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자가 게임을 잘함-249화 (249/361)

249. 중단 칼날 2

중단 칼날은 포지션이 정글로 배정되었음에도, 숨컷이 배정된 미드 포지션의 양보를 요구했다.

숨컷은 정중히 거절했다.

그러자 중단 칼날은, 무작정 미드 챔피언을 희망 챔피언으로 올려놓았다.

그것도 '텔론'을.

이는 축구로 비유하자면.

진영상으로 골키퍼의 자리에 있어야 할 중단 칼날이, 많고 많은 공격수 중.

딱 숨컷을 겨냥해서 그의 옆으로 다가가 선 것이나 다름 없었다.

숨컷에 대한 명백한 도전.

[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컄ㅋㅋㅋㅋㅋ]

[역시 우직한 대나무의 나라 ㄷㄷ 짜장텔론 우직한 거 보소 ㅋㅋ]

[내 알 바 아니고 난 미드 텔론 한타 불만 없제?]

최재훈과 달리, 중단 칼날이 CSN이라 믿고 있기 시청자들 사이에서 뜨거운 반응이 나온다.

[자강두천 ㄷㄷ]

[한 쪽은 천재가 아니라 전채입니다]

그들엔 눈엔 지금 중단 칼날의 행동이.

'유능한 선수의 당돌함'정도로 비춰진 것이다.

[불만 없제? 아니요 불 말고도 없어 보이는 게 많네요 거 ㅋㅋ 양심이라던가 ㅋㅋ 양친이라던가 ㅋㅋ]

[(파랭이가 워~ 하는 이모티콘)]

[라임 보소 ㅋㅋ]

[매콤한 거 보니 라임이 아니라 페페론치노 같은데요 ㅋㅋ]

[중국인이라 기록에서 사라진 역사도 많을걸 ㅋㅋ]

[대나무처럼 우직은 ^^ㅣ발 ㅋㅋ 대가리 우직해 버리고 싶네]

하지만.

지금 숨컷의 방송은 시청자들은 어제 처럼 하이로드의 방송을 보기 전까지 시간을 보내고자 잠깐 들린 그녀의 시청자가 아닌.

순수한 숨컷의 시청자들인 만큼.

중단 칼날이 사실 CSN이든 하이로드든, 결국 숨컷의 다음이었다.

그런 중단 칼날이 숨컷에게 보인 좋게 말하면 당돌하다 할 수 있는, 냉정하게 말하면 무례하다 여길 수 있는 행위를 불쾌하다 여긴다.

[역시 근본없는 대리충새끼랑 물고 빨고 하는 짱깨 새끼 답네 ㅋㅋ]

[ㄹㅇ ㅋㅋ]

[니 그거 줄 잘못스는 거야 ^^ㅣ발아 ㅋㅋ]

[이 짱개 새끼 ㅋㅋ 조컷 뒤에 누가 있는지 알아? ㅋㅋ]

[절대 뒤돌아 보지 마세요 ㄷㄷ 머리 긴 남자가 ㄷㄷ;]

[아 ^^ㅣ발아 나 지금 불 끄고 있는데]

[마! 내가 느그 페이스랑 같이 사우나도 가고 밥도 먹고 어?]

[아 근데 ㄹㅇ 개역겹다 CSN이고 뭐고 짱깨새낃르 남의 나라에서 그만 지랄하고 좀 지들 나라로 꺼졌으면]

그리하여 CSN를 비난하고, 숨컷을 옹호한다.

최재훈으로선 참으로 거시기한 상황이 아닐 수가 없었다.

시청자들이 자신을 옹호해 주기 위해.

애꿎은 자신의 분신(쿠폰 15개 모으면 탕수육 무료)을 비난하는 상황이라니.

거시기하지 않고 확실한 건.

저 중단 칼날의 지랄을 방치하면, 언젠가 자신이 아주 요긴하게 흡수할 CSN의 유명세에 불순물이 섞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걸 막기 위해서라도, 더 이상 녀석의 CSN 사칭을 방치해선 안 됐다.

이는 곧 시청자들이 CSN에게 향하던 뜨거운 기대와 관심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나 다름없었기에 최재훈은 -

'쯧.'

혀를 차며 입을 열었다.

"여러분, 진정하시고. CSN님 그만 욕 해 보실래요? 저놈, 보니까 CSN님 아닌 것 같으니까."

[그걸 어케 알음?]

"어떻게 알긴요-"

제가 L입니다.

아니, CSN입니다 라고 말할 순 없는 노릇이다.

'혹시 모르니 중국어로 말 걸어 봐?'

저 중단 칼날이 중국인이 아니라는 가능성에 걸어보는 거다.

'아니, 안 되겠네.'

하지만 생각해 보니.

지금 자신은 중국어에 능통하다는 걸 밝혀선 안 됐다.

사람들이 숨컷과 CSN의 챔프폭, 플레이 스타일이 상당히 유사함에도 사람들이 둘을 일치시키지 못하는 이유는.

CSN를 중국인이라 믿어서였다.

CSN이 중국인이라 믿는 이유는, 중국어에 능통해서였고.

그런데 여기서, 숨컷도 중국어에 능통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둘을 갈라놓던 벽이 붕괴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저 중단 칼날의 정체를 까발려내야 할까.

이 경우에는 전적을 대조하여 차이점을 일일이 강조하는 게 가장 정확하겠지만.

[전적 보니 맞는 것 같은데?]

[챔피언 폭도 비슷하고?]

아까부터 시청자들이 누누이 말했듯.

중단 칼날과 CSN의 챔피언 폭은 상당히 비슷한 듯했다.

그럼에도.

작정하고 찾고자 한다면 미세한 차이점이 발견될 것이다.

중단 칼날이 CSN를 정말 작정하고 사칭하고자 수작을 부려놓은 게 아니라면 말이다.

그러나.

최재훈은 그 길로 가지 않기로 했다.

미세한 차이점을 일일이 짚어가며 설득하는, 얼핏 구질구질해 보일 수도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길보다.

강렬하고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길을 택하기로 했다.

그가 중단 칼날의 전적을 검색했다.

[미안하다 조컷아 그런데 좋아 전적이 확실히]

[전적은 굉장히 안정적이야]

[부드럽고 연한 전적이네요]

과연 스스로를, 하이로드의 맞수로 인정받은 CSN라 밝혔을 때 시청자들이 의심하지 않고 곧바로 받아들인 만큼.

준수한 성적의 전적.

시청자들이 그걸 보며 오히려 더 헷갈려하고 있자니, 최재훈이 입을 열었다.

"여깄네요. 이 사람이 CSN 아닌 이유."

[여기가 어딘데요]

[아 ㅋㅋ 저기 있네 저 저거 ㅋㅋ]

[어 ㅋㅋ 보인다]

[아직도 못 본 이신들 없제? ㅋㅋ]

[아니 혼자 보지말고 같이좀 보자 ㅅㅂ들아 어딘데]

[기둥 뒤에 공간 있어요]

[매직아이로 봐야 보입니다]

[마음의 눈으로 보시오]

[이게 챌린저가 보는 '각'인가? 아무것도 안 보이네 ㄷㄷ]

[선생님 좋은건 좀 같이 봅시다]

"여기가 어디냐면, 바로 여깁니다."

최재훈이 '여기'를 가르켰다.

[??]

[선생님 뭐하시나요]

[(노랭이가 엄격하게 안경 고쳐쓰는 이모티콘) 어른이 되면 디지털세계로 갈 수 없습니다 숨 선생님이여도 얄짤 없습니다]

무의식적으로 마우스가 아닌 손가락으로.

웹캠 각도상, 시청자들에겐 쟤 뭐하냐 싶은 상황이었다.

"아, 미스테이크."

[얼빠진련... 얼빠진련...]

[속보) 조컷 : 나는 스테이크다]

[하는짓 보니 뇌까지 바싹 익은 게 웰던이네요]

[육즙다빠진련... 육즙다빠진련...]

[빡컷! 빡컷! 빡컷! 빡컷! 빡컷!]

"아니, 여러분이 캠 켜고 방송해 봐. 헷갈릴 수도 있지."

[선생님 알겠으니까 거 ㅋㅋ 마우스로 다시 가르키기나 하십쇼 ㅋㅋ]

[하는 짓 보니 모니터를 처음 보는 원시인일수도 있는데 ㅋㅋ 좀더 친절하게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요 ㅋㅋ]

[우욱끼끽! (거기에 있는 쥐 처럼 생긴 돌맹이를 움직이면 마우스 안의 화살이 따라서 움직여!)]

[원시어 존나 효율적인거 보소]

[세종대왕님 드디어 1 패 ㄷㄷ]

최재훈은 시청자들의 비꼬기에 상당한 꼬움을 느끼고 고집을 부린다.

움직이는 건 마우스가 아닌 웹캠이었다.

웹캠을 들어, 자신이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는 화면을 비춘다.

[아니 ㅋㅋ]

[저기요 미친놈씨 ㅋㅋ]

[안보여 무자식아]

[우리 조컷 삐조또요 ㅋㅋㅋ]

[입삐죽 내민거 봐 ㅋㅋ 무엇을 암시하는 것이지? ㅋㅋ]

[뽀뽀를 조져달라는 것인가? ㅋㅋ]

그러자 최재훈이 다시 캠을 돌려, 주먹을 쥐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비춘다.

[(파랭이가 주먹 쥐고 있는 이모티콘) 함 떠?]

[야 잠만 치지 말고 기다려 봐 ㅋㅋ 모니터에 엉덩이좀 갖다 대게]

[우욱]

[ㅋㅋㅋㅋ 아니 그래서 뭐 어쩌라고 ㅋㅋ]

[뭐 가르키는 건데 ㅋㅋ]

[게임 판 수?]

"예, 맞습니다. 이 사람, 몇 게임 했는지 확인해 주시고요."

[600게임 ㅇㅇ]

"다음은 여기."

승률이었다.

[55%?]

[개쩌는데?]

[ㄹㅇ 지금 저 구간에 600게임만에 승률 55%로 간 거면 ㅆㅅㅌㅊ 아님?]

이해하지 못하고 되묻는 시청자들.

최재훈은 그에 대한 답을 말한다.

입이 아닌 손, 채팅으로.

시청자들이 아닌, CSN을 향해.

[치킨킹치킹 : 너 CSN 아니지? (영어)]

[중단 칼날 : 거짓 아닌 사실]

[중단 칼날 : 그러니까 곱게 양도해라 중단]

[치킨킹치킹 : 니가 CSN면 (영어)]

그렇게 시청자들에게 보란 듯 채팅을 친 뒤, 말을 이었다.

"여러분, 혹시 하이로드 님이 보통 1위까지 평균 몇 게임 하는지 아시는 분?"

[보통 400게임 내외 아닌가?]

"그렇죠. 그렇다면 승률은요?"

[최소 60퍼 내외?]

"예. 그렇습니다. 하이로드 님은 1위에 도달할 때까지 평균 400판에 60퍼 내외죠. 듣자 하니 CSN님은 그런 하이로드 님이랑 마스터 구간에서 막상막하로 피터지게 싸우면서, 하이로드 님한테 자기랑 수준 비슷하다고 인정받았고요. 그런데, 지금 얘 보세요. 승률 55퍼 대인 건 둘째 치고-"

최재훈이 다시 자판을 두들겨, 말을 이었다.

[치킨킹치킹 : 니가 CSN면 (영어)]

[치킨킹치킹 : 600판'이나'하고 아직 여기에 있을 리가 없는데? (영어)]

그 기세를 몰아가서 다시, 말로 전환.

"인정해요. 이 사람 전적, 이쁘네. 게임, 잘할 것 같네. 그런데-"

그리곤 '치킨킹치킹', 자신의 전적을 검색한다.

그렇게-

중단 칼날과는 '급'이 다른 전적을 보여주며 말한다.

특유의 웃음을 터뜨리며 말이다.

"'우리' 숨하 씨한테 비비기엔, 끕이 좀 많이 딸리지 않나 싶네."

그 자신감과 쇼맨십 넘치는 퍼포먼스에 채팅창이 후끈 달아오른다.

[숨하씨?]

[설마 숨컷>하이로드>CSN?]

[아니 ㅋㅋㅋ 지를 처음으로 놓네 ㅋㅋㅋㅋㅋㅋ]

[옵빠나죽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따지자면 헛점이 많은 논리였다.

그러나.

이성은 아주 쉽게 감성에 의해 마비되곤 한다.

방금 숨컷이 보여준 퍼포먼스는.

숨컷의 시청자들로 하여금, 이성을 마비시키기에 충분한 매력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누구도 그 헛점에 대한 지적을 않는다.

그저 숨컷에게 한 층 더 두터워진 열광과 지지를 보낼 뿐.

완만한 상승 곡선을 그리던, 방송국 '팔로우' 와 미튜브 채널 '구독자' 그래프가 지금, 위로 크게 꺾였다.

그렇게 최재훈은 이, 무수히 많은 유입 시청자들 중 자신의 고정 시청자가 늘어났음을 느꼈고.

그렇게 중단 칼날은 더이상 CSN이 아니게 되었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의 관심과 기대를 불러 일으키던 CSN가 더 이상 없음에도.

방송의 분위기는 식지 않고 여전히 뜨거웠다.

[아니 그럼 저 새긴 도대체 머임? ㅋㅋ]

[자신이 CSN인줄 아는 정신병자 ㄷㄷ]

[아니 사칭이었던 거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뭔 챌린저가 마스터를 사칭하누 ㅋㅋ]

[현대판 거지와 공주 ㄷㄷ]

[ㄹㅇ 골때리는 새끼네]

[두둥탁]

방금 전 최재훈의 퍼포먼스로서 CSN라는 강력한 적수 대신 새로이 부상한 빌런의 존재로 말이다.

* * *

CSN의 부재로 인한 관심과 기대감 저하를 우려하던 최재훈에겐 반갑기 그지없는 상황 속에서.

[저거 도대체 머하는 새기냐? ㅋㅋ]

도대체 뭔데.

랭킹 50IN씩이나 돼서, 굳이 다른 사람을 사칭하느냐.

도대체 뭔데.

랭킹 50IN씩이나 돼서, 저리도 무분별하게 행동하냐.

새로운 빌런을 향한 관심이 커져가고 있을 때였다.

최재훈의 방금 발언이 자존심에 꽤 깊숙히 박혔는지.

중단 칼날이 어눌한 번역체를 버리고, 외국어로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 뭐야]

[저새끼 뭐라는겨]

[점마 중국인이라 안 했나?]

중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최재훈은 중단 칼날의 말을 대신 해석해 주었다.

[중단 칼날 : 진심이냐? (영어)]

[중단 칼날 : '여기'라고? (영어)]

[중단 칼날 : 니가 나랑 똑같은 급인 줄 아나 본데(영어)]

[중단 칼날 : 눈은 장식이야? 점수 안 보여? (영어)]

"라네요."

[ㅁㅊ? ㅋㅋ]

[조컷 영어도 할 줄 암?]

[선생님 좀 낯서네요]

[너 누구야!]

학교를 자퇴할 때.

그래도 영어만큼은 놓지 말라는 부모님의 가르침 덕분이었다.

"아니, 여러분!"

그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머리란 게 있으면 생각을 해보세요!"

[이분 갑자기 왜 이럼]

[갑자기 웬 급발진]

[머임 왜 갑자기 화난 거]

"상식적으로 제가…."

그가 캠을 향해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못하는 게 있겠어요?"

[정신병ON]

[아 ^^ㅣ발 ㅋㅋㅋ 진짜 뭔 ㅋㅋ]

[유입 분들 아시겠죠? 동물원 동물들한테 먹을거 함부로 주면 안 되듯 이 새끼한테는 함부로 사랑을 주면 안 됩니다]

[아니 이 사람 ㅋㅋ 캐릭터 묘하네]

[유입들 기강 씨게 잡내 ㅇㅇ;]

[개지랄 참는 걸 못하잖아 숨씨]

[숨컷 선생님부터가 상식이 없는 새기신데 어떻게 선생님에 대해 상식적으로 생각합니까]

[근데 저 사칭범새기 다시 보니 점수가 높긴 하네]

중단 칼날의 랭킹은 20IN으로서, 현재 숨컷과는 20위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으나.

점수는 1400점 대로, 1200점을 앞두고 있는 숨컷과는 약 200점이 차이 났다.

명백하게 숨컷보다 높다.

허나 그걸로 권위를 내세우기엔-

[숨컷 하루에 100점씩 올리니까 2일이면 따라잡겠구만]

[ㄹㅇㅋㅋ]

지금 숨컷의 기세가 너무나도 맹렬하다.

시청자들의 멸시 속에서 중단 칼날이 무게감 없는 말을 이었다.

[중단 칼날 : 그러니까 주제 파악하고]

[중단 칼날 : 미드 내놓고 캐리나 받지?]

그에 최재훈이 답하길-

[치킨킹치킹 : 내 전적 보면 알겠지만]

[치킨킹치킹 : 내가 캐리해 주는 건 익숙해도]

[치킨킹치킹 : 캐리 받는 건 좀 낯설어서]

[치킨킹치킹 : 반면에 니는 전적 보니까]

[치킨킹치킹 : 캐리 받는 거 익숙한 것 같은데 ㅋ]

"유노왓암생?"

[(파랭이가 워~ 하는 이모티콘)]

[찢었누 ㄷㄷ]

[짖는 것 만큼 찢는 것도 잘하시는군요 선생님 역시 ㄷㄷ]

[개컷! 개컷! 개컷! 개컷! 개컷! 개컷! 개컷!]

그렇게 딜교가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와중이었다.

"아니, 이 십새?"

순서상 최재훈보다 빠른 중단 칼날이.

그냥 냅다 텔론을 선택해 버리는 게 아닌가.

[치킨킹치킹 : 진심이냐?]

[치킨킹치킹 : 니가 인간새끼가 아니란 건 한 눈에 보고 알았지만 그렇게 당당하게 트롤 커밍아웃을 조진다고?]

[치킨킹치킹 : 투 미드?]

투 미드는 포지션을 무시하고 중단 공격로에 서는, 명백한 트롤 행위였다.

랭킹 50IN 구간에서 트롤 행위라니.

이쯤 되면 최재훈과 시청자들은 신선함마저 느낀다.

[이 구간에서 트롤을 다 보네 ㄷㄷ]

[ㄹㅇ ㅋㅋ 첨보네]

[근본 없는 수준이, 근본이 넘치네 ㄷㄷ]

[무근본의 근본 ㄷㄷ]

[중단 칼날 : 투미드는 무슨]

[중단 칼날 : 니 말 대로 정글 가 줄 거니까]

[중단 칼날 : 고마워 해라]

텔론은 미드에 특화된 챔피언이었다.

즉.

지금 중단 칼날이 하는 짓은.

골키퍼 주제 공격수인 숨컷의 바로 옆에 서 있으면서

"이 상태로 골키퍼 할 건데?"

라고 말하는 격이었다.

"하, 이 새끼를 어쩐다."

아군이 작정하고 '내 원하는 대로 할 거임 아님 트롤 함. 수고링.'을 선언한 이상 할 수 있는 건 극히 한정된다.

첫 번째는, 트롤을 할 바엔 그냥 원하는 대로 하게 내버려 두는 것.

미드를 양보하는 것이었다.

'저런 이기적인 새끼랑 이 구간 대 게임 하느니 시발, 처음 보는 사람들이랑 스타 입구 막기를 하고 말지.'

허나, 그렇게 미드를 양보한다 해도.

워낙 수준이 높아져 팀원들의 영향력이 커지는 이 구간대의 게임이, 저런 이기적인 팀원들 데리고 멀쩡하게 돌아갈 확률은 극도로 낮았다.

결국 최재훈이 선택될 수 있는 선택지는 한정되고 또 한정되어 한 가지만 남는다.

닷지를 하여 게임을 무산시키는 것이었다.

'하….'

오늘은 이미 수 차례 닷지를 한 탓에.

지금 닷지를 하면 무려 점수 10점 차감에, 게임 대기 시간 30분이라는 페널티를 안게 되는데.

그럼에도 어쩔 수 없었다.

최재훈이 눈물과 시발을 머금고 총대를 메-

[마오과 YI : 저 쓰레기 새끼]

려던 찰나였다.

"엥?"

게임이 무산됐다.

다른 누군가가 닷지를 한 것이다.

이내-

찰랑!

찰랑!

-마오과 YI 님이 100,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행복해라...

-식물닝겐 님이 50,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후... 사랑했다

후원을 통해 밝혀지는 전말.

숨컷의 팬임을 자처했던 두 네임드 듀오가 대신 닷지를 해 준 것이었다.

"아이고~"

최재훈이 반색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우리 마오과이 님이랑 식물닝겐 님!!! 이렇게 감사할 수가! 윽!"

그가 갑자기 얼굴을 와락 찌푸리며 가슴을 부여잡았다.

"가슴이…."

[갑자기 흥분해서 심장에 무리왔나]

[ㅁㅊ 어떡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느냐 유입들아...]

"가슴이 찢어진 것 같아요…. 우리 두 분이랑 게임을 못 하게 돼서 속상해 가지고…."

[어김없이 정신병이었고]

[아니 근데 ㅋㅋ 15만원 리액션 개혜자네 ㅋㅋ]

[ㄹㅇ ㅋㅋ 600만원 받았을 때보다 더 좋은데?]

[600만 원보다 게임 점수 10점이 더 감사한 새끼 ㄷㄷㄷ]

[ㄹㅇ; 겜창 그 자체고]

아예 과장은 아닌 게.

지금 그는 정말로, 600만 원을 후원받았을 때보다 기분이 더 좋아 보였다.

그가 웃으며 말했다.

"아, 어쨌든. 정말로 감사합니다, 두 분!"

-마오과YI 님이 50,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헤헤 친추하면 받아주시나요?

"아, 해! 한없이 해! 다 받아줄게!"

-식물닝겐 님이 10,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오예

"아, 그리고 여러분. 보셨죠? 식물닝겐 님과, 마오과이 님. 이 두 분이 이렇게, 어? 뭐라 해야 하지, 아무튼 아무튼입니다! 어! 이 두 분 미튜브 채널이랑 방송도 많이 사랑해 주세요!"

[주고 받고 훈훈하네 ㅋㅋ]

[이게 TEAM 이지 ㅇㅇ;]

[ㄹㅇ ㅋㅋ]

[아까 그 짱깨 십새끼는 ㅋㅋ]

[근데 걔 짱깨 맞긴 해?]

[그러게 중국인치곤 영어 ㅈㄴ 잘하던데]

[그렇게 따지면 숨컷도 한국인치곤 영어 ㅈㄴ 잘하잖아]

그렇게 상황이 일단락되려던 때였다.

<게임을 수락하시겠습니까?>

금방 새로운 게임이 서칭 되고, 최재훈은 곧장 수락했다.

[그 쌉새끼 안 보이네]

중단 칼날이 보이지 않았다.

"예쓰!"

이는 엄청난 호재였다.

절대로 아군으로 만나기 싫은 트롤을 피한 걸 넘어서.

플레이어 수가 극도로 적은 랭크50IN 솔랭 환경상-

"이 쌉새끼, 뒤졌다."

적팀으로 배정되었을 공산이 높았기에.

[와 ㅋㅋ ^^ㅣ발 목매여 뒤질뻔했는데 이걸 이렇게 바로 사이다각을 주네]

[제발정의구현제발정의구현제발정의구현제발정의구현]

답답하게 채팅으로 감정싸움을 벌였던 아군을 적팀으로 만나 정면대결이 성사된다.

단언컨데 레오레에서 가장 통쾌하고 자극적인 상황에, 방송의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다.

이제 여기서 게임만 승리하면.

기존 최재훈이 바람이 완벽하게 이루어진다.

성황리에 방송을 종료하여, 시청자들에게 확실한 인상을 남겨주고자 했던 바람이 말이다.

최재훈이 의욕을 불태우던 그때였다.

[그런데 ㄹㅇ 그 새끼 도대체 누굴까]

안 그래도 달아올랐던 분위기에-

[어 잠깐]

기름이 부어진다.

[ㅁㅊ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실환가]

채팅창이 떠들썩해진다.

[중단 칼날 그 새끼-]

의 정체를, 몇몇 시청자들이 깨달은 결과였다.

그렇다면 도대체, 그 몇몇 시청자들이 중단 칼날의 정체를 어떻게 깨달았느냐?

리치TV는 한국인들에게 이미 익숙하다.

그러나, 이 리치TV의 경우엔 이야기가 달라진다.

리치TV 아메리카.

미국뿐만이 아니라, 영어권 국가 대부분을 묶는 또 다른 리치TV인 그 곳의 레오레 탭.

한 방송이, LIVE ON이 됨과 동시에 최상단 자리를.

순위권을 차지했다.

비꼬려는 의도 가득 담긴 그 방송의 제목을, 한국의 정서로 해석하자면 이러했다.

[제목 : 페이스, 니도 여자였냐? 페이스의 '남자' 거품 걷어내기 ]

그 방송의 주인.

중단 칼날의 정체.

[중단 칼날 이 새끼 ㅋㅋ]

레오레 3대 서버 중 하나인 북미 서버의 솔랭 최강자라 불리우는-

[MID KNIFE 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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