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자가 게임을 잘함-260화 (260/361)

260. 인터뷰 2

최서윤은 괜히 주변에 누가 없나 확인한 뒤에야 숨컷의 메일을 확인했다.

-안녕하세요, 최서윤 기자님.

문의 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저는 숨컷 님의 매니저입니다.

"아."

그리곤 숨컷 본인이 아니라는 사실에 실망했고.

지금 그게 문제냐며, 곧바로 정신을 차린다.

그녀가 시험의 답안지를 10초 동안 훔쳐보는 게 허락된 시험생처럼 엄청난 기세로 메일을 읽어나갔다.

그렇게 핵심 내용을 추려내길-

-현재 어바웃 인벤토리 외에도 다양한 곳에서 인터뷰를 제안해 주셔서, 숨컷 님께서 고민 중에 있습니다.

-숨컷 님께선 현재-

-…그리고, 어바웃 인벤토리. 이렇게 네 곳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계시며.

-그 중, 귀사인 어바웃 인벤토리를 최우선으로 선호하고 계십니다.

-그런 고로 실례가 안 된다면.

-인터뷰 기사 포털 사이트 메인 노출.

-어바웃 인벤토리 미튜브 채널에 인터뷰 영상 게재.

-인터뷰 과정을 개인 숨컷 님 측에서 별도로 촬영, 편집하여 개인 채널에 게재.

-그리고…

-…해당 조건으로 인터뷰 진행이 가능한지 여쭙고 싶습니다.

현재, 숨컷의 입장을 최대한 활용한 협상.

혹은 일방적인 조건 제시였다.

숨컷이 어바웃 인벤토리와 같이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세 곳의 언론사는, 한국을 대표한다 봐도 무방한 거대 언론사였다.

어바웃 인벤토리가 개미라면 그들은 공룡이다.

그런 언론사에게 제의 받았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어바웃 인벤토리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하는 동시에, 구체적 조건을 제시한다?

어바웃 인벤토리로서는 허튼 짓 할 생각은 꿈도 못 꾸고 최대한 숨컷의 요구에 맞춰줄 수밖에 없었다.

최서윤의 권한을 벗어난 일이었다.

이야기를 진행시키려면 윗선 보고가 불가피했다.

그녀에게 있어서 윗선이란, '개년'과 자신을 고깝게 보는 팀장이었다.

개년을 통해 후자로 가느니, 처음부터 후자로 직행하는 게 당연히 낫다.

평소 그녀는 팀장과 대면할 때면 한없이 움츠러든다.

팀장이 자신을 고깝게 여기는 것을 숨기려고도 하지 않기 때문에.

하지만 지금은 당당하다.

숨컷과의 인터뷰 여지를 따 내지 않았던가!

최서윤은 이번 일로 자신을 향한 팀장의 평가에 긍정적인 변화가 있으리라 기대하며, 그녀의 자리로 향했다.

"팀장 님?"

안 그래도 무뚝뚝한데, 자신을 대할 때면 더욱 무뚝뚝해지는 팀장의 시선이 향해온다.

최서윤은 긴장하면서도 침착하게 상황을 보고했다.

그러자-

"그걸 왜 서윤 씨가 하고 있어?"

"예?"

"홍수아한테 시켰을 텐데."

"어…."

최서윤은 상황을 정리해 보았다.

보아하니, 당연히 인터뷰 성사가 불가능하리라 지레짐작한 홍수아가.

이를 자신에게 떠넘겨, 공동 진행하고 있던 일의 성과를 독차지하고자 한 듯했다.

'진짜, 개년이….'

최서윤은 마음 같아선 '빼애애액!!!'당장 자리에 들어눕고 싶었으나.

저 팀장 앞이다.

최서윤은 입사 초기에 중대한 실수를 저질러 저 팀장을 정화조에서 목욕을 시켜버린 탓에, 팀장의 최선윤을 향한 호감과 신뢰는 제로에 수렴했다.

사수의 자신을 향한 부당한 취급에 대해 신나서 고자질해 보았자, 역효과만 일어날 터다.

결국 부들거리며 속으로 분을 삭일 수밖에 없었다.

팀장은 그런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뭔데."

"예?"

이 자리를 향할 때 최서윤의 기대.

이루어졌다.

지금, 팀장 안에서 최서윤을 향한 평가가 다소 바뀌었다.

짐덩이.

그게 '그 사건'이후 최서윤을 향한 팀장의 평가였다.

팀에 있어도, 없어도 상관없는.

아니, 오히려 없으면 좋은.

하지만 지금 그녀의 모습을 보고, 그 생각은 다소 바뀌었다.

팀장 또한 사건의 전말이 어느 정도 예상이 되었다.

홍수아가 최서윤에게 '헛수고'가 되리라 생각한 숨컷의 인터뷰를 떠넘겼으리라.

그런데 최서윤은 그에 대해 아무런 말도 않는다.

팀장은 그런 그녀의 행동을, 분별력 있다 받아들였다.

게다가, 정말로 기대도 안 했던 숨컷의 인터뷰 성사.

그 여지를 따내 오다니.

분별력 있고, 수완도 괜찮아.

지금, 팀장은 비로소 최서윤을 팀의 일원으로 받아들였다.

"무슨 일인데. 설명해 봐."

그걸 느낀 최서윤이 반색하며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 동안 홍수아가 저지른 게 참으로 많았다.

마음 같아선 모조리 실토하고 싶었으나, 이제 와서 그래 봤자 팀장이 해줄 수 있는 건 많지 않다.

오히려 그녀를 번거롭게 만들 뿐.

그렇기에 이번 일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

그런 의도는 팀장에게도 전해졌다.

최서윤의 이야기가 끝났을 때, 팀장은 무언가 골몰히 생각하더니.

"포털 사이트 메인 노출이라…."

게임 웹진에서 자체적으로 대한민국 대표 포털 사이트 메인에 기사를 노출시킬 능력은 당연히도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래도 명색이 대한민국 대표 웹진의 팀장 정도 되면 개인적으로 어떻게든 방책을 모색할 길이 있긴 하다.

그녀가 바쁘게 전화기를 돌리길 한참.

드디어 핸드폰을 내려놓더니-

"후."

한숨을 돌리며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오케이, 될 것 같아."

최서윤에겐 처음이었다.

팀장이 자신을 보며 저렇게 미소 짓다니.

"서윤 씨, 진짜 큰 일 했어. 듣자 하니, 온 동네가 그 사람이랑 인터뷰 한 번 해 보려고 죄다 들이댔다는데. 어떻게, 우리랑 하고 싶게 만들었대?"

그래서일까, 그녀가 덧붙인 말이 더는 없을 정도로 묵직하게 다가왔다.

"다시 봤어. 아무튼, 좋은 기회니까 잘 해 봐."

"아, 감사합니다!"

최서윤은 벅차오르는 감정으로 꾸벅, 격렬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

"홍수아랑 같이."

"네…?"

최서윤의 표정이 싱글벙글한 상태로 어색하게 굳었다.

잘 돼 가고 있는 줄 알았는데, 이게 웬?

이번에도 자신이 다 차려 놓은 밥상을 그 개년한테 나눠 주라니?

"티, 팀장님…!"

"서윤 씨- 아니, 최서윤이가 이해해. 이번 일, 너가 혼자 맡기엔 너무 큰 일이 돼 버렸으니까."

"…."

그러면 최서윤이 할 수 있는 말은 없었다.

팀장이 홍수아를 호출했다.

그녀는 팀장과 최서윤이 둘이 있는데 분위기가 부드럽다는 점에 왠지 모를 불안을 느끼고-

"예…?"

그 불안은 현실이 된다.

"홍수아, 이번 일 최서윤이 잘 이끌어 줘. 이번에도 허튼 짓 해서 일에 차질 생기게 할 생각일랑 추호도 말고."

'이번에도 허튼 짓 해서'라니.

홍수아가 최서윤을 노려봤다.

"뭐 하냐, 홍수아. 한 대 때릴 기센데. 내 결정에 불만이 그렇게 많으면, 차라리 날 때리지 그래? 계급장 떼 주랴?"

"아, 아닙니다…."

"쯧. 아휴. 어쨌거나. 서로 칼 들고 한 명 죽을 때까지 싸울 거 아니면, 이번 기회에 둘 관계 조율 잘 해. 앞으로도 같이 일하게 될 거니까. 가 봐."

그렇게 자리로 되돌아 온 홍수아는 최서윤을 평소처럼 갈구-고 싶은 충동을 억제해야 했다.

최서윤이라면 아들 사진을 보다가도 정색하던 그 팀장이, 갑자기 이렇게 최서윤을 싸고돌다니?

무슨 짓을 한 건지 몰라도, 최서윤은 다시 팀장의 눈 안에 든 듯했다.

이제 최서윤과 자신 사이에 문제가 생기면, 그건 팀장의 눈에 그녀가 아주 질색하는 '팀 내 트러블'이 되는 것이다.

홍수아는 더 이상 최서윤을 옛날처럼 제 마음대로 대할 수 없게 되었다.

"선배님, 여기 답장 보내려고 하는데 확인 좀 해 주세요."

쯧.

홍수아가 혀를 차며, 억울해 보이지만 왠지 통쾌해 보이기도 하는 최서윤에게 다가갔다.

잠시 뒤.

숨컷에게서 또다시 답신이 도착했다.

"질문지 한 번 볼 수 있냐는데요?"

"내가 어제 말해 놨으니 당연히 미리 만들어 뒀겠지?"

"네, 여기요."

홍수아가 질문지를 확인하더니, 미간을 구겼다.

"야, 최서윤."

"네?"

"질문이 이게 다 뭐야."

"무슨 문제라도…?"

"핀트를 왜 이따구로 잡았어."

"핀트요?"

"지금 숨컷 걔를 언론에서 왜 그렇게 띄워주는 것 같아."

"어… 아무래도-"

"아, 들을 것도 없다. 니가 알면 질문들을 이따구로 했겠냐."

"…."

"남자라서 그런 거 아냐. 여자들이 다 해 먹는 판에서 남자가 여자들을 다 쳐 바르고 대가리가 됐다더라~ 이게 포인트지. '여자들의 영역에서 활약하는 남자!'이게 포인트라고. 근데 니 질문을 봐라. 그 포인트를 강조하는 질문이 하나라도 있어?"

홍수아가 최서윤의 질문지를 수정해 나갔다.

그렇게, '숨컷'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질문지는.

'남성 게이머'에 초점이 맞춰지게 된다.

"이거 보내."

"저, 선배님."

"뭐 또."

"숨컷 그 사람이 그런 거물들 놔두고 굳이 우리 회사를 최우선으로 하고 싶다한 데엔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

"제가 알기론, 이번엔 그쪽에선 하나 같이 사회부 쪽이 움직였다는데. 그 사람을 어떻게 할 지 뻔하잖아요. 진보적 남성상이니 뭐니, 그런 쪽으로 잔뜩 포장해서 내보내겠지. 근데 제가 알기론 숨컷, 그 사람 그런 거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그러니까 니 말은. 숨컷, 걔가 이 따위 질문에 답하기 싫어 가지고 우리한테 왔다는 거지?"

홍수아가 신경질적으로 본인이 수정한 질문지를 가리켰다.

'그래서 내가 수정한 질문지가 쓰레기라는 거지?'

그렇게 묻는 거나 다름없기에 최서윤은 답하지 못했지만, 그 상황에서 침묵은 사실상의 긍정이나 다름없었다.

"하, 야. 최서윤."

"네?"

"퓰리처 상이라도 타게?"

"…."

"꼴값 떨지 말고, 보내기나 해."

상급자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수정된 질문지를 보냈고.

"…."

"…."

둘은 불안과 긴장 속에서 대기했다.

숨컷이 메일을 확인했는데도, 답장이 도착하지 않는 것이다.

"어."

그렇게 새로고침을 무한 반복하기를 한참.

드디어 답장이 도착햇다.

그 답장의 내용을 정리해 보자면-

-고민해 보고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미친."

이제 와서?

홍수아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최서윤 또한 마찬가지.

허나, 최서윤의 경우엔 숨컷을 상대적으로 잘 알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감이 잡혔다.

그녀가 팀장에게 갔다.

"야. 최서윤! 어디 가!"

꼬리에 홍수아를 달고.

"또 무슨 일이야."

그런 둘을 보고 심상찮음을 감지한 팀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니, 그게-"

"최서윤이가 말해 봐."

"…."

홍수아이 다급히 최서윤을 밀고 나왔지만, 팀장은 그녀에게 발언권을 주지 않았다.

그렇게 최서윤은 상황을 보고했고-

"그래서, 최서윤이는 어떻게 하고 싶은데."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

팀장이 보기에도, 최서윤의 관점은.

핀트가 어긋나 있었다.

그녀의 관점 또한 홍수아와 일치했다.

허나, 그 관점으로 일을 진행시키자 일이 삐그덕거린다.

"최서윤이 의견 대로 진행해 봐."

"팀장 님!"

"아니면 홍수아, 수습할 수 있으면 빨리 하던가."

"…."

이번에 숨컷을 놓친다 하여 인벤토리가 딱히 손해는 없다.

그 대형 언론사들이 경쟁 상대이니 말이다.

그렇기에, 붙잡을 경우 얻을 이익은 많다.

현재 게임계에서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인물이.

대형 언론사들 대신에, 대한민국 대표 게임 웹진인 인벤토리를 선택한다.

인벤토리의 정체성을 아주 진하게 만들어 줄, 상징적일 일이었다.

그런 일이 삐그덕 거리자, 팀장은 가슴이 출렁이는 기분이다.

당장 둘에게서 손을 떼게 만들고, 자신이 수습하고 싶은 기분.

그런 기분을 애써 참고, 최서윤의 작업을 곁에서 감시하는 정도로 참는다.

최서윤이 자신의 질문지를, 아무래도 '수정 전' 질문지를 잘못 보낸 것 같다는 변명과 함께 새로 송신한다.

이내 답장이 도착하길-

-저희 측에서 몇 가지 질문을 첨삭하고자 하는데

-괜찮으실는지요?

-물론입니다.

짝!

팀장이 크게 손뼉을 치고 말했다.

"홍수아, 넌 이번 일에서 손 떼고. 그거, 최서윤이랑 같이 하던 거 돌아가서 마저 마무리 해. 최서윤이가 도움 필요하다 할 때 아니면, 터치하지 말고. 알겠어?"

"…알겠습니다."

홍수아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구태여 옆에서 대화하는 둘을 쳐다보지 않고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는 최서윤은.

환희가 복받치는 것을 애써 억누르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 * *

"후…."

약속 장소인 시내의 카페.

최서윤은 약속 시간보다 한 시간 빨리 나와서, 숨컷을 기다리고 있었다.

소풍 버스를 기다리는 유치원생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그녀의 복장엔.

평소보다 훨씬 기합이 들어가 있었나.

어디까지나 인터뷰를 위해서다.

응.

그녀가 핸드폰 대신 창 밖을 바라보며 기다리길 얼마나 됐을까.

그녀가 자리에서 벌떡- 하고 일어섰다.

다소 요란스러운 프린팅의 후드티.

무난하기 그지없는 청바지.

그리고, 대충 감고 말린 것 같은 헤어 스타일.

평범함을 넘어서 따분하기까지 한 차림을 하고 있는데도.

저 멀리에서도 한 눈에 못 알아볼 수가 없는 사람이 다가오고 있었다.

최서윤이 곧바로 카페를 뛰쳐나가 그를 마중나갔다.

"어, 혹시 최서윤 기자 님?"

남자가 부리나케 뛰어온 최서윤에게 말했다.

"예! 어바웃 인벤토리의 기자, 최서윤이라고 합니다. 숨컷 님! 오늘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미지로 먹고 사는 인플루언서에게 있어 기자란 떼래야 떼놓을 수 없는 존재다.

그들이 쓰는 기사는 인플루언서의 대외적 이미지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

이번 일로.

최재훈은, 자신의 대외적 이미지에 아주 긍정적인 영향을 준 아군을 갖게 되었다.

대한민국 게임 대표 웹진에서, 팀장의 눈에 제대로 든 게임부 기자.

그녀의 안에서 자신에게 새로운 기회를 갖다 준 숨컷은 단순히 좋아하는 방송인 그 이상이 되어 있었다.

그 감정은-

그녀가 쓴 기사.

그리고 그녀가 쓴 기사에 영향을 받은 기사를 본 이들이 숨컷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갖게 될 수밖에 없을 정도로 강렬했다.

그런 감정이.

자신의 팬임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최서윤의 태도에, 최재훈이 특유의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방송하는 숨컷, 최재훈이라고 합니다. 저야 말로, 제 기사. 잘 좀 부탁드릴게요."

"맡겨만 주십쇼!"

"아, 의욕이 폭발하니까 오히려 불안한데요. 봅시다. 숨컷은 민트 초코를 좋아한다. 이걸 어떻게 쓰시겠어요?"

"에픽한 오감의 소유자?"

"이야, 이걸 포장하시네. 통과!"

최서윤이 표정 관리는 끝끝내 실패로 끝났다.

다른 이들의 눈에 카페에 들어서는 둘의 모습은.

마치, 극성 팬이 아이돌을 따라가는 듯이 보였다.

[멸망전 참가 기준 최대 목표까지 - 11만 명]

[플래티넘 배지까지 - 11만 명]

[플래티넘 배지까지 - 남은 기한 30시간]

* * *

제나는 언짢아 죽겠다는 표정으로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원래는 패션에 크게 관심이 없던 그녀는, 최근 들어 방문하는 일이 잦아진 의류 쇼핑몰이었다.

그녀는 화면 안 모델을 노려보고 있었다.

자신은 지을 수 없는 애교 넘치는 얼굴로, 이전에 샀던 것보다 더욱 '남성'스러운 복장을 입고 있는 모델을.

그녀는 그 모델에, 자신을 이입해 보았다.

"으…."

그러자 질색을 하는 한 편.

"…."

그 복장을 실제로 입게 될 경우 처하게 될 상황을 떠올리자.

아주 질색하는 얼굴에서, 아주 복잡미묘한 얼굴이 된다.

"그냥 질러 버려…?"

그렇게 고민하던 와중이었다.

-♪

"응?"

핸드폰이 울린다.

그녀의 개인 연락처로 연락할 사람은 한 명 밖에 없었다.

제나가 들뜬 얼굴로 신속히 휴대폰을 집어 들곤-

"아이 씨."

특유의 짜증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 보니, 그 사람 말고도 몇 명 더 있었다.

[찐따]

같은 크루원인 권지현이었다.

"왜 뜬금없이 전화질이야."

제나는 여러 이유로 권지현이 불편했다.

물론, 크루원이 아닌 다른 이들에 비하면 훨씬 가깝다.

그녀가 숨컷 다음으로 대하기 편한 사람이라 봐도 무방했다.

"여보세요."

제나가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받았다.

-아, 제나 씨! 죄송해요. 갑자기 연락 드려서.

어벙한 표정이 절로 떠오르는 목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힌다.

"죄송한 거 알면 빨리 끝내."

-아, 예! 죄송합니다! 저기, 제나 씨. 혹시- 그….

그….

그….

그….

정확히 다섯 번째가 시작되려 한 순간.

뚝.

제나는 주저 없이 전화를 끊었다.

-라톡!

[찐따 : ㅠㅠㅠㅠㅠㅠ]

"아, 씨."

이번엔 그녀 쪽에서 전화를 건다.

-앗! 제나 씨!

"그… 지랄 한 번 더 하면 차단한다."

-앗, 죄송해요. 그…. 가, 아니라! 저기….

저기….

저기….

"…."

찹.

제나가 손바닥으로 얼굴을 덮으며 '쌍욕하고 전화 끊기 LV100'에 돌입했다.

권지현은 저기, 거기를 몇 번이나 말 한 뒤 마침내 본론을 꺼내는 데 성공한다.

-제나 씨 혹시 괜찮으시면, 저랑 합방 좀 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합방? 웬 합방."

-그… 아니, 저기….

권지현이 잠깐의 주저 뒤 어렵사리 말을 이었다.

-혹시 저, 레오레 좀 가르쳐 주실 수….

"아니."

뚝.

-라톡!

[찐따 : 실례했습니당 ㅠㅠ]

"…하."

제나가 푹 한숨을 내쉬며, 다시 권지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무슨 일인데."

그렇게 시간이 흘러.

"아니, 그걸 왜 못 피하냐고 이 머저리 자식아!!! 모션 다 보였잖아!!! 아, 썅! 못 해 쳐 먹겠네!"

"헝…."

둘은 또 다른 스승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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