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7. 키포인트
오늘부터 며칠 동안 방송을 길게 진행하지 못할 것 같다는 최재훈의 말에 채팅창이 ?로 도배된다.
[머선129?]
[몬데]
[며칠 동안의 며칠이 며칠인데요]
[일단 내 남친 3년 전에 며칠동안 거리 두자 해 놓고 아직까지 연락 없긴 해]
[5조5억일도 이론상으론 며칠이긴 해 ㅋㅋ]
[일단 난 멸치긴 해]
[며칠것같애! 며칠것같애! 며칠것같애! 며칠것같애! 며칠것같애! 며칠것같애! 며칠것같애! 며칠것같애! 며칠것같애! 며칠것같애! 며칠것같애! 며칠것같애! 며칠것같애! 며칠것같애! 며칠것같]
[아니 그래서 며칠인데요 ㅅㅂ]
"아, 일단 멸씀드리는데. 이 방송을 길게 진행하지 몃한다는 건. 제가 어제 풀타임 서비스로 조져드린 거하고, 며션 진행중이라는 걸 고려한 기준으로 짧다는 겁니다."
[며선 말투고?]
[며친놈...]
"그래서 그게 며칠 동안이냐?"
최재훈이 씨익 웃으며 캠을 향해 검지를 치켜들었다.
[아 ㅋㅋ]
[요 요 ㅋㅋ 요망한 쉑 ㅋㅋ]
[아 ㅋㅋ 깜빡 속아버렸내]
[그렇지 ㅋㅋ 하루도 며칠이지 ㅋㅋ]
[깜짝 놀랐자너 ㅋㅋ]
그에 그런 채팅이 올라오자.
최재훈은 치켜든 검지를 와이퍼처럼 양옆으로 흔들었다.
이내 시청자들이 그 검지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는다.
[???]
[아니 설마요]
"그 설마입니다."
[아니 1위를 찍을 때까지 방송을 짧게 하겠다고?]
[속보) 숨컷 평생 방송 짧게 하겠다]
[(파랭이가 뚝배기 대령하는 이모티콘) 선생님 방송 시작한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설렁설렁 하시는 건가요 어디 한 번 코로 설렁탕을 음미시켜드려도 계속 설렁을 추구할 수 있나 볼까요]
[아니 ㅋㅋ 니 지금 1위 미션에 기부에 하고 있는 게 몇갠데 더 빡쎄게 해도 모자랄 판에 뭔]
[모자란다는 말 함부로 하지 말아 주세요 절대로 안 자라니까 탈모 분들 희망 가지면 어쩌시려고]
[... 발년... 모발년아...]
[그래서 왜 짧게하겠다는 건데]
[(파랭이가 방망이를 들고 위협하는 이모티콘) 어디 몸이라도 아프신가요?]
[하루 24시간에서 목 디스크, 허리 디스크, 손목 디스크, 실명, 암, 탈모 하나당 4시간씩 까 드리겠습니다]
[탈모가 그것들이랑 동급인 거냐고]
찰랑!
-…님이 10,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설마 여친이랑 놀러다니려고?
"아이~ 여친이랑 놀러 다니려면 오히려 방송을 더 하겠죠. 왜냐?"
최재훈이 능글거리며 캠을 가리켰다.
"여러분들이 제 여친이니까."
[우욱]
[(개구리가 주먹 휘두르는 이모티콘)]
[누구맘대로 얼빠진것아 ㅋㅋ]
[개수작 부리지 말고 서류부터 넣으세요 그 다음은 압박면접입니다]
[선생님 얼굴로 압박면접 하면 아무런 남자도 못 버틸 텐데요 ㅋㅋ]
[그래서 아직까지 아무도 통과 못했자너 ㅋㅋ]
[아 ㅋㅋ]
[경쟁률 0:0 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데이트 비용은 더치페이, 이동은 버스, 오락은 피씨방, 식사는 고깃집이다 불만 없제?]
[저 데이트 코스 사실상 초미녀 챌린지 아니냐 ㄷㄷ]
[ㄹㅇ ㅋㅋ 얼마나 이뻐야 저걸 남자가 참아주냐고]
[숨씨 꿈 깨 ㅋㅋ 나 강릉 함씨 33대손 함연하는 갖고 싶다고 가질 수 있는 여자가 아니야]
"아유, 요, 요, 요. 부끄럼쟁이들. 응? 나 없으면 하루도 못 살면서 아주 그냥."
최재훈이 음흉하게 캠을 바라보자 난리가 난다.
[으아악 ^^ㅣ발 꺼져ㅕㅕㅕㅕㅕㅕㅕㅕㅕㅕㅕㅕㅕㅕ]
[며칠것같애! 며칠것같애! 며칠것같애! 며칠것같애! 며칠것같애! 며칠것같애! 며칠것같애!]
[개조깟네 ㅋㅋ 현피 뜰까? ㅋㅋ]
[어 ㅋㅋ 니 없어도 잘만 살아 ㅋㅋ 우리한텐 따구리 있어~]
"아~ 따구리는 인정이지. 그런데, 여러분. 과연 그 사람이 여러분이랑 계속 같이 있어줄까? 한 달 뒤에도?"
[아 ㅋㅋ;;]
[원래 진짜 사랑은 짧고 굵은 법이다]
[그러면 선생님의 몸매도 사랑이라 할 수 있겠네요]
[사랑스러운 몸매 ㄷㄷ]
[아 ㅋㅋ 그러면 뭐~ 한 달 동안 따구리랑 진득하게 놀다가 따구리 가면 그때 돌아오지 뭐 ㅋㅋ]
[숨컨드 ㅋㅋ]
"아, 그렇게 내 순정을 가지고 노시겠다. 그러면 나도 비정한 인간이 될 수밖에 없어. 저 지금, 다 기록해 두고 있습니다.
그분 방송만 켰다 하면 내 방송 보다가도 빤스 자락 휘날리며 달려가서 귀신 같이 사라지는 사람들. 그 사람들은 이제, 내 방송에서 2등 시청자가 되는 거야.
후원을 해도 리액션에 영혼이 없을 것이고. 채팅 읽어주는 것도 재밌어서가 아니라 의무적으로 할 거야. 닉네임도 안 기억해 줄 거고. 무슨 느낌인지 알겠지? 지금부터야. 지금부터 매숨노 선별 들어갈 거니까, 처신들 잘 하라고."
[노? 신고합니다]
ㄴ1818시간 채팅 금지 당했습니다.
"신고하러 가버렷!"
[1818시간 뭔디]
[아니 미쳐 날뛰는 거 봐]
[또 정신병 터졋네 ㄹㅇ;]
[니들때문에 흑화했잖아]
[이게 그 얀데렌가 뭔가냐]
[아니 그래도 따구리는 봐야지 삽련아 ㅋㅋ 연례행산데]
[ㄹㅇ ㅋㅋ 우리한텐 이게 크리스마스라고]
[조컷아... 마음은 놓고 갈 거니까 너무 섭섭해 말아]
"마음은 놓고 가긴 이 자식아. 필요 없어! 니 마음을 어디다 쓰는데. 니 마음이 뭐, 시청자 수를 올려줘, 내 방송 랭킹을 올려줘? 니 맘 필요 없으니까, 몸을 놓고 가!"
[몸을 놓고 어떻게 가요...]
"몸을 놓고 어떻게 가긴 이 자식아, 나도 몰라! 니도 몰라? 그럼 안 가면 되네!"
[논리적으로 헛점이 없으니 니 말이 맞다 그래도 방송은 따구리 볼 거다 미안하다]
[아니 ㅋㅋ 1년에 한달만 볼 수 있는 한정판 방송인데 어케 안 봐 ㅋㅋ]
[조컷아 ㅇㅇ;; 우리가 너보다 하이로드가 더 좋아해서 하이로드 방송을 보는 게 아니야 하이로드 방송이라 볼 수 밖에 없는 거지 무슨말 하는지 알지?]
"자그마치 따구리인데 어떻게 안 보냐~ 우리의 마음이 변절한 게 아니다~ 아니, 이거 완전 그 마인드 아니냐고? 어?"
[ㄹㅇ ㅋㅋ 매숨노 그 자체]
[이게 매국노의 심정인가...?]
[매국노의 심정을 이해하게 만드는 유해방송 ㄷㄷ]
[하이로드 방송 안 보고 애숨지사 되기 vs 하이로드 방송 보고 매숨노 되기]
[미안하다 숨컷아 애국지사분들은 고단한 삶을 사셨는데 매국노들은 떵떵거리면서 잘 살더라 ㅇㅇ;]
[우리 말고 썩은 세상을 탓해라...]
[애숨지사들아... 우리 없을 동안 조컷을 부탁한다]
[한달 뒤 숨봉디 제도에서!]
그게 최재훈이 찔러서 확인해본 바.
그게 현재 자신의 입지였다.
하이로드 만큼 흥미롭고 선호하지만.
결국엔 하이로드 다음.
사실, 말이 '하이로드 만큼 흥미롭고 선호하지만 결국엔 그 다음.'이지.
이는 분명 엄청난 입지였다.
지금만 봐도 알 수 있다.
현재 숨컷 방송의 시청자.
무려-
(43, 953명)
숨컷이 옐로TV 복귀 때 피크에 달했던 시청자 수의 약 두 배였다.
'하이로드 다음'만 돼도 이 정도 관심을 받게 되는 것이다.
물론, 하이로드가 방송을 켜는 순간 빤스자락 휘날리며 귀신같이 사라질 시청자.
하이로드가 먹다 흘릴 관심이겠지만.
보통 방송들이었다면 배가 빵빵 레후할 것이다.
그러나 최재훈은 '나는 아직 배가 고프다'였다.
현재 숨컷이 '하이로드 만큼 흥미롭고 선호하지만 결국엔 그 다음'이라는 입지를 얻을 수 있었던 건.
어제 일로 하이로드에게 유의미한 도전자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며칠 뒤, 하이로드가 숨컷 챌린지를 끝낸다면?
아마도-
아니, 필시. 하이로드는 숨컷 챌린지에서, 숨컷을 훨씬 상회하는 기록을 갱신할 것이다.
'아마 4일 컷도 가능하겠지.'
원래라면 최재훈은 숨컷 챌린지 진행 도중, 4일 컷의 가능성을 확신했었다.
하지만 타임 앤드 듀오와 키스키스 대리팀의 방해가 들어와 7일로 지연된 것이다.
그들이 하이로드까지 방해할 일은 없을 것이니.
하이로드는 4일 컷, 최소 5일 컷이 가능할 것이다.
그렇게 되어, 현재 숨컷의 가장 큰 업적인 숨컷 챌린지의 기록을 압도적인 차이로 갈아엎는다면?
숨컷은 더 이상 하이로드에게 비견되지 못할 것이다.
전혀 위협적이지 않게 될 것이다.
그 이후, 숨컷이 무슨 기록을 달성하든 간에.
사람들은 결국 '어차피 하이로드가 넘어서겠지~'라며 시큰둥한 반응으로 일관하겠지.
숨컷의 1위 도전에 대한 관심은 차츰 식으리라.
즉.
숨컷이 지금 입지에 만족할 뿐만이 아니라.
하이로드가 숨컷 챌린지를 끝내는 순간.
숨컷의 1위 도전은 실패하게 된다.
'1위 도전'자체는 성공하겠으나.
1위 도전은 멸망전 참가를 위함 관심을 얻기 위한 수단이었으니.
그러니까.
그렇다면.
반대로 하이로드가 숨컷 챌린지에서, 숨컷의 기록을 깨지 못한다면?
사람들은 이제 숨컷이 무슨 기록을 달성할 때마다.
'어차피 하이로드가 깨겠지~'라며 여기는 대신.
'하이로드가 이건 깰 수 있을까?'라고.
하이로드를 숨컷을 기준으로 평가하게 될 것이다.
즉.
1위 도전에서 숨컷이 기준이 되는 것이다.
숨컷이,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그게 최재훈이 현재 입지에 만족하지 않는 이유였으며.
하이로드의 숨컷 챌린지 성공을 저지해야 하는 이유였고.
방송을 짧게 해야 하는 실질적인 이유였다.
방송을 짧게 하여 여유 시간을 마련하고.
그 여유 시간으로, 하이로드의 숨컷 챌린지를 저지한다.
[근데 숨컷님, 방송 짧게 하겠다면서 따구리 방송 보는 사람들 관리하곘다는 건 너무 욕심이 터진 양심꾸러기 아닌가요?]
그러나, 1위 도전 미션과 기부 목적 모금을 동시에 진행 중인데도 방송을 짧게 하는 실질적인 이유가.
너희들이 열광하는 방송인을 견제할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서라고 곧이곧대로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시청자들이 납득시킬 수 있는 견실한 명분이 필요했다.
그리고 최재훈에겐, 그런 명분이 있었다.
"아, 당연히 농담이지. 제 방송에서는 그런 걸로 시청자들 급 안 나눕니다."
[아 ㅋㅋ 역시 믿고 있었다고]
[그렇지 ㅋㅋ 그건 너무 정 없지 ㅋㅋ]
"제 방에서는, 아주 공평하게. 오로지 후원 액수로만 시청자들의 등급을 나눕니다."
[아 ㅋㅋ 역시 믿고 있었다고]
[그런가? ㅋㅋ 그건 너무 정 없나? ㅋㅋ]
[저기요]
[아니 ^^ㅣ발 여기도 P2W이야?]
[P2W가 머야]
[P2W = PAY TO WIN 졌어? 꼬우면 현질해~ 라는 뜻]
[방송까지 현질ㅈ망겜이면면 돈 없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서 행복하라는 거냐?]
[아니 ^^ㅣ발 매숨노새끼들 때문에 괜히 우리까지 피해보네 ㅋㅋ]
[그냥 아까처럼 우리 무과금들도 애숨하면 1등 시청자 될 수 있게 해주십쇼 ㅠㅠ]
"아, 그건. 제가 거액 후원에도 기쁨이나 감사함을 느끼지 못해 의무적인 리액션을 하게 될 정도로 돈을 벌게 되면 그때 고려해 보는 걸로 하고. 지금은 제가 왜 방송을 짧게 하는지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챌린저 903점)
최재훈이 전적 사이트에 자신의 닉네임인 '치킨킹치킹'을 검색하여 그 기록을 보여줬다.
[캬 승률봐 ㄷㄷ]
[진짜 3일 만에 900점 찍었네 ㅋㅋ]
디테일한 찬사에 똥꼬가 근질거리는 기분이 흡족스러웠지만, 지금은 그게 목적이 아니었다.
최재훈은 점수가 아닌, 현재 랭킹을 가리켰다.
거기엔 96이라는 숫자가 기입되어 있었다.
랭킹 100IN.
이는 현재 숨컷의 수준이 얼마나 높은지.
900점보다 더욱 확실하게 전달되었다.
그에 시청자들은, 최재훈의 의도대로 느끼길-
'아, 게임 서칭 개판 나겠네.'
솔랭 게임 서칭 시스템은 플레이어들을 무작위로, 그리고 서로 비슷한 수준끼리 엮어주는 그 특성상.
플레이어의 수준이.
랭킹이 높아질수록, 게임 서칭 속도 또한 길어졌으며.
그 서칭 결과도 매우 불안정해진다.
유저 분포가 적어지기 때문이다.
랭크 게임 하나를 서칭하기 위해선 열 명의 플레이어가 필요하다.
그것도 그냥 플레이어가 아닌.
탑, 정글, 미드, 원딜, 서포터.
각기 다른 포지션의, 다른 종류의 플레이어 열 명이.
그렇기에.
겨우 300명으로 한정되는 챌린저 티어에 도달하게 되면, 게임 서칭 시간이 극단적으로 길어진다.
일반 유저들은 길어도 5분을 넘기기 힘든 서칭 시간이.
10분을 넘어가는 경우가 허다해질 정도.
그렇다면, 거기에서 한술 더 떠서 랭킹 100위쯤에 도달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어제 제 방송 끝까지 보셨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랭킹 100위에 근접하니까, 슬슬 게임 서칭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 시작하더라고요."
[ㄹㅇ ㅋㅋ 20분은 ㄹㅇ 개쌉에바였어]
[새벽이니까 ㅇㅇ;]
[심지어 게임 서칭 돼도 포지션 다 꼬이고, 점수도 뒤죽박죽이고 아주 곱창이 나더만]
유저 수가 확연하게 줄어드는 새벽 같은 시간에 게임 서칭을 돌리면 서칭 시간이 극단적으로 길어지며.
그렇게 길게 게임을 서칭했는데도 결국 조건에 부합하는 플레이어를 찾지 못해.
포지션과 티어가, 게임이 그야말로 곱창 나는 경우가 일반적인 게 된다.
사실, 새벽까지 갈 것도 없다.
다른 티어 기준으로 플레이어가 '많지 않을' 시간대만 돼도 게임이 곱창 나는 경우가 일상 다반사였다.
그렇게, 랭킹 100위에서부터는 해결책으로서 암묵적인 약속이 자리 잡게 된다.
[그래서 랭킹 100위 안에 드는 애들 사람 많은 시간에만 하지 않음?]
[그거 무슨 규칙으로 정해져 있던데]
[ㅇㅇ 오후2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뭐 그딴 규칙이]
[유저가 하도 적으니 한 시간대에 몰아넣는 거지]
[오]
랭킹 100IN은 솔랭을 가능한 정해진 시간에 진행하며.
그 시간은 오후 2시부터 10시까지다.
그 암묵적 약속이.
이번 계획의 핵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