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4. 업적
자신의 방송을 '위해' 애써 창조한 분신(짜장맛)이 오히려 자신의 방송에 위해를 가했다.
"여러분 목소리가 이것밖에 안 됩니까악!"
최재훈이 랭킹 60IN 구간에서, 하루 만에 100점을 올린 업적을 달성했음에도.
시청자가 적어 변변찮은 반응에 신경질적으로 외쳤다.
[미안하다 숨컷아 핸드폰으로라도 접속해서 시청자 늘려줄까?]
"아직까지 안 하고 뭐 했어!"
[도배해서 사람 많은 느낌이라도 내게 해 줄까? 도배해서 사람 많은 느낌이라도 내게 해 줄까? 도배해서 사람 많은 느낌이라도 내게 해 줄까?
도배해서 사람 많은 느낌이라도 내게 해 줄까? 도배해서 사람 많은 느낌이라도 내게 해 줄까? 도배해서 사람 많은 느낌이라도 내게 해 줄까? 도배해서 사람 많은 느낌이라도 내게 해 줄까? 도배해서 사람 많은 느낌이라도 내게 해 줄까? 도배해서 사람 많은 느낌이라도 내게 해 줄까?]
"나쁘지 않네!"
-…님이 100,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조컷아... 이 돈 받고 화 풀어...
"뭔 화를 풀어! 어차피 내 돈도 아닌데! 어쨌든 감사합니다!"
<모금액 : 28, 554, 000원>
지금은 이 엄청난 모금액도 이렇다 할 위안이 되어주지 못했다.
"어쨌거나, 여러분! 오늘도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일 봬요!"
[숨바]
[숨아가... 힘내...]
[너무 슬퍼하지 마 ㅋ 상대가 CSN잖아 ㅋ]
"하…."
방송을 종료한 최재훈은 한숨을 내쉬며.
'그래도-'
혹시 모른다며.
커뮤니티를 확인해 보았다.
숨컷이 오늘도 1일 100점을 유지했더라~
개쌉오져서 집에 있던 팬티를 다 찢어먹어 버렸다~
기대하던 그런 내용의 글들은-
제목 : CSN 언제 오냐?
내용 : 애들 다 기다리잖아!!!!!
ㄴ : 중국어로 불러야지 오지
ㄴ : CSN 언제 오냐 해!
ㄴ : 하이로드랑 친추인데 아직 접속 안 함 ㅇㅇ
ㄴ : 하이로드 기다리는 거 봐 ㅋㅋ
정말이지, 과장이 아니라 한 페이지에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온통 CSN.
그리고 하이로드에 관한 얘기뿐이었다.
미튜브 또한 마찬가지.
미튜브는 미튜버가 브론즈 버튼 수령 기준인 10만 구독자를 달성한 후.
버튼이 발성되기까지 걸리는 기간인 1주일 동안 다음 단계 미튜브 버튼 수령 기준을 달성하면, 브론즈 버튼과 함께 별도의 상품을 수여하는데.
숨튜브는 어제까지 불 같은 기세를 이어가며.
구독자 10만에 도달하고 1주일 내에 구독자 30만을, 실버 버튼 목표치를 달성함으로써 그 기준을 만족했다.
특별 상품, 실버 뱃지를 수여 받을 자격을 말이다.
이 실버 뱃지는 실물이 아닌, 일종의 인증마크로써.
미튜브 채널과 영상에 표시되어, 부각시켜.
채널과 영상을 어필하는 효과가 있다.
보면서 흐뭇해 하기.
주변 사람들한테 자랑하기.
늙어서 노인정 갔을 때, 왕년에 내가 이렇게 잘 나갔다는 걸 증명할 때 사용하기.
그 외엔 실용적인 용도가 없는 버튼보다 훨씬 유용한 상품.
최재훈은 어제 실버 뱃지를 획득하고, 동료들에게 그에 대해 축하를 받으며 의지를 불태웠다.
사실, 실버 뱃지의 효과 자체는 그렇게 크지 않다.
좀 친다 하는 미튜버들이라 하면 대부분이 보유하고 있는 탓이다.
국내에서 보유하고 있는 이가 드문 골드 배지쯤은 돼야, 그 차별성과 특별함을 어필할 수 있다.
그러니까, 이 기세로 국내에서 손에 꼽는 실버+골드 배지 동시 소유자가 되자.
골드배지의 획득 방식은 같았다.
구독자 30만을 달성하고, 그로부터 1주일 내로 50만을 달성하는 것.
지금 숨튜브의 성장세에.
어제, CSN 충분히 가능할 거라는 게 최재훈의 계산이었다.
그런데-
<구독자 322, 951명(+전일 대비 4, 238)>
오히려, 숨튜브의 성장세가 꺾여버린다.
어제 전일 대비 구독자 상승사는 2만 8천이었으니, 1/7수준으로.
"아, 정신 아찔해지네. 재은아, 와서 오빠 응급처치 좀 해 줘라. 힘 좀 내게 도와줘."
"뭐. 귀여운 동생 얼굴이라도 보여줄까?"
"그것도 좋은데 뭔가 좀 더… 쎈 걸로…."
상황을 지켜보던 최재은은 그에게 다가가 어깨를 두드려주며 말했다.
"오빠, 그런데. 그거 슈퍼 계정이라며. 어떻게 구한 거야?"
"아이엇에 이번 기부 모금 활동하는데 쓰게 어떻게 안 되냐고 물어봤지."
"그런다고 진짜 줘?"
"오빠가 그 뭐시냐, 코스프레 대회에서 어떤 관계자 분이랑 알게 됐는데. 그분이 엄청 적극적으로 도와주셨어."
"오… 어쨌거나, 오빠."
"어?"
"지금 상황. 그냥 오빠가 그 KCC CSN라는 거 밝히면 되는 거 아냐? 아, 근데 그 닉네임 도대체 무슨 뜻임?"
"네버 스탑 챌린지 치킹킹의 약자를 뒤집어 보렴."
"…KKC CSN?"
C가 아니라 K가 두 갠데?"
"아뿔싸."
"에혀, 세연대생 수준. 이거, 나도 세연대 쌉가능하겠는데?"
"진짜냐? 재은아, 니가 진짜 세연대 붙으면 오빠가 니가 원하는 거 뭐든 사 준다."
"나 반물질."
"뭐냐 그 뜬금없는 소망은? 그게 어디다 쓰는 건지는 알아?"
"몰라, 어디선가 제일 비싼 물건이라는 이야길 들어서."
"니가 제일 갖고 싶은 게 오빠의 비어버린 지갑인 거냐?"
"그러면 스포츠카 정도로 봐 줄게."
"겨우? 니 세연대 합격 확률을 너무 얕보는 거 아니냐? 반물질은 아니어도 건물 한 채 정돈 사 달라고 해도 될 것 같은데?"
"나 삐짐. 세연대 안 감."
"오~ 명예로운 죽음을 시전하시겠다~"
"아니 그래서 오빠, 어떡할 거냐고. 지금 상황. 오빠가 CSN인거 밝히면 다 해결되는 거 아냐? 완전 난리날 것 같은데? 그 숨컷이 CSN이라고~? 띠용~ 하면서."
최재훈 또한 이미 고려해 본 사안이었다.
그렇게 고려해본 바-
"그러면 오빠가 어제 방송 끝나자마자, 수면시간 반납하고 밤 샐 정도로 열심히 하이로드 숨컷 챌린지 방해했다는 걸 밝혀야 하잖아."
하이로드 성격상 신경 쓰지 않고.
입장 상, 뭐라 하지도 못할 테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이로드의 팬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어떡하지….'
그냥, 분신(짜장맛) 여기서 없애버릴까?
'아, 그건 좀….'
그러자니 막상 또 아까웠다.
이 CSN라는,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분신(짜장맛)을 그냥 버리기엔 말이다.
지금 최재훈에겐 CSN라는 캐릭터를 활용할 방법이 무궁무진하게 떠올랐다.
그러나-
그 CSN라는 캐릭터를 활용함으로써 자신이 이익을 보려면.
CSN의 정체가 자신이라는 걸 밝히는 게 기본 전제가 된다.
그리고 자신이 CSN인 걸 밝히려면, 충분한 여건이 받쳐줘야 했고.
그 충분한 여건을 갖추려면-
적어도, 지금 진행 중인 계획을 완성시켜야한다.
그러니까, 적어도 시즌 종료 당일까지는 기다려야 하는 건데.
그 경우.
자신에게 와야 할 관심과 기대를, 실체가 존재하지도 않는 자신의 분신(빨간맛)에게 빼앗겨 상당한 손실을 보게 될 터다.
골드 배지는 물론이며.
멸망전 참가 확률이 대폭 감소하겠지.
"쓰…."
하다못해.
하이로드, CSN, 숨컷.
이 3강 구도라도 되면, 어느 정도 피해를 감수할 수 있을 텐데-
'어떻게?'
저 구도에 끼려면, 최소 CSN과 동일한 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현재 CSN의 평가는 하이로드에게 인정받았을 뿐만이 아니라.
그녀를 강등시키는 강렬한 퍼포먼스를 선보인 탓이었다.
하이로드에게 인정받고, 하이로드 강등시키기.
그에 상응하는 일이 있을까?
"…."
일단은,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기에 최재훈은 일단은 판단을 보류하기로 하고.
CSN으로 접속해 하이로드 저격을 개시했다.
하이로드의 숨컷 챌린지 3일 차.
마스터 120점 대였다.
숨컷의 기록인 170점에 한참이나 못 미친다.
그러나.
숨컷은 조금도 주목받지 못했다.
커뮤니티에선 하이로드와 CSN의 승부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떠들 뿐이었다.
[숨컷은 CSN한테 저격 안 당했었잖아 ㅋㅋ]
[대신 타임앤드 듀오한테 저격당햇었는데?]
뒤늦게.
숨컷의 기록에 어떤 뒷사정이 숨겨져 있고.
그에 따라 얼마나 더 대단한 건지 밝혀졌으나-
[그래서 그 새끼들이 CSN보다 잘함? 하이로드보다 잘함?]
별 의미는 없었다.
숨컷은 철저하게 아웃 오브 안중이 되었다.
숨컷 챌린지와 함께.
그렇게, 4일차의 아침이 밝았다.
최재훈의 현재 점수는 1100점으로서, 랭킹50IN이었다.
국내 대표 솔랭 장인, 네임드들뿐만이 아니라.
본격적으로 LKL의 내로라하는 프로들을 만나게 되는.
듣도 보도 못한 방송인이 처음 방송을 켜도 엄청난 관심을 받을 수 있는 구간이었다.
그러니만큼, 어제에 비해 시청자는 많았지만.
1위 도전에 대한 관심을 독차지했을 때와 비교하면?
"하…."
절로 한숨이 나온다.
<15, 063명>
1위 도전에 대한 관심을 독차지했을 때의 1/3에 불과했다.
최재훈이 아무리 유명한 네임드와 장인들을 상대로 화려한 승리를 거두어도 그런 상태가 유지되었다.
그렇게 별 다른 진척 없이 하이로드의 방송 시간이 점점 다가온다.
하이로드가 방송을 켜면 이번에도 시청자는 대량으로 빠져나갈 테고.
커뮤니티는 하루 종일 하이로드와 CSN의 이야기로 가득 찰 테고.
미튜브는 오늘도 변변찮은 성장세를 보일 것이다.
최재훈이 답답함을 느끼고, 본격적으로 해결책을 강구하려던 그때였다.
최재훈의 시청자가 썰물 빠지듯.
아니지- 블랙홀에 빨려나가듯 갑작스럽게 빠른 속도로 줄어들었다.
[조컷아 미안하다]
[금방 갔다 올게 ㅇㅇ;;]
[이건 못참지 ㅋㅋ]
하이로드가 방송을 켜서-
는 아니다.
그리고 이는, 비단 최재훈의 방송에서만 일어난 현상이 아니었다.
모든 플랫폼.
모든 방송인들에게서.
공통적으로 일어난 현상이었다.
그 원흉.
제목 : 속보) 페이스 방송 ON
내용 : 머선 129?
ㄴ : 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ㄴ : 아니 이번달 이미 방송 키지 않았었나?
ㄴ : 오늘이... 크리스마스다...
ㄴ : 이게 인생인가? ㄷㄷ
다름 아닌 페이스였다.
페이스는 다른 프로들과 비교해서도 특히나 방송을 켜지 않는 걸로 유명했다.
그런데 어쩌다가 그녀의 방송이 LIVE ON이 되기라도 하는 날엔.
축제가 열린다.
엄청난 관심이 쏠린다.
하이로드의 방송조차도 한 수-
아니.
몇 수는 접어 줘야 될 정도로.
이번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거처를 리치TV에서 미튜브로 옮긴 페이스의 방송이 LIVE ON이 되자마자, 시청자들이 꾸역꾸역 몰려들었다.
모든 플랫폼에서.
전 세계에서.
그렇게 방송을 켠 지 10분도 안 되어서.
페이스, 그녀의 방송은 시청자 10만을 돌파했다.
그리고 또 머지않아, 20만을 돌파했다.
국내 레오레 팬들은 물론이며.
미튜브에 접속을 못하는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의 팬들이 몰려왔다 해도 무방한 수준이었다.
[페이스 센빠이!!!!!!!!! (일본어)]
[웬일로 방송을 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영어)]
[오늘 뭐하실 거예요?????]
당연한 듯 슬로우 채팅이 걸려 있음에도, 전 세계에서 몰린 20만 명의 다양한 언어로 도배되어 스크롤을 끌어 올리듯 쭉쭉 올라가는 채팅창.
도저히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페이스와 소통할 수단은 한정된다.
찰랑!
-페이스브라질팬입니다 님이 1, 000,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페이스 사랑해요 이번 LKL 우승 축하해요
"아, 감사합니다."
-…님이 100,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오늘 웬 일로 방송 키셨어요?
"예, 그냥 뭐. 별 생각은 없었네요."
-…님이 100,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오늘 뭐 하실 거예요~?~?~?~?~??
"솔랭을 해 볼까 합니다."
솔랭.
그 키워드가 나오자 당연한 듯 언급되는 그 주제.
-…님이 10,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페이스 센빠이, 이번 시즌도 1위 도전 안 하시나요?
페이스는 레오레를 시작한 첫 시즌 솔랭 1위를 달성한 뒤.
그 이후론 단 한 번도 솔랭 1위를 노리지 않았다.
아무런 의미도 없었기에.
렐드컵의.
LKL.
레오레의.
모든 '최고' 기록의 주인인 그녀에게 솔랭 1위는 그다지 큰 의미가 없었다.
페이스는 이런 질문이 나오면 평소처럼 무감정하게, 일관적으로 답하곤 했다.
"글쎄요."
라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글쎄요…."
그런데 왜일까. 그 반응은, 어딘가 모호했다.
마치, 여지를 남겨 두고 있는 듯.
고민하는 듯.
물론, 그걸 알아보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그렇게, 다음 주제로 넘어간다.
-…님이 10,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그럼 페이스 센빠이는 이번 시즌 1위 누가 우승하실 것 같나요?
-…님이 10,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하이로드랑 CSN 중에
최재훈은 CSN라는 캐릭터를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하이로드, CSN, 숨컷.
이렇게 3강 구도가 되길 바랐다.
그러면, CSN를 활용한 여지를 갖출 때까지 버틸 수 있다.
하지만, 숨컷이 저 하이로드와 CSN 사이에 끼려면.
CSN와 동등한 평가를 받아야 했고.
CSN와 동등한 평가를 받기 위해선.
하이로드에게 인정받고, 하이로드 강등시키기와 비견되는 업적을 이뤄내야 했다.
그는 그런 업적이 도대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 끝끝내 떠올리지 못했다.
그런 업적이 존재하긴 하는 걸까?
존재했다.
"저는 CSN, 그분은 잘 모르겠네요."
-아 그러면 이번 시즌은 하이로드?
"어, 음… 제 생각엔."
페이스가 그녀가 잠깐의 고민 뒤 말했다.
"이번 시즌1 위는 그, 숨컷. 그분이 하지 않을까 싶네요."
-엥? 숨컷 님이요?
-갑자기?
-왜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왜 그렇게 생각하냐…."
아주 드문 일이었다.
평소 감정을 드러내는 일이 전무하다시피 한 그녀가, 재밌다는 듯 피식 웃었다.
하이로드에게 인정받고, 그녀를 강등시키기.
그보다 더한 업적.
"그분한테 지고, 배울 게 참 많다고 느꼈거든요. 아주 잘하시더라고요."
페이스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게 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