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자가 게임을 잘함-222화 (222/361)

222. D-42 제나 웨스트 2

[이새기 아까부터 왜 이러냐]

[겜 중이라 끙아마려운거 참고 있나 본데 ㅋㅋ]

[좆피야 조상님들의 지혜를 빌려서 바닥에 신문지 깔자]

[바지에 끙아하면 5천원]

[끙아가 뭔가요 끙레이지 아케이드?]

[끙레이즈 아케이드 ㄷㄷ 물폭탄 터뜨리듯 똥꼬폭탄 터뜨리면 5만원 쏜다 좆피야]

그녀는 방송을 진행하는 와중에도 전전긍긍하며 수시로 최재훈의 시청자를 확인했다.

그러다 최재훈의 시청자가 마침내 3만을 돌파했다.

그녀의 표정이 더욱 어두워진다.

[조금 지렸나본데]

-…님이 5,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뿌직뿌뿌직(아 ㅋㅋ 이걸 진짜 바지에 싸네 ㅋㅋ 대단하다 삼피! 니가 최고다! 내가 졌다!)

평소 같았으면 쯧쯧쯧, 특유의 표정으로 한심하다는 듯 거만하게 한마디 해 줬겠으나.

최재훈의 시청자가 계속해서 상승하는 지금, 자신보다 높아지는 지금.

그녀는 그저 답지 않게 불안한 얼굴로 안절부절 못할 따름이었다.

[속보) 옐로TV 시청자수 리치TV 시청자수 추월]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에 힘을 실어주는 반가운 소식에도 그녀는 웃지 못했고.

잠시 뒤.

"어?"

최재훈의 방송에서 시청자가 급격히 빠져나가기 시작하자.

그녀는 비로소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머지않아 알게 된다.

[뭐지 숨컷 시청자 왜 갑자기 떡락하냐? 뭔 일 있었음?]

[ㄴㄴ 걍 그거 옐로TV애들이 숨컷 방송에서 옐로TV가 리치TV 시청자수 추월하는 거 기다리려고 모였던 거]

[아]

방금 최재훈의 시청자가 거품이었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자 최재훈, 그의 시청자는 1만 5천이 되어 있었다.

여전히 생각보다 높았지만, 그녀는 지금 당장은 자신보다 낮다는 사실에 주목하기로 했다.

그러자 아까부터 느끼던 정체불명의 답답함, 불안감이 어느 정도는 해소되는 기분이었다.

"하…."

그녀가 머리끝까지 차오른 화를 식히는 듯한.

짜증스러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는 그녀는 불쾌한 듯 조소 짓고 있었다.

평소의 모습을 되찾았다.

그러던 그때-

[누나 근데 오늘도 레오레만 해요? ㅠㅠ]

[눈나 요즘 언더워치 안하세요?]

[아 ㅋㅋ 그 망겜 누가 하냐고]

[요즘 안 하세요]

[ㅠㅠ 오늘 이적 기념으로 오랜만에 한번만 해주시면]

허리케인 사에서 야심차게 내놓은 1인칭 슈팅 게임, 언더워치.

한때는 레오레를 왕좌에서 끌어 내릴 대항마라고도 불렸지만.

운영에 있어서 잘못된 선택을 거듭하여 왕좌를 넘볼 수 없게 돼 버린.

그럼에도 레오레만 못할 뿐이지 여전히 엄청난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그 게임은.

남성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았다.

제나는 방송 초창기 언더워치를 병행했었다.

레오레를 할 때보다 언더워치를 할 때 시청자가 더욱 높으며.

미튜브 영상 또한 언더워치의 영상이 더욱 높았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주저 없이 언더워치를 그만두었다.

-왓어 가비지 게임.

게임에 더 이상 재미를 못 느껴서였다.

시청자가 대거 이탈했지만.

애초에 그녀는 시청자 수 따위에, 인기에 연연하지 않는 성격이었다.

"아, 그 갈비지 게임 안 한다니까."

평소 제나였다면 주저 없이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시청자 수 따위에 연연하지 않는 제나였다면 말이다.

하지만 방금 전.

제나는 최재훈에게 시청자를 추월당하고 엄청난 불안과 당황에 빠졌다.

즉, 그녀는 지금 시청자 수 따위에 연연하고 있었다.

능력에 있어 그 남자에게 뒤쳐지는 것을 염려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그 남자에게 버림받을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제나 스스로는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 대신에 말한다.

"안 그래도, 그 갈비지 게임 요즘 꼬라지 어떻게 돌아가나 조만간 한 번 확인해 보려고 했는데."

진심이었다.

하지만, 3분 전까지만 해도 언더워치의 ㅇ자도 생각나지 않는 것 또한 진실이었다.

[와!!!]

[진짜요!?!]

[대박!!!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니 ㅋㅋ 이걸 진짜 한다고라]

[그 갈비지 게임이 요즘 어떻게 돌아가긴ㅋㅋ 계속 돌아가서 존나 돌아버렸지]

[아 근데 오랜만이라 궁금하긴 하네]

[머임 얘 언더워치도 했었음?]

[잘함?]

그녀는 게임 피지컬에 한해서는 따라올 자가 없었고.

언더워치는 피지컬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게임이었다.

사실, 그녀가 방송인으로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는 언더워치의 매드무비였다.

그녀는 언더워치에서, 레오레에서 이상으로 유명한 유저였다.

곧잘 랭킹 1위를 달성하곤 하는 네임드로서 말이다.

그렇기에 언더워치를 접을 당시 엄청난 화제가 됐었고.

지금.

언더워치에 복귀한다 하자 역시 엄청난 화제가 된다.

제나가 언더워치를 방송한다는 사실이 삽시간에 커뮤니티에 퍼졌다.

"하, 이 갈비지 게임도 오랜만에 하니 해 줄 만하네."

진심이었다.

늘어나는 시청자를 보고 있노라니 만족스러운 건 둘째 치고 말이다.

그녀는 일전 최재훈과의 합방에서 자신의 문제점을, 한계를 인지하고 트라우마를 느끼고 있었는데.

언더워치에서는 그런 게 없었으니까.

레오레에서 뇌없페인 그녀는 언더워치에서는 완전무결에 가까운 플레이어였다.

현재 그녀가 플레이 중인 캐릭터는 '사이보그 군인'이었다.

특이한 무기를 사용하는 언더워치의 캐릭터들 중에서는 아주 익숙한, 식상한 편에 속하는 돌격 소총을 사용하는 사이보그 군인은 삼피가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캐릭터였다.

궁극기 때문이었다.

사이보그 군인의 궁극기는 일정시간 동안 조준을 자동으로 해 주는 효과를 갖고 있었는데.

[아니 이 새끼 에임 봐 ㅋㅋㅋ]

[무슨 쏘는 것마다 헤드샷이네]

[이 새끼 에임핵 아니냐?]

[손캠 딱대 ^^ㅣ발]

이는 대부분의 조준을 반드시, 그것도 헤드샷으로 성공하는 제나에게 있어 무용지물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승리!>

복귀 첫 게임을 가볍게 압도했다.

[와 ㅋㅋ 오랜만에 하는데도 클라스 어디 안 가네]

[뇌없페! 뇌없페! 뇌없페! 뇌없페! 뇌없페! 뇌없페! 뇌없페! 뇌없페! 뇌없페! 뇌없페! 뇌없페! 뇌없페! 뇌없페! 뇌없페! 뇌없페! 뇌없페! 뇌없페! 뇌없페! 뇌없페! 뇌없페! 뇌없페! 뇌없페! 뇌없페! 뇌없페!]

-…님이 100,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누나 너무 멋져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녀는 시청자들의 찬사를 보며-

최재훈을 떠올렸다.

'걔도 언더워치 하던가?'

걔도 남자니까 아마도 좋아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알고 있을까?

나에 대해?

알고 있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적어도, 나쁘게 생각하진 않겠지.

"하, 이 벌레들은 오랜만에 온 사람한테. 쯧쯧."

그녀가 특유의 거만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는 그녀는, 왜인지 아주 기뻐 보였다.

그렇게 계속해서 승리와 시청자를 쌓아가며 만족을 느끼던 와중이었다.

찰랑!

-와 ㄷㄷ 님이 1,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CLIP영상]

영상 안에서 최재훈이 거창한 기부 계획을 밝힌다.

이어서 권지현 또한 동참했다는 소식까지 들려온다.

그에.

제나는 혼자서 두 명이 합친 것보다 많은 금액을 모금하여 최재훈의 기부를 도왔을 경우 그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상상했다.

피식, 하고 새어나오는 웃음.

그녀가 시청자들에게 숨컷의 모금을 돕겠다는 기부 계획을 밝혔다.

그러자-

[누나 돈드리면 뭐해주시나요~?]

"해 줄 거 없으니까. 하지 마. 돈 썩어 도는 사람만 해."

[에이~]

[ㄵ]

[눈썹 바리깡으로 밀면 한 쪽당 5만원]

[리액션? 도 안 돼요? ㅠㅠㅠㅠ]

제나는 얼마를 후원하든 그 성격답게 리액션이 없는 걸로 유명했다.

"안 돼."

평소의 제나였다면 주저 없이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평소 수익 따위에 연연하지 않는 제나였다면 말이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자신의 모금액이 최재훈보다 낮았을 경우를 떠올려 보았다.

"…뭐, 뭔 리액션 해달라고."

그녀가 뚱하니 말했다.

-…님이 10,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카메라 보면서 사랑해~ 라고 해 주세요 ㅋㅋㅋㅋ

"하, 아니 뭐 이딴 걸. 꺼져 그냥."

그녀가 신경질을 내며 쯧, 혀를 찼다.

그리고는, 무언가를 골몰히 고민했다.

그리고 또 떠오르는 최재훈의 얼굴.

이내, 그녀가 내키지 않는 티를 팍팍 내며 캠을 바라보았다.

썩은 얼굴로 한참을 주저하더니, 마침내 입을 연다.

"사-"

"사-"

"아, 씨 꺼져 그냥 필요 없으니까."

그녀가 무안함에 얼굴을 붉혔다.

그러자-

찰랑!

찰랑!

찰랑!

찰랑!

-삼피S2님이 500,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삼피누나 너무 귀여워 어떡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후원 행렬이 이어졌다.

"하, 참나. 이게 뭔."

어이가 없네.

그녀가 헛 웃으며 중얼거렸다.

[어이는 우리가 더 없어 ^^ㅣ발아]

[뭐지? 왜 꺼지라고 했는데 남자들이 돈을 주는 거지? 이게 정말 내가 살아가고 있는 세계가 맞는 건가?]

[아 인생 ㄹㅇ ㅈ같네 ^^ㅣ발!!!!!!!!!!!!!]

[제발그만해제발그만해제발그만해제발그만해제발그만해제발그만해제발그만해제발그만해제발그만해제발그만해제발그만해제발그만해제발그만해제발그만해제발그만해제발그만해]

그 날,

제나의 기분은 특히 좋아 보였고.

후원의 리액션 또한 상당히 후한 편에 속했다.

* * *

제나가 모금액을 보곤 미소 지었다.

<모금액 : 6, 331, 000원>

이 정도면 필시 깜짝 놀라리라.

그녀가 최재훈의 반응을 떠올리곤 흐뭇해하며 그에게 자랑을 하려던 찰나였다.

[속보) 숨컷 모금액 2100만 달성 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

의기양양하던 그녀의 얼굴이 굳었다.

* * *

다음날 아침.

잠에서 깨어난 그녀는 핸드폰으로 커뮤니티를 둘러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어제, 제나는 꽤나 큼직한 일들을 벌였다.

그런데, 커뮤니티에선 온통 최재훈에 관한 이야기뿐이었다.

그녀가 최재훈 미튜브의 채널에 접속했다.

"…."

하룻밤 사이에 수만 명이 늘어났다.

하룻밤 사이에, 그와 자신의 격차가 이만큼이나 좁혀졌다.

"…썅."

그녀는 가슴을 짓누르는 답답함에 집을 뛰쳐나갔다.

아파트를 나서 근처의 공원으로 향한다.

겨울 아침 특유의 푸른 어스름이 짙게 깔려 있었다.

마치 푸른 조명이 켜진 듯한 그 공원을 가로질러, 그녀는 벤치에 앉았다.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인다.

스읍.

하.

그녀는 담배 연기와 입김이 뒤섞인 하얀 연기가 사라지는 걸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나마 진정이 되는 기분이었다.

그녀가 다시 부드러운 입술에 담배를 끼우-

"…."

려다가 멈춘다.

난데없이 떠오르는 정보.

남자들은 담배 냄새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또 난데없이 떠오르는 얼굴.

최재훈.

"…내 알 반가."

그녀는 신경질적으로 담배를 입에-

"…썅."

물려다 바닥에 던지고 짓밟았다.

그녀는 한동안 고개를 숙이고 그 담배꽁초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내-

"모르겠다, 썅."

아침이나 쳐먹자.

그러자 문득, 며칠 전 일이 떠오른다.

문자로 아침상을 자랑하던 최재훈.

그리고 그 사진 속, 당연한 듯 끼어 있던 권지현.

마음에 안 든다.

최재훈과 권지현의 그 거리감.

아무리 집이 바로 위 아래로 가깝다고 해도 그렇지.

그나마 다행인 건.

그 ‘남성’스러운 녀석은 그렇게 강력한 경쟁상대가 아닌 것 같다는 것이었다.

'응?'

경쟁상대?

무슨-

아.

그거다.

크루 내에서의 영향력에 관한 이야기다.

여자라면 으레 집단 내에서의 영향력을 신경 쓰기 마련이니까.

어쨌거나 본격적으로 짜증이 솟구치려던 찰나였다.

"어."

그녀가 핸드폰을 꺼내 그 날의 문자를 확인해보았다.

[제나 : 걔 밥을 니가 왜 챙기는데]

[최재훈 : 우리 제나 씨는 아침부터 왜 이렇게 또 화가 나셨어]

[제나 : 아니 내 말은]

[제나 : 걔가 애도 아니고]

[제나 : 지 혼자 차려먹을 수 있는데]

[최재훈 : 차려먹을 수 있어도]

[최재훈 : 자취하면 그냥 대충 때우게 되자너]

[최재훈 : 너는 안 그럼?]

[제나 : 나도 그러면 뭐]

[제나 : 뭐 어쩌게]

[최재훈 : 뭘 어째요]

[제나 : 나한테 아침 만들어 주기라도 할 거임?]

[최재훈 : ㅋㅋㅋ]

[최재훈 : 와서 먹어 보던가 ㅋㅋ]

"…."

그 문자를 본 제나의 머릿속에 최재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도 아침 먹고 싶으면 언제든지 와."

그녀가 최재훈에게 문자를 작성한다.

[야, 그때 니가 아침 먹으러 오랬으니까 지금 간다?]

그리곤 그걸 전송-

"…."

하려는데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는다.

만약에, 그냥 형식상으로 해 본 말이라면?

동료기에 권지현을 챙겨주는 거니, 자신 또한 챙겨주는 거라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라면?

모종의 이유로 권지현은 되고 자신은 안 된다면?

"썅."

그녀는 아침인데도 벌써 몇 번이고 내뱉은 그 말을 다시 한번 내뱉으며.

될 대로 돼라, 문자를 보냈다.

[아침 먹으러 간다]

그녀가 집으로 돌아와 외출을 위해 환복을 한다.

사실 환복이래 봐야 별거 없었다.

겨우 아침 먹는 건데 뭐.

그녀가 청바지에 패딩을 걸치고 스냅백을 뒤집어쓴 뒤 집을 나서려는데-

"…."

그녀가 다시 돌아와 거울 앞에 섰다.

얼마 전 일이 떠오른다.

그는 자신의 애즈리얼 코스프레 차림을 보고 그렇게 말했었다.

-이야, 잘 어울리네. 귀여운데?

자신이 귀엽다니?

'남자'가 '여자'한테 귀엽다니?

"어이가 없네."

그녀가 얼굴을 찡그렸다.

그러는 그녀의 귀는 붉어져 있었다.

그저 실없는 농담 같지는 않았다.

이어서 떠오른다.

평소 아주 '여성'스러운 그의 성격이.

-난 여자 좋아해요

아주 '여성'스러운 분위기로 자신을 '남자'처럼 대하던 그의 모습이.

제나는 그가 '남자'로서 자신이 '능력 있는 여자'이기에 관심을 표한다 생각했지만-문득 그런 가능성을 느낀다.

최재훈.

그가 생각하는 자신과의 관계에서 그는 '여성'의 입장이고 자신은 '남성'의 입장일지도 모른다고.

어쩌면, 그에게 있어 자신의 능력은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고.

그가 자신의 외모에 관심이 없는지 알았는데.

어쩌면, 아닐지도 모른다고.

기대를 한다.

그와 관계를 이어나갈 방법이-

아니, 아니지.

자신에게도 득이 될 컷컷컷 크루를 유지할 방법이 능력뿐만은 아닐지도 모른다고.

'여자'로서 그가 자신을 '남자'처럼 대하는 태도에 굴욕감을 느낄 만도 한데.

지금의 그녀는 아무래도 좋았다.

* * *

"이게 뭔 지랄인지…."

귀를 물들인 붉은색은 원래대로 돌아오긴 커녕 오히려 그 영역을 넓힌다.

제나가 붉어진 얼굴로 거울 앞에서 자조했다.

핸드폰으로 당시, 자신의 애즈리얼 코스프레 차림을 띄워 두고.

그와 최대한 비슷한 느낌으로 스타일링을 하면서 말이다.

* * *

그녀가 차를 타고 최재훈의 집으로 향하는 도중.

라톡!

답장이 왔다.

아마 최재훈에게서 온 것이겠지.

그녀는 그 답장을 곧바로 확인-

하려다 말았다.

문자를 확인 안 하는 게 낫다.

'아, 답장 못 봤구나?'

'뭐라고 했는데.'

'아, 아냐. 기왕 온 거, 같이 먹자.'

유사시, 그런 전개가 가능할까 봐-는 아니고.

운전 중이니까.

운전 중에 한 눈 팔면 안 된다.

아주 기본적인 상식이었다.

그렇게 문자를 씹고 목적지에 도착한 제나.

그녀가 빌라에 들어서려다-

"응?"

"어."

어떤 여자와 마주쳤다.

서로를 멍하니 바라보던 두 여자가 동시에 얼굴을 와락 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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