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자가 게임을 잘함-219화 (219/361)

219. 빨대 6

"솔선수범해서 쾌척해 주신 우리 빨대 여러분께 감사와 존경을 표하는 부분입니다."

[솔선수범 ㅋㅋㅋ]

[나도 어제 편의점 가다 중딩 일찐들 만나서 솔선수범 지갑 쾌척해줬다 ㅋㅋ]

[원래 중딩이면 한창 그런 애들 무서워할 때긴 해 ㅋㅋ]

[나 올해로 26인데]

[엣]

[삥뜯겨서 허할까봐 잔뜩 맥여주는 거 봐 ㄷㄷ]

[그 새끼들 빨대혐성질하다가 자업자득으로 돈 날린 건데 뭘 그걸 미화해 줌 ㅋㅋ]

최재훈이 열심히 빨대들의 후원을 빨아줬지만.

시청자들은 그걸 당연하다, 대수롭지 않다 여긴다.

그래선 안 된다.

나 혼자서 빨대들의 지갑을 여는 건 역부족이다.

"아이~ 미화라뇨. 어찌 됐던 간에. 이거 그냥 도망갈 수도 있었던 건데 약속 지키고 적게는 백만 원에서, 많게는 사백만 원까지. 엄청난 거액을 기부해 주신 거잖아요. 대단하신 거죠. 저는 솔직히 내기 지면 튀려고 했거든요."

[? ㅋㅋㅋㅋ]

[저기요]

[튀기고싶네]

[혐성이 톡톡 튀는 분 답게 튀는 걸 좋아하시네요]

[빨대들 다시 보니 선남같다]

[하긴 ㅋㅋ 다시 보긴 했음 빨대새끼들]

[ㄹㅇ 나도 ㅈㄴ 구질구질하게 굴 줄 알았는데 의외로 쿨하더라]

[PROT 그 새긴 심지어 차가웠어]

"그니까요. 이게, 여러분.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니까요? 내기에서 졌다고 진짜 수백만 원 쾌척하는 거. 솔직히 이거. 빨대 여러분들, 이 돈을 저한테 주는 거면 진짜 튀셨을 걸요?

그런데, 이게 또 모금이다 기부다. 사회에 좋은 방향으로 환원하는 거니까 또, 흔쾌히 쾌척하신 게 아닌가 싶어요.

진짜, 이 돈 버시려고 욕을 삼시 세끼 먹는 밥알보다 많이 드셨을 텐데. 그런 돈을 사회를 위해 환원하는 멋진 결정해 주신 우리 마차, 아야야, 빈콩, AGAY, PROT. 이렇게 총 다섯 분께, 박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가 고갤 주억거리며 박수를 쳤다.

"기부해 주신 빨대 여러분 미튜브 닉네임도 여기, 화면 우측 상단 배너에 기재해 놓을 테니 많은 관심 부탁드리고요. 어? 여러분. 있잖아. 빨대 분들 영상이 보고 싶을 때. 그럴 때는 여기 이, 상대적으로 선남인 빨대 분들 영상 보면 되는 겁니다."

최재훈의 화면 좌측 상단에, 지금까지 후원한 이들의 닉네임이 후원 액수와 함께 순차적으로 표시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측 상단.

최재훈이 말한 대로, 빨대들의 닉네임.

미튜브 닉네임이 거액의 후원 액수와 함께 순차적으로 표시되기 시작했다.

그러자 숨컷의 의도에 따라.

그 압도적인 액수에 저도 모르게-

[캬 ㅋㅋㅋ 마차 400만원 진짜 정신나가긴했어]

[ㄹㅇ; 마차야 다시봤다 앞으론 반만 까줄게]

[PROT아 솔직히 100 채우자 ㅋㅋ]

[착한 빨대들 ㅇㅈ합니다]

빨대들의 닉네임을 지명하며 찬사를 보내는 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녀들도 처음부터 빨대가, 비호감이 되길 원했던 건 당연히 아니다.

그녀들은 자신이 동경하던 방송인처럼 되길 꿈꿨다.

방송을 하며 돈을 벌고.

인정과 존중을 받는.

하지만 재능이 없었다.

그렇다고 꿈을 포기하긴 싫었다.

결국 타협하고 빨대의 길을 걸어, 후자를 포기한다.

어쩔 수 없이.

어떤 심리학자는 말한다.

경제적 안정을 얻게 되는 순간, 명예욕이 금전욕을 앞선다고.

그렇게 빨대들은 항상 공허했다.

인정과 존중을 갈망했지만-

그걸 바라는 건 염치없는 일인 걸 알아 체념했기에.

그녀들은 지금까지 기나긴 빨대 활동, 방송 활동을 이어오며.

단 한 번도 인정과 존중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시청자들에게도 그렇고.

방송인에게도 그렇고.

그런데 지금.

현재 인터넷 방송계에서 가장 핫한.

방송인들의 방송인인 숨컷이, 자신을 인정하고 존중해주고 있었다.

어느새 1만 8천 명까지 늘어난 시청자들도 같이.

어떻게 된 건지, 자신의 방송 채팅창에서도.

처음 겪어보는 상황.

처음 받아보는 인정과 존중.

그에 빨대들은-

숨이 벅차오르는 걸 느꼈다.

언젠가부터 통장에 들어오는 돈을 봐도 느껴지지 않았던 강렬한 쾌감이 뇌를 강타한다.

어떤 심리학자의 말은 사실이었다.

마차는 생각했다.

자신이 400만 원을 후원받아도 이렇게 기쁠 것 같지는 않을 듯하다고.

처음 맛보는 인정의 맛은 그리도 황홀했다.

-마차 님이 500,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감사합니다 ㅎㅎ! 저도 뜻 깊은 일에 동참해서 영광입니다! 빨대 주제 염치없지만 마차TV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아야야 님이 100,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앞으로 적당히 역겹겠습니다! 감사합니다!

-PROT 님이 100,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100만원 채웠읍니다 ㅎㅎ;

빨대들이 기꺼이 자신을 드러냈다.

숨컷이 준비한 무대 위에 올라간다.

그가 자신들을 위해 준비한 선물에 취한다.

그걸, 아직 저격에 성공하지 못한 빨대들이 지켜봤다.

그녀들과 같이, 타협하여 빨대가 됐고.

감히 인정을 바라지 못했던 빨대들이 지켜보고 느끼길-

부럽다.

숨컷 같은 유명인에게.

저렇게 많은 시청자들에게 인정받는 상황이.

그리고.

그녀들이 좋아하는 건 단순히 인정받아서 뿐만이 아니었다.

지난 두 판, 숨컷의 실력을 지켜본 바.

그의 앞으로 한 달 간의 랭킹 1위 도전 방송은 엄청난 파급력을 갖게 될 터였다.

그런 방송에- 자신이 홍보되는 거다.

한 달 동안.

존중받아 마땅한 거액의 후원자로서.

방송인으로서.

물론, 여태까지 빨대였으며 앞으로도 빨대일 예정인 만큼.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충분하다.

약간의 인정을 받는 것만으로 그녀들에겐 충분히 매력적인 일이었다.

"자, 그러면. 다시 이어서, 세 번째 게임 가겠습니다."

빨대들의 눈에 서린 이채가 이전보다 더욱 선명했다.

그리고 이내 게임이 서칭되고.

저격에 성공하자-

"그렇지!"

호들갑스러울 정도로 기뻐한다.

이전까지는 어딘가 찌든 듯했던 그녀들에게서 다른 종류의 열정이 느껴졌다.

이번에 저격에 성공한 빨대는 세 명.

-디팬더 님이 50,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디팬터 내기 신청합니다

-5358 님이 50,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저도요

-재서니 님이 100,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내기 신청합니다 한 수 부탁드립니다

그녀들 모두 내기를 신청했다.

[재서니 점마 말투 왜 저러누 ㅋㅋㅋ]

[이 새기들 갑자기 왜 이래 ㅋㅋ]

[빨대새기들 어디서 유교를 탑재해 왔어]

[빨대가 아니라 단소가 돼 버렸내 ㄷㄷ;]

그녀들의 태도는 빨대 치곤 어색하리만치 정중했다.

[이 새기들이 웬일로 저격 상대 눈치를 다 보냐 ㅋㅋ]

[조컷쉑 정신병이 얼마나 무서우면 빨대들도 한 수 접어주냐 ㄷㄷ]

누군가의 말 대로, 숨컷의 눈치를 봐서일 수도 있다.

어쩌면, 그게 원래 그녀들이 본모습일 수도 있고.

어느 쪽인지는 그녀들만이 알 일이었다.

"아, 오케이. 다들 이 모금함으로 다이빙을 할 준비가 된 것 같네요. 드루와. 인심 썼다. 텔론 말고 뭐 보고 싶은 캐릭터 있어요?"

그녀들은 더 이상 숨컷을 무시하지 않았다.

자신을 인정하고 존중해줄 그를, 마찬가지로 인정하고 존중한다.

지난 두 판 그가 보여준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최재훈은 이번엔 요청에 따라 텔론 다음으로 잘 다루는 챔피언을 골랐다.

쟈드.

이번에도 빨대는 후픽으로 카운터를 고를 기회가 있었지만, 그러지 않는다.

자신이 잘 다루는 챔피언을 고를 뿐.

이번엔 2레벨 선취점이 나오지 않았다.

당연하다, 텔론이 아닌 쟈드였으니.

하지만 최재훈은 느낀다.

텔론을 했어도 2레벨 선취점은 나오지 않았으리라고.

빨대들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어떻게 변했는지.

그리하여 플레이가 얼마나 조심스러워졌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허나, 수비적이고 수동적인 플레이에는 한계가 명확했다.

최재훈은 드러누은 이들을 어떻게 뒤집는지 알고 있었다.

텔론 때처럼 극적인 그림은 없다.

하지만, 최재훈의 쟈드는 서서히, 그리고 또 분명히 상대방의 목을 죄어 나갔다.

5레벨이 되었을 때, 체력이 바닥난 상대방이 집으로 귀환했다.

첫 귀환이 사망이었던 다른 빨대들에 비하면 분명 엄청난 성과라고 할 수 있으나.

그 성과를 얻어내기 위한 희생이 너무 크다.

CS차이 15.

단순 골드로만 따지면 1킬에 버금갔다.

어쨌거나 역시 죽은 것보단 낫다.

허나, 그런 생각도 오래가진 못한다.

쟈드의 6레벨 궁극기 타이밍.

이 타이밍에서 죽지 않고 버티느냐, 버티지 못하느냐에 따라 향후 라인전의 판도가 결정된다.

빨대가 정글에게 뒤를 봐줄 것을 요청했다.

그리곤 생각했다.

'당연히 내가 정글 부를 걸 알고, 정글 대기시켜 놓겠지.'

그리하여, 서포터에게도 합류할 것을 요청한다.

그렇게 수적인 우위를 예정시켜놓고.

기다린다.

쟈드가 움직이기만을.

이내-

쟈드가 드디어 움직-

아니. 아니었다.

아, 드디어 움직-

역시 아니었고.

'…?'

그러한 그림이 몇 번 반복되자, 빨대를 비롯한 셋은 비로소 눈치 챈다.

숨컷에게 읽혔음을.

자신들의 행동을 읽어낸 숨컷이, 자신들의 동선과 시간을 낭비하기 위해 연기를 하고 있었음을.

농락당했다.

실질적인 피해는 크지 않고, 실지로 일어난 일은 없었으나.

빨대는 예상할 수 있었다.

이 게임의 결과를.

그리고 그 예상은-

<패배!>

빗나가지 않는다.

-재서니 님이 2, 310,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와 진짜 숨컷님 한 수 제대로 배웠습니다. 여기 강의비입니다 좋은 데 써주시고! 여러분 재서니TV 많이 사랑해 주세요!

찰랑!

찰랑!

찰랑!

빨대들이 기다렸다는 듯 미리 준비해 둔 주머니를 던진다.

그 만큼, 다음 게임은 빠르게 속행되었다.

최재훈은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게임을 승리했다.

허나 챌린저에서 승률 100%란 역시 존재할 수 없었고.

패배하는 판 역시 존재했다.

그 판 역시 저격이 존재했고.

내기가 걸려 있었다.

하지만-

-험버띠TV님이 630,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와 ㄷㄷ 한수 잘 배워 갑니다

애당초 내기의 내용은 게임의 승패가 아닌-

개인의 역량 차이였다.

점수 상승의 기본적인 조건은 팀의 수준에 상관없이, 게임 승패에 상관없이.

기복 없이 얼마나 좋은 모습을 보이느냐였다.

그렇게 성적의 평균치를 냈을 때 그 수치가 높을수록, 높은 점수를 얻게 되는 것이다.

최재훈은 랭킹 1위의 수치를 갖고 있었다.

이 점수대에선 어지간해서 발군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러한 존재감은 팀의 위기에서.

그러니까, 패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팀들의 부진과 대조되어 더욱 강하게 부각됐다.

그가 게임에서 패배했을 때에도 이견의 여지없이 빨대들은 대가를 치렀다.

머지않아, 최재훈이 당일 목표였던 '100점 상승'을 달성했다.

10승 3패로서 말이다.

그리고-

<모금액 : 21, 302, 000원>

챌린저 600점대 게임에서 솔로 랭크로 승률 약 80%.

하루 모금액 2100만 원.

그 말도 안 되는 두 기록은 서로 상호작용을 일으키며-

제목 : 아니 이거 뭐냐? ㅋㅋㅋ

내용 : [사진]

조컷쉑 오늘 하루만 원기옥 2100만 모은 거 실화임? ㅋㅋ아니 한 달 동안 천만원 모으면 많이 모으는 거라 생각했는데 뭔 시발 벌써 ㅋㅋ

걍 어이가 없네

ㄴ : 아니 뭔 ㅈㄹ을 해야 2100만이 나옴?

ㄴ : 쇼미더 머니 해도 2100만은 안 나올 것 같은데

ㄴ 글쓴이 : 빨대새끼들 일렬로 세워놓고 지갑 압수함 ㅋㅋ

ㄴ : 와 이 페이스면 ㄹㅇ 억 나오는 거 아니냐

ㄴ : 죄송한데 페이스가 아니라 숨컷이에요

ㄴ : 페이스박살내기전에 쌉쳐요

제목 : 야 숨컷 이거 뭐냐?

내용 : [사진]

얘 이거 오늘 승률 뭐임?

솔랭으로 챌린저에서 승률 80%?

가능함?

ㄴ : 플래에서 챌린저까지 1주일 컷 한 앤데 새삼스럽게 ㅋㅋ

ㄴ 글쓴이 : 그거 프로 버스라며

ㄴ : 솔랭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프로버스라는 이름이 붙여진 거예요 ㅇㅇ;; 콜롬버스처럼

ㄴ : 아 ㅋㅋ 그런거였누

이번에야 말로 사람들에게 '숨컷'을 각인시켰다.

그리고 그날 저녁.

조금이라도 더 영상을 빨리 올리고자 빨대들이 편집자들을 달달달달 볶은 바.

무수히 많은 빨대들의 채널에 우후죽순 숨컷의 영상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는 평소의 영상과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평소.

빨대들의 영상은 이 대단한 사람을 자신이 어떻게 짓밟았으며.

그리하여 자신은 얼마나 대단한가 설파하는 영상이었다면.

오늘 빨대들의 영상은 이 대단한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짓밟았으며.

그리하여 이 사람은 얼마나 대단한가 설파하고.

그리하여.

또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인정해 준 자신의 선행은, 자신은 얼마나 대단한가 어필하는 식이었다.

이는 숨컷을 특히 존경하고 편애해서만은 아니다.

애초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평소 그녀들은 자신이 저격 대상을 상대로 압도한 게임으로 영상을 만드는 걸 선호하는데.

오늘, 숨컷을 상대로 압도한 이는 없었으니까.

커뮤니티에서 숨컷의 이야기를 접한 이들이 빨대들의 영상을 접하고, 숨컷의 미튜브로 유입됐다.

이렇게 최재훈이 만들어 놓은 선순환, 빨대의 순환이 밤새 이어진 바.

'텔론남'은 더 이상 없었다.

텔론남을 알고 있던 이들은 대신 숨컷을 알게 되었다.

플래티넘~챌린저 1주일 컷 성공자로서.

챌린저에서 양학을 하는 실력의 보유자로서.

랭킹 1위에 도전하는 실력자 숨컷을.

[구독자 : 260, 331]

[남은 기간 - 41일]

[최소 목표 구독자까지 - 24만]

[최대 목표 구독자까지 - 74만]

* * *

많은 이들이 숨컷의 1위 성공 가능성을 점쳤다.

처음 그가 1위 도전 여부를 밝혔을 때, 그 누구도 성공할 거라 믿지 않았다.

허나.

그의 너무나도 강렬한 첫 행보에, 생각이 바뀐다.

아니.

바뀌는 정도가 아니라 개조 당한다.

그렇게 새로 생각하길-

이거 설마.

가능한 거 아니야?

그러던 그때-

제목 : 속보) 하이로드 귀국 ㅋㅋㅋㅋ

내용 : 언제 중국 1위 찍었누 ㅋㅋ

이색 지금 방송 켰다 ㄱㄱ

제목 : 속보) 상정이 오늘부터 1위 도전 시작

내용 : ㄱㄱㄱㄱ

ㄴ : 겨우 한 달 남았는데?

ㄴ 글쓴이 : 치타는 웃고 있다

생각이 바뀐다.

아.

역시 아무리 그래도 1위는 불가능하겠다고.

언젠가부터 1위는 당연한 듯 저 사람의 차지로 정해져 있었으니까.

하이로드.

그녀가 왕의 귀환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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