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자가 게임을 잘함-245화 (245/361)

245. 페슐랭

"그분한테 지고, 배울 게 참 많다고 느꼈거든요. 아주 잘하시더라고요."

그 이야기를 전해들은 시청자들은 모두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 이야기를 한 사람이 누구던가.

레오레 역사상 전무했으며, 남은 레오레 수명 동안 후무할.

레오레의 살아 있는 전설.

신.

데뷔 이래 단 한 번도 정상의 자리를 놓친 적이 없는 절대강자.

페이스였다.

그녀의 입에서 패배를 인정하고, 상대방을 인정하는 말이 나온 적이 있었던가?

있긴 했다.

그러나, 정말로 손에 꼽는 수준이었다.

페이스에게 패배를 인정을 받아내려면.

단순히 게임뿐만이 아니라.

페이스, 미드로서 그녀에게서도 승리를 거둬야 했으니.

축구계에선 그런 이야기가 있다.

호날도와 메시는 신계에 있는 선수다.

그러니, 다른 선수들을 평가할 때 그 둘은 논외로 하고.

신계가 아닌 인간계의 기준에서 평가하는 게 맞다.

레오레에도 마찬가지다.

신계에는 페이스와 비행기가 있고, 그 밑으로는 인간계가 있다.

페이스에게 인정받은 이들은, 하나같이 인간계 최강자들이었다.

논외인 페이스의 다음으로써, 세계 최고라는 기준으로 줄을 세우면.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최고 중 최고들.

그 사이에.

한 명이 더 끼어든 것이다.

세게 최고도, 프로도, 뭣도 아닌.

듣도 보도 못한 아마추어가 말이다.

당황스럽다.

물론, 한국 시청자들은 상대적으로 덜 당황스럽다.

그는 최근, 1위 도전에서 엄청난 기세를 보이며 그 실력이 한창 주목 받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결국엔 아마추어일 뿐이라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솔랭 유저일 뿐이라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자타공인 솔랭의 지존이었던 하이로드조차도, 페이스에게서 인정을 받진 못했다.

그렇기에-

-아 ㅋㅋ 기계인간 1557호 쉑ㅋㅋㅋ 요즘 유머 감각 올라오기 시작했다는 게 ㄹㅇ이었누-'감정'기능, 업데이트 완료. '유머'에 대한 이해를 실시합니다.

-비효율적, 이해 불가. 그러나 흥미롭습니다.

-wodms18 : 스파이를 부르면 매운 이유는? "헤이~ 스파이씨~"

-엌ㅋㅋ 나도 나도 ㅋㅋㅋ 이탈리아의 기후는? 습하게띠~ 앙 ㅋㅋ기모띠 ㅋㅋㅋ-엉ㅋㅋㅋㅋ 개꿀쥄 꿀쥄 ㅋㅋㅋ-엌ㅋㅋ 나도 ㅋㅋㅋ 미국 데베충들을 뭐라부르게? 아메리카노~ 엌ㅋㅋㅋㅋㄴ강제퇴장당했습니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발언을 농담이라-

-숨컷쉑 가문의 영광이누 ㅋㅋ

-페이스가 밀어주는 남자 ㄷㄷ

숨컷을 추켜 세워 주는 거라 여겼다.

어째서?

-아 ㅋㅋ 페이스 ㅋㅋ 너도 여자였냐고 ㅋㅋ

-감정 기능 업데이트돼서 이성에까지 눈을 떠 버린 ㄷㄷ-남자 게임 봐주기 캬 ㅋㅋㅋ 이게 프로포즈고 이게 로맨틱이지 카사노바 나가서 손 들고 있어

페이스가 그에게 호감을 느껴서.

뜬금없이?

아니다.

그 어떤 여자.

특히 겜순이가 숨컷을 좋아한다 해도.

그건 전혀 갑작스러울 일이.

그리고, 영문 모를 일이 아니었다.

현재 레오레에서 숨컷이라는 남성 방송인이 갖는 이미지는 그 정도였다.

평소 무감정하기로 소문난 페이스가 빠진다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을 정도.

시청자들이 쑥맥 친구 놀리듯 짓궂게 물어본다.

-페이스님~ 숨컷 님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드시나요

기자로 빙의해서 흥미진진하게 떡밥을 굴린다.

그에 페이스가-

"형식에 구애 받지 않아 파격적이면서도 난잡하지는 않아서 대처하기 힘든 플레이 스타일. 게임을 읽고, 상대방의 움직임을 읽어내서 그걸 이용하는 부분에 한하여 특출난 능력. 암살자라는 스타일에 대한 완벽한 이해도. 그 정도가 있겠네요."

아주 진중하게 답했다.

약간의 수줍음-

아니지.

일말의 감정도 없이.

-?

"?"

-뭐요?

"뭐가요?"

아.

시청자들이 정신을 차린다.

새삼 이 여자가 누군지 깨닫는다.

레오레의 신이기 이전에-

"페이스 선수는 이상형이 어떻게 되시나요?"

"저는 일단 진드라와 로블랑을 선호하긴 합니다."

"예?"

"네?"

짓궂은 기자의 질문에 진심으로 그런 대답을 하고.

-이리야…!

"예?"

-안돼!!!

"네? 뭐가요?"

<시간 : 2분>

-아아아악!!!

게임 페스티벌에서 초청 연예인과 진행하는 이벤트 미드빵을.

전력을 다하여, 전속력으로 끝내 버리는.

무감정 겜창 게임머신이라는 사실을.

이 여자가- 아니지.

'이게' 남자에게 잘 보이려고 게임을 일부러 봐준다?

마음에도 없는 찬사를 보낸다?

다시 생각해 보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시청자들은 당황한다.

그에 따라, 페이스가 방금 전 한 발언이 진담이.

사실이 되기 때문이다.

그녀가 숨컷에게 패배하고.

배울 게 참으로 많았다는, 인정이 말이다.

그럼으로써, 숨컷.

그가 페이스에게 인정받은 몇 안 되는 이들 사이에 포함되었다.

아마추어 최초로.

남성 최초로.

전세계 레오레 유저들 20만 명이 넘게 시청하는 방송에서.

숨컷이라는 이름이 전에 없을 정도로 널리 퍼지는 순간이었다.

* * *

"하…."

페이스의 등장으로 텅 비어 버린 채팅창.

심지어 남아 있는 이들조차도, 페이스에 대한 얘기뿐이다.

'아니 왜, 이 인간은 방송을 켜도 하필이면 지금.'

내 분신(간짜장맛)에게 실컷 두드려 맞다가 딸피가 된 나를.

무려 페이스께서 막타를 쳐 주신 것이다.

이쯤 되면 세상이 나서서 나라는 존재를 조지려는 게 아닌가 싶었다.

이게 그건가?

가이아 시스템?

이세계 전이자인 나에 대한 배제를 시작한 것인가?

'아니 니들이 데려왔잖아요, 시발.'

순도 100%의 쌉억울함을 느꼈다.

이세계에 전이된 다른 케이스를 보면 천마나 마신.

아니면 LV.100 해골 마법사가 돼서 '갈채하라.' 힘숨찐 놀이 원 없이 하며 세계를 조물락거리는데.

나는 오히려, '이상을 좇아 비상하다 날개가 녹아내려 추락한 비운의 이카루스'에서, 휴학하고 집에 틀어박힌 사회 부적응자 찐따로 격하되어.

일방적으로 세계에 조물락거려질 뿐이었다.

(최재훈2 : 실패한 2군 프로 VS 세연대 휴학생 ???)

'응~ 세연대 별거 없어~ 나 공부 하나도 안 했는데 세연대생이야~'

(최재훈2 : 와...)

[조컷아 오늘도 빡랭 돌릴 거냐?]

[평소 열심히 달린 너를 위한 선물로 하루의 휴식과 페이스 방송을 주는 건 어떠냐? ㅋㅋ]

[ㄹㅇ ㅋㅋ 숨씨 페이스 방송 중계나 하자고]

일단 확실한 건.

오늘 방송은-

아니지.

오늘 방송도 조진 것 같았다.

현재 시청자.

1만 5천 명에서 무려 1만 1천 명이 빠져나가, 4천이 되었다.

페이스라는 핵탄두에 6천 콘크리트 층마저 박살나 버린 것이다.

내 콘크리트들조차 페이스에게 관심을 빼앗겼는데.

다른 사람들은 오죽할까.

지금 내가 여기서 키라라는 사실을 밝히면서 데스노트를 꺼내도.

사람들의 페이스 방송을 향한 관심을 돌리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다가 페이스 방송 끌 때쯤이 되면 하이로드가 와서 바톤 터치를 하고.

그때가 되면 사람들은 다시 하이로드랑 분신(두반장맛)만 찾겠지.

그렇게 오늘 무슨 개고생을 하던 간에 하루를 통째로 잊히고.

CSN 때문에 안 그래도 식기 시작한 나에 대한 관심은 더욱 빠르게 식어 버리겠지.

이 시발의 굴레, 나는 버틸 자신이 없소.

'그냥 나도 다 때려 치고 페이스 방송이나 보러 가?'

그런 약한 생각이 들길 잠깐.

'하, 아냐. 혹시 몰라.'

마음을 다잡는다.

마음을 다잡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대책을 강구하기로 했다.

"페이스가 뭔데 씹덕들아. 오늘도 숨컷의 지옥 솔랭 열차 출발합니다. 아니, 사실 이미 출발했음.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안 멈춥니다. 지금부터 환승도 못하니까, 그런 줄 아세요. 이제 와서 페이스 방송으로 갈아탈 생각 하덜덜 말라고."

[아니 ㅋㅋ]

[하이로드 방송까진 참겠는데 페이스 방송까지 통제하느 건 너무 에바 아니냐?]

[(파랭이가 손 들조 질문하는 이모티콘) 선생님, 선생님 말 조까고 페이스 방송 보러 가면 어떡하실 건데요?]

"어떡하긴. 달리는 열차에서 뛰어내리면 어떻게 돼요?"

[평경장이 돼요]

"그게 뭔데 씹덕아. 아무튼, 아주 그냥, 어? 그 날로 그냥 작살이 나는 줄 알라고. 2등 시청자가 뭐야. 3등 시청자로 격하됩니다. 3등 시청자는, 채팅으로 저한테 이쁜 말만 해 줘야 하고. 말끝마다 숨컷짱 붙어야 합니다. 닉네임 앞에는 숨컷의 노예 붙이고, 시청자비로 한 달에 3만 원 씩 내야합니다."

[시청료도 아니고 시청자비는 뭔데]

[자비가 없네]

"아 몰랑. 아무튼 그런 줄 알고, 벨트나 동여매쇼. 열차 달린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돼지고기는 칙칙폭폭!"

[아니 저건 또 무슨 드립이야]

[영어로 돼지고기가 PORK인 걸 이용한 언어 유희로 추정되네요]

[언어 유희가 아니라 언어를 능욕하는 수준인데요]

[SHIT SHIT FUCK FUCK한 드립이네요 선생님]

[참고 마지막까지 남아준 충신들한테 이런 똥을 준다고라]

[그게 이 나라의 유서 깊은 전통이에요]

[이 나라에선 충신 말고 흑우라고 부릅니다]

그렇게 서칭된 게임.

'오.'

적팀에 상당히 유명한 네임드 플레이어가 매칭 되었다.

보통 같았으면.

저 네임드를 상대로 승리했을 경우, 엄청난 관심을 끌어 모았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 같은 상황에이라도 저 네임드를 상대로 승리하면, 어느 정도 효과를 보지 않을까?

상황이 호전되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안고, 나는 영혼을 걸고 게임에 임했다.

그렇게-

"크~ 여러분, 보셨습니까? 이게 저, 숨컷입니다."

뜻한 바를 이루어낸다.

[어? ㅋㅋ 뭘 미안 ㅋㅋ 페이스 보느라 못 봤다 ㅋㅋ]

[리플레이 ㄱㄱ]

[어 ㅋㅋ 개쩔더라 ㅋㅋㅋ 뭐였지 ㅋㅋ 아무튼 개쩜]

하지만 그에 의한 결과는, 뜻한 바와 달랐다.

남아 있는 시청자들의 관심마저 페이스에게 가 있는 상황.

당연히도 시청자는 줄어들면 줄었지, 늘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아.

하늘이시여.

어찌 이 숨컷을 낳고 페이스 그 자식을 낳으셨나이까.

"응?"

그렇게 내가 하늘과 페이스 그 자식을 원망하고 있던 그때였다.

[시청자 4, 755명]

[시청자 4, 931명]

[시청자 12, 660명]

[시청자 18, 836명]

시청자가 갑작스럽게 폭발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머, 머선 일이고?"

영문을 몰라 기뻐하지도 못하고 있자니, 채팅창에서 말하길.

[조컷! 조컷! 조컷! 조컷! 조컷! 조컷! 조컷! 조컷! 조컷! 조컷! 조컷! 조컷! 조컷! 조컷! 조컷! 조컷! 조컷! 조컷! 조컷! 조컷! 조컷! 조컷! 조컷! 조컷! 조컷! 조컷! 조컷! 조컷! 조컷! 조컷! 조컷! 조컷!]

[아니 조컷 미쳤냐고 ㅋㅋ 페이스 어케 이겼노 시발년ㄴ아]

[조컷아 페이스가 니 언급한 거 아냐?]

[페피셜) 숨컷>하이로드>그외 아몰랑]

"오…."

이러려고 낳으셨군요.

[이 분이 그렇게 잘하나요?]

[지금 점수가 몇이에요?]

[와 진짜 엄청 미남이시네]

[진짜 1100점이에요?]

[게임 언제하나요?]

[이 분 지금 뭐하시는 건가요?]

[이곳이페슐랭 별받은 숨컷 방송 맞나요 ㄷㄷ]

페이스 효과는 실로 엄청났다.

채팅창을 보아 하니, 이번 페이스의 전폭적인 인정과 지지로 내 방송을 모르고 있던 사람들까지 유입된 것 같았다.

[시청자 20, 033명]

심지어 그 유입은 계속되고 있다.

나는 이 갑작스러운 상황이 얼떨떨해 당황스러우면서도, 한 가지는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얼탈 때가 아니라, 노를 저어야 할 때라는 사실을.

"이곳이 페슐랭 별 받은 숨컷 방송이 맞느냐!? 맞습니다! 오늘 제 방송에 처음 와 주신 분들 반갑습니다. 저는, 옐로TV에서 레오레 방송하고 있는 숨컷이고요.

보시다시피 잘 생겼고, 성격도 쿨하고, 유머감각도 넘치고. 이분 지금 뭐하냐 하셨는데. 일단, 저는 현재 솔랭 1위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 화면 구석에 모금함 보이시죠? 1위에 도전하는 동안 후원받은 후원액들, 전부 좋은 곳에 기부할 생각으로 모금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과 칭찬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진짜 1100점이냐? 맞습니다. 게임 언제 할 거냐? 지금 바로요."

그렇게 게임이 시작되고.

"어?"

적팀에서 낯설지만 익숙한 닉네임을 발견했다.

[와 ㅁㅊ 저거 찐임?]

[와 오지네 ㅋㅋ 저 사람을 실물로 만난다고?]

[게임 캐릭터가 실물이누?]

[아 ㅋㅋ 프로 게이머면 게임 캐릭터가 본체 맞지]

[지금 저 팀 선수들 다 솔랭 돌리고 있나 보네 ㄷㄷ]

[머박 ㄷㄷ]

[저 저 악질 사생팬 쉑 저격한 거 아냐? ㅋㅋ]

[ㄹㅇ ㅋㅋ 쟤 팬미팅에 참가할 정도로 팬이잖아]

TC1 SIGHT였다.

안 그래도 뜨거웠던 시청자들의 반응이 TC1 SIGHT의 등장으로 더욱 불타오른다.

방송이 본격적으로 분위기를 타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지금 내가 흐름을 제대로 탔나 보다.

꼬여 버린 실타래가 술술 풀리는 게 느껴진다.

식어가고 있던 나를 향한 사람들의 관심이, 다시 뜨거워지는 것을 느낀다.

드디어 세계가 나, 최재훈을 가여이 여긴 건가?

'최재훈, 드디어 천마로 거듭나나?'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한 뒤 심호흡을 거쳤다.

이 판.

반드시 이긴다.

지금 이 상황에서 TC1 SIGHT까지 때려눕히면, 필시 난리가 나리라.

그렇게 내가 속으로 만족의 미소를 짓고 있던 때였다.

<게임이 시작되었습니다!>

"엥."

저래도 되는 건가?

TC1 SIGHT.

차현하.

저 사람이, 시청자들 다 지켜보는 앞에서.

[TC1 SIGHT : 아니 이게 누구야~]

[TC1 SIGHT : 우리 숨컷 친구 아니야?]

나에게 아는 척을 해 왔다.

[TC1 SIGHT : 우리 귀염둥이!]

"아니, 미친."

미칩게.

아니, 살갑게.

과할 정도로, 살갑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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