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자가 게임을 잘함-214화 (214/361)

214. 빨대 1

게임 방송인(미튜버)은 직접 해 보고 그 고충을 느끼기 전까지는.

놀고 먹으면서 거액을 벌어들일 수 있는 꿈의 직업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이미 선두주자들이 무턱대고 달려들어 대가리가 깨진 이들의 피로 흥건하게 고여 레드오션이 형성되었음에도.

도전하는 사람이 나타난다.

그리고 이들은 주로-

'본인, 게임 존나 잘하는 거 아닌가?'

하고 생각하는 이들로서.

레오레에서는 대체로 다이아1 이상에 해당되는 유저들이었다.

분명 다이아1쯤이 되면 일반인들 사이에서 엄청난 실력자로 취급받는다.

통계만 봐도 0.1에 해당되지 않던가.

마스터가 되면? 귀족 취급을 받는다.

그랜드마스터? 왕이다.

챌린저라도 되는 날엔, 전지전능함을 손에 얻을 수 있다.

챌린저 최재훈께서 '물'이라고 말하자.

그의 손엔 어느새 물컵이 쥐여져 있었고.

챌린저 최재훈께서 '돈'이라고 말하자.

그의 손엔 피씨방 정액 요금과 라면을 사먹을 수 있는 돈이 쥐여져 있었으며.

챌린저 최재훈께서 '귀찮은디'라고 말하자.

그가 타고 갈 말이 탄생했다.

챌린저를 찍자마자 가장 먼저 전 학우들에게 전화를 돌려 자랑한 최재훈의 경험담에 의하면.

챌린저 티어는 게이머에게 분명 전지전능함을 가져다 주었다.

하지만 그 전지전능함으로도, 게임 방송인으로 성공할 수는 없었다.

그도 그럴게.

모든 1군 프로들이 인터넷 방송을 병행하는 시대다.

즉.

게임 실력 하나만 놓고 경쟁하려면, 최소한 솔랭에서 그들 이상 가는 퍼포먼스를.

그러니까 챌린저를 넘어선 무언가의 실력을 갖고 있어야 했다.

그러니까, 솔랭 전체를 통틀어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의 실력을 말이다.

그게 아니라면 캐릭터성을 두루 겸비해야 했다.

하지만 그러한 캐릭터성은, 게임 실력만큼이나 희귀하기 마련이었다.

결국.

이도저도 아닌, 적다면 적다지만 많다면 또 많은 다이아1 이상의 실력자들은 방송인 도전에 도태되고 실패한다.

그렇게 그들은 포기하거나-

자신 같은 이들이 살아남을 방법을 모색한다.

매력도 실력도 애매한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으론 무엇이 있을까.

예로부터, 그러한 엔터테인먼트는 자극성을 지향하는 게 답이었다.

하지만, 레오레에서 할 수 있는 자극적인 컨탠츠래 봐야 뭐가 있겠는가.

게임 내적으로는 특이한 챔피언이나 빌드를 채용하는 정도.

외적으로는, 게임에 패배했을 때 과장되게 반응해서 키보드나 책상을 부숴 먹거나.

콜라나 간장으로 목욕을 하는 등의 과한 리액션 방식을 채택하는 정도가 될 텐데.

그건 대기업들도 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물론 대기업들이 한다고 해서 못하는 법은 없었지만-

게임 실력 때와 마찬가지로.

그 캐릭터성 확고한 대기업 방송인들의 자극적인 모습 대신, 애매한 방송인들을 보러 와 줄 사람은 많지 않았다.

재능도 매력도 없는 사람이.

재능과 매력을 갖춘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남으려면 특색이 필요했다.

그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것.

그들만이 할 수 있는 것.

그렇게 그들은 찾아낸다.

저격.

사실, 저격이야 말로 게임 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자극적인 컨텐츠였다.

하지만, 대기업 방송인들을 그걸 채택하지 못한다.

그 명칭의 늬앙스에서 느껴지듯.

그리고 모두가 알고 있듯.

저격은 기본적으로 상대방에게 엿을 맥이기 위한 행위.

무례한 행위였기 때문이었다.

상대방의 주력 챔피언을 벤하는 저격벤.

방플.

사전 분석을 통한 맞춤형 견제.

고의 어뷰징.

채팅으로 어그로 끌기.

그러한, 노골적인 행위가 없더라도 마찬가지다.

우연으로 만난 적의 훌륭한 플레이를 하면.

그럼으로써 자신을 힘들게 만들면 그에 대한 찬사로-

'귀하께서는 게임을 개조까치 하는 재주가 있으시군요.'

소리가 절로 나오게 만드는 과몰입 최적화 게임인 레오레인데.

의도적으로 자신을 저격을 하여 적으로 만난 상황에서 훌륭한 모습을 보이면.

그럼으로써 자신을 힘들게 만들면-

어떤 소리가 나올까.

유교 나라의 국민으로서 효도를 최우선 덕목으로 여기는 대한민국 레오레 유저 특성상 상대방 부모님의 안부부터 묻고 싶어질 공산이 높았다.

저격이 컨텐츠로서 작용을 하려면, 저격 대상이 어느 정도 이름이 있는 네임드 유저거나 방송인.

그러니까, 유명인이어야 했는데.

유명인을 저격한다는 것은.

그 유명인과 부모의 안위를 건 어둠의 듀얼을 신청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건 아니어도 최소한 앙금이 생겨 적대시하게 될 터.

그렇다면 허락을 구한 뒤 저격을 하면 되지 않느냐?

그 경우 무례함은 사라지지만 저격 특유 날것의 재미와 함께 재미도 같이 사라져 의미를 잃는다.

고로, 대기업에게 저격은 단기적으로는 많은 걸 얻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보다 더욱 많은 걸 잃어 안 하느니만 못한 컨텐츠였다.

그렇게 저격은 잃을 게 없는 하꼬 방송인들만이 채택할 수 있는 컨텐츠.

그들의 특색으로 거듭났다.

유명 방송인이나 네임드들을 저격한 뒤.

방송 제목이나, 미튜브 영상 제목에 그들의 이름을 팔아서 시청자수와 조회수를 올린다.

그들은 추구하는 방향이 방향이니만큼.

저격 상대방에게 거리낌이 없었다.

거리낌 없이 저격하고, 거리낌 없이 대한다.

싸구려 예능 프로그램이 출연자들에게 최대한 많은 소스를 뽑아내기 위해 무례하고 경우 없이 대하는 것과 같다.

그러니 나름대로의 선을 지킨다.

그들은 고의 트롤이나 저격벤, 방플과 같은.

게임 내용에 부당한 수단으로 영향을 미치는 행위는 하지 않았다.

그들의 저격은 '도장 깨기'의 형식을 취했다.

저격을 한 뒤, 상대방을 정당하게 찍어 누르는 것이다.

적으로 만났다면, 집요하게 괴롭히거나 승리함으로써.

아군으로 만났다면 더욱 뛰어난 모습으로써.

실력으로서 우위를 점한다.

거기에, 자극적인 도발성 더티 토크를 끼얹는다.

정당한 방식으로 상대에게 굴욕을 안겨주고, 그에 대한 반응을 이끌어낸다.

그게 바로 빨대들이 지향하는 저격의 기본 골자였다.

그렇게 적당히 선을 지키는 빨대들의 이미지는-

제목 : 아 ㄹㅇ 빨대새끼들 콜라인줄알고 간장원샷해서 뒤졌으면

내용 : 이 새끼들 때문에 순홍이 빡종한 거 실환가 진짜

ㄴ : ㄹㅇ; 데베충같은 새끼들

ㄴ : 걔네들도 전공 살리는 거니까 너무 뭐라하지마ㅋㅋ

ㄴ 글쓴이 : ㅈㄹ하네ㅋㅋ ㅈ도안되는 게임 실력으로 방송해보겠답시고 저 ㅈㄹ하는 게 전공 살리는 거라고? ㅋㅋ 니 빨대냐? ㅋㅋ

ㄴ : 로각좁

ㄴ : 아니 부모 등골에 빨대 꽂고 빨아먹던 전공ㅋㅋ

ㄴ 글쓴이 : 아 ㅋㅋ

영상 제목 : 챌린저 렉톤 장인 '황금렉톤' 만나서 참교육시켜줬습니다.

추천 : 181 비추천 : 6313

댓글 : 평생동안 관심을 가져 본 교육이라곤 성교육뿐인 새끼가 누굴 교육시키나요

댓글 : 심지어 실전 경험 없어서 성교육조차도 못하자너 ㅋㅋ

댓글 : 아 ㅋㅋ

댓글 : 본인의 부모님부터 자식 제대로 교육시키라고 참교육시키는 게 어떠신가요댓글 : 기생충처럼 살면 안 쪽팔리냐?

댓글 : ??? : 행복은 나눌수록 커지잖아요

댓글 : 하강과 하강으로 명징하게 직조해낸 신랄하면서 처연한 엡창 인생

당연히도 최악이었다.

모두가 그들을 비난하고 욕했다.

그러나, 그것도 관심이었다.

그들이 의도한 관심.

미튜브는 비추천 수가 추천 수의 수십 배여도.

조회수만 나오면 돈이 된다.

그리고 그 조회수는.

으레 이런 자극적인 컨텐츠라 함은 욕을 하면서도 볼 수밖에 없는 것이기에, 꽤 잘 나왔다.

챌린저 빨대 정도 되면 그 영향력은 절대로 무시할 게 못 됐다.

[야 숨컷한테 빨대 안 꽂냐?]

챌린저 빨대'마차'

그녀는 여느 빨대들이 그렇듯.

좋게 말하면 방송인으로서 참으로 애매했다.

냉정하게 말하면, 어중간해서 아무런 매력도 없었다.

게임 실력도, 캐릭터성도.

그 모든 게 다.

그렇게 빨대가 되었는데- 이거 웬걸.

그녀는 애초에 빨대가 체질이었나 보다.

반사회적 수준으로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 그녀의 성격은.

필연적으로 욕을 과식할 수밖에 없는 빨대 활동을 하며 멘탈을 유지하는데 엄청난 도움이 되었다.

게임을 할 때 한 명 만을 집요하고 가학적으로 괴롭히는 플레이 스타일 또한.

그녀는 빨대를 하기 위해서 태어난 괴물이었다.

그에 걸맞게 빨대로서 꽤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었다.

그 특성상 '팬'을 의미하는 구독자 수 자체는 적었지만.

별개로 동영상의 조회수는 악플과 비추천 수만큼이나, 기깔이 났다.

최소 수만에서, 대박이 나면 수백만까지 터진다.

마차는 이번 저격 대상이 자신에게 대박을 안겨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숨컷.

그녀는 여느 챌린저 빨대들과 같이 그를 노리고 있었다.

숨컷은 최적의 사냥감이었다.

그는 이번 SGF에서의 일로 현재 레오레 뿐만이 아니라, 게임계 전체에서 주목 받고 있어서.

빨대를 꽂기만 하면 조회수 백만 대가 보장되는 '대박 사냥감'일 뿐더러.

사냥할 경우, 얻어낼 소스도 많았다.

무슨 소스냐?

바로, 그가 1주일 만에 플래티넘에서 챌린저까지 갔다는 이야기다.

방송을 시작한지 한 달도 되지 않은 그의 이름은 아직, 그가 활동했었던 플랫폼인.

옐로TV, 리치TV, 그리고 미드빵을 벌였던 아메리카TV 안에서만 퍼져 있었다.

그렇기에.

저격한 상대방의 팬들에게 신고 폭격을 먹고 리치TV와 아메리카TV에서 쫓겨나, 활동 규칙이 널널한 미튜브에 둥지를 튼 그녀는 아직 숨컷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고.

그런 상태에서 '텔론남'이라는 이름으로 갑작스럽게 등장한 '그'가.

플래티넘에서 챌린저까지 1주일 만에 도달한 위안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니, 그녀는 여느 이들처럼 믿지 못했다.

'아니, 남자잖아.'

그렇기에 대신, 항간에서 떠도는 이야기인 그가 자신의 팬인 TC1 SIGHT를 비롯한 프로들에게 버스를 받았다는 이야길 믿었다.

그가 어그로를 끌기 위해 1위 도전 선언을 한 거라 믿었고.

실상, 그의 실력은 별거 없다 믿었다.

그의 미튜브를 좀만 확인해 보면 믿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으나, 그녀는 숨컷의 미튜브를 확인해 보지 않았다.

'바른 다음에 [프로들에게 버스 받아 챌린저 찍은 화제의 텔론남 숨컷 실력의 실체] 제목으로 해서 올리면, 크, 미쳤다 미쳤어.'

숨컷이 못하는 게 그녀에게도 좋았으니까.

그녀는 그렇게 믿는다.

그 누구보다 먼저 숨컷에게 빨대를 꽂기 위해 마차는 아침 일찍 일어나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가 방송을 켜고.

게임 서칭을 시작했다.

"크, 잘 생기긴 했네. 아니, 갑자기 마음 약해지네. 나 때문에 저 얼굴이 슬픔으로 젖는다고?"

[즈그 아빠 눈가는 슬픔으로 잘 적시면서 새삼?]

[니가 약해질 마음이 어딨어 스레기새끼야 ㅋㅋ]

욕과 비난은 이제 익숙하다 못해 친근했다.

"어? 근데 큐 안 가려? 개꿀인데?"

챌린저부터 유저 분포가 극단적으로 줄어들어 아무리 저격하기가 쉬워진다지만.

역시 변수가 존재하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저렇게 큐를 노출해 주면, 저격은 실패할 수 없을 정도가 된다.

"그렇지."

저격에 성공한 그녀가 진심으로 쾌재를 부르곤.

방송의 제목을 바꿨다.

(제목 : [마차] 숨컷 빨대 꽂기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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