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자가 게임을 잘함-240화 (240/361)

240. KCC CSN 1

셸리온.

그녀는 대한민국에서 자타공인 텔론의 정점이었고.

텔론의 상징이었다.

텔론은 그녀의 아이덴티티이자, 상품이었다.

레오레 방송인이자 미튜버로서 다루는 주력 상품.

레오레 방송인으로서 텔론을 상품으로 다룰 수 있는 미튜버와 방송인은 많았다.

허나, '텔론'을 찾는 방송인들 대부분은 셸리온을 찾았다.

콜라를 찾는 이들이 '코크콜라'부터 찾듯.

그리고, '코크콜라'를 찾는 이들이 그걸 사고 또 다른 콜라를 사지 않듯.

'텔론'을 찾던 이들은 셸리온의 방송을 보고 충분히 만족했다.

그렇게 셸리온은 텔론이라는 상품을 독점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가 등장해 버린 것이다.

숨컷.

그는 엄청난 퀄리티의 텔론 코스프레로 일약 텔론의 아이콘이 되었다.

셸리온은 그걸-

전혀 개의치 않았다.

텔론 코스프레가 잘 어울리는 것과, 텔론을 잘 하는 것과는 확연히 달랐으니.

자신이 코크콜라 판매자라면.

그는 코크콜라 굿즈 판매자였다.

확연히 영역이 달랐다.

셸리온은 '텔론'을 주제로 그와 자신을 엮여 득을 보고.

나아가, 개인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지 않을까.

오히려 숨컷의 존재를 반가워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숨컷이 '텔론남'으로 알려진 이후의 행보.

하루 만에 챌린저 600점에서 700점에 도달하는 거였다.

그럼으로써 인정에 인색하기 그지없는 빨대들에게 찬양 일색을 받은 거였다.

다음날은 또 700점에서 900점에 도달하는 거였다.

그럼으로써, 무려 하이로드의 경쟁상대로 거론되는 거였다.

그런 그의 MOST1 챔피언.

다름 아닌 텔론이었다.

[셸리온 님은 숨컷 챌린지 안 함?]

[셸리온님 플4에서 챌900점까지 며칠걸림?]

[아 방금 그거 숨컷이었음 잡았다]

[ㄹㅇ ㅋㅋ루삥봉뿡삥빵뿡]

[그건 또 뭐야 ㅅㅂ 니 아빠 복장 터지는 소리야?]

[윽 니 지건이 제일 아파 텟카이 흐에]

[셸리온아 ㅋㅋ 슬슬 텔론 원탑 자리 내려 놓을 준비 하자]

[??? : 숨컷아 무슨 짓을 하는 것이냐!?]

[??? : 썩씨딩유를 하는 중입니다 마더]

하이로드에게조차도 일시적이지만 위협적인 수준이 된 숨컷의 그림자.

셸리온이 속절없이 잡아먹히려 하고 있었다.

그에 위협을 느낀 그녀가 강구한 대책.

"오! 자, 여러분! 하이로드님 알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하이로드를 저격하고.

"아! 그리고 마침 트위스트 페이트! 하페를 꺼내시네요! 여러분. 운 좋으신 줄 아세요. 제가 보여드리겠습니다. 하페가 패배하는 걸. 그것도, 텔론한테!"

자신의 상징인 텔론으로.

하이로드의 상징인 트위스트 페이트를 이기는 것이었다.

[트페 어차피 텔론한테 약하지 않음? ㅋ]

그 말대로, 텔론은 트위스트 페이트의 상성 상 명확하게 우위에 있는 챔피언이었다.

텔론은 트위스트 페이트 상대로 라인전 솔로킬 확률이 60%를 넘어가며.

게임 승률은 자그마치 55%에 달했다.

그런 매치업으로 승리를 거두어봤자, 의미가 있을까?

있었다.

[트페가 아니라 하페자너]

[ㄹㅇ ㅋㅋ]

[일반 트페가 커피면 하페는 코피지 ㅇㅇ; 만나면 다른 의미로 잠이 확깹니다]

[선생님 드립은 현피인가요 잠이 아니라 뚝배기를 깨고싶네요]

[하페 텔론 상대로 지는 걸 본 적이 없긴 해]

[하이로드 피셜 : 나는 트위스트 페이트로 텔론한테 지는 방법을 모르겠다]

[ㅋㅋ 난 아는데 모자란련 ㅋㅋ]

[모자가 어떤 년인데ㅋㅋ]

[모자가 어떤 년인지는 몰라도 저 년께서 모자라는 분이신 건 알겠습니다]

[A WOMAN CALLED MOJA EEE]

[EEE~]

하페는 레오레에서 페이스의 로블랑, 페블랑 만큼이나 상징적인 존재였다.

그런 하페를 상대로.

하이로드가 스스로 단언하길, 절대로 텔론에게 질 수가 없다 단언한 하페를 상대로.

자신이 텔론으로써 승리를 거둔다?

'아직 날 안 만나 봐서 그래.'

셸리온이 생각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생각하기에 숨컷에겐 불가능한 일이었다.

셸리온은 이번 일로 텔론에 관련된 자신의 입지를, 숨컷이 감히 넘보지 못하도록 공고히 할 생각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픽 차례가 오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만만하게, 텔론을 선택했다.

그러고 난 뒤에야, 게임 채팅이 눈에 들어온다.

[KCC CSN : HEY MID]

[KCC CSN : CAN I MID?]

[중국인인가?]

[하 짱깨새끼들 좀 지네 서버로 꺼졌으면]

[그만 지고 싶어서 '지네' 서버에서 나온거 아님? ㅋㅋ]

ㄴ강제 퇴장 당했습니다.

[그럼 이기려면 데베충들 서버 가야겠네 ㅋㅋ '이기'네 서버 ㅋㅋㅋㅋㅋㅋㅋ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ㄴ강제 퇴장 당했습니다.

[쓰레기드립 캍!]

[아니 근데 중국인 맞는 것 같은데? 슈퍼계정임]

[슈퍼계정이 뭐고]

[레오레에서 프로 비롯해서 특별한 플레이어들한테 주는 계정 ㅇㅇ 올스킨에 배치보면 최대 다이아4부터 시작 가능함]

[와 전적 개쩌네 ㅋㅋ]

"전적이 개쩐다고? 어떤데?"

그녀가 전적을 확인한 바-

"오…."

배치고사에서 다이아4에 배치되고, 현재 마스터에 이르기까지.

그 승률이 무려 85%에 달했다.

엄청난 기록.

"이 사람 프론가본데?"

뭐, 어쨌거나 상관 없다.

랭킹 50IN인 그녀에게도 충분히 가능한 기록이었거니와.

셀리온은 지금 페이스가 와서 미드를 내놓으라 해도.

이판은 자신이 미드에 설 생각이었다.

하이로드의 맞수가 될 생각이었다.

[METUBE셸리온 : 미안하다 (영어)]

[METUBE셸리온 : 나는 고른 이미 텔론 (영어)]

[영어 수준 보소 ㅋㅋ]

[안녕하신가 힘세고 강한 아침]

[만일 내게 물어보면 나는 셸리온]

이쯤이면 당연히 포기할 거라 생각했는데-

[KCC CSN : 괜찮다]

[KCC CSN : 나의 텔론 대륙 제일]

[KCC CSN : 페이스형 나의 텔론 보고 돌다 공중제비 5천만번]

[ㅋㅋㅋㅋㅋ 저거 뭐야]

[번역기 돌리는 건가 ㅋㅋㅋㅋㅋ]

[그런것 같은데 ㅋㅋ 페이스 형 ㅇㅈㄹ ㅋㅋ 무슨 번역기를 쓰길래 페이스를 남자로 만들어 버리누]

[골때리는 새기네 ㅋㅋ]

"하, 참나. 그러게. 귀엽네."

[METUBE셸리온 : 미안하다 (영어)]

[METUBE셸리온 : 내 텔론은 세계 제일이다(영어)]

[METUBE셸리온 : 내가 가르쳐준다 조금(영어)]

[METUBE셸리온 : 이걸 대륙에 가져가서 퍼트려라 (영어)]

[METUBE셸리온 : 이게 한류 (영어)]

[METUBE셸리온 : K- 텔론이다 (영어)]

[KCC CSN : 안 된다]

[KCC CSN : 사랑하다 한국]

[KCC CSN : 사랑하다 김치]

[KCC CSN : 사랑하다 강동스타일]

[KCC CSN : 부탁하다]

"아니 이거 골 때리는 년이네."

[저거 ㄹㅇ 짱깨 맞음? ㅋㅋㅋ]

[사라애요 여내가중개~]

[입국심사는 일단 통과네 ㅇㅇ]

[저렇게 부탁하는데 함 줘 보죠 ㅋㅋ]

"아, 안 돼요. 하페를 내가 아니면 누가 잡아~"

[METUBE셸리온 : 내가 더 사랑한다 중국 (영어)]

[METUBE셸리온 : 사랑한다 짜장면 (영어)]

[METUBE셸리온 : 사랑한다 황사 (영어)]

[METUBE셸리온 : 싸다 메이드인 차이나 (영어)]

[차마 사랑한다곤 못하누 ㅋㅋ]

[KCC CSN : 알겠다]

[KCC CSN : 잘부탁한다 형제]

[KCC CSN : 같이 물리치자 높은길]

"아니, 이 중국인. 좀 호감인데?"

[ㄹㅇ ㅋㅋ]

[다들 사격 중지! 짱깨가 아니라 중국인이다!]

[본토 사람한테 찍먹이 답인가 부먹이 답인가 물어보죠]

[ㅄ들 ㅋㅋ 탕수육 현지에서는 찍먹 개념 자체가 없어요 당연히 부어먹는 거라]

[저게 맞음 ㅋㅋ]

[METUBE셸리온 : 이봐 탕수육 소스는 부어야 돼 찍어야 돼? (영어)]

[KCC CSN : 중국에서는 사형당한다 음식가지고 장난치면]

[KCC CSN : 당연히 찍는다]

"크~ 이 친구 보면 볼수록 아주 개념이 꽉 차 있네. 부먹충들 들으셨죠?"

[현지에선 뭐니 하던 새기들 머선129 ㅋㅋ]

[저새끼가 짱코인 거지 ㅋㅋ]

[찍어먹으라고 준 소스를 붓는 너네가 인간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 거 아닐까?]

[그저 ^눅눅^]

[찍먹충새끼들 ㅋㅋ 아주 그냥 면 분다고 짜장면도 찍어먹지 그러냐]

[부먹충 새기들 부들거리는거 보소 ㅋㅋ 짜장면에 젓가락 꽂아놓으면 자동으로 비벼지겠누]

[부먹충새끼들 캍!]

[사형으로 모가지 캍!]

여로 모로 좋은 분위기에서-

<게임이 시작되었습니다.>

분위기가 좋으니 의욕에 불이 붙는다.

그녀는 경쾌하게 키보드를 두들겼다.

[METUBE셸리온 : 이봐 친구 (영어)]

[METUBE셸리온 : 미드좀 잘 부탁해(영어)]

[METUBE셸리온 : 저 미드를 일본인이라 생각하자고 (영어)]

[METUBE셸리온 : 한국과 중국 공공의 적 (영어)]

[KCC CSN : 독도는 한국땅]

[KCC CSN : 일본해 아닌 동해]

[KCC CSN : 기무치 아닌 김치]

[KCC CSN : 스시는 좋아]

[KCC CSN : 그러나 죽인다 일본인]

[METUBE셸리온 : 세상에 (영어)]

[METUBE셸리온 : 뭘 좀 아는군 친구 (영어)]

[METUBE셸리온 : 내 생각에 우린 좋은 친구가 될 것 같아 (영어)]

[METUBE셸리온 : 이 판 제대로 보여주자고 (영어)]

<미니언이 생성되었습니다.>

미니언이 라인에 도착하여, 라인전이 시작된다.

게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트위스트 페이트는 운영에 특화된 챔피언이었고.

이는 스텟이 유틸성에 치중된 덕분이었다.

트위스트 페이트의 핵심은 패시브 스킬에 달라붙은 골드 추가 수급.

W스킬에 붙은, 기절.

궁극기에 붙은, 초장거리 이동.

이를 통해 나오는 결론.

라인전을 비롯한 초반 초약체에 속한다는 사실이었다.

이에 셸리온은 생각했다.

트위스티드 페이트의 숨통이 풀리기 시작하는 두 번째 귀환 타이밍과.

6레벨 타이밍이 오기 전에.

확실히 죽여 놓자고.

몰아친다.

일단 가장 먼저 텔론의 2레벨 깜짝 킬을 시도한다.

1레벨에 들어갈 듯 말 듯, 은근한 자세를 유지하면서 적당히 밑 준비를 하다가.

2레벨 타이밍을 예상해서 갑작스럽게-

* * *

"…쯧."

아슬아슬하게 실패였다.

셸리온은 하이로드에게 새로운 텔론전을 느끼게 해 주겠다 했었다.

그런데 오히려, 이번 일로 본인이 새로운 트페전을 느껴 버렸다.

텔론의 2레벨 깜짝 킬각의 성공률은, 텔론에 대한 이해도에 비례한다.

그녀는 자신의 텔론 이해도가 100%라 자부했고.

그렇기에, 2레벨 깜짝 킬의 성공률 또한 그에 가깝다 자부했다.

실제로.

그녀는 처음 만난 트페를 상대로, 2레벨 킬각을 실패한 적이 없었다.

최상위권 랭커여도 말이다.

그녀의 텔론을.

2레벨 킬각을 이미 경험해 본 이라면 몰라도 말이다.

그에 셸리온이 생각하길-

'나 좀 분석했나본데?'

하이로드가 자신을 분석했다.

왜?

1위 도전에 있어서 위협적일 위험 대상이라 인식해서.

그로 인해 셀리온의 표정이 만족감에 젖는다.

중대한 첫 번째 수가 실패로 끝났음에도 자신감에 차서 임할 수가 있었다.

두 번째 수에.

세 번째 수에.

네 번째 수에.

"…."

당초 셸리온의 예상대로였다면.

수가 거듭될수록 자신의 표정은 더더욱 밝아져야했다.

그런데 도리어 그녀의 표정은 차츰 어두워져갔다.

분명, 초반 텔론과 트페의 구도에선 텔론이 절대적 우위에 있다.

셸리온도 그걸 염두해서, 그런 양상이 나오도록 플레이하고 있었다.

허나 왜일까.

분명 자신이 압도하고 있는 양상인데도, 그녀는 오히려 초조함을 느낀다.

압도하고 있는 양상인데 단지 그뿐, 아무런 득점도 실점도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내 깨닫는다.

압도하고 있는 게 아니다.

압도하기 직전의 상황에서 정체되어 있는 것이다.

"아, 이 라인…."

그리고, 압도하기 직전의 상황에서 정체되어 있다는 것은 곧 이도저도 아니라는 것이었다.

반드시 압도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도저도 아니라는 상황은 곧, 부진하다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 증거로.

라인이 하이로드에게 유리한 위치에서 굳어져 있었다.

이른바, 라인 프리징.

자신의 타워에 최대한 가까운 곳에서 라인을 고정시켜 놓아.

상대방의 전진을, 허점을 유도하는 기술이었다.

그렇다.

셸리온은 주도권을 쥐고 흔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도리어, 하이로드에게 기술을 당해 주도권을 빼앗겨 버린 것이다.

셸리온이 시청자들의 눈치를 보았다.

언제라도 그들이 자신을 비난해올 것만 같았다.

자신의 부진함이 드러나 비판 받을 수도 있는 상황.

그런 상황에 처한 레오레 유저들은 쉽사리 어떤 욕망에 휩쓸리곤 했다.

바로, 자신의 부진에 대한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고 싶은 욕망.

남탓 하고 싶은 욕망이었다.

그거면 자신을 불편하게 하는 감정을, 상황을.

손쉽게 해결 가능하다.

심지어.

지금 이곳은 마스터 티어였고.

자신은 챌린저 랭킹 50IN의 최상위권 유저였다.

지천에 자신보다 못한 이들이 널려 있었다.

남탓을 하기에 더는 없을 만큼 좋은 환경이었다.

그리고, 미드의 남탓 대상이라 하면 당연히-

[METUBE셸리온 : 친구 잘 모르나 본데 이럴땐 미드 와서 라인 풀어줘야돼 (영어)]

[METUBE셸리온 : 그리고 이판 도대체 왜 미드에서 안 하는 거야? (영어)]

[METUBE셸리온 : 내가 미드에서 하자고 했잖아 (영어)]

[KCC CSN : 나도 그러려고 했다]

[KCC CSN : 하지만 친구의 라인 너무 불안정하다]

[KCC CSN : 친구가 갱 안 당하게 봐주는 게 고작이었다]

"아니, 마딱이 새끼가 말대꾸 하는 거 봐라~"

그녀는 시청자들이 들으란 듯 말했다.

[중국 프로라며?]

"저게? 에이, 아니야~"

[슈퍼계정인데?]

"요즘 슈퍼계정 좀만 유명해져도 개나 소나 다 주잖아. 중국은 슈퍼계정 엄청 잘 푼다고 들었는데, 저 새끼도 계정 샀나 본데?"

[마스터까지 승률 85%는?]

"듀오로 올렸던가 했겠지. 아니면 어뷰징이나 대리 받았던가. 중국 애들 그런 쓰레기 짓 잘하잖아. 뭣보다. 쟤가 진짜 프로면 말이 안 되는 게. 이 게임, 내가 라인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이라. 정글 주도권 싸움 우리한테 있는데도, 쟤 아무것도 못했잖아."

상대방은 정체가 불분명한 중국인이고, 한국말도 모른다.

반면에, 자신은 한국에서 랭킹 50IN의 최상위권 랭커로서 검증된 실력자.

네임드였다.

시청자들을 선동하기란 어렵지 않았다.

[하긴 ㅋㅋ]

[짱깨새끼들이 다 그렇지]

[겜 ㅈㄴ 답답하긴 하더라 ㅋㅋ]

[정글이 암것도 안하긴 했어]

그렇게 의도한 대로 시청자들에게서 자신에게 유리한 반응을 이끌어낸 셀리온.

[METUBE셸리온 : 빨리 와서 미드 밀라니까? (영어)]

그녀의 남탓에 주저가 사라진다.

자신의 부진에 대한 수습과 책임을 정글에게 전가한다.

[METUBE셸리온 : 아 ㅋㅋ]

[METUBE셸리온 : 개 답답하네 ㅋㅋ진짜 중국인]

계속해서.

계속해서 전가한다.

그러니 결과는 당연히 정해져 있었다.

<패배!>

숨컷을 상대로 입지를 공고히 다지려던 계획이 실패로 끝났다.

향후 자신의 입지는 어떻게 될 것인가.

지금 그녀의 사고는 그렇게 먼 곳까지 미치지 못했다.

지금 이 상황을 잘 무마하는 게 최우선이자 유일한 관심사였다.

"하, 진짜… 마스터 정글이랑 못 해 먹겠다."

거듭 팀원의 부진을 강조한다.

"아, 근데 진짜 하페. 대단하긴 하네요. 진짜 이 사람 트페는 뭔가 다르긴 다르다. 이거, 내가 해 봤는데. 정글도 문제긴 문젠데. 이 사람 트페는, 진짜 텔론으로 못 이길 것 같아요. 인정합니다, 진짜."

그거로도 모자라 상대방을 추켜 세운다.

[ㄹㅇ ㅋㅋ]

[저사람 트페는 그냥 다른캐라니까 ㅇㅇ]

[저사람이 텔론이 못 이긴다면 그냥 못이긴다는 거야 ㅋ]

[그냥 다른 트페들 이해도가 낮은 거고 사실 트페가 텔론 상대로 유리한 거 아님?]

"그거야. 내가 하고 싶은 말이."

그렇게, 자신의 부진을 부정하는데 성공한 셸리온의 표정이 밝아지려던 차였다.

게임 내내 부당하게 셀리온의 잘못을 뒤집어 쓴 정글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KCC CSN : 친구 내가 뭐라고 했어]

[KCC CSN : 텔론 달라 했잖아]

셀리온에게 당한 짓을 고려하자면 너무나도-

[KCC CSN : 텔론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ㅋ]

여유로운 태도이었다.

어딘가 자연스러워진 말투.

셸리온은 그걸 눈치 채지 못했다.

다만, 그 여유로운 태도로써 행해지는 도발적인 어투에 흥분할 뿐.

그녀가 뭐라 대꾸하기도 전이었다-

[KCC CSN : 하이로드 방송 봐라]

[KCC CSN : 내가 하는 거 보고 배워 ㅋ]

KCC CSN 님이 대기실을 떠났습니다.

"참나, 아. 시발. 어이가 없네 진짜."

그녀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어이가 없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녀의 안에서 하이로드의 트페를 텔론으로 못 이긴다는 건 이미 기정사실이 되어 있었다.

텔론의 정점인 자신이 그렇게 판단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셸리온은 하이로드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 걸 포기하고.

다른 대책을 강구하고 있던 때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야 ㅋㅋㅋㅋㅋㅋㅋㅋ ]

[셸리온아 뭐냐 ㅋㅋㅋ]

"? 뭐가요."

[하페 텔론으로 절대 못 이긴다며]

"아니, 하. 또 그 얘기야? 예. 그래서 뭐요."

[아닌 것 같은데? ㅋㅋㅋ]

'하… 언니, 저보다 텔론 잘 아세요? 아니면 뭐, 나보다 점수 높아?"

[그건 아닌데 ㅋㅋ]

"그렇죠? 그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왜. 도대체 뭐 믿고 그런 소리 씨부리는 거예요?"

[어 ㅋㅋ;; 짱깨?]

"짱깨? 아니 또 뭔 소리야 그건. 짜증나게. 강퇴할게요?"

[아니 ㅋㅋ 방금 그 짱깨 프로 있잖아]

"걔 프로 아니라니깐요?"

[맞는 것 같은데?]

"예?"

[걔가 이겼음]

"…."

시청자의 말에 짜증을 더해가던 셸리온의 얼굴이, 굳었다.

그 굳은 얼굴을 향해 시청자는 말을 이었다.

[짱깨 텔론이 하페 잡았다고 ㅋㅋㅋㅋ]

[이이제이 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역시 짱깨엔 짱깨가 답이었누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근데 ㄹㅇ임? 진짜 하페 이김?]

[ㅇㅇ]

[팀차이가 쌉 오졌나본데]

[그러게]

[아니]

[?]

[걍 얘가 혼자서 다했음 ㅋ]

[아니 근데 말이 대나?]

[ㄹㅇ 셀리온이 못했는데?]

텔론 트페 구도에서, 트페의 승률이 낮다는 건 아주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

그만큼, 텔론은 내 트페한테는 안 된다는 하이로드의 발언은 유명했고.

의견이 분분했다.

그렇게 나오는 결론.

하이로드가 아직 본인처럼 캐릭터 이해도가 극에 달한 텔론 플레이어를 만나보지 못해서 그렇다.

즉, 셀리온 말이다.

셀리온과 맞대결을 해 보기 전까진 모른다.

그런데, 방금 그 맞대결이 성사됐고.

결과가 나왔다.

셀리온은 정글의 잘못이 크다 하면서도 인정했다.

자신의 텔론으로도 하페에겐 안 될 것 같다고.

하이로드의 말이 사실임이 밝혀졌다.

텔론은, 하페를 이길 수 없다.

셀리온이 손수 검증했으니, 이는 이견의 여지가 존재할 수 없는 사실이 되었다.

하이로드가 방송을 하던 도중에 있었던 일이니 만큼.

그 사실은 아주 빠르게 커뮤니티로 퍼져나가-

고 있는 상황에.

곧바로 정정이 되어 버린 것이다.

아니던데?

아무리 하페라도 역시, 텔론한텐 안 되던데?

중국 프로라 추정되는 정체불명의 플레이어가 벌인 일이었다.

[팀이 문제였던 거 아님?]

아주 합리적인 의심.

[ㄴㄴ ㅋㅋ 걍 텔론이 하페 솔킬 따고 혼자서 다 한 거]

그리고 반박.

'KCC CSN'.

그녀.

혹은 그가, 텔론의 정점인 셀리온과.

정점인 하이로드에게 동시에 엿을 먹이면서.

더는 없을 정도로 요란스럽게 자신의 존재를 처음으로 사람들에게 각인시켰다.

더는 없을 정도로, 강렬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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