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 힘의 차이가 느껴지십니까 2
-숨컷! 숨컷! 숨컷! 숨컸!
[이제 숨컷 데려와 ^^ㅣ발!!!!!!!]
[ㄹㅇ ^^ㅣ발 룰 또 바꼈다면서 한 팀에 다섯명이 아니라 10명이라는 개지랄 PPAP하면 진짜 다 때려치고 서울 올라가서 섹스코 밀어버리는 수가 있습니다]
[메인디쉬 먹는데 ^^ㅣ발 10시간이 쳐걸리네 코스요리가 아주그냥]
자신이 무대를 마쳤는데.
관객들이 자신이 경멸하고 혐오하는 대상의 이름을 부르짖는 기분이란.
김경훈은 이를 갈며 대기실로 돌아왔다.
하지만-
"…하."
결국엔 웃을 수 있었다.
숨컷의 모습을 보고.
여장.
완벽한 퀄리티였다.
하지만, 그게 지금은 오히려 더 멍청하게 느껴졌다.
여장의 퀄리티가 높을수록.
그 만큼 여성스러울수록.
지금 광기에 가까운 수준으로 끌어올린 사람들의 기대에 반하게 될 테니까.
* * *
[드디어 가즈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이게 뭐라고 보려고 30분을 대기탔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뭐라고 보려고 취직을 포기했네]
[나 난자인데 이거 보려고 태어났다]
[하느님 : 미안하다 이거 보여주려고 천지창조했다 진짜 그 계집애같던 숨컷이 맞냐? 진짜 숨컷 아라 코스프레는 전설이다]
-숨컷! 숨컷! 숨컷! 숨컷!
가능한 모든 수를 동원하여 기대치를 높여놓은 성과가 확실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채팅창이 도저히 읽지 못할 속도로 갱신되었으며.
관람석에 앉아 있는 관객들이 한마음으로 우렁차게 연호하고 있었다.
기대는 기대를 불러 모으고.
관람객과, 방송인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시청자가 급격하게 상승하기 시작한다.
관심과 기대는 방송인들을 살찌운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고.
이건 너무 과했다.
삼피와 권지현은 저 무대에 서서, 이런 관심과 기대를 한 몸에 받는다고 생각해 보았다.
"난리 났네."
"와… 이건 너무…."
속이 울렁거릴 정도였다.
제 3자가 그 정도인데, 당사자는 오죽할까.
당사자인 최재훈.
그는-
"보입니까, 이게 바로 월클이란 겁니다."
도리어 둘을 안심시켰다.
자신감과 여유 넘치는 미소로.
그 모습을 본 신도와 김경훈 또한, 자신감과 여유 넘치는 조소를 지었다.
멍청한 놈.
아무래도, 추락하고 나서야 사태를 파악할 듯싶었다.
-자 그럼!!! 박수로-
-오아아아아아아악!!!!!!!!!!!!!!!!!!!!
-아니, 비명으로 모시겠습니다!!! 숨컷!!!!! 으아아아아악!!!!!!!!!
숨컷이 그 열기의 한복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대기실에 나서는 순간
열기가 폭발했다.
"으아아아아아악!!!!!!!!!!!!!!… 어?"
말 그대로, 폭발처럼 한 순간 타올랐다가 갑작스럽게 꺼졌다.
갑작스럽게, 침묵이 찾아왔다.
"드디어! 숨컷 님이 그 모습을 드러내셨습니다! 크~ 다시 봐도 엄청난! 또 충격적인 퀄리티입니다! 남자 분이신데!!! 어지간한 여자보다 이쁩니다! 숨컷 님인 거 모르면, 남자인 것도 모를 거예요! 안 그런가요!?"
진행자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재빠르게 읽어내고, 다시 또 능숙하게 분위기를 주도하려 했다.
하지만- 무의미했다.
이미 폭탄은 작동한 뒤였다.
[머선129]
그걸 신호로-
[머선일이냐고^^ㅣ발머선일이냐고^^ㅣ발머선일이냐고^^ㅣ발머선일이냐고^^ㅣ발머선일이냐고^^ㅣ발머선일이냐고^^ㅣ발머선일이냐고^^ㅣ발머선일이냐고^^ㅣ발머선일이냐고^^ㅣ]
[텔론? 텔론? 텔론? 텔론? 텔론? 텔론? 텔론? 텔론? 텔론? 텔론? 텔론? 텔론? 텔론? 텔론? 텔론? 텔론? 텔론? 텔론? 텔론? 텔론? 텔론? 텔론? 텔론? 텔론? 텔론? 텔론? 텔론? 텔론? 텔론? 텔론? 텔론?]
[아라코스프레한다며? 아라코스프레한다며? 아라코스프레한다며? 아라코스프레한다며?]
[아빠어딨어이상한아줌마밖에안보여아빠어딨어이상한아줌마밖에안보여아빠어딨어이상한아줌마밖에안보여아빠어딨어이상한아줌마밖에안보여아빠어딨어이상한아줌마밖에안보여]
[거기119죠? 저지금유서에숨컷적고뛰어내릴건데알아서루팅하세요]
[응애응애웅으앵응애응애웅으앵응애응애웅으앵응애응애웅으앵응애응애웅으앵응애응애웅으앵응애응애웅으앵응애응애웅으앵응애응애웅으앵응애응애웅으앵응애응애웅으앵]
"우!!!!!!!!!!!!!!!!!!!!!!!!!!!!!"
"뭐야~~~~~~~~~~~~~~"
"아라라며!!!!!!!!!!!!!!!!"
"때려 쳐!!!!!!!!!!!!!!!!!!"
보통 같았으면 그저 '아~' 실망하고 말았을 상황.
허나, 그 대상이 평소에 '남성'스러운 모습을 잘 보여주지 않는 엄청난 미남인 만큼.
때문에 안 그래도 높은 기대치를, 갖은 수를 써서 악착같이 끌어올린 만큼.
부작용이 나타난다.
너무나도 격렬한 기대는 실망으로 멈추지 않고 분노로까지 변질된다.
"뭐, 뭐야! 이것들 갑자기 왜 이래!?"
이 상황을 만든 최 팀장이 당황했다.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아니, 이 미친 것들이 이 정도일 줄을 몰랐지!"
그 어떤 상황도 살릴 수 있을 것 같았던 진행자조차 당황을 숨기지 못한다.
황급히 무대를 끝내기 위해, 진행시킨다.
"자, 그럼 숨컷 님! 간략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간략하게요!"
"리치TV에서 레오레 방송하고 있는 숨컷입니다. 그리-"
"아, 감사합니다! 자 그럼 바로 다음으로 넘어가서!"
참가자의 매력을 최대한으로 뽑아내기 위해, 최대한으로 길게 진행되었던 시간이 쫓기듯 흘러간다.
"이런, 썅! 이렇게 될 것 같더라!"
"어, 어떡하죠, 삼피 씨?!"
"난들 알아!?"
삼피와 권지현이 전전긍긍하며 상황이 빨리 끝나길 기도했다.
그리고 김경훈과 신도.
그들은 말없이- 폭소하고 있었다.
저 가증스럽던 놈의 콧대가 드디어 뭉개진 것과는 별개로.
이제부터는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거라는 확신에.
당장은 콧대가 부러질 뿐이지만, 머지않아 목뼈가 부러질 것이다.
흔들리기 시작한 이상.
저 거대한 덩치가 단점이 되기 시작한 이상.
놈은 이제 무너질 일 밖에 남지 않았다.
"자, 그럼 마지막으로 자기 어필!"
진행자의 말에- 최 팀장이 다급히 연거푸 손으로 엑스를 만들었다.
'자기 어필은 무슨, 그냥 넘겨!'
"아, 숨컷 님? 어, 숨컷 님!?"
그 제스쳐를 해석하고 따르려는 진행자를 뒤로하고, 자기 어필을 위해 카메라 앞으로 향하는 숨컷.
이런 상황에서도 그는- 태연했다.
아니, 태연한 걸 넘어서 여유로웠다.
자신감마저 느껴진다.
[이이잉기모찌와루잉이이잉기모찌와루잉이이잉기모찌와루잉이이잉기모찌와루잉이이잉기모찌와루잉이이잉기모찌와루잉이이잉기모찌와루잉이이잉기모찌와루잉이이잉기모찌와루]
[아니 근데 ㅋㅋ 너무 오버하는 것 같은데]
[숨컷 아라코스프레한적 없는데 왜 이럼?]
[암사자새끼들 그새 몰려와서 실드치네 ㅋㅋ]
[안그래도 여자같은 새기가 여장? 얘 혹시 게이임?]
[숨컷 게이 게이야...]
[데일리베스트 일동은 숨컷을 응원합니다]
[데베의자랑 숨컷! 데베의자랑 숨컷! 데베의자랑 숨컷! 데베의자랑 숨컷! 데베의자랑 숨컷!]
[걍꺼지고다시김경훈이나데려와라꼴보기싫네]
분노에서 한발 더 나아가 결국엔 적의를 표해오는 채팅창을 보곤-웃는다.
그 특유의 능글거리는 웃음은 누군가를 약 올리는 듯했다.
또 누군가는 비웃는 듯했다.
그가 말했다.
"여러분, 왜 이렇게 화가 나셨어요?"
[몰라서 물어 ^^ㅣ발몰라서 물어 ^^ㅣ발몰라서 물어 ^^ㅣ발몰라서 물어 ^^ㅣ발몰라서 물어 ^^ㅣ발몰라서 물어 ^^ㅣ발몰라서 물어 ^^ㅣ발몰라서 물어 ^^ㅣ발몰라서 물어 ^^ㅣ발]
[아니ㅋㅋ 시비거나]
[아니 ㅋㅋ 이와중에 쪼개고 있네 상황파악 안대나]
[아라 코스프레 한다며아라 코스프레 한다며아라 코스프레 한다며아라 코스프레 한다며아라 코스프레 한다며아라 코스프레 한다며아라 코스프레 한다며아라 코스프레 한다며]
"뭔가 착각하셨나 본데, 저 아라 코스프레 한다고 한 적 없습니다. 제 응애세력들이 헛소문 퍼트린 거예요."
도저히 소통이 불가능할 것 같았던 시청자들.
하지만 최재훈이 차분하게 대하자, 그들도 덩달아 진정된다.
아직 적의는 그대로였지만, 적어도 도배는 사라져 소통이 가능해진다.
[아니 ㅅㅂ 여장이 문제야?]
[맥락을 못 짚네 이새기 ㅋㅋ]
[뭔가 대단한 거 보여줄 것 같이 홍보해 놓고 그딴 거 보여주는 게 문제지]
"아니, 그딴 거라니. 너무하네~ 이거, 여장을 싫어하는 나조차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퀄리틴데."
[아니 ㅅㅂ 퀄리티 문제가 아니라]
[누가 니한테 여장을 기대하냐고요 ㅋㅋ]
"아니, 저는 솔직히 여러분들이 이거 좋아하실 줄 알았거든요."
[아니 ^^ㅣ발 여장을 누가 좋아해]
[우리도 너를 이렇게 미워해야 할 줄은 몰랐어...]
[게이야... 우리를 레즈로 아누]
[아라나 보여주지 ^^ㅣ발]
"아니, 아라는… 하, 오케이. 다 떠나서. 괜히 기대하게 해서 실망시켜 드린 거, 미안합니다."
도저히 적의를 거두지 않을 것 같았던 시청자들.
하지만, 그가 분명 시시비비를 따질 수 있는 상황임에도 순수이, 그리고 착실히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자.
[아니 ㅋㅋ]
[마음 약해지게 왜 이래]
[진짜 미안하면 좀 뻔뻔하게 좀 나와봐 ㅇㅇ;; 팰 수 있게]
소강상태에 놓이게 된다.
처음과 비교해보자면 훨씬 낫다.
하지만, 이대로 대회를 끝내면 이도 저도 아니게 된다.
이도저도 아닌 건 방송인에게 어떤 의미에선, 나쁜 것보다 못했다.
흥미를 잃게 될 테니.
하지만, 사과까지 했다.
다음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가.
최재훈은 생각해 둔 게 있었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다시 제대로 해 볼게요. 나도 그렇고, 여러분도 그렇고 이 지긋지긋한 여장을 싫어하시는 것 같으니까-"
그가 속눈썹을 하나 둘 떼어냈다.
떨쳐내듯 호쾌하게.
다음은 후드를 뒤로 넘기곤 단발머리 가발과, 가발망 역시 거칠게 벗어 제꼈다.
벗겨진 가발이 찰랑이는 모습이.
그가 가발을 벗은 머리를 세차게 흔드는 모습이.
자신이 다 후련한 기분이었다.
가발에 눌려 있던 머리카락이 어느 정도 살아났고.
최재훈은 가발 때문에 다소 땀기가 있는 그 머리를-
절도 있게-
왼쪽에서 위로.
오른쪽으로 위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쥐어짜듯 양쪽을 위로 걷어 올렸다.
단발머리와 후드에 싸매어 있었던, 그의 매끈하고 반듯한 이마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렇게.
여자인지 남자인지 헷갈리는 미인은 사라지고.
이견의 여지가 없는 미남이 나타났다.
씨익.
그 속 시원하다는 듯 웃는 모습에, 여자라면 호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미남이 말이다.
그 변신을 지켜 본 사람들은 형용 못할 쾌감과 상쾌함을 느꼈다.
마치, 나비가 번데기에서 우화하는 순간을 지켜본 것처럼.
"오케이?"
최재훈이 회심의 일격을 날리듯, 자신감 넘치는 미소로 물었다.
하지만-
[오...]
[좋다]
[훨씬 좋네]
여전히 2% 부족해서 애매한-
그래서 어색한 반응.
"…어라, 내가 생각했던 반응은 이게 아닌데."
그가 눈을 이리 저리 굴리며 눈치를 보았다.
하지만,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갈수록 어색해지는 것 같은 분위기에-
"에이, 시발. 모르겠다."
후드를 훌라당 깠다.
내의 차림이 드러난다.
스판 소재의 민소매.
전혀 문제가 될 게 없는 복장이지만, 그 몸매 때문에 문제가 되는 내의 차림이 말이다.
"오…!"
심사석에 앉아 상황을 관망하던.
레오레 코스프레 심사를 맡은, 레오레 캐릭터 수석 디자이너.
그녀가 최재훈의- 아니, '텔론'의 변신을 끝까지 지켜보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녀의 눈이 빛났다.
2%
공허하게 비어 있던 시청자들의 빈자리가-
[어어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쳤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퍄퍄퍄퍄퍄퍄퍄퍄퍄퍄퍄퍄]
[제에엔장시발 믿고 있었다고!!!!!!!!!!!!!!]
[옐로TV의자랑숨컷! 옐로TV의자랑숨컷! 옐로TV의자랑숨컷! 옐로TV의자랑숨컷! 옐로TV의자랑숨컷! 옐로TV의자랑숨컷! 옐로TV의자랑숨컷! 옐로TV의자랑숨컷! 옐로TV의자랑숨컷!]
채워졌다.
최재훈의 계획대로.
의도대로.
원래 같았다면 시청자 수만 명의 뿔난 민심을 즉석에서 달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하지만, 최재훈은 수차례의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자신의 시청자는 절대다수가 여성이며.
그 여성을 상대로 불가능에 가까운 일도 자신의 특징.
주로, '미남'이라는 특징을 잘 이용하면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고.
[저희가 감히 이런 숨컷 님을 몰라뵙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희를 벌해 주소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거칠게 때려주소서]
[거기112죠제가지울수없는죄를저질렀는데데려가서사형시켜주세요]
[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
[여장에 못 박혀 죽고 4분 뒤 부활하는 기적을 행하시더라]
[숨멘]
그렇게 무려 6만 명의 시청자들과, 수십 명의 여성들을.
자신의 내의 차림으로 다루는 업적을 달성한 최재훈은 흐뭇하게 웃으며 생각했다.
'데프프픗, 똥닝겐들. 모두 와타시의 매력에 매료매료데스웅.'
게임 하나만으로 성공하겠다던 순수한 청년은 현실에 때가 타서 그 모습이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