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6. ㅁㄷㅊㅇ
북미 레오레 리그인 LUL의 해설가인 로를 몬테.
그녀는 여느 해설가들이 그렇듯, 미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부수입을 올린다.
미튜브의 주요 컨텐츠는 역시 직업이 직업인 관계로 레오레 관전 OR 분석.
"아, 미드 로를 몬테 선수. 능숙하게 적들을 농락하는군요. 끝내줍니다!"
[개소리 ㅋㅋ]
[시청자들 농락하는 실력은 더 뛰어난 것 같은데 몬테]
[지금까지 니 적팀들한테 투표권이 하나씩 더 주어졌다면 니가 미국 대통령이었을걸]
그리고, 지금 같이 라이브 방송을 진행할 때면 레오레 플레이 또한 겸한다.
그녀의 현재 레오레 티어는 마스터.
거기에 프로 출신이라는 경력이 더해져, 그녀의 해설은 꽤 높은 신빙성을 인정받았다.
그녀는 LUL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정규 캐스터였다.
<승리!>
"그렇지!"
승리로 게임을 끝마친 그녀가 높은 텐션으로, 다음 게임을 진행하려던 찰나였다.
-찰랑!
-…님이 10$를 후원했습니다.
=이봐 몬테 솔랭 말고 딱히 할 거 없으면 숨컷이랑 MK 게임 한 것좀 분석해 주지 그래?
"숨컷이랑 MK?"
정식 리그가 종료된 지금.
MK의 한국 서버 정벌은 단언컨대, 현재 북미 레오레판에서 가장 핫한 주제라 할 수 있었다.
"안 그래도 하려고 벼르고 있긴 했는데. 말 나온 김에 아주 그냥 지금 해 버려?"
[ㄱㄱㄱ 가즈아]
[눈 썩을 것 같은 수준 낮은 게임 그만 보여주고 본분을 다 하자고]
[엿같은 MOUSE그만 움직이고 MOUTH나 움직이라고 친구]
[MOSQUITO 마냥 내가 무슨 말 하는지 알지?]
[MOST로 중요한게 뭔지 파악해]
"거 랩퍼들 납셨군. 알았어. 알았으니까 그만 보채 봐. 어디 보자, 영상이- 아, 여깄군."
그녀가 실행시킨 리플레이 영상은 이 모든 일의 발단인 MK와 숨컷의 첫 만남이었다.
첫 게임이었다.
해당 게임의 첫 부분.
MK가 숨컷을 상대로 일방적은 공세를 이어가는 부분은, 지금 북미 유저들 사이에서 아직 못 본 이가 없을 정도였다.
"왓더…."
'MK의 정글'이 모든 걸 망치는 부분과 묶어서 말이다.
[저 쓰레기 새끼는 볼 때마다 엿같네]
[아무리 봐도 한국인들이 MK 일부러 견제하는 거라니까]
[내 말이]
[MK... 너는 도대체 무슨 싸움을]
[니들 얼마까지만 해도 MK 보고 정인 김이라 놀리지 않았었냐?]
정인 김.
북한의 독재자.
MK가 3대 서버 중 최약국인 북미 서버에서 최강자라며 거들먹거린다 해서 붙여진 별명이었다.
[뭐 십새꺄? 우리 캡틴 아메리카한테 뭐라 했냐?]
[저 하이드라 앞잡이새끼]
[헤일 하이드라 말고 헤잍 하이드라 해 봐 개자식아]
하지만, 지난 며칠 사이.
MK는 한심한 독재자에서 국민 영웅이 되어 있었다.
그녀가 한국 서버의 최고를 차지함으로써 북미 서버의 위상을 드높일 가능성을 보여주었기에.
국뽕에선 그레이트 어메리카조차도 자유롭지 못했던 것이다.
[저게 씨발 정말로 BEHANGI의 나라의 정글이 맞냐?]
[농담 아니고 월남전 참전한 우리 할머니가 더 정글을 잘 돌겠는데?]
[진짜로 데려오진 마라 노친네 저 새끼 하는 거 보여주면 졸도할 수도 있으니까]
[월남전의 악몽조차 견뎌낸 위대한 영웅도 저 새끼 지랄하는 꼴은 버틸 수 없을걸]
그러니만큼.
그런 MK의 행보를 방해한다고 느껴지는, 'MK의 정글러'들에 대한 비난 여론은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었다.
보통 같았다면-
[근데 저 숨컷이라는 새끼는 뭔데 저렇게 설치는 거야?]
[맨날 정글 덕분에 이기면서 주둥이를 가열차게도 털어대는구만]
마찬가지로 그런 정글의 수혜자로.
'부당하게' MK와의 승부에서 승리를 거두는 숨컷에게도 역시 비난의 화살이 향해졌겠으나.
[근데 내가 정글이어도 적 미드가 숨컷이면 져주고 싶을 것 같긴 해]
[ㄹㅇ ㅋㅋ]
[땅딸만한 계집년 VS 섹시한 청년 생각할 것도 없지]
[성격도 귀엽던데? ㅋㅋ]
[니들 그거 들었어? 숨컷 1위 도전하는 동안 기부 목적으로 모금 진행하고 있다던데]
[세상에 성부님 납셨구만]
[TC1이랑 팀BAY도 참가한다던데?]
[그래서 숟가락 얹으려고 따라 하는 년들 꽤 되잖아]
[아 젠장 페이스도 그렇고 저런 게이머들은 왜 다 한국이 갖고 있는 거야?]
[저스틴 러버랑 바꿔주면 안 되나?]
[러버를 주고 페이스랑 숨컷을 달라 하자고? 한국이 북한중국이랑 손 잡고 주한미군 김치로 익사시키지나 않으면 다행이겠군]
게임을 진심으로 좋아하며 잘하기까지 하는, 성격 털털한 미남이라는 판타지에선.
그레이트 어메리카의 여성 게이머들도 자유롭지 못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현재 북미 서버에선 MK에게 지지가.
숨컷에겐 호감이.
그리고, 'MK의 정글러'그들에게 비난이 집중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었다.
날이 갈수록 그 경향은 더욱 짙어져.
MK와 숨컷의 대결이 마무리되기 직전인 지금에 이르러선, 가히 혐한에 가까운 정서마저 형성되고 있었다.
[농담이 아니라 저 개자식들 진짜로 일부러 저러는 것 같은데?]
[내 말이]
[MK가 외국인이라 일부러 저러는 건가?]
[외국인이 1위 못먹게 하게]
[더럽네 지기미]
지금까지 MK와 숨컷의 전적.
6승 3패로, 숨컷이 6승이었는데.
그 5승은 전부, 정글 차이로 인한 것이었기에.
'MK의 정글러'들이, 일부러 외국인인 MK의 1위 등반을 방해하는 거라는 의견까지 나온다.
북미 유저들이 '국가'라는 이름으로 뭉쳐졌기에 일어나는, 소위 국뽕이라 불리는 현상이었다.
로를 몬테 또한 그러한 경향에 대해서 파악하고 있는 바였다.
그녀는 숨컷과 MK의 리플레이 영상들을 하나하나 분석했다.
그렇게, 'MK의 정글러'들을 '패배의 정글러'들이라 힐책했다.
'숨컷의 정글러들을 '승리의 정글러'들이라 찬미했다.
그럼으로써 MK를 패배한 승리자라.
그녀가 결국에 승리하리라 추켜세웠다.
이는 비단 국뽕 시류에 편승한 결과는 아니고.
몬테 또한 정말로 그렇게 느껴서다.
숨컷의 교묘한 의도는 MK조차 겨우 눈치 채려다 실패한 수준이었기에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렇기에 몬테는 숨컷의 승리, MK의 패배를.
둘의 승부를 [정글차이]라 여겼다.
북미 리그의 대표 해설자, 자타공인 겜잘알이라 할 만한 몬테의 발언을 등에 업은 북미 서버들의 기세는 더욱 등등해져.
인식의 양극화가 심화되어 그들이 느끼는 MK와 숨컷의 격차는 더더욱 벌어지려던 찰나였다.
LKL의 해설은 기본적으로 캐스터 한 명과 해설자 두 명으로 구성된다.
그리하여, 각 리그마다 두 명의 대표 해설가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LKL에 강힌준과 이운무가 존재했다면.
LUL에는 로를 몬테와, 론 자라니카가 존재했다.
론 자라니카가 방송을 켰고.
북미 유저들은 그녀에게도 몬테에게 했었던 이야기를 꺼냈다.
같은 미국인인 자라니카에게서도, 당연히 원하던 반응을 들을 수 있을 줄 알고.
"내 생각은 좀 달라."
허나 아니었다.
자라니카는 평소 해설할 때처럼 외곬적인 태도로 자신의 생각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첫 번째 게임.
몬테는 MK가 압살하다가 정글차이로 인해 졌다 한 게임.
"여기 보면, 초반 숨컷이 캐릭터 상성 상 밀리는데도 꽤 안정적으로 맞서는 걸 볼 수 있지. 그런데, 이때부터 갑자기- 뭐라고 해야 할까. 그래."
그 게임에 대해서 자라니카는 그렇게 운을 뗐다.
"잘만 쓰고 있던 방패를 집어 던졌다고, 비유하면 적절하겠군. 숨컷이 방패를 버림으로써 의도한 것? MK의 적극적인 공격을 이끌어 내는 거야. 그리고 그 공격을 받아내는 거지. 대미지가 축적되지만, 치명상은 피하면서 체력을 온존하는 거지. 반면에, MK를 봐. 대미지가 하나도 없을지언정 체력이, 마나가 하나도 없잖아?"
게다가.
"보면, 숨컷 쪽의 미니언이 계속 밀리다가 여기에서 갑자기, 다시 미는 쪽이 되는데.
거기에 딱 맞춰서, 근처에서 정글 교전이 일어나지."
자라니카는 그렇게 모든 게임을 분석하고 난 뒤 자신의 의견을 정리했다.
"매 게임마다 너무 딱딱 맞아 떨어지는데. 이 모든 게 과연 우연일까? 난 아니라고 봐."
[그래서 정글 차이가 아니라고?]
[정글이 게임을 박살내는 거 다 봐 놓고도?]
"맞아, 정글 차이. 그런데 내 말은. 그 정글 차이를 누가 만들었느냐는 거지. 내가 보기엔, 숨컷이야. 숨컷이 제 한 몸 희생해서, 정글을 위한 그림을 그린 거라고. 그러니까 결과적으로는, 정글 차이이되, 정글 차이라 볼 수 없는 거지."
즉.
MK가 숨컷에게 패배한 건 정글 차이 때문이 아니라, 순수하게 실력이 부족해서였다.
자라니카는 해설가로서 객관적인 의견을 말했을 뿐이다.
MK는 일개 유저일 뿐이다.
전혀 문제될 게 없었다.
MK가 현 국뽕들의 구심점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국뽕들은 자라니카의 의견을 부정한다.
메신저인 그녀를 공격함으로써 말이다.
그녀의 미튜버와 SNS가 초토화됐다.
국뽕들은 자라니카를 헐뜯기 위해, 그녀의 라이벌인 몬테를 띄워준다.
몬테 또한 그 상황을 즐겼다.
"하여간 그 친구, 힙스터라니까? 맨날 역 배당으로 승리 팀 고르질 않나. 명장 병 비슷한 게 있다고 볼 수밖에."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국뽕들은 레오레 북미 서버 유명인들을 대상으로 투표를 실시했다.
MK의 편인 몬테가 옳은지.
숨컷의 편인 자라니카가 옳은지.
분위기가 분위기인 만큼, 당연히도 몬테에 대한 지지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자라니카의 게임 보는 안목은 해설가로서의 자질이 의심될 정도다.
MK가 북미 서버를 증명함은, 곧 자신들이 증명 받음이다.
솔랭 네임드 유저들은 만장일치로 몬테를 선택했다.
프로들 또한 마찬가지로, 몬테를 선택했다.
[자라니카 새끼 이 쯤 되니까 불쌍하네 ㅋㅋ]
[에휴 한심한 것 ㅋ]
몬테에게 수백 표가 쌓일 동안, 자라니카는 단 한 표도 얻지 못했다.
그게 현재 북미에서 MK와 숨컷의 입지.
평가였다.
그렇기에.
그들은 경악했다.
자라니카가 얻은 첫 표에.
북미의 페이스라 불리는 비엑스.
그녀가 투표 종료 직전에, 자라니카에게 투표한 것이다.
수백 장의 표 보다 가치 있는 한 표.
그를 시작으로, 모든 게 바뀌려 하고 있었다.
결전의 날이 찾아왔다.
아주 확실하게.
숨컷과 MK이, 그간의 정글러를 바꿔 게임에 임하게 된 게 아닌가.
정말로 '정글 차이'인지 확인할 수 있는 확실한 해결책.
현시점 몬테의 시청자는 3만에 달하는 반면에.
자라니카의 시청자는 고작 200명 남짓인 시점에서 첫 게임이 시작됐다.
숨컷 팀의 정글은, 가장 큰 비난을 받고 있는 '첫 번째 게임 패배의 정글러'였다.
MK 팀의 정글은, 가장 큰 찬사를 받고 있는 '첫 번째 게임 승리의 정글러'였고.
그런 상태에서, 오늘의 첫 번째 게임은.
그 때의 첫 번째 게임과 같은 양상으로 흐른다.
숨컷이 라인전에서 MK에게 밀리는 것이다.
그렇게 북미 유저들은 예상한다.
이 상황을 망쳤었던 정글이 뒤바뀌었으니.
이 상황이, MK의 공세가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라고.
그런데-
[뭐야?]
[아니 시발 쟨 또 왜 저래]
그때처럼 극단적인 상황은 나오지 않는다.
허나, 언젠가부터 자연스럽게.
정글의 격차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숨컷 팀의 '패배의 정글'이.
MK 팀의 '승리의 정글'을 압도해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승리의 정글이 패배의 정글을 상대로-
<패배!>
첫 번째 게임.
가장 인정받는 '숨컷의 정글러'이자 '승리의 정글러'였던 정글은.
MK의 팀이 되자 '패배의 정글러'가 되었다.
반면에, 가장 무시당하는 'MK의 정글러'이자 '패배의 정글러'였던 정글은.
숨컷 팀이 되자 '승리의 정글러'가 되었고.
국뽕들이 생각하기에 실로 모순적인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부정한다.
우연이라고.
다음 게임은 다를 것이라고.
허나 다르지 않았다.
'두 번째 승리의 정글러'는 MK의 정글이 되자 '패배의 정글러'가 된다.
'두 번째 패배의 정글러'는 숨컷의 정글이 되자 '승리의 정글러'가 된다.
또 다시.
또 다시.
비록, 숨컷이 게임에서 패배할지라도.
숨컷의 정글만은 승리한다.
MK의 정글만은 패배한다.
그렇게 게임 한 판 한 판이.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글자를 하나씩 지워갔다.
[정글 차이]라는 단어에서 말이다.
그렇게, 더 이상 그들의 머릿속에 [정글 차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게 되었을 때.
로를 몬테의 방송에서는 고작 500명이.
론 자라니카의 방송은 무려 3만 명이.
다가온 마지막의 마지막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치킨킹치킹 - 1688점>
* * *
"시발…."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정글 차이]라는 단어가 사라졌다.
하지만, MK에겐 아직이었다.
거의 다 왔는데.
이대로 끝날 수는 없었다.
그녀는 사라져가는 그 단어를 악착같이도 붙잡아 두고 있었다.
붙잡아 둘 수 있었다.
어쨌거나 오늘도 역시 게임을 캐리한 건 정글이었기에.
자신은 그들이 개입하기 전까진 숨컷을 압도하고 있었기에.
끈질기게도 그리할 수 있었다.
그걸 숨컷이 모를 리가 없었다.
숨컷.
그는 모든 정글의 오명을 벗겨주었다.
이제, 한 명만 남았다.
바로, 본인이었다.
자라니카는 말했었다.
MK를 상대할 때의 숨컷은, 방패를 일부러 집어 던져.
제 한 몸 희생하여 정글을 위한 그림을 그리는 것 같다고.
마지막 게임.
자라니카는 숨컷을 보고-
'역시.'
라 생각하며.
그의 플레이에 대해 해설하기 시작했다.
이번 게임.
숨컷은 방패를 일부러 집어 던지지 않는다.
제 한 몸을 희생하지도 않는다.
그가 그리는 그림은, 순수이 자신 만을 위한 그림이었다.
그에 사람들은 확실하게 깨달았다.
숨컷.
그가 여지껏 얼마나 비효율적인 방식을 채택하고 있었는지.
그가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었는지.
그는 제 손바닥 위에 두고 갖고 논 것이다.
MK를.
아니지.
그간 만났던 네임드들.
장인들.
프로들.
모두를 갖고 놀았다.
즉.
솔랭 자체를 갖고 논 것이다.
차원이 다르다.
사람들은 실감했다.
이게 페이스와 하이로드.
두 정점이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한 수 접어줄 수밖에 없었던 남자-
아니.
플레이어구나.
그렇게 경악 속에서.
북미의.
대한민국의.
전세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승리!>
<중단 칼날 - 1, 658점>
<치킨킹치킹 - 1, 702점>
새로운 왕이 탄생했다.
"후…."
이례적인 집중에 빠졌었던 그가 현실로 되돌아왔다.
무표정했던 그의 얼굴에 특유의 다시금 특유의 능청스러운 분위기가 감돌기 시작한다.
그렇게, 특유의 표정을 지은 그가 캠을 향해 당당하게 선언했다.
"미드 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