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자가 게임을 잘함-188화 (188/361)

188. 박멸 2

최재훈이 한창 옐로TV에서 방송을 하며 리치TV 동시 송출 기회를 재고 있던 시절.

그에게 끈질기게 문자를 보내던 이가 있었다.

MMEMM203

자신이 방송도 좋아하고.

리치TV에서 꽤 규모고 되고 인맥도 많은 스트리머를 아는데.

리치TV에서 도움 필요할 것 같으면 편하게 연락하라고.

그 당시엔 아무런 사심도 안 느껴져, 최재훈은 정말로 편하게 연락했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다 보니-

MMEMM203가 자연스럽게 이야길 꺼낸다.

같이 만나 술 한 잔 하면서 방송에 대해 깊이 이야기 나눠 보자고.

그러면 자신이 말한 스트리머도 소개시켜주겠다고.

최재훈은 단번에 눈치챘다.

아 이 새끼가 나랑 알라깔라하고 싶어 하는구나.

최재훈은 바로 그의 욕망에 답했다.

'ㄴㄴ ㄱㅊ ㄳ'

나름대로 꽤 단호하게 거절한다고 한 거였는데.

MMEMM203은 끈적지게 달라붙었다.

절대 포기 않고 자신과 알라깔라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당시 '여자'에 대한 면역이 적었던 최재훈은 꺼림칙함을 느끼면서도.

호기심이 들었다.

이 새끼는 도대체 뭐하는 새낄까.

어떻게 생겨 먹은 새끼길래 인터넷에서 이렇게 알라깔라 상대를 찾아 방황하는가.

남자가 남자에게 가질 법한 호기심.

최재훈은 그에게 기대감을 주기 시작했다.

어찌 보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그러다가 자신의 얼굴 사진을 보내면서, MMEMM203에게도 얼굴 사진을 요구했다.

하지만 MMEMM203는 얼굴 사진 대신.

고급 손목 시계가 채워진 손목 사진을 보낼 뿐이었다.

"롤렉스가 뭔데 씹덕아."

숨컷은 계속해서 촉구했지만 MMEMM203는 단호했다.

숨컷이 제안에 응해서 직접 만나

MMEMM203는 얼굴 사진을 보내줄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아무리 해도 그녀는 사진을 보내줄 기미가 없었고, 결국 최재훈은 포기했다.

그렇게 상대를 안 해주자 돌아오는 답변

'ㅈㄴ 비싸게 구네 딱 봐도 허벌일 새끼가'

"아 새끼, 이렇게 화끈한 새끼가 얼굴 사진도 좀 이렇게 화끈하게 보내 보지."

그 일이 있고 아무렇지 않게 시간은 흘러, 최재훈은 이린을 만났다.

그녀의 특출난 업무 능력을 알게 되고, 갑자기 MMEMM203가 떠오른다.

[갓집자님 혹시]

[네?]

[이걸로도 사람 찾을 수 있어요?]

최재훈은 대화 내역과 손목 사진을 그녀에게 보냈다.

최재훈이 MMEMM203 닉네임으로 한창 조사해 보고.

손목사진을 열심히 서칭해 봐도 알 수 없었던 MMEMM203의 정체.

이린은 하루 뒤 그걸 알아내서 숨컷에게 갖다 줬다.

"이야, 그게 겜볼 님이었을 줄이야."

리치TV의 겜볼.

그게 MMEMM203의 정체였다.

MMEMM203는 겜볼이 인터넷에서 정체를 숨기고 활동하기 위해 만든 다수의 계정 중 하나였다.

왜 그토록 철저하게 정체를 숨기려 했는가?

그녀의 행적을 조사하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녀에게 숨컷은 특별한 존재가 아니었다.

그저, 많고 많은 찝쩍거림의 대상 중 한 명이었다.

이린은 MMEMM203을 추적하면서, 그 무수히 많은 찝쩍거림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최재훈이 1번 프레젠테이션을 마치며 비죽였다.

"뭐요, 시발? 누구처럼 발정 나서 관심 없는 남자가 저녁에 둘이서 술 마시자고 해도, 좋아서 넙죽 따라가거나 그러지 않는다고? 누구처럼 남성분들을 성적인 대상으로만 보고 접근하는 쓰레기 새끼들이랑 다르다고? 그게 누구랑 자기의 차이점이라고?"

웃음을 터뜨리며 말을 잇는다.

"아니, 뭐. 두 개의 인격을 갖고 계시네. 시발 뭔 유희왕도 아니고. 키보드만 잡으면, 어둠의 나가 나오고 어둠의 발정이 시작되고, 뭐 그런 건가? 하여간 시발, 겉으론 깨끗한 척 생색내는 새끼들이 까보면 더하다니까?"

싸늘하게 가라앉은 폭도들, 그리고 김경훈과 신도의 시선이 겜볼에게 박혔다.

"개, 개소리 하지 마! 저게 무슨 나야!!! 저 새끼들이 난 줄 어떻게 아는데! 증거 있어!?"

"아, 증거. 다음 자료 띄워 주세요."

철저하게 준비된, 아주 낯부끄러운 증거 자료가 화면에 펼쳐졌다.

겜볼이 당황하며 거듭 부인했다.

"나, 난 모르는 일이야! 저거 나 아니야!"

"아, 알지. 어둠의 겜볼이잖아 저거. 또 하나의 너. 자 그러면 다음은, 우리 신도 씨 이야깁니다. 아니, 또 하나의 신도인가."

최재훈이 신도를 향해 웃으며 다음 프레젠테이션으로 넘어갔다.

이린은 최재훈의 요구에 겜볼과 신도의 관계에 대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아주 흥미로운 자료를 발견했다.

겜볼의 서브 계정 중 하나인 SNS 계정에 올라온 사진.

고급 시계를 차고 있는 남녀의 손목 샷이었다.

날짜가 오래되지 않은 그 사진을 추적하는 것은 이린에게 그리 어렵지 않았다.

"서로 모르는 사이라… 아, 그렇지. 그렇게 말해야겠지. 시크릿- 어… 시크릿… 삼피 씨."

"뭐."

"연애가 영어로 뭐였죠?"

"…러브?"

"아니, 얘 영어실력 진짜 개 어이없네."

"지도 모르면서."

"나는 한국인이잖아."

"나도 한국인이야 멍청아. 헛소리 그만 하고, 하던 거나 계속 해."

"아, 어디까지 했더라. 아. 그래. 비밀 연애. 니네 둘, 비밀 연애 한다고."

그놈의 시계 과시.

조사한 바, 또 하나의 손목은 신도의 것이었다.

"비밀 연애, 뭐. 그래. 안 될 거 있어? 솔직히, 스트리머가 연애 하는 거 숨길 수도 있지. 그런데~ 겜볼 씨도 그렇고, 신도 씨도 그렇고. 남자랑 여자 팬들 엄청 많지 않나? 그래서 연애설 나올 때마다 난~리가 나서 극~구 부인하고. 숨겨야지, 응. 시청자들 속여서~ 돈 빨아먹어야지."

"…."

"…."

최재훈이 피식 웃으며 겜볼을 쳐다봤다.

심사석에 앉아 있는 겜볼을.

"그런데. 서로 아는 사이인거 숨기고, 대회에서 남친 찬 여자를 집중적으로 조진다? 이건 좀, 그림이 그렇지 않나?"

"아니, 우리가 비밀 연애 하는 거랑 권지현이 성추행 한 거랑 무슨 상관인데!"

"아, 직접적인 상관은 없지. 그런데, 간접적으론 상관이 있지."

"뭐?"

최재훈이 둘을 삿대질 하며 말했다.

"니들이 시청자들 병신블랙말랑말랑카우로 알고 기만질하는 게 일상인 십새끼들이라는 건데. 니들 말이 사실일 확률이 높겠냐고, 권지현 씨 말이 사실일 확률이 높겠냐고. 응? 여러분. 어떻게 생각해요."

최재훈이 카메라를 향해.

시청자들을 향해 호소했다.

신도 옹호.

권지현 비난.

숨컷 비난.

채팅창에서 물 흐르듯 유지되던 그 순환은 깨진지 오래.

채팅창에는 갈고리가 난무하고 있었다.

그들이 신도를 옹호하고, 권지현과 숨컷을 욕했던 건.

그들이 좋아하는 스트리머가 신도를 옹호하고, 둘을 규탄했기 때문이었다.

딱히 세 명에게 별다른 감정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다.

그렇기에, 지금 상황은 그들에게 혼란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지금 상황에 따르면.

그들이 좋아하는 스트리머들은 틀렸다고 볼 수밖에 없었으며.

그에 따라, 그들이 좋아하는 스트리머들은 쓰레기들을 옹호하기 위해 엄한 방송인들을 매장시키려고 한 개쓰레기가 돼 버리니까.

그걸 알게 된 시청자들은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뉘었다.

[와 실망이네]

[엌ㅋㅋㅋ 개꿀잼 몰카인가]

[와!!! 비밀연애!!! 니가 왜 거기서 나와!]

[MMEMM203 아시는구나! 혹시나 모르실까봐 말씀드리는데 겁.나.밝.힙.니. 다]

[김경훈 이번일 너무 경솔했는데]

[씨팝새끼 이거 어쩔 거임?]

방송인들에게 실망한 시청자.

[개소리 ㅋㅋ 이게 뭔 상관임?]

[그니까 권지현 성추행한거랑 이거랑 무슨 상관인데?]

[이 새끼들 또 논점 흐리네]

방송인들을 지키려 하는 시청자.

후자는 아주 열심히 숨컷의 프레젠테이션을 부정하기 시작했다.

조작이니, 합성이니, 사칭이니 뭐니 하면서.

그래야 자신이 좋아하는 스트리머가 사니까.

객석에서도 스트리머들이 소리 높여 항의하기 시작했다.

그래야 자기가 사니까.

그들은 당초 모인 목적대로.

큰 목소리로, 힘으로 숨컷을 찍어 누르기로 결정했다.

그 중 몇몇 남자 스트리머가 외쳤다.

"숨컷 씨 부끄러운 줄 아세요!"

"이런 상황에서 여자들이 피해자고, 남자들이 가해자라는 프레임 씌워 놓으면. 다음에 이런 일 겪는 힘없는 남자 스트리머 분들 어쩌라고요!"

"지금 그쪽이 성추행범들 장려해 주고 있는 거예요!!! 남자들 죽이고 있는 거라고!!!"

그 논리가 얼마나 타당한가는 차치하고.

꽤나 자극적이여서 효과적인 멘트라는 건 다들 인정하는 바였는지.

스트리머들과 후자 시청자들이 열심히 해당 논리를 부르짖기 시작했다.

그때, 누군가가 관객석에서 나와 무대 위로 올라왔다.

모두에게 익숙한 얼굴.

개헤엄들-

아니.

살아난 놈들이었다.

"미안해요, 상황 봐서 도와드릴려 했는데 도저히 기회가 안 나와 가지고."

그들은 가장 먼저 숨컷에게 사과한 뒤, 논리의 본산지인 남성들을 쏘아봤다.

"지금 여러분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소리 하고 있는지 아세요?"

"아니! 피해자의 고통을 아는 당신들이 그러면 안 되지!!!"

"아무리 숨컷이랑 친하다 해도, 당신들이 이런 주제에서 숨컷 편을 들면 안 되지!"

"옛날 자기들처럼 고통 받는 남자들, 이젠 뭐, 남 얘기다 이거야!? 이젠 살았으니 자기 지인이 먼저냐고!!!"

"아니, 도대체 무슨 헛소리들이세요!"

"당신들 다 바보야? 피해자 성별이 무슨 상관인데 도대체! 남자인지 여자인지가 뭐가 중요하냐고!"

"피해자가 약자라는 게 중요한 거지! 남자인지 여자인지는 아무런 상관도 없어요!"

"그게 그거잖아!"

"대부분 남자들이 여자보다 약하잖아!"

"뭐 이런 성차별자 새끼들이 다 있어!?"

"대부분 그렇다 쳐요. 그런데, 지금은 아니잖아요! 신도, 저 사람이 어딜 봐서 권지현 씨보다 힘이 약한데요! 옛날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힘으로 상대방 일방적으로 찍어 누르고 지배하려는 게 누군데요!"

이런 종류의 사건의 피해자로 유명한 살아난 놈들이니 만큼.

그 말 한 마디에 담기는 무게감이 남달랐다.

광기에 휩쓸린 이들은 하나둘씩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허나, 아직도 많았다.

스트리머들을 옹호하려는 이들에게 중요한 건 사실 여부, 논리 따위가 아니었으니.

그래서 지금까지 니네들이 한 말 중에 뭐가 권지현이 성추행을 안 했다는 증거가 되느냐!

범인인 증거를 내놓아야 할 판에, 범인이 아닌 증거를 내놓으라 한다.

심지어는 그게 당연한 듯이.

최재훈은 이때다 싶어 이야기를 꺼낸다.

"여러분, 지현 씨 술버릇이 뭔지 아세요?"

"취해서 남자한테 찝적거리는 거겠지!"

"선생님의 모친과 선생님께서 그렇다고 착각하고 계시는 것 같은데. 술버릇은 사람마다 달라서 종류가 꽤 여러 가지입니다."

"뭐 이 새끼야!? 여러분!!! 이 새끼 패드립 하는 거 들으셨죠!?"

"아니, 이딴 것도 패드립이라고? 닌 시발 시즌2였으면, 어휴."

"그래서 술버릇이 뭔데!"

최재훈이 아직 얼떨떨한 표정인 권지현에게 턱을 까닥였다.

그러자 그녀의 입이 열린다.

"저 술 버릇… 잠들면 자는 거요. 아니, 술에 취하면 자는 거요."

"지랄하지 마!!!"

"컨셉 잡고 자빠졌네!"

"니 같으면 그걸 믿겠냐!?"

"진짠데요?"

최재훈이 이번엔 삼피를 바라봤다.

그녀 또한 고갤 끄덕였다.

"니들 같은 크루잖아!"

"지인이 하는 말을 누가 믿어!"

"하."

이거 진짜, 끝이 없겠다 싶던 때였다.

"오빠~~~!!!!"

"응?"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멀리에서, 누군가가 거대한 인파를 달고 다가오고 있었다.

그 누군가는 여자치곤 키가 아주 컸다.

요란하기 그지 없는 호피 무늬 코트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그 모습은 아무리 봐도 최재훈의 누나뻘이었는데.

"오빠~~~"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그래서 뻔뻔하게 최재훈을 그렇게 부르며 다가오는 여자.

"민아 씨?"

다름 아닌 방민아였다.

그녀가 긴 다리로 껑충껑충 무대 위로 올라와 최재훈을 반갑게 안으려다- 겨우 참았다.

"아, 오빠~ 너무 오랜만인데~?"

방민아가 방실방실 웃으며 최재훈을 이리저리 살폈다.

그녀의 화려한 등장에, 그 장신에서 나오는 위압감에.

그리고 그녀를 뒤따라온 거대한 인파에.

좌중은 어느새 완전히 압도당한 상태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리치TV 촌년들 ㅋㅋ 언니들 왔다 인사 오지게 박아 봐라]

[허니뱅 오빠가 누구임?]

[오 ㅋㅋ 코스프레 뭔디]

[아 슬로우채팅 뭐야]

[오 잠깐 저거 숨오빠 아님?]

채팅창의 분위기가 심상찮았다.

지금까지는 거의 보이지 않던, 아메리카TV 시청자와 미튜브 시청자들의 채팅이 쏟아져서 채팅을 장악한다.

최근, 폭발적인 성장세로 아메리카TV TOP5 안에 들었으며.

미튜브 100만 구독자를 돌파한 BJ가 좌표를 찍은 결과였다.

한 마디로.

급이 달랐다.

분위기로 보나, 격으로 보나.

굶주린 들개 같았던 스트리머들이 호랑이 만난 강아지 마냥 쭈구러들었다.

"여긴 웬 일이세요?"

그렇기에 숨컷은 방민아가 특히나 반가웠다.

"웬일이긴~ 우리 오빠 보려고 왔쥥."

그녀가 헤실 웃으며 최재훈의 옆구릴 찌른다.

"아니, 그보다. 오빠! 듣자 하니, 우리 오빠 괴롭히는 년들 있다던데. 뭐 어떻게 된 일이에요? 듣자 하니, 어떤 또라이 년들이. 우리 찐따 성추행범이니 뭐니 개지랄한다는데."

방민아가 권지현에게 다가가 그녀의 포니테일을 잡고 붕붕 돌렸다.

그러면서 관객석을 내려다보았다.

학창시절, 일찐들이 서 있던 골목을 지날때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그 아련한 시선에.

몇몇 이들의 고개가 중력을 과하게 타고 땅에 쳐박혔다.

하지만.

자신의 방송 인생이 걸린 일이었다.

만용을 낼 가치는 충분했다.

"아니, 그래서! 어떻게 증명할 거냐고!"

누군가가 숨컷에게 소리쳤다.

"뭘."

방민아가 그걸 내리깐 목소리로 낚아챈다.

"닌 뭐하는 새낀데! 짜져 있어!"

공명이라도 하는 걸까.

한 사람이 목소릴 높이니, 다른 쪽에서도 목소릴 높이기 시작한다.

방민아가 피식 웃으며, 긴 다리로 무대를 사뿐 내려갔다.

그리고, 자신보고 짜져 있으란 여자 앞에 섰다.

머리가 한 개는 차이가 나는 그녀의 바로 앞에 다가가 섰다.

정수리에 입맞출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저기요."

"…."

그녀가 고갤 들지 못한다.

"뭘 증명하냐고요."

"…."

"바로 앞에서 사람이 말하는데 그냥 무시해 버리네?"

"어, 그… 권지현이… 술버릇이 자는 거라는 거요…."

그 말을 들은 방민아가 그냥 내뱉듯 말헀다.

"맞는데?"

지금까지 무슨 말만 나오면 달라붙어 물어뜯기 바빴던 들개들이,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그, 그건…."

하지만, 역시 방송 목숨이 걸려 있는 탓인지.

와중에도 용기를 낸 누군가가 기어코 달려든다.

"그쪽이 권지현 친구라서 그렇게 말해 주는 거잖아요."

그에 방민아가 눈을 두어 번 깜빡 거리더니, 이번에도 역시 무심하게 말한다.

"아닌데?"

"…."

도대체 뭘 했다고.

최재훈이 그렇게 두들겨 패 놔도 악착같이 달려들던 들개들이.

고작 무심하게 몇 마디 내뱉은 방민아가 쳐다볼 뿐으로, 차례대로 다리에 힘이 풀리고 오줌을 지린 듯 기세가 바닥을 치게 됐다.

"쯧쯧."

그 모습을 지켜보던 방민아가 인파를 향해 말했다.

"한예지, 나와서 얘네들 좀 찍어 놔."

그러자 인파에서 부리나케 튀어 나오는 민머리에 민눈썹 여성.

그녀가 동영상 기능을 켜고 스트리머들을 하나하나 영상에 담기 시작했다.

"이 한심한 년들, 저격 좀 할라니까."

"찌! 찍지 마요! 고소할 겁니다!"

"해, 고소. 나랑 법정에서 부대낄 만큼 돈 많으면."

"…."

방민아의 모친이 유명 로펌의 공동 창립자가 아니였어도.

그녀들에겐 요원한 일이었다.

마치 영혼을 흡수하는 카메라라도 되는 양.

영상에 담긴 들개들의 얼굴에선 생기가 빠져나갔다.

"다 찍었어요."

"아, 잠깐!"

최재훈이 민머리 여성을 불렀다.

"얘네, 안 찍었어요."

최재훈이 넋이 나간 김경훈과 신도, 겜볼을 가르켰다.

여자가 그들을 카메라에 담던 와중-

"아 맞다."

최재훈이 생각났다는 듯 씨익 웃으며 카메라를 향했다.

신도와 김경훈의 크루, 거기에 이번 방민아의 난입으로 시청자가 무려 15만을 넘긴 시청자들을 향해 말한다.

"여러분, 말했었죠 '리치 TV가 저 견제해서 밀어 주려는 스트리머' 있다고."

최재훈이 김경훈을 중지로 가르키며, 특유의 웃음을 지었다.

"지금 확실하게 말해 둡니다. 이 새끼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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