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 지현 날다
집순이라 허약한 몸.
남자만 보면 밖으로 새어나오는 소심함과 찌질함.
우리의 지현 씨는 '여성성'이 아주 부족했다.
심지어는 스스로 그걸 그렇게 문제라 여기지도 않았다.
'남자'인 최재훈에게 업히고 싶어서 못 마시는 술을 열심히 꾸역꾸역 집어넣어 뻗어 버리는 그녀였다.
'여자'로서 참으로 답이 없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최재훈에겐 더더욱 여성적으로 느껴지는 그녀이기도 했다.
"헤, 헤헤… 좀 오바한 것 같죠…?"
코스프레 차림을 확인하는 최재훈의 시선에 권지현이 그녀답게 소심한 반응을 보였다.
자신감 없이 움츠러드는 모습.
마치 낑낑거리는 강아지 같은 그 모습에, 최재훈은 아빠미소를 지으며 따봉을 건넸다.
"아유, 그럴 리가. 너무 잘 어울리시는데."
"그래요?"
그러자 에헴, 언제 주눅 들었냐는 듯 어깨가 높아져서 기고만장해진다.
"그런데 지현 씨."
"넹?"
"제 코스프레, 아무렇지도 않으신가 봐요?"
최재훈의 여장을 본 이들이 보이는 반응은 하나같이 똑같았다.
1. 꿈뻑꿈뻑.
2. 누구-
3. 아.
해당 과정을 거쳐, 어딘가 어색하게 대하게 된다.
하지만 권지현은 그를 보자마자 바로 알아보고, 아무런 어색함도 없이 평소처럼 대했다.
권지현이 최재훈의 '여성'스러운 매력에 일찍이 눈을 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녀는 최재훈이 가진 '특유의 여성스러운'매력을 가감 없이 표출하는 모습을 곧잘 상상하곤 했다.
지금, 눈 앞에 실제로 펼쳐진 그런 모습은.
좋았다.
뭔가 2% 아쉬운 느낌이 없잖아 있긴 했다.
기대했던 것과는 미묘하게 다르달까.
어쨌거나, 좋았다.
"아! 당연히 너무 잘 어울리세요! 진짜! 완전!"
권지현이 진심이 가득 담긴 열렬한 찬사를 보냈다.
처음이었다.
최재훈이 원하던 반응이 나온 게.
"오오… 역시, 절 알아봐 주시는 건 지현 씨 밖에 없습니다."
"헤헤."
"아니 방금은-"
"응?"
"아니, 됐다."
아까는 '날 알아봐 주는 건 나 밖에 없다.'며.
제나는 짜증스럽게 쯧 혀를 찼다.
"얘는 또 왜 화가 났대."
[삼피쉑 화나있는거 하루이틀이누 ㅋㅋ]
[서진아쉑 ㅋㅋ]
[우리도 숨컷 보여줘 ㅅㅂ]
[야 근데 셋이 무슨 관계임?]
"저희? 아, 모르시는 분들 있구나. 저희 셋, 이렇게 크루예요. 컷컷컷 크루."
[이름보소 ㅋㅋ]
[아주 그냥 숨컷외 2인으로 지으시지 그랬어요]
[숨컷이랑 아무개들]
[걍 크루 이름도 컷숨이라 하자 ㅇㅇ; 수미상관으로다가]
"아니, 저희 크루 이름 음해하지 마십시오. 크루원들끼리 상의한 끝에 나온 크루의 첫 합동 작업물이니까. 앞으로 저희 크루 이름 욕하시면, 저희 크루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도전으로 받아들이면 어쩔 건데 ㅋㅋ]
ㄴ 1시간 채팅 금지.
"맛보기로 보여드렸습니다. 또 제 권위에 도전하려는 얼빠진 것 있습니까?"
[이집 홍차 잘 끓이네]
[러시아식 민주주의 ㄷㄷ]
[야 근데 뭐 크루끼리 참가한 거였음?]
"아뇨, 따로 행동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딱 마주쳤네요."
그때-
-아츙!
권지현이 신기한 소리를 내며 재채기를 한 뒤, 코를 훌쩍였다.
[아츙!]
[뭔데 ㅋㅋ]
[권가련 커엽누]
"아, 죄송합니다. 이 옷이 좀 얇아서."
"남자들이 입고 다니는 옷은 더 얇던데."
"얘는 뭐 남자보다 더 몸이, 에휴."
[권씨 크루 안에서 입지 보소 ㅇㅇ;]
[생각했던 대로 딱 수드라네]
[남자보다 허약하고 크루에서도 최하위인 권지현, 대단하다!]
[일관되게 쳐맞고 다니는 새끼]
"헝…."
겨우 기침 한 번 했을 뿐인데 쏟아지는 구타에 정신을 못 차린다.
-엣츙!
서러워서 그런지 몸이 더 허약해지는 기분이었다.
"아이고, 지현 씨. 이러다 진짜 감기 걸릴라. 외투는 어디다 두고 오셨어요."
"거기, 옷장 안에…."
"에이그, 쯧."
보다 못한 최재훈이 잠깐의 고민 뒤 외투, 암살자의 로브를 벗어 그녀에게 건넸다.
"이거, 걸치고 계세요."
그에, 두 여자는-
"어…."
"…."
벙찐 얼굴이 되었다.
로브를 벗은 그의 복장을 보고 그렇게 되었다.
텔론 코스튬의 내의.
목까지 오는 넥이 최대 입까지 올라오도록 디자인 된 신축성 있는 소재의 검은 민소매 + 날카로운 느낌의 완갑이었다.
그 자체만 놓고 보자면 텔론의 또 다른 버전 모습 같아서 전혀 문제될 게 없는 복장이었다.
하지만.
이는, 평소 후드 같이 펑퍼짐한 옷만 입는 최재훈의 몸매를 최초로 사람들에게 부각시켰다.
중성적인 이미지와 달리, 상당한 근육질인 몸매를 말이다.
쫙 달라붙는 민소매가 스케치를 하듯, 그의 몸매의 윤곽을 선명하게 그렸다.
쩍쩍 갈라진 흉근과 복근이 존재감을 나타냈다.
거기에, 머리 세 개가 들어갈 듯 넓은 어깨.
과하지 않게 울퉁불퉁한 팔.
짬짬이 하는 맨몸운동으로 다져진 몸매가 부각되자, 그녀들은 넋을 잃었다.
"지현 씨?"
"아, 그…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제 괜찮을 것 같아요."
'이제 괜찮다'
사실이었다.
권지현은 얼굴에서 시작된 열기가 몸 전체로 후끈하게 퍼지는 걸 느껴, 더 이상 춥지 않았다.
"엥? 갑자기요?"
"야."
"어?"
"빨랑 입어…."
안절부절못하며 고개를 돌린 제나가 말했다.
전혀 문제될 게 없는 복장인데, 너무 자극적이었다.
몸매가 자극적이면, 뭘 입어도 문제가 되는 법이었다.
[야 근데 이거 언제 시작함?]
그때, 그런 채팅이 올라옴과 동시에.
"아, 지체돼서 죄송합니다! 자, 여러분. 시작하기 전에 말씀드리는데, 대회 방식이 바뀌었습니다."
스태프가 돌아와서 말한다.
"예? 방식이요? 어떻게-"
"이전처럼, 무대에 한 번에 올라와 하는 식이면 관심이 분산돼서 개개인의 매력을 어필하기에 아쉬움이 있다는 의견이 제시 돼서, 일단 한 명씩 올라와서 어필 시간을 갖고 그 뒤 모여 심사를 갖는 걸로 바뀌었습니다."
라는 건, 구실에 불과했고.
실상은, 이번 팀의 라인업을 확인한 최 팀장이 참가자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변화를 준 것이었다.
권지현, 삼피, 김경훈, 신도, 숨컷.
서채윤의 말에 의하면 하나 같이 잘나가는 방송인이었고, 출중한 외모를 지니고 있는 그들을 말이다.
원래 참가자들이 다 같이 무대에 올라 진행하는 건 진행 시간을 단축시켜 최대한 많은 참가자들을 유치하기 위함이었지만.
뜨거운 열기, 정리된 질서, 늘어나는 시청자.
숨컷으로 유명 방송인의 뽕맛을 제대로 본 최 팀장은 깨닫고 만 것이다.
어중이떠중이들 몇 명 더 받는 것보다, 큼직한 거물들 대상으로 분량 몇 초 더 뽑아내는 게 이득이라고.
-자, 이번 팀! 라인업이 엄청납니다! 사실, 시청자 여러분이 이 팀만을 기다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는데요. 일단- 모두가 아기라리 고기다리던 숨컷 님이 이번 팀에 드디어 나옵니다!
[캬 조컷쉑 드디어 나오누]
[ㅅㅂ 코스프레 옷을 만들어 왔누 뭐 이렇게 늦어]
[옐로TV의 자랑 숨컷! 옐로TV의 자랑 숨컷! 옐로TV의 자랑 숨컷! 옐로TV의 자랑 숨컷!]
[아 ㅋㅋ 숨컷 아라 딱 대]
[세팅 완료]
[뭔세팅 미친련아]
특히.
숨컷의 단물을 최대한 빨아먹을 심산이었다.
그의 순서를 가장 마지막에 배치함으로써 말이다.
숨컷이 언급되자 급격히 뜨거워지는 반응.
그때, 자연스럽게 최재훈과 신도, 김경훈의 눈이 마주쳤다.
서로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방송만 켜지지 않았어도 아까 부스에서처럼 딜 좀 넣어줬을 텐데.
"이야, 숨컷 님. 인기가 엄청 많으시네요?"
아쉬워하고 있던 그에게, 의외로 김경훈이 먼저 말을 붙였다.
'이 새끼 보게?'
무슨 개수작인지는 모르겠으나, 최재훈은 당황하지 않았다.
마음 같아선 '말 걸지 마라 대가리로 콘크리트 격파시켜버릴라.'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전말을 모르는 시청자들이 지켜보고 있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선빵을 날리는 순간, 지는 것이다.
선빵을 날릴 거면 확실하게.
증거를 모아서 폭탄으로 날려야 했다.
그러니 지금은 가벼운 견제로 만족한다.
"예, 뭐. 경훈 씨 덕분에."
그 안에 담긴 미묘한 늬앙스는, 김경훈만이 느낄 수 있었다.
-이거 다 원래 니 시청자들이었어. 니 시청자 쩔더라, 버억~
"…."
김경훈이 가까스로 표정관리에 성공했다.
"제가 뭘 했는지 모르지만, 일단 그렇게 말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숨컷 님."
"예."
"오늘 시청자를 8만이나 찍으셨었다고요?"
"예, 뭐. 어쩌다 그렇게 됐네요."
"와~ 방송 시작한지 2주도 안 되셨는데 시청자 8만이라니~"
그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진짜 '말도 안 되네요' 뭐, '마법'이라도 쓰셨나."
최재훈이 아니라, 마치 지금 이 대화를 듣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
[생각해 보니 ㄹㅇ]
[8만은 진짜 어케한 거지?]
[아무리 봐도 말 안 되긴 해 ㅋㅋ]
최재훈은 꺼림칙한 기분을 느끼고, 곧바로 답했다.
"예, 뭐. 저란 존재가 워낙 말도 안 되는 마법 같긴 하죠."
[? ㅋㅋㅋ]
[방금 머임 숨컷이 말한거?]
[아니 이런 캐릭터였나 ㅋㅋ]
[다른 의미로 워낙 말도 안 되긴 하네 ㄹㅇ;]
그렇게 잘 상황을 잘 넘겨, 분위기를 다시 바로잡았다.
"…."
"…."
하지만 둘 사이의 분위기는 더욱 날카로워진다.
하지만, 더 이상 뭔가를 하지 못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그건 정말로 선빵이 되어 버린다.
서로 살갑게 인사했던 둘은,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를 철저하게 무시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대회는 진행되고 있었다.
-자 그럼 첫 번째 참가자! 아, 첫 번째부터 엄청난 분이 나오시는데요! 리치TV 레오레 대표 피지컬 플레이어! 하지만, 지금은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서양 미녀라는 부분이 더욱 인상 깊을--삼피 누나아아악!!!
-아, 큭큭큭! 맞습니다! 다른 여러분도 우리, 동생 분처럼 삼피 누나를 박수로 맞이해 주세요!
제나가 둘과 시선을 교환하곤 어깨를 으쓱이며, 무대 위로 향했다.
최재훈의 관심은 자연스레, 대기실 구석에 놓인 컴퓨터에게 향했다.
대기실 안에서 대회 상황을 지켜보라고 가져다 놓은 컴퓨터로.
[오 ㅋㅋ 삼피쉑]
[애즈리얼 싱크로율 보소 ㄷㄷ]
[이 뇌없페쉑 ㄹㅇ; 와꾸랑 비율 하나는 진짜]
[ㅅㅂ 우리 부모님은 왜 서양인이 아닌 거지? 부모 가챠 실패했다]
[ㄹㅇ 너희 부모님은 인간인데 왜 짐승이 태어났냐]
[누나 너무 이뻐요 ㅠㅠ]
일단, 다행히 삼피의 반응은 아주 좋았다.
무대에 오르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참가자를 조준하는 비범한 규모의 카메라와 진행자.
그리고, 무대 뒤쪽의 대형 스크린에는 방송 화면이 띄워져 있었다.
심사위원이 앉은 심사석과, 특별 심사위원인 스트리머들이 앉은 특별 심사석.
그 뒤의 관객석은 드문드문 비어 있었다.
심사 과정은 간단했다.
먼저 무대에 올라서서 자기소개를 한다.
-리치TV에서 게임 방송하는 삼피입니다. 레오레를 주로 합니다.
-아, 아주 심플하고 쿨한 자기소개! 우리 1번 참가자 님은 어쩌다가 대회에 참가하게 되셨나요?
-방송 벌칙.
-아이고~ 하필 애즈리얼을 고르신 이유는요?"
-벌칙 미션 건 애가 보고 싶다고 해서.
-아~~ 팬서비스군요! 이야, 차갑게 보이시는 거랑 달리 자기 팬 하나 만큼은 확실하게 아끼시는! 좋습니다~ 자 그러면. 자신을 한 단어로 소개하자면요?
-삼피.
-크~ 마지막까지! 차갑습니다, 차가워요! 그러면 혹시, 가장 좋아하는 챔피언은-
모두가 같은 코스튬으로 대결하는, 사실상 코스프레 대회가 아닌 코스어 대회였기에.
심사 과정은 여타 코스프레 대회에 비해 길게 진행되었다.
코스튬이 아닌 코스어의 매력을 뽑아낼 수 있도록.
자기소개 다음은, 포징.
포징 다음은 대사.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 그럼 마지막으로! 삼피 님. 자기 어필 시간 필요하신가요!?
자기어필.
SGF 공식 채널의 카메라가 그녀를 줌 인한다.
이제 하고 싶은 걸 하면 된다.
춤을 추고 노래를 하거나, 소통을 시도하거나.
하고 싶은 말을 하거나.
-필요 없습니다.
그녀가 원하는 건 대회를 끝내는 거였나 보다.
-아, 네! 마지막까지 쿨함의 극치를 보여준-
-아, 웨잇어셐.
-네?
그녀가 카메라를 향해 말했다.
-권지현, 숨컷, 삼피. '컷컷컷'크루 많이 관심 가져주십쇼.
진행자가 마무리 멘트를 치고, 제나가 대기실로 돌아왔다.
그녀는 가장 먼저 최재훈을 쳐다봤다.
기분 탓일까.
"크, 역시. 우리 삼피 씨 밖에 없다!"
최재훈은 그녀가 '나 잘했어?' 라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느끼고 아낌없이 찬사를 보냈다.
"참나, 호들갑은."
그렇게 말하는 제나는 기분이 아주 좋아 보였다.
-자, 그러면 다음은-
권지현이었다.
"후…."
때가 오자 권지현은 심장이 미친 듯이 뛰는 것을 느꼈다.
'그 날'이후로 단 한 번도 이런 공식 성상에 참가해보지 못했다.
누군가 그 일을 언급하고, 한순간에 아수라장이 될까 봐.
숨이 막히고, 머리가 좁아지는 기분이다.
그렇게 용기를 냈는데도 이 모양이다.
-2번 참가자 님?
'제발….'
스스로를 강력하게 설득한다.
하지만, 도무지 움직일 생각이 안 하는 발.
"지현 씨, 화이팅."
그 발이, 그 말에 너무나도 쉽게 움직였다.
최재훈의 시선이, 그녀의 등을 밀어줬다.
그렇게 그녀는 마침내-
[ㅋㅋㅋ 권지현쉑 과학 그 자체가 돼 버렸누]
[권수오 ㄷㄷ]
[이시국에 일본인 캐릭터 코스프레를 한다고?]
[이시국이 누군데 씹덕아]
[근데 얘 누구임? 첨 보는데]
[얘 설마 개 아님?]
[고양이같은데?]
[어디서 본거같은데]
이렇게 다시 사람들 앞에 서게 됐다.
관객석은 가끔씩 예의상 환호해주는 사람 말곤 조용했다 대부분이 여자인 탓이다.
채팅창의 반응은 평범했다.
무난하다.
그걸로 충분했다.
-자 그러면. 자신을 한 단어로 소개하자면요?
-어… 지현?
-에이~ 그게 뭐예요! 삼피 님 표절 아닙니까?
-같은 크루니까 봐주시지 않을까요….
-아! 야수오 코스프레답게 팀원에게 민폐를 끼치고 뻔뻔한 모습! 엄청난 싱크로율입니다!
-헝….
최재훈과 권지현은 혹시나 '그 사건'이 언급되는 건가 가슴이 졸였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권지현의 모습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스러워졌고.
[ㅋㅋㅋ 커엽네 이사람]
[권지현 선수! 생긴건 인싸인데 플레이는 완전 아싸예요! 완전 아싸!]
그럴수록 좋은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자, 그럼 자기어필 시간!
권지현이 줌 인하는 카메라를 마주했다.
그녀가 심호흡을 했다.
각오를 다진 뒤 입을 열었다.
-저 권지현! 앞으로 더 열심히 할 테니,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컷컷컷 크루랑 같이요!
짝짝짝짝짝.
그 열정과 각오, 그리고 노력이 느껴지는 모습에 관객석에서 자연스레 박수가 터져 나왔다.
[끼워파누?]
[아 ㅋㅋ 끼워팔면 오히려 더 사기 싫은데]
[그건 생각좀 해 보겠습니다]
채팅창의 반응도 무난했고.
무엇보다-
"권지현! 권지현! 권지현!"
최재훈이 대기실에서 호들갑스럽게 찬사를 보냈다.
권지현이 그를 바라보더니-
헤헤, 웃었다.
그녀는 자신을 옭아매고 있던 무거운 무언가가 떨어져 나가는 것을 느꼈다.