미소를 본 MK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난처해 한다.
그렇게 인터뷰는 계속해서 진행되고.
-그러면 숨컷 님께선 개인적으로 MK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뭐 그 정도면….
숨컷이 무심한 듯 내뱉는다.
-최고의 반열에 있다고, 할 만하겠죠?
"…뭐?"
풀려 있던 MK의 눈에 초점이 잡히면서, 서서히 커진다.
-솔직히, 깜짝 놀랐어요. 북미 서버 수준이 생각보다 높아 가지고. 아니, 그 사람 수준이 높은 건가? 뭐 아무튼.
피식.
-잘하던데요?
"…."
MK가 침대에 풀썩 주저앉았다.
그녀는 인정을 바랐고, 갈구했다.
그럼으로써, 모든 종류의 인정을 얻어냈다.
단 하나만 빼고.
자신이 존경하는 이로부터의 존경.
페이스는, 방어기제로 아주 비대해진 자존감을 갖고 있는 그녀가 유일하게 존경하는 플레이어였다.
하지만.
이번에 그는 숨컷에게 벽을 느꼈다.
숨컷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방금 전, 숨컷이 했던 말을 다시금 되새겨 본다.
-그러지들 마세요, 어쩌겠어. 상대가 나잖아.
-최고의 반열에 있다고, 할 만하겠죠?
-솔직히, 깜짝 놀랐어요. 북미 서버 수준이 생각보다 높아 가지고. 아니, 그 사람 수준이 높은 건가? 뭐 아무튼.
-잘하던데요?
"…."
그녀는 숨이 벅차는 것을 느꼈다.
지난 며칠간 멈춰 있었던 심장이 다시 뛰는 기분.
그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차악!
커튼부터 걷었다.
대충 걸쳐 입은 옷을 벗어 던지고, 먼저 욕실로 향했다.
그렇게 한참 뒤.
원래의 잘 관리된 모습을 되찾은 그녀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그녀가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게임부 기자였다.
그녀가 며칠 전 요청했던 이번 한국 정벌과 관련된 인터뷰에, 그녀는 비로소 응했다.
숨컷의 인터뷰는 아주 큰 파장을 낳았다.
지구 너머에 있는 북미까지.
북미에서 그에 응답하듯, 또 다른 인터뷰가 시작됐다.
그날 저녁.
북미 대표 게임 웹진 메인에 기사가 떠올랐다.
제목 : MK "한국의 벽은 높았다-"
오만한 MK의 한국을 향한.
정확히는-
"-숨컷의 벽만큼이나."
숨컷을 향한 리스팩이 가득 담긴 기사가.
* * *
제목 : 야 CSN 얘 아님?
내용 [사진]
얘 중국 3대 미드 걔
챔프 폭 CSN랑 비슷한데?
ㄴ : CSN같은 챔프폭 가진 애가 한 둘이냐 ㅋ
ㄴ : ㄹㅇ 당장 숨컷이랑 MK만 놓고 봐도 챔프폭 다 거기서 거기더만
ㄴ : 보니까 솔랭 최상위권에 암살자 다루는 애들이 특히 많더라 하이로드가 특이한 케이스임
ㄴ : 사실 숨컷이 CSN인 거 아님 ㅋ?
ㄴ : 나 사실 숨컷 맞는데 나 CSN 맞다 ㅋ
ㄴ : I AM UR MOTEHR
ㄴ : 전 사실 죽은 사람들이 보여요
ㄴ : 아니 근데 저거 마냥 헛소리는 아니지 않음? CSN랑 숨컷 플레이 시간대 다르잖아
ㄴ : 그럼 나도 숨컷이랑 플레이 시간 다른데 나도 숨컷이누?
ㄴ : 내가 리플레이 비교해 봤는데, 둘이 플레이 스타일 확연히 다름 ㅇ 아이템 사는 순서랑, 액티브 아이템 놓는 위치도 다르고
ㄴ : 스펠 드는 순서도 반대고
ㄴ : 아니 ㅅㅂ 그럼 도대체 누군데 저거
ㄴ : 애초에 중국 유전데 숨컷이랑 하이로드 이기고 이번 시즌 1위할 정도면, 하이로드는 지금까지 1위 못했어야 정상 아님?
ㄴ : 그러게?
ㄴ : 지금까지 솔랭에 관심이 없었다면?
ㄴ : 아니 ㅅㅂ 무슨 은거 고수야?
ㄴ : 중국이라면 있을 법하지 않냐 ㅋㅋ
ㄴ : 아니 ㅋㅋㅋㅋㅋㅋㅋ
ㄴ : ㄹㅇ일것 같아서 더 무섭네
ㄴ : 하긴 시발 그 서버 유저가 몇 명인데
ㄴ : 아니 그래도 역시 플레이 스타일이랑, 챔프폭 같은거 고려해 보면 역시 얘 [링크] 아닐까 싶은데
ㄴ : LIGHTNINE?
페이스 다음이라 평가 받는, 세계 3대 미드 라이너 중 한 명으로서.
자타공인 중국 최고의 플레이어였다.
ㄴ : ㅇㅇ 얘도 보통 암살자 위주로 플레이하고, 지금까지 솔랭에서 딱히 모습 보여준 적 없어가지고 아무리 봐도 가장 유력한 후보는 얘임
그에, LIGHTNINE의 SNS에 질문이 쇄도한다.
-니가 ㄹㅇ CSN임?
-니가 만약 CSN가 아니라면 대회에 나와서 엄상희를 흔들어 줘-그걸 어케흔드누
-아 빵즈새끼들 또 기어왔네
-좀 니네나라로 꺼져
-야 나 저 단어 아는데 짱깨새끼들이 우리보고 빵즈래-우린 빵보단 밥을 선호한다고 전해줘
그러나, 워낙에 신비주의로 유명한 LIGHTNINE.
침묵으로 일관하자-
사람들의 CSN을 향한.
이번 시즌을 향한 관심과 호기심은 더욱 커져만 간다.
그러던 와중.
폭탄이 하나 더 터진다.
제목 : 야 이번 시즌 페이스도 1위 노리는 것 같은데?
내용 : 이거 봐바
[사진]
멸망전.
하늘전.
그리고, 1위 쟁탈전까지.
전야제는 이제 막 끝났을 뿐이었다.
* * *
최재훈의 인터뷰 기사가 포털 사이트 메인에 게재된 날의 아침.
"…후."
권지현은 문 앞에 서 있었다.
최재훈의 집 문 앞에.
막 쇼핑이라고 보고 온 듯.
양손에 최재훈에게 줄 선물을 잔뜩 든 채로.
"…좋아."
그녀는 결심을 마쳤다.
오늘이야 말로, '그 이야기'를 꺼내고 말리라.
그녀가 문을 두드리려는데-
"어…."
양손이 가득 찼다.
이 상태로 문을 두드리면-
'망가질 수도 있는데….'
어떡하징.
그녀가 시선을 떨구었다.
그렇게, 자신의 발이 눈에 들어온다.
손이 없으면 발로-
'아니야.'
그건 너무….
'무례하잖아.'
서열이 어떻게 되는 줄 아느냐.
최재훈이 1위고, 최재훈의 집 문이 그 다음.
권지현이 꼴찌였다.
그렇게 그녀는, 양손에 짐을 들고 한참이나 고민한 끝에.
똑.
똑.
머리로 문을 두드리곤-
"헤헤, 재훈 씨~"
자신이 생각해도 바보 같다고 느꼈는지.
멋쩍게 웃으며 최재훈을 불렀다.
아주 살갑게.
그녀가 주인을 기다리는 개처럼 똘망똘망한 눈으로 그가 나올 문을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