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 머선일이고
"정글 유 뻐킹 이디엇!"
그녀의 입과 손이, 정글을 탓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숨컷을 상대로 라인전을 뜻대로 이끌어 나가고 있었는데, 정글의 실수가 모든 걸 망쳤다.
그게 MK의 입장에서 느낀 현 상황이었기에.
[너 정글 설마...? (한국어)]
[수, 숨하? (한국어)]
[PUTOE : 아 ㅋㅋ 정글쉑 이걸 MK를 담궈 버리네(한국어)]
[조컷쉑 이걸 간첩을 심어놓네 ㄷㄷ(한국어)]
[우린 MK시점에서 보는 거니까 간첩이 아니라 온첩이라 해야 하는 거 아님? ㅋㅋ(한국어)]
[지금 죽어 있으니 오프첩임(한국어)]
[한 명 더 있으면 첩스틱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한국어)]
[선생님그런드립은도대체어디서배우시는겁니까풍둔개꿀잼술에제가풍차가되어버려공중제비를멈출수가없습니다(한국어)]
[한국인들 뭐라 하고 있는 거야?]
[PUTOE : 나 한국인인데 방금 전 상황에 대한 심도 깊은 토론을 나누고 있는 중임]
[역시 김치 게이머 ㄷㄷ]
[그래서 방금 전 상황 어떻게 봐 우리 김치워리어]
[PUTOE : 우리도 정글이 해냈다고 생각해 인디언학살자]
[미드 압도하고 있었는데 망했네]
[멍청한 한국 정글이 다 시발 망쳐버렸네]
시청자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MK가 숨컷을 상대로 압도하고 있는데, 정글이 모든 걸 망쳤다.
하지만 실상은 어떨까.
최재훈은 최근 게임에서 적팀 정글을 수차례 만나, 그의 초반 동선과.
플레이 스타일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다.
그기에 아군 정글의 동선을 대입하자.
초반 교전이 일어날 확률이 매우 높다는 판단이 나왔다.
즉, 현 상황은.
MK이 마냥 우연히 일어난 상황이라 여기는 것과 달리.
최재훈이 어느 정도 의도한 상황이었다.
"이런 멍청한 새끼 같으니."
그걸 모르는.
혹은 인정하지 못하는 MK는 가열차게 정글을 비난할 따름이었다.
그리고, 단지 그뿐이었다.
정글에게 분노한 만큼 열과 성을 다해 상황을 수습해 보려 했으나.
현재 게임이 진행되고 있는 최상위 구간, 랭킹40IN에서 5분 더블킬은.
그 더블킬을 취한 포지션의 균형이 무너졌음을 의미했다.
스스로 자생이 불가능할 만큼.
다른 포지션의 도움이 불가피하다.
정글은 붕괴했다.
만약, 붕괴한 게 정글이 아니라 미드였다면.
더블킬을 취한 게 숨컷이었다면 게임은 좀 더 수월했을 것이나.
레오레에서 승리를 거머쥐는 방법은 단순히, 스스로 캐리하는 것뿐만이 아니었다.
캐리를 만드는 것 또한 캐리다.
랭킹 40IN 구간 대 게임의 정글러.
충분한 재목이었다.
치킨킹의 정글킹- 아니, 정글퀸 메이킹이 시작된다.
치킨킹이 키운 정글퀸이 게임을 주도해 나간다.
MK가 지속적으로 그 정글퀸을 막아서려 했으나.
옆에서 보좌하고 있는 치킨킹이 그걸 허락하지 않는다.
그렇게 정글퀸은-
<승리!>
무난하게 게임을 정복하는데 성공한다.
이는 전적으로 치킨킹의 보좌가 있었던 덕분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정글은 애당초 초반 교전에서, 상대 정글에게 패배했을 것이다.
바보 온달과 평강공주.
아니, 평강왕자라 할 수 있다.
허나.
[이판 아깝네]
[그러게 숨컷 압도하고 있었는데 머저리 같은 정글러 때문에]
게임을 바꾼 최재훈의 노림수는 너무나도 절묘했다.
어지간해서 게임 보는 눈이 높은 게 아니라면 알아보기가 힘들 정도로.
그렇게 시청자들에겐 이 게임이.
온달을 키운 평강왕자에 의해 MK가 패배한 게임이 아니라.
평강왕자가 바보온달에게 캐리 받은 게임으로.
MK가 숨컷을 상대로 압도하고 있었으나, 정글 차이에 의해 억울하게 진 게임으로 보인다.
[정글만 멀쩡했어도 MK가 이겼겠는데?]
[쟤가 페이스가 고른 한국서버 1위라고?]
[한국 서버 별거 없구만 ㅋ]
[MK 이 새끼 의외로 한국에서 통하나 본데?]
[그러게]
그에.
'초반에 그거, 설마. 의도한 건가?'
라며.
진상에 다가가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려 했던 MK의 생각이 변한다.
그녀도, 자신이 정글 차이로 인해 패배했다 여긴다.
결과적으로.
게임은 졌으나, 숨컷에게 이겼다고,
[중단 칼날 : JG GAP]
[중단 칼날 : FACE'S PICK?]
[정글 칼날 : LOL]
[정글 칼날 : I THINK U FACE'S BOY FRIEND]
[중단 칼날 : NOOB]
[아아악 ^^ㅣ발]
[저... 저... 막돼먹은 놈을 봤나...]
[유교를 모르는 미개하고 예의없는 민족 답네요]
[ㄹㅇ ㅋㅋ 핵 있으면 뭐 하냐고 삼강오륜이 없는데]
[에잉~ 붕우유신 같은 것]
[아니 졌잘싸의 여지를 주면 어카냐 조컷아...]
[1:1도 이겼어야지]
숨컷의 시청자들 역시, MK의 시청자와 다르지 않았다.
숨컷이 게임은 승리했으나, 승부에선 졌다고 여긴다.
"에반데."
그런 억울한 상황이 최재훈은-
"…응? 잠깐."
생각해 보니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았다.
MK.
익히 들어봤으나 직접 상대하는 건 처음이다.
과연 잘하긴 한다.
하지만, 역시 하이로드 수준은 못 된다.
자신에게 위협적인 수준은 못 된다.
그런데.
[와 근데 MK 잘하긴 한다]
[상성상 MK가 약간 위긴 했어]
[그거 감안해도]
[조컷 라인전에서부터 밀리는 거 첨 보네]
[정글 아니었으면 진짜 몰랐겠누]
[쟤가 북미 1위 맞지?]
[지금 쟤 점수 보면 쟤가 가장 먼저 1위 찍어도 안 이상할 듯?]
시청자들은 그런 MK를.
최재훈에게 있어 그저 좀 번거로울 뿐인 네임드 몬스터를.
레이드 보스 급으로 여긴다.
최재훈에겐 고민이 한 가지 있었다.
자신은 조만간 1위를 달성하게 될 것이다.
아마도 시즌이 종료되기 한참 전에.
시즌이 종료되는 시점의 1위만이, 진정한 1위로 인정받는다지만.
그렇다 해서, 시즌 종료 이전에 찍은 1위에 가치가 없는 건 아니었다.
최재훈의 경우엔.
1위 성공 가능성을 암시하는 등.
현재 진행하고 있는 미션의 성공과, 모금이 합쳐져.
아주 큰 가치를, 의미를 갖게 될 터다.
그런 1위를, 너무 간단히 달성하여 임팩트가 덜할까 봐.
최재훈은 걱정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게.
하이로드와 CSN, 두 사람만이 그의 경쟁자로 평가 받는 실정이었는데.
그들은 숨컷의 한참이나 뒤에 있었으니 말이다.
그들은 저들끼리 피터지게 경쟁하고 있는 실정에.
자신이 이렇게 1위에 달성해 버리면, 어부지리.
빈집털이 따위 등으로 치부되어 의미가 퇴색되는 상황이 눈에 선했다.
그래서, 도대체 어떻게 1위 달성이 임팩트를 주어야 하나 고민하고 있던 와중에.
이 MK가 등장하여, 시청자들에게 자신을 '숨컷의 1위 도전에 있어 크나큰 장애물이 될 재수 없는 레이드 보스' 쯤으로 각인시킨 것이다.
그 MK를 자근자근 지려 밟으며, 1위에 도달한다면?
1위 달성을 아주 다채로워 지리라.
그런 연유로, 최재훈은 방금 전 MK의 행동이 아주 흡족했다.
더군다나.
그녀와의 관계는 1위 달성뿐만이 아니라, 방송 또한 다채롭게 만들어줄 것이다.
[다 모르겠고 일단 게임 서칭 ㄱㄱ]
[리벤지 가즈아]
[나 그새끼한테 복수하기 전까진 못자!!!]
[학원 못가!!]
[공부 못해!!!]
[효도 못해!!!]
[태어날 때부터 복수의 화신이었던 사람들]
"아, 여러분. 진정하세요. 지금 게임 서칭 돌려봤자, 10시 지나가지고 큐도 안 잡힐 거예요."
[빼애애애액!!!]
[정신나갈것가태! 정신나갈것가태! 정신나갈것가태! 정신나갈것가태! 정신나갈것가태!]
[미칠것같애미칠것같애미칠것같애미칠것같애미칠것같애미칠것같애미칠것같애]
"하지만 여러분, 걱정 마세요. 방금 그, 누구였죠? MK? MD?"
[MD ㄷㄷㄷ]
[바로 패드립 박아 버리누]
[화끈하다 화끈해]
[불컷 ㄷㄷ]
[이 집 불맛좀 내네]
"어쨌든 그 자식 1위 도전 중이라고 했잖아요?"
그가 특유의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앞으로, 누구랑 만나겠어요?"
[캬 ㅋㅋㅋ]
[숨컷 더 데스티니 ㄷㄷㄷㄷㄷㄷㄷㄷㄷ]
[내일은 ㄹㅇ;;; 보여주냐 숨컷아?]
[너 믿고 내일 온다]
MK는.
최재훈이 애타게 찾던 '1위가 끝날 동안 시청자들의 관심과 기대감을 지속적으로 이끌어줄 상대'이기도 한 것이다.
필요악.
아니, 필요 빌런 그 자체였다.
시청자들은 그녀를 죽이고 싶어서 참을 수가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최재훈은 그녀가 사랑스러워서 죽을 것 같았다.
"아, 좋습니다. 저 믿고 내일 오십쇼~ 내일 제가, 어? 참치 해체하는 법을 보여주던가, MK 해체하는 법을 보여 주던가 할게. 아, 그나저나. 오늘도 깔쌈~ 하게-"
최재훈이 점수 창을 띄워서 보여줬다.
방금 게임에 승리함으로써, 1200점 대에 도달한 점수가 표기된다.
"100점 조져 버렸구만."
[캬 ㄷㄷㄷ]
[숨컷 적당히 잘해 역겨우니까!!!]
[와 근데 이 기세면 5일이면 1위각 아니냐?]
현재 1위의 점수는 1620점이었다.
모든 게 순조롭다.
최재훈의 얼굴에 자연스럽게 여유로운 미소가 떠올랐다.
찰랑!
-…님이 10,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MK랑 하이로드랑 CSN에 ㅁㅊ 난리 났는데 진짜 1위 가능하시겠어요?
"아~ 자, 여러분. 오늘 페이스 선수가 저 언급해 주신 영상 클립 틀고 싶어서 근질거리셨던 분들. 바로 지금 틀면 됩니다~"
찰랑!
-옛다 님이 10, 000원을 후원헀습니다.
-[CLIP 영상]
"오~ 이렇게 바로~ 자 여러분, 잘 들어 보세요. 페이스 선수께서 뭐라시는지."
영상 안 페이스 선수께선 그리 말하셨다.
숨.
컷.
쓰.
레.
기.
똥.
딱.
지.
주.
겅.
"아니 이건 또 뭐야."
페이스의 말에서 한 음절씩 따와 이어 붙인 것이었다.
[니가 100% 이걸로 깝칠 것 같아서 미리 만들어 뒀다 ㅇㅇ;]
"예지력이라는 피자와 노동력이라는 파인애플로, 파인애플 피자를 만드셨네."
[^^ㅣ발아 할 말이 있고 안 할 말이 있지]
"아~ 꼬우면 고소 해 보시던가~ 어여, 파인애플 피자 만들기 전 재료 버전 틀어 줘 봐요, 현기증 나니까~"
-옛다 님이 10,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CLIP 영상]
이제야 또박또박 말하는 페이스.
-이번 시즌1 위는 그, 숨컷. 그분이 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분한테 지고, 배울 게 참 많다고 느꼈거든요. 아주 잘하시더라고요.
"크~~~~~~~~~~~~~~~~~"
적셔.
최재훈이 소주잔 원샷한 것 같은 얼굴이 되었다.
"취한다~ 취해~ 여러분, 들으셨죠? 페이스가 인정한 남자. 아니, 페이스를. 신을 무찌른 남자."
그가 있는 힘껏 웹캠을 향해 무게를 잡았다.
"이름하여 신살자. 이래도 아직 내가 의심되나?"
[신살자면 선생님 안의 병신부터 먼저 좀 죽이심이]
[제 신포도좀 그냥 포도로 만들어 주세요]
[이름을 한 번 신죽자로 바꿔보시면 안 될까요]
[아 ㅋㅋ 개패고싶네 ㄹㅇ]
[저는 숨메이커를 지목합니다]
[페이스는 ^^ㅣ발 왜 하필 이 새기를 지목해서]
"아~ 그럼 어째. 내가 페이스 이길 정도로 잘하는 걸~ 잘하는 게 죄야?"
[야 근데 언제 페이스랑 겜했었음?]
"그 사람 저 만나려고 저격 이벤트에 참가했었거든요."
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
"글쎄요, 기억이 안 나네."
[어떻게 해야 페이스랑 만난 게임을 기억 못합니까 선생님 붕어의 신이십니까, 붕신]
"아니, 당연히 부캐로 하셨겠지. 어쨌거나, 보셨다시피 저 페피셜 1위 할 남자입니다. 숨컷, 넘사벽, 그 밑으로 하이로드, CSN, MK야.
[숨하씨엠 ㄷㄷ]
[숨넘하씨엠임 ㄷㄷ]
[하이로드를 넘사벽 너머에 두누]
[뒷감당 되냐 재훈아]
그때.
때맞춰 나오는 후원 영상.
-난 솔직히 그분 신경 안 쓰여.
숨컷 어떻게 생각하냐는 말에 따구리, 하이로드가 답한 것이었다.
최재훈은 유쾌하게 피식 웃었지만.
[대리충 새끼 개띠껍네 ㅋㅋ]
[신경 안 쓰고 싶겠지 ㅇㅇ]
[어쩌란거지 ㅈ같은새끼가 ㅋㅋ]
채팅창은 난리가 났다.
현재 최재훈 방의 시청자들 대부분은 모범적인 게이머를 표방하는 숨컷에게 반한 이들이었다.
숨컷을 좋아하는 만큼, 정 반대의 성향을 가진 하이로드를 혐오했다.
"아, 여러분, 싸우지 마세요."
최재훈은 그걸 진화했다.
인터넷 방송 총 시청자 수는 한정되어 있다.
결국 정해져 있는 시청자들을, 방송인들끼리 나눠먹어야 하는 것이다.
하이로드의 시청자들이, 언제 자신의 시청자가 될지 모른다.
그걸 위해서라도, 하이로드와의 대립 수준을 조절해야 했다.
원수가 아닌, 라이벌 수준으로.
[근데 숨컷 님은 하이로드 어케 생각해여?]
"전 일단 그분…."
찰랑!
-…님이 10,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대리한 쓰레기 새끼지 ㅇㅇ
"일단 뭐, 대리를 한 건 당연히 잘못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부분에 대해선 저도 이견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거랑은 별개로, 실력으로만 따지자면 대단하신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몇 년간 한, 중 서버 동시 1위라니. 그런 업적이 누가 또 가능하겠어요."
그렇게 말한 뒤, 엄지로 자신을 가리키며 피식 웃는다.
"나 말고."
[예 일단 너 말고요]
[글킨해 ㅋㅋ]
찰랑!
-…님이 10,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겨우 겜하는 거 가지고 뭔 업적 ㅋㅋ
"마! 나 같은 겜창한테는, 어? 그런 게 업적이야. 내한텐 월드컵, 발롱도르보다 렐드컵이 더 대단해. 뭐, 어쨌거나. 그래서 제가 그분을 어떻게 생각하냐면."
최재훈이 잠깐 동안 말을 골랐다.
그리곤 히죽 웃으며 그걸 꺼냈다.
"이번 시즌은 저한테 질 사람이요."
최재훈이 어중간하게 시청자들을 설득하려 했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일어났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재훈의 대답 회피 의도로 말한 트레시 토크는, 아주 효과적이었다.
[캬 ㅋㅋㅋㅋㅋ]
[뒤졌다 대리충쉑 ㅋㅋ]
[찌찌한쪽 딱대]
숨컷에게 이입하고 있는 그들의 승부욕을 자극함으로써, 증오를 묻어버렸으니 말이다.
그 부정적인 감정을 긍정적인 감정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최재훈은 거기에 박차를 가했다.
캠을 보며 도발적인 표정으로 말한다.
"제가 신경 안 쓰인다 하셨죠?"
피식.
"이제부터 슬슬 좀 쓰셔야 할 겁니다."
며칠 전이면 상상도 못 했을 상황이었다.
하이로드에게 당당하게 트래시 토크를 시전하다니.
최재훈은 무려 하이로드와 대등한 입장이 되었음을 실감하고.
그 성취감에 고양감을 느꼈다.
"어쨌거나 여러분.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로 하겠습니다. 오늘 시청해 주셔서 정말로 감사하고요. 내일도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벨 수 있으면 좋겠다고?]
"서걱!"
<방송이 종료되었습니다.>
"자, 그럼…."
최재훈은 가장 먼저 오늘 방송의 성과를 중간 점검하기로 했다.
가장 먼저, 미튜브 구독자.
어제,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바닥에 내리꽂힌 구독자 상승세가 눈에 선하다.
4천이라니.
현재 구독자 약 32만 명.
멸망전에 참가하기 위한 최소 커트라인은 50만이고.
확정 커트라인은 100만이다.
마음 같아선 100만을 노리고 싶었으나.
시즌 종료, 멸망전 최종 라인업 발표까지 약 3주가량 밖에 남지 않았다.
그 동안 32만에서 100만을 달성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
그럼에도, 최재훈은 목표로 한다.
기대를 한다.
'남은 기간 동안 매일 3만씩 올리면 쌉가능.'
그에겐 기적의 계산법이 있었다.
물론, 스스로도 말도 안 된다는 걸 알기에.
그의 기대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
툭, 하고 던져 보는 정도랄까.
지금 그의 일차적인 목표는 구독자 50만이었다.
1주일 내로 구독자 50만을 달성하여, 골드 배지 획득 자격을 만족하는 것.
그런데.
어제 팍 꺾여 버린 구독자 상승선을.
+4천 이라는 숫자를 봐서 그런가.
솔직히 말해, 불가능할 것 같았다.
1주는커녕.
2주 안에 50만을 찍어도 감지덕지한 심경이다.
그렇게 최재훈이 적당한 기대를 담아 미튜브 채널을 확인했다.
"…어?"
그리곤 아연실색한다.
실시간 인기 급상승 게임 영상 순위에.
숨튜브 채널의 영상이 도배되어 있었다.
실시간 인기 급상승 게임 채널 1위에는.
숨튜브가 당당히 자리 잡고 있었다.
어제, 그가 이 시간에 구독자를 확인했을 때.
그 숫자는 32만 명이었다.
그 32만이, 지금은-
<구독자 499, 664명(전일 대비 +176, 893)>
최재훈이 눈이 꿈뻑였다.
그게 화면 터치라도 되는 양, 화면이 반응하여.
창을 팝업한다.
<축하합니다!>
<구독자 50만 달성!>
"이, 이게 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