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8. 중단 칼날 1
최근 며칠간.
최재훈은 방송을 진행하면서 주기적인 허망함과 무기력함을 느꼈다.
방송을 종료할 때쯤-
아니지.
그냥 방송이 진행되던 내내 방송에 흐르던 분위기 때문이다.
그가 방송을 켠다?
[숨하]
[따구리 대기방 ON]
[에피타이저 왔네]
[에피타이저는 ^^ㅣ발아 무에타이저로 패고 싶네]
[그럼 전채요리]
[진작 그럴 것이지 ㅋ]
[선생님 외람되지만 전채요리가 에피타이저입니다]
[어~ ㅋ 그래도 전채요리가 더 보기 좋아~ ㅋ]
[ㄹㅇ ㅋㅋ 전체 요리 같아 보이기도 하고 천재 요리 같아 보이기도 하자너]
[그러면 걍 더 기분좋게 천재요리라 해 주죠]
[천재요리! 천재요리! 천재요리! 천재요리! 천재요리! 천재요리!]
-나 기분 좋게 해 주려면 그냥, 천재라고 불러주면 안 돼?
[요리도 좋은 말이고 천재도 좋은 말이잖아 그러니까 두 배로 좋은 말이지]
[아 ㅋㅋ 좀 봐 주니까 또 또 바로 기어오르는 거 봐 ㅋㅋ 전채요리로 다시 기강 잡아 줘? ㅋㅋ]
[전채요리도 아깝다 ㅋㅋ 넌 역시 애피타이저다]
-흑흑.
자연스럽게 따구리의 이야기로 귀결된다.
그가 훌륭한 플레이를 보이면?
[오~ 숨컷 방금 완전 따구리 같앗어~]
"난 나일뿐이야~ 누구도 나를 대신할 수 없어."
[조까~]
-츄~?
[아니 걍 ㅈ까라고]
-너무하네.
[아니 ㅋㅋ 따구리 같았다고 해 주면 칭찬 아니냐고 ㅋㅋ]
[지금 설마 따구리 같은 대리충새끼랑 비교당해서 기분나쁘다고 생각하신 건가요?]
[방금 거 따구리였으면 펜타킬 땄어 ㅋㅋ]
-적팀 네 명 살아 있었는데요.
[네 명을 다섯 명 같이 죽이면 돼 ㅋ]
-그럼 나도 방금 펜타킬 같은 더블킬 했다고 하면 안 돼?
[그래서 완전 따구리 같다 해 줬잖아 아 ㅋㅋ]
-완전 따구리 같았다를 줄여서 말하면, 딱따구리?
[(노랭이가 정색하고 노려보는 이모티콘)]
[에피타이저 새기 봐주니까 또 또 신나서 ㅋㅋ]
-흑흑 빵 터질 거라며, 재은아.
-방금 완전 최재은 같았어!
-흑흑.
그 자체로 칭찬해 주지 않고 따구리와 비교해, 결국 그녀의 이야기로 귀결된다.
그의 방송이, 게임이 조금이라도 평이해지만-
[아 근데 이 판 보니 전판 그 게임 생각나네 ㅋㅋ]
[아 ㅋㅋ 그거 ㅋㅋ]
[하이따구리 ㄹㅇ 정신 나갔었지 ㅋㅋ]
기다렸다는 듯 화제가 따구리로 전환된다.
그리고 하이로드가 방송을 켜면?
[어 ㅋㅋ 잘 먹고 갑니다 ㅋㅋ]
[이 집 분위기 잘 띄우네 ㅋㅋ]
[거 숨씨 ㅋㅋ 수고했어 이제 들어가]
[본방 ON]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녀의 방송으로 이주한다.
자신이 온몸을 비틀어 쥐어 짜내 모은 시청자들이, 결국엔 자신의 시청자가 아닌 하이로드의 시청자라는 걸 느끼는 상황이 나올 때마다.
최재훈은 참을 수 없는 허탈함을 느꼈고.
그럴 때마다-
상관 없다.
그래도 시청자는 오르고 구독자는 오른다.
이 모든 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던가.
무엇보다.
최후의 승자는 자신일 것이다.
그렇게, 스스로를 달랬다.
허나, 그럼에도 그 허탈함을.
공허함을 다 지우진 못한다.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더라도 자신의 관중들 앞에서 자신의 쇼를 진행하는 게 좋지만.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남의 관중들 앞에서 쇼를 진행한다.
다른 방송인의 본격적인 쇼가 시작되기 이전,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단막극이라고도 할 수 있는 쇼를.
그럼으로써 전자의 경우보다 많은 걸 얻을 수 있다 해도.
방송인이라면 공허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최재훈은 지금 상황이 더는 없을만큼 흡족스러웠다.
그가 훌륭한 플레이를 보일 때
[캬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쳤냐고 황컷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페이스가 인정한 남자?]
[조컷 방금 완전 숨컷 같았어~]
따구리가 아닌 숨컷의 이야기를 한다.
그의 방송이, 게임이 평이해질 때.
[근데 숨컷 님은 텔론만 하심?]
[ㄴㄴ 암살캐들 다 하던데?]
[아 ㅋㅋ 암살캐들 잘하시는구나~ 어쩐지 ㅋㅋ 제 마음도 한번에 암살해가시던데 ㅋㅋ]
[우욱]
[이제 몸 차례다 ^^ㅣ발아]
[아 ㅋㅋ 유입쉑들 말하는 거 봐 ㅋㅋ]
[페이스 픽 되니까 ㅈ반인들 잔뜩 유입된 거 봐 ㅋㅋ]
[하 ㅋㅋ 나만의 작은 조컷이던 시절이 그립네]
[선생님 외람되지만 유입분보다 선생님께서 더 우욱이십니다]
역시 따구리가 아닌 숨컷의 이야기만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이로드가 방송을 켰음에도-
[따구리 방송 ON]
[어쩌라고]
[보러 꺼지던가 무자식아]
[어~ ㅋㅋ 대리충 방송 니들 많이 봐~ 나는 조컷 볼 거야 ~ ㅋㅋ]
[ㄹㅇ ㅋㅋ]
[아 ㅋㅋ 그래서 니들 따구리 페이스 이겨 봤냐고 ㅋㅋ]
[동실력 기준 너구리가 겜하는 거 구경하기 VS 조컷쉑 겜하는 거 구경하기]
[ㄷㅎ지 ㄹㅇ;]
숨컷 방송은.
숨컷 쇼는 더 이상, 하이로드 쇼의 일부가 아니었다.
[속보) 숨컷 따구리 시청자 추월]
[컄ㅋㅋㅋㅋㅋㅋ]
[대리충 캍!]
[그렇지 ㅇㅇ;; 이게 빛의 게이머 근본이지]
하이로드 쇼의 명실상부한 라이벌이 되었다.
생존을 위해 버섯처럼 하이로드의 그림자에 빌붙어 기생할 수밖에 없었던.
기존의 상황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바람직한 상황이었다.
[빛의 게이머 숨컷!]
[비치 게이머 숨컷!]
[비치시여...]
사람들이 농담 삼아 빛의 게이머라 말하는 것처럼.
그는 정말로 하이로드라는 그림자에게서 벗어나, 당당하게 빛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보통 같았으면, 가장 그림자가 가장 어둡게 드리웠을 시간.
하이로드라는 달이 뜬 오후 8시.
따구리 <시청자 43, 842명>
숨컷 <시청자 46, 344명>
숨컷의 방송은 더는 없을 정도로 밝았다.
평소 이 시간이 되면 허탈함이 극에 달했다.
모든 유동 시청자들을 하이로드에게 빼앗기고.
심지어는, 고정 시청자들마저 야금야금 빠져나가는 상황.
방송을 진행하면 할수록 제자리에 정체되어 있는.
심지어는 후퇴하는 느낌 속에서.
버틴다.
마지막 2 시간을.
허나.
최재훈은 지금 그 시간을 즐겼다.
따구리 <시청자 44, 269(+427)명>
숨컷 <시청자 46, 995(+651)명>
분명하게 나아가고 있다는.
발전하고 있다는 성취감 속에서.
전날과 비교하자면 더는 없을 정도로 만족스러운 상황.
하지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최재훈은 아쉽다.
[아 TC1 선수들 또 안 만나나?]
[ㄹㅇ ㅋㅋ 이제 어지간한 애들론 눈에 안 차네]
[아까 TC1 SIGHT 이겼다는 거 ㄹㅇ임?]
[아 ㅋㅋ 그 판을 못 봤다고? ㅋㅋ]
[그 판 못 볼거면 인생 왜 삼? ㅋㅋ]
[그 판 못 볼 거면 오늘 방송 왜 봄?]
[방송 절반 손해봤네 ㅋ]
[아 이번이 막판 같은데]
페이스가 방송을 종료함으로써 대량으로 유입된.
하이로드가 아닌 자신의 진정한 시청자들.
그들에게 확실하게 숨컷을 각인시킬 만한 게임을 보여주고 싶었다.
오늘, 페이스의 방송을 보다가 그녀의 언급에 호기심이 동하여 넘어온 그들이.
내일 역시 재방문할 정도의 기대감을 심어주기 위해.
하지만.
SIGHT와의 게임에 대해 전해들은 그녀들은.
상당히 유명한 네임드, 장인들이나.
낮은 급이지만 프로 선수들을 만났음에도 만족하지 못한다.
2시간이 끝나기까지.
방송이 끝나기까지 앞으로 한 게임.
최재훈은 간절한 소망을 담아, 마지막 게임을 서칭했다.
이내, 서칭되는 게임.
일단, 아군.
[오 ㅋㅋ]
[쟤네 그 마오과이랑 자일라 장인 아님?]
[맞네 식물듀오 ㅋㅋ]
천상계의 유명한 네임드 듀오가 포진되어 있었다.
[마오과 YI : 오ㅋㅋ 숨이루]
[마오과 YI : 대박 ㅋㅋ 저 여친단인데]
[식물닝겐 : 숨컷님 이 판 캐리해드리면 친추 받아주시나요? ㅋㅋ]
허나-
[ㅋㅋ 저 새기들 방송 확인했는데 지금 난리 났네]
[숨컷 찐이냐고 ㄷㄷㄷㄷ]
[월클 컷 ㄷㄷ]
[저새기들 꿀좀 빨겠누 ㅋㅋ]
[일단 아군에는 뭐 별거 없네 ㅇㅇ;]
[ㄹㅇ ㅋㅋ TC1이나 BAY 기대하고 큐돌리니 저 둘이 아쉬워 보이네]
지금 시청자들의 눈엔 차지 않는다.
최재훈은 가만히 기도하고 기다렸다.
시청자들에게 확실한 인상을 심어줄 게임을 만들어 줄 플레이어가 부디 적팀에는 있기를.
그러던 그때였다.
"응?"
아군의 정글이 최재훈에게 미드 양보를 부탁했다.
[중단 칼날 : MID PLZ]
영어로.
중단 칼날.
이름부터 어딘가, 영어를 직역한 티가 팍팍 난다.
즉-
[외궈인가?]
[중국인인가 본데]
외국인일 공산이 높았다.
[오 ㅋㅋ]
[뭐지 누구지]
[중국인 프로인가?]
[중단 칼날? 텔론? 설마 CSN 본캐?]
[오 ㅋㅋ]
외국인이라는 사실 만으로,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기대감을 자극한다.
그에 최재훈 또한 덩달아 기대감을 느끼며.
답했다.
[치킨킹치킹 : WHERE R U FROM?]
[중단 칼날 : CHINA]
그 대답에, 시청자들의 기대감이 고조되었다.
중단 칼날이 밝힌 본인의 출신지가-
[오 ㅁㅊ 설마 진짜 CSN 아님?]
그들이 기대하던 인물인 CSN와 같았기에.
[숨컷님 CSN맞냐 함 물어보죠]
[맞으면 쌉레전드 ㄷㄷ]
그에 최재훈은.
CSN는 실소를 터뜨릴 뻔한 걸 가까스로 참았다.
CSN에게, 다른 이를 보고 CSN가 맞냐 물어 보라니.
'이게 힘숨찐의 묘미지.'
찐따는 작금의 상황에 묘한 만족감과 익사이팅을 느끼며.
시청자들의 요구를 따라 주었다.
[치킨킹치킹 : 설마 당신은 CSN입니까? (영어)]
따르면서도.
당연히 아니라는 대답이 나올 것이며.
그에 시청자들이 너무 크게 실망하면 어쩌지, 라는 고민을 하고 있던 와중-
"엥?"
최재훈이 당황했다.
중단 칼날의 대답 때문이었다.
[중단 칼날 : YES]
[와 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진짜 CSN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CSN 본캐라고 저거?]
[본캐도 점수 ㅈㄴ 높나보네?]
[역시 ㄷㄷㄷㄷㄷㄷㄷㄷㄷ]
[하이로드보고 1위 지가 할거라더만 저 계정 이야기였나 ㅋㅋ]
시청자들의 반응이 폭발했다.
"이, 뭔…."
최재훈은 얼탱이가 폭발했다.
지금 그에게 CSN는.
'COTGATEN SORIHANE NUGUSEYO'의 약자였다.
[중단 칼날 : 그러니까]
[중단 칼날 : 부탁한다 MID LANE]
중단 칼날이 어눌한 번역투로 말을 이어갔고.
최재훈이 당황하고 있는 와중 그걸 보고- 감이 잡혔다.
'이 새끼.'
나한테 미드 양보 받으려고 지랄하고 있는 것 같은데?
아직 자기도 이용해 보지 못한 자신의 분신(배달 9천 원부터)을.
웬 듣도 보도 못한 놈이 먼저 이용하다니.
최재훈은 괘씸함을 느끼고 중단 칼날의 정체를 붙잡고 늘어짐으로써 폭로하려 했으나-
[아 이거 어떡하냐 ㅋㅋ]
[미드 함 줘 봐야 하나?]
[근데 숨컷 님 정글 못하시잖아]
[CSN 텔론이 그렇게 기가 맥히다며]
[하이로드가 CSN 한국인이었으면 텔론 원탑 셀리온 뜨지도 못했을 거라던데?]
[근데 솔직히 지금 한국 텔론 원탑 숨컷 아님?]
[ㅇㅈ ㅋㅋ]
[아~ 숨컷은 페이스한테 인정받앗다고]
[아 근데 ㄹㅇ; 궁금하네 CSN가 숨컷 앞에서 텔론 하는 거]
[ㄹㅇ ㅋㅋ 숨컷 평가 너무 듣고 싶고]
채팅창의 뜨거운 반응이 눈에 들어왔다.
스스로가 CSN라 밝힌 저 중단 칼날에 시청자들의 호기심과 기대감이 극에 달한 것이다.
즉.
시청자들은 지금 자신의 방송에서 가장 인상적인 경험을 하고 있다.
그 경험이 길어질수록, 다음 방송에 대한 기대감도 절로 커지리라.
가짜 CSN는 최재훈이 기다리던 '시청자들에게 확실한 인상을 심어줄 게임을 만들어 줄 플레이어'였던 것이다.
그에.
최재훈은 일단 상황을 관조하기로 했다.
중단 칼날의 CSN 사칭을 묵인해 주기로 했다.
그렇다면 이제 어떡해야 할까.
정말로 저 중단 칼날에 미드를 양보해 줘야 하나?
'아니 잠깐.'
그런데, 검색해 보면 플레이하는 챔피언 다 나오는데.
그러면 곧바로, CSN아닌 거 알아볼 수 있는 거 아닌가?
[쟤 검색해 보니까 ㄹㅇ CSN 맞는 것 같은데?]
[ㄹㅇ CSN랑 챔프폭 비슷함 텔론 하고 암살자들만 하는 게]
'허.'
거 참, 전문용어로 아다리가 개 쌉 오지는 상황이 아닐 수가 없었다.
이 쯤 되면 저놈이 작정하고 CSN를 사칭하려고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
어쨌거나, 다시 원래의 고민으로 돌아가서.
중단 칼날에게 미드를 양보할 것인가, 말 것인가.
양보하는 경우, 최재훈이 대신 정글로 가야 하는데.
최재훈은 정글을 할 줄-
어느 정도는 알았다.
워낙에 게임에 해박한 그이며.
그의 변칙적인 플레이 스타일은, 정글 포지션과도 잘 어울리는 것이었기에.
어떡할까.
방송인인 그는 시청자들의 소망에 따르기로 했다.
"여러분 어떡할까요. 얘한테 미드 양보해 줘요, 말아요?"
물으면서도, 그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필시 양보해 달라는 답이 나오리라.
[ㄴㄴ]
[그래도 그건 좀 ㅋㅋ]
아니넹?
[CSN 궁금하긴 한데 ㅋㅋ 아 ㅋㅋ 우리가 CSN 보러 왔냐고 ㅋㅋ]
[ㄹㅇ ㅋㅋ 우린 조컷 보러 온 건데?]
[하이로드가 인정한 텔론 VS 페이스가 인정한 텔론 ㅋ 딱히 볼 거 있나?]
"오…."
어쩌면, 지금 까지 하이로드의 그림자에 묻혀 있었던 걸로 자존감이 꽤 깎여나갔나 보다.
필시 시청자들이 양보하라 할 거라 생각한 이유.
무의식적으로, 시청자들이 자신보다 CSN에 대해 더 기대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아니지.
당장 방금 전까지만 해도 따구리>CSN>숨컷이었으며.
자신의 방송은 하이로드의 방송을 가기 전에 거쳐 가는 쇼였으니.
그러나 시청자들은 CSN따윈 필요 없다 말한다.
숨컷의 플레이를 보고 싶다고 한다.
이들은 정말로 자신의 시청자들이었다.
하이로드도, CSN도 아닌.
아주 오랜만에 느껴보는 종류의 만족감이 기분 좋았다.
최재훈의 얼굴에 자연스레 미소가 번졌다.
[그리고 CSN 정글도 궁금하긴 해 ㅋㅋ]
[ㄹㅇ ㅋㅋ]
더군다나, 시청자들은 CSN가 딱히 미드를 하지 않아도 충분히 흥미롭다고 하신다.
최재훈은 만족스럽게 미소 지으며, 이번에도 역시 시청자들의 소망을 따랐다.
[치킨킹치킹 : SRY]
[치킨킹치킹 : 그건 힘들 것 같아 (영어)]
지금 최재훈이 플레이하고 있는 구간은, 1100점대.
랭킹 50IN이었다.
배려, 존중, 예의를 전설의 푸키먼보다 찾기 힘든 레오레라지만.
상위권 게임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모두가 알만한 최상위 랭커인 그들은, 지금처럼 포지션이 잘못 잡히고.
조율에도 실패할 경우.
자신의 점수를 희생하며 총대를 메고, 닷지를 해서 게임을 취소시키기 마련이었다.
최재훈은 중단 칼날도 당연히 그럴 줄 알았다.
"어?"
하지만, 중단 칼날은 그러는 대신.
희망 챔피언에- '텔론'을 띄웠다.
정글인 주제, 미드 캐릭터인 '텔론'을 말이다.
총대를 메고 닷지하긴커녕.
니들이 뭐라 하던 내 조때로 하겠다는 굳세고도 쓰레기 같은 의지가 명백하게 느껴지는 행위였다.
"이런 상도덕 없는 삽새낄 보았나?"
최재훈은 자신의 분신의 이름을 달고 저 지랄을 하는 것을 용납할 생각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