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자가 게임을 잘함-250화 (250/361)

250. MK

전세계적으로 레오레의 인기가 옛날만 못하다.

이 현상은 미국을 위시한 서양권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레오레의 몰락은 배틀로얄 게임들의 태동과 어느정도 연관이 있었는데.

그 배틀로얄 게임은 대부분 FPS의 형식을 기반으로 삼았으며.

서양 게이머들은 예로부터 FPS를 추구했으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동양에서는 아직도 레오레가 왕좌를 지키고 있는 반면에.

서양권에서 레오레는 배틀 로얄 게임과 왕좌를 다투는 입장이었다.

어찌 됐건, 여전히 인기는 많다는 소리였다.

2위 아니면 1위라는 것이었으니.

MID KNIFE.

일명 MK은 북미 서버 솔랭의 최강자이자.

영어권 레오레 방송 최고 인기 방송인이나 미튜버였다.

혹자가 말하길- [영어권 클라스 ㄷㄷ]

그렇게 그녀의 구독자는 무려 300만에 달하며.

평균 시청자는 3만을 훌쩍 넘기는 그녀가.

이번 시즌 역시 북미 서버 1위에 등반하는 도중이었다.

[이봐 MK 니가 생각하기엔 1위 서버는 한국이랑 중국 중 어디야?]

"뭐?"

[이번에 LCL이 렐컵 우승하긴 했는데 역시 아직은 한국인가?]

그녀는 그 질문이 아니꼬웠다.

세계 3대 서버는 한국과 중국뿐만이 아니라 미국이 포함되어 있는데도.

당연한 듯 미국이 그 둘 사이에 끼지 못한다고 여기는 듯한 질문이.

사실, 이러한 편견은 오래 전부터 박혀 있었고.

오래 전부터 북미 서버 솔랭의 최강자였던 MK는, 오래 전부터 이러한 선입견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불만이, 해당 질문을 계기로 터졌다.

"한국이고 중국이고, 어차피 다 거기서 거기야 머저리들아."

[뭐? ㅋ]

[꼴에 북미 1위라고 자존심 상하냐?]

"중국 서버, 그 사람 존나게 많은데 한국 서버보다 수준 낮은 쓰레기 서버는 말할 것도 없고. 한국 서버도 솔직히, 페이스 때문에 고평가 된 건데. 정작 걔는 솔랭 별로 하지도 않잖아."

[북미 서버 1위하는 지가 대단하다고 어필하려고 열심히 어필하는 거 봐라 ㅋㅋ]

[니 어차피 한국 서버에 가면 별것도 아닐걸 ㅋ]

"쯧."

그걸 계기로.

MK는 한 가지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된다.

바로-

한국 서버 정복이었다.

그녀는 이를 당연히 성공할 것이라 여겼다.

전 세계 서버가 비슷하다는, 그녀의 의견은 진심이었으며.

그리하여 자신의 수준도 세계 최강이라 생각했으니.

그녀는 한국 전지 훈련 지문이 있는 프로게이머 지인들에게 의견을 구했다.

"솔직히 조빱일 것 같은데, 니 생각은 어때?"

그 지인들이 말하길-

"니 정도면 뭐, 1위 찍을 수 있긴 하겠지."

"당연하지."

그녀가 자신만만해 하려던 찰나였다.

"그런데, 그걸 시즌 종료까지 유지해서 최후의 1위가 되는 건 별개의 문제고."

"뭐?"

"니 그거, 1위 찍고 싶으면 좀 빨리 시작해야 될 거야. 시즌 종료 기간 피해서."

"뭔 헛소리야?"

"한국 서버에, 그 친구 있잖아."

"뭐, 페이스? 걔는 어차피 솔랭에 관심도 없잖아."

"이 친구 아무것도 모르네. 그 사람 말고."

"그럼 뭐, 누구."

"하이로드."

"아."

피식.

"진심이야? 니, 진심으로 나 보고 그딴 대리 출신 벌레년 하나 피하려고. 좀도둑 마냥 슬금슬금 들어가서 빈집털이나 하라는 거야?"

"니 그 논리면, 마이클 타이슨도 결국 길거리 출신 양아치에 불과한 거 알지?"

"조시나 까 잡숴. 그 새끼가 타이슨이면, 나는 알리니까."

"하, 병신. 그래서, 우리 알리께선 계획이 어떻게 되시나. 나비처럼 올라가서, 벌처럼 곤두박질 쳐서 대가리라도 깨지시게?"

'이 새끼들이고 저 새끼들이고.'

마음에 안 든다.

자신의 서버가, 한국 서버에게 안 된다느니.

자신이, 대리 출신 쓰레기에게 안 된다느니.

그녀는 자신을 인정해 주지 않은 이들에게 보란듯 보여주기 위해.

북미 1위에 진행하는 동시에, 한국 1위에 도전한다.

비밀리에.

한국 1위 등반을 방송으로 송출했으면 적잖은 관심을 끌었을 터이다.

그런데 어째서 비밀로 하였는가.

극적인 연출을 위해서였다.

MK는 성공한 방송인이었고, 연출, 퍼포먼스, 쇼맨십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계획은, 꽤 잘 진행되고 있었다.

어제, 그녀는 일부러 북미 서버 1위 달성을 보류했다.

현재, 1400점으로 랭킹 20위권에 있는 한국 계정과 함께 1위를 달성하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그녀가 한국 서버에서 1위 등반을 진행 중일 때였다.

"음?"

페이스가 방송을 켰다.

MK는 솔직히 말해서, 페이스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다.

이는 열등감에 가까웠고, 그렇기에 존경에도 가까웠다.

MK는 못마땅해 하면서도 당연한 듯 페이스의 방송을 시청했다.

-그럼 페이스 센빠이는 이번 시즌 1위 누가 우승하실 것 같나요?

방송에서 누군가가 페이스에게 그런 질문을 한다.

-CSN랑 하이로드 중에.

'CSN? 누구지?'

하이로드와 같이 거론될 정도면 상당히 유명한 플레이어일 텐데, MK는 그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다.

-저는 CSN 그분은 잘 모르겠고….

'뭐, 페이스가 모르는 거면 별 볼일 없는 년일 거니 신경 안 써도 되겠고.'

하이로드 또한 마찬가지다.

페이스는 대리 출신인 벌레를 인정하지 않는다.

자신처럼.

페이스가 솔랭 유저 중 그 누구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MK가 만족과 불만을 고루 느끼는, 묘한 감정에 휩싸여 있던 와중이었다.

-이번 시즌 1위는 그, 숨컷. 그분이 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분한테 지고, 배울 게 참 많다고 느꼈거든요. 아주 잘하시더라고요.

"뭐?"

숨컷?

역시 처음 들어보는 이름.

MK는 즉시 그에 대해 검색해 보았다.

그렇게 숨컷이-

"아마추어 솔랭 유저?"

라는 사실을 알게 된 MK는, 격한 혼란에 휩싸이고.

이내-

분개한다.

옛날.

북미에서 렐컵이 개최되었을 때의 이야기다.

어김없이 렐컵 본선 진출에 성공한 페이스가, 북미 서버에 와서 연습 차.

현지 적응 차.

가볍게 북미 솔랭 1위에 도전한다.

그렇게, 당시에도 북미 솔랭의 챔피언이었던 MK와 자연스럽게 경쟁하게 되었다.

MK는 수 차례 페이스와 부딪혔고.

번번이 패배했으나, 솔랭 시스템상 몇 차례는 승리를 거두었다.

"에이, 내가 페이스 센빠이를 이겼다니~ 당연히 운이지~"

그때의 전율이란.

단언컨대, 그녀가 느껴본 가장 황홀한 순간이었다.

머지않아, 페이스는 1위에 도달했다.

MK의 기록을 가볍게 깨 버리며 최단기간에.

"역시 대단해."

지금과 달리, 페이스의 순수한 팬이었던 MK는.

페이스를 직접 경험하고, 그녀에 대한 존경심이 더욱 커졌다.

-정보에 따르면, 기록을 갱신하며 USA 서버 솔랭 1위를 달성하셨는데.

머지않아, 렐드컵 첫 경기를 끝낸 페이스의 인터뷰에서 그런 질문이 나왔다.

-1위를 도전하며 만난 북미 서버의 플레이어 중, 인상적인 선수가 있었나요?

"오!"

그 질문이 나오자 MK는 심장이 뛰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이름이 나올 거라 기대하고 말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몇 번 만나본 비엑스, 선수가. 기억에 남네요.

-아! 북미의 자존심인 비엑스 선수! 역시! 그리고?

-예?

-예? 아, 그렇군요. 비엑스 선수 밖에 눈에 들지 못한 거군요!

-예, 뭐 아무래도.

"…."

그 인터뷰를 들은 MK는 생각했다.

페이스.

그녀는 결국 솔랭 유저 따윈 인정하지 않는, 같은 프로 유저만 인정하는 편협한 인간이라고.

그 때문에, MK는 페이스를 존경함과 동시에 경멸하게 되었다.

그런데-

지금 저 숨컷이라는 솔랭 유저를 인정한 것이다.

어째서?

패배하고 배울 게 참으로 많다고 느꼈다고?

나한테는?

나한테도 패배했었잖아?

그런데 그런 이야기 안 해 줬잖아?

뭣보다.

쟤도 솔랭 유저잖아.

어째서 인정하는 건데?

MK는 페이스가 느끼기에 숨컷이 하이로드와 자신보다 잘한다는 결론에 도달하지 못해.

결국 그런 결론을 내놓는다.

페이스가 숨컷, 저 '남자'에게 사적인 감정을 갖고 특별한 취급을 해 준 것이라고.

"시발."

MK는 곧바로 방송을 종료했다.

치밀어오르는 실망감.

그리고-

"…."

만약.

이번 시즌에, 자신이 페이스의 예상을 깨고 숨컷을 이긴다면.

숨컷을 지목햇던 페이스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부끄러워 할까?

아니면-

자신이 인정한 숨컷을 이긴 나를 인정해 줄까.

"…."

MK의 1위 달성에 대한 의욕이 더욱 강하게 타올랐다.

그런 그녀가 이내-

"어?"

숨컷을 마주친다.

하필이면 아군으로.

설상가상, 숨컷이 미드고 자신은 정글이었다.

MK는 숨컷이 자신 대신 미드에 가는 상황을, 굴욕적으로 느낀다.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렇게 충돌하게 되고-

[중단 칼날 : 진심이냐? (영어)]

[중단 칼날 : '여기'라고? (영어)]

[중단 칼날 : 니가 나랑 똑같은 급인 줄 아나 본데(영어)]

[중단 칼날 : 눈은 장식이야? 점수 안 보여? (영어)]

"주제도 모르는 새끼."

그녀가 숨컷에게 가진 경쟁심은, 적대감이랑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맹렬해진다.

결국 무산되는 게임.

"후… 시발."

게임이 무산돼도, 그녀의 감정은 무산되지 않는다.

흥분한 그녀는 충동에 몸을 맡겨 그를 추격한다.

'한국의 옐로TV랬나?'

* * *

그렇게 숨컷의 방송에 당도하게 된 MK는, 그를 저격한다.

그리고 성공한다.

적팀으로.

미드 대 미드로.

정면 대결을 할 기회를 성사시켰다.

"오케이."

그렇게 좋아하지만, 사실은 별 의미 없는 승부다.

지금 자신은 정체를 숨기고 있고, 그렇기에 그 누구도 이 승부에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솔랭의 우열은 결국 시즌이 종료될 때의 점수로 갈리니까.

화풀이.

자기만족.

그 이상이 될 수 없는 무의미한 게임.

"잠깐."

이었으나.

문득 떠오르는 아이디어.

페이스는 일거수일투족이 화제가 된다.

방금 그녀는 30만 명 가까이 되는 엄청난 수의 시청자 앞에서 숨컷을 인정했다.

그러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다.

지금, 잠에서 깨어 있는 레오레 유저들은 모두가 숨컷에 대해 알게 되었다 봐도 무방했다.

페이스가, 솔랭 유저 중에서 유일하게 숨컷에 대해 인정한 것을.

그가 이번 한국 서버의 최강자가 되리라 예견한 것을 말이다.

그런 숨컷을.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짓밟아 버린다면?

사람들은 자신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어쩌면 페이스도.

그녀가 미소를 지으며, 한국 서버에서.

중단 칼날 계정으로 처음 방송을 켰다.

[제목 : 페이스, 니도 여자였냐? 페이스의 '남자' 거품 걷어내기 ]

다양한 감정이 담긴 자극적인 제목.

거기에, MK의 기존 압도적인 방송 기반이 더해져 시청자는 단번에 몰린다.

[뭐야]

[이 시간에 웬 일이래? 방종한 거 아니였어?]

[아니 이 코쟁이 새끼 제목 왜 이 ㅈㄹ이냐? (한국어)]

[ㄹㅇ ㅋㅋ 아니 그럼 ^^ㅣ발아 우리 이리가 남자겠냐? (한국어)]

[우리 페이스는 완벽해서 성도 자웅동체야 ^^ㅣ발아 (한국어)]

[서서 눌 수도 있고 앉아서 눌 수도 있는 하이브리드야^^ㅣ발아 (한국어)]

[성이 자웅동체? 성이 네 글자나 됨? (한국어)]

[지가 한 글자 써 놓고 네 글자냐 묻네 ㅋㅋ(한국어)]

[아니 천조국 언니들 앞에서 국제 망신 그만시키고 좀 닥쳐 ㅄ들아(한국어)]

[어차피 저새끼들 다 못알아 들을 텐데 뭔 국제 망신 ㅄ아(한국어)]

[아닌데? 요즘 K-POP 유행해서 K-한국어도 유행해 가지고 알아들을 수도 있는데? (한국어)]

[KㅓK까는 소리좀 그만하시고요 제발 (한국어)]

[그리고 저 새끼들이 선빵쳤잖아 ^^ㅣ발 우리 이리 보고 번식활동도 못하는 내시년이라는데 이걸 가만히 있어? (한국어)]

[그런 말 안 했는데요(한국어)]

[외지에서 만난 동포들이 다 K-ㅄ일 확률이 얼마나 되냐? (한국어)]

[저거 뭐냐? 한국어지?]

[한국인들 뭐라 하는 거야?]

[뭐긴 방송 제목이 이 따위니까 화내는 거겠지]

[그러게 우리도 이렇게 화나는데 한국인들은 오죽하곘냐]

[MK이 머저리 새끼야, 빨리 제목 안 쳐 바꾸냐?]

[이 새낀 도대체 왜 페이스한테 계속 지랄하는 건지]

시청자들은 처음엔 제목의 앞부분.

페이스에게 모욕적인 문장에만 관심을 가지다가.

이내, 뒤늦게 제목의 뒷부분에도-

[근데 페이스의 남자는 또 뭐야?]

[설마 걘가? 그 뭐지? 숨컷?]

[걔 거품을 뭐 어떻게 걷어내겠다고]

[잠깐 얘 지금 게임 화면 좀 이상한데? 뭐지?]

[어 이 새끼 한국섭 하나본데? (한국어)]

[어 뭐야 ㅅㅂ ㅋㅋ 이새끼가 중단 칼날이었어? (한국어)]

[웬 갑자기 한국 서버야]

[머선129? (한국어)]

그리고 현재, 낯선 타국의 클라이언트에서 픽밴 진행 중인 MK의 상황에도 관심을 가진다.

원래는 1위를 달성한 뒤에 밝힐 생각이었지만, 어쩔 수 없다.

MK는 현재 자신의 처지를 설명한다.

북미 1위 등반에 도전하며, 비밀리에 한국 1위 등반에 동시 도전 중이었으며.

현재, 1400점에 20위까지 왔다는 사실을.

[이 새기 방금 뭐라 한거? (한국어)]

[엄상희는 살아있다는데? (한국어)]

[너희들도 김치를 스팸에 싸서 한 번 먹어 보래 강동 스타일 좋아하고 연예가좋다 사랑한대(한국어)]

[한국서버 입국을 허가한다(한국어)]

[저정도면 여권 ㅇㅈ이지 (한국인)]

[명예 한국인도 시켜줄 수 있어 ㅇㅇ(한국어)]

[슈퍼에가서 달러 내미면 한국 화폐인 김치로 환전해주니까 알아 두고 (한국어)]

[김치가 지폐고 마늘이 동전이야 ㅇㅇ;(한국어)]

[뭐냐 대뜸 한국 서버 20위라고?]

[와 근데 20위라고?]

[도대체 언제부터 했길래]

[MK 진짜 한국 서버에서도 통하는 거냐?]

[미쳤는데?]

[정말 한국 서버도 별반 다를 거 없는 건가?]

[이건 그냥 MK가 잘하는 걸수도 있어]

그러자 돌아오는 반응은.

MK가 기대하던 종류의 반응이었다.

인정.

MK는 만족스럽게 미소 지으며.

그 인정을 늘리기 위한 말을 한다.

"니들 지금, 상대 팀 미드가 누군지 알아?"

[설마 진짜 숨컷?]

[그 페이스 센빠이가 인정한 걔?]

"그래. 페이스가 발렸다던 애. 페이스가, 하이로드 제치고 이번 시즌 한국 서버에서 솔랭 1위 할 것 같다던 애."

MK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잘, 봐. 내가 걜 어떡하는지. 페이스가 이번에 틀렸는지 맞았는지."

[오 ㅋㅋㅋㅋㅋ]

[숨컷이랑 미드로 붙는 거냐?]

[페이스한테 깝치는 건 마음에 안 드는데 이건 좀 재밌긴 하겠네 ㅋㅋ]

[마침 숨컷 걔 실력 궁금했는데]

그렇게 페이스가 인정한 이번 시즌 한국 서버 솔랭 최강자가 될 숨컷과.

북미 서버 솔랭 챔피언인 MK의 대결은 시청자들 사이에서.

그리고 리치TV 아메리카 레오레 탭 안에서.

나아가, 북미의 레오레 커뮤니티 전체에서 단번에 화제가 되어.

엄청난 수의 '외국인 시청자'들이 MK의 방송을 통해, 숨컷을 지켜보게 되었다.

본격적으로 픽벤이 시작된다.

MK가 이 게임이 시작되기 전에 전적을 검색해본 바.

숨컷은 암살자 챔피언을 주로 플레이하며, 그 중에서도 텔론을 주력으로 내세웠다.

MK는 텔론을 벤하-

는 대신 더욱 좋은 생각이 났다.

자신의 픽 순서는 숨컷보다 빠르다.

텔론을 벤한다 해도 결국, 카운터 픽을 당할 공산이 높다.

그렇다면.

차라리 이렇게 하자.

상성 상 텔론의 약간 아래에 있는 챔피언을 선택해서, 아예 숨컷이 텔론을 고르게끔 유도하는 것이다.

그렇게 불리한 조건으로 숨컷과의 대결에 임하여-

승리한다.

즉, 확실한 승리를 거두기 위한 계획.

MK는 그에 따른 챔피언을 선택하고, 의기양양하게 숨컷의 픽을 기다렸다.

그런데-

"어…?"

* * *

"하, 이 깜찍 발랄한 새끼 보소."

[헤헤 별말씀을]

"너 뭐야. 뭔데 내 칭찬 가로채 가냐? 10분 내로 칭찬 값 내세요."

[헐]

[근데 저거 ㄹㅇ MK였냐?]

[대박이네 ㅋㅋ]

[속보) 지금 리치TV 아메리카 MK 시청자 7만명 넘어감]

[ㅁㅊ 거기 지금 시차때문에 새벽 아님?]

[아침이긴 해 좀 이른 아침]

[근데 걔 방송 원래 그렇게 많이 봄?]

[나 특파원인데 페이스 때문에 어그로 끌린 것 같다]

[ㄷㄷㄷ]

[와 역시 ㄷㄷ]

[아니 근데 저 새기 저거 픽 뭐냐?]

[그러게 텔론 살려두고 저런 픽을 하네]

[텔론으로 참교육 가죠 ㄱㄱ]

그런 시청자들의 말에 최재훈은 고개를 가로젓더니-

[엥?]

[뭐야]

[머하냐?]

오히려, MK가 선택한 챔피언의 상성 상 약간 아래에 있는 챔피언을 골랐다.

MK의 의도를 눈치 채고-

오히려 MK가 만들고자 했던 상황을 자신이 중간에서 탈취한 것이다.

"이건 또 뭐하는…."

숨컷이 MK의 의도를 대번에 눈치 챈 반면에.

그를 은연중에 무시하고 있던 MK는, 숨컷의 행동에 담긴 의도를 파악하는데 적잖은 시간이 소요됐다.

아무리 그래도, 숨컷은 챌린저 1100점이다.

기본적인 상성에 대해 무지하진 않을 텐데 도대체 왜 저런 선택을?

그러다가 이내 눈치 챘을 때.

"이런 같잖은 새끼가."

격분한다.

숨컷, 그가 자신을 얕보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녀가 이죽거렸다.

그래.

주제도 모르는 새끼.

오히려 잘 됐다.

이렇게 되면, 좋은 조건에서.

위에서.

철저하게 밟아줄 따름이었다.

<게임이 시작되었습니다!>

<미니언이 생성되었습니다!>

철저하게 밟아줄 따름이었는데.

"…."

게임이 진행될수록, 그녀의 얼굴에 가득했던 여유가 희미해져갔다.

분명 캐릭터 상성상적인 면에서도, 실력적인 면에서도 우위에 있는 자신의 뜻대로 라인전이 흘러가야 했는데.

영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런 상태가 교착되다가.

결정적인 상황이 벌어진다.

중단 공격로 근처에서 정글러들끼리의 교전이 발생한 것.

"하필이면 지금?"

전문 용어로 아다리가 구린 상황이었다.

드디어 좀 숨컷의 플레이 스타일에 익숙해졌는지.

그의 빈틈이 보일듯 말듯 하여 본격적인 공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자신의 마나를 대부분 소모하는 대신.

숨컷의 체력을 대부분 소진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 상태로.

스킬 콤보를 연계할 마나가 회복되기만을 기다리면, 라인전에서 완전한 우위를 점하게 될 터였다.

그런데.

지금과 같이 근처에서 정글러간의 교전이 벌어져, 지원이 불가피한 상황이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정글러들이 먼저 교전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드가 지원에 나설 경우.

그 교전의 결과는, 먼저 교전을 진행 중이던 정글을 어느 쪽이 먼저 쓰러트리냐에 따라 갈리는데.

현재, MK에게는 스킬 콤보를 연계할 마나가 없었다.

반면에, 숨컷에겐 마나가 충분했다.

MK는 결국 차선책으로 숨컷의 지원을 방해하였으나.

숨컷은 이 모든 상황을 예측-

아니.

의도라도 하고 있었다는 듯, 물 흐르듯 자연스레 MK의 방해를 벗어났고.

<선취점!>

<더블킬!>

"시발…."

통제 불능 상태에 휩쓸린 MK는 적 정글에게 죽음을 맞이했다.

MK가 지구 반대쪽에 있는 숨컷과, 정반대 되는 표정을 지었다.

게임 시간 5분.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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