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3. 숨컷의 분신 (짜장맛)
하이로드의 공식적인 용인 하에 CSN의 저격은 계속되었다.
둘의 티어는 마스터 티어.
둘의 원래 티어와 비교하면 '심해'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수준 낮은 티어였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최고를 다투는 둘의 기준에서다.
일반 기준에서 마스터는 충분하리만큼 높은 티어였고.
그만큼, 플레이어의 수는 한정되어 있었다.
새벽 7시.
CSN이 하이로드-
[야 근데 CSN 쟤 보니까 세일론 판에도 적팀에 정글로 했었는데?]
4연속 저격에 성공하는 건 그리 이상할 일이 아니었다.
둘의 전적은 현재-
[그러면 현재 따구리가 2승 1패인 건가?]
[솔직히 정글판 그건 치면 안 되지 ㅇㅇ 쟤 미드 주포 같은데]
[미드 주포여도 정글은 어느정도 할 줄 알거 아냐 게다가 셀리온이랑 같이 붙었으니 사실상 따구리가 불리한 조건이었던 거 아님?]
[아 구질구질하게 ㅋㅋ 걍 깔끔하게 미드전만 계산하자고 ㅋㅋ]
[ㄹㅇ ㅋㅋ 따구리 가오가 있지]
[어이 네녀석... 주인께 그런 불명예스러운 승리를 안길 셈인가?]
[나의 주인은 오직 주예수 한 분이십니다]
[남친분 성이 주씨인가요? 이름이 고우시네요]
[ㄹㅇ ㅋㅋ 막 뒤에서 휘광 나오고 바다 가를 것처럼 곱네 ㅋㅋ]
[그건 노아 ㅄ아]
[성이 노씨인가요?]
[노? 신고합니다]
[새벽 7시 답게 선생님들 정신상태가 짱짱하네요]
[어쨌거나 현재 전적은 1:1인 걸로 땅땅]
[하늘하늘]
1:1로 무승부인 상태.
하이로드가 팀의 기량이 비슷했던 첫 번째 게임에서 패배하고, 팀의 기량이 우위에 있었던 두 번째 게임에서 아슬아슬하게 이겼으니.
사실상 하이로드가 밀리고 있는 상황이라 봐도 무방했다.
그러나-
[하이로드가 팀차이로 한판지고 실력으로 찍어눌렀으니 사실상 이기고 있네 ㅋㅋ]
[팀차도르 ㄷㄷ]
[차도르박이 땡긴다]
[의식의 흐름 몬디]
[이 늦은 시간에 음식얘기하고 있네^^ㅣ발아 상도덕이]
[늦어요? 지금 아침 7신데요]
[넌 지금 여기 시청자들이 다 막 일어난 얼리버드 같냐?]
[ㅋ]
[ㅋ]
[ㅋ]
[헉]
[얼리버드쉑 올빼미한테 포위됐누]
[어이어이 ㅋㅋ 그렇게 아침 늦게 다니면 위험하다고 안 배웠나]
[언니들이랑 좋은거 할래? ㅋㅋ]
[뭐, 뭔데요?]
[시공의균열]
[꺼져시발아]
[고얀년]
[그럼 팀차도르로 2:1로 앞서고 있네 ㅋ]
하이로드라는 콩깍지가 쓰인 시청자들이 보기엔 그 반대였다.
오히려, 하이로드가 패배한 게임이 팀 차이 때문이라 여기고.
이긴 게임이 팀의 기량이 동일한 상태에서 진행되었다 여긴다.
참으로 편협하고 부당한 차별이었으나.
그 차별의 비교 상대가 하이로드인 걸 감안하면?
도리어 파격적으로 후하기까지 한 취급이었다.
그도 그럴게.
하이로드는 챔피언이었다.
지난 몇 년 간 최고의 자리를 빼앗기긴 커녕, 위협받아본 적도 없는.
과거의 옳지 못한 행보로 비난받으면서도.
실력 하나 만으로 무려 페이스와 비견되는 자리까지 이른.
그런 챔피언과, 저평가 받을지언정 경쟁상대로 취급받는다?
같은 링에 선다?
보통 같았다면 최소, 이번 시즌에서 하이로드를 상대로 1위를 쟁취함으로써 자격을 갖춰야 가능할 일이었다.
그만큼.
여지껏 누군가를 인정하는 일이 극도로 드물어 거의 없다시피 한 하이로드가 최초로 자신의 패배를 인정한 것은.
그럼으로써 누군가의 실력을, 최소 자신과 동등한 이상이라 인정해준 것은.
실로 엄청난 일이었다.
솔랭 1위 달성 수준으로.
혹은 그 이상으로.
하이로드는 단순히 솔랭 1위 그 이상의, 어나더 레벨이었으니.
따라서 실로 엄청난 사건이, 화제가 된다.
숨컷의 이야기로 가득 찼다가, 하이로드의 이야기로 가득 찼던 레오레 커뮤니티가.
이제는 정체불명의 중국 프로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차게 된다.
제목 : KCC CSN 얘 하이로드가 지랑 비슷한 수준이라 인정했다고?
내용 : 와 ㄷㄷ 중국 프로라던데
누구 짚이는 거 있냐?
ㄴ : 하이로드도 짚이는 게 없다는데 우리가 어케 알겠누ㄴ : 이번 시즌에 새로 나타난 애일 수도 있다는데?
ㄴ : 어? 이번 시즌 첫 등장 + 텔론 주캐 이거 완전...?
ㄴ : 조컷아 너냐?
ㄴ : 지금 숨컷님 중국인이라고 모욕는 건가요?
ㄴ : 아니 그런 심한 욕을 ㄷㄷ
ㄴ : 빵쯔새끼들 역겹네
ㄴ : 역겨우면 좀 ^^ㅣ발 니 나라로 돌아가!!
ㄴ : 조컷아 이건 고소 조지자
ㄴ : 혹시 모르니 내가 PDF땀
ㄴ : 눈물~
ㄴ : 혹시 모르니 내가 피땀눈물 ㄷㄷ 와! 공탄소녀단 ㄷㄷㄴ : 야 근데 얘가 도대체 얼마나 잘하길래 이 ㅈㄹ임?
ㄴ : [링크] 가서 봐라 ㅇㅇ 안 그래도 지금 3차전 성사됐다
결과.
오전 7시 시청자 4만 명이라는 말도 안 되는 대기록이 나온다.
대 관중이 몰린다.
그런 뜨거운 분위기 속에서 3차전이 시작된다.
경기는 시종일관 치열하게 진행됐다.
[마딱이들 불쌍해서 어쩌누 ㄷㄷ]
[고래싸움에 등 터지네 ㄹㅇ;]
[여기 브론즈 게임인가요?]
[놀랍게도 저 양학당하시는 분들 다 마딱이십니다]
[와 나 언제 마스터랑 만나서 벽 느꼈었는데 ㄷㄷ 얘네 둘 사이에 껴 버리니 그냥 버러지가 돼버리네]
일반적인 재능을 가진 이들이 도달할 수 있다는 가장 높은 티어로 취급받는 마스터.
그 마스터들이, 마치 둘이 싸우는 충격파에 하찮게 터져나가는 듯한 광경.
"아니, 이걸 눈치 챈다고라?"
평소 무미건조할 정도로 나른한 모습과 상반되는, 어딘가 즐거워 보일 정도로 높은 텐션인 하이로드의 진심이 담긴 인정.
게임이 진행될수록 그러한 상황들이 거듭되고.
자연스레 CSN에 대한 평가도 높아진다.
그리고 두 번째 게임이 끝났을 때에, 그 평가는 극에 달했다.
두 판 연속.
하이로드의 팀 운은 영 좋지 못했다.
변명이 아니라 사실이 그랬다.
하이로드가 CSN와 팽팽한 접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나머지 팀원들이 전부 CSN의 팀원에게 압도당한다.
원래 같았으면 하이로드가 라인전을 압살하고 조율해서 어떻게든 살릴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그녀가 압살해야 하는 상대는 CSN이었다.
결국, 그녀는 조율에 실패하고.
덧없이 져 버린다.
"하,"
하이로드가 쓴웃음을 터뜨렸다.
-KCC CSN님의 귓속말 : 나 오늘은 하다 여기까지
"아니, 이기고 튄다고라?"
-KCC CSN님의 귓속말 : 열받다? 그러면 해야했다 너가 승리
"아~ 팀운 너무 문제 있는데?"
-KCC CSN님의 귓속말 : 솔랭에선 행운 역시 실력
"하, 어이가 없네~? 뭐 어쨌거나. 그러면 나도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게요."
결과에 초연하지 못한.
그러니까, 승패에 집착하는 하이로드의 모습.
처음이었다.
그만큼, 하이로드가 CSN을 얼마나 인정하고 있는지.
CSN가 얼마나 대단한지 더욱 실감나게 전달된다.
그래서일까?
방송이 종료될 때까지 시청자들이 충격의 도가니에 빠져있던 건?
어느 정도는 맞다.
그렇다면, 하이로드가 무려 2연패를 해서?
아니.
게임을 본 이들은 모두가 안다.
하이로드가 패배한 건 의심할 여지가 없는 팀 차이 때문이라고.
애초에, 시청자들은 게임의 몇 판의 결과로 하이로드의 패배를 실감하지 못한다.
그간 그녀가 쌓아놓은 기반이, 위상이 너무나도 거대했기에.
1위 도전자들에게 있어 게임 한 판 한 판은 그저 과정에 불과하다.
하나의 거대한 게임의 일부에 불과하다.
하이로드가 게임에서 패배한 것은, 격투기로 따지면 그저 공격을 한 번 허용한 것과 다르지 않다.
하이로드의 패배를 실감시키려면,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어야 했다.
가령-
그래.
1라운드 패배 정도의, 굴욕을 선사하는 정도가 있겠다.
<다이아몬드 1티어로 강등 당했습니다.>
처음이었다.
하이로드가 패배함으로써 강등을 당하는 건.
CSN.
그녀가 사상 최초로 하이로드에게 강등이라는 통렬한 굴욕을 선사한 것이다.
그럼으로써, 사람들에게 하이로드의 패배를 실감시켜주었다.
* * *
제목 : 아니 이거 진짜 아무리 봐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용 : [사진]
마스터에서 강등당하는 따구리라니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말이 되나 ㅋㅋㅋㅋㅋ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수준이 아닌데 ㅋㅋ
ㄴ : ㄹㅇ; 사실상 올림픽 금메달 선수가 동네 대회 예선에서 떨어진 수준 아니냐
ㄴ : 아인슈타인이 사칙연산 틀린 수준 ㄷㄷ
ㄴ : 거기에 우리 아빠가 고기 태운 수준도 껴주냐? ㄹㅇ; 개화나네
ㄴ : 선생님은 허굿날 아빠 속 태우면서 겨우 아빠가 한 번 태운거 가지고 그러시는 건 좀
ㄴ : ㄹㅇ ㅋㅋ 모든걸 불태워버리는 초강력 불속성 효녀시면서
ㄴ : 하이로드가 다1 강등당한거 쟤가 효도하는 수준이네 ㅇㅇ;
ㄴ : 존나 개쩌는 상황이라는 게 와닿네요
ㄴ : 아니 근데 CSN진짜 정신 나간 것 같은데?
ㄴ : 이거 진짜 이번에 CSN가 하이로드잡고 1위 하냐?
ㄴ : 와 ㅅㅂ 진짜 ㅋㅋㅋ 이번 시즌 ㅈㄴ 재밌네
CSN는 등장하자마자, 하이로드의 경쟁자로 인정받게 되었다.
허나, 그건 정당한 업적을 이뤄서가 아니라.
하이로드에게 인정받아서다.
엄청난 업적을 이뤄야 낼 일을 거저 얻은 것.
즉, 시청자들에게 CSN는 낙하산처럼 느껴졌다.
하이로드가 대단하다고 해서 겉으로는 인정은 하는데, 속으로는 어딘가 미심쩍은.
그런데, 강등 건으로 인해.
그러한 의심은 깔끔하게 사라졌다.
CSN에 대한 평가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했다.
사람들은 인정하기 시작했다.
정말로 하이로드를 위협할 만한 라이벌이 나타났다고.
CSN.
그녀가 최초로 하이로드라는 정점의 라이벌로서 인정된 것이다.
가장 유력한 라이벌 후보였던 숨컷을 제치고 말이다!
"아니."
최재훈으로선 얼탱이가 털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CSN으로 하이로드를 저격한 이유는.
하이로드의 숨컷 챌린지를 방해함으로써, 자신의 기록에 뒤쳐지게 만들고.
그로 하여금, 자신과 비교 당하게 만들어.
도전 1위에 대한 관심과 기대를 숨컷에게 집중시키기 위함이었는데-
역효과가 제대로 일어나서 웬 근본 없는 중국인 프로가 끼어들어 그 관심과 기대를 독차지해 버린 것이다.
전혀 예상치도 못한 일이었다.
'아니, 이 인간은 왜 갑자기 그 호들갑 쌉 난리 부르스를 떨어서.'
최재훈은 아직도 하이로드가 왜 그렇게 CSN가 좋아서 죽으려 했던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때문에, 설마 하이로드 이 인간이 다 알고 자신에게 엿을 먹이려고 일부러 이러는 건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조컷 기분 왜 안 좋아 보이누?]
하이로드의 숨컷 챌린지 2일차 기록을, 마스터에서 다이아몬드 1로 강등시킴으로써.
마스터를 달성한 자신의 밑으로 만들었다.
숙면시간까지 반납해 가며!
이번에야 말로 마침내, 숨컷이 1위 도전에 대한 관심과 기대를 독차지하게 되리란 기대에서.
그리하여, 폭발적인 성장세를 타기 시작하리라는 기대에서였다.
그런데.
웬 근본 없는 자신의 분신(춘장맛)이 자신의 관심을 독차지해버리니, 기분이 안 좋아 보이지 않으래야 않을 수가 없었다.
최재훈은 시청자를 확인했다.
어제와 같이, 하이로드가 아직 방송을 켜지 않은 상황.
그런데, 어제와 달리 시청자는 5만을 바라보긴 커녕.
2만을 겨우 바라보고 있었다.
쌉에바적인 개떡락.
그 이유.
어제 시청자가 몰렸던 건, 자신이 하이로드의 경쟁 후보로서 거론되었기 때문인데.
지금, CSN이 그 경쟁자가 되어.
하이로드 팬들의 관심에서 OUT당했기 때문이다.
[왜 그렇게 기분 안 좋아 보이냐고 ^^ㅣ발아]
"나. 오늘. 조금, CHILL- 하니까. 인지."
[해석 = 기분 안 좋으니 후원 많이 하라는 소리]
[조컷 게이야... 너무 여성스러운 나머지 이제는 '그날'마저 가져버리누...]
[나는 마법에 걸린 왕자란 걸~]
"아아아아앍!!!!!!!!!!!"
ㄴ강제 퇴장 당했습니다.
ㄴ강제 퇴장 당했습니다.
ㄴ강제 퇴장 당했습니다.
ㄴ강제 퇴장 당했습니다.
ㄴ강제 퇴장 당했습니다.
[으아악!!!]
[??? : 짜장면으로 맞아 볼래?]
[이 새끼 짜장면 꺼냈다!!]
[엎드려!!!]
현재 점수 1천 점.
랭크 60IN.
여기에서 또 하루만에 100점을 올리는 대기록을 달성하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않을까?
최재훈은 그런 희망을 갖고, 악에 받쳐 게임과 방송을 진행했다.
[캬 ㅋㅋㅋㅋ 아니 아니 ㅋㅋㅋ 미쳤냐 조컷아]
[아니 오늘도 100점을 올려버린다고? ㄷㄷ]
[와 ㅋㅋ 슬슬 프로들도 만나기 시작하는데 승률 그냥 유지하네]
[이 남자가 좌절이라는 개념을 알까요?]
[조컷! 조컷! 조컷! 조컷! 조컷! 조컷! 조컷! 조컷! 조컷! 조컷! 조컷! 조컷! 조컷! 조컷! 조컷! 조컷! 조컷! 조컷! 조컷! 조컷! 조컷! 조컷! 조컷! 조컷! 조컷! 조컷! 조컷! 조컷! 조컷! 조컷! 조컷! 조컷! 조컷!]
그렇게 오늘도 역시 기록 달성에 성공한다.
하지만-
하이로드가 방송을 켠 지금.
그의 시청자는 1만이 붕괴하여, 7천대가 되어 있었다.
고정 시청자를 제외하곤 생선 가시 발리듯이, 싹싹 발린 것이다.
자신의 방송을 살리기 위해 만든, 자신의 분신(짜장맛)에게 말이다.
"이런 괘씸한 새낄 봤나."
최재훈은 분신에 대한 처분을 생각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