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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게임을 잘함-28화 (182/361)

028화. 미드 AP 애즈리얼 1

우리 팀은 밑 진영이었다.

인베에서 참패하고 우물에서 되살아나, 제자리로 가기 위해 위로 올라가는 팀원들의 모습은 애수를 불러일으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전체}(아라): 미드야 ㅋㅋ

{전체}(아라): 걍 오픈하자

{전체}(아라): 엉님 시작템 안보이냐

적팀 아라 엉님의 시작템.

2오란에 신발, 포션 되시겠다.

어우 십거.

거 졸라 알뜰살뜰하게도 장 보셨네

보는 내가 다 든든해.

나가서 구빱 한 그릇에 밥 한 공기 추가해서 먹고 일주일치 장 봐도, 지금 저 엉님께서 느끼는 수준의 든든함은 못 느낄 것이다.

'그래도 인베에서 포션 하나 먹었네.'

이걸 위안이랍시고 위안 삼는 내 처지가 하….

1레벨부터 이정도의 빈부격차라니.

저 새끼 현질한 거 아니에요?

시발 이게 넥센이나 엠씨소프트 게임도 아니고.

{전체}(아라): 그리고 도대체 ㅋㅋ

{전체}(아라): 미드 애자는 뭐임?

{전체}(아라): 트롤임? ㅋㅋ

아라가 도발 모션을 취했다.

날 향해 빵댕이를 내밀고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내 레오레 플레이 판 수가 수천 판은 간단히 넘어간다.

아니, 수천 판이 뭐야. 만 판을 가볍게 넘긴다.

그러다 보니 언젠가부터 게임 내용 외적인 요소들에는 신경을 안 쓰게 됐다.

캐릭터들의 외형이라던지, 목소리라던지, 스킨이라던지.

그래서 어제 게임 할 땐 약간의 위화감만 느끼고 말았다.

하지만 지금.

세계가 남녀역전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지금.

나는 대규모 패치라도 된 듯한 기분으로 게임 안에서 일어난 변화들을 찾고, 신기해하고 있었다.

변화는 주로 캐릭터들의 외형에서 나타났다.

캐릭터의 성능이나 외형 특징은 그대로지만, 복장이 이 세계에 성별관에 맞게 바뀐 캐릭터가 더러 있었다.

심지어는 아예 성별이 뒤바뀐 캐릭터까지 있었다.

저 아라가 바로 그 중 하나였다.

레오레에서 성능이 아닌 외형으로 가장 인기가 많은, 대표적인 아이돌 캐릭터 중 하나.

한국 유저들의 얼과 혼과 정액이 담긴 챔피언.

레오레에서 가장 노골적인 섹스어필성 캐릭터.

그 아라가 남자가 되어, 내게 교태를 부리고 있었다.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유연하게 엉덩이를 흔든다.

오.

세상에개십거.

(자아라): 미드 ㄱㅊ?

(자아라): 2킬 먹은 아라 ㄱㅊ?

잘 물어보셨네.

저거 시발 전혀 안 괜찮은데요.

존나 문제 있어요.

'우리 아라 돌려내 개새끼들아.'

통장 잔고를 확인헀을 때보다 지금이 더 원래 세계가 그리웠다.

아라야.

오빠가… 아니, 형이 괴물이 된 너를 죽음으로써 구원해주마.

(애즈리얼) : 아라 그냥 롤에서 삭제시켜버림

(자아라) : 캬 ㅋㅋ

(데인) : 부캐 자신감 보소 ㄷㄷ

(워웍) : 든든하다!

(쟉스) : 국밥형 미드라이너 ㄷㄷ

[근데 AP애자라면서 왜 오란검 샀음?]

(오란검 시작이 더 효율적일 것 같아서)

[뭐라는 거야 ^^ㅣ발]

[그논리대로라면]

[효율보고가면 무한의 장검도 AP템이냐 ㅅㅂ아?]

라인전을 하며 설명하려는데, 이게 여간 정신이 없는 게 아니었다.

(겜중이라 채팅치키 힘듬)

(일단 보셈)

[마이크를 켜 ㅄ아]

그러게.

다른 건 몰라도 마이크는 진짜 시급하다.

(마이크를 키라고 할 게 아니라)

(사라고 해야지 ㅋㅋ)

(ㅄ인가? ㅋㅋ)

[현피떠 시발아]

첫 웨이브.

나는 일단 수비적이되 능동적으로 라인을 유지시켰다.

아라가 Q스킬인 정기 구슬 던지기를 사용해서 미는 라인이, 타워에 박히지 않도록.

오란검을 든 애즈리얼인 이상, 아라 상대로 1레벨에 재미를 봐야 한다.

그런데 저 새기, 템 좀 봐라.

2오란에 시발이다. 이런 신발.

게다가 킬 경험치까지 쳐먹어서 한 웨이브만 먹었는데도 이렇게, 2레벨이 된다.

다행인 건, 저놈이 티어가 티어인지라

아이템과 경험치 우위를 활용하는 방법이 많이 어리숙했다.

그냥 템 좋고 렙 높다고 신나서 Q스킬 펑펑 써가며 라인이나 밀어 댄다.

{전체}(아라) : 오 ㅋㅋ 스킬좀 피하누?

뭐고.

그거 라인 밀려고 쓴 게 아니라 나 맞으라고 쓴 거였누?

미안하다.

널 비하하려는 의도는 없었다.

{전체}(애즈리얼) : 날카로운 스킬샷이었다 '아라'

{전체}(아라) : 너 역시, '애즈'

{전체}(브리움) : ㅄ들인가 '미드'?

두 번째 웨이브.

첫 번째 근접 미니언을 먹어서 나 또한 2레벨이 되었다.

이젠 내 쪽에서 적극적으로 딜교를 시도할 때다.

미니언이 딸피가 되면 다른 행동을 하다가도 정직하게 막타를 먹는 아라.

저건 안 괴롭히곤 못 배기지.

아라가 미니언 막타를 칠 때, 나는 아라를 쳤다.

한 대 맞은 아라가 뒤늦게 내게 평타와 함께 Q를 날렸다.

'무빙, 임마.'

간단히 피해 주고 추가로 평타를 한 대 더 때리는 동시에, 거리를 벌리며 Q를 맞춘다.

일련의 과정이 비슷한 형태로 수차례 반복되며,

아라의 피와 마나가 나와는 비교도 안 되게 빠른 속도로 고갈되어갔다.

수차례의 일방적인 딜교환으로, 아라가 인베에서 얻은 템과 경험치의 우위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전체}(아라) : 아니 ㅅㅂ년이

{전체}(아라) : 게임 개 ㅈ같이 하네.

적의 실력에 찬사를 아끼고 싶지 않을 땐, 저런 식으로 말을 하면 된다.

{전체}(애즈리얼) : 별말씀을 ㅎㅎ

세 번째 미니언 웨이브가 도착했다.

라인이 내 쪽으로 상당히 떙겨진 상황이다.

아라의 피는 거의 바닥나 있었다.

인베에서 플래시도 썼엇지 아마?

3렙 타이밍에 맞춰서 킬각을 잡으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그때 딱 적 레드 강가에 박아 놓은 와드에 적팀 정글이 포착됐다.

이러면 솔킬은 물 건너 갔-

'어?'

적팀 정글인 사르반 3세

레벨 3에 더블 버프를 두르고 있는 모습은 상당히 위협적이었다.

하지만 피가 300 정도밖에 안 남아 있었다.

호랑이는 알고 보니 종이 호랑이였던 것이다.

'가능?'

곧바로 견적이 나왔다.

'쌉가능.'

나는 앞으로 나와 아라에게 의도적으로 각을 줬다.

그러자 주저없이 E스킬인 유혹을 사용한다.

그걸 무빙으로 피한 뒤, E스킬인 비전 급습을 사용하여 아라에게 근접했다.

그땐 이미 나 또한 3레벨이 되어 있었다.

비전 급습의 투사체와, Ctrl w로 스킬을 찍은 동시에 날린 W, 그리고 평타가 자연스럽게 연계되어 아라에게 적중했다.

그러자 EQ스킬 연계로 돌진한 사르반과, 아라의 Q가 거의 동시에 날라왔다.

플래시를 뒤로 사용하여 피하는 동시에, 거리를 벌렸다.

이어서 아라의 W평타와, 플래시로 따라온 사르반의 평타 데미지를 보호막으로 상쇄시키면?

잠시 뒤.

아라와 사르반의 사망 소식이 연달아 협곡에 퍼졌다.

나, 애즈리얼의 더블킬 소식으로써 말이다.

(자아라) : 와 ㅅㅂ ㅋㅋ 미드!

(데인) : 제엔장! 믿고 있었다고!

(쟉스) : ㄹㅇ 부캐였누 ㄷㄷ

(워웍) : 아니 혼자서 둘을 어케 잡음?

(자아라) : 게다가 미드애자임 ㄷㄷ

{전체}(사르반 3세) : 아니 아라 개ㅄ이네 더블킬 쳐먹고 솔킬따이누{전체}(아라) : 니 호응하다가 이렇게 된 거잖아 ㅄ아{전체}(사르반 3세) : 스킬 다 빗맞춰놓고 무슨 호응 ㅄ아

아군이고 상대팀이고 아주 좋아 죽는다.

좋은 분위기다.

[골드라 애들이 수준이 많이 역하긴 하네]

[ㅄ같은 실수했는데 오히려 이득을 보누]

권지현 씨 방에선 이럴 때 후원 터지고 막 난리가 나던데.

나는 그냥 이 새끼 난리 피우는 것 밖에 없네.

이게 하꼬의 서러움인가?

(아니 뭔 실수 ㅋㅋ)

(나 잘했는데 왜 그럼)

[잘하긴 ㅅㅂ ㅋㅋ]

[아라 딱 봐도 주변에 정글 있어서 나대는데]

[니 그거 아라한테 거리 준 거 ㅋㅋ]

[아라만 정상이어서 유혹만 맞췄어도 닌 그냥 디진 거임]

(그거 내가 다 설계한 ㄱ

아, 말자.

어차피 말해봤자 알아 먹지도, 믿어 주지도 않을 테니.

아라의 Q스킬과 사르반의 EQ스킬이 우리 미니언에게 꽤 큰 피해를 입혀 놨다.

아마도 이 정도면 그냥 놔두고 갔다 와도, 좋은 형태로 라인이 유지될 성싶다.

그런 판단으로 귀환을 시전했다.

[아니 ㅄ아 라인 안 밀어?]

[라인 ㅄ인데]

(라인 괜찮은디?)

[저 라인이? ㅋㅋ]

[하 됐다 ㅋㅋ]

[말을 말아야지]

말을 만다니.

그거 참 현명한 선택이십니다.

본인은 잘 모르겠지만 진짜 존나 현명한 선택이세요.

나는 딱 되는 골드로 광휘의 단검을 구매했다.

게다가 아라가 6렙 찍기 전에 이득 본 결과로 첫 귀환에 광휘의 단검이라니.

이 자리에서 선포합니다.

'게임 끝났네.'

[아니 ^^ㅣ발아 이게 어딜봐서 AP이즈야]

[진짜 얼탱이 없는 년이네]

(아켈리가 레드워터 해적검부터 가는 거랑 비슷한 거임)

[그거랑은 다르지 ^^ㅣ발년아]

(어케 다른데 ^^ㅣ발년아)

[아켈리는 마법검 가려고 사는 거잖아 ㅄ아]

(나도 리치데인 가려고 사는 건데 ㅄ아)

[아 ㅋㅋ 그럼 ㅇㅈ ㅋㅋ]

[리치데인은 ㅇㅈ이지 ㅋㅋ]

[삼신기 가는줄 알았자너 ㅋㅋ]

[나는 코것도 모르고 ㅋㅋ]

(아 ㅋㅋ)

[다음템은 방출의 마법지팡이죠?]

(여신의 눈물인데요)

(아니 남신의 눈물)

남신.

왜 울고 있는 거야?

남자가 돼가지고 시발아.

[아 ㅋㅋ 마나 스태프 가려고]

(마나소드 갈 건디)

[미친년인가?]

(파란색이니까 AP템임)

[그런 빨간색은 ^^ㅣ발아 AD템이냐?]

(피를 바라는 검 물공템이잖슴 ㅋㅋ)

(데락사르의 암살단도도 빨간색이네)

[어? ㅋㅋ]

(어 ㅋㅋ)

[아니 그럼 파란색 뭐 있는데]

(마법사의 부츠)

(네크로노미콘)

(휠라의 수정 지팡이)

(오란링)

[어? ㅋㅋ]

(어 ㅋㅋ)

[아니 잠만]

[그럼 오란검은 뭔데^^ㅣ발아]

(겜에 집중해야댐 말시키지마셈)

[미친련아니야]

나보다 라인에 늦게 복귀한 아라.

또 정신 못차리고 CS에 눈 돌아가서는 원거리 미니언 앞으로 나온다.

거기에 WQ를 딱 꽂아 줬더니-

{전체}(아라) : 딜 뭔데 ㅅㅂ

좋아 죽는다.

피의 2/5 정도가 사라졌다.

{전체}(아라) : 아니근데 스킬 왤케 잘맞춤?

{전체}(아라) : 하나도 안 맞고?

{전체}(아라) : 니 헬퍼지?

방금 했던 말 이상의 극찬은 없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진짜 최상위급 극찬이 나와 버렸다.

{전체}(애즈리얼) : 아ㅋㅋ 들켰네 ㅋㅋ

[진짜임?]

(님도 제가 헬퍼로 보임? ㅋㅋ)

(굿 ㅋㅋ)

[아니 씹 ㅋㅋ]

[아 개빡치네 ㅋㅋ]

아라의 CS에 대한 열망은 데스에 대한 공포보다 강했나 보다.

한 번 뒤지고 몇 대 쳐맞은 정도로는 막을 수가 없는 것이다.

아라는 처음이랑 다를 것 없는 형태로 2데스를 맞이했다.

그나마 차이점이 있다면-

{전체}(사르반 3세) : 또 뒤지네 ㅄ ㅋㅋ

{전체}(아라) : 정글이 똥 싸질러놓고 가서 ^^

전채 채팅으로 싸우느라 겨를이 없는 사르반이 근처에 없다는 점이었다.

집에 가서 템을 사오니, 이제 아라와 내 격차는 도저히 좁힐 수 없는 수준이 되었다.

아이템은 거의 코어 반 개 정도가 차이나고, 레벨은 1 이상이 차이났다.

6레벨에 겨우 도달한 아라는, 7렙이 된 내가 E스킬로 액션을 취하자 지레 겁먹고는 도망치는데 궁극기인 여우 질주를 사용했다.

아라가 이 게임에서 뭔가를 하고 싶었다면, 저 첫 번째 궁극기를 저렇게 쓰면 안 됐다.

사르반을 불러 아직 플래시가 안 돌아온 나를 어떻게든 제압해야 했다.

실제로, 6레벨인 아라와 사르반 둘이 연계하면 나는 죽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레오레 유저들은 진정으로 찬란하며 진실된 가치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팀원들과 협력하여 일궈내는 명예로운 승리?

아니.

{전체}(사르반 3세) : 신병tv) 푸쓩빠슝 미드애자한테 개처발리는 아라가 있다?

{전체}(사르반 3세) : 애즈가 무서워서 궁으로 빤스런 하는 거 보소 ㅋㅋ{전체}(사르반 3세) : 혹시 해병대 출신이신지?

{전체}(아라) : 그러는 니는 공익 출신이잖아 ㅋㅋ

{전체}(사르반 3세) : 내가 공익이면 니는 면제지 ㅋㅋ

{전체}(브리움) : 아 ㅋㅋ 그 두게임 콜라보 했냐? 우리팀 미드정글 개곱창났네

{전체}(팀모) : 자강두병 찍누

바로 지 자존심이었다.

레오레 대다수 유저에게 그보다 중요한 건 없었다.

저건 부모님이랑 부모님의 부모님이 와도 못 말린다.

대의를 위해 자신의 목숨마저도 기꺼이 바칠 수 있는 신실한 영웅이, 저 둘에게 빙의라도 하지 않는 이상 연계는 더 이상 없을 일이다.

고로, 미드는 확실하게 끝났다는 게 내 생각이다.

미드 라인전은 내 생각을 증명이라도 해주듯이 흘러갔다.

아라가 게임에서 한 행동은 네 가지가 전부였다.

1. CS 먹기.

2. 그러다 맞기.

3. 그리고 뒤지기.

4. 전채 채팅으로 사르반이랑 싸우기.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강해졌고, 아라는 약해졌다.

지금에 이르러 레벨 차이는 거의 3 가량에,

아이템 차이는 거의 코어 한 개 수준.

사실.

내가 아라보다 얼마나 잘 컸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아라가 나보다 얼마나 못 컸냐 또한 마찬가지.

중요한 건 절대값.

나는 적 팀에서 가장 잘 큰 탑보다 레벨은 2 이상 높고, 아이템은 반 코어 이상을 앞서고 있었다.

아라는 우리 팀에서 가장 못 큰 서포터와 레벨도 아이템도 비슷했다.

이번엔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게임 끝났네.'

나는 오만에 취했다.

기꺼이 그럴 자격이 있었기에.

그러나.

오만에 도취된 인간은 중요한 사실을 망각하기 마련이다.

내 경우엔, 이 게임이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었다.

(쟉스) : 나 3분째 라인 떙기고 있는데

(쟉스) : 이번에도 나 죽기 전에 정글 안 오면 그냥 탑 버림

지랄났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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