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자가 게임을 잘함-211화 (211/361)

211. 무림 고수 1

프로 게임은 명백히 솔로 랭크 게임, 솔랭의 상위에 있는 게임이었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높은 무대에서 활동하는 프로들에게 있어 솔랭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가?

아니었다.

그들의 팬인 레오레 유저 절대다수에게 있어 솔랭을 유일한 경쟁 수단이자, 실력 평가 수단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있어 솔랭 점수는, 실력의 절대적인 기준이었다.

내가 1:1은 이기느니.

KDA가 더 높느니.

승률이 더 좋느니.

아무리 골드 유저가 열심히 떠들어 봐야, 플래티넘 유저에겐 안 된다.

랭킹 점수 이상의 신빙성을 갖는 지표는 없었고, 그들은 그걸 신봉했다.

그렇다 보니.

솔랭과 프로게임은 다르다는 걸 알면서도.

프로들에게 똑같은 기준을 적용시켜 버린다.

대표적인 일화로 LKL 5위팀의 정글과 8위팀의 정글이 있다.

이 둘은 대회에서 대체적으로 비슷한 기량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순위가 더 좋은 5위팀 정글이 마땅히 더 좋은 평가를 받느냐?

아니었다.

8위팀의 정글이 더 좋은 평가를 받는다.

바로, 8위팀의 솔랭 랭킹이 더 높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프로 선수를 체계적이고도 정확히 분석하고 평가할 수 있는 안목을 가지지 못한 일반 팬들 사이에서의 이야기다.

하지만 일반 팬들 사이에서의 인식이 뭔가.

바로 인기다.

더군다나.

5:5 팀전보단 1+1+1+1+1vs1+1+1+1+1 개인전에 가까운 솔랭에서의 실력은, 곧 팀 게임에서의 실력으로 직결되진 않았지만.

팀 플레이어로서의 면모라면 몰라도.

개인적인 기량, 기본 스텟을 평가하기엔 썩 적합한 환경이었다.

그렇기에.

솔로 랭킹이 높은 프로는 더욱 좋은 평가를 받았고.

계약에서도 더욱 좋은 조건을 제시받았다.

리그 포지션 별 TOP3으로 평가되어 절대적으로 인정받는 논외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프로들이 솔랭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였다.

그들은 시즌 기간의 빽빽한 일정 속에서도 남는 자투리 시간이나 여가 시간을 솔로 랭크에 적극적으로 투자했다.

하물며, 지금 레오레 시즌 종료 기간은 리그 비 시즌 기간이었다.

즉.

많은 프로들이, 많은 시간을 솔랭에 투자할 예정이었다.

시즌 종료 기간 솔랭 1위 도전은 그런 일이었다.

쟁쟁한 솔랭 고수들, 그리고 프로와 최고의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일.

내로라하는 솔랭 네임드들도.

프로들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일에, 갑자기 나타난 혜성이 도전장을 던졌다.

그는 남자였다.

'그 남자'라면 모를까.

보통 같았다면 남자가 솔랭 1위에 도전한다고 해 봐야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도 그럴게.

'남자'가 솔랭 1위에 도전한다는 것은.

그들의 관점에선 '여자'가 성별 제한이 없는 격투기 대회에 나가서 우승을 차지하겠다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

하지만, 숨컷은 그간의 행보로 성별을 초월한 실력을 증명했다.

대표적으로, 며칠 전에 있었던 1주일 챌린저 미션 성공.

팬미팅에서 차현하가 정체를 밝힘으로써, 미션의 막바지인 저격 이벤트 진행 당시 프로들이 참가했었다는 소문이 기정사실화 되었다.

[SIGHT 만난 거 무슨 판인지 아는 사람?]

[야 이거 [링크]이 판 상대 미드 NETPLUS 미드 걔 아님?]

[PPG맞는 것 같은데?]

[ㅁㅊ ㅋㅋ 숨컷이 PPG를 발랐다고?]

숨컷이 다수의 프로들이 포진되어 있는 게임에서 수 차례 승리하며 미션을 성공했다.

이는 그가 프로들을 상대할 실력이, 나아가 충분히 랭킹 1위를 노려볼 만한 실력을 가졌음다고 해석할 수 있는 일화였다.

허나, 다르게 해석하는 이들도 있었다.

[PPG가 숨컷 상대로 제대로 했겠냐 ㅋㅋ]

[쟤 숨컷 팬이라서 숨컷이랑 팬미팅하려고 이벤트 참가했을 거 아냐]

[그니까 ㅋㅋ지가 숨컷 이기면 숨컷 미션 실패하고 방송 접게될수도 있는데 ㅋㅋ 당연히 살살하지]

[솔직히 이거 PPG가 숨컷 이기려고 빡겜했다는 애들은 PPG에서 명예훼손으로 고소해도 됨 ㅋㅋ]

[ㄹㅇ ㅋㅋ 게임에서 남친 상대할때 빡겜하는 싸이코패스로 만드누]

[남친이 뭔데 씹덕련아]

[또또 ㅋㅋ 씹덕새끼들 지들만 아는 얘기하지]

[남친 VS 여맞은]

[남친 그거잖아 북한이 우리나라 침략하는 거]

[남친얘기 꺼낸 간첩새끼 누구야!]

[간첩새끼 사상검증 들어간다 애국가 1절부터 4절까지 불러 봐라]

[어 나 모름]

[그걸 누가 외워 ㅋㅋ]

[ㄹㅇ ㅋㅋ 2절까지만 하라고 4절은 뇌절이지]

[국내 간첩 갤러리 ㄷㄷ]

[반대로 아군에 있는 프로들은 개빡겜 했을 거고 ㅇㅇ]

숨컷이 프로들을 상대로 이길 수 있었던 건.

아군에 있었던 프로들은 빡겜을 하고, 적팀에 있었던 프로들은 봐줘서다.

이 해석은, 그전 해석보다 더욱 강한 지지를 받았다.

그도 그럴게.

숨컷, 그가 아무리 잘해도.

'남자'가 LKL 1군 프로들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 건, 과연 '여자'들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이야기였다.

'여자'들이 게임과 관련해서 '남자'들에게 갖고 있는 편견이란 그만큼 두꺼웠다.

하지만, 숨컷이 가능할 거라 믿는 이들 또한 있었다.

대체로 숨컷의 골수 시청자들이었다.

그들이 답을 구하러 누군가의 방송으로 향했다.

인구가 인구이니만큼, 한국과 자릿수가 한 자리는 차이나는 시청자들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 인터넷 방송 플랫폼.

호야TV.

그 호야 TV의 레오레 탭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방송.

-…님이 1000위안을 후원했습니다. (중국어)

=선생님 숨컷 어떻게 보시나요? (한국어)

그 방송에 낯선 타국의 언어가 울려퍼졌다.

[뭐냐 빵쯔새끼(중국어)]

[여기가 어디라고 한국어를(중국어)]

[니들 좆만한 나라로 꺼져라 (중국어)]

인터넷 방송 시청자들이 빠꾸가 없는 건 만국 공통이었다.

더군다나, 레오레에서 치열한 라이벌 관계에 있는 나라의 언어.

사람.

중국인 시청자들이 인종차별성 욕으로 뜨겁게 한국인을 반겨줬다.

하지만.

사천의 매운맛이 아무리 유서가 깊다고 하지만, 위장을 사멸시켜야하는 암세포인 양 혹사시키는 한국인이었다.

어디 가서 매운맛으로 지진 않는다.

[니들이 보고 있는 게 그 빵쯔 방송이야 짱깨 새끼들아]

[맛짱깔새끼들아 여기가 어디긴 ㅋㅋ 빵쯔 방송이지 빵쯔 방송이라 빵쯔 언어 쓰는데 불만있누?]

[렐드컵 우승도 빵쯔 용병 덕분에 하고 레오레 방송도 빵쯔 방송만 보고 누구보다 빵쯔에 미치신 분들이 왜 ?ㅋㅋ]

[뭐라는 거야 저 빵쯔 새끼들(중국어)]

[방장 저것들 강퇴 안 하냐? (중국어)]

[어디서 김치 냄새 안 나냐? (중국어)]

[야 저 새끼들이 어디서 김치 냄새 안 나냐는데]

[우리가 먹는 김치 다 니들 중국산이야 ^^ㅣ발아]

[ㄹㅇㅋㅋㅋㅋㅋ 만드는 사람이랑 먹는 사람 중 누구한테서 더 냄새가 나겠냐고]

[우리는 양치만 하면 되는데 니들은 목욕해야 하잖아 ㅋㅋ 근데 씼질 않고]

[김치 만들어서 조공바치는 노예새끼들이 어딜 감히]

끓어오르는 적개심!

누군가는 상대방에게 실질적인 대미지를 주기 위해서라도 번역기 기용을 고려해볼 법도 한데.

그들은 그게 마치 자신의 애국심을 저버리는 행위라도 되는 양.

상대방 입장에서 외국어로 욕하는 헛수고에 영혼을 걸었다!

그 열정적으로 한심한 광경에 방송인은 하, 한숨을 내쉰 뒤.

특유의 나른한 말투로 말했다.

"오빠, 채팅창 얼리고 애들 좀 어떻게 해 봐."

그러자 오빠, 라고 불린 매니저가 지시에 따른다.

수십만 명이 사용하고 있는 채팅창에 정적이 찾아왔다.

매니저가 능숙한 중국어로 한 쪽을 달랜 뒤, 한국어로 나머지 한 쪽을 달랬다.

그러는 동안 그녀에게선 당황한 기색이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지금과 같은 상황은.

한국인으로서, 중국 인터넷 방송 플랫폼에서 방송을 하는 그녀에겐 흔한 일이었으니까.

-…님이 1000위안을 후원했습니다(중국어).

=그래서 숨컷 어떻게 생각함?

그녀의 통역을 맡는 매니저가, 후원 메시지 또한 통역하여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기 시작했다.

"아니, 도대체 숨컷이 누군데요~"

아직 국내에도 완전히 다 퍼지지 않은 숨컷의 유명세였다.

벌써 그녀가 활동하는 중국에까지 퍼졌을 리 만무했다.

-…님이 1000위안을 후원했습니다(중국어).

=플래에서 챌린저까지 1주일만에 간 남자 챌린전데 랭킹 1위에 도전한다길래 선생님 의견 듣고 싶어서요

"플래에서 챌린저까지 1주일 만에? 남자 챌린저?"

레오레 유저라면 관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는 단어의 조합에, 그녀의 흥미가 동했다.

어쨌거나.

"지금은 모르니까. 나중에 따로 알아보고 얘기하던가 하겠습니다."

그녀가 그렇게 말하자-

찰랑!

-…님이 1, 000위안을 후원했습니다.

=그럼 선생님. 선생님은 플래티넘에서 챌린저까지 1주일만에 가능하신가요?

"플래티넘에서 챌린저까지 1주일 만에?"

그녀가 무언가를 고민하더니 메모장을 켜고 무언가를 적어나갔다.

플래티넘에서 챌린저까지1 주일에 도달하기 위한 경우의 수였다.

그렇게 잠깐 동안 메모장을 깨작인 그녀는-

"시간이 좀 걸리긴 하겠는데, 안될 건 없겠네."

대수로울 것 없다는 듯 답했다

그게 김희은을 비롯하여 LKL의 내로라하는 프로들조차 고개를 내저었던 악랄한 미션에 대한 그녀의 반응이었다.

이는 허세도, 오만도 아니었다.

실제로.

고개를 내저었었던 LKL의 프로들조차도 그녀의 이런 반응을 허세나 오만이라 여기지 못할 터였다.

"아, 큐 잡혔다. 이 이야긴 여기까지."

그녀는 그렇게 사태를 일단락 짓고 방송을-

게임을 재개했다.

잠시 뒤.

게임이 끝나자-

-빰빠밤~

방송에서 폭죽과 빵파레가 동시에 터졌다.

10만 위안, 한화로 따지면 1, 700만 원에 해당하는 액수의 후원이 터졌다는 신호였다.

-…님이 100, 000위안을 후원했습니다.

=축하해요~ 사랑해요~(중국어)

그에.

그녀는 사장님 의자에 몸을 기댄 채로 고개를 꾸벅 숙인 뒤, 특유의 나른한 어조로 말했다.

"씨에 씨에~"

1700만 원이라는 엄청난 거액을 후원받은 사람의 리액션으론 참으로, 뭐라고 해야 하나.

너무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걸 문제 삼지 않았다.

그녀에겐 그게 당연한 일이었다.

찰랑!

찰랑!

찰랑!

찰랑!

찰랑!

찰랑!

후원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와 ㄷㄷㄷㄷ]

[미쳤네(중국어)]

[5천 위안이 얼마냐?]

[무슨 유전 터지는 거 보는 기분이네]

[중국 참새마냥 화끈하게 터지네(중국어)]

ㄴ강제퇴장당했습니다.

보는 사람 정신이 다 아찔해지는 고액 후원의 행렬에도, 그녀는 덤덤하게 씨에 씨에를 반복할 뿐이었다.

채팅창과 후원에 동일한 의미를 내포하는 말이 연거푸 이어진다.

축하한다.

무엇에 대한 축하냐면-

바로 랭킹 1위 달성이었다.

중국 서버 랭킹 1위 달성.

[이걸 진짜 솔랭으로 찍는다고? (중국어)]

[정신 나갔네(중국어)]

한국 서버의 솔랭이 전세계에서 가장 수준이 높은 걸로 유명하다면.

중국 서버의 솔랭은, 전세계에서 가장 더러운 걸로 유명했다.

중국의 운영사 측에서 방임하는 탓에 어뷰징, 대리 등의 더러운 거래가 암암리에 성행한다.

덕분에 한국과는 다른 의미에서 솔랭의 난이도가 높았다.

때문에.

중국 서버에는 대리나 어뷰저가 아닌 일반인이.

더러운 술수를 쓰지 않고 솔랭 상위권에 가는 게 불가능하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녀는 '이번에도' 그걸 깨 버린 것이다.

그것도 랭킹 1위로써 말이다.

이제 다음은-

-…님이 1, 000위안을 후원했습니다.

=1위 축하해요 누나!!! 그럼 이제 한국 가시는 거예요? (중국어)

"그렇죠."

그녀의 한국행은 다양한 의미를 갖고 있었다.

첫 번째는, 말 그대로의 한국행.

거주 지역을 중국에서 한국으로 옮기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방송 플랫폼 또한 한국으로 옮기는 것이었으며.

그 두 가지는 모두-

레오레 플레이 서버를 한국으로 옮기기 위해서였다.

정확히는.

한국에서도 랭킹1위를 찍기 위해.

언제부턴가 중국과 한국 동시 솔랭 1위을 놓쳐본 적이 없는.

HIGHROAD.

어둠의 페이스라 불리는 그녀가 귀환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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