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자가 게임을 잘함-226화 (226/361)

226. 권지현 힘내다 1

'시즌이 끝날 때까지 챌린저 도전 미션을 진행하면서 발생한 후원 수익 전액을 모금에 보태겠다'고 한다는 걸. 실수로 '챌린저 찍을 때까지 후원 수익 전액 기부하겠다'라고 말해 버린 권지현.

기한 없는, 그래서 파멸적인 타임어택이 시작됐다.

난처한 상황에 처한 이들은 끔찍한 결과를 상정하기 마련.

권지현 또한 그래 보았다.

* * *

"아, 우리 지현 씨랑 뚜껑 열리는 쌈빡한 스포츠카 타고 노을이 지는 석양가를 달리고 싶네."

"헉, 재훈 씨 좀만 기다려 주세요!"

"얼마나요?"

"돈 조금만 더 벌면 돼요! 기부 미션이 너무 길어져서 돈이 모자라 가지고…."

"오빠, 그러지 말고 나랑 지금 가요. 하하, 찐따야 집에서 미션이나 열심히 해라. 오빠 드라이브는 이미 챌린저고 스포츠카도 있는 이 민아 언니가 시켜줄라니까. 걱정 하덜덜 말고."

"헝…."

* * *

"우리 오빠랑 결혼하려면 모아 놓은 재산이 …은 돼야지."

"헉, 재은 학생! 좀만 낮춰주시면 안 될까요! 저 후원 미션 때문에 조금 모자라서…."

"어림도 없지. 역시 우리 오빠 신붓감으론 제나 언니가 딱이야."

"하, 돈이 그것밖에 없어?"

"헝…."

* * *

"인생 망했다…."

최재훈과 함께할 찬란한 미래에 먹구름이 끼었다.

지금 당장은 농담식으로 인생이 망했다 말하지만, 이 죽음의 타임 어택을 길게 이어간다면 진담으로 그렇게 말하게 될 수도 있다.

그리하여 다짐한다.

이 죽음의 미친 타임 어택을 한시라도 빨리 끝내야겠다, 의욕을 불태운다.

"후…."

심호흡을 한다.

그러자 쭈구리 권지현은 더 이상 없다.

늠름하고 다부진 여장부가 된 권지현이 말했다.

"오늘 200점 올리기 전까지는 잠 안 잔다."

현재 그녀의 점수는 오르고 내리길 반복하여 마스터 120점이었다.

[야 지금 기네스 무수면 최장기록이 얼마 정도 되냐]

[한 3~4일 되지 않을까]

[11일이래]

[11일은 ^^ㅣ발아 누가 빼빼로데이를 물어봤나]

[니가 검색해보던가 생일 18일인 련아]

[ㅁㅊ 진짜네]

[야 근데 그 기록 이 새기가 깰듯 ㅋㅋ]

[ㄹㅇ ㅋㅋ 200점? 올리기 전까지 무수면?]

[속보) 권지현 사우룬의 눈]

[지현아 니 마스터 20점에서 120점오는데 얼마나 걸린지 기억 안 나냐?]

[이성적 사고가 안 되는 거 보니 이미 며칠 안 잔 것 같은데?]

찰랑!

-권지현니 님이 10,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지현아... 개깝치지말고 정정하자 돈도 못버는데 잠까지 못자면 얼마나 서럽겠냐

찰랑!

-권지현vs각지현 님이 10,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지현아 후회 안 하냐 ㅋㅋ 마지막으로 기회 준다

"…그러면 100점…?"

늠름하고 다부진 여장부는 없었다.

어느새 쭈구리로 돌아온 그녀가 말했다.

"아, 아니다. 80점, 아니지 70점으로… 아, 오케이! 50점! 50점에서 더 안 깎을게요! 쿨하게 50점으로 가겠습니다!"

[반의 반토막 내놓고 쿨하게 ㅇㅈㄹ하고 있네ㅋㅋ]

[그게 어디나라 쿨이야 얼빠진련아]

[쿨은 ^^ㅣ발 너무 핫해서 머리에 스팀이 오를 정돈데]

[헨네시스 자유시장에서도 그따구로 흥정하면 바로 인기도 마이너스 돼요]

[쿨하게의 쿨이 그 COOL이 아니고 쿨쿨 잘 때의 쿨일 수도 있음 ㅇㅇ;;]

[(파랭이가 안경 추켜올리는 이모티콘) 그러면 저 '쿨하게'는 '쳐 자게'로 해석하면 되겠군요]

[영원히 쿨하게 해 주고 싶네 ㄹㅇ;]

[권지현을 냉동인간으로 만들어 버리면 저 슈뢰딩거의 쌉소리를 완벽하게 파훼 가능하긴 해]

[COOL한 것과 쿨한 것을 동시에 ㄷㄷ]

[지현아 너무 추해서 추하다라는 말 대신 지현아... 라는 말을 대체제로 써도 될 것 같다]

"아니, 여러분 진정하시고 제 얘기 들어 봐요. 50점이 이게, 작은 점수가 아니라니깐요? 이게 이틀이면 100점이 되고, 사흘이면 150점이 되고…."

[사흘이면 200점이지 얼빠진련아 ㅋㅋ]

[지현아 너는 챌린저보다 초등학교가 더 급한 것 같다]

[이새끼들 설마 사흘=4일 로 알고 있는 건가]

[사흘이 3일인 건 초등학생도 안다ㅋㅋ 초등학교부터 졸업해라 급식충들아]

[나 대학생인데 ㅄ아? ㅋㅋ]

[선생님 자랑하실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만]

[아니 사흘이 ㅅㅂ 왜 3일이야 이름부터 대놓고 4일이구만]

[한국어 ㄹㅇ;조깠네 세종대왕 나와서 엎드려뻗쳐]

ㄴ강제퇴장 당했습니다.

[아 ㅋㅋ 세종대왕님을 건드네 ㅋㅋ]

[최만리년 컽!]

[아니 그래서 뭔 말이 하고 싶은 건데 지현아]

"무슨 말이 하고 싶냐면, 그거죠. 이게 50점이 보이는 것처럼 작은 숫자가 아니다~ 제가 지금 120점이고 챌린저 컷이 600점이니까. 10일만 이렇게 하면 챌린저 가는 거라니깐요? 어, 잠깐."

권지현이 뭔가 깨달았다는 듯 말했다.

"아니, 여러분. 챌린저 이거, 이론상 별거 없는데요?"

그러더니 거만하게 피식 웃었다.

"이거 큰일났네~? 나 이러면 기부를 10일 밖에 못 하는 거잖아? 숨컷 님 따라 한 달은 할랬는데. 어떡하지~? 여러분, 그냥 하루에 20점 올리는 걸로 할까요?"

늠름하고 다부진 걸 넘어서 콧대와 어깨가 승천하다시피 한다.

[지현아 이론상이면 나도 매일 스쿼트, 팔굽혀펴기 100개씩 하고 10km 달려서 원펀우먼이 될 수 있어]

[그 이론대로였으면 지현아 니는 지금 챌린저 600만점 정도는 됐어야돼]

"아~ 여러분이 왜 그러는지 알아요. 내가 기부왕 돼서 빈털터리 되길 원했는데 지금 이, 절호조의 권지현을 보고 있으니 그게 불가능할 것 같아서 그렇잖아~ 그리고 50점도 금방 올려서 방송 빨리 끝나게 될 것 같고~ 하지만 여러분, 어쩌겠어요."

그녀가 캠을 보며 씨익 웃었다.

"그러게 누가 내 방송 없이 못 살 정도로 날 좋아하래?"

[아 ^^ㅣ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인중에 지건 마렵네]

[업보^^ㅣ발 낭낭하게 쌓는 거 봐 ㅋㅋ 지현아 괜찮겠냐?]

"난 괜찮은데, 여러분이 걱정이네. 여러분, 미리 말해 둘게요. 50점이면 보자, 3연승이니까. 제가 그냥 쓩썅~ 하고 3연승 하고 방종해도 뭐라 하기 없깁니다~"

그녀는 그렇게 자신감에 들어차서 출진했고-

<패배!>

<패배!>

<패배!>

"헝…."

쓩썅~하고 3연패를 조졌다.

[이론상 XX 가능 특 = 불가능함]

결국 1시에 방송을 켠 그녀는 4시가 되어서야 목표치인 +3승을 달성하게 됐다.

그러니까, 오후 1시에 켜서 오전 4시에.

<승리!>

"으으으으악!!!!! 드디어!"

깨꼬닥.

그녀가 포효를 쏟아낸 뒤 책상에 엎어졌다.

그 상태로 흐느적거리며 말한다.

"여러분, 오늘 봐 주셔서 감사했습니당. 내일 봐요."

바이바이.

그렇게 손을 흔들며 방송을 종료하려는데.-

[지현아 계산해 보니까 +46점이다]

[한 판 더 이겨야 돼 ㄱㄱ]

"이잉? 아니 여러분, 무슨 소리예요. 3승 했잖아!"

[50점 올릴때까지 한다며 ㅋㅋ 46점인걸 어쩌라고]

"아니, 그건 아니지!"

[어 ㅋㅋ 아니지 않아~]

[아니지않지않지않아~]

[아 설마 ㅋㅋ 여기까지 온걸 포기하고 약속 어기려고? ㅋㅋ]

[에이 설마 ㅋㅋ 우리 지현이가 누군데 ㅋㅋ]

[지현아 설마 ㅋㅋ 너 믿고 새벽4시까지 보려고 취직 안 한 우리들 실망시키는 거 아니지? ㅋㅋ]

[당연하지 ㅋㅋ 설마 지현이가 우리 인생 망하게 해 놓고 그렇게 무책임하게 굴겠어?]

"허엉…."

결국 그녀는 오전 5시가 되어서야 방송을 종료할 수 있었다.

비척비척, 좀비가 된 그녀가 목욕도 못하고 꿈나라로 쳐박혔다.

그 소식을 건너 들은 최재훈이 오늘은 권지현을 깨우지 말아야겠다 생각한 이유였다.

하지만-

(??? : 일어나세요 용사여….)

권지현의 깊디 깊은 수면 세계.

누군가 그녀를 불렀다.

(권지현 : 누구…세여?)

(??? : 조깅해야죠…해야죠…해야죠…<메아리>)

(권지현 : 으으응, 나 오늘은 너무 졸려. 그냥 잘래)

(최재훈 : 그래요? 그러면 아침도 못 드시겠네. 아쉽다. 우리 지현 씨 주려고 열심히 만들었는데)

"헉!"

권지현의 상반신이 전기 충격기로 심장 마사지를 받은 것처럼 벌떡 하고 들어 올려졌다.

입가에 선명한 침자국.

하이 포니터일은 개털 산발머리가 되어 있다.

반쯤 풀린 눈으로, 핸드폰을 확인한다.

그러자 눈이 번쩍! 하고 뜨이더니, 축 가라앉는다.

"히잉…."

평소 최재훈이 깨울 시간이 이미 지나 있었다.

그녀가 뼈다귀를 빼앗긴 강아지 같은 얼굴이 되었다.

그러던 그때였다.

-저벅!

-저벅!

-저벅!

"응?"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급히 계단을 올려오는 소리.

그에 그녀의 귀가 쫑긋인다.

주인을 맞이하는 강아지 같은 얼굴이 된다.

'재훈 씨다!'

오늘은 좀 늦으셨구나!

그녀가 헤실거리며 최재훈을 맞이-

'아, 맞다!'

하려다가.

황급히 거울 앞으로 간다.

평소 그녀는 최재훈을 기다리며 머리 손질에, 목욕에, 메이크업까지.

풀세팅을 하는데-

"이씨!!!"

그녀가 거울 속 자신의 몰골에 화를 냈다.

왜 이렇게 못생겼어!

그녀가 다급히 세수를 한다.

눈꼽을 뗀다.

머리 손질은- 시간이 없다.

모자를 쓴다.

'제발… 제발….'

최재훈이 문을 최대한 늦게 두드리도록 빌며.

"…응?"

그러다가 이상을 느낀다.

최대한 늦게 두드리도록 빈 건 맞는데, 너무 늦는다.

'뭐 하고 계시는 거지?'

그녀가 현관문으로 가 외시경 구멍을 통해 밖을, 빼꼼 훔쳐본다.

그러자-

그녀의 표정이 축 가라앉았다.

마치, 강아지 귀가 축 쳐지듯.

거기에, 최재훈은 없었다.

'응?'

그런데 그 대신에 있는 누군가가 그녀의 이목을 끈다.

검은색 후드에, 모자에, 마스크에.

대놓고 '나 정체 들키기 싫소~'광고하는 듯한 여자였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수상한데.

"뭐, 뭐징…?"

계단 아래를 힐끗 훔쳐보며, 핸드폰을 향하고 있었다.

무언가를 찰영하고 있는 듯 보였다.

"…어?"

그러자 권지현에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한 가지 가능성.

'스토커?'

가능성은 곧바로 확신이 된다.

저걸 스토커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게 된다.

'어떡하지…?'

(상여자의 권지현 : 그냥 마 확! 나가서 대가리를 어!? 날라차기를 어!? 너 태권도 빨간 띠잖아!)

'그건 초등학교때고… 그 뒤로 아무것도 안했는걸. 게다가 저 사람 덩치도 나보다 좀 커 보이고….'

(상여자의 권지현 : 마! 재훈 씨 덕분에 요즘 운동 빡쎄게 하잖아! 이제 팔굽혀펴기도 한 번에 열다섯 개나 하고! 우리는 어? 실전 압축 근육이야! 다 근육이라고!'

'그렇긴 해?'

어떻게.

이거 확 저질러 버려?

그래.

저질러 버리자.

권지현이 근엄하고 다부진 상여자의 얼굴이 되었다.

그때-

(찌질이의 권지현 : 잠깐)

'뭔데 여자의 앞길을 막는가.'

(찌질이의 권지현 : 칼 들고 있으면 어쩌려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는군. 도대체 어떤 사람이 칼을 들고 다니지?'

(찌질이의 권지현 : 저런 짓을 하는 사람이 그냥 '어떤 사람'일 리가 없잖아)

(상여자의 권지현 : 그렇긴 해, 그래도 우리가 이긴다. 칼 씨바 뭐 그까이꺼, 어? 안 그래?)

"헐…."

권지현의 눈이 흔들리며 쭈구리로 되돌아왔다.

어느새 그녀 안에서 스토커가 칼을 숨기고 있는 건 기정사실이 되었다.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무서웡.

'그냥 싸우면 내가 이기는데 칼 때문에….'

겁 먹은 걸 정당화시킨다.

'아, 맞다 캠 설치해 놨으니까 거기에 찍혔겠지? 그러니까 일단은 그냥 보내도 괜찮지 않을까?'

나서지 못하는 걸 정당화 시킨다.

그렇게 생각한다.

자신은 문제 없다고.

이게 당연한 거라고.

현명한 거라고.

그러던 그때.

스토커가 핸드폰을 거두어, 그걸 확인한다.

의미심장하게 바라본다.

뭘까.

저 핸드폰 화면에 도대체 뭐가 띄워져 있을까.

정황상, 최재훈의 사진이나 동영상이겠지.

어떤 사진이나 동영상일까.

스토커가 몰래 숨어서 찍은 영상이니 만큼, 온건한 자료는 아니리라.

만약.

저 자료가, 최재훈에게 있어 민감한 자료라면?

스토커가 그 자료 가지고 무얼 할까.

이대로 스토커를 보내면, 재훈 씨는 어떻게 될까.

재훈 씨가 얼마나 더, 스토킹당한다는 두려움 속에서 보내게 될까.

"…."

권지현.

그녀의 표정이 변했다.

망설이던 그녀의 얼굴에 결의가 담긴다.

스토커를 붙잡아야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일단, 이런 경우를 대비하여 최재훈의 집에 최재은이 묵고 있긴 했다.

그녀는 시계를 확인해 보았다.

최재훈이 조깅을 마치고 돌아왔을 시간이었다.

필시 최재은과 같이 깨어 있으리라.

그녀는 최재은에게 문자를 보내 도움을 요청-

'….'

하려다가 멈칫한다.

잘못되면 그 어린 학생이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아냐.'

아니다.

그저 어린 학생이 아니다.

권지현은 기억한다.

그때, 최재훈이 악질 편집자에게 맞고 돌아온 날.

그걸 알게 되자마자 깜짝 놀라 그의 집에 찾아갔는데, 최재은이 먼저 도착해 그를 보호하고 있던 것을.

그녀가 날이 선 태도로 자신을 맞이했는데, 그 모습에 쫄-지는 않았지만.

분명한 건, 그때 그녀는 한 사람의 어엿한 여성이었다.

그런 그녀가 최재훈을 보호하기 위해 자진해서 그의 집에 묵고 있는데.

마냥 어리다고 걱정하는 건, 그녀를 무시하는 일이었다.

[권지현 : 재은학생 지금 계단 위쪽에 스토커 있어요]

믿자.

이제는 이 대로 구멍 너머로 엿보며.

최재은이 올라오기만을 기다렸다가 같이 덮치면-

'어?'

그러던 그때.

스토커가 핸드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으려 한다.

그 다음 행동은 필시 계단을 내려가는 것, 도망치는 것이겠지.

이대로면 놓칠 수도 있다.

그녀의 다급함이.

순발력이.

사고를 앞섰다.

권지현은 반사적으로 문을 열었다.

그런 그녀의 시선은 아래를 향해 핸드폰을 쳐다보고 있었고-

"붐치박치붐칙칙치기치기~"

입에선 저질 비트박스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그 모습은 누가 봐도 '주변을 조금도 신경쓰지 않아 혼자 있는 줄 알고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는'모습이었다.

"…?"

권지현이 그냥 나왔다면 스토커는 당황해서 냅다 도망쳤을지도 모른다.

허나, 듣는 이가 다 민망할 정도로 구린 비트박스가 들려오자 저도 모르게 당황해서.

도망치는 대신, 비트박스의 출처를 쳐다본다.

권지현의 의도대로.

"앗…."

그러자.

그제야 주변에 사람이 있다는 걸 눈치챈 듯.

핸드폰에서 시선을 들어, 부끄러워 죽겠다는 듯 시선을 내려 까는 여자를.

스토커는 조금도 경계하지 않았다.

대신 생각했다.

괜히 지금 수상하게 움직여서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고, 자연스럽게 있자고.

저 여자가 가길 기다렸다가, 그때 가면 된다고.

스토커는 자연스럽게 다시 계단 난간에 기대어 핸드폰을 쳐다봤다.

그렇게 여자가 지나가길 기다-

덥썩!

"어!?"

리는데.

여자가 갑자기 뒤에서 자신을 팔까지 끌어 안는다.

움직이지 못하도록.

그리곤 고래고래 소리친다.

"재은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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