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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게임을 잘함-247화 (247/361)

247. 빛의 게이머

찰랑!

역대급으로 묵직하게 영롱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TC1 SIGHT님이 5, 000,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ㅁㅊ]

[와 250 치킨 ㄷㄷ]

[역대 최고액 아님?]

[치킨 250마리를 그냥 쾌척하네 ㄷㄷ]

[역시 사이트 클라스 ㄷㄷ]

[너무 화끈해서 500만원 다 타버리겠는데요 ㅋㅋ]

[역시 선물은 현금이지 ㅇㅇ;]

단순무식하게 대단한 그 선물에, 채팅창이 열광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포장지에 불과했다.

=마이 숨컷, 지금 미튜브에 내 방송 켜졌는데 한 번 들어와 볼래?

최재훈이 차현하의 지시에 따라 방금 켰지만, 시청자가 실시간으로 치솟고 있는 그녀의 방송으로 들어갔다.

어김없이, 이마의 흉터를 자랑하기라도 하듯 파란 머리띠로 앞머리를 올린 뒤.

눈과 입을 반달 모양으로 해서 능글거리고 있는 그녀가 반갑게 맞이했다.

"아, 마이 숨컷~ 어서 와. 자, 여기 한 번 봐 주실래?"

그녀가 화면의 구석을 가르켰다.

아무것도 없었다.

"뭐야. 나한테 부족한 게 뭐야. 사륜안이야, 백안이야. 왜 내 눈에 아무것도 안 보여."

그러자 이내.

무언가가 떠올랐다.

모금함이었다.

"사실, 선물이라기엔 좀 뭐 한데. 이번에 숨컷 씨가 하는 뜻깊은 일, 내가 좀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어때, 나 좀 껴 줄래?"

선물의 정체.

바로, 기부 동참이었다.

"오옹?"

SIGHT.

그녀는 국내 3대 원딜러 중 한 명이자.

TC1의 주전이었다.

그 범세계적인 인기 팀인 TC1 말이다.

그녀가 모금에 참가한다?

그녀가 모아다 줄 금액도 금액이지만.

그 화제성은 실로 엄청나겠지.

최재훈이 그녀의 선물에 진심으로 감동을 받으려던 찰나였다.

"아, 아니지."

차현하가 말을 바꿨다.

"아, 뭐야. 줬다 뺐기 없어."

그러자 그녀가 능청스럽게 눈썹을 까닥였다.

"아 걱정 마, 내 마음은 마이 숨컷한테 꽉 붙잡혀 있으니까. 어쨌거나. 뭐가 아니냐면. 내가 방금 말을 잘못했어. 나를 껴 주는 게 아니라-"

그녀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기대를 유발하는 그 표정에 최재훈이 '설마?' 했고.

"우리라고 했어야 했는데."

차현하는 그 '설마'를 했다.

"어떻게, 우리 TC1. 껴 줄래?"

"오브 당근 씨빠 빠따 콜스죠."

최재훈이 흥분해서 냅다 받아들였다.

TC1의 모금 동참이라니.

TC1이 어떤 팀인가.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범세계적인 팀이다.

그런 팀이 모금에 동참해 준다?

모금이 범세계적인 화제성을 띄게 될 공산이 높았다.

판이 몇 배로 커지는 것이다.

"하하, 마이 숨컷 좋아하는 거 보니, 내가 다 좋네~"

"아니 근데 이거. 차 선수가 TC1 구단주도 아닌데, 왜 차 선수가 생색을 내?"

"아~ 가차없는 거 봐. 그런 앙칼진 부분도 사랑스럽네, 응?"

"하, 어쨌든. 이거. 500만 원 후원은 진짜. 하…."

"그렇게 고마워?"

"아깝다. 모금 끝나면 주지."

"뭐? 하하핫! 그러게~ 내가 생각이 짧았네? 아, 그러면 뭐. 모금 끝나면 그때 또 오지 뭐."

"아, 농담이고. 정말로, 감사합니다, TC1이랑, 차 선수."

그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차현하가 이때다 싶어 전력으로 능글거렸다.

"고마우면 나 캠에다 대고, 현하야 사랑해 한 번만 해 줄래~?"

평소 같았으면 헛수작 부리지 말라며 툭 내뱉곤 웃어 넘겼겠으나.

최재훈은 지금, 여러모로 참 기분이 좋았다.

페이스의 지지 발언으로 반등 떡상한 방송.

거기에 힘을 보태준 차현하의 난입.

마지막으로 TC1 모금 동참까지.

그는 취했다.

만족에 취했다.

그가 기세를 타고 마이크에 입을 갖다 대고 말했다.

평소의 장난기 섞인 목소리가 아닌 낮고 깊은 목소리로.

"현하야, 사랑해."

채팅창이 잠깐 멈추더니.

[ㅗㅜㅑ]

[우욱 ㅋㅋ]

[퍄퍄퍄퍄퍄]

[옵빠나주거ㅓㅓㅓㅓㅓㅓㅓㅓ]

[조컷쉑 미쳤누 ㅋㅋ]

[아빠 왜 내 이름은 현하가 아니야?]

[와 목소리 ㅁㅊ다 ㅁㅊ어 ㅋㅋ]

[목소리 까는 거 봐라 ㅋㅋ 목젖에 지건 마렵네]

[와 500만 원짜리 리액션 ㄷㄷ]

폭발할 정도로 달아올랐다.

[임마는 지가 시켜 놓고 표정이 왜 이래 ㅋㅋ]

차현하의 경우에도 똑같다.

자기가 시켜놓고는, 얼굴이 폭발할 정도로 달아올랐다.

평소의 음흉한 그녀라 상상되지 않는 풋풋한 반응.

허나 그것도 잠시.

곧바로, 평소의 그녀로 되돌아와 호쾌하게 웃는다.

"아, 이거 완전 끝장이 나 버렸는데? 마이 숨컷, 너무 사랑스러운 거 아니야? 나도 사랑해~? 그럼 이제, 오늘부터 1일 찬가?"

"500만 원짜리 리액션 끝났으니까. 더 하고 싶으면 추가 입금해요."

"아~ 너무하네~"

그때 그녀가 '아, 맞다' 하며 이야길 전환했다.

"마이 숨컷. 혹시나 해서 말해 두는데. 이거 TC1 모금에 동참하는 거. 우리 이리, 페이스 선수는 미참이다? 뭐 그래도, 나 있으니 상관없지? 하하하."

최재훈의 얼굴이 꽃이 피고 지는 과정을 1만 배속이라도 한 것처럼 시들었다.

"뭐야~ 이 욕심쟁이 같으니. 나 하나로는 부족한 거야~?"

"초밥 시켰더니 밥만 나온 기분이야."

"마이 숨컷이, 회는 못 먹고 탄수화물을 좋아하는 편인가?"

"아니. 왜. 못 나오시는데요, 페이스 선수."

"그, 뭐라더라…."

그녀가 잠깐의 고민 뒤 말했다.

"이번 시즌 끝나기까지 뭐 좀 할 게 있다고 했나?"

그 말에 왜일까.

최재훈은 영문 모를 불안감을 느꼈다.

어째서?

불만을 착각한 거겠지.

그렇게 결론을 내린 그가 말했다.

"차 선수를 페이스 선수랑 바꿔주면 안 될까요? 이 500만 원 돌려주고, 내가 500만 원 더 낼게."

"아~ 뭐야~ 마이 숨컷. 내가 우리 이리한테 질투하게 유발하는 거야~? 깜찍한데~?"

"하, 농담이고. 뭐, 어쩔 수 없죠. 워낙에 바쁘신 분이니까."

"그렇게 얘기하면 나는 한가한 사람 같잖아~"

"사이트 선수도 남 저격할 만큼 공사가 다망하긴 하시지~"

그녀가 손가락을 입술에 갖다 대고 쪽, 하고 키스를 날렸다.

"당연하지. 아무리 바빠도 마이 숨컷이 불러준다? 경기 도중에도 달려갈 수 있어."

"오케이, 메모 했습니다~"

"대신, 그때는 책임지고 나랑 결혼해 줘야 한다?"

"오케이, 메모 지웠습니다~"

"하하, 쑥스러워 하긴."

"볼일 끝났으니까 저는 이만 가 볼게요~"

최재훈이 주저 없이 차현하의 방송을 나온 뒤 말했다.

"여러분, 바로 다음 게임 시작하겠습니다~"

찰랑!

-TC1 SIGHT 님이 100,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하하 쑥스러워 하긴~ 귀여워~?

"아, 왜 이렇게 질척거려! 나 쑥스럽게 하려면 모금 끝나고 천만 원 정도 가져와!"

-TC1 SIGHT 님이 100,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그 날이 데이트 날짜야? 오케이~ 그럼 그때 보자고~

"하."

그제야 폭풍이 멈췄구나 싶었던 때였다.

찰랑!

또 다시 심상찮게 묵직한 소리.

"아니, 이건 또 뭔…."

-BAY MUGCUP 님이 6, 000,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최재훈이 왜인지.

무슨 의미가 담겨있을 듯한, 거액의 후원금에 헛웃음을 터뜨리곤.

=숨컷 님 실례가 안 된다면 미튜브에서 진행 중인 제 방송에도 좀 들어와 주시겠습니까?

설마하며, 그녀의 지시에 따랐다.

"앗, 안녕하심까!"

그러자, 방송을 보고 있었는지 곧바로 반겨주는 머그컵, 김희은.

그녀가 꾸벅 인사를 한 뒤 바로 본론을 꺼냈다.

"숨컷 님! 다름이 아니라, 저희 팀 BAY도 숨컷 님께서 진행하시는 뜻깊은 일에 동참하고 싶어서 이렇게 연락드렸슴다!"

최근 최재훈의 행보를.

그의 뜻대로, 하이로드와 CSN의 행보보다 눈여겨 봐 주는 이들이 있었다.

바로-

"4일 만에 챌린저 600점에서 1100점을 갔다고?"

멸망전을 위해 숨컷 영입을 노리고 있던 TC1과 팀 BAY였다.

실력이 좋은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였다니?

이전까지 그들에게 있어 숨컷은.

'아군에 있으면 든든한 수준'이었는데.

지난 1위 도전을 하면서 보였던 성과에 '절대로 적에 있어선 안 될 수준'으로 바뀐 것이다.

두 팀은 이미 머그컵과 사이트를 통해 숨컷에게 멸망전 참가 의사를 타진했었다.

그에 대한 숨컷의 대답.

아직 팀을 정하진 않았지만, 곤란하다는 것이었다.

말할 수 없는 이유로 말이다.

말할 수 없는 이유라 함은, 멸망전에 방송인 자격으로 참가를 노리고 있으며.

그를 외부에 발설할 수 없는 복잡한 사정이었는데.

두 팀은 차현하와 김희은이 숨컷의 팬미팅에 참가한 걸 근거로.

서로가 자신들보다 좋은 조건을 숨컷에게 제시하여, 그의 마음이 다른 곳에 가 버렸다 판단했다.

그에.

한층 더 높은 조건을 제시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러나.

그들이 제시한 조건은 이미 최대한의 조건이었다.

거기에서 더 조건을 올리려면, 현금을 지급하는 식으로 갈 수밖에 없는데.

이벤트 대전을 위해 방송인을 현금으로 섭외한다?

팀의 체면을 위해서라도 있어선 안 될이었다.

그렇게 또 다른 방안을 강구한 바.

지금 이 상황이 나왔다.

그의 모금을 돕는다.

그를 통해 그의 환심을 살뿐만이 아니라.

그에게 빚을 지움으로써.

다른 팀을 선택할 때, 자신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하게 만들기 위해.

현재, 비시즌 기간은 구단의 스케쥴이 가장 널널해질 시기.

그런 시기에 있는 그들에게 있어서 가장 큰 프로젝트인 멸망전은 아낌없이 투자할 가치가 충분하며.

모금은 그 목적이나 의도가 어찌 됐던 간에 팀 이미지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여러 요인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보았을 때, 객관적으로 썩 훌륭한 방안이었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썩 훌륭한 방안이니만큼.

객관적으로 썩 훌륭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던 상대 팀과 생각이 겹쳐 버린다.

그렇게, 지금의 상황이 되었다.

"이런, 씨…."

상황을 모니터링 하던 팀 관계자들이 한숨을 내쉬었다.

상대 팀에서도 숨컷의 모금에 동참 의사를 밝힘으로써.

모금에 동참은 동참대로 해 줘야 하면서, 아무런 이득도 취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사실 숨컷이 상대 팀의 품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모르는 그들은.

'숨컷을 지키려고 참 악착같이도 군다'고 생각하며.

눈물을 머금고 다른 대책을 강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속사정을 모르는 최재훈은 마냥 기쁠 따름이었다.

TC1에 이어서, 그 다음가는 팀인 팀 BAY의 동참이라니.

이런 우연이 있나?

어이가 없을 정도로 기뻐서 실소가 절로 나왔다.

전문 용어로, 아다리가 개 쌉 오지는 상황이었다.

최재훈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모금의 스케일.

그로 인해 불어날, 자신에게 쏟아질 관심을 예상하곤 황홀함마저 느꼈다.

"아유, 감사합니다. TC1과 팀 BAY! 진짜, 세계관 최강자들의 동참에 가슴이 웅장해지네요. 머그컵 선수도. 아주 통 큰 600만 원 기부!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최재훈이 꾸벅 고개를 숙였다.

"감사하다니. 오히려, 이런 좋은 일을 시작해 동참할 기회를 주셔서 저희야 말로 감사드림다!"

그렇게.

팀 BAY를 대표하는 김희은과, 최재훈의 대화는 원만하게 끝날 터였는데.

김희은은 입이 간지러웠다.

방금 전 상황.

차현하가 숨컷에게 거리낌 없이 찝쩍대던 상황.

그를 친밀하게 대하던 상황.

숨컷이, 그녀를 존경한다 말했던 상황이 떠올라서다.

차현하와, 그 상황을 지켜본 시청자들에게 확실하게 알려주고 싶었다.

그래 봐야, 숨컷이 가장 좋아하는 건 결국 자신이라고.

차현하처럼 당당하게.

그러나.

그녀와 차현하의 입장은 사뭇 달랐다.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는 김희은은 상쾌하고, 차현하는 호쾌하여 비슷할지 모르지만.

막 사는 차현하와 달리, 김희은은 아주 성실한 행실의 보유자였다.

차현하처럼 대놓고 이성 방송인과의 거리감을 어필할 순 없었다.

그렇기에, 김희은은 아주 은근하게 운을 뗐다.

"그런데 말임다, 숨컷 님. 아까, 사이트 선수와 대화하시던 걸 봐서 그런데. 숨컷 님은. 사이트 선수를 가장 존경하심까?"

말하는 그녀의 눈은 기대를 가득 담고 있었다.

답정너의 극에 달한 모습.

최재훈은 압박감마저 느끼며, 떠밀리듯 답했다.

"아, 그건 아니고."

"오, 그러면 어떤 선수를…?"

벌써부터 김희은의 얼굴에 우쭐의 색이 올라왔다.

그걸 눈치 챈 최재훈이 짓궂게 웃으며 말했다.

"비밀입니다."

찔려서이기도 하다.

최재훈은 그녀와 생긴 오해를 도대체 어떻게 풀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아, 그렇슴까?"

김희은은 다소 아쉬웠으나.

최재훈의 시치미를-

'귀…여워….'

쑥스러워하는 거라 받아들이곤, 결과적으로 만족했다.

그렇게 최재훈이 김희은과도 헤어지고, 다시 또 게임을 진행하고 있을 때였다.

[그런데 님은 이번 솔랭 1위, 하이로드랑 CSN 그리고 숨컷 님 중에 누가 하실 것 같아요?]

차현하와 김희은의 방송에 비슷한 시기에 질문이 올라왔고.

둘은 주저 없이 답했다.

숨컷, 이라고.

다른 TC1과 팀BAY의 선수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페이스.

그리고 팀TC1과 팀BAY.

LKL 프로의 대표라 할 수 있는 그들의 전폭적인 지지.

그리고, 숨컷이 차현하에 대한 존중을 표하면서 보였었던 게임을 향한 순수한 태도.

이러한 요소들이 부각된 숨컷은, 하이로드와 정 반대의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게임을 순수하지 못한 의도와 목적으로 이용한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하이로드와 말이다.

마치 빛 VS 어둠 구도.

그렇다.

사람들은 이제 CSN가 아닌 숨컷을, 하이로드의 라이벌-아니지.

대항마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어둠의 게이머인 대리들을 대표하는 존재인 하이로드에게 패배를 안겨줄, 정의의 사도라고 말이다.

사람들의 최재훈을 향한 관심과 평가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했다.

그에 따라 시청자 또한 같이.

<시청자 29, 337명>

그렇게 달성한 시청자는.

하이로드가 방송을 켜자 당연한 듯이-

빠지지 않는다.

심지어.

페이스의 방송이 끝나자, 더욱 많은 시청자들의 몰려들었다.

숨컷은 그날 처음으로.

따구리 <시청자 43, 842명>

숨컷 <시청자 46, 344명>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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